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호실> 에서 잭 리처는 자신의 아버지가 살았던 곳에 가 그곳을 둘러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준 여성에게 저녁을 먹자고 하는데, 그 여성은 이미 다른 남성과 선약이 있다면서 거절한다. 잭 리처는 여기에 대해 미련을 갖지도 않고 또한 그 여성과 남성의 새로 시작되는 로맨스를 응원해준다.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는 그들의 선함이 자신에게 합석을 권유할까봐 어떻게든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햇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즐겁게 식사를 같이 한다. 


나는 잭 리처 시리즈를 좋아하고 그건 잭 리처의 성격에서 오는 부분이 크다. 나쁜 놈들을 용서하지 않으려고 하고 특히나 어린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하는 놈들에 있어서는 절대 그냥 놔두려하지 않는 그의 성격이 좋다.  읽다보면 잭 리처라는 캐릭터는 판타지로 구성된 인물에 다름아닌데, 그러니까 운동하지 않아도 근육을 타고난 지점 이라든가, 두건을 씌워도 사격을 명중할 수 있다거나.. 뭐 아무튼 그래서 순 뻥이잖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좋아하는 건, 그에게는 열등감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오늘은 들었다. 만약 위에 언급한, 이 책에서 가볍게 지나가는 일화에서, 그가 열등감에 가득 찬 남자였다면, '내가 밥 먹자고 했는데 왜 거절해!' 하고 그는 온갖 찌질이같은 행동을 했을테니까. 왜 나는 안돼? 하며 그녀를 찾아가고 조르고 하는 등의 행동, 혹은 협박하고 위협하는 행동들을 했을테니까. 그러나 잭 리처는 오 그래? 오케이, 한다. 아, 그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더니 잘 되었네, 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이런 찌질하지 않음이 좋다. 열등감이 없는 남자라는 게 좋다. 그래, 열등감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 자신이 이미 강한 남자인데 열등감이 잇을게 무어람. 그는 열등감이 없기 때문에 상대의 거절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상대가 나를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인정할 수 있다. 상대가 나를 거절했다는 것이 나의 어떤 약점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인지한다. 어떤 사람은 나를 좋아할 수도 있는 것처럼 어떤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면 물론 너무 좋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은 비극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게 인생이다. 그게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내가 좋아한다고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세상 못난이 세상 찌질이가 되어 온갖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거다.


얼마전 읽은 <낫씽맨>에서는 연쇄살인범들이 얼마나 실패자인지에 대해 수차례 얘기한다. 사람들을 죽여야만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열등감에 가득한 인물들. 다른 걸로는 딱히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사람들로부터 애정을 받지도 못하는 사람들.


<10호실>을 읽으면서 나는 거기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그들이 머리가 나쁘다는 것, 멍청하다는 것, 생각이 깊지 못하다는 것.


10호실에는 인간을 사냥하는 것을 게임으로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기꺼이 거기에 돈을 쓰려고 하는 자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일에 말려들어갔는지도 모른채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를 위기에 처하게 되고, 그들은 일단 그래서 자신들을 죽이고자 하는 이들로부터 도망쳐야만 한다. 그러나 모든 조건이 죽이고자 하는 이들에게 훨씬 유리하다. 그러니 이들은 어떻게해도 지는 싸움이 되는 것에 어쩔 수 없이 뛰어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 사냥 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다. 누가봐도 옳지 못하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해자들도 안다. 그래서 철저히 비밀로 하려고 한다. 등록되지 않는 차량을 탄다거나 위장된 차량을 탄다거나 어떻게든 자신들이 이 일에 연관되어 있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그리고 또 그만큼 큰 돈을 들인다. 이번 사냥에 대해서도 그들은 온 몸에 흥분을 가득 채운채로 또 가방에 현금을 가득 채운 채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들은 돈을 지불했고 이제 민간인들, 자신들이 왜 이 일의 피해자가 됐는지도 모를 사람들을 사냥할 것이다. 처음 피해자들이 영문 모를 일로 갇혔을 때부터 신경줄이 팽팽해지다가 결국 그런 일들로 진행되어 갈 때 아주 스트레스가 커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에 잭 리처가 등장한다는 걸 내가 알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잭 리처 시리즈이고, 잭 리처는 여기 어디 근처에 있고, 결국 이 일은 잭 리처에게 발각될 것이며, 이들은 무사할 것이다, 라는 믿음이 내게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잭 리처는 드디어 이 일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고 인간 사냥에 열중하던 한 명을 잡아낸다. 도대체 너가 뭐하는 것이야, 누구를 사냥하고 있는 것이야, 어떻게 된 일이냐, 가해자중 한 명에게 묻는다.



리처는 더 힘주어 밀었다.

그가 속삭였다. "누구를 사냥하고 있는 거야?"

놈은 한숨을 쉬듯 숨을 내쉬었는데, 현재의 긴장된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 소리는 해결하려면 엄청난 학식과 치열한 논쟁이 필요할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화두를 막 받아들고는 깊은 생각에 잠기는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놈이 자기 견해의 서두를 열 문장을 속으로 리허설하는 동안, 뒤에 서 있는 리처조차 놈의 입술이, 부분적으로는 잠재의식에 의해, 들썩이고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놈의 호흡은 한동안 패닉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러고는 결심을 굳힌 듯했다. 무엇인가를 받아들였다는 듯이. 리처가 놈의 패닉이 극도로 복잡한 사안에서 비롯됐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참이었다. 놈이 고민한 대상에는 출동한 경찰과 FBI 와 케이블 TV, 세기의 재판,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기괴한 프릭 쇼(기형인 사람이나 동물을 보여주는 쇼), 수치시과 굴욕감과 민망함과 혐오감이 포함돼 있었다. 확실하게 선고될 종신형도.

그가 받아들인 건 이제부터 하려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자 모두를 위한 최선의 행동.

놈은 무릎 아래에 있는 두 발을 불가사리처럼, 항공기 출입구에서 뛰어내리는 낙하산 부대원처럼 뒤집었다. 그러고는 놈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쓰러지는 무게 전체를 턱 아래에 있는 화살의 뾰족한 끝에 실었다. 화살 끝은 살을 헤집고 그의 입으로 들어와 혀를 궤뚫고 입천장을 궤뚫고 비강을 궤뚫고 뇌로 들어갔다.

리처는 놈을 놔줬다. - p.462~463



그러니까 가해자인 사냥꾼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들키면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세상이 알면 벌받을 짓이라는 것을. 자신이 한 짓이 드러나면 세상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짓을 저질렀고, 그리고 들킬 위험에 처하게 되자 머릿속으로 저울질을 했고, 살아서 그 모든 수치심과 혐오감을 자기것으로 하느니 그저 죽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죽어버리는 거다.

너무 바보같지 않은가? 대체 들키면 죽을 일을 왜 하는 걸까? 나는 그들의 그 멍청함이 너무 소름끼치게 싫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그 일을 스스로 종결코자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러면 세상은 피해자에게 잘못된 비난을 던지기도 한다. 너가 피해를 얘기하는 바람에 가해자가 목숨을 끊어야 했잖아! 그러나 그게 피해자의 탓인가? 그런 일, 그런 범죄, 그런 가해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인 것이다. 그런 가해가 없었다면 그 범죄가 없었다면, 그 범죄는 세상에 드러날 일도 없는 것이다. 그 범죄가 드러났다는 것은 그 범죄가 존재한다는 걸 뜻한다. 세상이 알면 부끄러울 일, 손가락질을 당할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일을 저지르는 것은 도대체 얼마나 멍청해야 가능한 것인가. 들킬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저질렀다면 그건 너무나 오만하다고 본다. 내가 하는 이 나쁜 짓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거야. 아니 대체 왜? 그것은 정말이지 지나치게 오만하다. 세상이 자기 생각대로 굴러갈거라 생각하는 그 오만함은 멍청함의 다른 이름이다. 너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한 사람일 뿐이다. 돈이 더 많을 수도 있고 힘이 좀 더 셀 수도 있지만, 그렇다해도 너는 그저 다른 사람들과 같은 그저 다른 한사람일 뿐이다. 네가 저지른 잘못이 들통날 수도 있다는 것이 진리다. 어떤 것도 영원히 숨길 수는 없다. 


오늘 10호실의 저 사냥꾼이 죽어버리는 장면에서 도대체 들키면 쪽팔릴 짓을 왜 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낫씽맨에서는 그들 모두를 실패자라고 보았는데, 그들은 멍청한 실패자들이구나.




매 시리즈마다 잭 리처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나오는데 ㅋㅋ 이번 책에서도 그랬다. ㅋㅋ 레슬러를 만나서 싸우게 된 잭 리처, 그는 레슬러의 공격에 땅바닥에 쓰러지는데, 싸움에서는 잽싸게 일어나야 한다는 원칙을 가진 잭 리처인만큼,


'리처는 얼굴이 땅을 향할 때까지 몸을 굴린 다음, 푸쉬업 50회를 한 후에도 여전한 기력을 뽐내는 헬스장 죽돌이처럼 벌떡 일어났다' (p.347)


ㅋㅋㅋㅋㅋㅋㅋㅋㅋ푸쉬업은 내가 특히 좋아하는 운동인데, 그러니까 나는 못하지만 남들이 하는 거 보는거 너무 좋아하는 그런 운동인데, 푸쉬업 영상이면 나는 금세 홀딱 반해버리는데, 아니 우리 잭 리처, 헬스장 죽돌이처럼, 푸쉬업 50회 후에도 여전한 기력을 뽐내는 것처럼 벌떡 일어났대. 아니, 내가 어떻게 잭 리처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잭 리처, 죽지 말고 영생하자!!


















일전에 트윗에서 김현진이 자신의 글 구독 서비스를 하겠다 했을때 신청자들이 엄청 늘어나는 것을 보았더랬다. 와, 김현진이 팬이 진짜 많구나, 그때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나도 김현진의 책이 처음은 아니다.


이 책은 김현진의 에세이다. 자신의 어린시절과 그리고 자신의 현재에 이르기까지 또 자신의 아팠던 일들과 자신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여준 사람들에 대한 것까지 기록되어 있고, 거기에는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받은 학대의 기록도 있어 읽기가 너무 힘들고 아팠다. 더 힘든건,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스무살이 넘어서까지도 당했으면서도 여전히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하는 김현진이 읽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괴롭힌 사람, 학대한 사람을 그럼에도불구하고 사랑하는 그 마음은 뭘까. 어떤걸까. 


김현진의 아버지는 목사였다고 한다. 목사였고 다른 노동을 해본적이 없던 그는, 무남독녀 외동딸에게 자신이 다단계 때문에 진 빚을 갚게 한다. 없는 돈으로 교회를 지을 때는 그 돈 역시 힘들게 벌어온 김현진에게 의지한다. 그러나 감사하기는 커녕 이 일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갚아야 할 빚이 많고 또 그것이 자신 혼자서 하기에는 힘들었던 김현진은 아버지에게 경비라도 하시는 게 어떻겠냐 말해보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레위인이라며 그것을 거절한다.



당시 나는 영화 시나리오 입봉을 앞두고 있었고, 졸업과 함께 본격적이고 열정적으로 이 세계에 뛰어들리라고 굳게 다짐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이 쭈뼛쭈뼛 내게 털어놓은 부채는, 내가 어디 월급 꼬박꼬박 주는 직장에 취직해서 한 달에 최소 50만원 씩 3년은 송금해야 채워질까 말까 한 액수였다. 당시 아버지는 교회라는 게 매일 출근하는 직장이 아니다 보니, 동사무소의 헬스장을 알뜰하게 이용하고 동네 목사님들과 낮 시간에 볼링을 즐기는 강건한 몸을 지니고 계셨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목사직은 새벽기도 때와 수요일, 일요일에만 바쁘니 어디 경비원으로라도 취직할 수 없겠냐고 애걸복걸을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팔장을 낀 채 눈을 굳게 감고는 무겁게 말했다. "나는 ……레위인이다!" -p.86

아, 나는 정말이지 김현진의 손을 잡고 도망치고 싶었다. 당신 혼자 부모님을 책임지는 일, 그것 그만하라고 말리고 싶었다.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육체적으로 맞기도 했지만 네살 때 산타는 없다 우리가 믿는 건 예수님 뿐이다, 라는 말로 동심을 파괴하고, 아이 앞에서 케익을 던져 부숴버리는 일 같은 것을 하는 아버지의 빚을, 왜 당신이 갚아야 하냐고, 그래서 데리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 부모란 무엇일까. 인간이란 무엇일까.



목사였던 아버지는 교인들을 지도하기 위한 역량에 필요하다며 상담심리를 전공했고, 만만치 않던 대학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암보험을 깼다. 모든 것은 주님이 알아서 채워주신다며 암보험을 깬 다음, 암으로 돌아가셨으니 웃을 수도 없고 그저 기만 막혔다. -p.138


교인들을 위한 역량에 필요하다며 상담심리를 전공했지만, 아이가 성인이 될때까지 매로 훈육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아버지라니, 발로 차는 아버지라니, 어린 아이의 버릇을 고친다고 아이 생일 케익을 던져버리는 아버지라니, 그런데 교인들과 상담하는 목사이고... 한 사람에게는 수많은 성격과 모습들이 있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너무나 괴롭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교회를 지었던 돈도 돌려받을 수 없고 교회 건물에서 나가야 할 때는 김현진이 용역 깡패를 만나게 된다. 



남자는 어디서 나왔다는 건지 알 수 없게 발음을 대강 뭉개 말했다. 30대 초중반 정도일까. 다부진 체격에 매서운 눈빛을 한 이 남자는 뭔가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 확 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당장 갈 데가 없어서 일단 계속 뻗대고 살고 있는 이 교회 건물이 부동산 경매에서 또 다른 교회에 낙찰되었는데, 이 남자는 그 교회가 리모델링 시공을 맡긴 회사에서 고용한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즉 '용역깡패'였다. 교회에서 고용한 용역깡패라 …… -p.153


목사였던 아버지에게 폭행과 학대를 당했고 다른 교회에서는 용역 깡패를 보내고.. 그 용역깡패를 만나는 게 젊은 김현진이 했던 일이다. 돈을 벌어 아버지의 빚을 갚는 일,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용역 깡패를 만나는 일. 일전에 읽었던 책 <화차> 생각도 나고, 화차 다시 읽어볼라고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다시 못읽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사기가 망설여진다.



