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949호의 <사람 IN> 코너에는 프랑스 기자 아녜스 나밧, 마리안 게티 두 인물이 실렸다. 올해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대상 '기로에 선 세계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꼭 공유하고 싶어서 기사 일부를 옮겨오겠다.
두 사람은 2020년 11월 2일부터 2022년 11월 3일까지 '티그라이 전쟁(Thgray war)' 에서 발생한 전쟁 성범죄를 고발하는 영상 <침묵의 무기(The Silent Weapon)>를 2024년 보도했다. '티그라이'는 에티오피아 북부에 있는 주(州) 의 이름이자, 에티오피아 인구의 6%를 차지하는 소수민족의 이름이기도 하다. 전쟁은 티그라이인을 '인종청소'하겠다는 반(反) 티그라이 연합군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 연합군은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주도했다. 약 2년 동안 60만명에 달하는 사망가자 발생한 21세기 최악의 전쟁이었다. -시사인 p.70
나는 위 부분을 읽다가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주도했'다는 부분에 놀랐다. 저 사람에 대해 아는건 전혀 아니고,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 인종청소의 목적으로 전쟁을 시도했다고? 그래서 채경이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그러니까 평화상을 수상했으나, 그 뒤에는 집단학살에 이르는 짓을 저질렀다는게 아닌가. 게다가 인종청소? 나는 '인종청소'라는 개념에 대해서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인종청소, 라는 걸 생각하고 행할 수가 있지? 게다가 수상을 취소할 수가 없으니, 그는 인종학살을 지휘했으면서도 평화상 수상자인채로 남게 되겠구나. 하- 그가 생각하는 평화란 무엇이었던걸까.
전쟁이 일어나면 그곳에 강간은 따라온다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의 되풀이된 역사속에서 이미 잘 알고 있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강간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여성대상 범죄이지만 말이다. 자, 그래서 이 기자들이 어떻게 했냐.
프랑스인인 두 기자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전쟁 피해 여성들을 취재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했다. 신분 검사 시 발각되기 쉬운 언론인 비자가 아닌 관광 비자로 입국해 관광객인 척 위장했다. 최소한의 취재 장비와 휴대전화만 들고, 방송용 마이크는 현지에서 대여해 촬영을 이어갔다. -시사인 p.70
어렵게 세상에 나온 영상은 티그라이인의 탄생을 완전히 차단할 목적으로 티그라이 여성에게 행해진 성범죄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른바 '자궁 학살' 이다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민족의 수치'로 여겨지며 가족과 그 사회 내에서조차 철저히 묵과되었다. 아녜스 나밧 씨는 "티그라이 여성 인구의 10분의 1에 달하는 12만명 이상이 전쟁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 여성 기자로서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는데 보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고 말했다.
영상은 여성들이 당한 피해와 고통 그 자체에만 주목하고 있지 않다. 활동가 메세레트 하두시와 공공병원 간호사 물루 머스핀의 시선을 통해, 피해 여성의 회복과 자립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마리안 케티 씨는 "피해 여성만 조명하면 이미 벌어빈 전쟁 피해에 대해 우리가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두 여성에게 집중하면서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라고 말했다. -시사인 p.70
아비 아머드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적이 있었던 만큼, 아마도 지구상의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고마운 사람, 은혜로운 사람. 그러나 그는 분명 어느 시점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도록 했다. 인간에게 어느 한가지 면만 있는건 아니라지만, 이런 경우에는 도대체 어째야 할까. 그러니까 만약 누군가가, 그는 정말 고마운 사람이지, 라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랬을 때 나는?
티그라이 여성들이 전쟁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도 나는 이 시사인을 읽기 전까지는 알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분명 어떤 사람들은 '알고' 있었고, 그리고 그 중에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그들을 도우려고 행동하기도 했다. 말은 쉬워도 행동은 어려운 법인데, 어, 우리가 아는 이상 가만 있을 수 없지, 하고 직접 거기로 날아가 행동하다니. 왜 어떤 인간은 집단학살을 시도하고 어떤 인간은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구하고자 하는걸까? 매시간, 매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날들이 길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삶의 경험이 쌓여도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할 수가 없구나.
<장정일의 독서일기> 코너에서는 전광훈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다. 내가 알고 있는것보다 더 이상한(?)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종한다는 것이 나로서는 정말 놀랍고 당황스럽다. 그리고, 그중에 한 명이 우리 아빠다. 하- 분명 우리 아빠도 전광훈을 싫어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그의 편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아마도 병원 입원이 길어지고나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나서 만나는 이들이 한결같이 전광훈 지지자였던 것 같고. 하-
"내 강의 앞에서 여러분의 이론과 신학은 없어져야 성령을 얻는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목사인 나를 위해 죽으려고 하는 자가 70% 이상이다. 내가 손가락 한 개를 펴고 다섯 개 하면 다 다섯 개라 한다. 어떤 의미에서 목사는 교인들에게 '교주'가 되어야 한다."
"어떤 목사는 자신의 사역에 영성이 떨어져 고민하던 중 내 사진을 강대상 의자에 붙여놓고 볼 때마다 기도했더니 성령이 나타났다. 새벽기도 시간에 제일 먼저 나를 위해 기도하라. 성령이 나타날 것이다."
"나는 하나님 보좌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내가 이렇게 하나님하고 친하단 말이야."
저런 희떠운 말을 설교랍시고 뇌까리는 사랑제일교회 '빤스 목사' 전광훈은 개신교 원로와 목회자, 신학자로부터 반성경적, 반복음적, 비신학적, 비신앙적 비지성적이라는 성토를 넘어, "전형적인 이단들의 수법"이라는 정죄를 받고 있다. -시사인 p.60
장정일은 '배덕만'의 [전광훈 현상의 기원] 을 다룬다.
배덕만은 <전광훈 현상의 기원>(뜰힘, 2025)에서 전광훈의 근본주의적이면서 신학적으로 이단적인 행태와 극우주의정치 행태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탄생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단연 12.3 비상계엄"이라고 쓴 지은이는 '전광훈 현상'은 한국 개신교계에 돌출한 이질적이고 일회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 개신교계의 역사적,구조적 본모습이라고 말한다. 윤석열 탄핵 정국에서 순식간에 탄핵 반대 진영의 선봉장이 된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의 등장이 증명하듯, 한국 교회 안에 이렇게 많은 극우주의자들이 존재하게 된 원인은 어디 있을까. -시사인 p.60~61
울화통이 치밀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저런 제목을 가진 것도 싫기는 하지만...
내가 원해서 지금 여기 와서 이렇게 지내고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침에 일어나 학교가기가 넘나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