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기 십분 전. 동료직원이 복숭아를 줬다. 아~ 나는 퇴근을 잊고 부랴부랴 씻어서 칼로 껍질을 벗겨가지고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먹었다. 입 주변으로 턱을 따라서 복숭아 과즙이 줄줄줄.. 

아 맛있어. 행복하다. 

엄마도 안 사주는 복숭아. ㅠㅠ 

복숭아 먹었다.  

이제 퇴근해야지! 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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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7-26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진 컴터 바탕화면! 전 7시 20분에 퇴근예정..
윗분들은 왜 집에를 안가는지 --;;

다락방 2010-07-26 18:34   좋아요 0 | URL
저 복숭아 올해 처음 먹었어요. 빨리 퇴근해야 되는데 복숭아 사진 찍어서 올리고 먹고 또 먹었다고 글까지 쓰느라 아직 회사. 이제 정말 퇴근할거에요!
휘모리님, 오늘 잘 보내요, 남은 시간.
전 오늘 완전 엄청나게 힘든 하루를 보냈어요.
한달에 한번 저는 정말 지독하게 힘들어져요. ㅠㅠ 타이레놀 샀는데 안먹어도 괜춘하네요. 이제 정말 빨리 가야겠어요. 왜 집에를 안가고 계속 댓글을 쓰고 있지? 복숭아가 힘을 줬나봐요.

음..
복숭아가 대부분 남자보다 낫군요. 음...

저 진짜 가요, 휘모리님.
윗분들은 발로 뻥 차버려요. 가, 가, 가란 말이야!

무해한모리군 2010-07-26 18:50   좋아요 0 | URL
으허허허 생각만해도 좋다. 발로 뻥!
완전 달콤한 밤되세요 이힛~

다락방 2010-07-27 09:02   좋아요 0 | URL
악몽꾸는 밤이었어요, 휘모리님. 흑흑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0-07-27 09:39   좋아요 0 | URL
그글 읽었어요.. 아이 참 더워서 그런가.

다락방 2010-07-27 11:26   좋아요 0 | URL
고통스런 여름밤을 보내고 있어요. 전 원룸도 아닌데 왜이러나 몰라요. orz

비로그인 2010-07-26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혹적인 자태라니....
뭔 복숭아가 저렇게 색쉬하게 생겼대요?

다락방 2010-07-27 09:0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요. 복숭아는 자꾸만 엉덩이 같습니다!

따라쟁이 2010-07-2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더 이르게 복숭아를 먹었는데, 정말 아무맛도 없었어요. 비싼가격에 털썩, 그리고 너무 맛없어서 털썩

다락방 2010-07-27 09:04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은 행운의 여신인가요? 어떻게 복숭아를 벌써 먹었어요? 그것도 비싼가격에 ㅜㅜ
난 비싸서 사먹을 엄두도 못냈는데. 아 눈물나 ㅠㅠ

그런데 맛 없었다니! 아, 슬퍼요! 흑흑

2010-07-26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7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7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27 11:26   좋아요 0 | URL
수요일이나 목요일쯤에 문자 띄우리다!

마늘빵 2010-07-26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왜 저 사진보고 어! 다락님 아이패드 샀구나, 이랬지? 나 아이패드 갖고 싶은가봐.

다락방 2010-07-27 09:0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폰은 어쩌고요! 아이폰도 사고 아이패드도 사고 그럴거에요? ㅎㅎ

나 아이패드 없어용. 후져서 느려터진 노트북과 쪼끄만 넷북 말고는 없어요. 저 컴퓨터는 사무실 데스크탑.

gimssim 2010-07-2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가 정말 힘을 줄 만큼 먹음직스럽게 생겼군요.
오늘도 수고하신 다락방님...지금쯤은 쉬고 계실라나?
밤이 되니 좀 시원해졌어요.

다락방 2010-07-27 09:06   좋아요 0 | URL
중전님이 댓글 남기신 시간 쯤이면 저는 침대에 앉아 벽에다 등을 기대고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읽고 있었겠네요. 헤헷 :)

산사춘 2010-07-27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올해... 복숭아 못 먹었어요... 흙흙...
복숭아도 부럽고 배경도 멋져요.

글고 전 규칙적으로 한달반마다 힘들어지는데,
그 힘들어지기 전에 드럽게 마니 처먹어서 더 힘들어져요.
이제 끝났어요. 자랑이예요. 호호

다락방 2010-07-27 09:07   좋아요 0 | URL
산사춘님. 복숭아는 지금 먹기에 무척 비싸겠지요? 저도 올해 처음 먹은 복숭아였어요. 아 어찌나 황홀하던지. 복숭아는 너무 맛있어요. 흑흑 ㅠㅠ

한달에 한번씩 힘든게 거의 이십년째인데, 왜 익숙해지질 않을까요? 어휴, 끔찍한 밤을 보냈어요. 특히 여름엔 더 힘든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시작인데 ㅠㅠ

헤스티아 2010-07-27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복숭아 몇주전부터 먹고 싶은데 마트 가면 너무 비싸서 가격떨어지길 기다리고 있거든요.
저번주말에도 갔더니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3개에 5천원이더라구요 ㅠㅠ

저 원래 복숭아 별로 안좋아하고 알레르기도 있는데 임신하고 나서 너무 먹고 싶은거 있죠~

눈으로 먹습니다 ^^ 맛나게 드세요~

다락방 2010-07-27 09:09   좋아요 0 | URL
전 원래 복숭아 완전 좋아하고 알러지도 없어요. 우하하하하하하하 전 이 사실이 몹시 만족스러워요. 복숭아 못 먹었으면 완전 슬펐을 거에요. 이렇게 달콤하고 예쁜 복숭아를 못먹는다니!

임신하고 나서 드셔보셨어요? 알러지 있는데 괜찮으시려나요? 아기 낳기까지 몇주 안남았는데 비싸도 이번 기회에 사서 맛있게 드세요, 헤스티아님. 임신하는 동안은 서운하거나 속상하거나 하면 안될 것 같아요.

보석 2010-07-27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복숭아 좋아하는데 가격의 압박...;ㅅ;
맛있게 드시고 힘나서 다행입니다.

마늘빵 2010-07-27 10:02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 복숭아 30% 가격 올랐다는 뉴스가... 올 여름 복숭아 대신 바나나 먹어야.

보석 2010-07-27 11:06   좋아요 0 | URL
전 그나마 조금 싼 천도복숭아를 먹습니다...ㅎㅎㅎ

다락방 2010-07-27 11:28   좋아요 0 | URL
그런데요 복숭하는 해마다 비싸지 않았던 기억이 없어요. 가격이 설사 내린다고 해도 기간이 아주 짧잖아요. 대체 왜그런거죠? 복숭아는 다른 과일들보다 키우기가 힘이 드는걸까요? 갸웃.

게다가 대부분의 과일들은 제철이 아니어도 마트에 팔고 그러든데 복숭아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너무 먹고 싶어서 겨울에 통조림 사서 먹어봤는데 통조림은 역시 설탕물에 가득가득 담겨져있어서 싫어요.

여름에는 복숭아인데..바나나는 싫은데...하아

2010-07-27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7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0-07-2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가 비싸군요. 몰랐네; 엄마한테 선물 들어와서 아무 생각없이 먹었는데 좀 아껴 먹을 걸 그랬어요 읏
복숭아와 키위를 싫어하던 친구가 생각나네요. 대체 왜 과일에 털이 나있고 깨가 박혀있냐며 징그럽다고 엄청 흥분.ㅋ

다락방 2010-07-27 16:26   좋아요 0 | URL
전 참외가 싫어요. 맛도 없고 씨도 너무 많아요. 씨 씹다가 한나절이잖아요. 똥에 막 씨 나오고.윽. 싫어요. ㅋㅋㅋㅋㅋ 제 친구 한명은 수박을 먹으면 수박 씨가 뱃속에 들어가서 수박이 열릴 것 같아 못 먹겠다고 그런 적 있어요. 어릴적의 일이지만.

오왕 아무 생각없이 복숭아를 마구 드셨다니! 아 부러워요 ㅠㅠ

건조기후 2010-07-27 23:4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똥에 막 씨.ㅋㅋㅋ 더 재밌는(드러운) 얘기 생각나는데 참을래요.ㅋ

다락방 2010-07-28 13: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똥에 막 씨. ㅋㅋㅋㅋㅋ 아 저 쓸때는 몰랐는데 건조기후님이 다시 한번 써주시니까, 뭐랄까, 음, 이미지에 큰 타격 입은 것 같네요. 흐음. ㅎㅎㅎㅎㅎ 근데 어쩐지 음, 나 답다, 뭐 이런 생각하고 있어요. 똥에 막 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생각나신 더 재밌는 혹은 더 드러운 그 이야기는 어쩐지 소주 한잔 들이켜고 들어야 될 것 같은데요. 후후후후후

moonnight 2010-07-2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스럽게 생긴 복숭아로군요. +_+ 전 복숭아를 별로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먹고 싶어져요. 꼴깍;

다락방 2010-07-27 16:27   좋아요 0 | URL
저거보다 조금만 더 빨갛고 조금만 더 말랑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러면 칼로 껍질 안벗기고 손으로 삭삭 벗겨지는데. 아웅. 복숭아는 저렇게 껍질째도 너무 예쁘고 껍질 벗겨도 너무 예뻐요. 예쁘고 맛있는 복숭아 ♡

2010-07-27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7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7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7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7-27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포동한 엉뎅이~ 아하하.