시골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어렵지 않게 공부했고, 목회자로서만 평생을 보냈다. 그는 일생에 노동자였던 적이 없었다. 어린 자식 저금통에 민망하게 손 내미는 아버지였던 것보다 그것이 그의 인생에 훨씬 더 큰 불행이었지 싶다. 나가서 뭐라도 했다면, 일을 했다면, 자신을 좀 더 좋아하게 됐을지도 모를 텐데. 땀의 맛과 그 정직성을 그가 맛보았더라면 그의 세계도 넓어졌을 텐데. 저축을 몽땅 털리는 생활은 이후 내게 20년간 계속되었고 그에 대해서는 별 유감이 없으나, 자기 손으로 정직하게 돈 버는 노동의 맛을 몰랐던 아버지의 생이 이제야 안쓰럽다. 노동의 맛을 모르면 겁쟁이가 되고, 겁이 많으면 자연스레 나약해지기 마련이니까. -p.196



그러나 김현진은 이런 일들을 이야기하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표현하는게 아니다. 김현진은 아버지를 사랑했다. 아버지가 그립다.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다. 읽으면서 내내 정말이지 부모와 자식이란 무엇인가 싶었다. 나는 물론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엄마가 내게 준 사랑보다 더 큰 것을 내가 엄마에게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내 조카를 사랑하는 그 크기만큼 조카가 나를 사랑할 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식은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를 사랑하기 위해 살았고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부모밖에 없었다. 부모를 바라보며 살아야 했고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살아야 했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은 아이가 가질 수 있는 최초의 기쁨이며 또 가장 이루고자 한 것이었을 거다. 아이들은 부모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나 사랑받고 싶어한 아이에게 가혹하게 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버리고 돌아서지 못하는 자식을 보는 것은 너무 아픈 일이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아파하는 건 김현진에게 실례인걸까?


또, 신앙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내겐 도망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정말로 우울증이 깊으면 숨 쉴 힘도 남지 않게 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죽을 힘밖에 안 남게 된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것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내가 과거의 문제, 현재의 문제 등 온갖 짐을 끌어안고 괴로워하는 걸 볼 때마다 "신앙 안에 바로 서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라며 어머니는 안타까워하셨는데, 거기에다 대고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머니가 원하는 얌전하고 조신한 기독 처자가 될 수도 없었다. -p.206



그래도 김현진의 글을 읽고 김현진을 사랑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김현진을 물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그녀 앞에 나타났고, 그래서 그녀는 깊은 우울에서 차츰차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김현진이 알게된 그 부부는 아마 다른 사람들은 평생 가야 만나볼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굉장한 친절과 다정함 그리고 애정을 베풀고 그녀를 지원하는데, 그것은 어쩌면 그녀가 가장 필요했던 때 가장 필요한 애정을 받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한 세상의 공평한 대우인건지도 모르겠다.  김현진이 힘을 내서 열심히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살아가기를 응원한다.



다른 얘긴데, 김현진은 여러 직업을 가졌었고 까페에서 일햇던 경험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시 나는 상수동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붙박이로 가게를 지키며 일한다는 것은 지겹고 약간의 폐소공포증을 유발한다는 것 외에도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나를 보러 왔을 때 피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p.125


나는 한때 북카페를 해볼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있었고 지금도 결국은 내 사업을 하는게 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어떤 식의 가게를 오픈해서 장사를 하는 건 내 삶에서 하지 말자고 결론내렸다. 바로 김현진이 언급한 저 이유 때문이다. 내가 내 가게를 오픈했다면 나는 그것을 알리고 싶을 것이고, 더 장사가 잘되도록 하기 위해 내 성격상 끊임없이 언급을 할것이었다. 그러다보면 가끔 내가 하는 일을 돕겠다는 선한 의도로 고마운 사람들이 찾기도 할것이고 나는 그럴때마다 반갑게 그들을 맞이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엔 그러나 치명적으로 내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의 방문이 따라올 것이다. 나는 그것을 견딜 수 없다. 나는 그런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가 가게를 오픈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 늘 외국에서 일어난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내가 가게를 오픈하고 돈을 버는 일을 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이어서는 안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가 원치 않는 사람의 방문이 있을까봐 그것이 너무 두렵고,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나를 보러 왔을 때 피할 수 없는 그 치명적인 단점의 상황속으로 나를 밀어넣지 않겠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이제 노트북을 끄고 침대로 가야겠다. 목요일과 금요일엔 정신없이 바쁘게 그리고 늦게까지 일했다.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월요일이 이제 몇 시간 후다. 일 자체도 싫지 않고 때로는 일을 해서 성과를 내고 또 그것으로 인해 돈이 들어오는 게 기쁘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일을 하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의 저금통을 몰래 훔치거나 다른 사람의 방을 몰래 뒤지는 일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내가 돈을 많이 벌지도 않기 때문에 자극적인 삶을 위해 들키면 큰일날 짓에 돈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돈 있다고 다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남동생이 몇 번이나 내게 말햇던 것처럼, 나는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최선을 살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음 그리고 잭 리처 정말 좋다. 뭐가 좋냐면, 읽으면서 어떤 두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그래도 잭 리처가 다 해줄거야, 라는 믿음을 주는 게 너무 좋다. 푸쉬업 50회 같은 건 정말이지 자지러지게 좋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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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23 22: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아프네요

다락방 2022-01-24 11:33   좋아요 1 | URL
어린아이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특히 더 힘들어요. ㅠㅠ

mini74 2022-01-23 23: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잭 리처 좋아합니다. 탐크루즈 ㅎㅎㅎ. 김현진이라는 분 너무 짠하네요. 쟝쟝님도 편한 밤 보내세요 ~

- 2022-01-24 11:28   좋아요 1 | URL
편안한 밤 보냈어요. 하지만......................................................................................... 제 최애 알라디너 다락방님 페이퍼 댓글에서 제 이름을 만나니 (빵 터지는 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01-24 11:3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아직 제정신이 아닌가봐요 제가 ㅠㅠ 다락방님 글에 쟝쟝님을 ㅋㅋ 두 분 서로 은애하시는 사이시니 쌤쌤인걸로 퉁 치시죠 ㅎㅎ

다락방 2022-01-24 11:35   좋아요 2 | URL
제가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봤거든요. 탐 크루즈 가 잭 리처인걸 잭 리처 팬들이 못마땅해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영화 자체로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괜찮았어요. 그 후에 책을 읽고 아! 사람들이 왜 불만인지 알겠다 싶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잭 리처는.. 다른 사람이어야 합니다. 마땅히 떠오르는 인물은 없는데, 마땅히 떠올리지 않는 것이 독서를 위해서는 더 나을 것 같아요.

네, 쌤쌤. 퉁!

그레이스 2022-01-24 11:37   좋아요 3 | URL
저도 이런 경험 있어요^^
제 리뷰에 페넬로페님이라고 하셔서...ㅋㅋ
제 기억에는 미미님이셨지 않나 해요
저는 초기에 미미님하고 미니님 헷갈렸죠.^^
재미있는 해프닝!

책읽는나무 2022-01-24 12:10   좋아요 2 | URL
저도 아까 미니님 댓글에서 쟝쟝님!! 호명해서 보고 좀 웃었어요. 나를 보는 것 같아서요ㅋㅋㅋ
저는 잠자냥님과 공쟝쟝님 한 번씩 이름 헷갈려서 썼다가 아차~해서 막 지우고 다시 쓰고...^^
초반엔 저도 미니님과 미미님 헷갈려서 똑바로 쓰려고 눈 크게 떴었죠^^
그래도 실수는 계속 연발~~최근엔 단발머리님과 비타님도 헷갈려서 단발머리님 서재에서 비타님께 댓글 달고 있었더군요.ㅜㅜ 내가 누구에게 댓글을 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더라는...ㅋㅋㅋ
정신줄 똑바로 붙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점심 먹고 힘내 보자구요^^

새파랑 2022-01-23 23: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는 완전 쿨하네요. 저런 쿨함도 자신감이 있어야만 가능한거겠죠? 오늘부터 푸쉬업이나 해야겠습니다 ^^

다락방 2022-01-24 11:35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푸쉬업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진짜 푸쉬업은 넘나 짱이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매력적인 운동인 것입니다. 아 푸쉬업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ersonaSchatten 2022-01-24 03: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의 장사하는 곳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종일 앉아서 특정인을 빤히 쳐다보는 것도 스토킹이라죠. 정말 장사는 그래서 힘들다는 생각을 저도 종종 합니다. 작년에 현진작가님 책 만나서 넘 좋았어요. 다락방님 굿나잇이요. 좋은 꿈 꾸세요.

다락방 2022-01-24 11:37   좋아요 3 | URL
아 진짜 페르소나 님, 스토킹 너무 싫어요.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라는 자기 고집만 펼치면서 상대를 괴롭히는 폭력이죠. 정말 구역질나요. 너무 싫어요 ㅠㅠ
대한민국(뿐만은 아니겟지만) 에 사는 여자들이라면 진짜 피하고 싶은 남자들이 있을텐데, 그렇다면 그들을 피하기 위해 장사도 하지 못하고 살아야 하나, 위축되어 살아야 하나.. 하면 그건 또 답이 아닌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안하기로 했지만 안하기로 결심한 제 자신이 좀 별로예요 ㅠㅠ

PersonaSchatten 2022-01-24 12:06   좋아요 2 | URL
지금 읽는 책도 스토킹 조짐이 보이더라고요? 용의자 X의 헌신에서요. 남자가 일직선으로 출근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15분 걸릴 거리를 다리를 두번 건너서 돌아서 22분 걸려 출근을 하는데요(구글로 찍어봄). 이유가 도시락집 여인네한테 얼굴 도장 찍으려고요. 근데 이게 그냥 이렇게 보는 거면 좋은데 가까이서 살아가지고 여자가 이사올 때 떡돌리고 인사하는 거를 했어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그 남자가 그때 보고 관찰을 해서 여자가 출근할 때 초록색 자전거를 탄다는 걸 알아가지고, 자전거가 아침에 없으면 그 도시락집으로 가서 도시락을 사가고 자전거가 있으면 도시락집에 안 가요. 이게 좀 섬뜩하더라고요. 아직 아무일도 없고 사장은 야스코 덕에 저 남자가 매일 와서 매상 올려준다고는 하는데;;
저는 이상한 사람은 내가 전문가가 아니면 무조건 피하라고 배웠고 제 안에서 그렇게 결론이 나서요. 제 안전을 위해서라면 장사도 사실 피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저는 늘 싫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다니고, 그러니 내 연락처 뿌리지 말라고 주변인에게 말해놓고 늘 도망가는 걸 선택한 거 같아요.
그런데 몇년 전에 제가 좋아하는 카페 언니가 또라이를 몰아내는 걸 보았는데요. 그 언니 완전 멋있었어요. 저도 그 언니처럼 어엄청난 카리스마를 갖고 싶어졌어요.

다락방 2022-01-24 14:58   좋아요 2 | URL
저 용의자 x 의 헌신 오만년전에 읽었거든요. 완전 꼬꼬마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때는 그런것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었어요. 지금 페르소나 님의 댓글 읽고 나니, 만약 지금 읽는다면 완전히 다르게 보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그렇고, 남자가 연락도 없이 집앞이야 나와, 하는 것, 집 앞에서 마냥 기다리던 것.. 이런걸 낭만으로 꾸미던 일이 오래 있어왔잖아요. 여자 본인은 섬뜩하게 느꼈어도 세상이 그걸 사랑이라고 해버리는 바람에 나를 이렇게나 사랑한다고? 하면서 애써 자신의 불쾌함을 감춰야했던 일들이 정말 오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겠지요. ‘내가 널 사랑해‘ 라고 부르짖기만 하면 모든게 다 용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니, 너무 끔찍해요.

저도 도망가는 삶을 살았고 도망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지만, 그리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얘기하지만, 그렇지만 그것이 궁극적 답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도망가는 게 아니라 다시는 나에게 허튼 수작 하지 못하게 내가 뭐든 해야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요. 휴.. 사는게 왜이렇게 힘들어야 하나요. ㅠㅠ

PersonaSchatten 2022-01-24 15:06   좋아요 1 | URL
진짜요. 맞아요. 그래서 스토킹 법 나와서 일단은 그쪽도 진일보했다 느끼지만 작년에만도 너무 많은 스토킹범죄가 있었죠. ㅠㅠ 도망가는 게 답은 아니지만 가정폭력이랑도 닮은 게 이게 참, 처벌이 강하지 않다면 누군가는 죽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서 관심이 멀어져야만 끝난다고 결론이 늘 나거든요. 그래서 더 피해자를 쫓아가 보복할 수 없게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 거고… 범죄가 될 정도의 상황들을 보면 거의 피해자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면서 예견돼서 제도적으로는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게 슬픕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저만 알게끔 하는 착취행동을 눈치없는척 큰소리로 말하고 물어보고 하는 거 뿐입니다. 나랑 있어봤자 너는 망신밖엔 얻을 게 없다!
진짜 최악의 드라마 대사, 얼마면 되니…

다락방 2022-01-24 15:15   좋아요 3 | URL
저도 제 나름대로 현재까지 생각한건 제가 어떤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주변인에게 알리는 거였어요.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가 여기에 혹은 이 사람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니가 알고 있어, 라고요.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대로 묻히면 안되니까, 제가 피해를 당했다면 그 피해는 다른 누군가가 또 당할 수 있는 거니까, 내 두려움을 공유하는 것, 알리는 것이 제가 생각한 방법이었어요. 그래서 저랑 가까운 사람들은 제가 어디로부터, 무엇으로부터, 누구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고 있답니다. 혼자만 끙끙대는 건 아무것도 풀어나가지 못할 것 같아서요. 이런 것에 에너지를 들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게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요. 정말 피곤한 일이기 때문에 더 건강해야 할 것 같아요. 저를 지키고 살려면요.


PersonaSchatten 2022-01-24 15:20   좋아요 2 | URL
화나요. 정말. 연대가 그래서 더 필요한 것 같고. 왜 겪는 사람만 신경쓰고 에너지 소모를 해야하는건지. 거기서 부당함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ㅠㅠ 정말 많이 공감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삽시다. 그런 놈들보다 더요.

기억의집 2022-01-23 2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현진… 맘만 아프네요. 다락방님 글 보고 처음 안 작가지만,,,, 이제 행복해야죠!!!

다락방 2022-01-24 11:38   좋아요 2 | URL
스물한살이 될 때까지도 딸의 배를 발로 차는 아버지라니.. 게다가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는데 부모님끼리 육아에 대해 원칙이 있었대요. 한 명이 혼내면 다른 한명이 말리는 일은 하지말자, 같이 혼내자.. 였다고. 그래서 어린아이의 생일 케익을 던져버리고 버릇을 고친다고 할 때 부모가 힘을 합칩니다. 아이의 저금통을 훔치는 것도요... 전 진짜 미쳐버리겠어요 ㅠㅠ

바람돌이 2022-01-24 0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때문에 잭리처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물씬.... ^^ 아 그런데 저 김현진씨의 아버지 얘기를 듣는데 왜 이렇게 분노가 막 끓어오르는지.... 주변에서 너무 많이 보기 때문인듯도 합니다.
다락방님도 분노를 잠재우고 편한 밤 되세요. 잭 리처 꿈꾸세요. ^^

다락방 2022-01-24 11:41   좋아요 4 | URL
바람돌이 님, 저는 부모랑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어린아이가 감당해야 하는 그 폭력이 너무 잔인하고 끔찍해서 진짜 읽는 독자로서 너무 분노하게 되었는데요, 읽는 것도 너무 괴로워서 진짜 이런 책은 피하고 싶어요. 부모의 아동학대가 나올줄은 모르고 읽었네요. ㅠㅠ
왜 다른 사람들에겐 친절하면서 자기 가족에겐 폭력적이 되는걸까요. 너무 싫어요 진짜 ㅠㅠ

벌써 월요일 점심때가 되었네요. 점심 맛있게 드시고 오늘도 즐거운 독서 하세요, 바람돌이 님!

