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second best'란 제목으로는 《12월의 어느날》을 다 읽으면 그 때 글을 쓰려고 했는데, '메그 윌리처'의 《여성의 설득》을 읽으면서 막판에 이 제목이 생각나서 일단 이 제목을 쓰기로 했다. 별 거 아니지만 나는 이걸 기록하고 싶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이 책을 들고 왔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을 출근하는 동안 들고 다니려고 했는데, 엊그제 자기 전에 읽었던 이 책의 부분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마저 읽고 싶었던거다. 그래서 오늘은 가방에서 나오미 울프의 책을 빼고 이 책을 넣었다. 원래 두 권 다 들어있었고 조지 실버의 책도 들어서 총 세 권이었는데, 아 몰라 일단 다 들고 가, 하고 세권 넣었는데, 아니 출근과 퇴근의 독서가 전부인 내가 이 세권을 무슨수로 읽겠다고 넣는단 말인가. 제발 똥구멍까지 찬 욕심을 버려.. 나는 내게 말했고, 그래서 나는 나로부터 설득당해 한 권을 빼놓고 오게 된거다. 크- 아름다운 출근길 스토리 되시겠다. 

이게 그러니까 어젯밤에 이걸 읽고 잤으면 모든게 깔끔해지는데, 내가 어제 소주랑 쭈꾸미볶음을 먹는 바람에 책을 읽을 수가 없었어.. 평일의 술은 모든 계획을 흐트러지게 만든다고 늘 생각해오고 있고 그래서 다시는 평일의 술을 나에게 허락하지 않겠노라 다짐하지만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나는 나에게 술을 허락해버려. 그래, 마셔라. 


아, 쓸데없는 얘기가 길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얘기하기 위해 쓸데없는 나의 얘기를, 지독하게 사적인 얘기를 좀 더 해야겠다. 베리베리 프라이빗한 스토리 되시겠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만났던 남자가, 처음 만난 날에 나랑 자고싶어 했다. 뭐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그 후에 내게 또 일어나기도 했던 일이니, 이 일 자체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처음 만나 자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살아가고 그러잖아요? 학계에선 그걸 원나잇 이라고 하죠. (닥쳐!) 그렇지만 당시의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매우 고지식한 사람이었고, 처음 만난 남자와 그 날 바로 잔다는 것은 내게 그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여겨졌으며, 나 역시 '그럴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라고 말했던 것은, 나는 정말이지 그 날 그에게 홀랑 반해버렸지만, '자고나면 끝장이다'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그 날 나의 욕망에 굴복해 그랑 잔다면 그 날은 그와 나의 첫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 될거라고 나는 생각한거다. 나는 그렇게 한 번 자고 잊혀지는 여자가 되는게 너무 싫었다. 나는 계속 만나고 싶었다. 우리는 그 후에도 몇 번 더 만났고 번번이 그는 나에게 끌림을 이야기했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야' 라고 말하면서도 함께 밤을 보내지 않은 건 나의 그런 마음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면 끝장이다, 그게 바로 관계의 끝이다.


그러나 자지 않아도 관계는 끊어졌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도대체 섹스 그게 뭐라고 그냥 잘 걸. 이라는 생각도 더러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나 홀랑 반했었는데 한 번도 자지 않고 헤어졌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오래 그를 그리워하는건가, 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아.. 너무 사적인가? 여튼 썼으니까 계속 써보자. 


그 후에, 그랑 헤어지고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내 삶을 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충실히 살았다. 그렇지만 그가 계속 내게 있었다. 가끔은 꿈에 나타나기도 하면서 내게 있었다. 그는 기준이었다. 그는 중심이었다. 내게 있어서 그랬다. 나는 몇 번 연애를 했지만, 그 모든 연애에서 연애 상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 시간 내내 그 연애 내내 그들은 내게 best가 아니었다. 우선 순위도 아니었고 최고도, 최선도 아니었다. 그들과 결혼해서 일편단심 민들레로 살아갈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결혼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결혼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거기에 '충실한 아내'같은건 없었다. 나는 기어코 오래전에 만난 그를 만날거라고, 찾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그를 찾아갈거라고, 그래서 기어코 한 번쯤은 꼭 다시 만날거라는 생각을 늘 품고 살았다. 늘, 정말, 늘.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고 어쨌든 내 삶은 언젠가 한 번 그를 만날거라는 것에 맞춰져 있었고,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가 언제든 나는 한번은 꼭 잘거라고 마음 먹었더랬다. 그는 오래전에 나를 볼 때마다 욕망으로 불타올랐으니 언제 다시 만난다해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같이 자는 건 일도 아닐 것이었다. 다만, 그가 결혼했을지도 모르고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변수였다. 그래서 나의 상상 속에서 그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 그때가 언제든, 나는 그에게 '너 결혼했냐'고 묻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게 내가 다짐한 것이었다. 묻지 않고 자기. 그가 싱글인지 기혼인지 묻지 않기. 왜냐면, 그가 '결혼했다'는 답을 한다면, 그 말을 듣고서는 차마 같이 잘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그런 일을 하도록 놔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른다면 가능하다. 모르는 채로는 가능하다. 짐작으로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내가 모르는 채로는 나를 용서할 수 있다. 단 한 번이라면. 



자, 내가 이렇게 긴 이야기를, 이렇게나 사적인 이야기를 왜 하고 있을까?



페이스 때문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한 명. 정확히 나랑 같은 마음을 어느 순간 가졌던 이 여성 때문에, 나는 아주 오래전의 나의 상황과 나의 마음이 생각나버렸고(사실 잊은 적이 없지만), 아아, 페이스여... 하고 울 것 같은 마음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페이스는 여성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고 광고주를 모집해야 한다. 광고주를 모집하기 위해 이 회사 저 회사 다니면서 설득하다가,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 남자는 이 만남에서 광고 얘기도 할 겸 페이스에 대한 호감도 강하게 어필한다. 


"나랑 자요. 난 정말로 그러고 싶어요." -p.383


아, 페이스도 너무나 원한다. 그래서 본인의 욕망에 응답하기로 하고 그들은 그렇게 섹스를 한다. 그 섹스는 환상적이었다. 너무너무 좋았다.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이것은 아마도 인생 섹스? (책에는 '인생 섹스'란 단어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새벽에, 그가 집에 가겠다며 옷을 챙겨입는다. 침대에 누워 이 열정적이고 만족감을 가득 안겨준 섹스를 끝낸 뒤 후유증이 가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는 집에 간다고 옷을 챙겨입는다. 



"어디로요? 지금은 새벽 2시예요."

페이스는 고개를 돌려 분홍색 빛이 나는 타이멕스 시계를 보았다.

"집에요."

길고 끔찍한 침묵이 흘렀고,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당신 결혼했군요."

역시나 끔찍한 또 다른 침묵이 흘렀고, 페이스는 뭔가 성난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화가 나지 않았고 그저 음울하게 슬플 뿐이었다. 왜냐하면 결혼반지가 없었어도 그녀는 이미 직감적으로 그가 결혼했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일부러 그와 침대에 들어가기 전에 그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의 답을 확실히 알았다면 절대 이런 일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p.386



페이스는 묻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가 결혼한 남자인 걸 알지 못했다. 그도 결혼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묻지 않았으니까. 아마 물었다면 대답해주었겠지만, 그 역시 같은 이유로 본인이 먼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는 여자를 계속 만나고 싶다. 오늘 너무 좋았고, 그녀가 너무 좋아서. 그는 그녀에게 다시 만나자고, 내가 오늘 당신과 겪었던 모든 것들에 대한 감정은 꾸밈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런 감정을 우리가 더 가질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페이스는 말한다.


"난 그런 일은 하지 않아요. 최소한 알면서. 내 자매들에게는 그러지 않아요." -p.387



알면서 못하는 일이지만, 너무 하고 싶은 일이라서 부러 알지 않는 걸 택했다. 그리고 이제 알게 되었으니 더이상 할 순 없다. 알면서는 하지 않는다. 그게 페이스가 선택한 것이고 내가 선택한 것이다. 어쩌면 이래서, 그러니까 인생에 단 한번뿐인 경험이어서 서로에게 이 일이 best 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다른 모든 것들은 second 나 another, the others, 그 밖의 것들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안된다는 걸 알고, 그래서 그녀와 그는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산다. 페이스는 페이스대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 이름을 알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남자는 남자대로 열심히 일을 해 사회에서 한자리를 단단히 차지하고 돈도 쓸어 담았다. 이들은 서로 유명해져서 각자의 소식을 안다. 들려온다. 


그는 섹스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 뒤로도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고 섹스를 했다. 아내는 그의 바람을 알지만, 그에게 사업자금을 대주면서 약속했었다. 정말 흥미가 가는 여자랑은 섹스를 하지 않기로. 그는 지적이고 똑똑한 여성, 계속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해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페이스가 그런 여자였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 누구도 페이스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그녀의 뇌를 좋아했다. 그는 그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 날, 그녀를 회상하며 거실에 앉아있었다.



"당신 결혼했군요."

그 자리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가능성이 끝장났다. 그날 밤 집에 와서 어두운 거실 의자에 앉아 페이스의 눈부신 몸과 느낌과 맛과 향기를 생각했다. 쉐르세이라는 향수를 뿌린다고 했지만 단순히 그런 것 이상이었다. 그녀의 향수는 염분과 섞여 있었고, 그 염분은 오로지 페이스에게만 존재하는 무언가와 섞여 있었다. 그는 그녀를 호기심 많고 예리하고 절묘하게 매혹적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머리 안에 든 뇌를 상상했다. -p.504



페이스 프랭크와의 하룻밤을 떠올리자 목과 가슴이 조여들었다. 그가 기억하는 건 그저 섹스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원했었는지도 기억이 났다. 어떤 사람은 대단히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함께한 시간이 아무리 짧았어도 그는 당신의 안에 아로새겨지고, 그에 관한 아무리 사소한 언급이라도 당신의 마음속에 갑자기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p.514



미래는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나는 시간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인생의 그 시기에 만나야 해서 만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거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이 시기에 이렇게 한 번 만나게 하고 그 뒤로는 만나지 못하게 할까. 그 이유는 뭘까. 거기에서 무얼 느끼고 무얼 얻으라는 것일까. 그런데, 사십년이 지난 후에 그들이 만난다. 그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나이 일흔에 얘기하는 바람에, 그녀를 만나서는 안된다는 아내와의 약속이 '동화속 저주처럼 사라(p.514)'진 것이었다. 



페이스는 상세한 것을 묻지 않고 사무실로 와서 그의 바로 맞은편에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는 여전히 우아하고 흠잡을 데 없고 대단히 똑똑했고, 그는 훨씬 나이 든 버전의 그녀에게 다시금 욕망을 느꼈다. -p.514


이런 놀라운 결말을 가져오는 삶이란 것이 얼마나 굉장한지. 물론 이게 꼭 결말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시작일 수도 있었다. 그는 이걸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했다. 그저 매일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는 것만 알았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죠?"

사무실로 온 오후에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이게 우리 두 번째 데이트인가요?"

그는 기뻐서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요. 그러고 싶다면 말이죠."

"음,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다시 전화를 할 때에는, 또는 그 반대일 경우에도 40년보다는 짧은 시간이 걸리죠. 우리한테는 좀 늦은 것 같은데요." -p.515



칠십대의 그와 칠십대의 그녀가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같은 이야기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부러 그의 이름은 적지 않았다. 그건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의 즐거움을 일부 가져가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렇게 40년 후에 재회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써나가는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인생 내내 중심으로 있던 사람이 40년 후에 다시 불쑥 내 인생에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는 것, 을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똑똑한 여성에게, 그 여성의 뇌를 상상하며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남자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나는 매우 즐겁다. 물론 그녀는 아름다우면서 똑똑한거긴 하지만. 그가 젊은 시절에도 그녀의 뇌에 혹했고 40년 후에 만나서도 똑똑함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 즐겁다. 그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 더 똑똑해지고 싶다는 거였다. 더, 더, 더 똑똑해지고 싶다. 40년이나 걸리기를 바라진 않지만, 그래도 혹여 그와 내가 먼 훗날 다시 만났을 때, 그 때 그에게 '대단히 똑똑하다'는 생각을 주고 싶다. 그건 너무 멋진 일인것 같다. 그러니까 과거에 알던 사람을 나중에 다시 만났는데, 와 대단히 똑똑해, 라는 느낌을 주는 거 너무 좋지 않나. 



몇 년이 흐른 후 운명이 왜 그걸 허락한건지 모르겠지만, 그와 나를 다시 한자리에 있게 했다. 나는 우리의 그 젊은 시절에, 그 처음 만남에, 왜그렇게 나랑 자고 싶었던 거냐고 그에게 물었었다. 나는 예쁜 얼굴도 아니고 쭉빵 몸매도 아닌 게다가 곱게 화장을 하거나 세련되게 옷을 입는 사람도 아닌, 그러니까 외모로 어필할 수 있는 성적 매력 가득한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왜 그런 나를 보고 그렇게나 처음부터 욕망을 느낀건지 궁금해 물었었다. 그 때 그도 내게 나의 뇌를 얘기했더랬다. 


brain


아, 자꾸 영어 단어 튀어나오는 이 습관 어떻게 고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고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brain 은 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에 대해서는 리뷰를 따로 쓸 생각인데, 리뷰 쓰기 전에 갑자기 너무 나를 건드리는 부분이 나오는 바람에 이토록이나 은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적어버리고 말았다. 오래전, 그가 있는 대륙으로 가서 무작정 말을 타고 달리며 그를 찾고 싶었던 그 때의 내가 떠올라버려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와 한 침대에 들고 그리고 서로 세이 굿바이 할 때까지도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다짐했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서. 나는 '그'랑 자고 싶었지 '결혼한 그'랑 잘 순 없는 거니까. 그렇게 마음을 먹었던 그 때의 내가 떠올라서 아주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아니, 페이스, 당신이 그런 일을 경험했는지 몰랐네요. 어쩌면 지구상 어딘가의 누군가는 나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0년은 너무 길다. 칠십대에 다시 만나는게 뭐야. 페르귄트야 뭐야, 내가 솔베이지야?



아무튼 졸라 똑똑해질것이다. 뇌에서 페로몬 뿜어내기, 제가 해보겠습니다. 킁킁.

당신은 평생 나보다 더 똑똑한 여자는 만나지 못하는 저주에 걸려있다. 알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은 다 읽고 팔려고 했다가 3부와 4부를 읽으면서 소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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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ove of my life 3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02-19 23:36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Laurie, Sarah, Jack, Oscar 이렇게 네 명이다. 이들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복잡할 게 없는 관계여서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한 나는, 죄송하게도 보부아르를 떠올린다.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을 읽으면서 인물 관계를 정리한다는 게, 하다 보니 사랑의 화살표 대잔치가 되어 버렸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와서. 로리의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로리는 이렇게 쓴다. She came runnin
 
 
PersonaSchatten 2022-02-16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쭈꾸미 볶음을 먹고 여성의 설득을 소장하고 싶어지는 포스트네요! 맛있는 점심 하셨기를요!

다락방 2022-02-16 16:48   좋아요 2 | URL
여성의 설득은 저한테는 조금 순한 페미니즘 소설 같지만 끝으로 갈수록 더 좋아지는 소설이었습니다. :)

청아 2022-02-16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뇌섹녀인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페로몬은 글로도 퍼지는 것! 나의 내면을 건드려 주는 책 저도 너무 좋더라구요~♡ 며칠 전에 주문했는데 이제야 <여성의 설득>이 제게도 오는 중입니다 잘샀네요.ㅎㅎ

다락방 2022-02-16 16:49   좋아요 2 | URL
미미님은 또 읽다가 어떤 감상을 갖게되실지 궁금해요. 읽다가 글 쓰고 싶어지시면 언제든 참지 말고 써주세요! 저는 오늘 페이퍼에 너무 다 털어넣어버려서 막상 리뷰에 쓸 말이 있을까 싶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거리의화가 2022-02-16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0년을 만났는데도 brain^^ 다락방님의 이야기와 묘하게 어우러진 여성의 설득 좋은걸요~ 리뷰도 기대가 됩니다^^

다락방 2022-02-16 16:50   좋아요 3 | URL
리뷰를 쓰고 싶은데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 책은 필리스 체슬러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의 소설 버전 같단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각자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고 잘하려고 애쓴다 해도 순간의 판단으로 오래 죄책감을 갖고 살게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게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소설이예요.

