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2일은 토요일이었다. 10년 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왜냐하면 2011년 2월 12일은 생애 처음으로 책 모임에 참석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모임 이름은 ‘펭귄클래식 독서 모임’이었다. 이 모임은 한 달에 두 번(토요일) 진행되었고, 모임 필독서는 펭귄클래식출판사에서 나온 고전 작품이었다. 2011년 2월 12일은 펭귄클래식 책 모임 첫 번째 날이었다. 첫 모임 장소는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있었던 ‘북 카페 정글’이었다. 십년 전 나는 서울 물정에 어두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글’은 홍대의 명소 중 한 곳이었다. ‘정글’은 2018년에 새로 단장해서 ‘디북스페이스’가 되었고, 현재 이 가게는 예술 책 전문 서점 ‘디자인북’이 되었다.
내가 이날 책 모임 후기를 그다음 날에 썼다. 서울에 갔다 오고 나면 피곤할 법한데 20대의 나는 전날 모임 후기를 바로 썼을 정도로 쌩쌩했었구나. 30대의 나는 게을러서 모임 후기를 빌빌 쓰고 있다. 모임 후기는 내 알라딘 블로그에 있다. 옛날에 쓴 글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문체는 유치하고 오자가 너무 많다. 게다가 문장은 너무 길다.
* 로베르토 아를트 《7인의 미치광이》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모임 필독서는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로베르토 아를트(Roberto Arlt)의 대표작 《7인의 미치광이》였다. 지금은 이 소설의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책 모임 이후로 이 책을 다시 펼쳐본 적이 없다. 그리고 《7인의 미치광이》는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책 모임 반장을 맡은 분은 ‘무당광대’님이었다. 당시에 그분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그 후로 송승헌, 임지연, 조여정이 출연한 영화 <인간 중독> 조감독이 되었고, 현재 대학교 영화 수업에 출강하고 있다. 무당광대님은 서울에 태어나고 자랐으면서도 야구팀 삼성 라이온즈를 가장 좋아했다. 책 모임 반장 무당광대님은 A4 3장 분량의 자료를 준비해서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때 받은 자료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책 모임을 마치고 난 후에 무당광대님은 《7인의 미치광이》를 ‘씹어 먹듯이 읽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권의 책을 열심히 읽었다는 뜻이다. 《7인의 미치광이》의 후속편 《화염 방사기》에 이야기의 결말이 나온다. 책 모임에 참석한 출판사 편집자는 후속편 출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도 후속편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무당광대님은 《7인의 미치광이》와 유사한 소설 작품으로 도스토옙스키(Dostoevskii)의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언급했다. 십년 전의 나는 후기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언급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으면 《7인의 미치광이》를 다시 읽을 거라고. 과거에 한 약속을 잊고 있었다. 잘 됐다. 올해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이라서 어차피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포함한 그의 소설들을 읽으려고 했다. 이참에 《7인의 미치광이》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십년 전의 나는 왜 모임 장소 내부를 사진으로 찍지 않았을까? 정말로 ‘남는 건 사진 뿐’이라는 말은 반박 불가능한 인생의 진리다. 반장을 맡은 무당광대님을 제외한 모임에 참석했던 분들의 이름이 후기에 적혀 있지 않다. 아마도 참석자들의 이름을 남겨야 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몇 명의 참석자의 얼굴과 닉네임은 기억한다. 이분들은 알라딘 서재에 활동하고 있다. 수연님은 어린 지민이를 안고 모임에 참석했고, 레샥매냐님은 참석했었나? 지금은 서재 활동이 뜸해졌지만, 박식하고 서평을 잘 쓴 헤르메스님도 모임에 참석했다.
이래서 후기는 꼼꼼하게 써야 한다. 모임 분위기가 팍 떠올릴 정도로 말이다. 뒤풀이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볼수록 2011년 2월 12일이 더욱 그리워진다. 꿈이라도 좋으니 아주 잠깐이라도 그 날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 수정했습니다.
추억에 제대로 푹 빠져버린 필자가 연도를 착각했다. 2011년이 아니라 ‘2012년’이다.
※ 다시 수정했습니다.
무당광대님이 만든 프린트물에 날짜가 ‘2012년 2월 12일’로 되어 있다. 아마도 무당광대님이 날짜를 잘못 적은 것으로 보인다. 북플이 과거에 쓴 글을 소환해줬는데, 분명히 모임 후기는 2011년 2월 13일에 작성되었다. 그렇다면 모임 날짜는 전날인 2011년 2월 12일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