책읽는나무 2022-01-24 09: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김현진 작가 책 표지만 봐왔었는데..아!! 마음 아픈 시절이 있었군요ㅜㅜ
이젠 좀 좋아질 일만 남았기를 바라봅니다.
장사를 한다면? 그게 있었군요?
싫은 사람을 계속 봐야 하는 일!!!
그렇겠구나!!! 공감됩니다.
장사 접어야 겠어요. ㅋㅋㅋ
그러면서 나도 혹시 그런 손님이면 안되겠다! 싶은 맘도 들구요^^
월요일입니다. 한 주 멋지게 시작하시길♡

다락방 2022-01-24 11:44   좋아요 5 | URL
제가 어디에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무작정 찾아올 수 있다는 건 정말 끔찍하죠. 그런 점에서 한 곳에 늘상 머무르는 사람이 가지게 되는 약점이 있는것 같아요. 저 편의점에서 알바할 때도 늘상 찾아와 성희롱을 하는 손님이 있어서.. 어휴.. 사실 이런 일들로 내 행동반경이 좁아진다는 게 가장 화가 나는 지점이죠. 도망치고 숨는것만이 답은 아닐것 같은데, 막상 두려움 앞에서는 쪼그라들어서 .. 어제 이 글 써놓고 나서는 이렇게 쪼그라들지 말고 맞서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내 행동반경에 제약을 두지말고 맞서 싸우는 쪽으로 하자, 고요. 그건 차차 계획해봐야 겠어요. 어떻게 싸울지는 말예요.

책나무 님도 한 주 멋지게 시작하세요. 맛있는 것과 함께요!

- 2022-01-24 11: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골에서 북카페하고 싶었는 데.........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아........................ 얼굴이야 볼 수 있겠지만 정중히 쫓아내야지............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싫다고 해도 싫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할까요? ...... 저는 겨우 겨우 모질어졌습니다. 이젠 잘 쫓아내고, 소금도 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1-24 11:49   좋아요 4 | URL
저는 정말 만나기 끔찍한 사람도 있어서, 우연이라도 마주치지고 싶지 않아서..
참 인생 뭘까 싶어요.
저는 알라딘도 누가 오는게 싫어서 접고 싶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꾸준히 애정을 갖고 와주는 분들이 있어서 접을 수가 없어요. 제가 쓰는 글을 누군가 보는게 싫은데, 그렇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보는 건 원하거든요. 지금 제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건 내 글을 봐주는 누군가에 대한 기쁨이 내 글을 보지 않길 원하는 누군가에 대한 빡침보다 더 크기 때문인것 같아요.

저는 상대의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 나를 거절할 수도 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존재에 대한 실패 라고 생각한다고 보여요. 나라는 존재는 상대의 인정이나 거절과는 상관없이 단단하게 서있고 또 살아가야 하는 것인데, 내가 못났다는 의식을 갖고 쌓아놓고 살다가 ‘나는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 라는 한마디에 터져버린달까요.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망가진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중히 쫓아내서 나갈 사람이라면 애초에 찾아올 생각도 안하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뭔가 더 강해져야 할 것 같아요. 체력도 키우고 무기도 숨겨놓고 그래야겠어요. 아오..

거리의화가 2022-01-24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현진 이야기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죠?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를 사랑한다니. 솔직히 짜증이 납니다-_-
푸쉬업 50개에도 벌떡 일어날 수 있는 잭리처. 대단하네요!
이 얘기에 운동 부족인 저는 운동해야 하는데 하는데란 맘에 자괴감이 옵니다ㅜㅜ
50개까진 아니더라도 10개라도 할 수 있는 체력이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카페사장은 물론이고 장사는 안될 것 같아요.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 가게에 불쑥 나타난다는 거 불편하고 그럴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2-01-24 14:53   좋아요 2 | URL
저도 김현진 에세이 시작하면서 그런 내용 나올줄 몰랐기에 너무 놀랐고 가슴이 아팠어요. 이런 이야기는 저는 정말 안읽고 안보고 싶은데 이렇게 어쩔수없이 만나게 되었네요. 고통스러워요. 당사자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왔을까요. 아이랑 부모로 만나서 어쩔 수 없는것 같아요. 미워하고 사랑하는 일이요. 애증의 관계로 남는일. 돌아서고 싶지만 또 내치질 못하는 그런 관계. 나한테 가장 상처를 줬지만 나를 세상에 내놓은 존재.. 뭐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들이 본인 안에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본인이 원한것도 아닌데 부모들은 세상에 그 약한 존재를 내어놓고서는 의지할데라고는 부모밖에 없는 아이를 학대하다니, 저는 이런게 진짜 너무 괴로워요 ㅠㅠ

저는 플랭크는 그래도 1분 정도 버틸 수 있겠는데(지금은 그게 될지 모르겠네요 ㅎㅎ) 푸쉬업은 진짜 못하겠어요. 하나도 제대로 못하겠어요. 뱃살.. 때문일까요? 그래서인지 푸쉬업 잘하는 사람들 보면 두 눈이 하트가 되어버려요. 저는 잘생긴 사람에게 반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푸쉬업에 반하곤 합니다. 전완근과 등근육과 푸쉬업의 삼위일체라면... 어휴..

생각지도 않은 사람, 내가 결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가게에 불쑥 나타난다면 저는 그 때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휴.. ㅠㅠ 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네요. ㅠㅠ

독서괭 2022-01-30 0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늦게 봐서 댓글 달려고 아침부터 피씨 접속을..! 잭리처는 그런 성격이 매력적이라는 데 공감해요. 푸쉬업 50개도 ㅎㅎㅎ 찌질하지 않은 남자!
김현진 작가는 몰랐는데, 글 내용 보니 넘 마음 아프네요 ㅜㅜ 환경이 그렇게 사람을 몰아붙이는데도 꿋꿋하게 살아내고 글로 써낸다는 건 대단한 것 같아요. 응원하는 마음이 되네요.
북카페 오픈하면 싫은 사람 찾아올 것 같아 안 하기로 하셨다구요? 방법이 있습니다! 사람을 고용하고 다락방님은 가끔 들러 둘러보기만 하는 싸장님이 되시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건 다락방님이 꿈꾸는 게 아니겠죠?ㅎㅎ 저도 한때 북카페 열고 싶다 이런 생각 했었는데, 자주 다니던 카페 사장님(여성분 혼자 운영) 하시는 걸 보니 이게 그리 낭만적이지 않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직장에 붙어 있기로....
 















고대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한나 아렌트를 마치고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마키아벨리를 오늘 아침 출근길에 시작했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꼬꼬마시절 마키아벨리 의 《군주론》을 읽었었다. 도대체 마키아벨리가 누구고 군주론이 뭐길래 .. 하는 마음으로 읽었던거다. 그 당시 내가 느낀건 물음표 천개였고, '아니 이게 왜 이렇게 길이길이 전달되는거지? 이건 임금한테 폭군되라는 거잖아??' 했던 기억만이 지금 얼핏 남아있다. 그 때 내가 읽었던 군주론은 이것이었다. 아마도 청소년용이었던 듯?















꼬꼬마 시절(이라고 했지만 성인이었음)에 읽었던만큼 그정도의 희미한 기억만을 간직한채로 웬디 브라운의 마키아벨리 부분을 시작했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베버에 대한 웬디 브라운의 글을 읽기 이전에 우리가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웬디 브라운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웬디 브라운은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정치학과 정치 이론이 남성에게 독점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를 가로지르며 연속적이면서도 다양하게 남자다움이라는 사회적으로 고안된 속성 및 자만과 동일시되고 있음을 감지했다. 정치적 삶에 여성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런 것들이 변치 않으리라는 점을 감지했다. 서구 정치학은 남성주의적이며 그 형식·정신·내용에서, 범주에서, 특징에서, 가치를 판단하고 혐오의 대상을 정하는 데서, 그 호감과 반감에서 여성 혐오일 수 있다는 점을 감지했다. 정치학과 정치 이론에서 여성에 대한 질문을 꺼낸 뒤 진지한 어떤 지점에 다다르려면, '남성에 대한 질문'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p.16 



자,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정희진의 해제를 보자.



사족을 달자면, 나는 근대 이후 세 가지 역사적 이정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홀로코스트, 사회주의 블록의 붕괴 그리고 기후 위기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인간의 의지로 타자, 다른 사회, 자연을 정복하려는 것이었고, 이는 문명과 발전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다. 세계를 이원론의 관점으로 파악하고 나의 외부(대상)를 극복해야 한다는 초월성에의 추구는 인류의 역사를 남성의 역사로 만들었다. 

모든 인간의 자연의 일부임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자연과 적대하고 있다. 생태주의자조차 기후 위기를 "자연의 역습"이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자연에 포함되어 있다면, 나올 수 없는 사유다. 남성됨에 관한 연구는 전쟁, 기아, 근본주의, 인종주의를 넘어 지구 자체의 생존 문제가 되었다. 남성됨 연구가 절실한 이유다. -p.35



웬디 브라운이 아리스토텔레스를, 마키아벨리를, 그리고 베버를 남성으로서, 남성됨으로서 바라보고자 한 것은 이 책을 쓰고자 할 때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함으로써 그녀는 정치에서 여성이 배제된 이유를, 여성혐오를, 나아가 여성에 대한 질문 자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 

어떤 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결국 도달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이를테면 개인적으로 나의 경우, 몇 번 언급했지만 최명희의 혼불을 읽다가 '페미니즘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전까지 나는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페미니스트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어쨌든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던거다. 그러나 혼불을 읽으면서 너무도 부조리하고 불공평한 일들을 겪어나가는 여성들의 삶을 보노라니, 대체 왜 이래야 하지? 왜 이런 모욕을 견뎌야하지? 여기에 대한 답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알 수 있을까? 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한거다. 페미니즘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 우리에게 언어가 없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어, 우리에겐 우리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언어가 없었네, 라고 자각하게 되면서 언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고, 왜 세상은 여자들을 마녀로 몰고 갔을까, 그것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정신분석이 궁금하게 되고, 왜 세상은 이토록이나 여자를 죽이는걸까, 가부장제가 궁금하게 되고, 왜 이토록 여성혐오적인 문화가 있을까 종교가 궁금하게 되고, 결국은 철학이 궁금하게 되어버리는거다. 나는 철학에 대한 흥미도 없었고 사실 지금도 딱히 내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취합하고 거슬러 올라가 답을 얻고자 하면, 거기에 철학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현재까지 내가 내린 답인데 이건 나 혼자 공부한 나 개인의 답이니 모두의 답이 될 수도 없을 뿐더러 또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다른 답이 내려질지도 모르겠다. 


웬디 브라운 역시 자신이 알고자 한 것, 의문을 품은 것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했을때 찾아낸 것이 결국은 남성됨에 대한 것이었던 거라고 나는 판단한다. 독자인 나는 그것이 답인지 혹은 아닌지에 대해, 그것이 결국 가장 근본적인 것인지 아닌것인지에 대해 동의하지 않더라도, 웬디 브라운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웬디 브라운은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그녀가 쓴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맞아, 바로 이렇다 할 수도 있고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인간이 다 그러한가, 라고 물으면 그렇다 라고 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간은 궁극의 것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소하게 예를 들자면, 나의 경우 문구점에 가 펜을 사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펜을 사가지고  신나서 쓰다가 또 펜을 사고 또 펜을 사고, 닳지도 않은 펜들을 계속 사대면서 펜을 쌓아두었던 거다. 그런데 어느날 몽블랑 만년필을 선물 받게 되었고, 그것으로 다이어리에 일기를 써본 후, 나는 문구점마다 들어가 펜을 사는 일을 멈출 수 있게 되었다. 몽블랑 만년필이라는 궁극의 펜을 손에 쥐게 되자 다른 걸 딱히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거다. 물론, 지금도 서점의 문구 코너에 가면 펜을 이것저것 써보지만 그렇다고 사오는 일은 거의 없다.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다. 나는 어느 한 연애에서는 '너는 나처럼 만나는 사람이 나 말고도 여럿이지?'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있을 정도로 그 한사람에게 충실하지 못했다. 친구는 친구대로 연인은 연인대로 포지션이 뭐였든간에 나는 여러사람을 두려고 했다. 이 사람이 주는 것과 저 사람이 주는 것은 달랐고 그 모두가 나는 필요했으므로 그들 모두를 만났으며 그러면서 어떤 지점에 대해서는 연애 상대에게 숨기기도 했다. 괜히 말해 불쾌하게 할 건 무어람, 하고. 대부분의 정서적 만족을 연인이 아닌 친구라는 포지션의 이성에게서 얻는 것 역시도 내게는 감춰야할 비밀이었다. 이 사람이 주는 정서적 만족을 너는 주지 못한다는 것을, 이 사람이 주는 즐거움을 너는 결코 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굳이 말할 이유가 없었다. 아마도 내 연애들이 짧았던 이유는 바로 나에게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삶은 이런식으로 흘러갈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연인이기도 한 사람, 정서적 만족과 기타 등등의 모든 것들을 내게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자, 나는 굳이 이걸 얻자고 저 사람을 만나고 저걸 얻자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해야할 필요가 없어졌다. 궁극의 사람을 만나면 여러개의 다리를 뻗을 필요가 없는 거였구나, 라고 생각했다. 물론 궁극의 사람을 만났을 때에도 내게 여전히 이성친구가 있고 지금도 있지만, 충성도랄까, 하는 것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궁극의 답을 찾고 싶다. 그것은 문학을 읽는 것에서도 그렇고 여성학에 대한 것에서도 그렇다. 공부에 있어서 혹은 인생에 있어서 궁극의 답은 결국 없을지도 모른다. 파랑새의 결말처럼 어쩌면 바로 옆으로 눈을 돌리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궁극의 답은 결국 '없는' 것이거나 또한 '바로 옆에 있는 것'이거나 하더라도, 궁극의 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에 있어서는, 공부는 의미가 있지 않은가 한다. 웬디 브라운을 펼쳐서 한나 아렌트의 책을 사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는등, 궁극의 답으로 가는 길에는 아주 많은 옆가지들이 뻗쳐 나갈 것이고, 아주 빙 둘러서 시간이 오래 걸려 도달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렇게 가다가 아예 옆길로 틀어질 수도 있고, 그러나 뭐가 됐든, 그것이 펜이나 사람이 아닌, 공부에 있어서라면 잘 가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또한 계속 가야 하는게 아닐까.



말이 너무 길어졌는데,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네? 마키아벨리 책 읽어봐야겠다고 쓰려고 페이퍼창을 열었는데 왜 때문에...