다락방 2010-07-27 16:30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엉덩이 같죠?
동물중에 제일 섹시한건 말이고
과일중에 제일 섹시한건 복숭아에요. ♡

프레이야 2010-07-28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올해 아직이요.
복숭아 단물이 마구 느껴지는데요.ㅎㅎ
달콤새콤~ 기운이 팍 나는 느낌이에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0-07-28 13:0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프레이야님.
복숭아는 정말 맛있지 않나요? 물론 입가로 과즙이 막 흘러서 끈적끈적해지고 지저분해지고 그래서 남들앞에서 먹기는 좀 힘든 과일이긴 하지만, 혼자서 복숭아를 먹는 시간은 마치 복숭아처럼 달콤한 것 같아요.
:)

pjy 2010-07-2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먹을 복이 정말 있어요~~ 생각하고 있다가 쫌만 참으면 얻어먹어요 ㅋㅋㅋㅋ
며칠전에 아삭아삭한 복숭아와 약간 신~ 자두까지 섭렵했지요!
어제는 허전한 심신을 달래며 어지러워했는데..퇴근해서 수영하고 집에 갔더니만 고사리랑 고비등등 야채가 한가득 고기와 버무려진 강원도 막장 풀어서 끊인 뜨근한 개장국이 두둥! 밥까지 말아서 맛나게 먹었드랬지요~ 한밤중에ㅋㅋ;

다락방 2010-07-29 18:20   좋아요 0 | URL
윽. 저는 신 자두 별로 안좋아해요. 신거 잘 못먹거든요. ㅎㅎ 아웅 셔요. ㅎㅎ 생각만 해도 셔요.
휴가때 복숭아나 사가지고 하루종일 복숭아나 까서 먹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기엔 복숭아가 비싸죠. 흑. 대체 왜 복숭아는 비싼걸까요? 슬퍼요. 재벌 남자 만나서 복숭아 좀 배터지게 먹게 해달라고 해야겠어요. ㅎㅎ

루체오페르 2010-07-29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광경과 행복감이 절로 상상가는 글입니다.^^

다락방 2010-07-29 18:20   좋아요 0 | URL
네. 복숭아를 한 입 베어무는 그 순간을 상상해보세요! 저절로 행복해지지 않나요? ㅎㅎ
 

1. 몇주전쯤. 나의 후버까페가 채팅창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는 나에게 뭔가를 묻기 위해 대화를 시작했는데, 그때의 나는 가장 약하고 흐물흐물 해져있던 때라, 나도 모르게 그만, 그러려고 했던게 아니었는데, 그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아 버리고 말았다. 말하면서도 멈추어야 해, 라고 생각했지만 한번 쏟아진 말들은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고 말들이 말들을 불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은 약해져 있을 때일수록 더 단단히 자신을 동여매야 하는건데, 그때 나는 차마 매듭을 묶을 수도 없었다. 내가 다스릴 수 있는 힘보다 더 강하고 빠르게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민들은 내 입밖으로 다 튀어나오고 난 후였다. 

나는 그가 내게 뭔가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말해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고민이란게 그렇다. 고민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의 강도가 좀 약해지는 것이고 잊혀지는 것일 뿐. 그것 자체를 해결하는 일은 시험 문제의 답같은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거였다면 고민 자체가 되지 않았을 것. 후버까페가 내게 해준 말들은 전혀 특별할 게 없는 말들이었다. 내가 하는 고민이란 것이 특별한 고민이 아니었던 만큼, 이 세상의 숱한 남자와 여자들이 겪었으며 겪고 있으며 겪게 될 고민이었던 바, 그가 말하는 방법들은 상식적이고 평범한 것들이었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이런 고민을 들었다면, 나 역시 그정도로 밖에 말해줄 수 없는 것들.  

그러나 고민을 털어 놓는 것, 그것을 누군가가 들어주었다는 것, 그리고 사실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한다는 걸 서로 알고 있다는 것 조차도 알면서 뭔가 해결해주기 위해 응답을 해준다는 것, 그 상황들이 나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나는 초조해져 있다가 그와 대화를 하고 나서는 진정되었다. 초조한 마음이 사라졌다.  

 

2.  

영화는 어려웠다. 보다가 어지러웠다. 흐름을 놓치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정신을 집중했더니, 그게 오히려 역효과였을까, 와- 정말 머리가 아팠다. 그러니까 보면서도 보고나서도 이 영화는 정말 뭔가 대단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것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가 없었고, 이해 자체도 뚜렷하게 되질 않았다. 나는 아직도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것이 이것인지 저것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내가 좋았던 부분들 중 하나는, 알게 된지 얼마 안된 여자가 고민하고 있는 남자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와 그가 연인관계인것도 아니고 또 그녀와 그는 친구라고 부를 수도 없는 관계다. 그가 일을 하기 위해서 그녀가 필요했고, 그녀는 그 일에 흥미를 느껴서 한 팀이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할 고민이 있었고 죄책감이 있었으며 그것으로 앓고 있었다. 그녀는 밤마다 대체 그가 고민하는게 무엇인지 궁금해서 그의 꿈속으로 들어가봤고, 그의 문제를 알게 됐으며, 그를 돕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에게 굉장히 큰 일이고 절실한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녀가 함부로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당신이 거기로 가면 '맬'을 만나게 될텐데, 죽일 수 있겠어요? 그가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올 것을 그녀는 믿고 있다. 그는 돌아올 거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한다.  

타인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것, 타인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된다는 것. 오래된 친구가 좋다는 것은 백프로 옳은 말은 아닌 것 같다.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둘 사이의 관계는 누가 떼어놓을 수 없는 단단한 사이 혹은 끈끈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인것이다. 

 

3. 지난주의 어느 하루,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나를 만나기 위해 두시간 일찍 퇴근했으며 내게로 오기 위해 길에다 두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나를 만나 나의 이야기를 들었고 내가 화를 낼 때 같이 화를 내주었다. 내가 웃을 때 같이 웃어주었다. 내가 술잔을 들면 친구도 술잔을 들었다. 내가 쌈을 싸면 친구도 쌈을 쌌다. 우리는 산사춘을 마셨고 고기를 다 먹고 냉면까지 먹었는데도 아직 날이 훤하다며 신나했다. 그리고 우리는 맥주를 마셨다. 이만큼.  

정신없이 마셨다. 마시고 또 마셨다. 그리고 내가 화장실 간 사이, 친구는 이 수많은 맥주값을 계산했다. 천사인걸까? 나는 요즘 좀 외롭고 쓸쓸했고 마치 왕따가 된 기분이었었는데, 흑,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라는 '친구가 화장실 간 사이 술값 내주는 사람'을 친구로 가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왕따가 된 기분은 느끼지 말아야 겠다.  게다가 저 맥주들 옆에는 안주로 시켰던 고로케와, 왕새우구이와, 오사카 짬뽕이 있었다. (아, 둘이서 정말 너무 먹은걸까? ㅜㅜ)

 

(사진설명: 벽에다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외롭고 쓸쓸한 마음 표현하기.  

자매품으로는 '테이블위에다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고개 숙이고 쓸쓸해하기' 가 있다.) 

 

4. 다음주의 어느 하루에는 미녀군단 (이라고 나 혼자 이름붙임) 의 모임이 있다. 그중에 한 명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올까 말까 고민이라는 말을 ㅈ 양에게 전해들었다. 나는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남자를 데리고 오는데 당신과 나만 데리고 올 남자 없으면 좀 쓸쓸하지 않겠어요? 라고 물었다가, 아니 내가 왜 ㅈ 양에게도 남친이 없을거라 생각하는거지? 이런 억측은 실례잖아, 싶어서 다시 급하게 물었다. 아, 혹시 당신은 남자친구가 있나요? 그러자 ㅈ 양은 이렇게 대답했다.  

 

 

『남자친구는 커녕 남은친구도 없어요.』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웃으면서 울었고 울면서 웃었다. 나는 대답했다. 나도요, 나도요! 나도 그래요! 아, ㅈ 양아, 우리 서로에게 남은 친구가 되어주도록 해요. 우리 서로에게 남은 친구가 되어서 가능한 오래 서로에게 남아있도록 합시다. 남자친구는 커녕 남은친구도 없어요, 라고 말하는 센스라니! 당신은 지독하게 멋진 여자사람이에요. 나는 당신의 사귄 지 얼마 안 된 친구, 그러나 오래 남아있을 친구. 

