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을 읽는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 소설을 소설 자체로 좋아하지만, 그것이 결국엔 긍정적 영향을 갖고 온다고 믿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 그리고 그들에게 소설은 정말로 긍정적 역할을 한다. 김영란은 '쓸모없는' 독서라고 했지만, 그것이 김영란이 일을 하는데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너무 좋다.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고, 김영란은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저는 그동안 제가 소설을 많이 읽어온 것이 전혀 쓸모없는 일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변에서 왜 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느냐, 시간이 아깝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거든요. 스스로도 소설이 나에게 주는 효용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소설 속으로 도망가는 것은 아닐까 자문하기도 하고 또 어느정도 자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누스바움은 내가 읽어온 책들이 내게 '공감'이라는 훈련을 시켜주어서 내가 현실에서 사건을 보고 판결을 하는 자세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직업적으로도 꽤나 쓸모가 있었던 셈입니다. 제게 큰 위로가 되어준 것이지요. (p.80)




나 집에 『시적 정의』 있는데, 어서 읽고 싶어서 좀이 쑤신다. 이거 읽으면 어쩐지 나는 내 자신을 지금보다 더 긍정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이 책을 읽고 싶었지만 다른 많은 책들처럼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이 막 나왔을 즈음에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 남자 사람을 보았더랬다. 그때 뭔가 참 좋아보였다. 뭐랄까, 오오, 시적 정의를 읽는 남자사람이라니...하면서 좀 달리 보였달까. 그렇지만 지금은 그 남자사람의 얼굴도 옷도 나이대도...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던 남자사람을 보았었다는 사실과, 그 때의 내 느낌만이 기억날 뿐...



오만년전에 사귀던 남자랑 거리를 걷다가 까페 앞을 지나친 적이 있었는데, 까페 안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남자가 눈에 띄었다. 나는 나도모르게 멈춰서서는, 저 책 읽는 남자 좋다, 했었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 내 옆에 내 남친이 있다는 사실을 완전 잊고 있었던 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란 녀자... 결국 남친으로부터, '너는 어떻게 니 남친이 옆에 있는데 다른 남자 보고 좋다고 멈추냐..' 라는 말을 들었더랬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란 녀자는 어쩔 수가 없어. 어 미안..널 잊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소개된 책이 많지 않아 아쉬운데,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 판결들의 배경과 의미, 일부분의 소개라니.. 아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다.



원제는 '법과 삶의 기묘한 연금술'(The Strange Alchemy of Life and Law)인데, 그 제목에 얽힌 일화가 있습니다. 책의 편집자가 미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법의 기술적인 문제를 다룬 글에 관심을 보일 만한 출판사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자, 그는 전세계 모든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적인 요소가 무엇일지 탐색하다가 문득 '기묘한 연금술'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원고가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게 되었다고 하지요. (p.131)


이 책은 그가 한 판결들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고 판결문의 일부분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읽으면서 한줄 한줄 모두 밑줄을 긋고 싶었을 정도로 재미있고 따뜻하면서도 지혜가 번득이는 책인데, 제가 소개하자니 너무 딱딱해지는군요. 직접 읽어보는 것만이 이 책이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에 감동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요약이 의미가 없는 책이지요. 그야말로 그가 살아온 삶과 그의 판결이 연금술에 의해 화학작용을 일으켜 어느 연금술사도 만들어내지 못한 황금이 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p.133)




책을 읽는다고 다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 책들이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소설은 알게모르게 스미듯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얼마전에 『목로주점』을 읽으면서도, 그저 목로주점의 제르베즈 이야기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 가난이란 것에 대해서, 가난 때문에 사랑이 끝장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자꾸 생각해보게 되지 않나. 단순히 그렇게 멈추는 게 아니라, 삶은 왜 이런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고 자꾸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결국은 나는 그것이 철학적인 질문에 가 닿는다고 믿는다. 문제를 인식하면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지 않나. 물론 소설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더 나아가서 질문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안나 카레니나는 그냥 유부녀가 바람피는 이야기..같은 게 되는 거고, 레 미제라블은 빵 훔쳤다가 감옥간 이야기...로 그치는 거다.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 있는데, 

이 영화에서 섹스를 나누던 친구들이 각자의 데이트상대를 찾기로 한다.

