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second best'란 제목으로는 《12월의 어느날》을 다 읽으면 그 때 글을 쓰려고 했는데, '메그 윌리처'의 《여성의 설득》을 읽으면서 막판에 이 제목이 생각나서 일단 이 제목을 쓰기로 했다. 별 거 아니지만 나는 이걸 기록하고 싶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이 책을 들고 왔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을 출근하는 동안 들고 다니려고 했는데, 엊그제 자기 전에 읽었던 이 책의 부분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마저 읽고 싶었던거다. 그래서 오늘은 가방에서 나오미 울프의 책을 빼고 이 책을 넣었다. 원래 두 권 다 들어있었고 조지 실버의 책도 들어서 총 세 권이었는데, 아 몰라 일단 다 들고 가, 하고 세권 넣었는데, 아니 출근과 퇴근의 독서가 전부인 내가 이 세권을 무슨수로 읽겠다고 넣는단 말인가. 제발 똥구멍까지 찬 욕심을 버려.. 나는 내게 말했고, 그래서 나는 나로부터 설득당해 한 권을 빼놓고 오게 된거다. 크- 아름다운 출근길 스토리 되시겠다. 

이게 그러니까 어젯밤에 이걸 읽고 잤으면 모든게 깔끔해지는데, 내가 어제 소주랑 쭈꾸미볶음을 먹는 바람에 책을 읽을 수가 없었어.. 평일의 술은 모든 계획을 흐트러지게 만든다고 늘 생각해오고 있고 그래서 다시는 평일의 술을 나에게 허락하지 않겠노라 다짐하지만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나는 나에게 술을 허락해버려. 그래, 마셔라. 


아, 쓸데없는 얘기가 길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얘기하기 위해 쓸데없는 나의 얘기를, 지독하게 사적인 얘기를 좀 더 해야겠다. 베리베리 프라이빗한 스토리 되시겠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만났던 남자가, 처음 만난 날에 나랑 자고싶어 했다. 뭐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그 후에 내게 또 일어나기도 했던 일이니, 이 일 자체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처음 만나 자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살아가고 그러잖아요? 학계에선 그걸 원나잇 이라고 하죠. (닥쳐!) 그렇지만 당시의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매우 고지식한 사람이었고, 처음 만난 남자와 그 날 바로 잔다는 것은 내게 그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여겨졌으며, 나 역시 '그럴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라고 말했던 것은, 나는 정말이지 그 날 그에게 홀랑 반해버렸지만, '자고나면 끝장이다'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그 날 나의 욕망에 굴복해 그랑 잔다면 그 날은 그와 나의 첫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 될거라고 나는 생각한거다. 나는 그렇게 한 번 자고 잊혀지는 여자가 되는게 너무 싫었다. 나는 계속 만나고 싶었다. 우리는 그 후에도 몇 번 더 만났고 번번이 그는 나에게 끌림을 이야기했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야' 라고 말하면서도 함께 밤을 보내지 않은 건 나의 그런 마음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면 끝장이다, 그게 바로 관계의 끝이다.


그러나 자지 않아도 관계는 끊어졌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도대체 섹스 그게 뭐라고 그냥 잘 걸. 이라는 생각도 더러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나 홀랑 반했었는데 한 번도 자지 않고 헤어졌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오래 그를 그리워하는건가, 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아.. 너무 사적인가? 여튼 썼으니까 계속 써보자. 