 

5. 참 이상도 하지. 깊디 깊은 고민을 주는 것도 친구고 그 고민을 들어주며 웃게 만들어주는 것도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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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2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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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6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17: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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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6 2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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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7 11: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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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07-25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고민이 그렇죠. 누군가에게 의논한다고 해결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어느틈에 얘기하고 있어요. 얘기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가끔은 노트에 적어서 정리해보려고도 하지만. 아, 어려워요. 어쨌든, 조금은 진정되셨다니 다행. 후버카페, 역시 멋진 남자! ^^

2. 인셉션 저도 봤어요. 머리가 뒝 하고 울리더군요. -_-;;;; 배우들은 너무 좋았고 대단한 영화라는 느낌은 들었으나 역시 어려워요. 흑. ㅠ_ㅠ;

3. 아아. 부러워요. 저도 다락방님 화장실 간 사이 술값 계산할 수 있는데!!! ㅠ_ㅠ 맥주 생각 나네요. ;;


4. ㅋㅋ ㅈ양 참 멋지군요. 남자친구는 커녕 남은 친구도 없다니. 너무 재미있어요. ^^ 나도 누군가의 남은친구이고 싶어요. >.<

5. 토닥토닥;;

다락방 2010-07-26 13:46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오오, 제가 화장실 간 사이 술값 계산 가능하십니까? ㅎㅎㅎㅎㅎ
문나잇님, 저의 남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저는 그렇다면 문나잇님의 남은 친구가 되어줄게요. 그러면 우리는 서로에게 남은 친구가 되는거죠. 남은 친구이고 그러나 오래오래 남을 친구가 되는거죠. 헤헷.

점심은 드셨나요, 문나잇님?
저는 커피까지 한 잔 마셨어요.
:)

2010-07-25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0-07-2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다락방님이 매우 만나보고 싶은데 센스 없는 사람이라 나설 자신이 없어요.ㅠㅠ 게다가 삼겹살을 미디움으로 먹고 난처하면 바로 줄행낭이고...ㅋ 나는 다락방님의 멋진 친구들과 매우 비교되는 사람입니다.
삼겹살 미디움의 참 맛을 알려주고 싶어요 ㅋㅋ

다락방 2010-07-26 13:51   좋아요 0 | URL
나는 다락방님이 매우 만나보고 싶은데, 라고 쓰셔놓고서는 그래, 전화기의 종료 버튼을 누르셨습니까? 네? 제가 여보세요, 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리셨으면서 어떻게 만나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십니까, 네?

삼겹살 미디움의 참 맛을 알면 안되요, 차좋아님. 제발 제 말 좀 들으세요! 돼지는 안익히면 기생충 생긴단 말여요, 네? 네? 몸 속에 막 기생충 돌아다닌다구요. 제발 돼지는 익혀서 드세요. 부탁드릴게요. 제발요. 흑흑 ㅠㅠ

차좋아 2010-07-26 18: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전화가 끊겼었지요 맞다... 손이 미끄러졌다는 변명은 씨알도 안먹힌다는 걸 그날 알았습니다.
술이 웬수라는 좀 참신한 변명을 해보겠어요. 술이 웬수에요 맞아요 술이...ㅎ
언제나 만나 보려나 다락방님을 ㅎㅎㅎㅎ

사실 삼겹살 미디움이라는건 바짝 구워 먹는 친구들이 저를 놀리려고 하는 말이고 사실 알맞게 구워요. 어느 정도냐 하면은 핏기가 가신 직후랄까? 노릇노릇이라 표현되는 고기 타기 직전이요. 아 삼겹살 먹고 싶다...

다락방 2010-07-26 18:28   좋아요 0 | URL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뭐가 술이 웬수에요~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차좋아님은 제게 신뢰를 잃었어요. 흥!

저는 지난주에 삼겹살 먹었어요. 지난주 금요일 점심엔 순대국을 먹었는데, 어제 저녁에 또 순대국을 먹었어요. 오늘 점심은 돈까스 덮밥을 먹었어요. 이 세상의 모든 돼지를 제가 다 먹어 치우는 것 같아요. ㅎㅎ(아 잔인하다 ㅠㅠ)

다락방 2010-07-27 11:30   좋아요 0 | URL
음, 저는 아마도 이번주에도 돼지를 계속... ( '')

그리고 차좋아님의 댓글을 읽다보니 흐음, 그렇다면 신뢰 받지 못하는 것도 나름 괜찮겠구나 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 시작하네요. 하핫
음, 그게 괜찮을 것도 같고 편할것도 같지만, 음, 그래도 저는 특별히 '누군가'에 대해서는 신뢰를 받는 쪽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

차좋아 2010-07-27 12:02   좋아요 0 | URL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를 읽고 새삼 느낀 바 있는데,
내가 신뢰를 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면 좋아해 주면 그걸로 족한 것 같아요. 고로 난 신뢰를 잃었지만 난 다락방님을 신뢰한다는 ㅋㅋㅋ
아 그리고 좋아도 해요. ㅎㅎㅎ 돼지고기 만큼요.

다락방 2010-07-27 15:32   좋아요 0 | URL
아 뭔가 귀까지 빨개지는데요! 하하
덥네요. 돼지고기만큼 사랑받는 사람이라니! ㅎㅎㅎㅎㅎ

차좋아 2010-07-27 18:28   좋아요 0 | URL
저도 얼굴 빨개졌어요... 으하하 이제 주책 좀 자제해야지~~~

세실 2010-07-25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화장실 간 사이 계산해주는 친구. 음 저도 그런 친구가 되고 싶어요.
남은 친구도 없다는 말...참 절절하게 들립니다.

오늘 읽은 이외수의 청춘불패란 책에서 '나쁜놈'의 정의가 '나뿐인 놈'이라네요. 나만 생각하는 놈....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님은 배려해주는 친구가 많아서 좋겠당^*^

다락방 2010-07-26 13:52   좋아요 0 | URL
나쁜놈의 정의가 나뿐인 놈 이라니. 저 역시 그 문장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요? 그쵸, 대부분 나쁜 인간들은 나 뿐인줄 알고 행동하는 인간들이었어요. 다른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이죠.

저도 그런 친구가 되어줄거에요. 화장실 간 사이 계산해주는 친구. 헤헷
:)

웽스북스 2010-07-2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어쩜 인셉션도 이렇게 다락방님답게 봤답니까 :)

다락방 2010-07-26 13:53   좋아요 0 | URL
그거 말고 사실 딱히 뭔가 더 이해되는 부분이 없어서 말이지요. :)
그 젊은 여자학생, 참 따뜻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디카프리오도 자꾸 허락하게 되는 것 같아요. 더 화내지 않고 말이죠.

그리고 맬 예쁘지요? 아, 예쁘더라구요. 예뻐라 ㅠㅠ

2010-07-26 0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0-07-26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친구는 커녕 남은친구도 없어요.』...라는 말이 폐부를 찌르네요..ㅜㅜ 다락방님은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은 듯.

다락방 2010-07-26 13:55   좋아요 0 | URL
비연님. 공감하셨습니까? 절절하게 공감하셨습니까? ㅎㅎ
저는 정말 눈물났네요, 완전 공감되서!

그렇지만 우리는 앞으로 새로운 친구를 또 사귈수도 있잖아요! 공감되는 말이지만, 좌절하지는 맙시다, 비연님!
:)

보석 2010-07-2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이라는 게 이야기한다고 꼭 해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도 말을 하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고민한다고 혼자 끙끙 앓기보다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멋진 친구분들을 두셨네요.^^

다락방 2010-07-26 13:57   좋아요 0 | URL
그렇죠. 누가 해결해줘서 말하게 되는건 아니고 들어주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거죠. 말하면서, 그리고 상대의 대답을 들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말하고 나니 사실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닌 것 같고 말이죠. 고민을 말하는 건 어려운데, 말하고 나면 또 사실 별거 아닌거 되고, 뭐 그러는 것 같습니다. 잘 들어주고 잘 웃어주는 친구가 좋죠. 물론, 내 편이 되어주는 건 가장 좋구요!

저도 멋진 친구가 되어주어야죠, 저의 멋진 친구들에겐! :)

2010-07-26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0-07-2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 말고도 비밀댓글을 많이 다는군요. 아무튼...전 님 팬입니다. 어떤 글이든지 추천을 하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드는 글을 쓰시는 그런 분을 안다는 게 참 기쁘네요.