그때 남자주인공은 공원에서 책을 읽던 여자를 가리키며 '나는 저 여자로 할래' 라고 하는데, 옆에서 여자주인공이 '저 책 소설책일걸' 하고는 무시하는 거다. 자막은 그렇게 되어있어서 원어로 뭐라고 한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때 진짜 너무 싫었다. 바보들...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빵꾸똥꾸들...지들이 못읽고서 어디서 소설 욕이야...

이 영화를 볼 당시에 나는 아마도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를 읽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야, 위고의 책을 읽어본 후에 소설 무시해라...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싶었더랬다.






이 책,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가 전체적으로 재미있지는 않다. 어느 부분에서는 강하게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힘껏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지만, 토니오 크뢰거 얘기 하면서 사람을 두 유형으로 분리할 때는 좀 멘붕이 와서, 알듯 말듯 했다. 그렇지만 그 책이 김영란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궁금해졌다.



















제 경우 일종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랫동안 판사 생활을 하면서도 판사라는 직업이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계속해왔습니다. 제가 처음 판사가 된 게 1981년 3월이었으니까, 그때는 판사라는 직업이 지금보다 훨씬 드물고 사람들이 가까이 접하기 어려운 직업이었지요. 그러니 주변에 롤모델로 삼을 만한 분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에게조차도 낯선 판사라는 직업을 해나가면서 저는 늘 '이건 한스의 세계이고, 나는 여기 맞지 않아'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토니오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한스의 세계를 계속 관찰하고 있어야 해'라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판사를 그만두지도 않은 거죠.

병 주고 약도 주는 것이었을까요? 책이 주는 영향력이 그렇게 강합니다. 자신의 삶에서 그런 책을 찾은 사람도 있고 아직 못 찾은 사람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토니오 크뢰거』가 그런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 당시에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은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요. (p.52-53)



나도 이 직업을 꽤 오래 해오고있긴 하지만, 이 직업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수시로 한다. 그런면에서 나 역시 이 책, 『토니오 크뢰거』를 읽는다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며 고민하게 될까. 너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을 인용한다. 사실은 이 부분을 먼저 다른 서재에서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거였다. 



저는 197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1981년부터 판사로 일했지만, 초기에는 함께 일하려는 '남자' 판사도 드물었고 '남자' 직원도 드물었습니다. 판사이지만 그냥 '판사'가 아니라 '여자' 판사였기 때문이지요. '여자' 판사는 종종 출산휴가를 한달도 채우지 못한채 재판장의 전화를 받고 출근해야 했고, 사무실에서 반말 전화를 받기도 했고(그때마다 항의를 했지만 사과를 받은 일은 거의 없습니다), 때로는 법정에서 재판 진행권을 침해당하기도 했습니다. 판사인데도 그랬으니 다른 직종에서는 얼마나 더 심한 일들이 벌어졌을지 뻔하죠.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는 직종의 사회적 평가는 급속도로 낮아질 것이므로 판사라는 직종도 머지않아 인기 없고 존경 받지 못하는 직종이 될 것이 틀림없다는 말을 여자 판사들 면전에서 하는 남자 판사들도 많았습니다. 자신들에게는 그것이 경험적 진리이니 반박할 수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여성으로서의 삶 자체가 소수자로서의 삶이었던 시대(지금은 다른가요?)를 살아왔던 제게 소주자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는 것은 따로 계기가 필요하거나 배워야 할 필요가 없는, 마치 평상복처럼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p.128-129)




어제 비염 때문에 끙끙대느라 잠을 한숨도 못잤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병원에 들렀다 늦게 출근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해버리고 말았다. 나란 사람은... ㅠㅠ

병원도 가기 싫고, 일 많은데 일도 하기 싫고, 코나 훌쩍이는 아침.....

창밖을 보며 멍이나 때렸으면 좋겠다.....