그러니까 마키아벨리 부분이 너무 재미있는거다. 나는 미쳤나봐. 남성됨의 정치 너무 어렵다고 계속 징징거렸는데, 오늘 읽는 마키아벨리 부분이 너무 재미있는거다. 아니, 재미있잖아? 나 은근 마키아벨리랑 맞는걸까? 어쩌면 내가 꼬꼬마시절 군주론을 읽었기 때문일까? 왜 나 마키아벨리 부분 재미있지? 그리고 마키아벨리 부분 재미있는 내가 너무 좋은거다. 마키아벨리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나를 발겨나게 해준 웬디 브라운 님 땡큐!!




인간과 정치를 선명하게 젠더화하는 마이카벨리의 시각은 정치 세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 일부를 전복하기에 이른다. 그는 정치적 삶의 복잡다단함에 동조하면서도 정치 행위자들에게 정치 영역에서 가장 직설적인 힘과 도구를 쓰라는 충고를 서슴지 않는다. -p.154~155



마키아벨리의 정치학은 인간의 본성에서 시작하며, 인간을 진정 남자다운 생물로 발전시킨다. 그리스인과 대조되는 마키아벨리의 이런 사상 전개는 정치적 삶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완벽함'으로 인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가 인간의 고유한 것이라고 인식한, 즉 쉽게 바꾸거나 통제하기 어렵다고 인식한 많은 특징을 특정 정치적 목적에  맞춰 변형하고 극복하고 이용하는 행위와 연결한다. 마키아벨리에게 인간은 정치의 원료인 바, 정치적 삶을 번창시키고 개별적·집단적 영광을 얻으려면 자연적으로 타고나는 것보다 우월한 형상이 필요하다. 이 우월한 형상이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남성됨의 이상을 구현하는 한편 마키아벨리 정치의 형태를 잡아준다. -p.155



마키아벨리는 권력에 대한 인간의 갈망이 무한하고, 지배에 대한 관심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통제 욕구는 기정사실이라는 가정에서 정치적 이론화를 시작한다. -p.167



나는 위의 167페이지 인용문이 정말 정확하다고 생각하는데, 특히나 '통제 욕구는 기정 사실'이라는 부분에서 더 그렇다. 집 밖을 나서는 많은 '을'인 사람들이 자신이 갑이 되는 위치에서는 어떻게든 힘을 쓰고자 하고 상대를 굴복시키고자 하는 것은 그 안에 이런 욕망이 자리잡기 때문이 아닐까. 밖에서는 보통의 구성원인 사람이 집에 가면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 부분에서만큼은 통제가 가능해, 통제해야 한다는 것을 그 안에 품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거다. 



웬디 브라운의 책을 통해 만난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에겐 급이 있고 가장 우월한 사람(물론 남자다)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느낌이라면, 마키아벨리는 마초를 추구하는 느낌이다. 남자는 마초여야 하지 으르렁- 물어뜯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느낌이랄까. 베버를 읽게 되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어려운 책이 재미있어졌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마키아벨리를 좀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만 알았는데, 이 책에서는 《로마사 논고》가 자주 언급된다. 로마사 논고 읽어볼까 했더니 분량이 엄청나다. 나는 일단 만화로 만나주겠어.


































자, 여러분 부지런히 읽읍시다. 




처음부터 마키아벨리는 인간이 권력과 정복을 향한 무작위적 욕망에 이끌린 나머지 그 자신과 주변 환경에서 소외되었으며 태생적으로 근시안적이고 자신의 목표와 야심 때문에 좌절한 존재라고 가정한다. - P156

마키아벨리는 포르투나를 정신, 의지, 의도가 있는 여신으로 묘사하는 한편 환경에 대한 인간의 부적합한 이해 이상의 것이 아니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 P172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대담한 고백을 통해 당대에 퍼져 있던 신비주의와 미신을 타파한다. 인간은 자신이 이해하거나 통제하는 데 실패한 것을 포르투나, ‘운명‘ 또는 ‘섭리‘등으로 부른다. 따라서 이는 어떤 외부의 힘이 아니라, 정신의 문제거나 정신이 꾸며 낸 것이다. - P174

정치학에서 그(마키아벨리)가 악명이 높은 이유는, 그가 정치를 윤리에서 떼어 내고 정치적 인간의 미덕과 미덕 자체를 구별했기 때문이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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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1-20 0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마키아벨리 읽으면서 안도감을 느꼈어요 어렵지 않고 재밌더라구요 군주론을 여러 차례 읽어둔 것이 도움이 된 거겠죠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다시 군주론을 펼쳐들어야겠다 싶었네요^^

다락방 2022-01-23 20:15   좋아요 3 | URL
주말 내내 남성됨과 정치 못읽어서 마키아벨리도 아직 못끝냈는데 베버는 어떨까요? 내일부터는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베버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전혀 없어서 재미있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네요. 군주론을 여러 차례 읽으셨다면 마키아벨리 부분이 특히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님!

- 2022-01-20 0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꼼꼼히 읽었어요. 정치를 젠더화하는 마키아 벨리와 그의 남성됨을 사유하는 웬디 브라운. 일련의 정치철학들이 가져온 인간됨 혹은 남성됨의 한계에 대해서 다락방님 페이퍼만 봐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깊어가는 공부 궁극의 공부, 공부하는 나의 친구 멋지고, 저도 궁극의 무엇(?)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살아가렵니다! 궁극의 하루를 보내쟈!!

다락방 2022-01-23 20:17   좋아요 3 | URL
쟝님 궁극의 하루를 보내고 궁극의 주말을 보냈나요? 저는 남성됨과 정치 읽기를 멈추고 있었어요. 주말에는 어려운 책을 읽는 걸 자꾸 미루게 돼요. ㅎㅎ 잭 리처 읽었네요.
여전히 어렵지만 마키아벨리 부분 재미있어서 좋아요. 베버도 재미있게 읽고 싶지만 베버 너무 몰라서.. 이 책 다 읽고 나서 다른 페미니즘 책들 더 열심히 읽고 또 아렌트도 좀 읽고..그런 후에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재미를 줄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쟝님은 이 책 읽으면서 사유하는 것들이 아주 많을 것 같아요!

- 2022-01-23 20:58   좋아요 2 | URL
궁극의 엄마와 갈빗살을 뜯으면서 보냈습니다 :) 저는 사실 작년에 읽다만 <페미니즘의 투쟁>을 열씨미 읽고 있어요! 남성됨은 설연휴에 읽으려고요 😭 그리고 페.투 역시 최고입니다!!! 심장이 쿵쿵쿵쓰쓰쿵쓰💕

청아 2022-01-20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언니는 사족을 저리 뼈때리게 달아놓은건지 저 너무 놀랐거든요. 저것만으로도 책 한권이 나올것 같은데... 에리히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같은 책이요!

저 아직 어려워 멘붕인 초반인데 다락방님이 재미있어진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커피타서 다시 의욕을 불태워보렵니다. 모두들 궈궈씽~♡♡

다락방 2022-01-23 20:18   좋아요 2 | URL
미미님 또 마음 먹고 똭 읽기 시작하시면 휘리릭 넘어갈거라고 생각합니다. 미미님은 또 어떻게 읽고 어떤 글들을 써내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돼요. 저 이번 책 부터는 초반에 빨리 읽고 싶었는데, 아니 벌써 20일이 넘어버렷지 말입니다? 하아. 내일부터 진짜 열심히 이 책 읽기에 몰두해야겠어요. 이번 달 안에 끝내려면.. 하하. 화이팅!

책읽는나무 2022-01-20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아리스토텔레스 읽고 있는데 이해될 듯,말 듯...읽다 보면 내가 문해력이 딸리는 건지? 번역 문장이 좀 헷갈리게 되어 있는 건지? 머리가 빙글빙글 돕니다. 원인은 뭐 전자 겠지만요ㅋㅋㅋ
아리스토 보다 마키아가 더 쉽다고 화가님과 다락방님의 글을 읽으면서 군주론을 읽지 않은 나는??? 어쩐다??? 또 한 번 청룡열차를 타야 하는 것인가?? 쩜쩜쩜 중입니다ㅋㅋㅋ
역시 다독가님들의 문해력은 다르구나!! 또 감탄하고 갑니다.^^
저는 언제 커서 다락방님처럼 될까요??ㅋㅋㅋ
책을 읽을수록 똑똑해져야 하는 게 진리일텐데 어째 더 바보가 되어가는 듯합니다ㅋㅋㅋ
그래도 좀 더 똑똑한 바보겠죠??
여적 바보인 줄도 모르고 살다가 요즘 나 바보였구나?? 자각하게 되었다니...이것도 크나큰 발전인 듯요ㅋㅋㅋ
암튼 믿고 따르겠습니다. 충성!!
마키아벨리 책 중 why의 군주론!!! 저걸 아동 도서관에서 빌리면 애들 방학 중이라 뺏어 읽는 어른이 되려나요?😂😂😂

다락방 2022-01-23 20:20   좋아요 3 | URL
저는 이 책도 그렇고 다른 책들도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모를 때면 아, 이것은 내 지식 부족의 탓인가 번역의 탓인가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 책에 대해서라면 제 지식 부족의 탓인 것 같더라고요? 사실 마키아벨리에 대해서도 지식이 없고, 예전에 읽은 군주론 내용 제대로 기억도 안나지만, 그래도 뭔가 재미있더라고요. 책나무님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주말에는 다른 책 읽었고 내일부터 출근길에 다시 남성됨과 정치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는 위의 링크한 책중에서 서울대인문강의 만화책 살거예요. 저거 칸트 읽었었는데 잼나더라고요. 다 안읽었지만... 그래서 저 시리즈를 차곡차곡 모아볼 참입니다. 이번에는 마키아벨리를 사서 꽂아두겠어요! 하하.

그레이스 2022-01-20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도 끝없이 독서목록을 만드는 군요 ㅎㅎ

다락방 2022-01-23 20:20   좋아요 2 | URL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제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싶어질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기억의집 2022-01-20 2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길지만, 순삭하면서 읽었네요 글 너무 잘 쓰신 거 아녀요!!!! 예전에 다락방님이 혼불에 대해 페이퍼 쓴 적 있는데,,, 페미니즘으로 이끈 거군요. 저는 궁극적으로 평등주의자인데,,,저의 딸은 래디컬 페미라.. ㅎㅎ 근데 거기 사이트 들어갔다가 용어 보고 놀라서 저는 래디컬쪽은 아니여서,, 딸애랑 마찰이 좀 있어요!! 그렇다고 터치는 안 하는데 의견은 갈리죠!!

다락방 2022-01-23 20:26   좋아요 3 | URL
으하하 기억의집님 감사합니다. 글 잘 썼다고 해주시다니. 저는 다시 읽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거냐.. 이랬거든요. 하핫. 혼불 읽은지도 그러고보면 벌써 몇 년 되었네요...
저는요 기억의집님, 제가 래디컬페미라고 하고 싶지만 래디컬이라고 칭하기에는 스스로 많이 부족함을 느끼고요, 래디컬을 지지하는 중년 여성이라고 하는쪽이 맞을텐데요, 저는 지금 세상을 사는 젊은 여성들은 래디컬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억의집 님이 놀라시는 것도 이해하고 어쩔 수 없이 마찰이 생기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굳이 따지자면 젊은 래디컬들의 편입니다. 저는 그래야한다고 생각해서요.
 














다시 크리스마스가 돌아왔다. 사라는 동생의 생일파티를 위해 부모님댁에 갔다. 로리는 아버지가 심장 발작으로 쓰러진 후 몇 개월간 그런 아버지와 아버지를 간호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며 지쳤다. 아직 잡지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소망도 이루지 못했다. 크리스마스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려고 쇼핑을 하다가 우연히 잭을 만난다. 잭은 사라를 위한 선물을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며 함께 쇼핑하자고 부탁한다. 그렇게 그들은 우연히 만나 사라의 선물을 사기 위해 골동품 가게에 간다. 로리에게 잘 어울리는 모자를 써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보석을 구경하다 드디어 사라를 위해 맞춤한 선물을 산다. 잭은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바쁘지 않으면 맥주 한 잔 하자고 한다. 로리는 그러자고 한다. 이렇게 붐비는 때라도 붐비지 않는 맥줏집을 안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바로 간다. 벽난로가 있는 자리에 앉아 바깥은 춥지만 몸은 따뜻하게 녹이면서, 코트도 따뜻하게 데우면서, 그들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고마웠던 일, 요즘 아빠를 간호하느라 너무 힘들었지, 하는 위로. 지금 우울하겠지만 앞으로 너는 잘될거야 하는 격려들. 그런 따뜻한 말들과 따뜻한 온도 그리고 술에 로리의 마음은 풀어진다. 게다가 잭은 로리에게 너에게는 정말이지 따뜻함이 있다고, 널 처음 만난 순간부터 느꼈다고 잭은 말한다. 처음 만났을 때? 언제를 말하는거야? 사라의 남자친구로? 아니면.. 버스정류장을 기억해? 로리는 떨린다. 아아, 잭은 뭐라고 할까요? 이건 빔! 일! 책을 읽는 사람들만이 잭의 답을 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분위기가 이렇게 무르익어버려.. 아 어떡하냐. 온도, 배려, 술, 마음속의 숨겨진 사랑... 빅 하트... 피 땀 눈물.. 머니머니머니...돈돈돈... 돈은 그냥 제가 넣었습니다. 아무튼, 서로에 대한 호감과 마음속 비밀과 숨겨놓은 커다란 애정과 이 모든 분위기..는 그들의 얼굴을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고 그렇게 그녀의 입술이 그남의 입술로 다가가려는데, 아아, 잭은 못한다고, 키스를 할 수 없다고 한다. 


화들짝, 정신을 차린 로리는 아니 시방 지금 나는 한마리의 추잡한 짐승이었다.. 친구의 남자친구에게 무슨 짓을.. 하고 헐레벌떡 그 자리를 뛰쳐나간다. 쇼핑봉투는 챙겼지만 아뿔싸, 추운 문 밖으로 나와서야 외투를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고 아니 이런 씨부럴.. 어쩔겨 코트.. 그런데 잭은 로리의 코트를 들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잠깐만 얘기하자고 한다. 로리는 울고, 로리는 자신이 왜 우는지 모르고, 그런데 그런 로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잭...그의 품이 포근하고 따뜻하다. 그녀는 솔직해진다. 네가 키스해주길 바랐다고, 그런 내가 싫다고... 그러자 그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지금부터 자신이 하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 한다. 금붕어한테도 말하면 안된다고. (그런데 금붕어는 그냥 이 극에서의 조크인지 아니면 금붕어가 어떤 상징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잭은 말한다. 아까도 너한테 키스하고 싶었고 지금도 너한테 키스하고 싶다고. 



"네가 나를 그렇게 여름 산울타리 같은 눈으로 쳐다볼 때면 ……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키스하지 않을 도리가 없어." 