다락방 2010-07-26 14:03   좋아요 0 | URL
저도 이 글에 대체 왜 비밀댓글이 달리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지만 네, 이 페이퍼에는 유독 비밀댓글들이 많네요. 평소에 제 글에는 그다지 비밀댓글이 달리지 않는 편이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요, 마태우스님. 이거 비밀댓글 아닌데, 비밀댓글로 쓰시려고 했던 걸 혹시 실수로 공개하신 걸까요? ㅎㅎ

저야말로 마태우스님 팬이죠. 지금도 마태우스님 글이라면 좋아라 하며 읽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태우스님의 글을 읽고 마태우스님을 안다는 게 엄청 기뻐요. 스스로 대견하달까요!
:)

2010-07-27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7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7-26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저렇게 병 쌓아가매 마시고 시프다.
카프리 한 병만 마셔도 담날 하루종일 지옥불속에서....ㅠㅠ

다락방 2010-07-26 18:18   좋아요 0 | URL
지옥불 ㅠㅠ

아 정말 신나게 마셨네요. ㅎㅎ
저 지금 올해 처음으로 복숭아 먹었어요. 신나요! >.<

2010-07-27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7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7-2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벽을 후비고(?) 있는 저 손가락을 본 순간,
모든 것을 본 듯 하여................ 음,, 울어야 하는데.... 음,, 픽 웃어버렸으니.

아이고, 다락방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ㅡㅡ;;;;;

다락방 2010-07-27 16:31   좋아요 0 | URL
벽을 후.비.고. ㅋㅋㅋㅋㅋㅋㅋ 후빈다는 단어가 완전 웃겨서 빵 터졌어요. 코 후빈다는 말이 생각나고, 초등학교때 코 후벼서 코딱지 먹던 친구 생각도 나고.. ( '')

죽을 죄는요, 무슨. ㅎㅎ 더워죽겠는데 많이 웃으면 좋죠! 헤헷 :)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마흔살의 올리브는  '그저 키와 덩치가 큰 여자일 뿐이었다'. (p.382)
 

그저 키와 덩치가 큰 여자일 뿐인 올리브지만 어느날 낯선 남자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걸 느끼게 되고, 결국 그 느낌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남자가 자신을 '그런식으로'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잠깐 기억을 더듬어본다. 낯선 남자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을 '못' 하는거지 설마 한번도 없어서 기억이 '안'나는건 아니겠지. 못하는걸거야, 언젠가는, 누군가는 나를 뚫어지게 본 적이 있었을거야, 아마 그랬을거야.  

이 키와 덩치가 큰 여자 올리브는 성격도 그렇게 다정하지도 않고 일면 포악스런 면까지 가지고 있다. 아, 나는 올리브가 자꾸만 나 같다. 나는 키는 크지 않지만 덩치는 크니까. 나는 대학시절 별명이 '스티븐 시걸' 이었으니까. (스티븐 시걸을 모른다면 검색창에 검색해보세요.) 게다가 내 성질도 포악하니까.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뚫어지게 쳐다보는 남자가 있고, 같이 도망가자고 하는 남자가 있다. 오! 마치 내 일인듯 설레고 기쁘다. 올리브가 나보다 낫다. 도망치자고 하는 남자가 다 있고! 

 

   
  "나랑 도망치자고 하면 하겠어?" 사무실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데 그가 조용히 물었다. 

"응." 그녀의 대답이었다. 

그는 점심 때 늘 즐기던 사과를 먹으며 올리브를 바라볼 뿐이었다. "오늘밤 집에 가서 헨리한테 말하겠어?" 

"응." 올리브가 말했다. 마치 살인 계획을 세우는 것 같았다. 

"내가 그러자고 안 한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군." 

"응."
  (p.383)
 
   


덩치가 커도 그리고 포악스러워도, 남자가 도망치자는 데 '응' 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이때의 올리브는 마치 순한 양 같다. 아마 눈을 반짝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라면 날 잡아먹어도 좋아, 라는 듯이 대답하지 않았을까. 도망치자고 하면 하겠어? 응.  

 

이 부분을 읽다가 친구한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나도 누군가 이렇게 도망치자고 하면 도망치고 싶다고. 그곳이 섬이든 어디든. 그러자 친구는 도망치더라도 알라딘에 페이퍼는 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섬으로 도망치면 인터넷이 안될테니까 페이퍼를 쓸 수가 없다고 했고, 친구는 그럴거면 도망치지 말라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라면, 그러니까 이를테면 농사도 잘 짓고 고기도 잘 잡아오는 남자라면, 그렇다면, 기꺼이 도망치겠다고 했다.  

물론, 도망치지 않고 바로 여기에서 함께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 쯤은 나도 안다. 그런데 여기서 아무도 나랑 안 지낼라고 하니까... ( '') 자, 다시, 

 

   
  두 사람은 한 번도 키스하거나 서로를 만진 적이 없었다. 도서관 옆의 조그만 칸막이 사무실로 각자 들어가면서 가까이에서 나란히 걸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날 그 말을 한 후로, 올리브는 어떤 공포심과 때때로 참기 힘든 열망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힘들어도 참는 법

아침까지 잠들지 못하는 밤도 있었다. 하늘이 밝아오고 새들이 지저귈 때에야 침대에 누운 몸에 긴장이 풀렸고, 올리브는 마음을 가득 채운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바보 같은 행복을 멈추지 못했다
. (p.383)  
 
   


 

아, 이것은 올리브의 뒤척이는 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힘들어도 참는 법. 같이 정말 도망친 것도 아닌데, 도망치자는 말을 들었을 뿐인데, 올리브의 가슴엔 열망이 가득 차있다.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아침까지 뜬눈으로 지샐 정도로. 오른쪽으로 돌아 눕고 왼쪽으로 돌아 눕고를 반복했겠지. 올리브의 그 밤은 길었겠지. 정말 도망친것도 아닌데 행복해서, 그리고 또 슬프고 아파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겠지. 그때의 올리브라면 아마 미친듯 실실 웃었다가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가 했겠지.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왜, 왜, 도망치지도 않을거면서, 그러면서, 그러면서 왜 도망치자고 하는거야. 이 빵꾸똥꾸야. 

 

그리고 일흔넷의 올리브. 

   
  집으로 돌아온 후, 올리브는 잭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 점심이나 하러 가시려우?" 

"나는 저녁이 더 좋은데요." 잭이 말했다. "저녁 약속이 있으면 종일 고대하게 되잖아요. 점심은 헤어지고 나면 아직 하루가 많이 남지만." 

"그럽시다." 올리브는 해가 지면 바로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는 것은 그녀에게는 사실 자정을 훨씬 넘기도록 깨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p.463) 

 
   

 

아, 덩치가 크고 포악스런 올리브는 이토록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사실은 자정을 훨씬 넘기도록 깨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면서 그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려고 한다. 그에게는 말하지 않으면서. 아마 그는 모르겠지만 그녀로서는 대단한 결심이잖아. 하룻밤을 그저 포기하는 거라고. 잭 때문에, 당신 때문에.   

당신은 모르겠지. 당신은 자꾸만 내 자신이 스스로 정한 룰을 깨게 한다는 걸. 그것이 내가 정한 룰이라 말한 적 없으니까. 나는 사실 밤 열시가 넘으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당신은 모르겠지. 그러니 그 밤이 어떤 의미였는지 당신은 알 수가 없겠지. 당신 때문에 자꾸만 내 룰이 깨져. 

 

일흔넷의 올리브는 마흔의 올리브처럼, 그러니까 도망치자는 말을 들었을 때 처럼 열망을 품고 밤을 지새우지는 않겠지만, 그렇지만 설레임은 다시 찾아왔을것이다. 처음엔 저 남자는 뭐야, 싶었던 잭이 이제 올리브의 삶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나이, 일흔 넷이었다.  

 

마흔에 나를 뚫어지게 쳐다봐 줄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면, 그리고 일흔넷에 '종일 고대할' 저녁을 먹자고 말하는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면, 아, 세상은 정말이지 아름다운거라고, 그러니까 한번 살아볼만한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은 이토록 활기차고 아름다운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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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주 아주 조심하겠다고 약속해요.
    from 마지막 키스 2010-11-29 10:06 
    어제 만나 영화를 본 친구와 맥주를 앞에 두고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나는 친구에게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지난번에 교보 같이 갔을때 락방님이 추천해준 책 산거, 그거 읽어요, 라고 했다. 내가 뭘 추천했죠? 라고 하자 친구는 『올리브 키터리지』라고 말했다.    아, 그거 좋죠? 정말 좋죠? 라고 물으니 친구는 아직 초반을 읽고 있다고 했다. 올리브의 남편의 이야기. 그래서 나는 마구 멜랑콜리해져
 
 
레와 2010-07-20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어쩌면..


이 책이 많이 좋았어요? 연달아 페이퍼를 쓰고..^^
다락방이 좋아하면 또 챙겨 읽어야지!
나의 팬심은 이런것!