그 후에, 그랑 헤어지고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내 삶을 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충실히 살았다. 그렇지만 그가 계속 내게 있었다. 가끔은 꿈에 나타나기도 하면서 내게 있었다. 그는 기준이었다. 그는 중심이었다. 내게 있어서 그랬다. 나는 몇 번 연애를 했지만, 그 모든 연애에서 연애 상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 시간 내내 그 연애 내내 그들은 내게 best가 아니었다. 우선 순위도 아니었고 최고도, 최선도 아니었다. 그들과 결혼해서 일편단심 민들레로 살아갈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결혼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결혼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거기에 '충실한 아내'같은건 없었다. 나는 기어코 오래전에 만난 그를 만날거라고, 찾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그를 찾아갈거라고, 그래서 기어코 한 번쯤은 꼭 다시 만날거라는 생각을 늘 품고 살았다. 늘, 정말, 늘.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고 어쨌든 내 삶은 언젠가 한 번 그를 만날거라는 것에 맞춰져 있었고,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가 언제든 나는 한번은 꼭 잘거라고 마음 먹었더랬다. 그는 오래전에 나를 볼 때마다 욕망으로 불타올랐으니 언제 다시 만난다해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같이 자는 건 일도 아닐 것이었다. 다만, 그가 결혼했을지도 모르고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변수였다. 그래서 나의 상상 속에서 그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 그때가 언제든, 나는 그에게 '너 결혼했냐'고 묻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게 내가 다짐한 것이었다. 묻지 않고 자기. 그가 싱글인지 기혼인지 묻지 않기. 왜냐면, 그가 '결혼했다'는 답을 한다면, 그 말을 듣고서는 차마 같이 잘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그런 일을 하도록 놔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른다면 가능하다. 모르는 채로는 가능하다. 짐작으로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내가 모르는 채로는 나를 용서할 수 있다. 단 한 번이라면. 



자, 내가 이렇게 긴 이야기를, 이렇게나 사적인 이야기를 왜 하고 있을까?



페이스 때문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한 명. 정확히 나랑 같은 마음을 어느 순간 가졌던 이 여성 때문에, 나는 아주 오래전의 나의 상황과 나의 마음이 생각나버렸고(사실 잊은 적이 없지만), 아아, 페이스여... 하고 울 것 같은 마음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페이스는 여성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고 광고주를 모집해야 한다. 광고주를 모집하기 위해 이 회사 저 회사 다니면서 설득하다가,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 남자는 이 만남에서 광고 얘기도 할 겸 페이스에 대한 호감도 강하게 어필한다. 


"나랑 자요. 난 정말로 그러고 싶어요." -p.383


아, 페이스도 너무나 원한다. 그래서 본인의 욕망에 응답하기로 하고 그들은 그렇게 섹스를 한다. 그 섹스는 환상적이었다. 너무너무 좋았다.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이것은 아마도 인생 섹스? (책에는 '인생 섹스'란 단어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새벽에, 그가 집에 가겠다며 옷을 챙겨입는다. 침대에 누워 이 열정적이고 만족감을 가득 안겨준 섹스를 끝낸 뒤 후유증이 가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는 집에 간다고 옷을 챙겨입는다. 



"어디로요? 지금은 새벽 2시예요."

페이스는 고개를 돌려 분홍색 빛이 나는 타이멕스 시계를 보았다.

"집에요."

길고 끔찍한 침묵이 흘렀고,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당신 결혼했군요."

역시나 끔찍한 또 다른 침묵이 흘렀고, 페이스는 뭔가 성난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화가 나지 않았고 그저 음울하게 슬플 뿐이었다. 왜냐하면 결혼반지가 없었어도 그녀는 이미 직감적으로 그가 결혼했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일부러 그와 침대에 들어가기 전에 그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의 답을 확실히 알았다면 절대 이런 일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p.386



페이스는 묻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가 결혼한 남자인 걸 알지 못했다. 그도 결혼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묻지 않았으니까. 아마 물었다면 대답해주었겠지만, 그 역시 같은 이유로 본인이 먼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는 여자를 계속 만나고 싶다. 오늘 너무 좋았고, 그녀가 너무 좋아서. 그는 그녀에게 다시 만나자고, 내가 오늘 당신과 겪었던 모든 것들에 대한 감정은 꾸밈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런 감정을 우리가 더 가질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페이스는 말한다.


"난 그런 일은 하지 않아요. 최소한 알면서. 내 자매들에게는 그러지 않아요." -p.387



알면서 못하는 일이지만, 너무 하고 싶은 일이라서 부러 알지 않는 걸 택했다. 그리고 이제 알게 되었으니 더이상 할 순 없다. 알면서는 하지 않는다. 그게 페이스가 선택한 것이고 내가 선택한 것이다. 어쩌면 이래서, 그러니까 인생에 단 한번뿐인 경험이어서 서로에게 이 일이 best 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다른 모든 것들은 second 나 another, the others, 그 밖의 것들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안된다는 걸 알고, 그래서 그녀와 그는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산다. 페이스는 페이스대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 이름을 알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남자는 남자대로 열심히 일을 해 사회에서 한자리를 단단히 차지하고 돈도 쓸어 담았다. 이들은 서로 유명해져서 각자의 소식을 안다. 들려온다. 