멍-







책을 한권 읽습니다. 재미있으면 그 저자가 쓴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갑니다. 그러는 동안 내가 매력을 느끼는 분야에서-예를 들면 프랑스 소설가의-다음에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 다음으로 읽어나가면, 종착역은 아니어도 언제고 도착 지점은 다가옵니다. (`오오에 켄자부로오, 「젊은이가 알고 있다면! 나이 든 사람이 행동할 수 있다면!」138면, 재인용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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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0-1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의 `쓸모 없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저로서는, 제목부터가 반가운 책이었어요.
효용으로만 가성비로만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책읽기처럼, 혹은 소설 읽기처럼 쓸모없는 일은 없을테죠.

다락방님이 제일 좋았다고 하셨던 부분에서는 머리속으로 장면들이 막 그려지더라구요.
막말하는 남자들, 재판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여자 판사. 그런 모습들이 너무 잘,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혹시 내가 소설을 많이 읽었나, 이런 생각도 해보았더랬죠.ㅎㅎ

어서 이 환절기가 지나가야 다락방님 비염이 나아질텐데.... ㅠㅠ

다락방 2016-10-18 10:43   좋아요 1 | URL
저는 직급이 과장이고 차장일때도 거래처로부터 반말 전화 많이 받았어요. 옆에 여직원이 제 목소리가 어리게 느껴져서 그러는 것 같다는데, 설사 제가 어리다고 해도 반말을 하면 안되죠.
게다가 같이 근무하는 상사중에는 나이 차이 얼마 안나긴 하지만 술 취할때마다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는 개같은 사람이 있어요. 아 너무 싫어. 제가 오빠라고 하고 자기는 나를 동생으로 대하면서 반말하고 싶어해요. 어디서 개수작인지.. 싫다고 계속 말하고 있어서 아직까지 저한테 그러고 있진 못해요. 직장생활은 원래 힘든거라지만, 여자로서 직장생활하는 건 더 힘든 것 같아요.


소설 많이 읽고 우리 많이 이야기하고 많이 생각해요. 이 책은 단발머리님 덕에 읽었어요. 우리 서로에게 계속 자극을 주는 독서친구가 돼요! 사랑해요 단발머리님! 우.윳.빛.깔.단.발.머.리!


좀전에 병원 다녀왔어요. 약 받아왔어요. 약의 힘을 빌어야지, 너무 힘들어요 ㅠㅠ

다다 2016-10-1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에게 ˝내 인생의 책˝은 어떤 책이 있을까요?
비염 때문에 고생이시군요. ㅜㅠ
얼른 나으시길-

다락방 2016-10-18 14:21   좋아요 0 | URL
모르겠네요.

cyrus 2016-10-18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킬링타임용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설의 긍정적 가치를 알지 못합니다. 소설 속에도 우리 독자들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로 가득한데, 그걸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우리가 살면서 몰랐던 또 다른 삶의 이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

다락방 2016-10-18 14:22   좋아요 0 | URL
전 그래서 소설을 즐겨 읽고 잘 읽는 사람들이 좋더라고요.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꼭 좋은 사람인 건 아니지만, 같은 소설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건 너무나 기쁘잖아요. 그걸 함께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얼룩말 2016-10-1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ㅋ..미친놈들 많아요. ^^ 대체 왜살까요. 그런 분들은

다락방 2016-10-18 14:23   좋아요 0 | URL
진짜 피곤하게 하는 놈들 많죠. 그리고 그런 놈들은 말귀도 못알아먹어요. 싫다는데도 왜 자꾸 그러는지..싫다는 걸 싫다는 걸로 제발 좀 알아먹었으면 좋겠어요. --^

책읽는나무 2016-10-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ㄷ님의 리뷰를 통해 이책 읽었었는데 저도 그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앗!!
ㄷ님이 두 분이셨군요?
ㅋㅋㅋ

다락방 2016-10-18 14:2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ㄷ 님 덕분에 읽었는데 D 님이라고 해도 되겠죠? 후훗.
물론, 저 역시도 ㄷ 이며, D 입니다만! ㅎㅎㅎㅎㅎ

저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어요, 책나무님.