다락방 2010-07-21 08:32   좋아요 0 | URL
레와님은 그 먼곳에서도 내가 무슨 책 읽는지 그냥 막 눈에 보이죠? 신끼 있다니깐 ㅎㅎ

이 책 정말 좋아요. 비오는 날 커피 마시면서 읽기에 최고라고 할까요!
:)

비로그인 2010-07-2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궁금해져요. 요즘 소설을 잘 읽지 않는데(나한테는 도망치자고 하는 놈도 없는데 무슨 소용인가!), 실재하는 그 딱딱한 바게트빵 같은 세계에 탐닉하고 있는데, 또 이런 소설도 궁금해 진단 말이지요. 살짝살짝 보여주면서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다락방님은.

얼마나 많은 낮과 밤을 그렇게 쌓아야 하는지 모르겠죠. 알면 안되는 거니까요.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낮은 좀비처럼 한가지만 생각하며 보내고, 먹지 않아도 모르는 것이 저런 마음이니까요.

다락방 2010-07-21 08:35   좋아요 0 | URL
Jude님, Jude님. 아 Jude님.

커다란 소세지가 든 빵을 먹고 있었어요. 읽으면서 어떤 글을 읽었어요. 그런데 그 글을 읽다가 가슴이 턱, 하고 막혀버려서 저는 먹던 빵을 도로 내려놓았어요. 지금은 도무지 삼킬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제가 읽은 글은 소설이 아니었어요. 예전에 읽은 글인데 그때도 가슴이 아팠고, 지금 다시 생각나서 읽었는데도 또 가슴이 아파요. 어떤것들은 면역력이 전혀 생기지 않나봐요.

저는 [드라큘라]를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책장이 잘 안넘어가요. 오늘 출근길에는 책을 읽으려다가 말고 그저 실예 네가드의 노래를 들었어요. 날은 끈적거리고 저는 기운이 없어요. 오늘은 일도 많아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0-07-2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누군가 그런 눈으로 날 바라봐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주변사람들을 그윽한 눈으로 마구 바라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0-07-21 08:37   좋아요 0 | URL
주변사람들에게 모두 그윽한 눈빛을 던진다면 오해하지 않을까요? 저 여자가 나한테 관심있군, 하면서 말이지요. ㅎㅎ

그러게요, 휘모리님. 누군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봐주고, 그러니까 그것이 관심과 사랑으로 가득차있고, 또 도망치자고 말해준다면, 아 젠장, 스스로 매력적인 여자라고 확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난 대체적으로 매력있는 여자지, 정도는 아니어도 '내가 누군가에게는 매력있는 여자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어도, 그게 어디에요!

저는 엊그제 유독 더 못생기고 뚱뚱하고 초라해 보였더랬어요. 지옥같았죠.

마노아 2010-07-20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주인공 이름이었군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에서 조민수가 사랑하는 그 남자 천호진과 도망치려고 모든 준비를 마쳐놓고, 아들이 엄마가 떠날 거라는 걸 눈치 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감행하려고 했는데, 결국 신발을 신다가 주저앉았어요. 갈수가 없다고. 못 가겠다고. 그 엄마의 무너지는 마음을 보면서 고수는 자신의 마음이 무너질 차례라는 걸 알지만 엄마를 다독여서 보내주어요. 그 바람에 자신은 사랑하는 그 아이와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요. 작가님이 감정선을 엄청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다락방님의 이 글을 보니 그때 열광하던 느낌이 막 살아났어요.

다락방 2010-07-21 08:38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의 댓글만 읽고도 울컥 하네요. 고수가 나왔던 그 드라마, 몇편 보다가 고수 정말 멋있다, 저렇게 멋있는 놈이 다 있나 생각했더랬어요.
왜 한사람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한사람의 마음은 무너져야 하는걸까요? 왜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하고 그도 행복하고 그녀도 행복한 그런 결말이 찾아올 순 없는걸까요?
제가 행복한 길이 그에게도 행복한 길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는 그 행복이 더 커지고 말이죠. 이게 쉽지 않은일인가 봅니다.

따라쟁이 2010-07-2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젠가 어떤 남자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나랑 도망치자고 하면 하겠어?" 그러나 그 남자의 대답은 "아니." 그리고는 잠시후 이렇게 덧 붙였어요. "너 미쳤어?"

아.. 정말 삶은 소설같지 않아요

다락방 2010-07-21 08:40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저는 조금만 더 용기있다면, 그리고 조금만 더 과감하다면, 그리고 사실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따위가 제게 존재하지 않는다면, 저는 지금 말해보고 싶어요. "나랑 도망치자고 하면 하겠어요?" 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그의 대답이 "아니." 가 될까봐 혹은 "꺼져!"가 될까봐, 혹은 아예 나로부터 도망칠까봐 그저 묵묵히 견디고 있습니다. 저기 위에도 써있잖아요.

사람은 힘들어도 참는 법.

치니 2010-07-2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시걸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짐 캐리 못지 않군요!

니나 2010-07-20 15:44   좋아요 0 | URL
헐리웃 배우들과 함께하는 영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7-21 08:41   좋아요 0 | URL
스티븐 시걸, 짐 캐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요 ㅎㅎ

니나님, 헐리웃 배우 한명 더 소개해드릴까요?
저희 엄마는 저더러 캐서린 제타존스 닮았대요!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 2010-07-21 11:45   좋아요 0 | URL
캐서린 제타존스!!!!!!! 무려무려===!

다락방 2010-07-21 11:54   좋아요 0 | URL
울엄마는 나 송윤아 닮았다고도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엄마만 그러고. 과 애들은 스티븐 시걸. 입을 모아 스티븐 시걸. ㅎㅎㅎㅎㅎ

따라쟁이 2010-07-21 16:46   좋아요 0 | URL
캐서리 제타존스에 한표

다락방 2010-07-22 09:38   좋아요 0 | URL
아니, 따라쟁이님! 이 여자가 진짜! ㅎㅎ

2010-07-20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22 09:38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

... 2010-07-2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 첫 번째 단편에서 마음이 턱! 걸리는 것 같던 대사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은 아무도 언급하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이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어요, 그랬더니 "왜? 왜? 그 부분에서 왜 마음이 터~억 걸리는데?" 훌쩍~ (터~억이 아니고 턱! 걸렸던 건데 말이죠)

다락방 2010-07-21 08:42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그 대사가 어떤건데요? 제게도 들려주세요. 어떤건데요, 네?

저는 그냥 제 삶이 턱, 하고 걸리네요. 휴..

... 2010-07-21 11:4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왜요?왜요? 그 부분이 왜 턱! 하고 걸리는 데요?"하고 의아하게 물으실까봐 두려워서 말을 못하겠어요 ~~~~~~~~~~~~~~~~~~~~
삶은 언제나 턱!턱!턱! 걸리죠.

다락방 2010-07-21 11:55   좋아요 0 | URL
삶은 언제나 턱 하고 걸리죠. 맞아요, 그래요. 하아-

저는 오늘 아주 많이 마음이 컥컥거려요. 아주 답답하고 아주 화가나고 아주 속상하고 뭐 그런 오전을 보내고 있어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브론테님!

... 2010-07-21 12:09   좋아요 0 | URL
드니스가 헨리와 올리브집에 초대를 받잖아요. 그때 드니스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서 "바닐라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맛이예요" 라고 하자 올리브는 "그래요?" 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요. 그런데 헨리는 자신도 바닐라맛을 좋아한다고 동감을 표하죠. 바로 그 부분인데 저도 왜 턱! 했는지 지금에 와서 쓰고보니 알수가 없군요.....

2010-07-21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21 12:51   좋아요 0 | URL
드니즈가 헨리가 사랑했던 그 여자죠?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했던 여자 말예요. 남편이 죽는.
만약 그 부분에서 브론테님이 턱, 했다면 그것은 헨리가 드니즈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러니까 연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 아내가 옆에 있는데도 드러나기 때문에 그런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올리브도 그걸 알고 있어서 시큰둥하게 반응했고 말예요. 이 모든 것들을 브론테님이 느끼셨기 때문에 그런거 아닐까요?

전 드니즈가 배달원과 결혼한게 더 슬펐어요. 배달원은 결혼하기전에 드니즈를 경외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태도가 지나치게 달라진 것 같아서요. 그 배달원이 결국 그런 사람이었다는게 전 참 슬펐어요.