독서괭 2022-02-16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뇌 페로몬에 빠져있는 사람 요기 하나 있습니다 ㅋㅋ 똑똑한 여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남자들이 있군요.
어휴 근데 저는 저 남자 넘 싫네요. 저는 결혼한 남자랑 자면 안된다는 도덕적 이유도 있지만, 그 남자 자체에 대한 신뢰가 깨져서 안 만날 것 같아요. 결혼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숨기고) 나에게 자자고 하다니, 이런 써글놈.. 차마 묻지 않고 자버리는 그 마음에 대해서는 이해는 되지만요. 그래도 싫어요 써글놈 ㅠㅠ

다락방 2022-02-16 16:52   좋아요 3 | URL
독서괭 님, 사실 그런 부분.. 네 맞습니다. 저는 잭 리처가 그래서 좋아요, 독서괭 님. <네버 고 백> 보면 잭 리처는 본인에게 일어났을지도 모를 혹은 일어날지도 모를 일에 대해 호텔 룸을 잡기 전 상대 여자에게 말합니다. 이미 둘 사이에 성적 긴장이 있고 그래서 같이 자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는데, 우리가 방을 잡기 전에 당신이 알아야 할 일이 있어, 라고 말을 하죠. 저는 잭 리처의 그런 면을 정말이지 너무너무 좋아해요. 그는 뭔가 잘못된 일을 하지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에요. 저는 그의 그런 점이 너무 좋아서 잭 리처 시리즈를 계속 읽습니다. 아니 이게 뭐지. 갑분잭리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2-16 14: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 진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적이고 뭔가(무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야한 페이퍼다 ㅋㅋㅋ 아주 뇌에서 너무 과도한 페몬이 철철 흘러서 페이퍼 까지 적시고 있어요.... 뇌섹녀... 근데 다락방 자면 끝장이야라니... 자면 끝장이야라니... (본받겠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래... 가끔은 그런 마음도 인생의 베스트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그러는 거야...!!ㅋㅋㅋㅋ
여성의 설득 표지만 보고 그냥 페미니즘 고전인가? 했는데. 이런 소설이란 말이예요? 40년 후에 불쑥이라니.. 대단하다. 갑자기 인생이 굉장히 길고 지루한 무엇이지만 재미있는 어떤 것으로 바뀌는 것 같은 마법. 저도 읽고 싶어졌어요.

다락방 2022-02-16 16:54   좋아요 4 | URL
자면 끝장이다, 라고 생각해서 자지 않아놓고 몇 년간을 ‘쉬바 섹스가 뭐라고 그렇게 나를 철저히 차단했나..‘ 라는 생각에 괴로워했죠. 그렇지만 또 시간이 흘러 결과적으로, 그 때 그러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오래 그리워하고 오래 괴로워했지만 그렇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한 시간도 올 수 있었고 뭐 그랬습니다. 역시 지금의 저는 과거의 저가 만든거예요.
여성의 설득 표지만 보면 페미니즘 고전같기도 하고 자기계발서 같기도 한데, 페미니즘 소설 순한맛입니다! 저는 별 다섯을 주긴 할거지만 순한 맛 때문에 4.5 주고 싶은, 그런 소설이에요. 후훗.

쟝님의 마지막 문장, 맞아요! 인생은 길고 지루한 무엇이지만 재미있는 어떤 것으로 바뀌는 마법 같은 것! 마법이 우리 인생에 찾아들기도 하죠. 샤라라랑~

- 2022-02-16 19:55   좋아요 2 | URL
지금 그대가 만들어낸 그대 굉장히 근사해요. 그렇지만 자면 끝장이다라니......... 귀엽다(ㅋㅋㅋㅋ)

그래~ 사랑을 포기하지 않겠어! 하지만 나의 커리어는 사랑보다 소중하다!!! 샤라랑!@!!!!!!!

책읽는나무 2022-02-16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이었군요?? 저는 아까 낮에 링크된 걸 보고 책 제목만 봤을 땐 여성주의 인문학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락방님 글은 왠지 각잡고 읽어야 하겠기에 읽는 건 좀 미뤄뒀죠. 카페를 갈 수 없는 시기니까요~ㅋㅋ
가 아니라 도서관에 연체 된 책들 반납한다고 급히 나간다고 바빴어요^^
근데 책 표지가 어찌나 강렬했던지? 아까 도서관에서 소설 분야에서 이 책을 봤거든요..응??? 이게 왜 여기 꽂혀 있는가? 의아했었는데 소설이었군요?ㅋㅋㅋ

각 잡고 내밀하고,은밀한 사적인 페이퍼를 읽었습니다^^;;;
저도 부끄럽지만 좀 보수적인 편이라 그 다락방님 말씀 하시는 ‘자면 끝장이야!!‘ 주의인지라....🤭🤭🤭
지금은 생각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래도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긴대도 ‘자면 끝장이야!!‘ 모드로 돌아설 것 같아요. 에혀~~ㅋㅋㅋ
암튼 그분을 가장 좋아한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40 년후는??? 너무 기네요?ㅋㅋㅋ
근데 요즘 ‘다시, 올리브‘ 를 읽으며 빠져 있는 중인데요..어쩌면 40 년후가 더 홀가분하고 더 지적인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땐 나이가 많아서 배우자가 곁에 없....아!! 너무 나갔나요??ㅋㅋㅋ
그래도 건강만 잘 유지한다면??(뭐래??ㅋㅋ)
뇌가 똑똑해야 하는 게 중요하긴 합니다. 치매라도 걸린다면?? 사랑했던 사람도 못알아본다면 로맨스고 뭐고 다 끝장일 것 같아요ㅜㅜ
밤이다 보니 횡설수설하고 있네요ㅋㅋ

다락방 2022-02-17 09:47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이 책은 표지와 제목이 저렇지만 소설, 소설입니다. 페미니즘이 잘 들어가있는 소설. 책나무 님도 읽게 되신다면 아주 좋아하실, 재미있게 읽으실 그런 소설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뻔하기는 했지만 갈수록 좋아지는 소설이에요. 등장인물들이 삶이란 무엇인가 알아가고 또 자신에 대한 모순에 직면하면서 성장하는게 보이는.. 까지 쓰다가 아니 리뷰에 쓸 말을 여기다 다 써버리면 나는 리뷰에 무얼쓰나, 싶어서 이쯤에서 접을게요. ㅎㅎ

맞아요, 올리브는 일흔에 잭을 만났죠.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죠. 그건 그것대로 좋을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너무 늙으면 곤란해요. 병치레만 하다가 죽잖아요. 서로의 찬란함과 열정을 함께 겪지 못하고요. 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다 좋긴 하지만, 저는 같이 늙어가는편이 더 좋을것 같아요. 젊은 시절도 함께 겪고 늙어가는 것도 함께 보고.

제가 그 때 ‘자면 끝장이야‘ 마인드로 살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를 훗날 다시 만날 수도 있었고, 딱 한 번만 섹스해보고 싶다던 바람은 그보다 많이 하는 걸로 진행되었더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9금)

mini74 2022-02-16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결혼전 원나잇에 대해 어쩌다 이야기가 나왔는데 전 반대입장, 처음 만나 서로 얼굴에 침 묻히고 그러는거 좀 그렇지 않나요 였거든요. 살아보니 좋으면 처음 만나 서로 침도 뱉고 묻히고 뭐. 그럴수도 있지 뭐 하는 생각이 ㅋㅋ 다락방님 글과 댓글 읽으니 갑자기 생각납니다.ㅎㅎㅎ

다락방 2022-02-17 09:44   좋아요 1 | URL
저는 원나잇에 대해 한 순간도 반대입장이었던 적은 없거든요? 그런데 그걸 제가 하려면 온갖 안되는 이유들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이유가 없어도 무조건 안되는 것 같고요. 야 즐겨 즐기면서 살아, 못할게 뭐있어, 내가 한다는 건 상대도 한다는건데, 해버렷 해버렷! 하는 입장이었지만 막상 저에게 그런 일이 닥치면 뒤로 물러서더라고요. 저는 보수적인 성향도 있긴 했지만 스스로 너무 고지식하고 엄격하지 않았나 싶고.. 그렇게 원나잇 물리치고 살아서 좋으냐 라고 하면 하고 살걸 그랬다 싶고.. 그래서 원나잇을 해보려고, 그러니까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자봤는데, 세상 허무해서.. 이것이 뭣이여 이걸 하고 사는건가 사람들은.. 싶어서 집에 가자마자 뜨끈한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역시 원나잇보다는 밥이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 그 밥이 그렇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댓글 왜이러죠? 산으로 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원래 읽던 책들을 끝내고 시작하려 했는데, 주말내내 책을 전혀 읽지 않아 도무지 언제 끝날지 모르겠는거라.. 이달 안에 이 책을 읽어야 하는데, 싶어 일단 다른 책들 제쳐두고 이 책을 꺼내들고 나왔다.


책의 제목이나 저자에서 내가 모르는 작가든 혹은 아는 작가든 나름 기대하는 내용이나 추측하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이 책에 대해서 워낙 유명한 책이니만큼, '뚱뚱해도 아름답고 늙어도 아름답다' 라는 말을 하는 책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인걸로 여기지 말자'는 주장쪽이기를 바라고 있다. 너도 아름다워 나도 아름다워 쟤도 아름다워, 가 아닌 '아름다움'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우리는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는 것에 대한 주장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름다움 자체가 딱히 높게 여겨지는 가치가 아니라면 우리는 아름다움 이란 세뇌에 있어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테니까. 거울보면서 나는 이렇게 생겼지만 이대로 아름다워~ 라고 하기 보다는 거울은 필요에 의해서만 보게 되는 걸 지향하는 거다. 아직 초반이라 그런 내용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펼치고 제일 처음 나온 '해제'에서 나는 좀 당황스럽다.


페미니스트들과는 달리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는 한편으로, 진화론을 새롭게 해석하여 아득한 먼 옛날 인류의 암컷들이 수컷과 함께 수렵채집과 전쟁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입장을 피메일리스트 femaleist라고 일컫는다.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적 여자female 보다 사회학적 여성woman에 관심이 많다. 생물학에 기반한 피메일리스트의 새로운 여성관은 나오미 울프의 세 번째 물결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독자들에게는 ‘불편한 진실‘로 여겨질는지 모른다.

정녕 여자란 누구이며,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 P10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페미니스트들은 그렇다면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건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건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차별로 연결 시키면 안된다는 거잖아? 거다 러더 는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이미 여성들이 사냥에 참여했었다고 밝힌 바 있지 않나? 생물학에 기반한 피메일리스트...의 여성관은 남녀가 능동적으로 수렵채집에 참여했다는 것인데, 그러니까 이게 진화론적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은 불편해할거라는 건가? 게다가 명색이 '해제'인데 정녕 여자는 누구이며,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끝맺음이라니. 나는 이 해제가 너무 마음에 안든다. 나는 해제를 다 읽고 좀 짜증이 나서 누가한건가 봤다. 낯선 이름이다. 게다가 생뚱맞게 지식융합연구소...는 또 뭐야? 그리고 저 연배 어쩔 ;;



네이버에 넣고 검색했는데 2020년에 이인식의 인터뷰가 실렸고 그 당시 기사에 75세라고 나온다. 게다가 저 약력을 보면 도대체 왜 여성주의 책에 이 사람의 해제를 갖다 넣은건지 전혀 이해가 안된다. 이 책,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는 2016년에 번역되어 나온 책인데 도대체 왜 해제를 70세 올드한 한국 남자에게 맡긴거지?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사람에게 왜? 이미 이 책의 해제를 쓰지 않아도 넘나 한자리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구먼, 굳이 나오미 울프 책에 해제 하게 만든건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비롯된거지? 무슨 의도지? 해제 끝에 붙어 있는 '더 읽어볼만한 관련 도서'를 보면 하하하하, 이인식의 저작이 있네. '성과학 탐사'라는 책이다. 이 책.. 때문에 이인식에게 해제를 부탁한건가?


나오미 울프의 책에 너무 안어울리는 사람이 해제를 썼다. 김영사..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개정판에 해제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길 바란다, 진짜. 도대체 왜 여성주의 책의 해제를 기득권 남성에게 쓰게 하는거야? 딱히 그사람이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고 뭔가 페미니즘에 공감하는 사람 같지도 않은데, 이 책에 해제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온다면, 해제를 누구에게 부탁하면 좋을까? 그러자 단번에 '이민경'의 이름이 떠올랐다.



















해제 다시 써라, 김영사. 이민경에게 부탁해서 제대로 쓰자. 여성주의 책 제대로 읽고 제대로 쓰는 사람에게 부탁하자. 지금 이 세상을 사는, 아름다움의 강요, 포르노의 강요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또 막아내고 있는 젊은 여성에게 해제를 맡기자.



윤김지영이어도 좋겠다. 철학적으로 해제를 근사하게 써낼 분이다.

















마흔 넘어 대학원에 다니면서 맹렬하게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한, 그래서 결국은 책까지 써낸 민혜영에게 맡겨도 좋을 것이다.
















해제에는 불만을 갖고 시작했지만, 나오미 울프의 글은 좋다.


1991년에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실리콘 유방 보형물이 여성의 몸에 일상적으로 삽입되었고, 여성이 느닷없이 유방의 크기와 모양에 관해 걱정할 정도로 포르노가 대중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수백 만 명이나 되는 여성이 한꺼번에 어떤 걱정(예를 들면 유방의 모양에 관한 걱정)을 하기 시작하더니 그것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 이상해 보인다면, 성적 이미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생각해보라. 포르노가 패션에 새롭게 영향을 끼치자 수많은 여성이 갑자기 여기저기서 "완벽한 유방"을 보게 되었고, 그 결과 당연히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유방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아름다움의 신화의 초점이 다음 걱정거리로 넘어갈 때까지 지속되었다. -p.19



내가 처음 이 책을 썼을 때 여성의 성적 자의식에 막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포르노가 이제는 그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젊은 여성들이 포르노의 영향으로 섹스에서 어떠해야 하고 어떻게 보여야 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과 자신이 본래 가진 성 정체성에 관한 생각을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이것이 진보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p.20



누누이 말해왔지만, 현대의 포르노는 상상을 초월하게 여성 폭력적이며, 여성들이 그 포르노를 직접적으로 시청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자들이 시청하고 자신의 연인에게 포르노를 재연하길 요구하는 한,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포르노랜드를 살아간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무엇을 '정상'으로 규정해버리면 다른 것은 '비정상'이 되어버린다. 완벽한 유방 이라는 것이 세상에 보여지면 자연스레 그것과 다른 나의 유방은 '완벽하지 않은' 유방이 된다. 그러나 왜 유방이 완벽해야 하는가. 완벽한 유방이라는 것이 애초에 왜 보여졌는가. 그것은 어디에 나와서 어떤 식의 쓸모로 기능하는가. 



여성의 아름다움은 곧 젊음과 다르지 않은 말인데, 그러므로 젊은 여성은 나이든 여성의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된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만들어버렸다. 아름다움은 칭송받고 수많은 시선을 끌어모으고, 그래서 순간 그녀가 권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혹은 본인이 느끼기에도 내 젊음과 아름다움-그리고 완벽한 유방!-은 나를 최고로 느끼게 해, 나는 이 세상 남자들을 굴복시켜!

그러나 정말 그런가?

















