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만나는 오빠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가끔 나의 장바구니를 털어주고, 먼 길을 오면서도 나에게 줄 와인을 잊지 않는 그런 좋은 오빠임에는 변함 없으면서, 대화의 기술을 더 늘려가지고 짠- 하고 나타난 것만 같았다. 오빠가 오는 날 나를 포함해 일곱명이 만났는데, 모임이 파하고나서 다른 친구 두 명과 그런 얘기를 했다. 오빠는 더 좋은 사람이 되었어, 라고. 한 명은 '대화할 때 배려가 정말 뛰어나지' 라고 말했고, '상대방을 정말 잘 생각해주는 것 같아' 라고 다른 한 명도 말했다. 나는 그것이 오빠가 갖춘 대화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또 만나고 싶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주는 것,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 대화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오빠는,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 그런 후에 조용히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 생각은 나의 생각과 다를 때도 있는데, 그럴때조차 전혀 기분이 나빠지질 않으니, 그야말로 대화의 기술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게 아닌가. 사실 가장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으려면 상대의 말을 끝까지 집중해서 든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호감도 여기에서 오는 게 아닐까. 이 사람이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구나, 하는 걸 알게되어야 친구도 되고 연인도 되는 게 아닐까. 정말 좋은 시간이었고,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2년후에도 '변한 게 없는' 사람이기보다는, '더 좋은 사람이 되었네'라는 말을 듣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미숙이가 '오빠는 더 좋은 사람이 되었어'라고 내게 얘기하는데, 그게 칭찬의 최대치가 아닌가 싶은 거다. 근사해...


오빠는 언제나처럼 내게 줄 선물을 잊지 않았다. 게다가 나에게 선물하는 사람들중에서 언제나 가장 맞춤한 선물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이것 봐라.




받자마자 꺅 하고 소리를 지르고 흥분해가지고 사람들이 다 웃었다. 역시 사람은 뭘 좋아하는지 말하고 다니는 게 진짜 중요하다. 내가 와인 좋아한다고 오만번도 넘게 말하고 다니고, 받으면 꺅꺅 거리고 좋아하니까, 이렇게 좋아하는 걸 또 선물 받는다. 언제 선물 받아도 질리지 않아요 ,와인!


2년 전에도 이 시기쯤에(10월이었다) 오빠로부터 와인을 받았다. 멀리, 비행기타고 온 와인이었다. 나는 그것을 나의 61년산 슈발블랑 삼고서는 옷장에 넣어두었다. 이건 마일스가 그랬듯이,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사람과 마셔야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나의 옷장에 있던 와인은, 그 다음해인 작년 7월에 개봉되었다. 적절한 순간에, 맞춤한 순간에!! 



이번 와인도 옷장에 넣어두었다. 이 와인은 언제, 어느 순간에,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개봉하게 될지, 나조차도 두근두근하다. 어쩌면 나는 마일스가 그랬듯이 혼자 마시게 될지도 모르겠다. 혼자 있는 걸 누구보다 잘하는 나이니, 혼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건배!를 외칠지도 모를 일. 아니, 그 와인을 따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이 되는 거라고, 마야가 말했으니까, 어쩌면 나는 가장 힘든 시간에 옷장에 숨겨둔 와인을 꺼내서는 내가 내 잔에 가득 채울지도 모르겠다. 






책이 읽히지 않아 그냥 읽지 않았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읽히지 않으면 읽지 말자, 그렇게 나를 내버려두다가, 갑자기 '제인 오스틴'의 [에마]가 읽고 싶어져서 부랴부랴 사서는 오늘 아침 출근길부터 읽기 시작했다. 얼마전에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했는데 그 만남이 너무 좋았던 거다. 게다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잘맞고 케미가 폭발해서, 나보다 자기들끼리 더 친해졌어!!! 그러자 갑자기 아주아주 오래전에 본 '에마' 생각이 난거다 (아, 나에겐 '엠마'가 익숙한데....). 나는 그 만남이 너무 좋았고 짜릿했는데, 아아, 나는 이런 거에 진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주면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해야하나. 그게 나 때문은 아니어도 되는 것이고, 내가 어떤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다면,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너무나 행복해하는 것이다. 문득, 에마가 그런 사람이었던 게 아닐까 싶어서 이 책을 급하게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하하하하, 탁월한 선택이었다. 재미도 있고 ㅋㅋㅋㅋㅋ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다 나같어서 ㅋㅋㅋㅋ 일단 에마를 보자. 에마는 자신의 가정교사와 다른 남자를 결혼에 성사시키고는 뿌듯해한다. 이에 '나이틀리 씨'와 나누는 대화다.



"'성공'이라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나이틀리 씨가 말했다. "성공이라면 노력이 전제되는 건데. 이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당신이 지난 사 년동안 무슨 노력이라도 해 왔다면 시간을 적절하고 또 세심하게 쓴 셈이 되겠지. 젊은 여성이 마음을 쏟을 만한 가치 있는 일이겠고! 그러나 만일 내 생각대로 당신이 말하는 그 결혼 주선이라는 것이 그런 계획을 했다는 것, 어느 한가한 날에 '웨스턴 씨가 테일러 양하고 결혼한다면 테일러 양한테 참 좋을텐데.'라고 혼자서 생각하고 이후 가끔씩 그런 생각을 다시 떠올린 정도라면, 성공이니 뭐니 할 게 뭐 있겠소? 당신이 한 일은 뭐고, 자랑스러울 것은 또 뭐요? 어쩌다 짐작이 맞아덜어졌다는 것, 내세울 수 있는 점이라곤 그것 뿐이잖소."

"그렇담 당신은 짐작이 맞아떨어졌을 때 느끼는 기쁨과 승리감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하셨단 건가요? 참 안됐네요. 더 머리가 좋으신 줄 알았는데. 말씀드리지만, 짐작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랍니다. 거기엔 늘 뭔가 재능이 끼어들게 마련이죠. 또 제가 '성공'이라는 말을 썼다고 뭐라고 하시지만, 성공을 자임할 자격이 제게 아주 없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당신은 두 가지 그럴싸한 경우를 드셨는데, 그러나 제 생각엔 제삼의 경우가 있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다 하는 것 중간쯤 말이지요. 제가 웨스턴 씨한테 우리 집에 들르시라 권하지 않았다면, 여러 차례 조금씩 용기를 북돋아 드리고, 많은 사소한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않았다면 결국 아무 일도 안 일어났을지도 몰라요." (p.20-21)




















나는 에마의 말이 뭔지 너무나 정확하게! 알겠는 거다. 