"When you look at me like that with your summer hedgerow eyes …… only a fucking saint wouldn't kiss you." -p.108



그런데 잭은 성인군자다 아니다?

아니다.

잭은 뭐다?

버스보이다.

그러면 키스를 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 없나?

없다.

그래서 했다 안했다?

했다.


뻑...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키스를 하고야 만것이다. 금붕어에게도 밝히지 않을 비밀을 가슴에 품고, 거시기 뭣이냐, 목구멍에서  throat 동물같은 소리 내면서 animal noise 그들은 세상에 다시 없을 키스를 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말해서도 안되고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는 또 해서는 안되는 그런 으르렁 키스를 해버리는 것이다. 그들의 사이는 그전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라고 그들이 서로에게 서로에게 말하면서, 그리고 잭은 말한다. 이 일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친절해지자고. 그러니까 이 일로 괴로워하지 말자는 뜻이렸다. 그런데 사람은 뭐가 있다?


양심

conscience


그러니 아마도 괴로워지겠지만, 그러나 이 키스에 후회는 없으니.

아아, 이 잊지 못할 키스, 누구도 이런 식으로 키스해준 적 없엇다는 이 키스(그런데 너네 고작 이십대 초반이야, 앞으로 더한 키스도 나타날 수 있단다, 마흔에 인생 키스 찾아올 수도 있어!)를 그들은 가슴에 품는다. 아아, 신이시여, 이들을 구해주소서. 


사라가 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데 지금 내 눈앞의 이 남자가 너무 .. 키스를 참을 수 없게.. 막 그러면..... 힝 ㅠㅠ 너무 좋아 ㅠㅠ 막 이러면... 나 역시도 한 마리의 추잡한 짐승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키스했다.

그녀와 그남이 키스했다.

로리와 잭이 키스했다.

그 날 버스 안에서 그리고 버스 바깥에서 서로를 발견했던 그들이 키스했다.

여자친구의 베스트 프렌드와 그리고 베스트프랜드의 남자친구와 키스했다.

아 이 키스를 어쩌면 좋으냐.

좋냐?



키스..

좋아?

좋든?

좋드나?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여러분 원서는 로맨스로 읽으세요. 

오바마는 잘못된 선택이었어.......

나는 세상의 모든 로맨스를 원서로 사게쒀!



키스했다.

이렇게 눈 오는데.







그런데, '여름 산울타리 같은 눈빛'은... 대체 뭐냐?
산울타리같은 거 보고 키스욕망 생기다니... 좀 변태같군.




아 모르겠다.

밖에 눈도 오는데 이 젊은이들 키스하고 그래서 내 마음이 너무 거시기해서 오늘 점심은 시뻘건 오징어볶음을 먹어야겠어.

막 그렇게 키스하고 그러지마.

내 마음이 싱숭생숭해.. 휴우-



애니멀 같은 노래 크리스토퍼의 <bad>들어야겟어.

넌 애니멀..

기억하니?

그때의 너도 그때의 나도

우리는 애니멀

애니멀

애니멀

으르렁



아 오늘 페이퍼 미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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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1-19 12: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원서는 로맨스죠! 저는 단어 끙끙거리며 찾고 있습니다. 페이퍼 읽다 궁금해졌는데 락방님 인생 최애 두번째 로맨스 소설은 뭔가요?

다락방 2022-01-20 09:39   좋아요 1 | URL
아...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비타님. 이건 책장 앞에 서서 곰곰 생각해봐야 할 듯요. 저는 로맨스 소설을 좋아해서 엄청 읽긴 하지만 그런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로맨스 소설인건 아니거든요. 최애 두번째 로맨스 소설이라니. 아 너무 어렵다. 이건 좀 생각해볼게요.

Forgettable. 2022-01-19 12: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다락방님의 English 사용 skill은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을 듯 합니다. Nobody… 넘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1-20 09:39   좋아요 1 | URL
아니, 이 페이퍼가 얼마나 재미있으면 뽀가 댓글을 다 달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도 로맨스 읽고 재미있게 써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웃긴게 최고예요!

잠자냥 2022-01-19 12: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은 시방 지금 한마리의 추잡한 짐승, 붉게 달아올라 시뻘건 오징어볶음을 먹는 시방 한마리 짐승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1-20 09:40   좋아요 1 | URL
어휴 어제 시뻘건 오징어볶음 양념 밥에다가 스윽스윽 비벼가지고 배터지게 먹었네요. 아하하하하. 오징어볶음 먹는 나는 한 마리의 추잡한 짐승이었어요... 으르렁- ㅋㅋㅋㅋㅋ
오늘은 가만있자, 뭘 먹나... 쌀국수랑 모닝글로리 먹을까봐요. 호호.

독서괭 2022-01-19 12: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오늘 페이퍼 유난히 더 재미집니다. ˝아니 시방 지금 나는 한마리의 추잡한 짐승이었다˝ 여기서 너무 웃겨서 사무실인데 마구 웃어버릴 뻔 ㅋㅋㅋ 아 지금도 참고 있어요 ㅜㅜ 배아파 ㅠㅠ 애니멀 같은 노래 ㅋㅋㅋㅋ 아 진짜 ㅋㅋㅋ 다락방님 역시 저는 님의 팬입니다♥ 오징어볶음 맛있게 드세요.
이 페이퍼는 우울할 때마다 보겠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2-01-20 09:41   좋아요 2 | URL
역시 인풋이 좋아야 아웃풋이 좋은것 같아요. 재미있는 책을 읽었더니 재미있는 글이 나온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독서괭 님이 영생을 살면서 제 팬일 수 있도록 제가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아주 그냥 평생 노력할거예요. ㅋㅋ

거리의화가 2022-01-19 13: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영원히 고통받는 오바마...ㅎㅎ
로맨스 소설 안 땡겼는데 다락방님이 이야기해주는 로맨스 소설은 왜 이리 재미지죠? 원서로 읽어보면 진짜 재미날까요?ㅎㅎ

다락방 2022-01-20 09:42   좋아요 2 | URL
어제 이 책 읽고 있는 친구가 책보다 제 얘기가 더 재미있대요 ㅋㅋ 어쩔 ㅋㅋ 거리의화가 님, 그러니 현명한 선택 하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님이 별로 로맨스 소설 안좋아하신다면 그냥 제 연재(응?) 읽으시는 게 더 나을듯요. 껄껄.

페넬로페 2022-01-19 1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영어로 오바마말고 로맨스 읽으시니 다락방님 글이 팔딱팔딱 살아 있네요~~
근데 그래서요?
그래서 그 뒤에 어떻게 됐나요?
어서어서 읽으셔요^^

다락방 2022-01-20 09:45   좋아요 2 | URL
후훗. 오바마는 진짜 읽기 싫어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 이건 읽고 싶어서 미치겠네요. ㅋㅋ 제가 재미있게 읽으니까 글도 팔딱거리나봐요. ㅋㅋ
그래서 그 뒤에 어떻게 됐냐고요? 후훗.
이번주 분량 읽기가 끝났고, 이번주 분량의 끝이 바로 저 키스 까지였습니다. 그 후의 이야기는 다음주를 기다리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거 재미있네요, 연재의 재미!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1-19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씨부럴)이 저런 때 쓰이는 욕설이군요 ^^ 와 다락방님 글만 읽어도 이책 너무 재미있을거 같아요 ㅋ

다락방 2022-01-20 09:46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어제 이 책 읽는 다른 친구가 책보다 제 글이 더 재미있다고 했거든요. 새파랑 님도 책 읽고 확인해보세요. 책이 더 재미있는지 그 책 읽고 쓴 제 글이 더 재미있는지. 껄껄.

책읽는나무 2022-01-19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화 구연만 재밌는 건줄 알았더니 영어 원서 번역을 구연 동화 읽어 주는 선생님처럼 재미지고 흥미진진하게 오디오북처럼 써 주시다니....ㅋㅋㅋㅋ
오디오북 듣는 줄 알았어요!!ㅋㅋㅋ
그래서 그 다음은요???^^
오바마씨 때문에 이리 재미난 걸 오랫동안 못듣고 있었다니!!!!ㅋㅋㅋ

다락방 2022-01-20 09:47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그래서 그 다음은... 다음주의 언젠가 들려드릴게요. 이번주 분량은 끝났습니다. 깔깔. 아 이거 너무 재미잇어요. 연재하는 재미랄까요. 후훗. 기다리세요~~ 다음주에 키스후의 로리와 잭은 어떻게 지내는지 풍성한 이야깃거리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아 윌 비 백..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1-19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맥주집에 코트 두고 나온 로리가 아뿔싸! 하고 내뱉은 말이 ㅆㅂㄹ이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치 다 웃었어요. 푸하하하하하하하하!!!!!!!!!!!
다부장님 퇴근하세요!! 눈길 조심하면서 얼른 퇴근해요!

다락방 2022-01-20 09:48   좋아요 1 | URL
어휴 직장인인 저는 동심이 파괴된지 오만년.. 눈이 정말 싫습니다. 대중교통 타야 하는데 느리고 미끄럽고.. 이런 삭막한 마음을 가진 제가 그러나 로맨스 소설 읽으면서 주인공에 동화되어 키스 때문에 어쩌지를 못하고 이런 미친 페이퍼를 써버리고 말았네요. 나여... 어째서 늙어도 로맨스 감성 그대로인가.....

PersonaSchatten 2022-01-20 0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로리가 찐초록눈이었으려나요? 우리말로 들으니 뭔가 좀 그렇네요. ㅋㅋ

다락방 2022-01-20 09:48   좋아요 2 | URL
로리는 몇 번 눈동자 색깔 나오는데 보랏빛이라고 나오거든요? 흐음. 보랏빛 도는 파랑이라고 했던가.. 여튼 그런 눈빛인데..그러고보면 외국 소설 읽을때 눈동자에 대한 언급이 참 많이 나와요.

PersonaSchatten 2022-01-20 09:5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그럼 여름 산울타리는 진짜 미스터리네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2-01-20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다락방 2022-01-20 09:49   좋아요 1 | URL
그러면 저는 이만 다음주에... ㅎㅎ
 

















발렌타인 데이가 왔고 사라는 버스보이 '잭'과 데이트 하러 나갔다. 로리는 혼자 아이스크림을 안주 삼아 퍼먹으며 와인을 마시고 그러면서 텔레비젼에서 하는 영화 <노트북>을 시청하고 있다. 아마도 뜨거운 데이트를 하고 사라는 늦게 돌아오겠지. 그렇게 혼자 영화를 보면서 하필 왜이렇게 로맨스 영화를 보여준담? 하는데, 다음 영화는 <콘에어>란다. 로리는 콘에어 좋아한다는데, 흐음.. 나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에 몰입이 잘 안돼서.. 여하튼 그런데, 아직 열시를 조금 넘긴 시간 문이 열리고 사라가 들어온다. 아니 왜 벌써 들어와? 했더니 사라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의 버스 보이, 잭과 함께다. 읭? 사라는 만취했다. 프리 샴페인을 잔뜩 마셔가지고 취해버린 거다. 덕분에 일찍 들어왔고 아이쿠야, 술 마시고 무슨 로맨틱 밤이야, 잭은 사라를 사라의 방 침대에 뉘이고는 거실로 나온다. 그렇게 발렌타인데이의 밤, 잭과 로리는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려다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너에 대해 좀 말해줘, 라고 해서 그 둘은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데, 의도치 않게 잭의 어떤 말은 불씨가 되어 로리의 상처를 드러내게 만들었고, 그래서 로리는 울고 잭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와인도 마셨겠다, 로리는 잭에게 기대어 스르르 잠이 든다. 잭은 그녀의 잠든 얼굴을 보면서 자신은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 없다. 사실 로리를 보는 게 좋다. 사라와 헤어지는 것도 싫다. 사라랑 헤어지면 로리를 못봐서... 가 아니라 사라를 못봐서.. 라고 자기는 자기에게 부러 말한다. 


다음날 소파에서 눈을 뜬 로리는 내가 왜 여기있지? 난 누구 여긴 어디? 하다가 차츰차츰 전날 밤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자신이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선을 좀 넘겼음을 그러니까 좀 희미하게 지워버렸음을 깨닫고 이제 그를 피하려고 한다. 이것은 옳지 못해. 바람 피우는 사람들은 어떻게 상대를 속이면서 지낼 수 있을까? 나는 잭을 좋아하고 잭이 버스보이라는 걸 숨기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신경줄이 팽팽한데... 그러면서 시간은 흘러 로리의 생일이 된다. 토요일인 로리의 생일, 사라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너를 위해 내가 오늘을 정성스레 준비했어. 그녀는 옷을 내민다. 뮤지컬이자 영화인 <그리스>의 주인공들 처럼 옷을 입고 화장을 하자고 한다. 그리고는 그녀를 데리고 나가 그리스의 배경처럼 꾸민 야외 극장으로 데려간다. 이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에 로리는 당황하지만 즐겁기도 하다. 그리고 그 야외 극장에서 역시나 그리스의 존 트라볼타 처럼 꾸민 잭과 빌리도 만나게 된다.


다른 얘긴데, 

나는 사라의 이 이벤트가 싫다. 이렇게 나에게 말도 안하고 옷을 준비하고 내가 모르는 장소로 나를 데려가는 게 나는 영 별로다. 게다가 그런식의 놀이 공원, 테마 파크는 내 취향이 아니다. 나는 사라랑 친구할 수 없을 것 같고, 친구 하더라도 친하지는 않고 좀 거리를 둔 친구가 될 것 같다. 게다가 남자들까지 불렀어.. 쓰읍.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옷을 입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 가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나로서는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물론 사라는 내 친구가 아니라 로리 친구다. 그러니 로리가 이걸 싫어하지 않을 거라는 나름의 짐작을 햇을 것이고. 로리는 사라가 이 날을 위해 최선을 다했구나, 라는 걸 알고 그리고 즐긴다. 나는 그들의 친구가 아니지만 이런건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생일이면 술이나 사줘... 맛있는 음식이랑....테마파크, 놀이공원.. 이런데 데려가지마..


(혹시라도 앞으로 나랑 절친, 베프하고 싶다면 미리 말해둔다. 가장 좋은 선물은 뭐다? 와인과 도서상품권이다. 자매품으로는 알라딘 상품권이 있다. 나를 테마파크로 데려가면 절교당한다. 테마파크 말고 족발집을 선호합니다.)



