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미학 산책 -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완결개정판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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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썼던 서평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을 다시 기억하노라면 희미한 인상만 남는다. 마치 눈을 감고 친구와 아무 걱정 없이 놀았던 초등학교 시절이나 그 이전의 즐거웠던 추억을 기억해보려 하면 친구의 이름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얼굴 윤곽도 흐릿해지고 희미한 인상만 남는 것과 같다.

 이 책의 글쓴이인 정민 선생의 책 중 과거에 읽었던 <미쳐야 미친다>에 대한 나의 기억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베스트셀러라 아무런 생각없이 의무감에 읽었다는 것과 뭔가 실망스러웠다는 점 뿐이었다. 그나마 과거(2006년 가을)에 썼던 서평이 남아 있었는데 마치 과거 즐거웠던 기억과 추억이 사진으로 남아 있는 것과 같아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권하건대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꾸준히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면 훗날 이와 같은 즐거움을 얻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과거 내 서평을 읽어 보니 젊어 쓴 글이라 과욕과 치기가 더러 보인다. 그 시간 만큼 나 역시 세월 따라 생각이 바뀌고 안목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어찌되었건 그 당시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는 '제목은 멋있는 책'이었다. 베스트셀러라 하여 굉장히 기대하고 읽었으나 기대에 못 미쳐 이와 같은 평가를 한 것 같다.

 그런데 공교롭게 이 책의 글쓴이 역시 <미쳐야 미친다>의 글쓴이 정민 교수다. 이번엔 과연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인지 궁금해 하며 이 책의 첫장을 펼쳤다.

 

'한시'의 현대적 의미는? 

'한시'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일단 읽기 어려운 꼬부랑 글씨로 써져있어 해석하기 어렵고 공자님 말씀처럼 현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 역시 나름 정규 교육을 잘 받아 왔다고 생각하지만 옆 그림과 같은 꼬부랑 글씨(초서체) 같은 것은 전혀 해석할 깜냥이 없다. 그저 흰 것은 종이요 검정 것은 글씨일 뿐이다. 

 이와 같을진대 '한시'가 오늘날 외멸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 이상 한시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젊은이가 줄어들고 한시 전문 시인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시는 골동적 가치만을 지닌 퇴영적 문화유산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정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선인들의 한시 이야기를 먼지 털어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과연 먼지 쌓인 역사의 뒤편에 방치된 채 날로 그 빛이 바래가고 있는 한시에다 신선한 숨결을 불어놓고, 막힌 길을 새로 뚫어 현대적 의미를 밝힐 수 있을지 곰곰히 살펴보도록 하자. 

 
 

사기의 불사기사(師其意 不師其辭) - 정신을 배울 뿐 표현은 본받지 않는다.

 아마 이 글귀가 글쓴이 정민 선생이 이 책을 통해 독자 및 시인에게 던지고자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오늘날 한시에 대한 관심이 한갓 골동품 완상 같은 호사 취미에 불과하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시론과 비평론은 꼭 '현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서구의 문예이론을 전달하는 상황에서 한유가 말한 '정신을 배울 뿐 표현은 본받지 않는다'라는 원리를 환기한다면 우리가 한시를 통해 퍼 올릴 수 있는 샘물은 무궁무진하다(p.667~668)고 정민 선생은 말한다. 또한 연구자들이 문화의 차이나 배경에 대한 고려 없이 최신의 서구 이론을 무작정 대입하는 연구를 내는 것도 문제지만 미셸 푸코, 자크 라캉, 자크 데리다의 영향으로 cm가 아닌 자척으로 한시를 설명하겠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알아 듣는 사람이 없다고 글쓴이는 지적한다.(p.669)

 하지만 이와 같은 글쓴이의 주장엔 의문만 더 커진다. 한시 해석에 있어 이것도 잘못, 저것도 잘못이라면 대체 어떻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문학성과 미의식을 기준으로 한 한시 연구를 강조하는데 이런 한시 연구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그저 원론적인 말을 되풀이 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이 책에 나온 연암 박지원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마치 부뚜막 아래에서 숟가락을 하나 주워놓고 무슨 대단한 발견이나 한 듯이 "숟가락 주웠다!"라고 소리치는 것과 다를 게 없다(p.290)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정신을 배울 뿐 표현은 본받지 않는다.'라는 원리는 한시의 현대적 의미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한시를 현대적 양식과 표현에 맞게 변화시키자는 것인지 아니면 한시에 담긴 정신 중 현대적 의미와 맞는 것만 찾아 보자는 건지 그 의미가 모호하다.