나도 그랬다. 그러니까 a 와 b 를 만나기로 한 날, 나는 갑자기 이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c 생각이 났다. a 와 b 는 이러이러한 사람들이고, c 는 이러한 사람이니, 이들이 만나면 으음, 이런 식으로 좋지 않을까.. 하고. 그 머릿속의 생각을 a와 b 에게 말하니, 좋다고 하면서 '다락방님이 데려오시는 분이라면 믿고 만난다'고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휴 좋은 사람들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 에게는 이런 이유와 과정을 생략한 채, '나 오늘 a와 b라는 사람들 만나는데 같이 만날래?' 물었다. c 는 이유도 묻지 않고 '응 나갈게' 하고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람들, 왜이렇게 나를 믿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다같이 만났는데, 처음에 명함을 돌리고 어색해하던 것도 잠시, 곧이어 이들의 케미가 폭발하는 거다. 결국 나는 '왜 내 편 안들어줘!!' 하는 말까지 해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시간이었다. 다들 내게 좋은 사람 알게해줘서 고맙다고, 즐거웠다고, 또 만나자고 했다. ㅋㅋㅋㅋ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오, a 가 내게 선물을 줬다.




꺅 >.<

인생은 무엇인가요?

와인을 선물 받는 내 인생은 축복 받은 삶 ♡

그러니까 집에 이 와인셋트가 선물이 들어왔는데 a 의 가족들은 아무도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며, 와인 좋아하는 내가 생각나서 가져왔다는 거다. 이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입밖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건 이렇게나 중요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로 갈지 몰랐을 와인이 주인을 찾아왔잖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세!!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에마는, 아직 몇 장 못읽었는데, 재밌다. 다시 책읽기에 흥미가 생길 것 같다. 그건 그거고, 출근만 하면 퇴사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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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9-1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와인부자.. 사람부자.. 다락방님 ㅎㅎ 저는 허리디스크 땜에 2주간 약 먹느라 술을 못 먹었는데 이번엔 늑골에 염증이 있다고 해서 또 약 먹어서 와인도 못 마시고 있네유 ㅠㅠ

저도 요즘 책 읽기 싫어 죽겠어요 갖고 다니기도 귀찮고.. 이러면 안 된다 좀 읽자 읽자 막 채찍질하다가, 문득 이거 뭐 숙제해야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책 못 읽는 거에 죄책감 느끼고 괴로워하는지 웃겨서 ㅎㅎ 아유 그냥 싫을 땐 이렇게 내버려두자 하고 있습니다 ㅋ 다락방님처럼.. 갑자기 또 훅 땡기는 책이 있겠거니 하고.

연휴 뒤라 힘들지만 오늘도 무사히 보냅시다 다락방님. 월요병도, 이것도, 저것도, 그냥 다 잘 견디시길... ^^

다락방 2016-09-19 14: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 와인 부자이면서 사람 부자네요.
아니, 디스크 ㅠㅠ 늑골 염증 ㅠㅠ 우째요 ㅠㅠㅠ 건강 관리 잘해요, 건조기후님. ㅠㅠ 와인은 넘나 좋지만, 아픈 거 치료하는 게 우선이니깐요.
저도 명절 연휴를 전후로 해서 2,3주간 쉬지 않고 술을 마셨더니 슈퍼뚱뚱이가 됐어요. 어휴, 이제 술 좀 적당히 마셔야겠어요. 일주일에 3회정도로 줄여야할 듯 ㅠㅠ

네, 우리는 즐겁자고 독서를 하는거니까, 즐겁게 책을 읽도록 합시다. 즐겁게 책을 읽다가 지치면 때려쳤다가...그러다가 읽고 싶어지면 또 읽고 말이지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니 숙제로 해치울 필요도 없고요. 저는 [에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고마워요, 건조기후님. 잘 견딜게요. 이것도, 저것도, 다요!!

스윗듀 2016-09-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드디어 올라왔네요 다락방님 글! 잠깐 권태로우신가 하고 기다렸습니당 헤헤 다락방님 옷장으로 들어가고싶다능!

다락방 2016-09-19 14:40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저는 참 행복한 것입니다! ㅎㅎㅎ

제 옷장으로 들어오세요. 반짝반짝 와인이 빛나고 있을 겁니다. ㅋㅋㅋㅋㅋ

비연 2016-09-1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책읽기에 흥미가 생길 것 같다니, 굿!이에요~ 그나저나 저 와인들... *.*
출근만 하면 퇴사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저랑 딱 들어맞으시는군요...ㅜㅜ 으앙...

다락방 2016-09-19 16:29   좋아요 0 | URL
아직 집에 남은 와인이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우하하하하.

오늘도 퇴사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힘겹게 사무실에서 버티기 하고 있습니다...하아-

시이소오 2016-09-1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들레르의 시를보면 armoire를 대다수 번역가들이 옷장으로 번역합니다. 한국에는 대응가능한 가구가 없는데 굳이 번역하자면 찬장일것같은데 그래서 윤영애 역자는 찬장이라고 번역하기도 했죠.

옷장이란 역어를 보면서 ` 아니. 도대체누가 와인을 옷장에 넣겠나` 말도 안되는 번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허걱, 있었군요. 와인을 옷장에 넣어두시는분이. ㅋ

저도 와인 환장하는데 부러워요 ^^

다락방 2016-09-19 16:31   좋아요 0 | URL
와인을 옷장에 넣어두는 사람, 여기 있습니다. 손 번쩍!! ㅎㅎㅎㅎㅎ

그러니까 저는 소중히하고 숨겨두고 싶은데 숨겨둘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말이지요. 아하하하하. 감출 수 있는 곳이라곤 그저 옷장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와인 창고 같은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언젠가는 그런 집에서 살 수 있게 될까요? 아하하하하.

