엥겔스는 개도 한 마리 키웠다. 멋진 스패니얼 종으로 이름도 재미나게 지어서
이름이 없다는 뜻의 ' 무명씨 ' 였다. 엥겔스는 단골인 라인란트 레스토랑
(여기서 돼지고기와 독일식 백김치를 배 터지게 먹곤 했다) 에 갈 때도 무명씨를 꼭 데려갔다.
" 녀석은 술도 아주 잘 먹어, 저녁에 레스토랑에 데러가면 항상 옆에서 한몫 끼지. 아니면 다른 사람 테이블 아무데나 가서 스스럼없이 혼자 놀든지. "
무명씨는 겁이 많아서 제대로 훈련을 시키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 재주만은 그런대로 잘 익혔다.
" '무명씨야, ..... 저기 귀족이닷! ' 하면 녀석은 분노에 치를 떨면서 내가 가리킨 사람을 향해 무섭게 으르렁거려. "
1840년대 베를린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 <엥겔스 평전> 트리스트럼 헌트, 이광일 역, 글항아리, p 126~127 -
제가 어느 출판사 카페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때였습니다. 카페 매니저님의 리뷰를 읽다가 엥겔스의 연애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길래, 저는 엥겔스에 대한 이야기가 댓글로 궁금하다고 적었더니 쭉 이어서 궁금했던 이야기를 책 내용 출처까지 하면서 답글로 달아주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책 속에 수록된 20살의 엥겔스 사진입니다.
그런데,,, 정녕 이 얼굴이 20대란 말입니까? -_-;;
그래도 이 얼굴 덕분에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하네요.
아직 <공산당 선언>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엥겔스에 대한 평전이 나온 걸 보자마자 막 읽고 싶은 욕구가 들게 되더라고요. 예전 같았으면 이 사람의 평전 따위에 거들떠보지 않았을텐데. 매니저님의 엥겔스 이야기를 듣고나니 이 사람의 일생을 알고 싶어지더라고요.
부제 역시 무척 마음에 들었고요.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
600페이지에 가까운 많은 분량이지만, 평전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평전과 위인전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영역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위인전 읽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몰랐던 엥겔스와 그의 학문적 동지였던 마르크스에 대한 일화까지 접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책의 초반부에 제가 발췌한 구절이 나오는데요,,, 엥겔스 특유의 유머센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 번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 알아봤는데 '무명씨' 는 독일어로는 Anonym 라고 하네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생 2학년 이후로 독일어와 담을 쌓아서 어떻게 읽는지 모르겠네요,,, ^^;;
자신의 애완견은 이름이 없다는 뜻의 '무명씨' 로 지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산업 자본주의로 인해 부르주아(귀족)가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그 당시 유럽상을 비추어보면 해학적인 일화인거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엥겔스도 부르주아적인 삶을 살았다는 점입니다.
여느 유럽의 젊은이들처럼 만날 친구들과 술 마시고 유흥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권유로 인해서 영국 맨체스터에서 대형 방적공장을 운영했었고요.
(하지만, 권유라기보다는 반 강제적이었습니다. 프로테스탄트적인 엄격한 종교관을 가진 아버지는 너무 급진적이고 자유분방한 엥겔스의 삶을 고치기 위한 것이라고 하네요. 물론, 이 계획은 실패하고 맙니다. 그래서 엥겔스는 평생 아버지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고 합니다)
아직, 엥겔스의 젋은 시절 부분을 읽고 있는 중인데 이것 말고도 재미있는 일화가 또 있습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서로 술을 마시고 나면, 엥겔스는 술고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음 날 아침까지 마셨는데 멀쩡했었으며 반대로 마르크스는 하루 폭음을 하고 나면 2주동안 몸살을 앓았다고 하네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짖지는 않는데, 유독 주인인 엥겔스가 애완견에게 귀족이라고 명령만 하면 짖게 되는지, , , 이 무명씨라는 개는 똑똑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개 역시 술을 좋아한다는 점. 한편으로는 그 주인의 그 개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평전에서는 살짝 마르크스 & 엥겔스의 사상도 엿볼 수 있어서 <공산당 선언>을 읽어보셨던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