아무튼 내가 번역본으로 먼저 읽어서 뮤지컬 <그리스>를 알고, 내가 그 뮤지컬을 본 적도 있던 바, 원서에서 당연히 그리스를 볼 줄 알았지만 아니, 그리스가 <Grease>인거다. 응?? 그리스가 greece 가 아니라 grease 였어? 나는 놀라서 grease 를 검색해본다. '기름'이라는 뜻이란다. greece 라고 알고 있던 때에도 대체 이게 극의 내용과 무슨 상관인가 했다. 배경이 그리스도 아니고 그리스로 여행가는 것도 아닌데 제목은 왜 그리스일까, 라고 늘 생각해왔던 거다. 그런데 그리스가.. 아니라 기름이었구나. 그런데, 그렇다면, 왜 기름이지? 하고 뮤지컬 그리스 검색해보니, 아아 이 뮤지컬(혹은 영화)의 제목이 된 그리스는 머리에 바르는 포마이드 기름을 뜻하는 거란다. 아아, 극중에서 남주들이 자꾸 머리를 뒤로 넘겼는데, 바로 그 기름을 뜻하는 거였구나. 와우- 이렇게나 무식했던 내가 이로써 지식 하나를 추가한다. 뮤지컬 그리스는 나라 그리스가 아니라 기름 그리스다. 만세!! 여러분 책,책, 책을 읽읍시다. 지식이 축적된다. 사실 이건 상식.. 이지만.. 뭐든.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잭의 친구 빌리는 로리도 몇 번 만난 적 있었는데 엄청난 근육질이다. 게다가 로리랑 잘 되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의 육체 탓인지 자신감에 가득 차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이 테마파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사라와 빌은 파트너가 되어 댄스경연대회에 나가게 되고 너무 눈에 띄고 잘춰서 결승까지 진출할 것 같다. 열시에는 영화 그리스를 봐야 되는데 로리는 저기 보이는 노란 찻집.. 이 아니라 저기 보이는 대관람차를 타고 싶다. 그렇지만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 저걸 탈 시간이 없을것 같아.. 저거 타고 싶은데.. 사라랑 빌리는 댄스대회 나가있고... 그러자 잭은 로리에게 '지금 내가 태워줄게' 라고 말한다. 음.. 대관람차를 왜 누가 태워줘야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자기가 타면 되는거 아닌가? 그렇지만 이건 로맨스 소설이니까 내가 넘어가주겠다. 아무튼 잭은 생일 선물도 준비 못했는데 이걸 태워주는 걸로 생일 선물을 대신하겠다고 한다. 아니.. 님하... 너무 날로 먹는거 아니냐? 생일 선물 대신 대관람차 태워주기라니.. 너무 날로 드시네. 그렇지만 뭐, 로리의 남자친구가 아니라 로리의 친구의 남자친구니까.. 아니 그래도 난 좀 별로다. 내가 널 대관람차 태워주는게 선물이야, 라니.. 내 타입 아님.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이들이 이십대 초반이라는 거다. 


그렇다.


나는 처음 시작할 때 너무나 당연하게 삼십대의 주인공들일줄 알았는데 아닌거다. 잭의 나이가 스물넷으로 나오길래, 헐, 사라는 그러면 이렇게나 어린 남자랑 결혼하고 싶어하는건가? 생각했는데, 아아아아, 사라 스물두살이고 로리는 이제 막 스물셋이 된것이었던 것이었다. 아아, 너무 젊잖아? 너무 영한데? 내가 그 나이때 뭐했더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철없던 나의 어린 시절이 눈앞에 마구 지나가는데 얼른 저리 가버렷. 훠이훠이~


그렇게 잭과 사라는 자기들끼리 대관람차를 타러 간다. 저기 춤 추는 사라에게 우리 저거 타고 올게 말하려고 하였지만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전할 수가 없고 그런데 대관람차는 타고 싶고, 그래서 대관람차를 타러 갑니다. 버스 보이랑 로리가. 오, 신이시여. 도와주세요. 


God, save me.


나는 그들이 대관람차 꼭대기에서 혹여라도 키스를 할까봐 마음을 졸였다. 그러지 말기를 바랐다. 친구의 애인이기도 해서 그렇고, 대관람차 꼭대기 키스 너무 전형적이고.. 아무튼 그랬는데, 그들은 그러지는 않고 함께 별을 보고, 가장 높은 곳에서는 잠깐 무서워하는 로리를 잭이 잡아준다. 


자, 여기서 영어의 재미있는 지점에 대해 얘기해보자.

관람차의 꼭대기, 별들과 가장 가까워지는 위치에서 잭과 로리는 별을 본다. 분위기 좋다. 낭만적이다. 게다가 옆에 앉은 사람은 나의 애인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가. 그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잭은 로리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로리는 고맙다고, 나도 기쁘다고 말한다.



"생일 축하해, 로리." 내가 그를 보려고 몸을 돌리자 잭이 말한다. 나직하고 진지학. 나는 끄덕인다. 웃으려 해보지만, 내 얼굴 근육이 그걸 해낼 수 없다는 것만 깨닫는다. 눈물이 터질 것처럼 입술이 떨린다.

"고마워, 잭. 생일을 너랑 함께 보내게 돼서 기뻐……." 나는 말을 끊고 말을 바꾼다. "너희들이랑." 정확을 기하기 위해서. -책속에서



아아, 저 부분. '너랑 함께 보내게 돼서 기뻐'를 '너희들이랑' 으로 바꾸는 것은, 영어라서 더 찰지게 재미있는 부분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맥 라이언' 나오는 영화 <프렌치 키스>를 봤었는데, 티격태격하던 여자와 남자가 함께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남주가 갑자기 여자에게 I love you..라고 하는 거다. 그게 사실 자신의 진실한 감정이었는데 그 말에 돌아보는 여자를 보고 남자가 뭔가 덧붙여서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니가 뭔가를 하는걸 사랑한다'로 만들어 버렸던 거다. 이게 지금 정확히 대사가 기억이 안나는데(아주 오래전이니까요) I love you 가 I love you to~ 이런 식으로 되어버리는거다. 이게 번역으로는 이 맛이 잘 안살잖아? 나는 그래서 로리가 저렇게 잭에게 말할 때 어떻게 되어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너를 너희들로 어떻게 바꾸지? you 는 복수형도 you 잖아?



자, 보자.



'Happy birthday, Laurie,' Jack says, quiet and serious when I turn to look at him.

I nod and try to smile but find that my face muscles can't do it, because my mouth is trembling as if I might cry.

'Thank you, Jack,' I say. 'I'm glad I got to spend it with you-' I break off, then add, 'you guys,' for clarity. -p.89


아...you 라고 말했다가 you guys 라고 add 했구나. 재미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대관람차 타고 꼭대기에서 로리는 꺅 비명을 지르고 잭은 그녀를 붙잡는다.



Our car crests the summit and jolts over the brow of the wheel, rocking as the breeze catches it, making me squeal and grab hold of the bar with both hands. Jack laughs easily and puts his arm round me, the side of his body a warm press against mine.

'It's okay. I've got you.'

He gives me a brief, bolstering aqueeze, his fingers firm round my shoulder, before he lounges back and lays his arm along the bak of the seat again. -p.89


우리는 잠시 정상을 점했다가 덜커덩 바퀴 마루를 넘어간다. 마침 산들바람고 부딪혀 좌석이 흔들린다. 나는 꺄악 비명을 내지르며 양손으로 안전 바를 냅다 잡는다. 잭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내게 팔을 둘러준다. 그의 옆구리가 나를 따뜻하게 압박한다. 

"괜찮아. 내가 잡았어."

그가 잠시지만 힘차게 나를 조인다. 그의 손가락이 내 어깨를 견고하게 감싼다. 그러다 다시 느긋하기 기대앉아 팔을 원래대로 의자 등받이에 올려놓는다. -책속에서 



저기 저 부분. 괜찮아, 내가 잡았어 하는 부분. 이거 번역본으로 읽을 때는 별 감정이 없었는데, 원서로 보는데 I've got you 가 너무 좋은거다. 뭐랄까, 안전해지는 느낌적 느낌? 그러면서 당연히,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레오나 루이스의 노래가 생각났다. 


I got you








대관람차...나도 타봤다. 홍콩에서. 엄마랑........ 우리 엄마, 나 때문에 대관람차 타봤다. 내가 엄마 대관람차 태워드렸다. 울엄마 생일 아닌데도 그랬다. 내가 잭보다 낫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저 때의 잭은 스물넷 꼬꼬마니까...

 

(엄마와 내가 탄 대관람차)



(우리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 페이퍼 갑자기 방향을 잃고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지요? I got you 로 제목 써두고 페이퍼 쓰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울엄마 홍콩사진 검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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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1-18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진짜 좋으셨겠어요. 20대 때 대관람차를 탔다면 더 다른 느낌이었을까요? 전 30대 한참 이후에 연이어 3-4번 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신나서 방방거렸던...;;;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도 탔었는데 이상하게 기억에 남더군요.

다락방 2022-01-19 08:32   좋아요 1 | URL
대관람차를 저는 몇 년전에 탔어요. 저게 2018년인가 그랬던 것 같아요.
어머니 모시고 또 여행가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꼼짝 않고 있네요.
저는 20대에는 대관람차 타야겠다는 생각도 못해본 것 같아요. 그 때 탔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그 때 탔다면 그 때는 누구랑 탔을까요? 아, 저도 별이 보이는 곳에서 대관람차 타고 싶네요. 하핫

Conan 2022-01-1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승전 홍콩 대관람차^^
더하기 영어강의 ‘You guys‘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저도 족발은 사랑하고, 무서운거 싫어해서 롤러코스터, 대관람차 안좋아합니다.~
구경하는건 좋지요~ 런던아이 폼 나더라구요^^

다락방 2022-01-19 08:34   좋아요 1 | URL
저도 롤러코스터 너무 싫어해요. 너무 무서워요. 몇 해전에 조카 데리고 디즈니랜드에서 롤러코스터 탔었는데 운행 내내 얼른 끝나기를 바랐고 멈추고 나서는 다리 떨면서 내려서는 엉엉 울었어요. 아주 대성통곡 했네요. 초등 조카가 그런 저를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싫어요 롤러코스터 ㅠㅠ 전 그거 안타면서 살거예요 ㅠㅠ

바람돌이 2022-01-18 1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리스가 그 나라 그리스가 아니라 기름이라구요. 그래서 존 트라볼타가 머릿기름 쫙 바르고 나온거였다고요? ㅎㅎ
저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역시 공부를 해야... 요즘 서재에서 지인분들이 다들 공부 공부해서 지금 저 머리 터질려고 해요. 공부를 해야 하나? 아 하기 싫은데.... 이것만 읽고 공부가 될만한 책을 보자하는데 이것만 읽는 책이 자꾸 늘어나요. ㅠ.ㅠ
어머님과 홍콩 여행 멋지십니다. 어머니 얼굴은 안보이지만 행복해보이셔요. 저는 내일 여동생이랑 엄마랑 여자 셋이서 1박2일 놀러갑니다. 그러니 저도 멋진걸로..... ㅎㅎ

다락방 2022-01-19 08:36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 이걸 모르시는 분이 계셨군요! 저는 저걸 알고난 다음에 너무 놀라서 동생들한테 물어보니 다들 알고 있었대요. 뭐라고?? 근데 왜 나는 몰라?? 저는 정말이지 도대체 왜 나라 그리스가 제목일까... 그것만 궁금했어요. 하핫. 전 세상에서 저만 모르는 줄 알았는데 바람돌이 님도 모르셨다니 너무 좋네요 ㅋㅋㅋ 반갑습니다!
여자분들끼리의 여행 잘 다녀오세요! 저는 어제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청두 편 보는데 청두 가서 마파두부 먹고 싶더라고요. 아, 엄마 모시고 가서 마파두부 먹고 오고 싶다.. 생각했어요. 히잉 ㅠㅠ

그렇게혜윰 2022-01-18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대관람차 못 탑니다 너무 무서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 못 태워드릴 듯 ㅠㅠㅠㅠㅠㅜㅠㅜㅜㅠ

다락방 2022-01-19 08:37   좋아요 1 | URL
저는 대관람차는 괜찮았어요. 그렇지만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이런건 너무 싫어요. 무서워요 ㅠㅠ 그런 것들하고 징검다리 같은 거, 그런거는 개울가에 있어도 무서워요 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2-01-1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you guys 부분 좋았는데 ㅋㅋㅋㅋㅋㅋ 저기서 흠짓 했거든요.
테마파크 말고 족발집 꼭 기억해두어야겠습니다. 하지만 난 이미 알고 있지롱!!!!!!!!!!!!!!!!!!!!!

엄마랑 대관람차 탄 거 멋져요. 얼마나 좋을셨을까요. 나도 다음에 엄마랑 대관람차 타야겠어요. 홍콩까지 못 가더라더도요 ㅋㅋㅋ

다락방 2022-01-19 08:38   좋아요 1 | URL
홍콩 가는 건.. 언제 가능해질까요? 홍콩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라도..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나 세계테마여행 이런거 보면서 나도 가고 싶다, 언제 가지? 막 이렇게 발만 동동거려요. ㅠㅠ

아무튼 저는 족발을 좋아합니다. 후훗.

로리와 잭은 어떻게 될까요, 단발머리님? 궁금해요. 역시 로맨스는 읽는 맛이 있어요.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1-1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리스 아닌가요? ^^ 역시 현실주의 이작가님은 테마파크 대신 족발이군요. 왠지 앞다리살을 좋아하실거 같습니다~!! 이 책 재미있을거 같아요~!!

다락방 2022-01-19 08:39   좋아요 2 | URL
족발은 앞다리 아닙니까, 새파랑 님. 돈 몇 천원 더 주고 앞다리 먹어야죠. 껄껄.
소주에 족발.. 뷰티풀 앤 해피니스 입니다.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1-1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머님!!!!!^^
안그래도 어머님이 누구실까? 궁금했었는데..박진영 노래 중에 미인을 보고 ‘어머님이 누구시니?‘라고 하잖아요??
어머님 단아하고, 고우신 분이시군요~~^^
따님이 홍콩 여행 가서 대관람차도 태워 드리고...어머님 행복하셨겠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영어공부도 되는 페이퍼로군요??^^
그리스....기름!!!! ok!!!!

다락방 2022-01-19 08:40   좋아요 1 | URL
제가 오래전부터 계속 주장하던 것이, 제 페이퍼만 읽어도 뭐든 얻어간다..는 것입니다. 오늘만 해도 영어 공부에 그리스 기름.. 얼마나 좋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 결론은 우리는 부지런히 읽고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어머님이 단아한.. 것 같진 않지만 흐음.. 저희 엄마는... 저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

독서괭 2022-01-18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내 사랑 버스보이‘ 연재 2탄인가요! 두근두근. 아휴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답답해서 미춰버릴 듯.
다른 얘긴데, 저는 다락방님이 ‘다른 얘기‘ 하시는 부분이 재밌더라구요 ㅋㅋ 음, 다락방님을 테마파크에 데려가면 절교당한다.. 메모메모. 족발집에 데려가서 도서상품권을 주는 것이 최선이다. 오케.
뮤지컬 <그리스> 옛날에 볼 때 그게 그 그리스가 아니라는 거 듣고 오 남자들이 느끼해서 그런가?? 생각했던 것 같아요 ㅋ
you.. guys! 이거 재밌네요. 원서로 보는 재미가 바로 이런 거군요^^

다락방 2022-01-19 08:43   좋아요 2 | URL
맞아요, 독서괭 님. 그래서 로리도 이 잭이 그 버스보이다 라는 걸 숨긴채 지내는 것도 신경줄이 팽팽해지는데 바람 피는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하는거냐, 대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하죠. 게다가 로리도 초반에 인지했듯이, ‘이 놈이 그 놈이다‘를 밝힐 기회를 놓쳐버렸어요. 이젠 언제 얘기해도 속이고 거짓말한게 되어버리니 더 밝힐 수 없을 것이고... 그러나 진실은 드러나겠죠? 진실은 드러나고 이 세 명 사이에 갈등이 찾아오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버스보이는 로리랑 연결되고.. 이것이 제가 그리는 그림입니다. 로맨스 좀 읽어본 경험으로다가.. ㅋㅋㅋㅋㅋ

아무튼 또 읽으면 또 연재해드릴게요. 껄껄.