영화 《리벤지》의 여자는 젊고 아름다운 내연녀다. 유부남인 남자친구는 아내를 속이고 그녀를 만나고 그녀는 그의 뿌듯한 트로피이다. 그의 친구들 역시 그녀를 갈망하듯 쳐다보며 그녀를 에워싼다. 그러나 그녀의 애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친구는 그녀를 강간한다. 칭송받는 아름다움, 젊음은 남자의 요구대로 되지 않는 순간 약한 신체에 불과하다. 아무 힘을 가지지 못한다. 오히려 강간을 유도한 유혹하는 몸뚱아리가 된다.



나오미 울프는 말한다.


어느 시대에나 여성에게 아름답다고 하는 특성은 그 시대가 바람직하게 여기는 여성의 행동을 상징할 뿐이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언제나 외모가 아니라 실은 행동을 처방하려고 했다. 여성끼리의 경쟁이 신화의  일부가 된 것도 여성을 서로 분열시키기 위해서였다. 여성이 젊고 처녀라면 "아름다운" 것은 경험이 부족하고 성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성이 나이 들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의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고, 그래서 여성의 세대 간 연결을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나이 든 여성은 젊은 여성을 두려워하고 젊은 여성은 나이 든 여성을 두려워해, 아름다움의 신화에서는 젊은 여성이나 나이 든 여성이나 수명이 짧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급히 여성의 정체성이 "아름다움"에 근거해야 하는 것은 그래야 우리가 계속 외부의 승인에 취약한 상태가 되어 삶에 아주 중요한 자부심이라는 민감한 기관이 비바람에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 P36



위 인용문을 읽으면서 쉼보르스카의 시가 생각났다.
















추억 한 토막



한창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우리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말았네.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소녀.

아, 무척이나 아름다웠네.

그녀의 자태가 눈부시게 황홀했기에

우리는 무심히 휴가를 즐길 수만은 없었다네.



바시아는 넋을 잃고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고,

크리스티나는 반사적으로 남편의 손을 꽉 잡았네.

순간 나는 생각했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하리라.

-당분간 여기 오지 마.

며칠 동안 내내 비가 올 거래.



과부인 아그네슈카만이

환한 미소를 머금고 그 사랑스러운 소녀를 반겼다네.



가장 힘이 없는 상태를 가장 아름답다고 세뇌시키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여자의 행동에 제약을 두는 것. 아름다움의 신화는 그렇게 기능한다. 먹는 걸 덜 먹고 비쩍 마르고 그렇게 힘이 없는 상태, 곧 쓰러질 것 같은 상태가 되어 남자의 보호를 필요로 하게 보이는 것,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도 더 눈에 띄기 위해 노출을 하고 화장을 하고 그래서 더 화려하게 보이는 것. 그건 그 여성의 권력이 될 수 없다. 권력인 듯 보이지만 강한 육체 앞에 힘없이 바스라진다. 아직 이 책의 초반을 몇 장 읽었을 뿐이지만, 우리는 약한 신체를 아름다움과 같은 말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약한게 아름다운 게 아니고 하늘거리는게 아름다운 게 아니고, 무엇보다, 아름다움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인 것도 아니다. 



자, 나오미 울프를 계속 읽어보겠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원래 여성의 영역을 구성하는 요소인 양 가장하고 나타난, 다른 어떤 것들보다 여성을 가두기에 좋은 사회적 허구 가운데 하나였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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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2-14 0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해제 유감에 동의합니다. 해제하는 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저자는 책읽기를 방해할 뿐이지요. 믿고 읽는 정희진쌤도 락방님 추천에 살포시 추가하고 싶습니다 ㅎㅎㅎ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미‘를 추구하는 인간 본성의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름다움이 구체적으로 협소하게 정의되는 지점에 대해 알고 싶어요. 일테면 남성의 늙음은 ‘중후함‘이지만 여성의 늙음은 ‘추함‘으로 이해되는 그런 지점이요.
락방님 글 읽고나니 궁금증이 커져서 맘 급해지네요. 하하하.

다락방 2022-02-14 09:50   좋아요 3 | URL
당연히 정희진 쌤 생각했는데 정희진 쌤이 너무 많이 쓰신것 같아서요.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좀 줘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부러 정희진 쌤 언급은 안했습니다. ㅎㅎ

미를 추구하는 인간 본성의 측면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하지만, 그러나 그 미를 추구한다는 것이 인간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어야 하지 않나,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보고나서 느끼고 감상하고 평가하는 것인데 인간이 다른 인간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권력 관계를 만들어버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자연을 아름답다고 감상할 수 있고 또 가구의 디자인을 아름답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가치로 만다는 것은 지양해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요.

위의 36페이지 인용문을 보면, 여성의 늙음을 ‘추함‘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여성이 늙을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돼요. 더 자유롭고 더 강해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후려치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책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님. 손에 계속 형광펜 쥔 채로 읽어야할 듯 합니다. 후훗.

청아 2022-02-14 0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자기전에 ‘해제‘읽었는데요 지식융합연구소 소장,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에 뜨악했습니다. 그래서 해제 읽기도전에 실망했는데 역시 뭔가 이상하더라구요. 근데 뭐가 이상한지 딱 꼬집지 못했는데 역시 다락방님👍 거기다 친절하게 대안제시까지 너무너무 멋지심요!!!! 해제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합니다.

다락방 2022-02-14 09:51   좋아요 3 | URL
아니 그러니까요 ㅋㅋ 지식융합연구소.. 문화창조아카데미.. 갑툭튀... 아닙니까? 2020년에 75세인 한국남성 에게 도대체 왜 이 책의 해제를 맡긴건지 미스테리.. 김영사랑 모종의 관계가 있는 분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흥!!

그렇게혜윰 2022-02-14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제와 내용이 안 맞는 거 맞죠????

다락방 2022-02-14 09:52   좋아요 3 | URL
해제와 이 책의 내용이 안맞는다기 보다는 음, 제 생각엔 여성주의자 아닌 분이 여성주의 책을 읽고 해제 쓰신 것 같아요. -.-

그렇게혜윰 2022-02-14 10:10   좋아요 0 | URL
출판사가 좀 못 미더워지는 지점이네요....

다락방 2022-02-14 10: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흠.

수이 2022-02-14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제를 읽고 미친듯 웃음을 터뜨렸어요 어이가 없어서, 저도 김영사와 뭔 관계가 있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어요.

다락방 2022-02-14 10:43   좋아요 1 | URL
그쵸? 김영사의 고문 쯤 되는건가, 뭐 그런 생각했어요. 너무 생뚱맞아서 말이죠. -.-

등롱 2022-02-14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제 읽고 이게 무슨 말인가 어이가 없다못해 불쾌했어요!!
솔에서 낸 버지니아 울프 전집 서문 생각이 나더라구요, 울프가 여성주의를 넘어 휴머니즘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서문이 전집 앞에 떡하니 실리다니 대체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기막혔던 일이 떠올랐거든요.

해제 맨 마지막의 문장이 너무 기가 막히고 기분이 나쁜 거예요, 여성이 누구냐니... 책을 알기는 하고 한 말인가 싶고요.
저는 해제 쓴 이야말로 누구냐고 되묻고 싶었구...

하지만 서문 들어가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읽느라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갔습니다. 저 해제는 책에 대한 모독 같아요.

다락방 2022-02-14 13:52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의 해제를 쓴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쓴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페미니즘에 대해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해제를 쓴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데 솔.. 에서 낸 버지니아 울프 전집 서문도 그런가요? 아니, 대체 출판사들은 왜!! 이미 좋은 책을 번역해 내면서 해제로 코를 빠뜨리죠? -.-

저 역시 해제에 기분 나빴다가 나오미 울프의 글을 보면서는 그렇지 그렇지 고개 끄덕이며 시작했어요. 후훗.

- 2022-02-14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영사가 잘못했네. 이민경 해제 강추요. 저는 아직도 그녀가 쓴 <자기만의 방> 해제를 잊을수가 없습니다. 해제 읽다가 울기는 처음이었지...

다락방 2022-02-16 16:55   좋아요 1 | URL
이민경이 쓴 자기만의 방 해제라니.. 그 자기만의 방은 어디 버젼인가요? 저 민음사 읽었는데 해제가 누구인지 기억 전혀 안나는 부분... 흠..

- 2022-02-16 19:56   좋아요 0 | URL
쏜살문고의 책이예요. 진짜 아름다워요. 만약에 사실거라면 상관이 없고, 안사실 거라면 제가 해제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아주 구석구석 띵문으로 눈물이 넘쳐 흐르니까 그정도는 서비스 쌉가능!

얄라알라 2022-02-14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영향력이라면, 김영사 편집회의를 움직이실 수 있을 듯. 재판 나올 때는 꼭 해제를 다른 분께^^

다락방님께서 올리시는 책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난간인데, 저는 사진 속 커피가 식을까봐 멀리서 조마조마^^

제가 최근 2번 읽은 <임신 중지>에서도 우리 나오미 울프 쌤이 등장하세요. 저자 에리카 밀러가 비판적으로 울프 쌤을 인용하는데 요 부분은 ˝아름다움˝ 논의와는 결이 다르니 다음에 맥이 닿는 얘기 나올 때 더 이어가보고 싶어용

다락방 2022-02-16 16:56   좋아요 0 | URL
재판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온다면 진짜 해제 바꿔야 합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해제에 무슨 날벼락.. 어휴..
저는 뜨거운 걸 잘 못마시긴 하지만 그렇다고 미지근해진 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므로 요즘 같은 날은 저렇게 사진 후딱 찍고 금세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옵니다. 후훗.

임신 중지도 읽어봐야겠어요.
그게 누구든, 어떤 사람에게는 칭송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또 백개 잘한게 있어도 한 개 비판할 게 있기도 할거고요. 아직 나오미 울프의 책을 다 읽지 않은 터라 어떤 걸 비판할지 모르겠지만, 나오미 울프 책 다 읽고 임신중지도 꼭 읽어야겠어요!

난티나무 2022-02-14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제 ㅠㅠ 저도 읽으면서 응? 하다가 아! 책 팔려고 ??????@@ 이랬다는요.ㅠㅠ
김영사 완전 반성해야 합니다.

다락방 2022-02-16 16:57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이 읽으면 좋을 책 리스트 보고는 뭐여, 책 팔려고 해제 쓴겨? 라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아니, 저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저런거 해제 부탁해도 ‘이건 내 몫이 아닌 것 같네‘ 하고 거절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에휴..

거리의화가 2022-02-14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래 저는 해제를 마지막에 읽는 편이라 아직 안 읽었는데 저런 띄웅할 일이 있었나요? 진짜 당황스럽네요. 김영사는 책을 팔아먹을려면 제대로 된 사람을 찾아야지ㅉㅉㅉ 그래도 나오미 울프 글은 좋아서 다행입니다.

다락방 2022-02-16 16:58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한 사람, 그러니까 페미니즘 마인드로 살아가는 사람은 결코 아닌 사람이 쓴 해제입니다. 다 된 나오미 울프에 해제 빠뜨리기...쯧쯧.

책읽는나무 2022-02-14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해제 읽다가 응??? 이게 무슨 말이지??? 했던 부분이 딱 인용문으로 실으셨네요?ㅋㅋㅋ
전 아직 몇 권 읽지 않은 초짜라 내가 문해력이 딸리나보다?? 내가 제대로 해석하고 있나?? 자기 의심만?????ㅋㅋㅋ
저는 당연히 여성주의 책이라면 이쪽 계통에 연관된 정희진쌤 같은 분이 쓴 해제이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좀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듯 하다???? 보통 해제나 서문을 읽고 가슴이 벅차거나 흥분하곤 하는데 왜 흥분되지 않지?? 생각하며 이틀 책 내려 놓았다가 주말에 다시 읽으면서 나오미 울프 이야기에 푹 빠지다 보니 해제는 까먹었네요ㅋㅋㅋ
근데 저는 좀 놀랐던 게요~김영사에서도 이런 책을 냈었구나?? 좀 놀랐어요. 그닥 신뢰하지 않는 출판사 중 하나였던 것 같거든요.

다락방 2022-02-16 16:59   좋아요 1 | URL
본문이 좋은데 해제가 저모양이라니, 이건 해제를 부탁한 출판사 쪽에서도 본문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본문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김영사랑 모종의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 써달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강압적 상황이었거나. 뭐가 됐든 참 싫습니다. 저도 김영사에서 이 책 낸 거 보고 좀 읭 스럽긴 했어요. ㅋㅋㅋㅋㅋ 딱히 신뢰하지 않는 출판사인데 더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출판사네요?

독서괭 2022-02-1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해제 읽으며 ??? 하다가 나오미 울프 글 들어가면서 잊어버렸는데, 딱 집어 지적해주시니 좋네요^^ 정말 책 좀 다시 내주면 좋겠습니다. 저 줄 쫙쫙 그으며 읽고 있어요. 근데 <올리브 키터리지>가 끼어들어 버림..ㅎㅎ

다락방 2022-02-16 17:00   좋아요 1 | URL
저런 해제를 맨 앞에다 딱 싣다니 진짜 무슨 생각인지. 아이 돈 노우 네요 ㅋㅋㅋㅋㅋ
저도 밑줄 그으며 읽고 있어요. 2월 안에 다 읽어야지 생각하는데, 되겠죠? 책이 재미있어서 너무 좋아요! 지금 조금밖에 못읽었는데 뒤에 펼쳐질 내용들이 기다려져요. 후훗. >.<
 
















로리는 오스카의 청혼을 받아들였고 사라와 잭은 헤어졌다. 사라는 잭과 헤어진 후 이별의 고통을 겪으면서 로리에게 너는 그와 계속 친구관계로 있어달라고 부탁한다. 로리는 알겠다고 한다. 사라는 잭과 헤어졌지만 로리는 가끔 잭과 연락하는 사이. 그리고 로리는 오스카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태국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뜨거운 ㅅ ㅔ ㄱ ㅅ ㅡ  즐겼던 오스카와 결혼을 하는 거다. 결혼하기 전전날, 두 사람만의 파티를 즐기기 위해 로리와 사라는 만난다. 오늘은 마음껏 즐기고 놀자, 우리의 싱글 파티! 뭐 이런 거다. 로리는 사라에게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을, 자신이 항상 몸에 지니던 것을 선물로 준다. 너가 내 친구라 고마워. 둘은 한창 감동에 젖고 샴페인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또 무슨 카드 뽑아서 거기에 있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게임같은 것을 하다가 서로 인생에 사랑이 몇 번이었냐 이런걸 묻게 되고, 자연스레 그간 말하지 않았던 버스보이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로리의 낌새를 눈치챈 사라는 너 버스 보이 찾았는데 나에게 말하지 않은거구나, 하게 되고 그런거 아니라고 로리는 얼른 화제를 돌리려고 했지만 샴페인을 마시기도 했고 뭐 어쩌다 보니 만났지만 말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고 그 분위기에서 사라는 눈치를 챈다.


네 버스보이는 잭이엇구나!


그것은 물음이 아니었다. 확신이었다. 아, 그랬구나. 그래, 항상 너희둘 사이에 뭔가 있다고 생각했어. 근데 버스보이였구나. 너는 내가 소개시킬 때부터 알아본거지? 왜 말 안했어? 잭도 널 알아봤니? 니네 내 뒤에서 웃고 있었던거야? 이러면서 사라는 상처받은 마음을 드러낸다. 로리는 로리대로, 그래 네가 우리를 소개시켰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내가 어떻게 말할 수 있었겠니, 너는 그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리고 잭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 내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네가 이해 좀 해주면 안돼? 나도 편치 않았다고. 나는 너의 남자친구로만 보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이젠 친구로 보고 있단 말이야.. 라면서 로리는 로리대로 이야기해보지만, 아, 사라는 도망칠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거다. 