이름 2016-09-1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어쩌다 모여 이야기할 때, 그 순간 케미가 막 돋을 때 너무 좋아요 :)! 저는 언젠가 그렇게 만나게 된 친구들에게 `너희 원래 아는 사이 아니니..?` 물어봤을 때도 있었욬ㅋㅋ

다락방 2016-09-19 16:33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이름님! 이름님도 그 기분 아시는구나! 우하하하하. 반가워요!
반대로 제가 그런 경우도 있어요. 누가 소개시켜줬는데 정작 제가 더 친해지고 소중해지고 케미 돋는 경우요. 낯선 사람을 만나서 잘 맞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인 것 같아요. 우히히히.
이십대에 편의점에서 알바할 때 새로 들어온 세살 연하 남자 아이하고 첫날부터 너무 신나게 놀아서 다른 알바들이 `니네 아는 사이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어요. 우린 그 날 처음봤는데.... 좋아하는 사이가 됐죠. 꺅. 난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줍은 기억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16-09-2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경험 많아요.
제가 여럿이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소개시켜주면,
나중에 자기들끼리 더 친해져서 저 빼고 만나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다락방님도 혹시 마일스처럼 와인 종류마다 맛과 향을 구별하고 막 그러시나요?
와인을 무척 좋아하시니 그렇지 않을까 궁금하네요. ^^

다락방 2016-09-22 16:05   좋아요 0 | URL
어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저는 와인 종류와 맛을 구별하는 건 전혀 못합니다. ㅎㅎ 저에게 와인은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져요. 구별 못해요. ㅎㅎ 달다 안달다는 구별합니다만 ㅎㅎㅎㅎㅎ
 














남자 주인공 '윌'이 교통사고를 당하기전에, 사랑하는 여인과 한 침대에서 있다가 출근하러 나가면서, 그는 애인에게 말한다.


I'll cook tonight.


오, 멋져. 오늘밤에 내가 요리할게, 라고 말하는 남자라니. 어떤 달콤한 말들은 지독하게 단순하다. 별로 요란할 것도 없다. 그저 사실만을 말해도 되는 것이다. 내가 요리를 못해서 그런지, 요리 잘하는 남자 넘나 좋은것. 멋져... ♡


그러나 나는 요리하는 윌의 모습을 볼 순 없었다. 애인에게 그렇게 말하고 출근하는 길 교통사고가 났으므로.



책을 읽었고, 그래서 잔뜩 울 준비를 하고 봤는데 눈물이 1도 안났다. 음... 영화는 그저 그렇더라. 연휴에 술마시면서 엄마랑 둘이 나란히 앉아 봤는데, 성격 급한 엄마가 자꾸만 '그래서 쟤 살아나?, 안락사 시켜?' 묻는 통에 정신 사나웠다. ㅎㅎ '엄마, 끝까지 봐' 라고 했는데, 평소에 영화를 잘 즐기지 않는 엄마는 '야, 그럼 너무 오래 기다려야 되잖아' 라고 하시는 거다. 난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고,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보셔야 했다. ㅎㅎㅎㅎㅎ


















어제는 남동생과 둘이 나란히 앉아 연휴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맥주랑 막걸리를 마셨다. 술을 다 마시고 자리를 치웠는데, 이대로 자기가 아쉬워 채널을 돌리다가 [뷰티 인사이드]를 보게 됐다. 일전에도 한 번 봤던 작품이라 무심히 넘겨도 좋았을것을, 나는 그냥 내가 틀어둔 데부터 계속 보기 시작했다. 중간 좀 전부터였던 것 같다. 


일전에도 느꼈지만 이건 숫제 한효주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다. 한효주가 엄청 예쁘게 나와서, 와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 보게 되는 영화랄까. 늘 모습이 변하는 애인에게, 낯설지만, 적응이 너무나 힘들지만, 자꾸 웃어주는 한효주는 정말 그 역할도 예쁘다. 그러나 적응되지 못하는 애인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그래서 정신분열증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한효주는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그래서 우진은 그녀에게 이별을 말한다. 손잡고 조용히 밤길을 거닐다가, 우진은 이수(한효주)에게


"헤어지자"


고 말한다. 싸우지도 않았고, 질린것도 아닌데... 손잡고 걷다가 헤어지자, 하는 것이다. 어떤 이별은 그렇게 오기도 한다. 이수는 사실 그 날 속으로 안도했다고 한다.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헤어지고 아파하는 이수는, 자신의 언니를 보고는 끌어안고 운다. 언니, 나 어떡해... 하고 운다. 아아, 제기랄, 나도 같이 울었다. 줄줄, 눈물을 흘렸다. 


연애중에 봤던 이 영화는 애인과 할 말이 많은 영화였는데, 이별 후에 본 이 영화는 울게 하는 영화였다. 이별 후에, 여동생을 끌어 안고 나 어떡해, 하고 엉엉 울던 내가 생각났다. 그래서 같이 울었다.





추석날에는 여동생네 가족이 왔다. 나와 남동생과 나의 엄마는 칠살 조카, 네살 조카를 데리고 가까운 허브공원으로 갔다. 날씨가 좋았고 아이들은 뛰어 놀았다. 칠 살 조카의 볼은 발개져서 마치 볼터치를 한 것 같았다. 머리며 얼굴, 목으로 온통 땀이 흘렀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너무나 행복하다. 잠시 쉬라며 과일과 물, 과자를 먹이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많이 뛰어 놀아 지쳐서 금세 낮잠을 자겠거니, 했는데, 늘 그랬듯이 이렇게 자기네 집을 벗어나면, 아이들은 좀처럼 잠들려 하질 않는다. 여동생과 네 살조카가 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내 방 침대는 퀸 사이즈. 나는 칠 살 조카를 데리고 가 옆에 함께 누웠다. 자기가 아까웠는지 칠 살 조카는 자꾸 일어나서 나가려고 한다. 나는 그런 칠 살 조카에게 말했다.



-타미야, 이모옆에 누워. 이모 옆에 누워서 사랑을 속삭이자.



그러자 칠 살 조카는 다시 내 옆에 누우며, '사랑을 속삭이는 게 뭐야?' 묻는다. 나는 그런 조카에게 '응, 타미 귀에다 대고 사랑한다고 계속 말해주는 거야' 했다. 그리고는 정말로 사랑을 속삭였다.


-이모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지?

-박타미!

-맞았어!

-이모가 그다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야?

-그건 비밀이야.

-말해줘, 제발..

-(이 아이는 제발이란 단어를 어디서 어떻게 배웠을까?) 안돼, 타미 다 말하고 다닐 거잖아.

-안말할게. 정말로.

-음.. 이모가 그 다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나 알아. *** 이지?

-응, 맞아. 타미야,

-응?

-이모는 타미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타미가 태어났을 때부터 사랑했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사랑했어.

-진짜? 

-응.

-타미 태어날 때 이모 봤어?

-아니, 태어나는 순간에 보지는 않았는데, 태어날 때 이모가 있었거든. 그래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할 수 있었어.