- 2022-01-19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족발집. 음음. 베프 족발집. 이벤트 및 테마파크 싫어함. (밑줄 긋기)
 















학창 시절 잘한 과목은 거의 없고 못한 과목이 수두룩한데 거기에는 <정치경제>가 있다. <사회문화>도 못했고, 물론 가장 못한 건 <한국지리>, <세계지리>, <국사>... 등이지만. 못한 걸로 치면 이것들이 내가 더 못했다 으르렁 싸우는 판이다. 나는 왜그렇게 저런 과목들이 싫었나 모르겠다. 한국사 같은 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전에 선생님이 주관식 예상 문제를 뽑아주기도 했다. 그래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 그러니까 성적으로 뒷편에 있는 아이들도 국사 과목의 주관식은 거의 다 맞히고 그랬는데, 나는!! 이 나는!! 그래도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지금도 외우는 걸 진짜 못한다. 정치경제, 국민윤리, 사회문화, 세계사.. 진짜 너무 못했고 재미도 없었고 선생님도 안좋고. 내가 뭐 좋아할 구석이 하나도, 코딱지만큼도 없었던거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삼십대가 되고나서부터 내 안의 여행 욕망이 포텐 터지기 시작하더니 나는 들로 산으로 나다니기 시작했고, 사실 내 여행은 먹고 호텔방에 뒹굴뒹굴이 고작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렇게 살아왔지만, 다니면 다닐수록 내가 가는 곳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비행기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궁금해졌고, 그래서 갈 때마다 지구본을 돌려보게 되었고,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테마여행>,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같은 프로그램이 최애 프로그램이 되면서,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라치면 지구본을 들고와 어디쯤인가 찾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아아.. 지도 보는 거 할 줄 모르는 나였는데, 만약 지금 다시 세계지리 배운다면 고등학교 때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자신이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금이 많이 난다는 건 지겹게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시험문제에 금이 많이 나오는 나라를 지도에서 찾으라고 나오면 답을 맞히지 못하는 나란 슬픈 다람쥐...


학교때 공부 못했던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슬프다.

웬디 브라운의 남성됨과 정치 읽고 있는데, 정치 영역에서 여성은 배제되어 있었다.. 라는 뉘앙스의 글일 거라고 생각했다가, 아아, 교수님이 박사님이 그렇게 쉽게 글을 써줄 리가 없지. 책을 펼치고 서문에서 나는 아리스토텔레스랑(네?), 마키아벨리, 베버... 라는 이름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이름은 내가 안다. 이름만 안다. 그게 전부인 것이다. 



이름만 알고 그들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넘기는 이 책은 어렵다. 결코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가장 먼저하는 것이 '이 쉐키들.. 여성을 왜 무시하고 그래!' 하는 것이 아니라, '아, 학교때 공부 좀 열심히 할걸 ㅜㅜ' 이것이다. 어른들의 말은 언제나 맞았다. 공부도 다 때가 있는 것이여... 나는 언제나 반골기질 투철하고 들이박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사람이라서, 공부는 전부가 아니야! 이러면서 공부를 1도 안하다가(걍 공부하기 싫었던 꼬꼬마..) 지금 이 꼬라지로, 아아 그 때 어른들 말씀이 다 맞았어... 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 너무 아깝다고 누가 그랬던가. 휴우.. 박범신이 그런 건 아니길 빈다. 박범신 말 같은 거 가져오고 싶지 않아... 



자, 이 책의 서문에서 이미 어느 인물들에 대해 다룰지 얘기하고 또 어떤 순서로 나올지 얘기하지만, 처음 다루는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누구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라는 것만 알고 시작하면 이 책을 읽다가 힘들어진다. 일단 기본적으로 서문에 언급된 용어를 기억하고 가는 게 좋다. 안그러면 읽다가 용어 만났을 때 네이버 사전 뒤지거나 책 앞장을 넘겨야 하는데, 뭐 그렇게 하는 것도 다 좋지만, 친절한 내가 지금 미리 언급해주겠다. 먼저 간 자의 다정함이랄까.


나는 그들이 드러내 말하지 않은, 젠더화된 가정과 속성의 베일을 벗기려고 했다. 나는 그들이 혐오하거나 정복 대상으로 삼는 것 즉 본성 ·욕구·필요에 대해, 그리고 종속과 의존적 존재·정서성·취약성·필멸성·육체에 대해서도 탐구했다. 그리고 그들이 물구나무서듯 전복한 것들에 대해 숙고했다. 즉 공적 영역에 해당하는 폴리스polis가 존재론적으로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오이코스 oikos(집)에 선행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 약삭빠르고 야수 같은 비르투virtu의 힘으로 포르투나fortuna를 들어 매치려 한 마키아벨리의 시도, 남성적인 면을 더욱 강화해 남성주의적 합리성으로 지어진 강철 우리를 벗어나려고 한 베버의 시도 등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한국어판 서문, p.18



자, 저기 저 부분.   

'공적 영역에 해당하는 폴리스polis가 존재론적으로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오이코스 oikos(집)에 선행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 이 아리스토텔레스 부분을 읽는데 필요하다. 폴리스와 오이코스가 수시로 나온다. 그러니 여기 이 부분, 공적 영역에 해당하는 폴리스(네이버에서 검색하며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라고 나온다)와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오이코스를 기억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자.


오만년전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읽었었는데, 마키아벨리 부분 읽을 때 내용이 기억나며 도움이 될까? 모르겠네. 나는 한마리의 무식한 짐승이여..



아니,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 읽는데 아렌트가 등장한다. 웬디 브라운은 한나 아렌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그러나 더 극단으로 밀어붙인다고 얘기한다. 아렌트.. 에 대한 책, 그러니까 입문서만 일단 몇 권 읽어본 나로서는 웬디 브라운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가 없어, 아아 역시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겠구나 결심하게 되었다. 웬디 브라운은 사실 한나 아렌트의 어떤 지점들을 비판하긴 하는데, 나는 한나 아렌트에 대한 부분을 읽을수록 한나 아렌트가 너무 좋은거다.



그리스인들이 추구했던 것처럼 말과 행동이 탁월해지도록 노력해 이를 다른 이들이 보고 들을 수 있게 하고 후대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 아렌트는 그것만이 우리가 불멸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p.77



아렌트가 보기에는, 피할 수 없는 죽음에 극렬히 향하는 것을 목표로 행동하는 이들만이 온전한 인간이다. 자신의 선택 때문이든 상황 때문이든 간에 (시작과 끝이 있고, 그 사이에서 지루하게 노력해야 하는 괴로운) 삶이라는 진흙투성이 진실에 갇힌 이들은 결코 인간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저 생물일 뿐이다. 아렌트는 이런 사람들을 '노동하는 동물' (그리스어 '이디온idion'에서 따온) 백치 idiotic' 또는 그냥 '빼앗긴 자' 등으로 불렀다. 그녀는 그리스인에게 사생활, 즉 혼자 있는 상태는 그야말로 박탈을 뜻했다고 지적한다. "사적인 삶만 사는 사람은 마치 공적 영역에 출입할 수 없는 노예 또는 그런 영역을 만든다는 생각도 못 한 미개인(그리스인이 아닌 사람)이 인간 지위를 거부한 것이 그들 사회의 공동체 부재나 자유의 결핍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보았다. 노예와 '미개인'이 스스로 인간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이유는, 강제 때문이든 선택 때문이든 어느 쪽도 자기 집단에서 탁월함을 보이며 불멸을 추구하는 데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78



노동하는 동물? 백치? 이런 부분은 비난받을 부분인 것 같은데 사적인 삶만 사는 사람과 공적 영역.. 부분에 대해 읽어 보노라면 저렇게 말한 흐름을 알고 싶어진다. 대부분의 용어나 문장을 아직까지는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에서 가져왔던데, 인간의 조건을 가장 먼저 읽어봐야겠다. 사실 나는 읽게 된다면 예수살렘의 아이히만.. 을 먼저 읽어보고 싶었는데.



그녀가 『인간의 조건』에서 활동적 삶viva activa에 대한 상세한 논의를 펼치면서도 고대 그리스에 대해서든, 현대 우리 시대에 대해서든 진정한 행동의 확고한 예를 들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행동이 (…) 없는 삶은(…) 말 그대로 세계에서 죽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행동이란 "가장 일반적인 의미에서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을 뜻하고", 인간적 특수성을 드러낼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행동에는 그 무엇보다 타자의 존재가 필요하고, 고립된 채 행동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행동은 "늘 관계를 수립하고, 따라서 모든 한계 지점을 강제로 열고, 모든 경계를 가로지르는 내재적 경향이 있"으며, 진실한 정치적 행동은 동기로부터 그리고 결과에 대한 모든 염려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정치적 행동은 삶을 위한 것도, 삶에 대한 것도 아니어야 하고, 물질적 존재의 어떤 측면을 위한 것도, 그에 대한 것도 아니어야 한다. 그것의 기능 또는 에토스는 자기 노출이지 결코 유용성이 아니다. 참된 정치적 행동은 힘이나 폭력이 아니고, 후세 사람들에게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기록하려면 연설이 필요하겠지만 연설만으로는 안 된다. -p.122



...좋은데? 한나 아렌트 좋은데? 정말이지 인간의 조건을 읽고 온 몸으로 흡수하고 싶다. 그런데 웬디 브라운은 이렇게 주장한 한나 아렌트의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



아렌트는 행동을 이론으로 정식화함으로써 행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육체와 물질적 삶을 거부한 그리스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나머지, 정칙적 행동을 우상숭배에 가깝게 옹호하면서도 그것의 가능성 자체를 지워 버린 것이다. 행동에는 사고와 말뿐만이 아니라 육체가 필요한데, 아렌트는 정치에 육체가 끼어드는 것을 거부했다. 이렇게 본다면 아렌트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오독한 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자리에서 논리를 다소 터무니없게 극단으로 밀어 붙인 것이다. -p.123



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정치에 육체가 끼어드는 것을 거부했다, 행동을 이론으로 정식화해서 행동을 불가능하게... 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게 무슨 말인지 알기 위해서는 인간의 조건을 읽는 게 선행되어야 할까? 



















역시.. 책은 계속 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니, 웬디 브라운 님하..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베버 다룬다면서 왜케 한나 아렌트 얘기 하지요? 한나 아렌트 사야되잖아요... 휴.....


아무튼, 이 페이퍼 읽는 어린 혹은 젊은 학생들이 있다면 반드시 명심하세요.

공부하세요. 부지런히 공부하세요. 달달 외우세요. 그것은 나중에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 안하면 후회합니다. 



자, 여러분. 공부하자.


그럼 이만.

남성이 노예·여성·동물의 육체에 대한 통제권을 얻으면, 이들은 오직 남성의 욕구 파악과 충족을 통해서만 ‘인간‘의 구조에서 생존과 장소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정신까지 남성의 욕구에 바치게 된다. 이런 이중 소외 과정, 즉 주인에게 육체적 본성과 욕구를 내줄 뿐만 아니라 자기 지향의 정신까지 내주는 소외 과정에서 사실상 새로운 생물, 길들거나 장애가 있는 이들이 등장한다. 이런 생물들이 자족성을 위한 수단을 빼앗겨서 자신의 생존 수단도 없이 유지되는 한 자유로운 남성들이 그들을 다스리고, 그들로부터 혜택을 취하고,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듯 보일 수도 있다. 미시적으로 볼 때 여기에는 주인과 노예, 남편과 가족, 인간과 동물, 정치의 영역과 필요의 영역 등의 ‘자연스러운‘ 관계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식화가 있다. 지배와 착취의 정치라는 조건이 제도적·이데올로기적 변환을 통해 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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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1-18 09: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렌트는 행동을 이론으로 정식화함으로써 행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저도 저 부분 읽으면서 이해가 안됐어요ㅠㅠ 아렌트의 인간의조건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아... 읽을 책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은 저의 지식이 그만큼 부족한 탓이겠지요. 공부해야 합니다.

다락방 2022-01-18 09:22   좋아요 4 | URL
이거 뭐 이렇게 어렵나요, 거리의화가 님. 에휴.. 학교때 공부 안하고 지금 공부할라니 더 힘든 것 같아요. 인간의 조건을 읽으면 웬디 브라운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인간의 조건 부터 읽어야할 것 같아요. ㅠㅠ
공부합시다, 거리의화가 님 ㅠㅠ

Conan 2022-01-18 0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어려운 책인것 같아서 일단 뒤로 미루기로하고^^ 오래전에 사놓고 아직 안읽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부터 읽어야겠습니다.~
다락방님 글 재미있습니다.^^

다락방 2022-01-18 13:49   좋아요 1 | URL
오, 재미있는 글이라니 다행이네요. 후훗.
저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너무 읽고 싶으니 일단 인간의 조건을 먼저 읽고 읽어야겠어요. 그렇지만 언제가 될진 모르겠네요. 책부터 사는게 급합니다. 후훗.

단발머리 2022-01-18 09: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려워 보이는 책인데 어려운 내용이군요. 얼른 시작해야하는데, 책은 진작에 준비해두었는데.... 저도 얼른 따라갈께요.
다락방님 오늘의 페이퍼와 같은 결론이 될 것 같은 슬픈 예감.
아리스토텔레스, 베버, 한나 아렌트 만나다보면.... 공부하세요. 부지런히 공부하세요............ 쩜쩜쩜.......