'You swear on my life you never so much as kissed him?' -p.269


잭하고 키스한 적조차 없다고 목숨 걸고 맹세할 수 있어? -책속에서



아... 이건 어쩌란 말인가. 차라리 섹스였다면, 그러니까 잭하고 섹스한 적조차 없다고 목숨 걸고 맹세할 수 있어? 라고 물었다면, 바로 그렇다는 답이 나왔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정말로 맹세할 수 있으니까. 안했으니까.그렇지만 키스라면, 했기 때문에, 안했다고 할 수가 없다. 그건 거짓말이니까. 물론 잭이 버스보이라고 말하지 않은 것부터가 거짓말의 시작일 수 있었겟지만, 그런데 잭이 버스보이란 것을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가장 친한 친구, 가장 좋아하는 친구, 나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가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그렇게나 부르짖었던 남자인데. 그런데 그 사람이 알고보니 버스보이인데, 거기에서 '니가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 남자가 내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첫 눈에 반해서 날 미치게 만들던 그 남자야' 라고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사라는 상처받았다. 사라는 로리의 곁을 떠난다. 받았던 선물도 돌려준다. 결혼식 잘하라고 얘기하며 떠난다. 나는 네 결혼식에 가지 않을 거니까. 로리의 결혼식의 로리의 가장 절친이, 베스트프렌드가 오지 않겠다고 한다. 로리 때문에 상처 받아서. 나는 사라가 내뱉은 말에서 역시나 또 가슴이 아프다. 


'You know who I feel sorry for? Oscar. Poor fuck doesn't even know he's second best.' -p.269


지금 제일 불쌍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오스카. 자기가 차선책인 줄도 모르는 사람. - 책속에서



오스카가 second best 라는 것은 로리 역시 알고 있었던 바다.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말은 가슴이 아프다. 웨딩드레스를 고르러 갔을 때 웨딩샵의 직원이 '네가 항상 꿈궈왔던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거니 축하해' 라고 말하는거다. 그 축하를 들었을 때 로리는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결혼하게 될 남자인 오스카를 떠올린 게 아니라 잭을 떠올린 거다. 

물론 내가 최선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해도 언제나 최선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의 일이란 것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때로는 차선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생기는거다. 아니, 인생에선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렇다고 차선책이 나쁘다고만도 할 수 없다. 내가 꿈에 그리던 사람과 살아간다면 좋겠지만 내가 꿈에 그렸던 바로 그 상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 모자란 점을 보완해가면서 즐겁게 살아가고 또 행복하게 살아가면서 이건 이대로 참 괜찮은 인생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세상에 내가 꿈꾸던 바로 그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그런 사람과 결혼했다고 반드시 행복하리란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네가 꿈꾸던 사람' 이라는 말에 떠올리는게 내가 결혼할 남자가 아니라 다른 남자의 이름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바로 생각난다면, 이건 시작부터 조금 삐걱거리는 건 아닐까. 아무튼, 그렇게 결혼식 이틀전날 사라에게 잭이 버스보이였다는 걸 말할 수밖에 없었던 로리는 가장 친한 친구를 잃는다. 사라와 잭이 헤어졌다고 해서 그 일이 괜찮은 건 아니니까. 어쩌면, 한 삼십년 후쯤 혹은 사십년쯤 후에는 말해도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우리 젊은 날 내가 버스보이한테 빠졌던 거 기억하지? 그거 사실 그 당시 니 남친이었던 잭이었어... 라고. 그때쯤이면 아이구야... 하면서 금세 용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렇게 로리와 사라는 서로를 잃는다.



이번주 분량까지를 다 읽고 이 책을 함께 읽는 친구들과 너라면 말했겠냐 아니겠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어쨌든 이 소설의 존재 의미는 결혼 전전날 밤에 들켜버림으로써 진행되는 것에 있겠지만, 자,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은? 내가 너무나 강하게 반한 사람,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될것 같은 사람을 내내 베프에게 말했는데, 베프가 '나 결혼하고 싶은 남자 있어' 이러면서 데려온 게 바로 내가 원한 그 남자라면? 


1.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혹은 바로 다음날이라도) '네 남친이 내가 바라던 그 남자야' 라고 말한다.

2. 친구가 결혼하고 싶다는 남자인데 그걸 대체 말해 무엇하나, 말하지 않는다.


이건 참 답이 없는 문제같다. 만약 바로 말한다면 친구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걸까. 아 니가 원했던 남자이니 내가 양보할게, 하란 말인가. 만약 양보하는게 아니라 '유감이지만 내 남친이니까 할 수 없지 네가 마음 접길 바라' 라고 하면서 예쁜 사랑 할 수 있을까? 내 친구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내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수시로 '내 친구가 내 남친을 좋아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진 않을까? 처음 순간 말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비밀로 가져가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그에게 얼마나 반해있는지를 내 친구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쪽이 더 나았을 것이다. 차라리 내가 싫어하는 남자를 데려오는 편이 말하기 더 쉬웠을텐데. 그럼 욕하고 싶은 마음만 참으면 되니까. 

이번 주엔 좀 게을리 읽어서 오늘에서야 허겁지겁 이번주 분량을 마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그랬다.



"나는 만약 내가 사귀었던 남자라던가, 아는 사이라든가, 조금 좋아했던 사람을 네(친구)가 데려온다면, 바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아, 네 남친 사실 내 구남친이었어, 라든가 '윽 그 남자 내가 좋아했었는데!' 혹은 '오 잠깐 썸타던 사이야' 라든가 '알고 지내던 남자야' 라든가 기타 등등. 그렇지만 만약 네가 데려온 게 B 라면 나는 말하지 못할 것 같아. 내가 그동안 너한테 내가 얼마나 그를 좋아했는지 수천번도 넘게 말했는데, 그런데 어떻게 네 남친이 그 남자다 라고 말을 하겠어. 그러면 우리 셋 다 어색해지는거지."



친구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그건 다르다고. 그사람이라면 말하지 못함이 당연할 것 같다고. 대체 그걸 말해서 뭘 어쩔 수 있나. 친구와 내 사이만 더 어색해진다. 네가 지금 사랑한다고 데려온 그 남자, 내가 오래 사랑한 그 남자다.. 이런거 말해서 도대체 누가 어떤 이득을 받는단 말인가. 어떻게든 상처가 될텐데 .. 만약 내가 그를 오래 좋아했던 걸 모르는 친구라면, 그러면 얘기할 수 있다. 마음은 찢어져 너덜해져있을 지언정 '아이쿠, 네 남친 내 전남친이네.. 껄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전남친들 중 한 명이야. 껄껄. 이렇게 아무일도 아닌척 하는게 되겠지만, 내 스토리를 전부 알고 있는 사람에게 그 말은 못한다. 못하지. 그런면에서 보면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나는 내 스토리를 말하지 않고, 내 사연과 감정들을 말하지 않고 사는 쪽이 더 편해지는 길일지도 모르겠지만(샐린저가 호밀밭에서 이런 뉘앙스의 얘기 하지 않았나?), 그러나 나는 내 스토리를 허구헌날 여기다 써버리는 바람에 이천칠백명 이상이 알고 있지... 라이프 이즈.. 왓?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잘못했다 진짜루... 그치만 뭐.... 라이프 고우즈 온.....


만약, 로리가 잭과 그 눈오는 밤 키스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오늘 이랫던 것은 금붕어에게도 말해선 안돼, 하면서 단 둘만 아는 비밀을 만들지 않았다면, 신체적 접촉과 그 전과후의 둘 사이의 비밀 그 맥락과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다면, 로리가 잭을 잊는 것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사라에게 아니야 무슨 키스를 해! 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오스카를 만나 뜨거운 태양 아래 키스하면서 잭을 잊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버스보이로서, 처음 반한 사람으로서의 잭이기만 하다면 잊는 것은 조금 더 쉬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눈오는 밤의 키스는, 그렇게나 달콤할 줄 몰랐던 그 키스는, 금붕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 키스는, 너무 강한 한 방이었어. 어떻게 잊니, 너를.....


그러니까 왜 연애를 해가지고 이렇게 골치 아프게 만드나. 연애를 안하면 세상 심플해진다. 내가 연애를 안하면,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면, 내 친구가 어떤 남자를 데려와도 콩그레츌레이션~ 할 수 있단 말이다. 그러나 이제 앞으로 연애를 안한다고 해도 이미 내가 해왓던 연애는... 왓 더 뻑...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자, 잭은 사라와 헤어졌다. 교통사고 후로 일도 끊겼고 엉망진창으로 살았지만 다시 새 삶을 살기로 결심했고. 그런데 스코틀랜드에서 일자리 제의가 들어왔다. 너 우리한테 와서 일해볼래? 잭으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다. 그래서 가기로 한다. 그래서 로리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다. 만날 약속을 정한 건 아니고 로리의 회사 앞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로리를 마주친다. 그런데 로리는 마음에 딱 드는 웨딩드레스를 발견하게 되고 잭은 그녀와 함께 샵에 들어가게 되고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모자를 구경하다 사는데, 모자를 팔던 샵의 직원은 잭에게 혹시 우리가 바깥에서 만날 수 있느냐고 관심을 표한다. 잭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이제 싱글이니까!)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안된다고 말한다. 저는 내일 다른 지역으로 가거든요, 라고. 그 말을 하러 로리에게 왔지만 로리에게 아직 말하지 못했는데, 그러니까 웨딩드레서 샵에서 나가서 까페에 가면 정식으로 말하려고 했는데, 그런데 로리가 들어버린다. 뭐라고 잭? 너 떠난다고? 너 다른 나라로 간다고? a different country? 



그들은 까페에 갔다. 잭은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왔음을 말한다. 그래서 떠나야 해. 언제? 내일. 뭐야 당장 내일 간다고? 로리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자기가 뭘 어떻게 잡겠는가. 그에게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안다. 그리고 이 기회를 잡는게 잭에게 더 좋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잭이 이 나라를 떠날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내가 이해하는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일이다. 아프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소설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아니, 나는 그러니까 이 소설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소설 인생 어언~~ 몇십년 차, 짐작하고 있었다. 목차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단 말이다. 자, 이 때 만났는데 십년간 진행된다면, 이건 필시 처음엔 잘 안되고 각자의 애인도 생기고 각자의 삶 살아가다가 나중에 역시 우린 서로여야 했어, 하는 이야기겠군, 이라 짐작했단 말이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진행되어 가는 것 같았는데, 아니, 거기에 한 쪽이 다른 나라 가는건 없었어요... 갑자기 이런 디테일로 치고 들어오면 내 마음이 헐트 브로큰 되어버리죠. 그리고 꼭 내 마음같은 독백이 나온다. 로리가 한다. 잭이 가야한다는걸 알면서, 그러니까 잭이 떠나는 것이 잭의 인생에, 새로운 삶에 더 도움이 될거라느 걸 알기 때문에, 그래서 작별 인사를 하면서, 그런데 나는 잭이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는 그 마음이 가득 실린 독백이다. 나는 형광펜으로 박박 밑줄을 그었다. 이 부분을 읽는데 2010년 6월의 내가 되었다.



He leans down and kisses my cheek, and I catch hold of him, an awkward half-hug because I don't even know if I'll ever see him again. He doesn't push me away. He sighs, his hand gentle on the back of my head, and then he says, 'Love you, Lu,' as if he's exhausted.

I watch him shoulder his way out through the cafe, and when he's gone I take the hat off and clutch it. 'Love you too,' I whisper. I sit there for a while, the hat in my hands, my wedding dress at my feet. -p.256


그가 몸을 숙여 내 빰에 키스한다. 내가 그를 붙잡고 어설프게 끌어안는다. 그를 다시 볼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그는 나를 밀어내는 대신 가볍게 한숨짓는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부드럽다. 그러다 그가 말한다. "사랑해, 루." 더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사람들을 이리저리 피해 카페를 나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가 사라졌을 때 나는 모자를 벗어 손에 움켜쥔다. "나도 사랑해." 내가 중얼거린다. 모자를 손에 든 채로, 발치에 웨딩드레스를 놓은 채로, 나는 한동안 거기 그렇게 앉아 있다. -책속에서



아... 이 기분으로 오늘 독서는 더이상 못하겠다. 와인이나 꺼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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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Schatten 2022-02-13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 MLTR의 25minutes도 떠올라요. 아 쌔드엔딩이었군요.

다락방 2022-02-14 09:06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총 400페이지가 넘고요 저는 이제 막 300페이지를 읽었을 뿐입니다, 페르소나 님. 물론 누구의 입장이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새드엔딩 이라 볼 순 없을것 같아요. 새드한 순간들이 수시로 찾아들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마이클런스투락 25미니츠, 적절하네요. 그 노래 들으면 근데 남자 좀 바보 같지 않아요? ㅋㅋ

PersonaSchatten 2022-02-14 09:31   좋아요 1 | URL
죄송해요. 리뷰인 줄 알았어요. 그러고 보면 웃기긴 해요. 근데 그땐 그런게 멋있었던 거 같고요. ㅋㅋㅋ 얼마 전에 산책하면서 서지원 노래 듣는데 왜 사랑하는 사람은 다 하늘에 있는 건지. 썸은 왜 널 닮은 애로 시작하는 건지. 고민하면서 걸었어요.

다락방 2022-02-14 10:01   좋아요 2 | URL
저는 ‘널 닮은 애‘를 사랑하는게 너무 싫어요. 아 진짜 너무 싫어요. ㅋㅋㅋ 갑자기 분노 폭발 ㅋㅋㅋㅋㅋ

PersonaSchatten 2022-02-14 10:02   좋아요 1 | URL
공감합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2-02-14 10:03   좋아요 2 | URL
저 25분 들으면서 막 슬퍼하고 낭만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랬는데 ㅋㅋㅋ 진짜 감성 폭발하는 노래였는데, 생각해보면 진짜 찌질한 놈이에요. 바보냐? 막 이렇게 되묻고 싶은 ㅋㅋㅋㅋㅋ

PersonaSchatten 2022-02-14 10:21   좋아요 1 | URL
이 여자가 내 여자야 마음을 먹고 찾아다니는 설정 부터가 뜬금없죠. 웨딩드레스 입은 여자가 예랑이 두고 네 키스가 그리웠다고 하는 것도 좀 그렇고요. 그리고 바람 맞고 집에 가서 슬퍼하고…
한때는 왠지 비맞으면서 들어야 할 것 같은 노래였는데… ㅋㅋㅋㅋ

- 2022-02-13 21: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는 첫눈에 반하거나 하는 경솔한 사람이 아니쥐만 ㅋㅋ 굳이 선택해야한다면 1번을 선택하고 친구에게 쿨하게 손털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렇게 정리해야지 안고 있으면 마음만 커져... 그리고 저........... 태그 봐버림.... 와인 마셔요 토닥토닥..... 난 빨래나 개워야겠다...

잠자냥 2022-02-13 21:35   좋아요 4 | URL
빨래를 얼마나 먹었기에 개워?