아무개 2016-10-1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못`읽는 아무개..ㅡ‥ㅡ
상상력과 공감력의 문제인듯해요.

다락방 2016-10-19 11:09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더 읽어보면 어때요, 아무개님? 그러면 뭔가 트레이닝 되지 않을까요?? (라면 소설읽기를 강요한다 ㅎㅎ)

감은빛 2016-10-1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많이 읽는 사람이 감성이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듯 해요.
저는 최근 몇 년간 거의 문학을 못 읽고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다른 책은 안 읽고 문학만 읽었던 적이 있었고,
그때의 경험이 이후 제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틈틈히 소설을 더 읽어야겠어요.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설을 읽어야겠죠? ㅎㅎ

다락방 2016-10-20 08:01   좋아요 1 | URL
문학을 많이 읽으면 공감능력을 더 발달시킬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물론 단순히 읽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이 되어보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얘기를 들어보기도 하는 훈련을 해야겠지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그 이야기를 자신이 소화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소설을 열심히 읽읍시다!
네,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요.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6-10-20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만 읽는 저를 종종 반성합니다만, 소설을 읽는 저는 좋아합니다... 그래서 다락방님 글에 좋아요 꽝! 할 수밖에 없네요~

다락방 2016-10-20 08:02   좋아요 1 | URL
저는 요즘 소설외의 책도 읽기는 하지만 세상에 소설만한 책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이해 모두 소설이 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만세!
 

제르베즈는 몰락한다. 한 때 돈을 차곡차곡 모으기도 했었는데, 동네사람들의 신임을 얻고 가게를 잘 꾸려가기도 했었는데, 그녀는 몰락한다. 그녀와 함께 사는 두 남자가 그녀의 몰락을 부채질한다. 그들은 돈을 벌지 않으면서 그녀가 버는 돈으로 허구헌날 술을 마시고 배를 불린다. 그리고 서서히 여기에 그녀가 동참한다. 제르베즈는 부리던 일꾼들을 내보내야했고, 여기저기서 자꾸 돈을 빌려야했고, 단골들은 떨어져나갔다. 그녀의 세탁솜씨 역시 그녀의 삶처럼 몰락했다. 그런 그녀는 그러나 여전히 잘 먹어서 살이 찐다. 식욕은 마지막까지 남는 욕구인걸까. 제르베즈는 자신의 남편 쿠포와, 자신에게 결정적 몰락을 불러오게 한 랑티에와 함께, 셋이 살면서 먹고 마시기에 힘을 쓰며 가정을 내팽개친다. 알콜중독 증상이 생긴 쿠포의 눈을 피해, 이제는 랑티에의 침대로 들어가기로 하고, 어린 나나는,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의 침대로 가는 것을, 고스란히 목격한다. 종국에는 쿠포가 제르베즈에게 폭력을 가하고, 쿠포와 제르베즈가 나나에게 폭력을 가하는 끔찍한 상황까지 발생하고, 이렇게 지속되는 끔찍한 삶 속에서 나나는 가출을 하고 자신을 내던진다. 이 가혹한 제르베즈의 삶을 읽으면서 너무 끔찍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아 나나는 어쩌나, 싶어서 나나를 읽고 싶어지니, 이를 어째야하나. 그나저나 제르베즈가 세상 모든 걸 집어삼킬듯이 먹는 걸 보면서, 아아, 나는, 내 생각이 난다... 나냐?