그는 섹스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 뒤로도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고 섹스를 했다. 아내는 그의 바람을 알지만, 그에게 사업자금을 대주면서 약속했었다. 정말 흥미가 가는 여자랑은 섹스를 하지 않기로. 그는 지적이고 똑똑한 여성, 계속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해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페이스가 그런 여자였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 누구도 페이스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그녀의 뇌를 좋아했다. 그는 그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 날, 그녀를 회상하며 거실에 앉아있었다.



"당신 결혼했군요."

그 자리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가능성이 끝장났다. 그날 밤 집에 와서 어두운 거실 의자에 앉아 페이스의 눈부신 몸과 느낌과 맛과 향기를 생각했다. 쉐르세이라는 향수를 뿌린다고 했지만 단순히 그런 것 이상이었다. 그녀의 향수는 염분과 섞여 있었고, 그 염분은 오로지 페이스에게만 존재하는 무언가와 섞여 있었다. 그는 그녀를 호기심 많고 예리하고 절묘하게 매혹적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머리 안에 든 뇌를 상상했다. -p.504



페이스 프랭크와의 하룻밤을 떠올리자 목과 가슴이 조여들었다. 그가 기억하는 건 그저 섹스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원했었는지도 기억이 났다. 어떤 사람은 대단히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함께한 시간이 아무리 짧았어도 그는 당신의 안에 아로새겨지고, 그에 관한 아무리 사소한 언급이라도 당신의 마음속에 갑자기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p.514



미래는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나는 시간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인생의 그 시기에 만나야 해서 만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거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이 시기에 이렇게 한 번 만나게 하고 그 뒤로는 만나지 못하게 할까. 그 이유는 뭘까. 거기에서 무얼 느끼고 무얼 얻으라는 것일까. 그런데, 사십년이 지난 후에 그들이 만난다. 그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나이 일흔에 얘기하는 바람에, 그녀를 만나서는 안된다는 아내와의 약속이 '동화속 저주처럼 사라(p.514)'진 것이었다. 



페이스는 상세한 것을 묻지 않고 사무실로 와서 그의 바로 맞은편에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는 여전히 우아하고 흠잡을 데 없고 대단히 똑똑했고, 그는 훨씬 나이 든 버전의 그녀에게 다시금 욕망을 느꼈다. -p.514


이런 놀라운 결말을 가져오는 삶이란 것이 얼마나 굉장한지. 물론 이게 꼭 결말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시작일 수도 있었다. 그는 이걸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했다. 그저 매일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는 것만 알았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죠?"

사무실로 온 오후에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이게 우리 두 번째 데이트인가요?"

그는 기뻐서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요. 그러고 싶다면 말이죠."

"음,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다시 전화를 할 때에는, 또는 그 반대일 경우에도 40년보다는 짧은 시간이 걸리죠. 우리한테는 좀 늦은 것 같은데요." -p.515



칠십대의 그와 칠십대의 그녀가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같은 이야기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부러 그의 이름은 적지 않았다. 그건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의 즐거움을 일부 가져가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렇게 40년 후에 재회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써나가는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인생 내내 중심으로 있던 사람이 40년 후에 다시 불쑥 내 인생에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는 것, 을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똑똑한 여성에게, 그 여성의 뇌를 상상하며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남자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나는 매우 즐겁다. 물론 그녀는 아름다우면서 똑똑한거긴 하지만. 그가 젊은 시절에도 그녀의 뇌에 혹했고 40년 후에 만나서도 똑똑함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 즐겁다. 그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 더 똑똑해지고 싶다는 거였다. 더, 더, 더 똑똑해지고 싶다. 40년이나 걸리기를 바라진 않지만, 그래도 혹여 그와 내가 먼 훗날 다시 만났을 때, 그 때 그에게 '대단히 똑똑하다'는 생각을 주고 싶다. 그건 너무 멋진 일인것 같다. 그러니까 과거에 알던 사람을 나중에 다시 만났는데, 와 대단히 똑똑해, 라는 느낌을 주는 거 너무 좋지 않나. 