- 2022-02-13 22:00   좋아요 3 | URL
빨래 갠다고 해요? 개우다 사투리여? ㅋㅋㅋ ( 아직 표준어 동기화 안됨 ㅋㅋㅋ)

다락방 2022-02-14 09:07   좋아요 2 | URL
저는 쿨하게 손털겠다는 약속을 상대가 얼마나 믿을지 모르겠어요. 그건 순간순간 나와서 괴롭히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쟤 아직도 좋아하는거 아닐까?‘ 뭐 이런거요. 그래서 이 경우엔 모르는 게 약이다.. 싶긴 해요. 아, 역시 비연애가 답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2-14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2번, 끝까지 말 안합니다. 말해봤자 서로 찜찜할 뿐이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환상속에 보았던 남자보다 여전히 내 친구가 더 좋을것이기에요. ^^

다락방 2022-02-14 09:08   좋아요 1 | URL
맞아요, 바람돌이 님. 저는 말한다고 솔직해줘 고마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 찜찜할 것 같아요. 그 커플이 이어지면 이어지는대로 헤어지면 헤어지는대로 어쨌든 찜찜함이 남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들키면 친구사이 박살 나는 거지만..
저는, 음, 좀 말장난같긴 한데, ‘친구가 더 좋다‘ 기 보다는 ‘남자가 덜 좋다‘ 가 저에게는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그래봤자 뜻은 같은거겠지만.. 역시 말장난 같네요. 하핫 ;;

책읽는나무 2022-02-14 0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같음 마음은 1 번이겠으나, 아무래도 2 번을 택해야만 하는...ㅋㅋㅋ

아...근데 가만 생각하니 저 저런 경험 생각났네요?
아니..내가 1 번을 말했다는 게 아니고, 어릴 때 내가 1 번 이야기를 들었던..ㅜㅜ
난감 당황...나중엔 좀 멘탈도 흔들려 어째쓰까나? 하다가 좀 어릴 때라 그랬던 건지..그래!! 아주 쿨하게 사랑과 우정 사이 중 나는 우정을 택한다!! 해줬더니, 내 친구는 미안해서였나? 둘이 사귀진 못하더라구요.
더 웃긴 건 둘이 잘되라고 멍석 깔아줬더니 남자 걔는 다른 애가 고백해서 제3자 걔랑 사귀더라는??
줏대 없는 놈이었구나? 좀 충격 먹고~ㅋㅋ
그 커플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었지만^^
암튼 내게 고백한 그 친구는 오랫동안 양심의 가책으로 힘들었던 건가? 저와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해주려 물심양면 뛰어 주던데, 한 번 마음을 비웠고, 그 친구를 보면 고백하던 그 친구도 떠오르기도 했고, 좀 어렸고..그러다 졸업해버리다 보니 연결되진 못했었죠.
졸업하고 ‘사랑과 우정 사이‘란 노래가 확 유행하던데 처음 그 노래 들었을 땐 좀 울었던가??ㅋㅋㅋ
그러다 남편을 만난 후, 어느새 그 노래 들음 혼자서 내가 저 노래 주인공 한 적 있었지!!! 뿌듯해하며 들었네요ㅋㅋㅋ
호기로운 고백은 확실히 서로의 관계가 복잡미묘해지는 것 같아요. 근데 또 속으로 응큼하게 품고 있는 것도 뭔가 거시기하고???
남녀 관계란, 그 감정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2-14 09:20   좋아요 2 | URL
갑자기 저 대학시절 친구 생각나네요.
제 친구가 같이 알바하는 남자선배를 짝사랑했는데요. 그를 짝사랑한다고 여자선배에게 늘 고민을 했고 그래서 그 선배도 제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그 남자선배랑 여자선배랑 연인이 되었따고 해서 제 친구가 대충격을 먹었던.... 하아-

저에게 있었던 일도 있어요.
저는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동갑 남자를 좋아했는데 직장 후배가 그 남자를 너무 좋아한다며 저한테 고백하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제 감정을 말하지 않았던터라 거기에 대고 ‘나도 좋아해!‘ 하지를 못하겠고, 그래서 알겠다, 하고 후배가 그 남자에게 고백하게 도와줬어요. 근데 그 남자가 후배의 고백을 듣고 ‘나 좋아하는 여자 있어‘라고 했다고. 후배는 저에게 와서 아무래도 그거 언니 같아요, 라고 저에게 말했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ㅋㅋㅋㅋ

세상에 이런 이야기는 진짜 무수히 많은 것 같아요, 책나무 님. 호기로운 고백이 고백하는 당시에만 호기롭지 호기로운 결과로까지 이어지는건 아니죠. 맞습니다.

단발머리 2022-02-14 19:59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 노래를 들으면서 주인공이 되는 그런 멋진 추억을 갖고 계신거 축하드려요.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다락방님 / 이 이야기로 따로 페이퍼 하나 쓰셔야지요. 댓글로 때우지 마시구요!!!!!!!!!!! 고백하게 도와주는게 도대체 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16 17:04   좋아요 0 | URL
아 도와준 건 별 거 아니고.. 걍.. 유치해서 말을 못하겠네.
몇 명이서 함께 술먹고 있는데 이 후배가 ‘저 밖에 나가 있을테니까 오빠 좀 내보내줘요‘ 했었어요. 고백한다고.. 그래서 ‘**씨 잠깐 나가보세요‘라고 내보냈었던. 아니, 나도 좋아했는데..

그리고 이런 일도 있었어요. 아놔 유치해.

그러니까 지금이야 음악 검색하는 앱도 있고 그래서 길가다 좋은 음악 나오면 음악 검색하고 그럴 수 있지만, 저 때는(이십대 중반, 막 대학졸업한 직후) 그런게 없었단 말이죠. 근데 저 남자가 밴드를 하고 있었어요.
저는 여느때처럼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에 올라가는 노래가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그 노래의 제목을 알고 싶은데 모르겠는거죠. 레코드가게에 전화해서 이 영화의 노래가 뭔지 아냐 물어보기도 하고 그러는데 직원도 잘 모르고 그런데 이런 가사가 들리는 것 같다 이러면서.. 헤매다가, 그 남자에게 물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 후배에게 이 노래 제목좀 아냐고 물어봐줘, 라고 얘기했어요. 니가 물어보는 것처럼 대화 한 번 더 하라고. 그런데 다음날인가, 글쎄 그 남자가 쪽지에 그 노래 제목과 가수를 써가지고 저한테 주더라고요.

˝이거 락방씨가 궁금했던거죠?˝ 하면서요.

아니 어떻게 알았지... 크- 가슴이 몰랑몰랑해지네요.

단발머리 2022-02-14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끝까지 말 안한다, 안 본다, 친구로도 안 지낸다, 멀리 이사 간다에 한 표입니다.
그냥 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 사이에도요. 그냥 뭐랄까. 심쿵 모먼트 있더라구요. 그럴 수 있잖아요, 사람일이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내가 최선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해도 언제나 최선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의 일이란 것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때로는 차선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근데 저는 이 문장 읽는데, 왜 이번 대선이 생각나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으면 차선책이라도 잘 선택합시다, 여러분!! 이천칠백명 이상이 이 방에 들어오시는 거 알아요. 다락방님 위 문장 기억해 주세요!!

책읽는나무 2022-02-14 20:22   좋아요 1 | URL
이...이...이천칠백명이요???????
앗!!!!
오마이갓!!!!!

다락방 2022-02-16 17:06   좋아요 2 | URL
세상에 단발머리 님. 멀리 이사 간다니.. 단발머리님은 정말 이성적이고 냉정한 분이시네요. 그게 사실은 가장 옳은 선택, 가장 잘못될 확률이 적은 선택이죠. 내가 이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기 싫다면 단발머리 님처럼 하는게 정도 라고 생각해요. 가야 할 바로 그 옳은 길. 그렇지만.. 아니 어떻게 그러죠? 내 마음.. 그를 보고 싶은 내 마음은 어떡하고요? 아.. 역시 저는 .. 제가 로리 였어도 잭하고 키스 했을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차마 섹스까지는 못해도 저는 키스는 했을듯요. 근데 로리처럼 한 번으로 끝나진 않았을 듯. 볼 때마다..

그만둡시다.

독서괭 2022-02-16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마음이 헐트 브로큰 되어버리죠˝ - 전 다락방님 이런 문장 왜이리 좋은가요? ㅎㅎㅎ
저도 친구 생각하면 끝까지 말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친구랑 계속 친하게 지내면서 남친도 계속 보면, 마음 접기 넘 어려울 것 같으니 친구랑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사라 입장이라면 그냥 아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장애물이 있어서 더 애틋해지는 역효과도 날 것 같고.. 차라리 시원하게 사귀고 못 볼 꼴 보고 헤어지면 미련도 안 남을 수도 있는데요.. 흠..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락방 2022-02-16 17:1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는 로리라면 말을 못하겠지만 사라 라면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에 딥빡이 왔을것 같아요. 배신감이 커다란 바위가 되어 저를 덮쳤을듯요. 윽..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것은 좋은것인데 왜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걸 보장하진 못할까요. 인생은 정말 어렵습니다. 라이프 이즈 쏘 디픽컬트 앤 쏘 하드... ㅋㅋㅋㅋㅋ
 













시사인을 포함한 모든 주간지를 읽을 때는 뒤에서부터 읽는다. 뒷부분의 기사들이 사실 나에게는 더 흥미로운 기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짧기도 하고. 시사인도 신간 소개는 뒷부분에 실려있다. 그러다보면 앞부분을 안읽을 때가 많은데, 그런데 나는 왜 시사인을 읽을까? 하하하하.

여튼 이번호의 <배순탁의 音란서생>에 익숙한 사람의 사진이 실려있길래 읽었다. 이 코너는 안읽고 넘길 때도 종종있는데, 아니 가운데에 떡하니 데이비드 포스터가 있는게 아닌가.

데이비드 포스터를 아주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그가 만든 곡들이 다 너무 좋아서 그의 앨범 몇 개도 가지고 있다. 어릴때 산거라 다 카셋트 테이프로 가지고 있었는데, 아 생각해보니 나 테이프 다 처분했지. 그렇다면 시디 몇 개는 남아 있을까? 아무튼 너무 좋아해서 편지도 쓰려고 했었는데 썼는지 안썼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썼나? 오래전의 일이라... 

그가 만드는 곡이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그가 대중이 무얼 좋아하는지를 잘 안다는건데, 그걸 아는 것에 있어서는 정말 천재적인 사람이란 생각을 늘 해왔다. 대단해,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나는 그가 만든 곡들중 <and when she danced>를 정말 좋아한다.





올리비아 뉴튼 존과 함께 부른 <the best of me>도 정말 정말 좋아한다.





크- 대단한 사람이지. 천재적이야.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이렇게 많이 만들다니. 진짜 대단해... 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런 데이비드 포스터를 똭- 시사인에서 만난거다. 크- 그런데 읽다보니 배순탁이 말하기를, 아니, 넷플릭스에서 데이비드 포스터 다큐멘터리를 봤다는 게 아닌가. 뭐라고? 데이비드 포스터 다큐가 있어? 오케이 접수. 나는 당장 어제 점심부터 데이비드 포스터의 다큐를 보기 시작했다. 크-

예상했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천재였다. 절대음감이었다. 결코 부자가 아닌 그의 부모는 그를 위해 노후자금까지 투자한다. 그에겐 여자형제만 여섯인데 엄마는 어릴때부터 여자형제들에겐 아침으로 토스트만 구워줬다 하고 데이비드 포스터에게는 베이컨과 에그를 줬단다.. 아니 캐나다.. 도 그래? 대환장. 여튼 그러면서 데이비드 포스터가 어떻게 음악 공부를 하고(그는 모든 악기를 다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얼 하고 싶었는지, 어떻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눈에 띄게 됐는지 등에 대해 보게 됐고 그리고 그가 시카고를 만나 인기 떨어지던 그들을 정상에 올려두었지만 그들과 사이가 멀어진 일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크. 시카고. 시카고 역시 내가 학창시절 정말 좋아했던 노래 <hard to say i'm sorry>를 부르지 않았던가. 이 노래는 아주 오랜 후에 남동생이 직장에 다니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전화를 걸어와서 물어본 노래였다. 누나, 나 지금 점심먹으면서 동료들하고 얘기했는데 이 노래 제목이 생각이 안나서 말을 못했어. 이게 뭐였지? 하고는 따따 따다다다 따다다~ 하길래 내가 시카고. 하드 투 세이 아 임 쏘리! 하기도 했던 노래다. 나는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이 앨범도 샀었는데 그 앨범에 함께 실린 <you're the inspiration>도 좋아한다.




이 노래 가사가 어떤줄 아는가? 에브리바디는 떨어져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녀가 말했어요, 우리가 서로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휴일은 필요한거예요. 우리가 서로로부터. 이런 가사다. 크- 





시카고는 밴드였고 이 밴드는 그들만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데이비드 포스터 덕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음반사의 초청도 받고 여태 활동할 수 있게도 되었지만, 그러나 보컬인 피터 세테라 말고는 사실 멤버들이 그걸 원한건 아니었다. 각자 자신이 맡았던 악기를 연주해서 자신들의 음악을 하길 바랐는데 데이비드 포스터가 와서 자신들을 일등 시켜주었지만 어떤 악기를 연주할 필요가 없게 하고 노래도 자기가 만들어버리는거다. 데이비드 포스터의 제작은 그들을 분명 정상의 자리에 서게 해주었지만, 그렇지만 그들이 그들의 노래를 하지 못하게 되고 보컬과 뜻이 안맞아 보컬이 탈퇴하게 되고.. 이런 일들에 대해서 시카고 멤버들은 여전히 데이비드 포스터에게 화를 내고 있는것 같다. 그렇게나 히트앨범을 내게 해줫는데 감사해야지!라는 시각은 외부의 시각이다. 내가 일등을 하든 억대연봉을 받든, 그런데 내가 원한게 그게 아니라면 나는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아쉬울 수도 있다. 그래, 이 일로 내가 돈을 많이 벌었지, 생활도 여유로워졌지, 인기도 얻었지, 그런데 내가 원한건 그런게 아니었어.. 할수도 있는거다. 돈을 많이 벌면 좋지 왜그래? 라는 물음은 묻는자의 기준이다. 


식당을 나서면서는 음악앱으로 들어가서 시카고의 노래를 들었다. 어릴 적에 가사를 외운 덕분에 대부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더라. 따라부르면서 신났다. 아직도 가사 대부분이 기억나다니, 역시 공부는 어릴 때 했어야 했어, 필요한 모든 지식은 어릴 때 습득했어야 한다... 라고 생각하면서 아직도 가사 기억하는 나 넘나 좋아 멋져. 아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지, 나는 내가 진짜 너무 좋다.. 막 이런 생각을 했단 말야?


그리고 짬을 내어 뒷부분을 또 보기 시작한다. 그의 사생활이 나온다. 다큐의 제목이 <오프 더 레코드>인만큼 나는 그간 알지 못했던 그의 사생활. 그가 다섯번이나 결혼했다는 사실이, 자식이 열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새롭고 놀랍다. 뭐라고? 게다가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 바람 피우다 집을 떠나는 일을 반복한다. 자신은 갈등을 견디지 못해 자꾸 도망치는 사람이란다. 와 이게 말이야 방구야. 그의 첫째 딸이자 외동딸은 방학 때 아버지의 집에 놀러갔는데 우리는 이렇게 가난한데 아버지의 말리부 호화저택을 보고 너무 당황했었다는 기억을 털어놓는다. 양육비는 주었다고 했는데, 와, 어떻게 이렇게나 부자인 사람이 자식들의 상황을 나몰라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부자면 자기 자식들도 부자로 살게 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자기는 호화주택에 살면서 가난하게 사는 자기의 전아내와 아이를 그렇게 둘 수 있다니.. 데이비드 포스터는 자신의 자식들이 모두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있을거라고, 자기는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다고.. 얘기한다. 뭐라고 이놈아? 그러면서 계속 자식을 두고 떠나고 자식을 두고 떠나고를 반복하다니.. 와 너무 개충격인것. 아내가 있고 자식도 있는데 새로운 여자랑 사랑에 빠지면 자꾸 거기로 가, 그러다 같은 일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와 ㅋㅋㅋㅋㅋㅋㅋㅋ 다섯살, 네 살, 칠개월의 삼남매를 두고 떠난 적도 있다. 와 너무 잡스러. 그 어린 아이들 어떻게 아내 혼자 감당하라고.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가지고. 이것만으로도 보다가 여동생한테 막 빡쳐서 얘기했는데, 딥빡은 그 뒤에 있었다. 그의 모든 딸들이 인터뷰 했지만, 인터뷰하지 않은 딸이 있었으니, 그 딸은 그가 무려 스무살에 여자친구를 임신시켜 낳아 입양 보낸 딸이란다. 그 딸이 서른살 되어서 아버지를 찾아왔다고. 와 시발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넘나 대충격. 여동생한테 이게 뭐하는 짓거리냐고 했더니 여동생이 '나도 거기까지 보다 짜증나서 껐어' 라고 하더라. 휴... 난 잘 모르겠다. 스무살에 그런 일이 잇었는데 또 결혼하고또 아이 낳고 또 버리고 가고 또 결혼하고 또 아이낳고 또 버리고 가고....