말해놓고나니 정말 그랬다. 이 아이를 사랑하는 건, 이 아이의 탄생부터 시작된 거였다. 이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나는 이 아이를 사랑했다. 이 아이의 태어남부터 지금까지, 나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뜨겁게 사랑하는 애인이라도 태어남과 동시에 사랑하는 건 불가한데, 이 아이에 대한 사랑은 이토록이나 특별했다. 아, 이것은 얼마나 순전한 사랑이란 말인가! 내가 여태 살면서 누군가의 탄생부터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이것은 나에게도 처음이다.


이런 생각으로 잠시 말을 안하고 있었더니 아이도 조용하다. 가만 들여다보니 색색, 잠이 들었다. 이 아이가 잠이 들기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실컷 들려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순전한 사랑이었던, 프라납 삼촌을 떠올렸다. 프라납 삼촌은 나의 조카와 완전히 다른 경우인데...



그는 엄마에게 처음이자 유일한, 순전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태어난 것도 엄마를 기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아빠와 결혼했다는 일종의 증거물이었고, 배운 대로 사는 삶이 낳은 예상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프라납 삼촌은 달랐다. 삼촌은 엄마의 삶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고 기쁨이었다.(p.85) 


















칠 살 조카는 집에 가서 제엄마에게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좋고 그 다음이 이모, 그 다음이 엄마라고 했단다. 이에 여동생이 삐져서는 나에게 '치, 나쁜 지지배' 했는데, 음.... 나는 내가 왜 1위가 아닌 것인지 의아하다. 왜 제일 좋은 사람이 이모가 아닌거지? 어째서 그런것이지? 나는 너를 가장 사랑하는데!!!!!!!! 아, 어떤 사랑은 내가 보내는 크기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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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9-19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한동안 글이 없으셔서 안부 물으려고 락방님 서재에 들어왔더니. 어멋. 글이 올라 있어서 넘 반갑습니다!
˝아니, 태어나는 순간에 보지는 않았는데, 태어날 때 이모가 있었거든. 그래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할 수 있었어˝
이 말에 격한 동감. 저도 제 조카를 그렇게 사랑하게 되었거든요. ^^

다락방 2016-09-19 09:51   좋아요 1 | URL
비연님, 아무것도 읽기도 싫고 쓰기도 싫은 시간을 보냈어요. 글 쓰는 걸 잊겠다 싶어 부랴부랴 썼답니다. 반가워해주셔서 고마워요. 좋으네요,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우리는 여기서 오래오래 사랑을 속삭입시다!!

에이바 2016-09-19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 옆에 누워서 사랑을 속삭이자,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사랑했어˝ 때문에 저도 모르게 아침부터 눈물이 줄줄... ㅠㅠ 다락방님의 오늘 아침 페이퍼도 너무 좋아요. 행복해요.

다락방 2016-09-19 09:51   좋아요 0 | URL
크- 제가 에이바님을 행복하게 해드렸다면, 글을 쓰는 기쁨이 느껴지네요. 보람이 느껴집니다. 역시..글 쓰는 걸 멈출 수는 없겠구나, 생각하게 돼요. 좋아해주셔서 너무 좋아요.
:)

단발머리 2016-09-19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침대에 누워 사랑을 속삭이다 잠든 다락방님 조카가 부러운 나는....
누구인가요? ㅎㅎㅎ

다락방 2016-09-19 09:53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은, 소중한 내 친구 단발머리님 이십니다!! ㅎㅎㅎㅎㅎ
우리는 여기서 사랑을 속삭입시다! >.<
명절 잘 보내셨어요?

단발머리 2016-09-19 09:56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의 친구 단발머리는 추석연휴를 잘 보냈습니다. 많이 일하지 않았고 나름 놀았어요. 그래도 가족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간 이 시간에 혼자서도 행복한ㅎㅎ

다락방 2016-09-19 10:04   좋아요 1 | URL
혼자서도 행복한 단발머리님, 사랑해요! ♡

2016-09-19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9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윗듀 2016-09-1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앙 북플로 내리면서 봤더니 위에 에마글에서 뒷북치고 있었네요 ㅜㅜ 흙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끄러움없이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다락방님 부럽습니다!

다락방 2016-09-19 13:02   좋아요 1 | URL
사랑은 부끄러운 게 아니니까요, 러블리듀님.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조카에게 앞으로도 꾸준히,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일거에요. 같이해요!

스윗듀 2016-09-19 13:06   좋아요 0 | URL
네! 사랑이라는 단어 아끼지 않을게요.

다락방 2016-09-19 14:35   좋아요 0 | URL
히히 :)

낭만인생 2016-09-19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할 수 있었어.

넘 멋진 글입니다. 막연한 삶이 구체적으로 조명되는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16-09-19 13:03   좋아요 1 | URL
멋진 글이라는 칭찬, 감사합니다, 낭만인생님. 멋진 글은 별다를 게 없는 것 같아요. 그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

레와 2016-09-19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다음생은 다락방님의 조카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ㅎㅎ



다락방 2016-09-19 14:35   좋아요 0 | URL
욕심이 지나치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6-09-19 15:13   좋아요 0 | URL
저두요.... 내가 막둥이 할까봐요...

다락방 2016-09-19 16:26   좋아요 0 | URL
아니, 이분들이 정말!!

clavis 2016-09-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욬
그럼 난 둘째 조카!

다락방 2016-09-19 14:49   좋아요 0 | URL
클래비스님도 욕심이 지나치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6-09-19 15:14   좋아요 0 | URL
락방님 조카 풍년...^^;;;

clavis 2016-09-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모임하나 만들어요
다다조ㅡ다음생에 다락방님 조카가 되고싶은 사람들의 모임

차라리 락사모가 나을까요ㅎㅎ

다락방 2016-09-19 16: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진정들 하시고요... ㅋㅋㅋㅋㅋ

이매지 2016-09-1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전 막내조카... (수줍)

다락방 2016-09-19 16:26   좋아요 0 | URL
저기... 막내는 위에 유부만두님이 찜하셨는데... ( ˝)

나와같다면 2016-09-19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는 타미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타미가 태어났을 때부터 사랑했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사랑했어.

태어날 때 이모가 있었거든. 그래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할 수 있었어

따뜻한 사랑고백인데 왜 이리 눈물이 나죠..? ㅠㅠ

다락방 2016-09-20 08:41   좋아요 0 | URL
아이쿠야, 나와같다면님. 울지 마세요. 오늘은 또 아침이 밝았네요.
우리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 살아갑시다. 그건 숨길 마음이 아니니깐요.
바람이 부는데도 눈이 부시네요.
이상한 날씨에요.