다락방 2022-01-18 13:50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저는 이 책의 책장을 펼치기 전까지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그저 동의하고 혹은 공감하고 읽는 책일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웬말입니까. 당황합니다..단발머리 님, 얼른 시작해주세요. 우리 같이갑시다 ㅠㅠ
저 어릴 적에 왜그렇게 공부 안한거래요? ㅠㅠ

그레이스 2022-01-18 09: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렌트의 공적인 삶에 대한 주장은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현대의 삶에 어떻게 적용시킬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다락방 2022-01-18 13:51   좋아요 2 | URL
아렌트의 공적인 삶에 대한 주장에서 사르트르를 떠올리시다니. 역시 알면 알수록 더 보이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사르트르에 대한 건 그래픽 노블로 갖고 있으니 사르트르도 또 읽어야겠네요. 하면 할수록 할 게 더 많아져요 ㅠㅠ

등롱 2022-01-18 10: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렌트를 읽어야하는군요... 제가 아렌트는 겁나서 아직 도전을 안했는데 음.
저는 아직 서론 정리하면서 읽고 있는데요,
본격적으로 1장 진입하게 되면 와 곁들여 읽을 텍스트가 쏟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와 해설이 붙어서 누군가 해설해주며 설명을 떠먹여주면 좋겠다는 망상을 슬쩍 곁들여보고요 ㅎㅎㅎ
학교는 정말 좋은 거였구나 생각하게 되고요 ㅠㅠ

다락방 2022-01-18 13:52   좋아요 3 | URL
등롱님 ㅠㅠ 저도 이 책을 교재로 삼아서 누가 강의좀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학교 때 수업 열심히 들을걸 그런 생각도 진짜 엄청 많이 하고요. 대학 다닐 때는 왜 학고 먹고 다녔나, 공부하기 그렇게나 좋은 환경이었는데.. 하면서 중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대한 후회가 너무 밀려옵니다. 대학 때 왜 만화방 가서 라면이나 먹고 있었을까요 ㅠㅠ
지금 하려니 기초지식이 부족해서 너무 힘드네요. 흑흑 ㅠㅠ 그래도 부지런히 읽어봐야죠. ㅠㅠㅠ

라파엘 2022-01-18 10:2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122페이지의 내용은 한나 아렌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반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내용 모두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미 했던 말이거든요. 그리고 123페이지 인용문 관련해서, 플라톤이 정신과 육체를 이분법적으로 설명하며 육체를 거부하고 정신에 가치를 두는 것에 비해,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달리 그 정신을 육체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설명합니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올바르게 해석한다면 정치적 행동에서 육체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락방 2022-01-18 13:57   좋아요 2 | URL
제가 라파엘 님의 댓글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니까 너무 어렵네요. 너무 읽을 것도 할 것도 많아서 마음도 급하고 초조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막 다 하고 싶고 그러네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고 .. 하아-
아무튼 열심히 읽고 공부해서 정치적 행동과 육체적 배제에 대해 저도 생각도 하고 글도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다 저 스스로 해야 할 일이네요 휴...

라파엘 2022-01-18 14:26   좋아요 1 | URL
마음이 조급하면 사실을 오해하기 쉬워지는 것 같아요. 안정된 마음으로 공부하시면 어느 분야에서든 결국에는 이해에 이르실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락방님은 읽고 쓸 줄 아는 생각하는 사람이니까요 ㅎㅎ 그리고 특히, 급하거나 초조할 필요가 없는 게... 다락방님은 영생할 분이시잖아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01-18 14:28   좋아요 2 | URL
앗. 부끄럽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는 영생을 하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2-01-18 10: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번 <여성과 광기>를 읽고나서 중학교때 쯤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상상을 했거든요? 그럼 나는 일단< 제2의성>을 시작으로 다락방님과 함께 읽은 여성주의 책들중 가장 좋았던 것들을 다 읽을 거라고요. 외울정도로요. 그래서 똑똑해져서 사람들을 모아서 필리스 체슬러처럼 여러 여성 단체도 만들고 정치에도 뛰어들고 말도 안되는 사법부를 목소리 높여 비판해주고 등등ㅋㅋㅋㅋ 그랬는데 샬럿 퍼킨스 길먼의 <내가 깨어났을때>를 읽어보니(조금) 저와는 다르지만 역시 그녀가 몹시도 다른 세상을 기대했던 사실이 작품에 나오더라구요. 공부할수록 저도 느끼는게 더 공부하고 변화를 추구하고 싶어지는 듯 해요^^*

다락방 2022-01-18 14:00   좋아요 2 | URL
미미님, 알면 알수록 알고 싶은게 많아지고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은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책을 한 권 한 권 더 읽을수록 내가 더 똑똑해지는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는지를 알게 돼요. 공부에는 그래서 끝이 없는가봐요.
저는 여성주의 책 읽으면서 대학시절의 저를 떠올렸어요. 너무 바보같아서요. 공부도 안하고 학교도 안다니고 술이나 마시고... 대학때 여성학 교양 강의도 듣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공부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내가 됐을텐데..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답니다. ㅠㅠ

미미님, 우리 열심히 읽어요. 중학생으로도 대학생으로도 돌아갈 수 없지만 지금이라도 열심히 읽고 써서 그전까지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도록 합시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도록 합시다. 계속 읽고 쓰는 일은 그렇게 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일인 것 같아요!

- 2022-01-19 11:35   좋아요 1 | URL
저도요.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하시면 사법부를 목소리 높여 비판하시는 분 뒤실 수 있어요, 미미님! 우리는 영생할수도 있고, 확실한 건 생각 이상으로 오래 살게 될거라는 거.

청아 2022-01-19 11:46   좋아요 0 | URL
이렇게 훌륭한 여성들이 책으로 연대를 실천해주고 공부를 시켜주는데다 함께 읽고 쓰는 너무나 멋진 분들이 계시니 가능할것 같아요!!😉

건수하 2022-01-18 11: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요… 어려워서 자꾸 소설로 도피중입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읽어봐야지… 역시 어릴때 공부했어야 했군요 ㅎㅎ

다락방 2022-01-18 14:01   좋아요 2 | URL
저도 어려워서 주말에 소설 두 권 읽고 이 책은 내팽개쳤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출근하면서 다시 ...
공부는 어릴 때 해놨어야 돼요 진짜. 어릴 땐 그걸 몰랐습니다.. ㅠㅠ
수하님, 우리 화이팅이요!

바람돌이 2022-01-18 11: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완전 나랑 반대예요. 다락방님이 싫어하신 과목 모두 저는 너무 너무 좋아하고 탁월하게 잘했던 과목들. ㅎㅎ
그런데 저는 과학쪽은 모든 과목이 탁월하게 못했다는..... 그놈의 전기에서 왼손 오른손의 법칙 끝까지 이해못한 사람 우리반 60명 중에서 저뿐이었다는.....그런데 옛적에 사회계열 과목들 잘했어도 다락방님 인용문 보니까 무슨 말인지 너무 어려워요. 역시 공부는 한때가 아니라 꾸준히 해야 뭔가가 이루어지는거라는걸 또 느끼네요. 지금부터 하면 죽을때쯤 뭔가 알게 될거 같은데 어떡하죠? ㅠ.ㅠ

다락방 2022-01-18 14:04   좋아요 3 | URL
물론 꾸준히 공부했다면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학창시절 공부를 좀 했다면 뭐랄까, 금세 익숙해지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람돌이님. 저는 도대체 이것은 뭔말이냐.. 이렇게 되지만 말입니다.
저는 저 과목들을 특히 못했고 다른 과목들도 못했어요. ㅋㅋㅋ 전 그냥 종합적으로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암기과목 외워가면서 살고 싶은데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지 않겠죠. 그리고 그 때로 다시 돌려놓으면 저는 또 여전히 안외울것 같아요. 인간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하하하하하. ㅠㅠ

책읽는나무 2022-01-18 1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대편 한나 아렌트 들어가야 하는데...어째야쓰까?하고 있어요. 아렌트 책은 아직 도착 안했고, 도착 했어도 먼저 읽어야 하나? 그럼 이번 달 안에 다 읽을 수 있을까? 고민만 하다가 오늘은 아직까지 한 장도 못읽고, 다른 책만 조금 읽었네요~^^
저도 과학,수학 보다는 사회쪽 과목은 좋아했었지만 정치 경제 세계사 이런 부분들은 암기가 안되어 포기했었던 부분들인데...쩝쩝!!!
왜 그랬을까??? 쩝쩝~~간식도 없는데...계속 그랬었네요ㅜㅜ
그래도 이번이 아니면 계속 이름만 외웠던 아저씨들 말이랑 아렌트의 말들은 또 뒷전이 될테니...이번 기회에 좀 수박 겉핥기 식이라도 알고 넘어갔음 싶네요^^
해설해 주시는 분 따로 섭외 안하셨죠?
그럼 다락방님이 계속 다정하게 해설을??ㅋㅋㅋㅋ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다락방 2022-01-18 14:06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저도 그생각 했어요. 그런데 만약 내가 <인간의 조건>을 먼저 읽는다면 <남성됨과 정치>는 언제 읽지? 도저히 그 두 책들을 한 달 안에 다 읽을 수 없을 것 같은데? 하고 말이지요. 일단 저는 우리가 같이 읽기로 한 <남성됨과 정치>를 어려운대로 읽고, 인간의 조건은 그 후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아, 웬디 브라운이 이걸 비판한거구나, 라거나 아 웬디브라운이 좀 억지인 것 같은데? 등등의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뭐, 아니 이건 또 뭔말이냐.. 하게될 수도 있겠지만요. 하하하하하.
저는 암기도 못하고 하기도 싫고.. 하기 싫어서 못했는지 못해서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암기 과목은 그냥 공부 안하는 과목으로 밀어두었더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지금 이 나이에 이렇게 고생을 하네요. 에휴..

책나무님 화이팅이요! 저는 오랜만에 캬라멜마끼아또 마시고 있습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2-01-18 14:13   좋아요 1 | URL
마끼아또.....마키아벨리!!!!
아....저 어제 갑자기 마끼아또 먹고 싶었더랬죠ㅋㅋㅋ
평소 그렇게 단 건 못먹어서 맨날 라떼만 마시는데 어젠 마키아벨리 적다가 갑자기 진짜 마끼아토 오타를 치고 있더라구요.
지금 밥 먹은 후라 그런지 캬라멜 마끼아또 마시고 싶군요^^

잠자냥 2022-01-18 13: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치경제> <사회문화> <한국지리>, <세계지리>, <국사>... 못했다는 말씀 보고 이분 외우는 거 도통 안 하시는구나! 싶어서 빵터졌습니다. 아니 그거 외우기만 하면 100점 나오는 과목 아닙니까? 저 위에 바람돌이 님처럼 저도 이런 과목들은 그냥 100점 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바람돌이님처럼 과학 알못..... 저 수학 6점 맞고 대학간 사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1-18 13:52   좋아요 2 | URL
요즘 <사문>은 외우기만 하면 3점짜리 틀립니다 ㅋㅋ

다락방 2022-01-18 14:08   좋아요 3 | URL
아니, 잠자냥 님. 제가 외우란다고 막 외우는 그런 호락호락한 사람으로 보이세요?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요, 성적 하위권 애들도 국사 세계사는 백점 맞던데 그런것도 잘만 틀리고 다니는 게 저였답니다? 저는 외우는 거 진짜 싫었어요. 왜 외우면서 공부해야하는지를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고, 덕분에 이렇게 똥멍충이 어른이 되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하아-
그렇다고 수학을 잘했느냐 하면, 담임선생님이 저 불러서 ‘야, 수학은 발로 찍어도 이것보다 점수 잘받겠다‘ 하셨답니다? 전.. 도대체 뭘 잘했을까요? ㅜㅜ

그레이스 님, 요즘도 사회문화가 있기는 있군요?

책읽는나무 2022-01-18 14:10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ㅋㅋㅋㅋ
저 수학 8점 맞고 대학 갔어요ㅋㅋㅋㅋ
그래도 제가 2점 더 받았네요??^^;;;

다락방 2022-01-18 14:17   좋아요 3 | URL
다들 수학바보들이었구나....

저두요 ♡

라파엘 2022-01-18 14:17   좋아요 3 | URL
특히 머리가 좋은 학생들의 경우에, 이해하는 것을 선호하고 단순 반복은 싫어해서 암기과목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결과로 암기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경험을 하면, 자신은 원래 외우는 걸 못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한계지으며 학습된 무기력을 형성하게 되기도 하고요. 이렇게 만드는 교육이 문제고, 이런 학생들의 경우에 다른 스트레스 없이 해보면 외우는 것도 사실 잘 할 수 있는 학생들입니다. 결국, 당시의 교육이 잘못이었던 것이지 그 시절의 다락방님 잘못은 아닙니다 ㅎㅎ

다락방 2022-01-18 14:20   좋아요 4 | URL
아아 라파엘님. 제가 시대를 잘못만나 이토록 멍청한 어른이 되어버린 거군요. 다른 시대에서 다른 교육 방법으로 배우는 학생이었다면 제가 지금 대선 후보가 되어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거 아님) 아,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ㅜㅜ

라파엘 2022-01-18 14:44   좋아요 4 | URL
(진짜 멍청한 사람은 자기가 똑똑하다고 여기면서 정작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무튼 다락방님처럼 읽고 쓰는 사람들 덕분에, 사회가 점점 더 나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스러운 조카들은 분명히 이전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이러한 좋은 변화에,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다락방님의 인생은 분명히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겁니다 ㅎㅎ

- 2022-01-19 11:37   좋아요 4 | URL
라파엘님 댓글 진짜.................... (소중한 말씀이다)
저도 암기라기 보다는 이해파인 것 같아요. 이해가 되면 암기는 되는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수학을 이해하지 못해...... 공식 암기마저 포기해서 아주 처참했읍니다. 야~ 수학 바보들을 여기서 많나니 기분이 좋다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1-19 12:34   좋아요 2 | URL
울 공쟝쟝님 어쩐댜?
환상이 자꾸 깨져서요!!
얼마전엔 비타님 서재에서 패트릭 스웨이지한테든 누구한테든 영어 편지 반송되어 와 영어실력 드러나~~ 수학 점수 갑자기 오픈해서 수학 바보들 수면위에 떠올라~~ 거기다 암기과목들까지??? ㅋㅋㅋ
저야 그렇다 쳐도, 공쟝님의 우상인 다락방님의 실체를 알게 되니, 공쟝님의 꿈의 방향이 흔들릴까봐 걱정!!ㅋㅋㅋ
중고딩때의 과거를 파헤치니 자꾸 바보의 실체만 떠오르는 것 같으니,
다락방님...이제 과거는 묻지 말고, 현재 열심히 이해하고 암기하며 공부하고 있는 카리스마만 보여 주세요. 그래야 계속 공쟝님이 커서 다락방님이 되고 싶은 꿈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 같군요^^

잠자냥 2022-01-19 12:37   좋아요 4 | URL
쟝쟝/ ˝수학 바보들을 여기서 많나니 기분이 좋다˝에서 ˝많나니˝는 많이 만나니의 줄임말이니? 너모 천재다 ㅋㅋㅋㅋㅋㅋㅋ

- 2022-01-19 14:13   좋아요 2 | URL
잠자냥 // ㅋㅋㅋㅋㅋㅋ 알아차리다니 -- 수학 6점 말해봐요. 우리 같은 뇌구조인건가 (자꾸 이렇게 몰래 심어 놓은 거 발견하면 곤난해!)
책나무// 제가 어떻게 꾸게된 꿈인데요. 쉽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다락방님을 5년 동안 분석한 결과로 (중얼중얼...)

책읽는나무 2022-01-19 14:3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부럽네요ㅋㅋㅋ
무한 꿈나무!!!
이제 5 년 더 지나면 더 많은 사람들을 많날 수 있어요~^^
당신의 꿈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