 

'한시 미학 산책'의 현대적 의미는?

 그래도 지금까지 우리가 잃어 버렸던 혹은 잊고 있었던 한시에 대해 글쓴이의 의도대로 어느 정도는 신선한 숨결을 불어놓고, 막힌 길을 새로 뚫어 현대적 의미를 밝혔다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하고 싶다. 한시에 대한 좋은 책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 '한시'에 대해 한 권 추천해달라고 할 때 자신있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서 매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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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평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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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책의 '의도'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리영희 선생께서 돌아가신 것이 작년 12월 5일이고 이 책이 출판된 것이 작년 12월 10일이니 일주일도 채 안된 상태에서 <평전>이 나온 것이 아닌가? 고인의 명성에 기대어 질 낮은 책이 출판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특히 작년에 법정 스님이 돌아가셨을 때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행복]이라는 수준 이하 책이 바로 출판되어 심기를 어지럽혔던 것을 감안했을 때 이 책 역시 그런 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안타까운 점은 이 책이 출판 후 한동안 잘 팔렸다는 것이다. 특히 글쓴이 약력을 보면 법정 스님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우리 나라 독자들은 책을 보는 눈이 없는 것일까?)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임을 알 수 있었다. 일단 고 리영희 선생께서 돌아가시기 전부터 평전을 기획하고 써 왔으며 글쓴이 역시 독립기념관장 및 [친일인명사전] 편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20년 전부터 신문 등에서 고 리영희 선생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왔으며 고 리영희 선생님과의 마지막 인터뷰까지 실려 있는 등 앞서 소개한 책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혹여 나와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평전>을 읽고 서평 혹은 리뷰를 쓰는 것은 고역이다. 특히 이 책의 경우 내가 고 리영희 선생에 대해 잘 알면 모르겠거니와 읽어 본 책이라고는 고작 [대화] 밖에 없고 이른바 민주화 투쟁의 열매를 먹고 자란 세대인 나는 고 리영희 선생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 대해 고민하고 비판적으로 읽기 보다는 책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긍정적 독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하고 이 책에서 나타난 고 이영희 선생의 삶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고 이영희 선생님의 삶을 몇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겠지만 거칠게 표현하면 곡학아세 하지 않고 진실과 민주, 평등을 추구하며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해있던 반공주의의 이면을 낱낱히 밝혀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라고 추앙받는 반면에 다른 한 편으로는 '의식화의 원흉'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전자인 진실과 민주화를 추구했다는 점보다는 반공주의의 진실을 밝혔다는 점을 좀 더 높게 평가하고 싶다. 

  반독재 민주화를 추구했던 사람은 많았던 반면에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정면에서 분석하고 이를 비판했던 사람은 드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 때문에 말 한 번 잘못하면 콩밥을 먹어야 했던 일이 비일비재했고 좌빨 혹은 빨갱이라는 낙인은 주홍글씨처럼 평생을 따라다녔으며 반공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 이영희 선생께서는 반공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반공 이데올로기에 빠져 진실을 보지 못하는 대다수 사람에게 '진실'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계속된 반공 교육의 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김동춘 교수의 <전쟁과 사회>를 읽기 시작하면서 였다. 그 당시 이 책을 읽고 한국전쟁의 진실에 눈을 뜨고 반공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전후 남한 사회에 작용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고 리영희 선생에게 바로 '세례'를 받은 것이 아니라 고 리영희 선생의 제자로부터 '세례'를 받은 셈이 된다. 그런 점에서 나 역시 고 리영희 선생에게 한 가닥 빚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들처럼 투쟁 전면에 나설 용기가 없는 나로서는 고 리영희 선생에 대한 빚을 갚는 방법은 '표'를 행사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나마 대한민국이 다시 잃어버린 5년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하늘에서 보시게 된다면 고 리영희 선생께서도 웃음을 지으시리라. 