감은빛 2016-09-21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딸들에게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질문했다가 상처 받아서 그 이후론 안 합니다.
좋아하는 남자애 이름이 아빠보다 먼저 나오더라구요. ㅠㅠ

다락방 2016-09-22 16:10   좋아요 0 | URL
아! 제게도 곧 그런 날이 오겠지요. 칠 살 조카도 네 살 조카도, 이모 따윈 안중에 없어지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ㅠㅠ

박용수 2016-09-25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한 기회에 정말 우연히 다락방님의 따뜻한 글을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6-09-25 18:52   좋아요 0 | URL
따뜻하게 읽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

sully0517 2016-09-26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블로그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다락방님의 글이 볼때마다 너무 좋아 친구신청합니다~ 그래도 될까요^^?

다락방 2016-09-26 16:25   좋아요 0 | URL
당연히 그래도 됩니다. 얼마든지요!
:)
제 아이콘 밑에 있는 친구추가 버튼은 누르셨습니까? 후훗.
 
늘 그대를 사랑했습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절반쯤 읽었는데 넘나 재미없는 것...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니 끝까지 읽으면 역시 우타노 쇼고! 라며 감탄하게 된다고 하니,
나도 힘을 내어 끝까지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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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9-0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에 힘을 내어야 하는걸까...

다락방 2016-09-0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뭘까?

다락방 2016-09-0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뭐지?

다락방 2016-09-0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정은 뭘까...

붉은돼지 2016-09-13 12:36   좋아요 0 | URL
생각이 많으신 다락방님 ㅎㅎㅎㅎ 추석 잘 보내세요
항상 포스가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다락방 2016-09-13 13:57   좋아요 0 | URL
붉은돼지님도 추석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syo 2016-09-0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거대한 질문들을 하게 만들다니, 완전 고전이군요.

다락방 2016-09-08 11:3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이 질문들은 이 책이 하게 한 게 아니라 저 혼자 그냥 스스로 하고 있는겁니다. ㅎㅎㅎㅎㅎㅎ 저 책은 아직 제게 아무것도 하게 하지 않았어요. ㅋㅋㅋㅋㅋㅋ

syo 2016-09-08 11: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 책을 절반쯤 읽고 지루함에 치를 떨다보니 나온 질문이 아닐까요?

다락방 2016-09-08 11:41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만 잘쓰시는 줄 알았더니 통찰력도 대단하시네요!! 역시 도움이 안되는 책이란 없는 것이군요!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는 거였어요. 독서 만세!!

syo 2016-09-08 11:56   좋아요 0 | URL
독서 만세! 과찬의 말씀 만세!
그래도 어쨌든 저는 저 책 안읽을래요......ㅋㅋ

transient-guest 2016-09-0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타노 쇼고는 추리소설 작가 아닌가요??? 좀 거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건 이상하단 생각이..ㅎ

다락방 2016-09-08 12:37   좋아요 0 | URL
이거 사랑에 대한 단편집인데 너무 재미없어요 ㅠㅠ

singri 2016-09-0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표지는 좀 별로네요 ㅋㅋㅋ

다락방 2016-09-08 12:3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표지 보고 완전 마음에 안들었는데 그래도 우타노 쇼고라니까 반전반전!! 이러면서 읽고 싶었거든요. 반전은 간혹 등장하는데 재미 없어요 ㅎㅎ

붉은돼지 2016-09-13 12:37   좋아요 0 | URL
그거 맞죠...벚꽃지는 계절에...그거랑 비슷한 분위기군요..ㅎㅎ

다락방 2016-09-13 13:57   좋아요 0 | URL
벚꽃지는 계절의 반전이 매력적이었는데, 그래서 자꾸 그만큼을 기대하게 되는가봐요. 이건 참 별로... ㅎㅎ

비연 2016-09-0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안 읽을래요 ㅎㅎㅎ

다락방 2016-09-09 08:24   좋아요 0 | URL
아예 시작하지 않으시는 게 나을듯요. 전 시작하고나니 어쩌지를 못하겠어요. ㅋㅋ

가넷 2016-09-0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페이지 정도 읽고 아니다 깊으면 접는게 시간낭비를 줄이는 길이더라구요 ㅋ

다락방 2016-09-09 08:2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아우 끝까지 읽으면 또 괜찮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꾹 참고 읽어보려고요 ㅎㅎ

띠리띠리 2016-09-11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중간정도에서 멈춘지 꽤 됐네요....의리상 읽는기분이...^^ㅋ

다락방 2016-09-11 21:05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도 다 못읽었어요 ㅋㅋㅋㅋㅋ

CREBBP 2016-09-1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에가서야 재미있을 거면 앞에도 계속 읽을 추진력을 얻을 수 있게 조금만 앞쪽으로 흥미를 당겨 쓰면 좋겠어요. 때로 어떤 책은 끝까지 읽는 거 정말 힘들어요.

다락방 2016-09-13 13:56   좋아요 0 | URL
저 이거 이제야 다 읽었어요. 정말 힘겨운 독서였습니다. ㅠㅠ

초딩 2016-09-1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다락방 2016-09-14 16:4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초딩님도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힛 :)

순자양 2016-09-1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민적 글쓰기를 보면서 당신의 책 제목을 적어 뒀습니다.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는데 책이 없어서 이 책을 본적도 없지만 좋은 책인데 왜 도서관에 없냐며 당당히 희망도서에 적어두고 왔습니다.
책을 보고 나서 당신의 블로그가 너무 궁금해서 네이버를 열심히 뒤져서 들어왔습니다.
다락방을 꽃들을 중3때 읽다가 다음책을 못 구해 읽다가 그만뒀는데 비슷한 시기에 읽은 거 같아 저랑 동갑인(77이면 아마도)거 같네요.
저는 컴을 켤 일이 지마켓 쇼핑 정도 그마저도 요즘은 폰에서 해서 몇번이나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방가운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저자와 독자가 쉽게 만날 수 있다는게 아직은 신기하게 느껴지는 저는 아날로그 세대인가 봐요
몇 번을 찾아 올지 모르지만(친구신청이 제대로 된건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방가워요.

다락방 2016-09-18 17:2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순자양님.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책을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주셨다니 더 감사합니다. ㅎㅎ

친구신청은 누르지 않으셨길래 제가 눌렀습니다. 북플로 들어가셔서 수락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북플을 사용하지 않으신다면 이렇게 알라딘 서재 블로그로 들어오셔서 제 닉네임 밑에 [친구 신청]을 누르시면 됩니다. 그러면 들어오실때마다 즐겨찾는 서재 브리핑에 제가 쓴 새 글이 등록되어서 보일거에요.