2010-07-21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21 15:02   좋아요 0 | URL
네, 그것도 괜찮죠! 저는 오늘 퇴근하고 드레스 사러 가야겠어요. 가슴이 깊게 패인 빨간 드레스. 그거 입고 나가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0-07-2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두려워져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제 지루한 삶에 대해 너무 슬퍼질 것 같아서요. ㅠ_ㅠ;
다락방님 다락방님 점심 드셨어요? 휴가때 맨날 맨날 영화보고 맥주 마시고 할 때는 좋았는데 출근하니 답답해지네요. 맥주 한 잔 하려면 앞으로 다섯시간 -_-;;;

다락방 2010-07-21 13:54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곧 휴가가 다가오는데 맨날 맨날 영화보고 맥주 마시고 그렇게 살아야겠어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문나잇님, 이 소설을 읽으면 슬퍼지진 않을거에요. 음, 슬퍼지진 않고, 음, 그러니까..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될거에요.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다 닮아 있다는 것도요.

꿈꾸는섬 2010-07-2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0-07-22 09:39   좋아요 0 | URL
이 책, 참 좋아요, 꿈꾸는 섬님 :)

2010-07-22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22 14:09   좋아요 0 | URL
미녀군단 화이팅!

yamoo 2010-07-24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다락방님 여자분 맞으시죠? 근데, 어떻게 자신을 스티븐 시갈에 비유를...학교다닐때 스티븐 시갈 이름 갖고 많이들 장난쳤었는데...야, 스티븐 시발나오는 영화 봤냐? 아니~ 시벌, 안봤어~~..이렇게..ㅋㅋ 다락방님 제가 계속 쳐다봐드릴게요..ㅎㅎ

다락방 2010-07-25 21:10   좋아요 0 | URL
네, 여자사람 맞습니다. 그리고 제게 스티븐 시걸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건 같은과의 여자사람들 친구였어요. -_-
하하하하 쳐다본 뒤에 말씀 좀 해주세요, 제가 스티븐 시걸을 닮았는지 안 닮았는지 말입니다. 하하하하

새초롬너구리 2010-07-25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오늘밤은 무척이나 이상하게도 많은 생각, 정확히는 추억이 떠올라서 마음이 싱숭생숭 잠이 안와요. 지난번엔 모기때문에 잠안오는 제가 무척 거지(?? 정확하게 표현할 단어가 마땅히 생각안남 ㅡ.ㅡ)같았는데 오늘밤도 거지같아요. 지나간 것들을 곱씹고 그랬었지 자기위안, 아니 다시한번 흐뭇 (아아, 정말 정확히 표현할길이 없어 정말 거지같네요)하게 생각에 잠기는 건 당최 뭔 소용인지. 정말 거지같은 밤이에요, 저에겐.

다락방 2010-07-25 21:13   좋아요 0 | URL
새벽 세시가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셨네요, 새초롬너구리님. 지난밤의 저도 아마 그 시간쯤 되어서 잔 것 같아요. 결국은 그래서 몇시에 주무셨을까요? 주무시는 동안은 편안하셨을까요?

유독 그런 밤이 있죠. 자기 위안이든 자기 만족이든 혹은 고민이든 일단 생각하고 나면 내 의지로 멈추어지질 않는 것 같아요. 자연스레 잠이 찾아와야만, 눈이 감겨야만 그것들을 잊고 잘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들과 내 머릿속에 기억나는 것들을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의지가 그다지 강하지 못해서인지 꼭 밤이 아니어도 그런 감정들에 휩싸이곤 해요. 낮에도 종종 그래요. 떠올리지 않을 것들을 떠올리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곤 한답니다. 그만 생각하자, 하고. 그러나 그건 좀처럼 쉽지 않아요.

오늘밤은 편하게 주무세요, 새초롬너구리님. 또 월요일이 오니까요!
 

다 읽고 나서 페이퍼를 쓰려고 했는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비가 펑펑 쏟아지는 토요일 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이 책이 단편집인줄 알았다. 그냥 책 표지가 어쩐지 단편집 같아서..(응?) 이 책이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건 알라딘의 퓰리처상 작품 이벤트(뭐 이런 이름이더라)인 퀴즈를 풀다가 알았다. 참고로, 나 3단계까지 다 푼 여자사람 ㅎㅎ

이 책은 46페이지에서 부터 나를 쓰러지게 만든다.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안경을 썼다. "죄송해요." 그녀가 속삭였다.  

"뭐가?"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서요." 

"아니, 아니야." (p.46)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라니. 아! 나도 그런데. 나도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하는데! 그녀가 그에게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라고 말한것을 그도 잊지 않는다. 그는 곱씹는다.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그에게 그 말은 잊을 수 없는 말이 된다. 만약 내가 당신에게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라고 한다면, 당신은, 당신도 이 책속의 남자처럼 내가 한 말을 잊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케빈은 아주 오랜후에 고향을 찾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낭떠러지에서 계곡으로 떨어지는 패티를 보게 된다. 케빈은 패티를 구하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든다. 

소용돌이치며 두 사람을 집어삼키는 바닷물속에 다시 잠겼을 때 그는 패티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녀의 팔을 꼭 붙잡았다. 널 놓지 않을게. 파도가 칠 때마다 햇살이 반짝이는 짠 바닷물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케빈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p.86) 

케빈은 구조대를 기다리면서, 그리고 필사적으로 살기 위해 매달리는 패티를 놓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그 급박한 순간조차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한다. 누군가로부터 '널 놓지 않을게' 라는 말을 듣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이토록 아름답고 소중하고 찬란한 말을 듣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이런 말엔 어떤 말이 어울릴까? 널 놓지 않을게. 아마 나는 그저 네, 나를 놓지 말아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것 같다. 도무지 다른 아름다운 응답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나를 놓지 말라는 말에는 진심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말해도 좋을것이다. 당신을 놓지 않을게요. 그러면 당신은 내게 어떤 응답을 할까?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말을 하게 될 때, 그때 우리는 어떤 마음이고 어떤 기분일까? 

 

아주 나이들어 버린 부부. 아내는 남편이 2년전에 내연의 여자를 만나기 위해 외박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말해요." 몹시 침착했다. 그녀는 한숨마저 내쉬었다. "제발, 얘기해줘요." 제인이 말했다. 

어두운 차 안에서 가빠진 그의 숨소리가 귀에 들렸다. 그녀의 숨결도 거칠어졌다. 제인은 말하고 싶었다. 이런 일을 겪기엔 우리 심장이 너무 늙었다고. 이런 일을 계속 우리 심장한테 시키면 안 돼. 당신 심장이 이런 일을 견뎌낼 거라고 기대하지는 마. (p.246)

 

나는 그녀에게 혹은 그에게 아니 그 둘 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뇨, 그것은 젊은 심장도 견뎌내지 못할거에요. 그것은 그것 자체로 어떤 심장에게도 해서는 안 될 일이에요. 우리, 젊다고 해도 그리고 늙어서도 그런 일을 우리 심장한테 시키지 말아요. 

"그 여자 죽었어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죽었다면 스콧이나 메리한테 소식을 들었겠지. 그러니 안 죽은 모양이야. 하지만 소식은 전혀 몰라."  

"당신 가끔 그 여자, 생각해요?" (p.247) 

그리고 정말 궁금하겠지만, 그런 질문도 하지 않는게 좋을것 같아요. 그 여자, 생각해요? 하는 그런 질문. 아니라고 한들 믿겠어요? 그리고 그렇다고 하면 그때는 어떡할건데요? 그 대답이 뭐든, 일단 그 질문을 한 이상 당신 가슴은 찢어지잖아요. 그러니 입 밖으로 그런 질문 내지 말아요. 어떤 말들은, 하지 않는게 더 좋은거에요.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p.124) 

나는 잠들기 전에 나의 작은 기쁨들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아야 겠다. 아마 그러면 악몽을 꾸지 않겠지. 나의 작은 기쁨은, 차디찬 소주에 곁들이는 맛있는 삼겹살이고, 그것을 함께 해주는 친구이고, 너무 맛있어서 뚝배기를 기울여가면서 먹게 되는 순대국이고, 나와 하루종일 수다떠는 게 로망이라고 말해주는 친구고, 이 책을 읽으면 페이퍼를 쓸 거라 짐작했다고 말하는 친구고, 이 영화는 니가 좋아할거라고 말해주는 친구고, 마음에 쏙쏙 박히는 문장들로 가득찬 책을 읽는 순간이고, 출근 준비를 하며 듣는 라디오에서 우연히 흘러 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고.. 