  마지막으로 좀 더 첨언하자면 이 책은 글쓴이 김상웅 교수가 오마이뉴스 블로그에 연재했던 것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각 챕터의 이음새가 허술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승전결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챕터가 독립적이라 챕터가 바뀔 때마다 뭔가 허전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진을 넣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 당시 시대 상황을 독자에게 잘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사진이 많았을텐데….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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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1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실 오마이뉴스 연재글이었군요.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사진자료가 더 풍부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적지 않은 분량의 활자만 읽는 것도 사실 고역이었구요,,^^;;
부동님이 언급하신 김동춘 교수의 책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암향부동 2011-02-15 22:47   좋아요 0 | URL
김삼웅 선생님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ohmynews.com/kimsamwoong/입니다. 가보시면 이영희 선생뿐만 아니라 조봉암 선생, 장준하 선생님 등에 대한 평전도 올라와 있더군요.

그리고 사진 자료는 편집 과정에서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사진 자료 같은 경우는 저작권 문제가 생길까 염려되긴 하지만 아시는 분이 출판계에서 일하시는 분이 많으신데 들은 이야기로는 이런 사진 자료 같은 경우는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사진을 찾아서 보내면 전문적으로 라이센스를 받아주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요.어쨌든 아쉬운 점입니다.

그리고 김동춘 교수의 <전쟁과 사회>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었는데 아래 주소입니다. 한 번 소개글 읽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book.naver.com/bookdb/today_book.nhn?bid=2613208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이 책을 넣은 것은 순전히 내가 엄청난 등록금 문제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내가 작년에 졸업할 때 마지막 학기 등록금은 정확히 <487만원>이었다…. 이렇게 등록금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왜 내가 국립대를 가지 않았을까?''아 그냥 이공계장학금 생길때 수능 다시 볼껄'이었다. 03학번부터는 수리영역 1과 2에서 1등급 받으면 이공계 장학금을 주기 때문에 내 후배들은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 때 수능을 다시 봤었더라면…. 묘한 것은 이렇게 등록금이 비싼데 대학생들은 별 관심이 없다는거다. 과연 이 책에서 이런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을 알려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흠… 아마 저번 달에 조국 교수의 대담집이 선정되었기 때문에 다시 대담집인 이 책이 선정된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김상봉 교수를 매우 존경하기 때문이다. 과거 김상봉 교수를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은 키가 자그마하고 인상을 쓰고 있어서 굉장히 날카로운 인상이었으나 대화를 나눠보았을 때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뭐랄까…. 대화를 나누다보면 김상봉 교수의 탁월함(virtue)이 막 발산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느낌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렵다…. 어쨌든 나는 김상봉 교수님 빠이니 추천하는 책.







<대칭>… 원제는 Symmetry…. 아 싫다…. 물리 화학 배울 때 화학 구조에서 대칭축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헷갈리던지… 그런데 그에 대한 책이 나왔다. 하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오늘날 수학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대칭이라는 것에 대해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다른 자연과학 서적(특히 수학)과 같이 초반에만 반짝하다가 잊혀지겠지…. 그리고 신간평가단에서 지금까지 선정한 책을 살펴보건대 이번에도 역시 자연과학 서적이 선정될 가능성은 0%에 수렴할 것이다.







 이 외에 좋은 책들은 다른 분들이 잘 소개해주셨을 것이라고 믿는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되도록 다른 신간 평가단 분들이 택하지 않았을 책 위주로 소개하였다. 이제 다른 분들 신간 소개 페이퍼를 읽는 즐거움을 찾으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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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고쿠도 2011-02-1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저는 수학이 너무 싫어요. ㅜ.ㅜ
그런데 이번 신간추천 페이퍼에 <대칭>이 종종 눈에 띄는 것으로 봐서,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암향부동 2011-02-13 23:58   좋아요 0 | URL
저도 수학 싫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전 제가 수학을 잘하는 줄 알고 착각했었는데 대학교때 미분/적분학과 선형대수 배우면서 '아 이래서 수학과 물리학은 천재들의 학문이라고 하는구나'라고 절실히 깨달았죠ㅎㅎ

그리고 지금까지 신간평가단 선정 도서를 보면 꼭 이렇게 많이 추천하는 책이 선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더군요.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cyrus 2011-02-1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487만원,, -_-;; 제가 다니게 될 학교 같은 경우에는
다행히도 학생회의 투쟁(?) 덕분에 등록금이 동결되어서 302만원 나왔어요.
그런데 대학교 간의 등록금 격차가 정말 심하네요. 이럴 때 부동님이 소개하신
책을 대학생들이 읽어봐야할거 같네요.