다락방에 핀 꽃은 지금 현재 개정판으로 5권까지 다 나와 있습니다. 개정판으로 다시 읽어볼까 생각은 했지만 아직 시도는 못하고 있어요. 저는 여전히 여기에 글을 쓰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니 종종 들러서 감상도 또 순자양님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반갑습니다!
:)
 

나에게는 로망이 있었다.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산 건 아니었지만, 혹여 함께 살고 싶은 남자가 생긴다면,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내가 연주하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내가 노래를 불러서 프로포즈를 하겠다는 로망. 그리고 그 노래는 바로 이것이었다. 다른 노래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이 노래였다.




 나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이 노래에 나오는 뉴욕을 가고 싶었고, 엠파이어 빌딩에 가고 싶었다. 구구절절 사랑을 말하는 이 노래 때문에 나는 이 노래를 나의 프로포즈 곡으로 아주 오래전에 점찍어 두었다. 이 곡을 연주하면서 불러주는 그런 프로포즈라면 진짜 완벽할 것 같은데 이 세상의 어느 남자도 그런 센스있는 생각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하려고 했다. 이 멋지고 근사한 프로포즈를 내가 하겠어!!! 그리고 한동안, 어렵게 이 노래의 악보를 구해 피아노로 연습을 했었다. 내가 정말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나는 이 노래를 연주하고 부르면서 그에게 청혼할거야, 하고. 그러나 완벽하게 마스터하진 못했다. 아주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으니 악보도 제대로 읽지 못했고 손가락도 굳어 버려서.....

오늘 오랜만에 이 노래를 찾아 들으면서 아, 그 로망은 실현 불가하구나, 생각했다.
나는 피아노를 팔아버렸고, 더이상 이 곡을 연습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이 노래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이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노래는 정말 완벽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로 프로포즈하면 진짜 no! 를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라면...



노래의 대부분을 Gary 가 부르지만 나는 누노가 너무나 좋아 ㅜㅜ


New York City can be so pretty
From a bird's eye view
Because up there
Yeah, that's where
I first kissed you
A modern day romance
A perfect performance
Acting like two fools
Saying silly things
Whisper sweet nothings
Like young lovers only do
I was shaking
You were breath-taking
Like the Empire State
My voice was so far
Not quite Sinatra
Singing songs so great
The clock struck one
The night still very young
In the city that never sleeps
Then a whirlwind blew
When I first kissed you
Nearly swept me
Swept me off my feet

When I first kissed you
That's when I knew
I was in love

Because up there
Yeah, that's where
I first kissed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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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0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의 노래네요!^^

다락방 2016-09-01 08:23   좋아요 1 | URL
어제 계속계속 들었어요. 프로포즈여, 안녕... 하면서요. ㅎㅎㅎㅎㅎ

[그장소] 2016-09-01 10:30   좋아요 0 | URL
뉴욕시뤼~~~ 이 부분만 머릿속에 감도는데 ~ 바로 옛시절로 휙 가지더라고요! 친구가 참 좋아했는데!^^

다락방 2016-09-01 10:27   좋아요 1 | URL
크- 그 부분 진짜 좋죠. 뉴욕 시리~ 너무 좋죠! 제가 어릴적부터 뉴욕을 가고 싶어진 데에는 진짜 이 노래의 영향이 커요. ㅎㅎㅎㅎㅎ

[그장소] 2016-09-01 10:31   좋아요 0 | URL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들어야하죠~~^^

hellas 2016-09-01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때 누노를 열렬히 사랑하던 친구가 떠오르네요. 그 친구 때메 아무도 누노를 좋아할수없었다는....ㅋㅋ

다락방 2016-09-01 08:24   좋아요 0 | URL
저희 학급에도 있었어요. 완전 누노빠!! 저도 그 친구의 영향으로 좋아하게 됐어요. 누노 멋지고 이 노래도 좋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키스를 하다니, 아, 너무 근사해요 ㅠㅠㅠ

hellas 2016-09-01 08:26   좋아요 0 | URL
학교마다 한명씩 있었던 걸까요. 누노와이프라 자칭하는 여성들이 ㅋㅋㅋㅋ

다락방 2016-09-01 10:27   좋아요 0 | URL
전 제 주변에 누노를 좋아했던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단 생각이 들어요.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저는 누노를 모르고 살 뻔했어요!! >.<

hellas 2016-09-01 10:47   좋아요 0 | URL
물론 그녀는 익스트림을 설파하는대신 누노만 눈길을 주지말라고 하던 전도사였습니다. 친구들이 다 좋아했죠 ㅋㅋ

다락방 2016-09-01 17:13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익스트림은 정말 좋지 않아요? 너무 좋음요!!

유월 2016-09-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먹는데 혼자 솔로라 애들이 닥달하길래 길에서 우연히 부딪친 사람이랑 운명적으로 연애할거야!라고 소리쳤다가 혼난...;;;; 꿈은 포기만 안하면 됩니다 ㅋ

다락방 2016-09-01 13:39   좋아요 1 | URL
ㅎㅎㅎ 빵터졌네요. 설형(이렇게 읽는 게 맞나요?)님의 꿈을 응원합니다!! 음, 저도 꿈을 포기하고 싶진 않지만..일단 악보가 어디있는지도 모르겠고...음.......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

유월 2016-09-01 14:29   좋아요 0 | URL
설영이에요 ㅋ 중요하진 않습니다 ㅋ 꿈은 꿈일 때 의미가 있죠ㅋㅋㅋㅋ 전 10억 모으는 꿈이랑 내 서재 갖는 꿈도 계속 품고있습니다 ㅋ

다락방 2016-09-01 17:06   좋아요 1 | URL
저는 비밀인데요, 대박치는 소설 써서 타임지 표지모델 나오는 꿈이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밀이에요 어디가서 말씀하시면 안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월 2016-09-01 19:57   좋아요 0 | URL
좋아요가 한 반 밖에 안되서 한 번 더 쓰고 갑니다. 좋아요!

2016-09-05 0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9-05 08:09   좋아요 0 | URL
네!

2016-09-05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9-0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연애하시고 다시 피아노 연습해서 프로포즈 하셔요..ㅎㅎ

다락방 2016-09-08 12:41   좋아요 0 | URL
연애도 피아노 연습도 이제 끝이에요, 끝... ㅎㅎㅎㅎㅎ
피아노 연습은 끝낸지 오만년도 더 됐지만.. ㅋㅋㅋㅋㅋ
 
행복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박정애 옮김 / 큰나(시와시학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권 한 권, 책을 읽을수록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알게 되는 순간이 즐겁다. 벨 훅스의 시선은 날카로웠고, 이 책의 11장, 폭력에 대한 부분은 꽤 인상적이었다.