 

조금 더, 이 책을 읽다가 자야겠다. 왜냐하면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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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리브의 뒤척이는 밤
    from 마지막 키스 2010-07-20 09:15 
                  마흔살의 올리브는  '그저 키와 덩치가 큰 여자일 뿐이었다'. (p.382)   그저 키와 덩치가 큰 여자일 뿐인 올리브지만 어느날 낯선 남자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걸 느끼게 되고, 결국 그 느낌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남자가 자신을 '그런식으로'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이 글을 쓰면서
  2. 아주 아주 조심하겠다고 약속해요.
    from 마지막 키스 2010-11-29 10:07 
    어제 만나 영화를 본 친구와 맥주를 앞에 두고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나는 친구에게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지난번에 교보 같이 갔을때 락방님이 추천해준 책 산거, 그거 읽어요, 라고 했다. 내가 뭘 추천했죠? 라고 하자 친구는 『올리브 키터리지』라고 말했다.    아, 그거 좋죠? 정말 좋죠? 라고 물으니 친구는 아직 초반을 읽고 있다고 했다. 올리브의 남편의 이야기. 그래서 나는 마구 멜랑콜리해져
 
 
비연 2010-07-1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죠. 추천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0-07-19 11:52   좋아요 0 | URL
네, 읽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moonnight 2010-07-1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작은 기쁨은 다락방님의 이렇게 가슴에 와닿는 페이퍼를 읽는 것이랍니다. ^^ 술주정 댓글의 연속이라고 생각진 말아주세요. 사실 캔맥주 작은 거 반 밖에 안 마셨다구요. 잊지 않고 김치군만두(너무 맛있어요! >.<)도 안주로 곁들였답니다. 이 밤에 칼로리 같은 건 저 창 밖으로 뻥 차 버렸어요!!!! (라고 하지만 내일 아침엔 울고 있을지도 -_ㅠ;;;)

참. 그건 그렇고 저도 이 책 샀어요. 부천 올 때 들고 올 것을. 다락방님 페이퍼를 읽으니 비로소 후회가 되네요. ㅠ_ㅠ 세상엔 정말 멋진 책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행복해요. ^^

다락방 2010-07-19 11:54   좋아요 0 | URL
제 작은 기쁨은 문나잇님의 사랑스런 댓글을 만나는 것이랍니다! ㅎㅎ 아훙. 우리가 함께 앉아 김치군만두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김치군만두라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와서 그런지 아주 입에서 침이 막 돌아요, 막. 칼로리따위, 흥!!

이 책 정말 좋아요, 문나잇님. 올리브와 헨리와 그외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어요. 문나잇님도 분명 좋아하실거에요! :)

마노아 2010-07-19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붕 뚫고 하이킥의 마지막회가 떠올랐어요. 이대로 멈추고 싶어하던...
머릿속으로 늘 내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아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난 고마울 것 같아요. 그리고 미안할 거예요. 바로 대답해 주지 못해서... 나도 당신 생각을 했어요...라고 말해준다면, 왜 진즉에 말하지 않았어요...라고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 그땐 그저 안아줘야죠. 새벽에 너무 놀랄 일이 있어서 잠을 설쳤어요. 다락방님 서재에 와서 잠시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굿모닝!

다락방 2010-07-19 13:35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에요, 마노아님. 그때 세경이는 이런 느낌이었던 걸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얘기도 쓸까 하다가 또 너무 길어질까봐. 제 글은 왜이렇게 길어질까요? -_-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아요, 참나원.

역시 이 책을 다 읽고 써야 했어요. 읽다보니 거의 끝에 완전 또 저를 잡아먹을 만한 구절이 나오지 않겠어요?

마노아님, 새벽에 놀랄 일은 무엇인가요? 마음 편안해져서 지금은 뭘 하고 계시나요?

마노아 2010-07-19 15:02   좋아요 0 | URL
새벽에 놀랄만한 일은 고작 두 달 만에 또 기절을 해버려서 충격을 받았고요, 지금은 늦은 점심을 먹고 와서 눈이 막 감기려고 해요. 한숨 자고 싶지만 여긴 교무실이에요.^^;;;;

다락방 2010-07-19 15:04   좋아요 0 | URL
아이쿠. 또 기절을 하셨단 말예요?!

마노아님, 제가 근처에 모텔 하나 잡아둘테니 이리 오세요. 저랑 같이 모텔 들어가서 한 숨 잡시다! -0-

레와 2010-07-1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락방 2010-07-19 13:35   좋아요 0 | URL

2010-07-19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7-1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얼마나 망설였는지 몰라요. 다락방님이 이 책을 마침내 읽게 만드실 것 같습니다. 작은 기쁨, 완전 동감이에요. 왜 내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나츠의 여직원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다락방 2010-07-19 15:01   좋아요 0 | URL
내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나츠의 여직원이 나타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기쁨'이 될 수 있는 거겠지요. 쉽게 나타난다면 어디 그게 기쁨이겠습니까!
blanca님은 이 책을 읽고 또 어떤 글을 쓰게 되실지 기대가 되는데요! blanca 님께도 이 책은 분명 좋을거에요. :)

pjy 2010-07-1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정말 감수성이 철철 넘치는거같아요~~~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이런 멘트는 애인한테 써야되는데....에휴~

다락방 2010-07-19 15:02   좋아요 0 | URL
그쵸. ㅎㅎ
전 애인도 아닌 사람한테 늘 머릿속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ㅎㅎ 머릿속에서는 말이 많아요.
그런데 사실 머릿속으로 제가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상대는 저 자신입니다. 그 말들은 곧 입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하지요. 그러면....광년이 되요. 혼자서 1인 3역도 하고 뭐 그럽니다. 액션도 취합니다. ㅎㅎ

자하(紫霞) 2010-07-19 17:47   좋아요 0 | URL
흠~큰일이군요! 액션까지~~
다락방님의 이야기는 늘 감성을 두드린다니까요~~

다락방 2010-07-19 18:16   좋아요 0 | URL
저는 늘 혼자 있을 때 액션을 취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저의 액션을 보았다는 목격자들이 가끔 나타납니다. ㅎㅎ 여동생이 병원가서 진찰 받아보라고 했어요. ( '')

L.SHIN 2010-07-1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머리속으로 말하는 상대가 누구에게나 1명쯤은 있지는 않을까요.
'널 놓지 않겠다'고,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라고.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하죠.^^

다락방 2010-07-19 18:16   좋아요 0 | URL
인간에게는 상처 받기 싫어하는 혹은 상처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감정이 있잖아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혹여라도 상대가 내가 원하는 응답을 해주지 않을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 말들을 머릿속에서만 되뇌이게 되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내가 머릿속으로 하는 말들을 입밖으로 다 내놓았을 때 상대가 나를 밀어내지 않을까, 거부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두려움이요.
저는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머릿속으로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만 말하면 거절당하지 않으니까요.

moonnight 2010-07-1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사랑스러운 우리 다락방님 이모 되신 거 축하드려요!!! >.< 저는 이모 될 기회가 없고 고모인데요. 조카에게는 고모보다는 이모라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치더군요.(훌쩍-_ㅠ) 다행인 건 제 새언니에게도 여자형제가 없어서 이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에욧. 오호호호(사악한 웃음소리;;;)

한 주나 더 식구들을 기다리게 한 그 아이는 도대체 얼마나 귀여울지 궁금해 죽습니다. 언제 페이퍼로 알려주세요.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제가 막 기분이 업되네요. ^^ (네네 또 맥주마시고 있습니다. ;;;)

다락방 2010-07-21 08:4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사악한 문나잇님의 웃음소리가 제 귀에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문나잇님. 저 아직 아기 보러 안갔어요. 이번주 토요일에 갈 예정이에요. 얄미운 제부(제 여동생을 데려간게 미워 죽겠어요! ㅠㅠ)를 닮았다면 제가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줄 수는 없을것 같은데 또 얼굴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 예뻤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제가 문나잇님께 자랑질 할텐데 말예요! 그리고 그놈의 맥주 좀 같이 마십시다!!

산사춘 2010-07-20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은 '심야식당' 맛이 나요. 좋다는 얘기죠.
(그럼 자주 디밀든가!)

다락방 2010-07-21 08:44   좋아요 0 | URL
심야식당 맛이 난다고 하면 좋다는 뜻인가요? 저는 심야식당을 안봐서 말입니다. 하핫.
그러게요, 좀 자주 자주 좀 나타나세요!!!!
 

MIKA 의 노래는 대부분이 다 신나지만, 요 며칠은 『Love Today』에 흠뻑 빠져있다. 우울하고 지치면 이 노래를 듣는다. 처음 시작할때 와뚜와리와리 하면서 시작하다가 드럼인듯 입에서 소리내는 듯 양쪽 이어폰으로 범버범버범버범버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아우 정말 미치게 좋다. 나는 이런식의 단순한 여음구에 늘 흠뻑 빠져버리게 된다. 예를 들면 '보아'의 『No.1』이란 곡에서 중간에 '두루두두두~' 하는 부분이 쓰러지게 좋달까. 

 

 

가사를 검색해 보면 이렇게 써있다.  

Doom dududu domm boom da da boom.. 