암향부동 2011-02-14 00:09   좋아요 0 | URL
정말 등록금 문제는 답이 없습니다….

그리고 학생회 투쟁 나와서 하는 이야기인데요. 3년 전에 학생회가 운동권에서 비운동권으로 바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총학 회장이 완전 <어용>이었습니다. 학교가 미션 스쿨인데 총학 회장도 신학과다 보니 그냥 학교가 하자는대로 다 하더군요. 등록금도 12%인가 인상안 그대로 받아 들이고….

더 웃긴건 자꾸 중앙운영위원회(각 단과대 학생회장의 모임인데 이른바 학생회에서 국회와 같은 역할을 하죠.)에서 태클 거니까 학생총칙 개정해서 중앙운영회의 권한 대폭 약화시키겠다고 1학기때 생쑈하다가 실패한 후에 2학기때는 레임덕 와서 아무 일도 못 하더군요ㅎㅎ. 더 웃긴 건 부총학회장은 2학기때 외국으로 교환학생 간 거였습니다. 뭐 있으나 마나한 총학… 학교 사상 최악의 총학이었죠.

갑자기 학생회 투쟁 이야기 나와서 잡설이 길었네요…. 등록금 487만원 비싸죠? 제가 공대라 cyrus님보다 많이 비싼 것 같습니다. 근데 이화여대는 500만원이 넘는답니다ㅎㅎ.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맥거핀 2011-02-14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닿는 제목이네요. 미친 등록금의 나라...네..맞습니다, 맞지요. 한 마디로, 미쳤죠. 며칠 전에 간만에 졸린 눈을 비벼가며 100분 토론을 잠깐 봤는데요. 등록금 문제에 대해 친 정부쪽 패널이 내놓는 소리에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이나 기부금 입학제가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꼴을 보면, 뭔가 다른 대책이 있는지도 의심스럽지만요.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은 등록금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예전에 등록금 문제야말로 가장 큰 것이었는데..
에구..아무튼 신간추천 페이퍼에 흰 소리만 했네요. 다른 추천도서들도 잘 봤습니다.^^

암향부동 2011-02-14 17:05   좋아요 0 | URL
과거엔 등록금 투쟁이 매년 봄마다 계속되었었지요. 주로 남자 학생이 많고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공대 학생들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이공계 장학금>으로 이공계 학생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서 2000년 후반부터는 등록금 투쟁의 동력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기부금 입학제>는 재학중인 학생들은 다수가 찬성 혹은 방관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학교에 입학한 그들로서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그리고 이른바 3불 정책 중의 하나가 기부금 입학제 불허입니다만… 편입학 관련해서는 비리가 있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요.)

맥거핀 2011-02-14 23:0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간의 사정이 있군요.
위의 비운동권 학생회 얘기를 하셔서 드리는 말씀인데, 비운동권 학생회야 말로, 등록금 투쟁에 무엇보다 힘써야 하는 것 아닌지. 학생들의 복지를 기치로 내걸고 탄생한게 그런 총학들이니까요.
사회 문제에 발언을 하는 것까지 (그런 총학에게) 바라지 않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우리 정부 뿐만이 아니라, 총학들도 '복지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암향부동 2011-02-15 10:24   좋아요 0 | URL
당시 비운동권 학생회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 졸업생 모금을 통한 장학기금 확충으로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공약했었습니다. 그런데 1년 후에 모은 금액은 3000만원 정도였죠…. 등록금 12% 인상 안을 협상 없이 그대로 받아 들인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습니다.

결국 그 이후 쭈욱 운동권이 학생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운동권 학생회를 통해 운동권에서도 <학생 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네요.
 

 내가 최초에 이른바 <좋은 책을 찾는 눈>이 없을 때 길잡이가 되어 주던 것이 바로 [네이버 오늘의 책]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다시 찾은 [네이버 오늘의 책]을 보게 되었는데 오늘의 책으로 선정된 책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불확정성 원리로 유명한 하이젠베르그의 <부분과 전체>가 바로 오늘, 2월 10일의 오늘의 책에 선정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말 쓴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로 하여금 책을 읽고 나서 <분노>하게 만드는 첫 번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지금까지 번역 문제로 나를 분노케 만든 책은 이 책을 포함해서 총 두 권이다.) 내가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번역> 때문이다. 번역자는 김용준 명예 교수로 그 유명한 도올 김용옥 선생의 형님이기도 하고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꾸준히 책도 내고 칼럼도 내시는 분이신데 나는 김용준 명예 교수가 직접 번역하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약 3년 전에 썼던 이 책에 대한 내 리뷰의 일부를 아래에 옮겨  본다. 