하지만 제르베즈는 점점 더 악화 일로로 치달았고, 그럴수록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사이 한여름이 되자 키다리 클레망스는 제르베즈의 세탁소를 떠났다. 일감이 없어서 세탁부가 두 명이나 필요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미 수주 치 급여가 밀려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쿠포와 랑티에는 볼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식탁에 죽치고 앉아 배를 가득 채우는 게 유일한 일상이 된 두 남자는 제르베즈의 세탁소를 거덜 내면서 그녀의 파멸로 살을 찌웠다. 그들은 더 많이 먹으라고 서로를 부추기면서, 디저트를 먹을 때는 배를 두드리면 음식이 더 빨리 내려간다면서 낄낄거렸다. (p.32-33)



사실 이웃들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과일 가게 여주인, 내장 가게 여주인, 식료품점 총각들은 모여서 수군거렸다. "저런! 할머니가 또 전당포에 가시는구먼." 또는 이렇게 외쳤다. "저런! 저 노인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게 술이 아닌가." 그리고 당연히 그들은 제르베즈를 향해 더욱더 거센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저 여자는 모든 걸 먹어치우고 있어. 저러다가 조만간에 세탁소를 거덜 내고 말 게 분명해. 그래, 맞아, 저렇게 몇 번만 더 먹어 치우다가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p.91)


















그들이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었는데. 쿠포가 성실하게 일을 하고 제르베즈 역시 최선을 다해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밝은 미래를 꿈꾸며 갖고 싶었던 괘종시계를 사고, 그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밝게 웃어주던 때가 있었는데. 


사랑이 계속 사랑으로 있으려면, 그들이 서로에게 계속 웃어주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노력하는 게 필요했다. 어느 한쪽만 성실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쿠포는 일하지 않는 것의 맛을 알아버렸고, 그래서 일하지 않는다. 제르베즈는 그럴 수도 있다며 쿠포를 먹여 살리는데, 그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달이 되고 몇 개월이 지속되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어버리는 거다. 게다가 쿠포는 제르베즈가 벌어온 돈을 다 까먹으면서, 거기에 제르베즈의 옛 연인을 데려오기까지 한다. 자, 시간이 지났으니, 너네들 우정이지 않아? 하고는 한집에서 쿠포와 랑티에와 제르베즈가 함께 살게 되는거다. 


사랑은 언제까지 사랑일 수 있을까.

둘이 함께 노력하고 함께 웃어야 가능한 일인데, 어느 한쪽은 허리가 휘도록 고생하고 어느 한쪽은 가만히 앉아서 상대의 고생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들이 처음엔 비록 뜨겁게 사랑했다한들, 그것이 계속 사랑일 수 있을까. 돈은 제르베즈 혼자 버는데, 쿠포가 그 돈을 쓰고, 랑티에가 그 돈을 쓴다. 고생이 쌓이고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늘어날수록 사랑 역시 시들어간다. 애초에 그게 사랑이긴 했던걸까..



그렇다, 그들이 나날이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든다면 그건 오직 그들 부부의 탓이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서로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법이다. 특히 진창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는 더욱더 그렇다. 그들은 불운을 탓했고, 신이 그들에게 무슨 유감이 있는 거라고 주장했다. 그럴 때면 그들 집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곤 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서로 옥신각신했다. 하지만 아직 서로에게 손찌검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심하게 다투다 자신도 모르게 따귀를 몇 차례 날리는 정도였다. 무엇보다 슬픈 것은, 애정이며 여타의 감정이 카나리아처럼 새장 밖으로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이었다. (p.154-155)



아! 이제 제르베즈는 예전에 쿠포가 보도에서 12 내지 15 미터 떨어진 높은 지붕 가장자리에서 일할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았다. 물론 그녀가 그를 직접 아래로 떠밀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가 알아서 떨어져준다면, 오, 맙소사! 그건 이 지구상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 하나를 치워버리는 일이 될 터였다. 어쩌다 주먹다짐이라도 일어나는 날에는 그가 들것에 실려 오는 꼴을 보고 싶다고 소리쳤다! 제르베즈는 그런 날이 오리라는 기대 속에서 살았다. 들것에 실려오는 건 다름 아닌 그녀의 행복일 테니까. 저 술주정뱅이가 대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p.155)



쿠포는 함석공이었다. 그는 지붕 위에서 지붕을 만들고 수리하는 일들을 했었다. 제르베즈는 늘상 그가 그렇게 높은 곳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불안했다. 저러다 저 위에서 떨어지면 어쩌지? 그녀는 매일 조마조마했던 거다. 그러나 애정이 다 날아가버린 지금, 다같이 몰락해버린 지금은, 그가 스스로 지붕에서 떨어지기를 원하고 있다. 그가 들것에 실려들어오기를 원하고 있다. 아, 사랑이란 건, 돈도 없고 먹을 게 없어져버리면, 함께 소멸하는 것이로구나. 