몇 년이 흐른 후 운명이 왜 그걸 허락한건지 모르겠지만, 그와 나를 다시 한자리에 있게 했다. 나는 우리의 그 젊은 시절에, 그 처음 만남에, 왜그렇게 나랑 자고 싶었던 거냐고 그에게 물었었다. 나는 예쁜 얼굴도 아니고 쭉빵 몸매도 아닌 게다가 곱게 화장을 하거나 세련되게 옷을 입는 사람도 아닌, 그러니까 외모로 어필할 수 있는 성적 매력 가득한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왜 그런 나를 보고 그렇게나 처음부터 욕망을 느낀건지 궁금해 물었었다. 그 때 그도 내게 나의 뇌를 얘기했더랬다. 


brain


아, 자꾸 영어 단어 튀어나오는 이 습관 어떻게 고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고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brain 은 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에 대해서는 리뷰를 따로 쓸 생각인데, 리뷰 쓰기 전에 갑자기 너무 나를 건드리는 부분이 나오는 바람에 이토록이나 은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적어버리고 말았다. 오래전, 그가 있는 대륙으로 가서 무작정 말을 타고 달리며 그를 찾고 싶었던 그 때의 내가 떠올라버려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와 한 침대에 들고 그리고 서로 세이 굿바이 할 때까지도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다짐했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서. 나는 '그'랑 자고 싶었지 '결혼한 그'랑 잘 순 없는 거니까. 그렇게 마음을 먹었던 그 때의 내가 떠올라서 아주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아니, 페이스, 당신이 그런 일을 경험했는지 몰랐네요. 어쩌면 지구상 어딘가의 누군가는 나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0년은 너무 길다. 칠십대에 다시 만나는게 뭐야. 페르귄트야 뭐야, 내가 솔베이지야?



아무튼 졸라 똑똑해질것이다. 뇌에서 페로몬 뿜어내기, 제가 해보겠습니다. 킁킁.

당신은 평생 나보다 더 똑똑한 여자는 만나지 못하는 저주에 걸려있다. 알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은 다 읽고 팔려고 했다가 3부와 4부를 읽으면서 소장하기로 했다.


댓글(15) 먼댓글(1)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Love of my life 3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02-19 23:36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Laurie, Sarah, Jack, Oscar 이렇게 네 명이다. 이들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복잡할 게 없는 관계여서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한 나는, 죄송하게도 보부아르를 떠올린다.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을 읽으면서 인물 관계를 정리한다는 게, 하다 보니 사랑의 화살표 대잔치가 되어 버렸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와서. 로리의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로리는 이렇게 쓴다. She came runnin
 
 
persona 2022-02-16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쭈꾸미 볶음을 먹고 여성의 설득을 소장하고 싶어지는 포스트네요! 맛있는 점심 하셨기를요!

다락방 2022-02-16 16:48   좋아요 2 | URL
여성의 설득은 저한테는 조금 순한 페미니즘 소설 같지만 끝으로 갈수록 더 좋아지는 소설이었습니다. :)

미미 2022-02-16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뇌섹녀인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페로몬은 글로도 퍼지는 것! 나의 내면을 건드려 주는 책 저도 너무 좋더라구요~♡ 며칠 전에 주문했는데 이제야 <여성의 설득>이 제게도 오는 중입니다 잘샀네요.ㅎㅎ

다락방 2022-02-16 16:49   좋아요 2 | URL
미미님은 또 읽다가 어떤 감상을 갖게되실지 궁금해요. 읽다가 글 쓰고 싶어지시면 언제든 참지 말고 써주세요! 저는 오늘 페이퍼에 너무 다 털어넣어버려서 막상 리뷰에 쓸 말이 있을까 싶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거리의화가 2022-02-16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0년을 만났는데도 brain^^ 다락방님의 이야기와 묘하게 어우러진 여성의 설득 좋은걸요~ 리뷰도 기대가 됩니다^^

다락방 2022-02-16 16:50   좋아요 3 | URL
리뷰를 쓰고 싶은데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 책은 필리스 체슬러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의 소설 버전 같단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각자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고 잘하려고 애쓴다 해도 순간의 판단으로 오래 죄책감을 갖고 살게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게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소설이예요.