 "그러나 이 책은 양자역학에 대한 개론서가 아니다. 다만 글쓴이가 어떻게 원자론과 양자역학을 전공하게 되었으며 당시 2차 세계대전 가운데서 과학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자서전, 혹은 수필과 같은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곳곳에서 보이는 번역의 아쉬움이다. 심지어는 한 사람이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말하는 뉘앙스가 바뀌기도 하고 번역기를 돌린 듯한 딱딱한 문어체로 번역해서 번역한 '김용준' 명예교수의 노력이 많이 담기지 않은 것 같다. 역자 후기에 쓰여져 있지만 원래 이 글은 일본에서 번역자외 2명이 같이 윤독하면서 당시 학생이던 김선희 양의 정리된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묶은 듯한 느낌이다. 진정으로 '김용준' 명예교수가 이 책을 번역했다면 이렇게 어색하고 딱딱한 문장을 그대로 두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교수의 이름을 걸고 명서를 번역하여 세상에 내 놓지만 실제로는 대학원생들이 번역하는 행태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

  특히 제 6장에서는 오타가 많이 발견되었으며 7장에서는 6장에서 보어와 슈뢰딩거의 대화에서 누가 말했는지 명확히 하게 위해 사용한 말한 내용 앞에 말한 사람을 적어놓는 방식이 갑자기 1군데에서 사용되는 등 마치 각각의 장을 다른 사람이 번역할 듯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일단 책 자체의 내용을 제쳐두더라도 이렇게 번역과 구성이 짜임새가 없으니 독자로서 짜증나고 번역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 이렇게 성의없이 번역해 놓고 높은 평점을 바라는 것은 날로 먹겠다는 심보 아닌가?  

  중략….

  하지만 이 책의 번역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옮긴이인 '김용준'교수는 화학공학 전공인데 자신의 전공 내용이 아니라서 그런지 제대로 글쓴이가 이 책을 이해하고 번역을 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번역자 또한 제대로 책의 내용을 소화하지 못하고 번역하였으니 곳곳에 구멍이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각 장 마다 글쓴이의 대화가 구어체로 쓰이다가 문어체로 쓰이는 등 번역의 일관성도 없었다. 번역자인 '김용준' 교수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리뷰 마지막에 내가 김용준 교수의 능력에 대한 의문까지 표시했을까? 서울대 화학과 명예 교수가 설마 양자역학을 이해 못했을까? 그런데 이 책 번역를 보고 있으면 김용준 교수가 진정 양자 역학을 이해하고 번역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문제 많은 책이 <서울대 선정 100대 권장도서> 중 하나라는 것이고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3년 전에 썼던 내 리뷰의 마지막 글귀를 인용하면서 마무리 하자면 서울대에서 100대 권장도서를 선정한 사람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고 네이버 오늘의 책에 이 책을 추천한 사람 역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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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향부동 2011-02-1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 번 <분노>에 찬 페이퍼를 쓰게 되었네요….
좀 과격한 표현이 들어 있더라도 아직 젊은 대학생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그랬거니하고 너그러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2-1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안읽어본 책이지만 정말 비싼 책이 그모냥이면 화가 많이나지요 --

암향부동 2011-02-11 00:24   좋아요 0 | URL
그나마 <부분과 전체>는 자연과학 서적 중에는 싼 편에 속하는 책입니다.
김용준 교수의 책을 보면 좋은 책이 많은데 번역본은 영….

특히 어떤 챕터는 구어체, 다른 챕터는 문어체….
이렇게 챕터마다 다른 것을 보면 각 챕터마다 대학원생에게 맡기고 교정도 안 본 것 같습니다.

cyrus 2011-02-10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부터 이 책 읽고 싶었는데 몇 번 개정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번역에 문제가 있다면 좀 심각하네요. 양자역학은 물리학쪽인데 김용준 교수는
화학 전공 교수였군요. 새로운 사실을 앍게 되었어요. 덕분에 다시 한 번
국내 과학도서의 번역 실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 찜해두겠습니다.