나는 읽으면서 제르베즈에게 도망치라는 말을 수십번 한 것 같다. 그렇게 예전에 사랑'했'던 남자와 계속 함께 있는 걸 선택하지말고, 그렇게 함께 몰락하는 삶으로 빠져들지 말고, 그냥 거기서 도망치라고. 사실 그녀에게 도망치자는 제안을 했던 진실한 남자가 없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도망치라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남자로부터 도망치라는 거다. 나를 함께 잡아 끌어들여서 진창에 빠지게 하는 남자, 그 남자는 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진창에서 뒹굴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나였다면 어땠을까, 라고 계속 생각해보니, 나는 도망칠 사람인거다. 너랑 같이 진창에서 뒹굴고 싶진 않아, 내 삶을 몰락으로 향하게 놔둘 순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를 피해 도망갔을 것이다. 어디든 가서 다시 시작해서 내 삶을 다시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남자를 선택하지 않겠지. 개같은 놈들, 내 인생이나 망치려고 작정한 놈들, 나는 너희들 선택하는 대신, 내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 하고는, 내가 먹고 살 것을 내가 벌어서 해결할 것이다. 물론 제르베즈에겐 아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제르베즈는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 사이만 멀어진 게 아니라 자식과 부모의 삶도 멀어졌다. 그냥 도망쳐라, 제르베즈! 거기에 멈춰 서서 몰락하지마!



그러나 잔인한 졸라는 제르베즈에게 머물도록했고, 제르베즈는 그렇게 망가질대로 망가지고야 만다. 하아- 




나는 상대를 힘들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를 힘들게 하지만 너를 사랑해, 는 길게 지속될 수가 없다. 제르베즈와 쿠포의 사이가 그걸 드러내준다. 아니, 랑티에도 그랬다. 랑티에와 제르베즈가 처음에 함께 살 때,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길 때는 좋았지만, 돈이 다 없어져버리자 랑티에는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쿠포와 결혼했지만, 그 다정했던 쿠포와도 돈이 떨어지고 빚만 남자 애정이 사라져버린다. 힘들다면 사랑하지 않게 된다. 먹고 사는 게 급한데 사랑은 사치가 아닌가. 그런 사랑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 먹고 사는 게 먼저다. 제르베즈는 그 남자로부터, 그 삶으로부터 멀리멀리 도망쳐야 했던거야. 아, 너무나 안타깝다.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랑을 하지 않을것이다. 안하고 말지, 나는 힘들고 싶지 않다. 혹여라도 힘들어질라 치면 거침없이 도망치겠어....



제르베즈가 어디로 도망갔다한들 부자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부자로 태어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부자가 된단 말인가. 가난은 가난으로 대물림되고 조금 덜 가난하냐 더 가난하냐의 차이일 뿐 계속 가난했을 것이다. 앞집과 옆집이 다 가난한 공동주택에 살면서 가난으로부터 빠져나오기는 힘들것이다. 졸라는 그런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런 삶에서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그러니 내가 여기서 팔자 좋게 '그 남자로부터 도망쳐!'라고 한들, 그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는 거다 ㅠㅠ




토요일에 일자산에 다녀오면서 내 폰에 있는 노래들을 랜덤으로 들었는데, '사라 코너'의  <where did you sleep last Nite?>이 나오는 순간, 제르베즈 생각이 났다. 노래속에서 사라도 말한다. 내가 너한테 내 돈을 다 주고 내 시간을 다 줬는데 너는 도대체 어디서 자고 온거냐, 내가 너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당장 내 집에서 꺼져라...라고 말하는 거다. 제르베즈도 그랬어야 했는데.... 내쳤어야 했는데......





