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은 ‘책 읽는 사람들의 SNS 서비스’를 표방하면서 독서 기록 기능뿐만 아니라 책 읽는 사람들끼리 소통하여 친구를 맺을 수 있는 모바일 앱이다. 사실 독서 기록 기능만 제외하면 독서 취향이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서 정보를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 방식은 페이스북에서 이미 시작했다. 페이스북에 공개 혹은 비공개 그룹을 설정하여 비슷한 취미나 공통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회원들을 모을 수 있다. 일종의 동호회 같은 성격의 소통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북플이 나오기 전에 나는 이미 페이스북에 독서 관련 그룹 몇 개 가입했다. 비록 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유령회원이지만. 그룹 회원들이 소개하는 책이나 그밖에 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다.

독서 커뮤니티 그룹 회원들이 가장 많이 올리는 글은 사거나 읽고 있는 책을 인증하는 사진이다. 또 개인의 서재를 사진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셜네트워크의 관심사 및 성향을 좀 더 확장해서 페이지로 만든 것이 바로 ‘페친의 책장’이다.
‘페친의 책장’ 페이지는 말 그대로 애서가들의 서재를 공개한다. 책 안 읽는 인구가 많다는 이 나라에 애서가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 페이지가 단순히 서재 인증사진만 올리는 그저 그런 페이지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느리게 읽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오프라인 독서모임도 한다. 굳이 누가 가장 먼저 했는지 따지고 싶지 않지만, ‘책 읽는 사람들의 SNS 서비스’는 북플보다 ‘페친의 책장’이 먼저 했고, 온라인을 넘어서 오프라인 활동으로 넓히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독서 커뮤니티 공간에 가끔 애서가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댓글이 나오기도 한다. 아무리 책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인 공간이라고 해도 항상 조용하고, 질 좋은 댓글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의 댓글 하나가 격렬한 논쟁으로 불붙는 도화선이 된다. 독서 커뮤니티 공간에서 볼 수 있는 논쟁거리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책 인증사진 유행과 관련된 논쟁 하나만 소개해볼까 한다.
어느 날, 독서 커뮤니티 그룹의 회원이 자신의 서재를 사진으로 찍어 공개했다. 또 다른 회원들이 서재가 멋있다고 칭찬하는 댓글을 달기 시작한다. 자, 여기까지는 독서 커뮤니티 그룹의 흔하고 평범한 풍경이다. 애서가들의 관심이 서재 사진에 쏟는 상황에 누군가가 이런 내용의 댓글을 단다.
독서 커뮤니티 그룹은 그저 서재나 책 사진만 올리는 공간이 아니다. 책을 읽고 난 뒤에 개인적인 감상이나 그 밖의 책과 관련된 실질적인 정보를 올려야지 거의 도배하듯이 책 사진만 올리는 사람만 보면 본인의 지적 허영심을 남들에게 자랑하는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책과 커다란 책장이 있다고 해서 본인이 잘사는 거 자랑하는 거냐? 보기 불편하다.
조용하고도 평화로운 분위기가 깨진다. 반박 댓글이 나오기 시작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을 사진으로 공개하는 것을 나쁘게 보는 시선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저 열등감을 느껴 짜증을 낸 것 같다. 아무리 사진이 불편하게 여긴다고 해도 사진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독서 커뮤니티 그룹의 목적에 부합되는 내용에 맞으면 책 인증사진도 괜찮다. 평범한 책 사진일 뿐인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
책 인증사진을 옹호하는 의견의 댓글이 많지만, 그렇다고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댓글이 적은 건 아니다. 책 인증사진이 너무 많이 올리면, 책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나 감상문 같은 글이 외면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회원의 의견도 있었다. 인증사진도 적당한 선에서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책 인증사진을 둘러싼 논쟁은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커뮤니티 그룹 관리자가 계속 물고 늘어지는 댓글 논쟁을 멈추기 위해 중재하러 나서기 시작하면 수백 개가 넘는 수의 댓글과 답글이 다닥다닥 남긴 채 그룹 분위기는 원래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런 광경은 페이스북 그룹에서만 볼 수 있을까. 그렇지가 않다. 책 읽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북플도 예외가 아니다. 북플은 페이스북과 유사한 알고리즘으로 작동한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친구’를 맺을 수 있고, 내가 서평이나 책 사진을 올리면 그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단다.