암향부동 2011-02-11 00:49   좋아요 0 | URL
제가 읽었던 것이 2007년 봄인데 이후 개정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책 출판사인 <지식산업사>는 자연과학 분야엔 별 관심이 없는 출판사로 보이네요. 내는 책들이 전부 인문서적들이니….또한 개정 안해도 <서울대 선정 100대 권장도서>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잘 팔리고 있는데 굳이 개정하려고 할까요?

참 신기한 것은 이렇게 번역이 엉망인데도 지적하는 사람이 적고 별점을 잘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책 리뷰를 많이 찾아봤는데 깊이 있는 서평을 보질 못했습니다. 자연과학 서적 리뷰는 인문/사회과학 서적 리뷰에 비하면 그 질이 한 참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저 "아~ 참 유익한 책이었어." 이런 것이 대부분이었죠. 이 책을 알라딘에서 검색해서 리뷰 중에 추천수 1위인 분의 서평을 <있는 그대로> 옮겨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지금껏 읽은 과학서적 중에 가장 인상적인 책이다. 그 중에서도 과학자들의 일상적인 삶, 과학자들끼리의 유대가 흥미롭게 그려져 있어 재밌었다. 코펜하겐학파의 과학자들과 독일 숲을 여행하는 부분과 덴마크의 닐스 보어의 집에서 묶을 때의 에피소드, 아인슈타인과의 만남, 이런 일화들은 귀중한 사료적인 가치 이외에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양자역학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겠으나 그 거대한 이론의 뿌리인 과학자들의 열정어린 면모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철학적이고 윤리적이며 정치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현대 원자물리학에 대해 안내할 수 있는 이만한 책이 있을까 싶다. 비과학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라는데 이 책의 가치가 있다."


이게 알라딘에서 이 책 추천수 1위인 서평입니다…. 딱 두 단락에 불과한데다가 <비과학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라니요…. 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거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누굴지 심히 궁금해지는 서평입니다.

p.s) 노파심에 첨언하건대 양자역학이 현대물리학에 속하긴 하지만 화학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화학과에서는 <양자화학(Quamtum Chemistry)>라고 해서 전공 수업이 개설되어 있기도 하거든요. 저는 김용준 교수가 화학 전공이라고 해서 양자역학을 잘 모른다거나 이 책을 번역하기에 적절한 사람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양자역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최소한 주석에서라도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을 했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난해한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흔한 주석 하나 없는 책이지요.

cyrus 2011-02-1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부동님 말씀 듣으면서 또 한 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과학에 대해서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학 도서를 읽기 때문에 읽고나서 글 쓰면 잘못 쓰지 않았나 걱정하기도 해요.
만약에 제 글 때문에 책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부동님이 인용한 그 문제의 서평처럼 무작정
좋다고만 대충 쓸 수도 없구요,,^^;; 사소한 일이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과학 분야의 기본 개념에 대해서는 제대로 숙지해야되는거 같습니다.

herenow 2011-02-18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자역학은 이미 100년이나 된 오랜 학문이죠. 전공 <양자화학>까지 갈 것도 없이,
요즘 고등학생들 수능 화학책에도 나오는 원자 오비탈(확률 궤도함수)가
바로 양자역학에서 나온 거잖아요.
주양자수, 1s 2s 2p 3s.. 하는거 말이죠.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든지 이런 거는 초등학생들 책에서 다루는 것도 보았구요..

저 책은 아직 읽지 못했는데, 서점 가게되면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군요.
(지적하신게 사실이라면, 출판사에 정식으로 항의/건의를 해보는건 어떨까요?
애초에 출판사가 알아서 수정을 했어야겠지만, 계속 우수도서로 선정되고 있다면
새 판을 찍어낼 때 수정 내용을 반영할 여지도 있는 거거든요.)

암향부동 2011-02-18 12:51   좋아요 0 | URL
괜히 조금 아는 체 했다가 herenow님에게 지적받는군요.^^

조금 변명하자면 양자화학 이야기를 한 것은 혹시 옮긴이가 화학 공학 전공이라 양자역학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오해하실 분이 계실까봐 언급한 것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할 수도 있었고 herenow님이 지적하신 대로 양자역학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 굳이 양자화학까지 갈 필요도 없이 화학에 있어 기본이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었는데 제 불찰입니다.