그런데 내가 이 다큐를 보면서 놀랐던 건, 인터뷰한 딸들이 모두 아버지에게 화가 나있는게 아니라 아버지를 사랑한다는거다. 아니,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한다는 거다. 아버지가 혼자 부자인 걸 보고 놀란 딸조차도, 아버지가 다정하게 나를 한 번만 바라봐주기만 해도 너무 좋아요, 라고 한다. 아버지는 우리 얘기를 잘 들어주고, 우리가 전화를 하면 지금도 절대 그냥 넘기는 법이 없이 무슨 일을 하다가도 다 받아줘요, 라고 하면 또 옆에 다른 딸이 맞아맞아, 우리 전화 다 받아줘요, 이러면서 그것에 감사한다. 나는 어이가 대박 상실해버려... 아니 여러분.. 왜 아버지에게는 전화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나요? 아버지 없는 동안 여러분을 먹이고 살렸을, 그러느라 고생했을 여러분의 어머니는요... 내가 건 전화를 받아주는 게 아니라 늘 곁에 있던 어머니는요... 그런 어머니가 있는데 왜 전화 하면 항상 받아주는 아버지... 그만두자. 와... 나도 넘나 대충격 받아가지고....

데이비드 포스터는 천재적인 음악 프로듀서이다. 무명의 가수를 발굴해 내 키워 그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친구이자 은인이기도 하다. 캐나다에 숨겨져있던 셀린 디온을 스타로 만든 것도 데이비드 이고 마이클 부블레 역시 마찬가지. 캐서린 맥피는 자신은 언제나 데이비드 포스터의 집 문을 노크할 수 있는 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를 알고 지내는게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무대에서는 그에게 감사하며, 그는 언제나 나의 좋은 친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그런데 아버지로서의 그는 남편으로서의 그는 어쩌면 그렇게나 엉망 진창일까. 휴.. 내 안에 생긴 이 복잡한 마음이 힘들다. 

아, 딸들 중에 한 명은 인터뷰 중에 이렇게 말을 한다. 

"나는 아버지의 욕망에 희생당한 피해자예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거기서 보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음악들이 나오는지를 보려고. 그러다가 그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진출했다는 걸 알게됐는데, 그는 항상 자신이 혼자 통제하던 사람이어서 협업해야 하는 뮤지컬에 적응하는게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

"나에게 앞으로 남은 여름이 몇 번일까요? 나는 68살이에요. 열다섯번쯤 남았을까요? 나는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을거에요."

이 대사가 나를 너무 후려쳤다. 나는 여름을 너무 좋아하고, 여름에 아무리 땀을 많이 흘려도 나는 이런 여름이 너무 좋아!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매해 여름이 갈 때마다 아쉬워하지만, 그러면서도 여름은 또 오니까, 하며 그 아쉬움을 달래곤 했던 거다. 그런데 데이비드 포스터의 저 말을 들으니, 아, 맞네, 나에게도 여름은 몇 번이 남은걸까, 생각해보게 되는거다. 아 영생 넘나 간절한 것. 내가 영생해야 여름을 계속 만나는데... 내가 이 나라에 있으면 여름을 만나는 횟수는 제한되지만, 그렇다면 여름이 있는 곳을 향해 나를 움직이면 된다. 그래, 그러면 된다. 그러니 우울해하지 말자. 그렇지만 저 말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나에게 앞으로 남은 여름은 몇 번일까.. 와... 너무 인상적인 대사였다. 물론, 68세인 지금도 성공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그에게 음악과 성공은 우선순위였지만 자식과 아내는 그 과정에서 있기도 하다 없기도 하는, 그런 존재였는가보다. 그렇다면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왜.. 휴.. 아직 삼십분 정도 남아있고 나는 다 볼 참이다.













어제는 퇴근 무렵,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초에 있다고 혹시 저녁 같이 먹을 수 있냐길래 오케이 콜! 하고는 친구를 만났다. 순댓국을 시켜두고 각자 소주를 한 병씩 마시면서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둘다 수다가 너무 고팠던 터라 쉼없이 얘기했다. 와 오랜만에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우리는 주제를 막 바꿔가면서 얘기했는데, 어쩌다가 정희진 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그러다가 내가 문득 '정희진이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대화가 되는게 너무 좋아 ㅠㅠ' 라고 했다. 그냥 내가 정희진을 얘기하면 상대는 그냥 알기 때문에 내가 정희진이 누구냐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대화상대. 너무 오랜만이야. 흑흑 ㅠㅠ 너무 친구 안만나고 살았네 ㅠㅠ 코로나 확진자 어마어마해서 ㅠㅠㅠ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던 중, 남동생으로부터 톡이 왔다. 버트런트 러셀의 책을 읽어보았냐는 거였다.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읽어봤어? 무슨책인진 알아?

-러셀 좋아해. 내가 그거 읽고 러셀 중의 최고는 버트런트 러셀 이런 평 썼을걸.

-그랬군. 신해철이 강추햇던 책이었어.

-2011년에 읽었네.

-단순히 연애소설만 읽는게 아니었구나. 가십만 읽는게 아니었어.

-장난하냐 나 폭 졸라 넓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대화를 하다가 검색해보니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에 대해서는 좀 어렵다고 평 써놨고,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 '당신은 러셀 중의 킹. 나는 러셀 크로보다 버트런트 러셀이 훨씬 좋다' 이렇게 써놨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평은 2012년에 달았다. 진짜 꼬꼬마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애긔애긔하다. (닥쳐!)


나는 남동생에게 나 러셀 두 권 읽었다, 기독교와 게으름, 그리고 행복에 대한 책도 있다, 니 누나 천재인거 기억해라, 내가 쓴 책에도 러셀 얘기 있다, 아 내 똑똑함에 너무 취한다, 자랑스러워... 라고 연달아 톡을 보냈더니 남동생은 답했다.



-어쩌다 또 하나 읽었네. 하나 얻어걸렸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은 집에 기독교 책 있냐고 물었다. 나는 판 기억은 없지만 나의 이 기억력은 믿을게 못되는 터라, 아마 있을걸? 이라고 말했다. 내 기억에 러셀 책이 집에 세권 있을 것이었다. 남동생은 토욜에 올텐데 그 때 봐서 빌려가든지 하겠다고 했다. 응 그래, 라고 답하곤 이렇게 덧붙였다.


-니가 뭘 얘기해도 내가 다 알아서 넘나 행복하지? 이거 행복이야. 남들은 쉽게 가질 수 없어. 느껴. 즐겨.


남동생은 어이없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집에 가서는 기독교 책이 있나 확인을 해보기 위해 책장 앞에 섰다. 내 기억에 의하면 버트런트 러셀의 책이 세 권일 것이었고, 기독교, 게으름, 행복.. 이 있을 거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꽂혀 있을것이었다.
















그런데 집에 가서 확인해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세 권은 맞는데, 이렇게 있는게 아니었다.




아니 ㅋㅋㅋㅋㅋㅋㅋ게으름이 없고 <인기없는 에세이>가 있네?

아!

그러다 생각났다.

내 책을 읽고난 후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어보고 싶어하는 칠봉이에게, 나는 그 오래전, 내가 읽었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보낸 것이었다. 아... 칠봉아, 그 책 갖고 있니? 아니면 이제는 다른 여자랑 살면서 내가 준 책들 다 처분했니? 


추억이란 놀랍다. 비움을 보고도 누군가 떠오른다니. 


오래전에, 그러니까 칠봉이와 그만 만나기로 했다가 한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그는 주변이 온통 나를 떠오르게 하는 것들로 가득하다고 다시 말을 걸어왔었다. 마침 내가 준 머그컵에 내가 준 녹차를 우리고 있던 그는 자신의 방에 있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도 보았고, 그러다보니 여기에도 저기에도 다 내가 있었던 것. 그렇게 우리는 다시 시작했었지. 리스타트...


그는 그의 방을 채운 것으로 나를 기억했는데, 나는 나의 방에 빈 것으로 그를 떠올렸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 없었고, 나는 내가 밑줄 그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그에게 주었던거다. 추억이란 무엇인가. 채움에서도 기억나고 비움에서도 기억나 버리는, 그런 추억이란 무엇인가.


메모리.... 나의 메모리즈....... 요즘 영어 튀어나와서 미치겠군.




오늘 아침, '이렇게 계속 자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쎄한 느낌에 핸드폰으로 시계를 보니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보다 35분 뒤였다. 우엇 이게 무슨일이야. 내가 어제 술을 마셔서 알람 설정을 안하고 잔 것 같다. 와 대박 이게 무슨 일이야. ㅠㅠ 후다닥 일어나서 후다닥 머리를 감으면서 택시 타고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옷을 입고 집을 나서면서 계산해보니 6:31 마천행 열차를 타도 될 것 같네? 출근길 택시는 내가 특히 선호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택시 안의 나는 너무나 무력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영화를 볼 수도 없고... 그래서 나는 지하철을 원해! 그렇게 택시의 도움 없이 지하철을 타고 양재역에 내려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07:16 이었다. 평소보다 이십분가량 늦었던건데, 내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도 전혀 지각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래봤자 일찍 가. 그러니까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뭔가 흐트러진 건 당황스럽지만, 그렇다고 일을 잘못되게 만들진 않는다. 지각할까봐 허둥대질 않아. 대단하다. 멋져. 짱이다. 진짜 나 뽕에 취한다. 하늘 아래 이런 캐릭터가 있다니.. 대단하다. 나같은 사람은 정말 나밖에 없을거야.. 너무 멋져서 눈물이 난다. ㅜㅜ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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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2-11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독서 폭 졸라 넓으신 영생교 마니아 다부장님!
요즘 영어 정말 막 튀어나오신다! 그런데 단어가 다 중딩 단어 같습니다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트런데 러셀은 러셀 중의 킹이었군요. ㅋㅋ 그 시절 100자평도 빵빵 터집니다.

근데 데이비드 포스터 정말 사생활 충격.... 음... 역시 음악만 들어야 해요. -_-;;

수이 2022-02-11 11:18   좋아요 3 | URL
중딩 영어만 잘 해도 좋겠어요 저는……

다락방 2022-02-11 11:19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생교 마니아 ㅋㅋㅋㅋㅋㅋ
제가 중딩 단어를 쓰는 이유는 읽는 분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입니다. 엣헴- 저야 고오오오급 영어를 쓸 수 있지만, 읽는 분들이 쉽게 접근하시려면 제가 참아야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얼마전의 김현진 에세이 읽고서도 느낀건데, 어릴 적에 당연히 받아야 할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이 아이들이 자라서 그런 부모를 원망하는게 아니라 여전히 사랑을 원하더라고요. 그런점에서 아이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채로 내버려둔 부모들은 유죄라고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포스터도 최선을 다할거라고 하는데, 이미 가장 손이 많이 가고 또 신경 써야 하는 어린 시절은 방치하고 다 큰 성인이 된 자식들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건 정말 쉬운길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가장 어렵고 필요할 때는 없었잖아요. 다큐 보지 말걸, 인간 데이비드 포스터가 싫어지네요. -.-


vita 님/아니 비타님이 갑자기 그러시면 어떡합니다. 영어 이제 천재되시는 분께서요. ㅜㅜ

수이 2022-02-11 11:21   좋아요 3 | URL
영어 이제 천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대는 완전 언어 제조기 같아요 사랑스러워 똑똑해 넘 좋아 죽겠어 💓

다락방 2022-02-14 09:21   좋아요 0 | URL
어휴 진짜 알라딘에서만 제가 똑똑하다는 말도 듣고 살고 그럽니다. 흑흑 ㅠㅠ 알라딘 만세야 진짜 ㅠㅠㅠ

수이 2022-02-11 1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나 어제 영어로 꿈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칠봉씨 이야기는 만나서 해요 🥺 아침부터터 커다란 기쁨 주는 사람 멋진 천재 에너지 뿜뿜이야 아침부터 고백해도 될까요? 러셀 읽은 그대 사…..사…..사랑…………

다락방 2022-02-14 09:22   좋아요 0 | URL
저 칠봉이 얘기 너무 많이 하고 다녀서 이제 더는 할 이야기가 없을 것 같아요. 아놔 ㅋㅋ 부끄럽기 짝이없네요 ㅋㅋㅋㅋㅋ
역시 책은 읽어야 맛인것 같아요. 누군가 너 그거 알어? 했을 때 나 읽었지롱~ 하는 기분 넘나 끝내줘요! ㅋㅋㅋㅋㅋ 지금의 에너지 우리 그대로 쭉 가져나갑시다, 비타 님!

- 2022-02-11 1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랄랄라 이 페이퍼 읽기 시작하면서 집안일 하면서 대이비드 포스터 노래 들어야지 하면서 드릉드릉 하다가 읽을 수록 구구절절 화나서 정내미 떨어져서 안듣기로 ㅋㅋㅋㅋ 아 나 게으름에 대한 찬양 지금 식탁위에 올려져있어요! 올려져있기만해요! 그렇다구요 ㅋㅋㅋㅋㅋ
하지만 정희진을 아는 그친구는 참 멋진 친구같네요? ㅋㅋㅋㅋㅋ 그럼 저도 이만 ㅋㅋㅋㅋ

다락방 2022-02-14 09:23   좋아요 0 | URL
저 일전에 누군가 러셀 책 인용문 올려둔 거 보고는 ‘엇 러셀이 이런 말을 햇어? 별로네?‘ 라고 생각한 적도 있거든요. 제가 러셀을 좋아하고나서 한참 후에요. 그래서 지금 다시 러셀을 읽으면 다른 기분을 느끼게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오 얘기하던 도중에 넘나 짜릿하더라고요. 정희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대화가 스무스하게 이어진다는 사실이요! >.<

거리의화가 2022-02-11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출근하고 시간 좀 남아서 사무실에서 앞부분 몇페이지 읽었어요. 저도 뒷부분을 훨 재밌어라하긴 하지만 그러다 보면 앞부분 많이 놓쳐서 지치고 짜증나도 앞부분부터 읽으려고 하고 있어요. 다만 진짜 지겨운 건 패스ㅋㅋ
한 페이퍼에 이리 다양한 이야기가. 근데 데이비드 포스터 사생활은 진짜 너무하네요ㅡ,.ㅡ 정희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좋은거죠. 말 안해도 자연스레 물꼬를 틀 수 있으니까~ 저도 그런 친구 하나 있음 좋겠네요.
버트런드 러셀 책이 집에 몇 권 있던가 생각이 안납니다. 집에 가서 찾아봐야 겠어요ㅎㅎ

다락방 2022-02-14 09:26   좋아요 1 | URL
맞아요, 거리의 화가 님. 뒷부분부터 읽으면 앞부분 읽으려고 할 때 재미없어서 안읽고 그냥 치워버리게 되더라고요 ㅋㅋ 저도 앞부분부터 읽으려고 시도를 좀 하고 노력도 좀 하고 그래야겠어요. 중요한 건 앞부분에 나오는데 앞부분은 왜케 재미가 없는지... ㅋㅋㅋㅋㅋ
저는 지금 러셀 책 읽어도 여전히 좋을까? 에 대해 생각해요. 그러길 바라지만 그럴까? 오래전에 읽고 좋아했던 남자 작가의 책들을 시간이 흐른 지금 읽으면 감상이 변하게 될까 걱정되기도 하더라고요. 뭐 그렇다해도 이제 할 수 없지만요.
저 데이비드 포스터의 다큐를 보지 말았어야 했나 몇번이나 생각했어요. 휴..