그 다음 나온 노래는 Lily Allen 의 <Fuck You>였는데, 와, 너무 좋다. 내가 내 폰에 이 노래를 넣어놨다니. 역시 나는 짱이야!!! 이 노래 들으면서 뻑큐~ 뻑큐 베리베리 머어어어어취~ ♪ 하고 따라부르면 너무나 신난다. 게다가 릴리 알렌의 동영상을 찾아봤더니 하하, 손짓도 해! 짱이닷!!




위의 영상을 보고는 헤어스타일 넘나 좋아서 캡쳐해뒀다. 미장원가서 이렇게 해주세요, 하려고. 사실 요며칠 머리를 계속 길게 둘까 자를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길면 묶어서 올려버릴 수 있으니 너무 편하고, 짧으면 가벼우니 편하고...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아아, 어쩌지, 하다가 이 영상을 똭- 보게 된 것. 예뻐..

아래 영상에서도 헤어스타일 넘나 좋다. 옷 스타일도 넘나 좋고!!

























영화 [루시아]에서, 여자는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달빛 아래에서 섹스를 나눈다. 그 섹스는 강렬한 것이었고, 남자와 여자 둘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그러나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해, 그 밤이 지난 후에는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남자는 다른 여자(루시아)와 연애하고 동거하면서도 자꾸 달밤아래에서의 그녀를 떠올린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여자와 남자는 길에서 재회하게 된다. 


그때, 계속 예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예뻐야, 우연히 만나도 좋을테니까.



그런데 제르베즈는 그러지 못했다.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너무나 소중한 '구제'에게, 자신의 망가지고 흉측한 모습을 보였다.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너무나 끔직했다. 그래서 루시아 생각을 했다. 제르베즈야, 계속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서, 그래서 구제를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구제에게까지 이런 꼴을 보이다니! 대체 자기가 선한 신에게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마지막까지 고통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대장장이의 발아래로 몸을 던지면서, 여느 창녀들처럼 남자에게 매달리는 구차스러운 모습을 보이다니! 게다가 하필 가스등 바로 아래서 그를 만날 게 뭐란 말인가. 제르베즈는 마치 눈 위에 장난을 쳐놓은 듯 흉하게 일그러진 캐리커처 같은 자신의 그림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건 영락없는 술주정뱅의 꼬락서니가 아닌가. 맙소사! 빵 한조각, 포도주 한 방울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는데 주정뱅이로 오해를 받다니! 이 모든 건 전적으로 그녀의 탓이었다. 어쩌자고 애초에 술을 마셨더란 말인가? 물론 구제는 그녀가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한 것으로 생각할 터였다. (p.302)




구제는 제르베즈 바로 앞에 버티고 선 채 그녀를 응시했다. 이제야 비로소 등불의 환한 불빛 아래서 그녀를 찬찬히 뜯어볼 수 있었다. 그사이 제르베즈는 몹시 늙고 퇴색해버려 예전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옷과 머리에서는 눈이 녹아내려 물이 뚝뚝 흘렀다. 머리는 불안정하게 건들거렸고, 온통 잿빛으로 변한 머리칼은 바람에 마구 뒤엉켜 있었다. 목이 어깨에 파묻힌 것처럼 쪼그라든 제르베즈는 보는 사람이 울고 싶어질 정도로 추하고 뚱뚱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자신들이 사랑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아직 싱그러운 젊음을 간직하고 있던 발그레한 피부의 제르베즈가 포동포동한 목에 목걸이처럼 사랑스러운 아기 주름이 잡힌 채 힘차게 다림질하던 모습이 눈앞을 스쳐갔다. 당시 그는 제르베즈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하며, 몇 시간이고 세탁소에 머무르면서 그녀를 곁눈질했다. 언젠가 그녀가 대장간으로 그를 보러 왔고, 그때 그들은 지극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그가 쇠를 두드리는 동안 그녀는 그의 망치가 춤추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시절 그는 밤마다 베개를 물어뜯으면서 지금처럼 그녀와 자신의 방에서 함게 있을 수 있기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오! 그때 그녀를 가질 수 있었다면 그녀를 으스러뜨렸을지도 몰랐다. 그녀를 그토록 간절히 원했건만! (p.305-306)




그나저나 구제여, 베개를 물어뜯었단 말입니까. 그러면 제르베즈에게 말을 했어야죠. 내가 너를 이토록이나 원한다고... 뭐, 말한다고 그 당시에 뭐가 바뀌었을 것 같진 않지만, 맙소사, 베개를 물어뜯으면서 갈망하다니. 베개를 물어뜯다니...






