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평점 :
평점
3.5점 ★★★☆ B+
국어사전에 표기된 ‘괴물’의 뜻은 두 가지다. 하나는 ‘괴상하게 생긴 물체’, 또 하나는 ‘괴상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괴물과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는 ‘괴짜’다. 우리는 별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괴짜’라 부른다. 반면 비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괴물’이라 부른다. 특히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야구 선수들에게 자주 붙는 별명이 ‘괴물’이다. 겉모습은 평범한데 내면에 추악한 괴물이 숨어 있는 인간이 있다. 이런 괴물 같은 인간은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이렇듯 괴물은 다의어다.
알베르토 망겔(Alberto Manguel)의 《끝내주는 괴물들》은 괴물이 다의어임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저자는 애서가답게 문학작품에 나온 괴물들을 ‘문학 친구’라고 소개한다. 아, 분명히 말해두는데 이 책에 나오는 괴물들은 네시(Nessie)나 설인(Yeti) 같은 미지의 생명체(Cryptid)라든가 전설이나 민담에 나오는 요괴와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러므로 미스터리나 요괴에 관심 있는 독자는 다른 책을 알아보시길. 《끝내주는 괴물들》을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저자의 문학 친구들인 괴물, 괴짜, 기인, 별종들에 대한 감상문 모음집’이다.
저자의 문학 친구 중에 ‘빨간 모자’가 있다. 빨간 모자가 ‘끝내주는 괴물’이라니. 책의 목차를 본 독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것, 즉 괴물이 다의어라는 사실을 기억해두시라. 저자가 보는 ‘빨간 모자’는 괴짜에 가깝다. 그녀는 고분고분 어머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성격이지만, 그래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빨간 모자는 어머니가 시킨 심부름을 하기 위해 할머니 집으로 가는 도중에 도토리를 줍는다든지 훨훨 나는 나비를 따라가는 등 딴 짓을 한다. 저자는 빨간 모자의 신조가 시민 불복종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색다른 견해를 덧붙인다. 자유와 불복종을 상징하는 인물로 알려진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가 빨간 모자를 지지했을 것이라고. 그러고 보니 홀든 역시 괴짜에 가까운 인물 아닌가.
저자는 왜 괴물을 ‘문학 친구’라고 생각할까. 저자가 생각하기에 그들이 문학작품 속에 보여준 다중, 다변의 정체성은 ‘매력’이다. 이 문학 친구들은 틀에 박힌 독자들의 해석을 거부한다. 틀에 박힌 독자들은 괴짜와 별종을 만나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저 사람 왜 저래? 미친 거 아냐?’ 괴짜와 별종을 기피하는 그들은 허구의 괴물에게도 부정적인 시선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괴물을 친구처럼 여긴다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괴물은 타인을 증오하지만 한편으로는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타인을 사랑할 줄 안다. 이러한 괴물의 복합적인 감정은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우리가 타인을 만나면 행복하다가 때론 질투하는 것처럼 괴물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 이런 괴물들의 매력을 이해한다면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가진 괴물에게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끝내주는 괴물들》은 그동안 편협하게 사용되어 온 괴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뿐만 아니라 ‘인간 대 괴물’이라는 오래된 이분법을 해체한다. 인간처럼 감정이 있는 괴물이라면 그들을 괴물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을까? 인간과 괴물을 구분하려는 이분법에 벗어나지 못한 인류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만의 기준과 잣대로 타자를 마음대로 괴물로 분류하고 차별하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