Everybody's gonna love today, 
gonna love today, anyway you want to, 
anyway youv'e got to, 
love love me, love love me, love love  

저기 저 Doom dududu domm boom da da boom 라는 가사 생긴 것 좀 봐! 신나고 예쁘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노래중 『Big girl (You're beautiful)』은 심지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나는 빅걸인데 아름다우니까 (응?) , 그걸 MIKA 도 아는거지. 우하하하 

 

    

 

 

보라는 바바를 사랑하는지 어떤지 모르겠고, 그러니까 다시 말해 바바를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늘 옆에 있어주는 바바, 싫다고 퉁을 놓고 구박해도 내내 헤벌쭉 웃어주는 바바. 그런 바바가 어느날 자신의 쇄골에 입을 맞추자 보라의 가슴이 널 뛰듯 뛴다. 그 자리에 더이상 머무를 수가 없어 자리를 막차고 뛰어 나왔는데, 아, 바바에 대한 감정은 뭐지. 헷갈린다. 그래서 보라는 나오미에게 간다. 이미 많은 사랑을 경험한 나오미에게. 그리고 나오미에게 가서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답할 수도 있을거고, 사랑이란 유리같은 것이라고 답할 수도 있을거다. 사랑은 누군가를 위해 대신 죽어줄 수 있는거라고 답할 수도 있을거고, 사랑에는 자존심이 없는거라 말할 수도 있을거다. 그러나 내가 말하려고 하는 사랑은, 이 책에서 나오미가 하는 말과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어?"
"보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알 수 있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막 뜨기 전, 맨 처음 떠오르는 얼굴이라면 그를 사랑하는 거란다. 사랑이 내 전부를 가득 채워버린 거지."
(p.201) 

 

만약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어떤건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 나오미의 말에 대입시켜 보자. 아침에 눈을 뜨기 전, 그리고 뜨고 나서 맨 처음 떠오르는 얼굴이 그 얼굴인지. 그렇다면 그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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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0-07-1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Big Girl(You're Beautiful)이 젤 좋아요!!!!

다락방 2010-07-16 12:36   좋아요 0 | URL
저는 Big Girl 이 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제 공간에서 TurnLeft 님을 뵈니 입이 찢어질라고 하네요. 반가워서. 훗 :)

turnleft 2010-07-17 06:4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글은 보통 너무 완벽해서 제가 할 말이 없어서 그래욧! s(-_-)z

Arch 2010-07-17 18:42   좋아요 0 | URL
어머어머! ^^

다락방 2010-07-17 22:24   좋아요 0 | URL
Arch님, 그러게요. TurnLeft님의 댓글을 보니 저도 어머어머! ㅎㅎ
TurnLeft님도 참.. ( '')

2010-07-16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6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6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16 12:37   좋아요 0 | URL
봤어요, 내 친구 ♡

따라쟁이 2010-07-1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아침에 눈 뜨기 전에 생각나는건.. 엄마의 된장찌게.. -ㅁ-;;; 아..OTL

다락방 2010-07-16 12:3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따라쟁이님.
따라쟁이님은 엄마의 된장찌개를 사랑하는겁니다.

틀립니까? 맞잖아요! 그게 사랑이라구요, 사랑!!

꿈꾸는섬 2010-07-1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었는데 둘다 정말 좋으네요.^^ 신나는 하루가 될 것 같아요.^^

전 아침에 눈 뜨기 전에 생각나는 게 "오늘은 또 뭘 해 먹일까?"에요.

다락방 2010-07-16 12:51   좋아요 0 | URL
사랑과 낭만을 떠올리기에 현실은 가끔 냉정하군요! ㅎㅎ

비가 오지만 신나는 하루 보내세요. 저는 비가 오면 멜랑콜리 멜랑콜리~ ㅎㅎ

2010-07-16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16 15:10   좋아요 0 | URL
이런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뇨! ㅎㅎ

자하(紫霞) 2010-07-16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예~흥겨워지는 음악이예요!

다락방 2010-07-16 18:49   좋아요 0 | URL
난 베리베리님 닉네임 보는 순간 베리베리님 예쁜 얼굴 떠올라서 막 웃음이 나고! ㅎㅎ

2010-07-16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6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0-07-1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는 토요일 하루종일 미카입니다.ㅎㅎㅎ
아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Love Today 입니요ㅋㅋ 이 오내라만 나오면 둘이 놀다가도 고개 격렬하게 끄덕이며 흥얼거리는데 아주 웃겨요.ㅋㅋ 아가들은 이노래 '쑊쑊 미'라고 불러요 ㅋㅋ
19금 노래를 좋아하는 꼬맹들 ㅋㅋㅋ
(둘이 합쳐도 19에 한참 모자라요~)

다락방 2010-07-17 22:25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그 부분 되게 좋아해요. 쑉쑉미 하는 부분요. 노래 완전 재미있고 유쾌하지 않아요? ㅎㅎ 쑉쑉미~ ㅎㅎ 아이들도 좋아하는 19금 노래로군요!

moonnight 2010-07-1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카 좋아해요. ^^ 보기와는 달리, 엄마 말씀 얌전하게 잘 듣는 친구라더군요. 그래서 더 좋아하는지도.
다락방님은 요즘 아침에 눈뜨면 누가 떠오르세요? 저는 조카예요!!!! ^^;
심지어 조카 꿈도 자주 꾸는 저는 그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가봐요. 수줍//////
다락방님도 첫 조카 보셨죠? 첫 조카는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함이 있더라구요. 저도 예전엔 몰랐지만요. 우리 다락방님도 조카 너무 예뻐하실 거 같아요. ^^

다락방 2010-07-17 23:29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저의 첫 조카는 지금 나와야 하는데 계속 엄마 뱃속에서 버티고 있네요. 아마도 이번 주말에도 계속 버티기 하고 있으면 월요일쯤 유도분만으로 나오게 될 것 같아요. 딸아이라는데, 고집이 무척 센가봐요. 낯선 세상이 두려운건지, 엄마 뱃속이 익숙해서 떠나기 싫은건지. 그래서 저는 현재까지는 아직 첫 조카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마 곧 만나게 되겠지요. 음,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기 전 생각나는 사람이 첫 조카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현재는 아닙니다. 제가 아침에 생각하는 사람은, 제가 잠들기 전에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ㅎㅎ

네, 미카는 엄마 말씀 잘 든는 멋진 청년이에요. 아웅,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해요! 멋진 청년이에요! 그런데 안자고 뭐해요, 문나잇님?
:)

moonnight 2010-07-18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구. 지금쯤 태어났으려니 생각했더니만 아직도군요. 첫아이는 원래 좀 늦다 그러더라구요. 엄마뱃속을 떠나기 싫은가봐요. 현명한 아이로군요. ^^; 우리 다락방님의 잠들기 전과 눈 뜬 순간을 점령한 그 행운아는 도대체 누굽니까. 궁금하여요. ^^

다락방님. 전 지금 부천 영화제 와있어요. (네, 자랑질입니다. ;;) 제가 공포영화를 좋아하거든요. 근데 오늘 밤 마지막 영화는 정말정말 초인적인 인내심을 요하는 것이었어요. 세시간 가까운 영화가 끝날 듯 하다가 안 끝나고 끝날 듯 하다가 또 안 끝나기를 열댓번 하더군요. -_-; 분명 예매할 때는 한시간 반짜리라고 생각했는데 제 눈이 삔 걸까요. (얼마전에 1.5/1.2 라고 자랑질 한 것이 민망하군요. ;;;) 완전 파김치 되어서 숙소로 돌아와 씻지도 않고 맥주 마시면서 다락방님께 하소연합니다. 흑. (이것은 술주정 댓글이었군요!!!;;;)

다락방 2010-07-19 13:33   좋아요 0 | URL
여동생은 오늘 아침 병원에 갔어요. 40주를 전후해서 태어나야 하는데 여동생은 41주를 지나고 있거든요. 그러면 뱃속 아기한테 안좋다고 해서 유도분만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어요. 지금 제부가 그 옆을 지키고 있고 또 저희 엄마도 가 있답니다. 좀 전에 전화해서 어찌됐냐 물으니 촉진제를 맞았는데도 반응이 없대요. 끙.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찌될 지 모르겠어요. 태어나면 문나잇님, 제가 말씀드릴게요! ㅎㅎ

일전에도 부천 영화제 갔다가 공포영화 몇 편 포스팅 하셨던 거 기억해요. 지금쯤은 돌아오신걸까요? 예전처럼 영화제 갔다온 소감 페이퍼 써주세요! 저, 그때 문나잇님이 어떤 감독님 만났다고 하셨던 것도 기억해요. ㅎㅎ 그래서 문나잇님이 커피 한잔 사드렸다고 했잖아요! 재미있는 포스팅 해주세요, 네?

점심에 비빔냉면을 먹었어요. 분명 배부르게 먹었는데 따뜻한 밥을 먹고 싶어요. 그래야만 뭔가 채워질 것 같아요. 배는 부른데 허전하네요. 역시 냉면은 그냥 고기 후식일 뿐이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