 

11장 폭력을 종식시키기

 

만약 우리가 폭력의 종식을 열망한다면, 지금까지 현대 페미니즘 운동이 이끌어 낸 가장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는, 우리 사고와 행동에 분명히 일어났을 변화들뿐만 아니라 가정 폭력에 대한 보다 나은 문화적 인식을 창출하고 견지시켜 온 것이다. 요즘은 가정 폭력 문제가 매스미디어에서 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종류의 집단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현대 페미니즘 운동이야말로 가정 폭력의 생생한 현실을 극적으로 찾아 내어 폭로한 주역이라는 사실은 종종 잊혀지고 있다. 가정 폭력에 대하여 초기 페미니즘이 초점을 맞춘 부분은 여자에 대한 남자의 폭력이었지만, 운동이 진행될수록 동성(同性) 사이에도 가정 폭력이 존재한다는 것, 여자가 다른 여자와의 관계에서 학대받고 희생되는 경우, 어린이가 성인 여자와 남자에 의해 저질러지는 가부장제적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경우 등을 증거하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났다.

집안에서의 가부장제적 폭력이란, 보다 힘센 개인은 다양한 현태의 강제력을 동원하여 힘이 약한 자를 지배해도 무방하다는 신념에 기반하고 있다. 광의(廣義)의 가정 록력 개념은 여자에 대한 남자의 폭력, 동성(同性)간의 폭력, 어린이에 대한 성인의 폭력을 포괄한다. '가부장제적 폭력('patriarchal violence')이라는 용어는 흔히 사용되는 말인 "가정 폭력('domestic violence')과는 달리 청자(聽者)로 하여금 집안에서의 폭력이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적 사고, 남성 지배와 긴밀하게 연관된 것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일깨워 주기 때문에 유용하다. 너무나 오랫동안 가정 폭력이라는 개념은, 그것이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고, 가정 밖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비해 얼마큼 더 ㄹ 위험하며 덜 끔찍하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부드러운"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이런 의미는 여자들이 가정 밖에서보다 가정 안에서 매맞거나 살해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을 볼 때 허구적이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은 성인들 간의 가정 폭력을 어린이에 대한 폭력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어린이들은 남편이나 남성 동거인에게 폭행당하는 어머니를 보호하려고 하다가 자기도 폭행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폭력과 학대를 목격함으로써 정서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이 나라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남자가 여자나 어린이를 대려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가정 폭력이 성차별주의의 직접적인 산물이며 성차별주의가 종식되지 않는 한 가정 폭력도 종식되지 않을 거란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은 그것을 논리적 비약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젠더에 대한 그들의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치고 바꾸지 않는 한 그것은 논리적 비약에 불과할 것이다. 나는 모든 형태의 폭력을 종식시키는 일을 가장 우선적인 의제로 삼는 것이 페미니즘 운동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소수 페미니스트 이론가 중 한 사람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에 대한 가부장제적 폭력을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자에 대한 남자의 폭력이 다른 어떤 가부장제적 폭력 양태보다 위험하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페미니즘 운동에 더 이상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런 식은, 성차별주의자 남녀에 의해 어린이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가부장제적 폭력의 현실을 은폐한다. (p.139-141)

 

 

여자가 남자를 지배하고자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는 명백히 드물지만(소수의 여성들이 남성을 대리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하더라도) 많은 수의 여성들은 권위를 가진 어떤 사람이 자기 권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물리력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 압도적 다수의 부모들은 어린이들에게 물리적 혹은 언어적 폭력을 행사한다. 여자들이 여전히 어린이에 대한 일차적 보호자이기 때문에, 여자에게(부모-자식 관게에서) 권력을 부여하는 집 문화의 위계 구조 속에서 여자들이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강제력을 행사하는 일은 너무나 흔하다. 지배의 문화 속에서 모든 사람은 폭력이 사회적 통제의 수단으로서 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하게끔 사회화된다. 지배자들은 남성·여성 관계이건 부모·자식 관계이건 간에 기존 위계 구조가 위협받을 때에는 언제라도 물리적인 것이든 심리적인 것이든 폭력적 처벌이 가해질 것이라는 협박(먹혀들든 먹혀들지 않든 간에)을 가지고 지배력을 유지한다. (p.144)

 

 

성차별주의적 사고는 남성 지배를, 그 결과의 하나인 폭력을 계속적으로 지지한다. 많은 실업자들이나 노동 계급 남성들은 백인 우월주의적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자신의 직업을 통하여 권력을 맛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절대적인 권위와 존경을 누리는 유일한 장소인 가정에서 충분히 그런 기분을 느끼고자 한다. 남성들은 지배 계급 남성들에 의하여 직업이라는 공적 세계에서의 지배를 받아들이게끔, 그러면 가정이라는 사적 세계와 친밀한 관계들이 그들에게 그들의 남성성에 합당한 권력의 기분을 되살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끔 사회화된다. 점점 더 많은 남자들이 실업자나 저임금 노동자 대열에 합류하게 되고 점점 더 많은 여자들이 직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어떤 남자들은 폭력 행사만이 성차별주의적 성 역할 위계 안에서 지배권을 확립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남자에게는 여자를 다스릴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성차별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여자에 대한 남자의 폭력은 여전히 상습(常習)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p.145)

 

 

부모들이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부모 노릇 하는 법을 배우는 일도 아주 중요하다. 폭력이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도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우리 어린이들은 결코 폭력에 대하여 등돌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p.147)

 

 

 

 

 

 

"페미니즘은 성차별 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이다." 나는 이 명제를, 십여 년 전 나의 책 『페미니즘 이론:주변에서 중심까지 Feminist Theory: From Margin to Center』에서 처음 언급한 이 명제를 사랑한다.
나는 이 명제가 페미니즘 운동이 반(反)남성주의가 아님을 아주 선명하게 밝히고 있기에 사랑한다. 문제는 성차별주의라는 사실을, 이 명제는 명백하게 적시한다. 그 명명백백함에 힘입어 우리는 우리 모두가 여자든 남자든 태어나서부터 줄곧 성차별적 사고와 행동 양식을 받아들이도록 사회화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p.9-10)