치니 2022-02-11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데이비드 포스터 넷플릭스 저도 볼래요! 천재들의 다큐를 여럿 봤는데 사생활이 호감가는 사람은 정말 드물더라고요 🙄 왜일까 좀 궁금합니당

다락방 2022-02-14 09:27   좋아요 0 | URL
아니, 치니 님. 저 끝까지 보다가 완전 대충격 받았던게, 아니 글쎄 데이비드 포스터 지금은 캐서린 맥피랑 결혼해서 살더라고요? 와 넘나 대충격... 캐서린 맥피 잘 살고 있나, 가끔 생각했는데(아메리칸 아이돌 시절부터 응원했었기 때문에) 데이비드 포스터랑 결혼해 살고 있을 줄이야...

blanca 2022-02-11 1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스스로에 도취되는 다락방님이 너무 근사하더라.

얄라알라 2022-02-12 14:35   좋아요 0 | URL
ㅋㅋㅋ다락방님 서재에 오면, 즐거움, 기분이 업 되어 나갑니다. blanca님의 고품격 댓글도 저를 행복하게 해주었어요^^ ㅎㅎ

다락방 2022-02-14 09:27   좋아요 0 | URL
이거 저희 가족의 유전적 성질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란공 2022-02-11 1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스터가 이런 사람이었군요 천재... 올리버 색스옹이 쓴 내용중에 ‘기억은 결코 정확하지 않다‘라고 강조한 대목이 생각나요 ㅋㅋ 기억은 각인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거라고. 제 아내하고 기억력 가지고 싸울때 제가 올리버 옹의 말을 들려주면 아내가 그럽니다. 이 정도는 정확하다고 ㅋㅋㅋ 또 한방 먹어요. ㅋㅋ

다락방 2022-02-14 09: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초란공 님. 기억은 왜곡되는 것 같아요. 가끔 영화처럼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믿어도 좋을까요? 올리버 색스의 책은 읽어봐야지 생각하면서 아직 한 권도 안읽어봤는데, 이참에 읽어봐야 겠어요.

난티나무 2022-02-11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시카고 you’re the inspiration!!!!! 저도 이거 무지 좋아해서 따라불렀었어요!!! 늠 반갑네요~~~~^^ 🎶🎶🎶🎶

다락방 2022-02-14 09:28   좋아요 0 | URL
크- 저도 좋아했어요. 그 노래도 좋아했고 피터 세테라 혼자 나와서 부른 <glory of love>도 좋아했어요. 하드 투 세이 아임 소리 도 명곡이죠. 크-

mini74 2022-02-11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로를 불신하는 찐남매 맞군요 ㅎㅎㅎ 러셀책 읽어본 적 없는 ㅠㅠ 이 편협한 저의 독서세계. ㅋㅋㅋ 읽어봐야겠어요 ~ 러셀중에 최고라시니 ~

얄라알라 2022-02-12 14:36   좋아요 1 | URL
ㅋㅋ제가 ˝훈훈하다˝고 댓글 썼는데 ㅋㅋㅋ불신하니 찐남매, 저렇게 대화나눌 수 있는 케미와 신뢰는 그냥 생기지 않을 듯합니다^^

mini74 2022-02-12 14:41   좋아요 1 | URL
불신하는 자 눈엔 불신만 보이고 신뢰하는 자 눈엔 신뢰만 보여서일까요 ㅠㅠㅠ ㅎㅎㅎ 알라님 글에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 앞으로 새상을 좀 더 따신 눈으로 보겠습니다 ! 알라님 부럽 ~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얄라알라 2022-02-12 14:48   좋아요 1 | URL
ㅋㅋ북플에 중독되는 이유입니다 mini74님, 무료했던 미세먼지 범벅 토요일, 저도 유쾌하게 웃고 갑니다.

행복한 오후 보내세용!mini74님

다락방 2022-02-14 09:30   좋아요 1 | URL
미니 님, 저는 미니 님이 읽으시는 그림과 예술에 대한 책들 아예 존재도 몰랐던 책들인걸요! 미니 님 리뷰 읽을 때마다 ‘내 머릿속에 다 들어가서 내 지식 돼라!‘ 하는데, 요즘 기억력이 너무 형편없어서.. 이것이 노화인가요 ㅠㅠ

여러분, 행복한 한 주 시작합시다! >.<

psyche 2022-02-12 0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 일찍 눈을 떠 침대에서 다락방님 글을 읽으며 사고의 흐름을 따라갔죠
오 시카고, 데이비드 포스터 나쁜 놈이네, 친구랑 순대국에 소주라니 부럽다
그러다가 버트란드 러셀에 눈이 번쩍 뜨였네요. 내가 좋아했었는데 책이 어디 있더라. 일어나서 책장을 뒤지는데 이중 주차 책 뒤지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3권은 찾았습니다. 근데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 없네요? 그걸 안 가져왔을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내가 결혼 후에 산 책이라 다락방님처럼 ‘칠봉이‘에게 준 건 아닐텐데 하면서 다시 뒤져 드디어 찾았습니다.
찾긴 찾았는데 글씨가 너무 작고 흐려서 다시 읽기는 힘들겠다 싶네요. ㅜㅜ

다락방 2022-02-14 09:3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프시케 님도 칠봉이한테 주신거 아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러셀 책 갖고 있는 것들 중에 두 권 안읽었으니 사두고 안읽은 러셀 책 읽어야겠어요. 아 읽을 거 너무 많네요.
데이비드 포스터 음악가로 좋아했는데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는게 나을뻔 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가사를 썼지만 그런 생활을 했다니.. 하면서 뭔가 자꾸 음악 감상에 방해가 돼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2-02-12 0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희진도 알고,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딱 한 권 읽었지만, 만약 만나서 대화를 나눈다 해도 대화는 이어지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드네요.ㅋㅋㅋ
정희진쌤 책도 한 권 읽었었나? 버트런드 러셀 책은 읽었어도 기억이 하나도 안나니...정희진을 알고 있는 친구분과 대화를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는 친구분도 대단하고, 오래 전 읽었던 책 중 좋은 책을 상기시키게 해주며, 그 책을 빌려달라는 친 남매가 있다는 것도 대단해 보입니다..제 주변엔 그런 사람들이 없어서 다락방님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늘 신기해요^^
이런 현상들은 분명 자존감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ㅋㅋㅋ

아, 그리고 요즘 김겨울씨 북튭 영상 보기 중독 되어 있는데요. 그 중 남의 책장 구경하기 코너가 있더군요. 채채? 암튼 그 분의 책장 속 책 막 소개하다 갑자기 전남친한테 받은 책이라며 갑툭튀!! 바로 겨울씨에게 선물한다든가, 동창 같아 보이던데 신애씨라고 또 집에 찾아가 막 책들 소개받고 있다가 갑자기 책 한 권이 없다고~ 전남친이 가져갔다고 못받았다고~ 갑자기 화면을 보고 책 돌려달라고!!ㅋㅋㅋㅋ
요즘 그런 걸 보고 막 웃고 있거든요. 그러다 책 좋아하는 연인들은 책 선물을 많이 하겠구나! 그런데 헤어지면 또 책 때문에 곤란하겠구나! 생각하던차...다락방님의 글을 읽으면서 아 또 슬픈 책 사연이???? 왠지 과메기쌈과 동급인 버트런드 러셀이네요ㅋㅋㅋㅋ

다락방 2022-02-14 09:36   좋아요 2 | URL
저도 오래전에 읽은 러셀 책이라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요 러셀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우리 모두 네시간씩만 노동하자!‘ 했던것 만큼은 기억납니다.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 우리 모두가 똑같이 네시간씩 근무하면 행복해지겠네, 하면서 러셀의 의견에 동의했었거든요. 아마 지금 다시 읽는다면 그 때 보지 못했던 다른 것들을 보게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미 칠봉이한테 줘버려서 다시 읽을 수 없지만.. 껄껄.

오오, 언급하신 김겨울의 유튭 재미있겠어요.
저도 책장에서 빼서 구남친들에게 준 적도 있었고 ㅋㅋ 빌려주기도 했었는데 못받고 헤어지고.. 뭐 그런 일들이 더러 있었죠. 하하. 어쩐지 빡치는 건 왜때문이지.. 그리고 구남친으로부터 구남친 책장에 꽂혀있던 책 받고 안읽고 헤어지고 팔아버린 적도 있고요. 깔깔. 저는 뭐 구남친들한테 뭐 줬는지 잘 기억도 안나고 다 필요없고 혹여 다시 읽고 싶은 책이면 제가 사면 되니까 괜찮습니다. 다만 칠봉이한테는 제가 준 책들에 대한 독서감상문 받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02-12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 와본 동네 까페에서 아주 천천히 커피 마시며, 다락방님의 페이퍼 음미했습니다.
HArd to say I‘m sorry며 넘 아름다운 곡,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그런 아버지셨군요 68번의 여름과 15번의 여름, 이 천재의 삶에서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주네요.

저희집 서가에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이 책 제목을 볼 때마다, 흠...내가 이 책 읽을 일은 거의 없을 거 같아....이러던 차인데 다락방님의 남동생분께서는 독서하는 삶 누님과 나누시니 참 훈훈합니다.

저도 ˝정희진~˝하면 바로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그런 설명 필요없는 짝꿍 대화가 하고 싶네요^^

다락방 2022-02-14 09:39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 님, 닉네임 바꾸셨네요? :)

다른 알라디너 분 중에서 제 글은 까페에 들러서 읽는다고 하시는 분 계셨어요. 갑자기 그 분 떠오르네요. 지금도 까페에 가서 제 글 읽고 계실지.. 후훗.
얄라알라 님 댓글 읽고 나니, 맞네요. 앞으로 15번의 여름이 더 남아있을 것이고(어쩌면 그보다 더!), 그런데 여태 68번의 여름을 지나왔어요. 인간이 백년을 산다고 하면 그래봤자 내가 좋아하는 여름도 백번을 맞이하는게 전부겠구나, 싶으면서 인생의 유한함이 슬프네요. 역시 영생이 답인것 같아요...

남동생과 독서하는 삶.. 을 나누는 것 같진 않아요. 남동생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결코 아니고 ㅋㅋㅋ 그런데 스스로 많이 읽는다고 늘 착각하는 부류의 인간입니다. ㅋㅋㅋ 저 기독교도 읽지 못하고 반납한다는 데 오백원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2-02-14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학점으로 인정은 되지 않아도 나는 꾸준히 학생들을 만나 페미니즘을 논의해 왔고 그들은 내 든든한 지지자가 됐다. 내 요청에 학생들 중 다섯 명이 힘을 보탰다. 새로운 강의 개설에 필요한 모든 서류 양식 작성을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막판에 내가 맡았던 심리학 입문 강의의 후임 교수를 고용할 예산이 없다는 통보를 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학과장실로 들어가 그가 나가지 못하게 문을 잠근 뒤 자리에 앉았다. 내 수업을 이어받을 강사를 구하는 데 대학 측에서 부담할 비용이라는 것이 얼마나 미미한 금액인지 -그런 강의를 운영하는 데 한 학기당 약 850달러가 든다 -를 지적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만일 저 검은색 가죽 의자와 이 책상을 담보로 잡으면 강의 하나 담당할 교수를 구할 돈은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여성학 강의를 개설하겠다는 학과장 승인 없이는 학과장실을 떠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우리는 한 시간이채 지나지 않아 이겼다.

돌이켜 보면, 내가 그때 한 일이 약간은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당시 버클리, 컬럼비아, 소르본의 학생들이 하고 있던것과 동일한 종류의 일이었다. 당시 학과장이 정말로 겁을 먹지는 않았기를 바라지만, 그가 겁을 먹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 P104



《여성과 광기》에서 필리스 체슬러는 1970년 미국심리학회에 참석해 그동안 여성들을 향한 부당한 치료와 광기어린 여성으로 대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는 일화를 들려주었더랬다. 그로 인해 미친 여자 취급 당했다는 것도. 와,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니, 그것이 아무리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 해도, 아니 그래서 더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다고 감탄했었는데, 필리스 체슬러는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본인이 교수로 근무하던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여성학이 정식 교과 과정도 아니었고 개설되어 있지도 않았던 때에, 자신을 지지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학과장실로 들어가 여성학 강의를 개설하게 해달라고 협박하고, 그리고 결국 그렇게 해내게 된다. 와,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이 지구상에 이런 여성이 내려왔을까. 일전에 남동생이 술에 취해서는 내게 '누나는 지구에 온 목적이 뭐니?' 하고 물었던 적이 있는데, 내가 온 목적은 모르겠지만 필리스 체슬러가 온 목적은 알겠다. 그녀는 지구상의 여자들을 해방시키러 왔다! ㅎㅎ 대단한 여성이야.


그렇게 그녀가 여성들의 편이 되고 여성들을 돕고자 했다고 해서, 그런 일들로 권력과 대중들을 적을 삼고 싸웠다고 해서, 모든 여자들이 그녀의 편이 되어준다거나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건 아니었다. 그녀가 돕고자 했던 여성이 그녀를 배신하는 일들도 더러 일어났다. 그리고 이 일화는 일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의 서재에서도 인용문 보고 딥빡쳐서 비댓 남긴 적 있는데, 내가 본문에서 발견하고 다시 한 번 화가 끓어오른다.



내가 가르치던 학생 중 하나가 내 남성 동료 교수 중 한 명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 학생은 임신이 됐고 자궁 외 임신으로 거의 죽다 살아났다. 의지할 사람이 전무했던 그 학생에게 연민을 느낀 나는 병원으로 병문안을 가서 퇴원하면 내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제안했다. 나는 그 학생을 돌보아 주었다.

어느 날 그 학생이 회복되어 활기찬 모습으로 부엌에서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권력을 남용해 임신 시킨 그 작자를 위해 저녁 식사 요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놨다. "그 사람은 병원이 무섭대요. 어머니가 병원에서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그때 한 번도 저를 찾아보지 못했던 거래요. 오늘밤 그가 저를 찾아온다니 너무 설레요."

나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고, 가슴이 아팠다. 그런 인간이 이 어린 여성의 어리석은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슬퍼지기도 했다. 학생은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고는 떠났던 그 남자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느라 행복해하면서도, 자신을 들여보내 줬던 여성 스승에게 감사를 어떻게 표해야 할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마 꽃 한 다발로 내게 감사를 표하거나 하는 데까지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할 눈치였다. 이런 행동은 마치 어머니가 우리에게 날마다 뭘 해 주는 당연한 것으로만 여기고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 역시 대역죄인이다.)나는 가부장제와의 싸움은 너무나도 치열한 전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자들 역시 남자들만큼이나 성차별적 이중 잣대에 물들어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그 학생에게 그 남자의 집으로 이사하라고 했다. 그 학생은 강요를 당한 것은 아니었다. 내 기준에서는 학대로 보이는 자기 교수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 P138 




와 너무 딥빡이 와서 돌아버리겠다. 그 남자 때문에 고통을 당해놓고서는 그 남자를 위한 요리를 한단다. 게다가 정작 그녀를 위기의 상황에서 그리고 고통에 푹 절여진 상황에서 꺼내준 다른 여성에게는 고맙다는 말도 안하고. 사실 고맙다는 말을 다 떠나서 나는 어떻게 그 남자에게 줄 저녁을 차리고 있다는 얘기를, 필리스 체슬러의 집에서 요리를 하면서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어떤 여자들은 필리스 체슬러가 경험한 바로 이런 일들을 비슷하게 경험해본 적이 있을텐데 나 역시도 그랬던바, 그렇게 너를 괴롭게 한 그 놈을 다시는 안만나겠지, 하고 마음을 쓰고 있다가 다시 그의 품에 안기는 걸 보고 뒷목 잡고 쓰러질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더랬다. 