북플에 책 사진을 올리는 이웃분들이 많다. 이렇다 보니, 본인이 생각지도 않은 댓글이 달릴 수 있다. 누군가가 책 사진 달랑 올리는 당신의 행동이 너무 성의 없이 느껴지고, 본인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책을 많이 사는 소비습관을 굳이 경제력 수준과 연관되어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돈이 좀 많은 사람이 책을 많이 사는 것일까. 그런 사람들은 엄청나게 사들인 책을 사진으로 찍어서 ‘나, 이 정도로 잘산다’라고 뽐내는 것일까. 모든 이들이 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산다고 해서 그 사람이 돈 많고 잘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논리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이다. 이런 잘못된 논리를 버린다면 평범한 책 사진에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진짜 책 좋아하는 사람은 먹고살기 힘들어도 어떻게든 책은 꼭 사게 되어 있다. 왜냐고? 그저 책을 읽는 것이 좋아하니까. 시끄러운 세상 속에 책 읽는 시간이 있으면 피로감이 싹 가시고, 어지러운 마음을 진정시켜준다. 책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책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사람은 있는 적은 돈이라도 아껴서 책을 산다. 정작 책을 살 수 없다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 아니면, 책방에 가서 저렴하게 책을 산다.
나는 책 인증사진을 올리는 것을 귀찮아서 잘 하지 않는다. 책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책 인증사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직접 사거나 읽은 책에 대해 간단한 감상이 곁들였다면 이 또한 구매자들에게 귀중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출판사에게는 독자의 구입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사진을 통해서 내가 사고 싶은 책의 실물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개인 서재를 공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물론 디자인이 멋진 책장을 찍은 남의 사진을 보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부러울 뿐이지 저런 멋진 책장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 나 자신을 절대로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끄럽게 여기는 순간, 열등감이 생긴다. ‘아, 나는 저 정도로 책과 책장을 사지 못할 정도로 부족하구나.’ 하면서 말이다.
혹시 책 인증사진을 보고 이런 열등감도 생길 수도 있겠다. ‘나도 저 책 사고 싶은데 저 사람은 샀구나. 부럽다.’ 열등감은 소유욕이 강할수록 커진다. 여기서 비관적인 생각이 나온다. 저 책을 사지 못한 내가 한심하고 부끄럽다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제발 과감하게 버렸으면 좋겠다. 대체로 애서가라면 책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큰 편이다. 내가 그런 성향이다. 그렇지만, 책 읽고 즐기는 모습을 잊어선 안 된다. 책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면 내가 사지 못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래도 내 이웃의 책 인증사진 때문에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서평을 써라. 내가 이런 책을 읽었다는 모습을 남들 앞에 떳떳하게 보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서평도 자신의 독서를 인증하는 방식이다. 직접 구매한 책을 읽고 서평을 쓸 수 있고,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고도 서평을 쓸 수도 있다. 정말 남들이 올리는 책 인증사진에 열등감이 느껴진다면 왜 서평을 쓰는 독자 앞에서는 가만히 있는가. 그들도 글로써 자신의 독서를 인증한다. 책 인증 사진을 올리는 사람에게만 불만을 늘어놓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러므로 책 인증 사진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책 많이 산다고 해서 경제력이 좋다고 함부로 재단하는 건 결코 좋지 않다. 그것은 본인의 정신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마음에 안 들면 안 보면 된다.
뜬금없지만 나는 책 인증사진을 올리는 몇몇 이웃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한쪽 분야에 치우친 독서 습관을 고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점에 가지 않더라도 책 실물을 자세히 볼 수 있으니까. 나는 이웃의 책 인증사진만 보고 있어도 즐겁다. 이상하게 나는 남의 집에 가면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해서 가장 먼저 서재가 있는지 늘 확인한다. 이런 습관 때문에 나는 책 인증사진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니까, 서재 이웃님들. 앞으로도 책 인증사진 많이 올려주시길. 내가 ‘좋아요’ 꼭 눌러 주리라. 인증사진에 내가 마음속에 찜을 해둔 책이 있다거나 예전에 읽은 책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 주리라. 댓글로나마 소소하게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