페미니즘 운동이 단순하게 남성을 반대한 여성을 위한 것이라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생각 역시 고지식하고 그릇된 것이다. 가부장제(구조화된 성차별주의를 일컫는 또 하나의 이름)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바꿀 때까지는, 성차별적 사고와 행동을 내보내고 그 자리에 페미니스트적 사고와 행동을 가득 채울 때까지는, 우리 모두가 성차별주의를 영구화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p.10)

페미니즘 운동은 여자들의 결속을 위한 맥락을 만들어 내었다. 우리는 남자들에 반대하여 결속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여성으로서의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뭉쳤다. (p.46)

문학과 그 외의 학문에 있어서 남성 일색의 정전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은 젠더에 근거한 편견들을 폭로한다. 이러한 폭로는 여성 저작의 발굴을 위한 장과 여성에 의한 그리고 여성에 대한 새로운 저작의 생산을 위한 동시대적 장을 마련하기 위하여 핵심적인 작업으로 기능한다. (p.57)

전망 있는 운동이 되려면 필수적으로 노동 계급과 빈민 여성의 구체적 조건에 기반하여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 말은 비판적 의식을 키우는 교육 운동부터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여성들, 계급 권력을 가진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저소득 여성들이 소유할 수 있는 주택 개발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나온다. 페미니즘적 원칙의 주택 조합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페미니즘 투쟁이 모든 여성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 관련 되어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p.101)

현대 페미니즘 운동이 처음 시작되었을 당시에는 상당히 격렬한 반(反)남성적 분파가 있었다. 개별적 이성애자 여성들은, 잔인학 ㅗ불친절하고 폭력적이고 부정(不貞)한 남성들과의 관계에서 여성 운동으로 뛰쳐나오게 되었다. 그런 남자들 상당수는 노동자나 빈민 또는 인종적 정의를 위하여 목청을 높이며 사회 정의 운동에 참여하는 급진적 사상가들 이었다. 그러나 젠더의 문제에 관해서라면 그들은 보수파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성차별주의자들이었다. 여성들은 이런 남성들과의 관계에 분노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분노를 여성 해방 운동의 촉매제로 활용했다. (p.151)

페미니즘 운동 내부의 반남성주의 분파는 반성차별주의자 남성들의 존재에 분개했는데, 그것은 그들의 존재가 모든 남자들은 억압자라는 것, 모든 남자들은 여자를 혐오한다는 가설을 더 이상 고집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억압자와 피억압자라는 간명한 범주에 집어넣음으로써 남성과 여성을 양극화하는 것은, 게급 상승과 가부장제 권력의 공유를 추구하는 페미니스트 여성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었다. 그들은 모든 여성을 희생자로 재현하기 위하여 모든 남성을 적으로 명명했다. 남성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들은 자기들의 계급 권력을 신장시키고자 하는 욕망과 함께 개별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의 계급 권력에 대하여 주목하지 못하게 했다. 모든 여성들에게 남성을 거부하라고 요구하는 이러한 개별 활동가들은, 여성이 남성과 공유하는 돌봄의 유대라든가 성차별주의자 남성과 여성을 묶고 있는 경제적 ·정서적 결속(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을 보려 하지 않는다. (p.153-154)

"페미니즘은 이론이고, 레즈비어니즘은 실천"이라는 구호에 매혹되어 남성과의 관계를 폐기하고 여성을 선택했던 개별 여성들은 오래지 않아 그 관계 역시 감정적 교감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여타 관계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92-193)

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여성학 강좌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왜 아직도 남자에게 `빠져`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일단의 급진적 레즈비언 학생들과 만났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난 후 주차자에서 우리는 정면으로 부닥쳤다. 그때 나이가 제법 있는 흑인 레즈비언 여학생이-그녀는 예전에 미춘 산업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에 대하여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대에조차 남자들과 수없이 많은 잠자리를 치러야 했던 여자였는데- 다음과 같이 선언함으로써 페미니스트로서의 나의 긍지를 지켜주었다. "선생님은 남자들과 성 관계를 가지지만 여성과 동일시하는 여성이다. 남자들과의 관계는 선생님의 권리이다. 선생님은 여전히 우리와 대의를 함께 하고 있다." (p.210)

페미니즘이 상아탑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성애주의적 위계는 다시금 강화되었는데, 그 속에서 화려한 학벌을 가진 이성애자 여성들은, 비록 그들이 상아탑 바깥에서 여성 운동에 참여하는 것에는 시간을 조금도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종종 더 많은 존경을 받고 더 좋은 대접을 받았다. (p.211)

동성애 혐오를 혁파하는 일은 언제나 페미니즘 운동과 한 궤도에 있다. (p.215)

진정한 사람이란 상대에 대한 인지와 관용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 사랑은 인정과 돌봄과 책임과 헌신과 지식을 결합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받아들일 때, 우리는 정의가 없는 곳에 사랑이 있을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한 이해를 통하여, 사랑은 우리를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에게 지배에 반대할 힘을 준다는 사실 또한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페미니스트 정치학을 선택하는 것은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일이다. (p.226)

다른 종교 이상으로 성차별주의와 남성지배를 묵인하는 기독교 교의는, 우리가 이 사회에서 배우는 성 역할을 모든 면에서 조장한다. 진실로 우리 사회의 종교와 신앙을 변혁하지 않고서 우리의 문화를 페미니즘적으로 변혁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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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님 성격 급하시네요.
작성중인 글을........ 저도 그렇습니다..ㅎㅎ

다락방 2016-08-30 20:51   좋아요 0 | URL
열심히 옮겨적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어서 후다닥 쓰다 말고 나갔는데 그 후에는 이어서 쓸 짬이 안나네요. 어쩌죠? ㅋㅋㅋㅋㅋ

북프리쿠키 2016-08-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부도 언능 올려주세요 ~ 절벽에 매달리기 기법으로 끝내쉬다니 ㅋㅋㅋ

다락방 2016-08-31 16:28   좋아요 0 | URL
제가 도무지 짬이 안나네요. 아놔 ㅠㅠ 회사에서 옮겨 적어야 되는데 요즘 회사에서 제가 너무 일에 파묻혀 있어요 ㅜㅜ

clavis 2016-08-29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능요, 언능..사랑하는 락방마님 ㅋㅋ

다락방 2016-08-30 20:52   좋아요 0 | URL
시간을 줘요, 시간을... 아아 과연 나는 이 뒤를 쓸 수 있을 것인가... ㅜㅜ

비연 2016-08-30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막 초조해집니다...ㅎㅎ 마무리가 안 나오니....

다락방 2016-08-30 20:52   좋아요 0 | URL
저도 제 마음의 짐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