필리스 체슬러가 자신의 집에 받아들여주고 돌보아준 학생이, 자신에게 닥쳤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그럼에도불구하고' 그를 너무 사랑해! 했던걸까? 그렇게 지나치게 그를 사랑해서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걸까? 그가 한 변명-엄마가 병원에서 돌아가셔서 병원 너무 무셔.. 그래서 너한테 못갔쪙- 했던 것을 그대로 믿은걸까? 아니, 나는 그 학생 조차도 그 말을 믿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변명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그랬기에 필리스 체슬러에게도 굳이 말했을 것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그 학생이 어떻게 됐는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저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고 회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가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받아들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혀. 그녀가 그를 '다시' 받아들인 건, 그녀가 그녀 자신을 가장 우선순위에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이 아니라 '저 남자에게 사랑받는 나' 엿고, 그것이 그녀가 존재하는 이유였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그리하였고, 그래서 그 과정에서 자신을 힘껏 도와준 필리스 체슬러의 뒤통수를 치게 되는거다. 그녀는 '어려운 상황에서 그녀가 나를 도와줬다' 하는것보다, '나는 그를 다시 만나야 된다'가 더 강하게 자리잡은 거다. 와, 필리스 체슬러는 저 시간의 저 배신감을 어떻게 견뎠을까. 



그렇다고 필리스 체슬러가 훌륭한 남성들과만 사랑했던 건 아니다. 필리스 체슬러야말로 이성애에 있어서 헛발질을 간혹 했던 것 같다. 아직 중간 정도밖에 안읽었지만 그러나 이 책은, 여자들 사이에 자매애가 있고 우리가 한 방향을 보고 있어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진 본성, 욕망, 질투, 시기 같은 것들이 마찬가지로 나와 또 다른 여자들에게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건 필리스 체슬러의 책이고 그러므로 필리스 체슬러의 시선과 입장의 반영이겠지만, 그렇다면 다른 누가 쓴다면 완벽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될까? 아닐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불완전하고 부조리한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한 인간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어, 누누이 얘기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의롭고 올바르며 똑똑하고 착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재수없고 싸가지 없는 쌍년이기도 할 것이다. 딱히 내가 인지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나로부터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을 출근길에 읽고 있고 집에서 잠들기 전에는 침대에 앉아 '메그 월리처'의 《여성의 설득》을 읽고 있다.
















저런 제목과 저런 표지를 가지고 있지만 놀랍게도 이 책은 소설이다. 이렇게 말해도 믿기지 않을 소설의 제목과 표지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소설이다. 재차 강조하는데,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필리스 체슬러의 에세이와 얼마나 닮아있는지 놀라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그리어'는 제대로 관심을 주지 않는 부모의 외동딸로 자라 대학을 갔고,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한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목소리도 작은 그리어는, 이 일의 부당함을 알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고, 기어코 뭔가 찾아내서 운동해보고자 해도 뜻대로 되질 않는다. 그러던 차에 그리어가 다니던 학교에 너무나 유명한 페미니스트 '페이스 프랭크'가 강연을 오고, 그리어는 그녀로부터 강한 인상을 받고 페미니즘에 눈을 뜬다.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이 유명한 프랭크 밑에서 그녀를 도와 일을 하게 되고, 거기에서 자리를 찾아가는데, 이 모든 과정들 속에서 하나의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모순된 일들이 보여진다.


나도 그 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리어의 절친의 편지를 그러나 프랭크에게 전하지 않고 친구에게는 '사람을 안뽑는대' 라고 말하면서 고민하는 것도 그렇다. 자신에게 사회활동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 친구였고, 단짝 친구로 언제나 있었고, 프랭크의 단체에 지원해보라 한 것도 친구였지만, 그런데 친구가 이곳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은 싫다. 나만 할거야.. 가 되어버리는 거다. 그리어 자신도 친구가 이 단체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할지 너무나 잘 짐작하는데도 그렇다. 또한 그리어는 채식주의자인데 페이스 프랭크의 집에 저녁식사를 초대받고서는 자신이 채식주의자임을 드러내지 못한다. 페이스 프랭크가 주는 고기를 앞에 두고 페이스 프랭크에게 '나는 고기를 먹지 않아요'라는 말을 할 수 없어 억지로 고기를 씹는 그리어는 인상적이었다. 이 책 역시 절반 밖에 못읽었는데, 처음엔 페미니즘에 입문하는 보통의 에세이 느낌이었다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깊어진다. 그리어를 주인공으로 읽다가 그 친구가 본격적으로 직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또 깊어지고, 그리어의 남자친구인 '코리'가 컨설턴트로 아주 잘 나가는 것 같다가 갑자기 삶이 변화되는 과정에 있어서도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코리는 본격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에 투입되면서, 내가 자라면서는 한 번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었네를 실감한다. 대학에 들어가고 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이야기까지 점점 더 깊어졌다면, 그 후에는 얼마나 더 깊어지는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하며 읽는 중이다.


여기에서 모두가 선망하고 열정적으로 따르는 '페이스 프랭크'는 읽으면서 나는 어쩐지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떠올리게 되었다. 한국으로 치면 정희진 선생님이 되지 않을까. 나도 그렇지만 많은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입문하면서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처음 읽고 강연을 들으러 다니고 존경하게 되니까. 우리는 자신이 가는 방향에서 어쩔 수 없이 롤모델을 설정하는 것 같다. 입문 시점에서 그렇다면, 쭉쭉 앞으로 나아가면서는 관점이 달라지기도 하면서 롤모델과 거리를 두게 되는 경향도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여기까지는 당신을 보고 잘 왔지만, 그런데 이제 나는 다른 길로 갑니다 혹은 더 나아갑니다, 가 될 수도 있겠다. 롤모델로 설정해두고서는 우리는 그 사람에게 환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저 사람은 잘못할 리 없어, 저 사람은 무조건 옳지, 저 사람과 같은 편에 서야지, 하고. 그러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다른 면을 보게 될 수도 있고 '어 이건 아닌것 같은데?'하는 생각을 하게될 수도 있다.


아직 절반정도 밖에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아마 그 뒷부분에는 페이스 프랭크에게 실망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그러니까 '아, 이 사람이 내가 기대한 것처럼 완벽한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그런 부분이 나오지 않을까? 페이스 프랭크 역시 그 자리에서 모두의 인기와 유명세를 가지고 견디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에게도 필리스 체슬러가 겪었던 일들이 수차례 찾아 왔었겠지.


《여성의 설득》은 선물 받고 책장에 꽂아둔 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일본 소설 '고지마 노부오'의 《포옹 가족》읽었다가, 고구마 천 개 먹은 기분 되어서 선택하게 된 책이었다. 우앗 집에는 가정주부가 필요하다고 하는 이런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답답하다, 뭔가 여자인 소설가가 쓴 책을 읽고 싶다!! 하고 책장 앞에 섰다가 여성의 설득이 눈에 뽝- 들어온 거다. 크- 그랬는데 절묘하게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와 한 셋트가 되어버리는 것. 대박... 내안의 필리스 체슬러의 기운이 여성의 설득을 골라냈다. 대박....


그나저나 베티 프리단이 글로리아 스타이넘 미워하는거야 알고 있었지만, 케이트 밀렛 때문에 대충격 받고 있다. 그러면서 성의 정치학도 얼른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다. 얼른 읽고싶다, 당장!!


어제 퇴근길에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한 권 샀다. 당장 읽고 싶어 샀는데, 지금 붙들고 있는 책들도 다 읽지 못했다. 게다가 나는 2월의 같이읽기 도서도 시작해야 한다. 도대체 이렇게나 읽고 싶은 책들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루가 24시간인 것도 모자라고 1년이 365일인 것도 모자라다. 나에게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휴..



한번은 수전이 패널로 여성 권력에 관해 발언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마거릿 대처가 여성 입장에서 긍정적 권력을 표상할수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닌 여성이 총리가 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심리학적으로는 그 여성 총리의 성취가 여성들이 힘을 부여받은 느낌을 받고 남성들은 여성도 권력을 가질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무의식적 차원에서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수전은 이부분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다. - P125

여성학 교수들은 각자 자기만의 강점을 십분 활용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학은 아직 학계에 속해있지 않았다. 찾아낼 수만 있다면 여성의 역사와 페미니즘 사상의 역사를 가르치고 여성에 의한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급진적이고도 위험한 일로 여겨졌다.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원 및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탁아시설과 강간위기센터를 설립하고 부인과 진료의뢰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체육과목 학점이 인정되는 여성 호신술 강의도개설했다. - P105

《미즈》는 《여성과 광기》에서 두 장을 발췌해 실었다. 1972년6월, 《뉴욕》은 환자와 치료사 간 섹스에 관한 내용을 표지 기사로실었다. 여성과 광기》에서 해당 주제를 다룬 장을 인용했다. 헤드라인은 "관능적인 정신과 의사들" 이었고 부제는 "일단 누워서어디가 아픈지 말해 봐요"였다. 표지에는 늙은 남자와 젊은 여성환자가 정신분석 의자psychoanalytic couch 위에서 포옹하고 있는 모습이 실렸다.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 표현 방식까지 내가 제재할도리는 없었다. - P153

한 달쯤 지날 무렵, 《여성과 광기》에 대한 에이드리언 리치의 극찬이 담긴 긴 서평이 《뉴욕 타임스 북 리뷰》 표지에 실렸다.
내 세대에 그토록 화려한 칭찬을 받은 페미니즘 작품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판매 부수가 급증했고 담당 편집자는 승리의 냄새를맡았다. 그렇다. 신문 하나가 그 정도의 결정권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로 나는 에이드리언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에이드리언, 당신이 어디에 있든, 나는 당신에게 빚을 지고있습니다. 삶이 변화된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그렇듯이요. 당신이 쓴 서평 덕분에 그들은 내 책을 읽게 됐을 테니까요.
그로부터 20년 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지면에 주디스 루이스 허먼의 대표 작품 《트라우마》를 소개하면서 나는 마음의 빚을 갚았다. - P162

사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성적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었을뿐이다. 나는 그의 생각들과 그로 인해 생기는 에너지를 사랑했다. 나는 극히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여자들에게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었다. 반짝이는 대화를 위해서라면 그들의 싫은 면도 참곤 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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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쓰레기는 태워버려야 합니다.
    from 마지막 키스 2023-01-18 08:16 
    제2장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다루고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를 설명하며 시작한다. 베티 프리단은 여성성의 신화를 써내고 크게 유명해지는데, 그렇게 적극적 활동을 하다가 후에 등장한 더 젊은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에게 인기를 빼앗기게 된다. 그게 너무 싫어서 다시 자신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고자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결국 그녀가 여성성의 신화 후속편으로 펴낸 《두 번째 단계》는 그녀에게 이전의 명성을 가져다주는데 실패한다. 검
 
 
청아 2022-02-09 1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출근길에는 필리스 체슬러를 읽고 밤에는 <여성의 설득>을 읽으시는군요! 너무 근사합니다. 👍 저도 다음달에 저 두권살께요!! 우리나라 대학에도 여성학관련강의가 너무 부족하더라구요. 저도 책때문에 몸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ㅎㅎ

다락방 2022-02-09 11:02   좋아요 3 | URL
아 미치겠어요. 이 두 권 끝낸 다음에 2월 같이읽기 책 들어갈랬는데 이 두 권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한 권 먼저 끝내자니 다른 한 권이 너무 궁금해서 안되겠고.. 몸뚱아리 왜 하나인가요 ㅠㅠ

저는 엊그제 <One-Way Ticket>받았답니다? 현재 9페이지까지 읽었어요. 얇아서 좋긴한데 이건 또 언제 읽나요? 아직까지는 문장들이 쉬워서 잘 읽히기는 하는데 그래도 확실히 한국어보다 속도는 느려요. 와 읽을거 왜이렇게 많아요? 초조합니다..

청아 2022-02-09 11:11   좋아요 1 | URL
받으셨군요!! 북웜은 영어랑 친해지고 읽는 속도 높여주는데 도움이 많이 될거같아요. 저는 큰 욕심 안내고 매일 한 두 페이지라고 꾸준히 하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다락방님이 전에 올려주신 팝송해석도 가끔씩 하려고요. 저도 책 욕심땜에 늘 초조해요ㅋㅋㅋ

다락방 2022-02-10 08:44   좋아요 1 | URL
잭 리처 책도 이런 단어들로만 적혀 있으면 좋을텐데 어젯밤에 읽다가 모르는 단어 너무 많이 나와서 어휴, 내가 내용 파악 제대로 하고 있냐... 이러면서 슬펐어요. 흑흑 ㅜㅜ

PersonaSchatten 2022-02-09 1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상대를 언젠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만나는 거거나 반복된 폭력으로 학습된 무기력이 생겨버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하는 편인데, 내가 누군가의 변화에 희망을 갖고 누군가를 개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순간부터 더이상 그건 사랑이 아닌 거 같아요.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얼른 헤어지는 게 늘 나은 선택 같아요.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니까요.

다락방 2022-02-10 08:41   좋아요 2 | URL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라는 페르소나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사람은 물론 계속 변화하는 존재이지만 그것은 본인의 깨달음과 의지에 의한 것이지 누군가에 의한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요. 나쁜 연애에 대한 페르소나 님의 말씀에도 동의하지만, 제 경우에는 이성애 세뇌가 세상에 너무 큰 것 같다는 생각을 더했어요. 사랑은 많은 순간 해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파괴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설득해야만 받아들여지는 사랑이라면 그건 버리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으 싫어요..

독서괭 2022-02-09 1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옹 가족>이 책장에 잠자고 있던 <여성의 설득>을 불러내게 한 것이로군요? 고구마 많이 드셨지만 좋은 결과도 있었네요 ㅎㅎ 그런데 내용이 정말 소설 같지가 않네요.
저 2월책 나오미 울프 10페이지 정도밖에 안 읽었지만 무척 재밌을 것 같습니다 ㅋ 저도 요즘 잠들기 전에 막 초조합니다. 책 읽어야 하는데 싶어서.. 리뷰도 써야 하는데 싶어서.. 그러다 애들이랑 같이 잠들어 버리면 망하는 거죠 ㅠㅠ

다락방 2022-02-10 08:42   좋아요 1 | URL
저도 나오미 울프 책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얼른 읽고 싶은데 필리스 체슬러 책 끝내고 싶어서 아주 초조합니다. 몸은 하나지 시간은 없지 읽어야 할 책은 많지.. 아 돌아버리겠어요 정말. 저는 필리스 체슬러 끝내고 나오미 울프 도전하면 아주 그냥 가열차고 맹렬하게 읽어버리겠어요. 후다닥 끝내버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님, 화이팅!!!

2022-02-10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2-09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설득, 담아갑니다.
필리스 체슬러는 뒤에서도 여전히 열일 하십니다. 천재는 다 이렇게 사나 싶어 슬프기도 하고, 그럼에도 천재에게도 365일 24시간일 뿐이라서 체력을 안배하고 조정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다락방님, 천재에게도 1년은 365일 하루는 24시간 뿐입니다. 명심바래요 ㅎㅎ

다락방 2022-02-10 08:43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안드레아 드워킨.. 까지 읽었어요. 인간이란 자고로 복잡한 동물 아니겠습니까. 어떤 면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놀랍기는 해도 저는 안드레아 드워킨이 좋아요. 막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뜬금)
단발머리 님 댓글 읽고 나니 오늘 점심도 늘 그랬듯이 잘먹어야겠단 다짐을 하게 됩니다. 빠샤!!

- 2022-02-10 11:49   좋아요 0 | URL
잘먹어야쥬! 잘먹어야합니다! 다락방님을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은 (이미 많이 실망했을 거예요 ㅋㅋㅋㅋ 무슨 페미니스트가 상황극을 하며 멧돼지를 잡나!!ㅋㅋ 우리들은 이미 실망을 가진채로 다락방님을 롤모델 삼았기 때문에) 다락방님이 잘먹기를 원합니다. 와구와구 얌냠~

다락방 2022-02-10 12:10   좋아요 1 | URL
너무 잘먹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잘먹겠습니다. 잘먹고 씩씩하게 살아야지. 읽고 쓰면서 살아야지. 우리 힘차게 살아가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