독서괭 2022-02-16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뇌 페로몬에 빠져있는 사람 요기 하나 있습니다 ㅋㅋ 똑똑한 여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남자들이 있군요.
어휴 근데 저는 저 남자 넘 싫네요. 저는 결혼한 남자랑 자면 안된다는 도덕적 이유도 있지만, 그 남자 자체에 대한 신뢰가 깨져서 안 만날 것 같아요. 결혼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숨기고) 나에게 자자고 하다니, 이런 써글놈.. 차마 묻지 않고 자버리는 그 마음에 대해서는 이해는 되지만요. 그래도 싫어요 써글놈 ㅠㅠ

다락방 2022-02-16 16:52   좋아요 3 | URL
독서괭 님, 사실 그런 부분.. 네 맞습니다. 저는 잭 리처가 그래서 좋아요, 독서괭 님. <네버 고 백> 보면 잭 리처는 본인에게 일어났을지도 모를 혹은 일어날지도 모를 일에 대해 호텔 룸을 잡기 전 상대 여자에게 말합니다. 이미 둘 사이에 성적 긴장이 있고 그래서 같이 자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는데, 우리가 방을 잡기 전에 당신이 알아야 할 일이 있어, 라고 말을 하죠. 저는 잭 리처의 그런 면을 정말이지 너무너무 좋아해요. 그는 뭔가 잘못된 일을 하지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에요. 저는 그의 그런 점이 너무 좋아서 잭 리처 시리즈를 계속 읽습니다. 아니 이게 뭐지. 갑분잭리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2-16 14: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 진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적이고 뭔가(무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야한 페이퍼다 ㅋㅋㅋ 아주 뇌에서 너무 과도한 페몬이 철철 흘러서 페이퍼 까지 적시고 있어요.... 뇌섹녀... 근데 다락방 자면 끝장이야라니... 자면 끝장이야라니... (본받겠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래... 가끔은 그런 마음도 인생의 베스트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그러는 거야...!!ㅋㅋㅋㅋ
여성의 설득 표지만 보고 그냥 페미니즘 고전인가? 했는데. 이런 소설이란 말이예요? 40년 후에 불쑥이라니.. 대단하다. 갑자기 인생이 굉장히 길고 지루한 무엇이지만 재미있는 어떤 것으로 바뀌는 것 같은 마법. 저도 읽고 싶어졌어요.

다락방 2022-02-16 16:54   좋아요 4 | URL
자면 끝장이다, 라고 생각해서 자지 않아놓고 몇 년간을 ‘쉬바 섹스가 뭐라고 그렇게 나를 철저히 차단했나..‘ 라는 생각에 괴로워했죠. 그렇지만 또 시간이 흘러 결과적으로, 그 때 그러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오래 그리워하고 오래 괴로워했지만 그렇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한 시간도 올 수 있었고 뭐 그랬습니다. 역시 지금의 저는 과거의 저가 만든거예요.
여성의 설득 표지만 보면 페미니즘 고전같기도 하고 자기계발서 같기도 한데, 페미니즘 소설 순한맛입니다! 저는 별 다섯을 주긴 할거지만 순한 맛 때문에 4.5 주고 싶은, 그런 소설이에요. 후훗.

쟝님의 마지막 문장, 맞아요! 인생은 길고 지루한 무엇이지만 재미있는 어떤 것으로 바뀌는 마법 같은 것! 마법이 우리 인생에 찾아들기도 하죠. 샤라라랑~

공쟝쟝 2022-02-16 19:55   좋아요 2 | URL
지금 그대가 만들어낸 그대 굉장히 근사해요. 그렇지만 자면 끝장이다라니......... 귀엽다(ㅋㅋㅋㅋ)

그래~ 사랑을 포기하지 않겠어! 하지만 나의 커리어는 사랑보다 소중하다!!! 샤라랑!@!!!!!!!