그리고 한 번 herenow님께서 이 책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제가 선정한 <2006년 최악의 책>에 선정했었는데 평소 번역에 관심이 많으신 herenow님의 의견도 듣고 싶네요.

herenow 2011-02-19 14:26   좋아요 0 | URL
앗, 지적하려던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그만... ^ ^;
암향부동님 말씀이 맞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계실수 있으니까요.

서점 가면 꼭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아브람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 지음, 이종인 옮김 / 시대의창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고백컨대 나는 아직 노암 촘스키와 미셸 푸코의 책을 읽어보지 못하였다. 책 읽는데 있어서도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을 읽기로 결심하면 그 사람이 쓴 책을 시간 순서대로 차례대로 읽어 나가는 버릇이 있다. 이렇게 읽는 이유는 어떤 사람의 대표작만 읽기 보다는 과거부터 읽어 나가 그 사람의 생각의 변화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 책 읽을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노암 촘스키의 책은 아직 사지도 못했고 푸코의 책 중 구입한 <성의 역사 1~3권>은 구입해 놓고 먼지만 쌓여 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던 중에 두 철학자의 대담과 경연, 성명서를 실어 놓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생각보다 책 두께가 얇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도서관에서 정독하였지만 나의 지적 능력의 한계만 절실히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 소개에서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발언한 것을 그대로 옮겨 적은 글이기 때문에 쉽고 간결하다.'라고 하였으나 사실 좀 의문이다. 그리고 1장의 대담, 2장의 촘스키의 정치에 대한 글 이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의 신념과 생각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두 분 철학자의 대담에 감히 끼어들고자 한다.


 일단 대담에서 가장 큰 화두는 "경험이나 외부의 영향과는 무관한 '타고난'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촘스키는 언어 학자 답게 어린이의 불가사의한 언어 습득 능력을 전제로 이를 긍정하고 있는데 반해 푸코는 인간성이라는 개념은 주로 인식론의 지표에 지나지 않았고 시대별 틀의 소산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는 진화론자이자 생명과학자 입장에서 촘스키의 입장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즉, 진화를 통해 자연 선택된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 DNA에 새겨져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전과 DNA를 강조하다 보면 나쁜 과학인 '우생학'에 경도될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푸코가 이렇게 타고난 인간 본성을 부정하는 것 역시 이에 대한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이나 그렇다고 사실을 애써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생학의 문제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지 우생학을 정치 권력을 어떻게 이용했다는 것은 부차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정의란 무엇이며 우리는 정의를 이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담이 이어진다. 나는 여기서는 반대로 푸코의 편이다. '어느 경우든 정의라는 개념은 계급사회에서 억압받는 계급이 자기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 혹은 그 주장을 정당화하는 개념', '만약 계급 없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과연 사람들이 정의라는 말을 사용할지 확신이 안 섭니다.'(p.80) 라는 푸코의 주장이 타고난 인간 본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정의도 그 중에 하나 라는 촘스키의 의견보다 더 타당해 보인다. 특히 만약 계급 없는 사회가 도래하면 사람들이 정의라는 말을 사용할지 궁금하다는 푸코의 생각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지적이라고 여긴다.

 마지막으로 2장에서 촘스키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국 사회가 좌익, 마르크스주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저는 만약 합리적인 파시즘 독재정권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미국 체제를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 복잡하고 더 분산된 체계로 이데올로기 통제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마당에, 국가 차원의 검열은 필요치 않고 심지어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p.119)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베트남전 반전 운동을 하면서 앞으로 미국은 이렇게 '정의'를 외치며 침략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지적한 촘스키 교수의 말은 역사를 통해 반성하지 않으면 다시 한 번 역사는 반복됨을 느끼게 된다.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의 입을 빌어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조롱하는데 익숙해져 있어'라고 지적하였다. 나 역시 때로 이렇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책을 만났을 때 글쓴이나 번역자가 읽는이와의 소통을 소홀히 생각했다고 비판을 많이 하였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나의 지적 능력의 한계를 겸허히 깨닫고 언제가 다시 촘스키와 푸코를 제대로 만날 날을 기약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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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는데 애먹었어요. 저의 무지함을 자책하면서요.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구입해서 마음 먹고 읽으려고 해요.
가격이 좀 만만치 않지만요.^^;;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