책읽는나무 2022-02-16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이었군요?? 저는 아까 낮에 링크된 걸 보고 책 제목만 봤을 땐 여성주의 인문학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락방님 글은 왠지 각잡고 읽어야 하겠기에 읽는 건 좀 미뤄뒀죠. 카페를 갈 수 없는 시기니까요~ㅋㅋ
가 아니라 도서관에 연체 된 책들 반납한다고 급히 나간다고 바빴어요^^
근데 책 표지가 어찌나 강렬했던지? 아까 도서관에서 소설 분야에서 이 책을 봤거든요..응??? 이게 왜 여기 꽂혀 있는가? 의아했었는데 소설이었군요?ㅋㅋㅋ

각 잡고 내밀하고,은밀한 사적인 페이퍼를 읽었습니다^^;;;
저도 부끄럽지만 좀 보수적인 편이라 그 다락방님 말씀 하시는 ‘자면 끝장이야!!‘ 주의인지라....🤭🤭🤭
지금은 생각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래도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긴대도 ‘자면 끝장이야!!‘ 모드로 돌아설 것 같아요. 에혀~~ㅋㅋㅋ
암튼 그분을 가장 좋아한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40 년후는??? 너무 기네요?ㅋㅋㅋ
근데 요즘 ‘다시, 올리브‘ 를 읽으며 빠져 있는 중인데요..어쩌면 40 년후가 더 홀가분하고 더 지적인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땐 나이가 많아서 배우자가 곁에 없....아!! 너무 나갔나요??ㅋㅋㅋ
그래도 건강만 잘 유지한다면??(뭐래??ㅋㅋ)
뇌가 똑똑해야 하는 게 중요하긴 합니다. 치매라도 걸린다면?? 사랑했던 사람도 못알아본다면 로맨스고 뭐고 다 끝장일 것 같아요ㅜㅜ
밤이다 보니 횡설수설하고 있네요ㅋㅋ

다락방 2022-02-17 09:47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이 책은 표지와 제목이 저렇지만 소설, 소설입니다. 페미니즘이 잘 들어가있는 소설. 책나무 님도 읽게 되신다면 아주 좋아하실, 재미있게 읽으실 그런 소설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뻔하기는 했지만 갈수록 좋아지는 소설이에요. 등장인물들이 삶이란 무엇인가 알아가고 또 자신에 대한 모순에 직면하면서 성장하는게 보이는.. 까지 쓰다가 아니 리뷰에 쓸 말을 여기다 다 써버리면 나는 리뷰에 무얼쓰나, 싶어서 이쯤에서 접을게요. ㅎㅎ

맞아요, 올리브는 일흔에 잭을 만났죠.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죠. 그건 그것대로 좋을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너무 늙으면 곤란해요. 병치레만 하다가 죽잖아요. 서로의 찬란함과 열정을 함께 겪지 못하고요. 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다 좋긴 하지만, 저는 같이 늙어가는편이 더 좋을것 같아요. 젊은 시절도 함께 겪고 늙어가는 것도 함께 보고.

제가 그 때 ‘자면 끝장이야‘ 마인드로 살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를 훗날 다시 만날 수도 있었고, 딱 한 번만 섹스해보고 싶다던 바람은 그보다 많이 하는 걸로 진행되었더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9금)

mini74 2022-02-16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결혼전 원나잇에 대해 어쩌다 이야기가 나왔는데 전 반대입장, 처음 만나 서로 얼굴에 침 묻히고 그러는거 좀 그렇지 않나요 였거든요. 살아보니 좋으면 처음 만나 서로 침도 뱉고 묻히고 뭐. 그럴수도 있지 뭐 하는 생각이 ㅋㅋ 다락방님 글과 댓글 읽으니 갑자기 생각납니다.ㅎㅎㅎ

다락방 2022-02-17 09:44   좋아요 1 | URL
저는 원나잇에 대해 한 순간도 반대입장이었던 적은 없거든요? 그런데 그걸 제가 하려면 온갖 안되는 이유들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이유가 없어도 무조건 안되는 것 같고요. 야 즐겨 즐기면서 살아, 못할게 뭐있어, 내가 한다는 건 상대도 한다는건데, 해버렷 해버렷! 하는 입장이었지만 막상 저에게 그런 일이 닥치면 뒤로 물러서더라고요. 저는 보수적인 성향도 있긴 했지만 스스로 너무 고지식하고 엄격하지 않았나 싶고.. 그렇게 원나잇 물리치고 살아서 좋으냐 라고 하면 하고 살걸 그랬다 싶고.. 그래서 원나잇을 해보려고, 그러니까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자봤는데, 세상 허무해서.. 이것이 뭣이여 이걸 하고 사는건가 사람들은.. 싶어서 집에 가자마자 뜨끈한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역시 원나잇보다는 밥이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 그 밥이 그렇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댓글 왜이러죠? 산으로 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