금요일 밤에는 남자사람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같이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좀 불평불만이 많은 분이셨는데, 택시기사를 하면서 손님들을 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하셨다. 나와 같이 택시 뒷자석에 앉아있던 남자는 기사님의 말을 받아주면서 아 그러시겠다 라고 대꾸해주다가, 그런데 그 사람들도 다 자기 나름대로 힘들게 산다, 라고 얘기를 했다. 그러자 기사님이 그러셨다.


'주말에 데이트도 하고 택시도 타고 가면서 힘들다고 얘기하면 안될것 같은데요' 



아...나는 너무 웃겨서 빵터졌는데, 이 말이 집에 가는 내내 생각났다. 주말에 데이트하지 않는 사람보다 데이트하는 사람이 덜힘든 걸로 보일 수도 있고, 택시를 탈 돈이 없는 사람에 비해서라면 택시를 탈 수 있는 사람의 형편이 더 나은 것도 사실일거다. 그렇지만, 주말에 데이트를 하고 택시를 탔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삶을 산다고 단정할 수 있는걸까. 기사님의 의도가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행복하거나 여유로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정말 그 한 면만 본 게 아닌가. 물론, 늘 힘들기만 한 건 아니지 않냐, 좋은 순간이 이렇게 있지 않냐, 라는 뉘앙스의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얼마전에 누군가의 SNS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중얼댄 적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이사람은 이렇게 웃으면서 잘사네, 라고. 그러자 옆에 있던 내 친구가 내게 그랬다. '야, 인스타 보면 세상에서 니가 제일 행복해. 온갓 데 다 다니고 겁나 잘 먹고 다니잖아. 누가 봐도 너 너무 행복해보일걸?'  그때 진짜 벼락같은 깨달음이 왔다. 아, 그렇구나. 내 SNS 만 봐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잘 먹고 잘 놀러다니는 사람이구나. SNS 만 본다면,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가슴 찢어짐을 겪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겠구나. 내가 베개를 물어뜯는지는 SNS로는 알 수가 없겠지....




자, 이제는 [나나]를 사러 가야겠는데, 지금 연달아 읽으면 나 지쳐 미치겠지. 나중에 사야겠다. 제르미날도, 인간짐승도 다 사야겠네. 에헤라디여~


















나도 오늘밤엔 베개를 물어뜯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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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10-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얼마전에 <나나> 처분했는데... 이 페이퍼 조금만 더 일찍 작성해 주셨으면 제가 보내드렸을 텐데.. 아쉬워요. 에밀 졸라 정주행중이시군요!

택시기사분 이야기...짠하기도 하면서 또 재치 만점이시네요. ㅋㅋ

다락방 2016-10-17 10:51   좋아요 0 | URL
아아 블랑카님. 시간을 되돌리고 싶네요. 블랑카님의 나나라니요! 크-
언제나 인생은 타이밍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가난한 삶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내처 읽으면 나가떨어지겠다 싶더라고요. 다른 책들을 좀 읽다가 다시 에밀 졸라에게 가야겠어요. 이 사람, 이 혹독한 삶을 왜 그린걸까요 ㅠㅠ 원망스럽기도 해요. 제르베즈 너무 안타깝고 ㅠㅠ

단발머리 2016-10-1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졸라`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어요. 제목에 혹해 <인간 짐승>을 대출했다가 한 줄도 못 읽고 반납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ㅎㅎㅎ

다락방님 페이퍼 읽었더니 제르베즈의 처참한 삶이 눈앞에 막 그려지는 것 같아요. 술주정뱅이 두 남자에다가, 아이구야...
가출한 나나까지. 첩첩산중. 졸라의 책을 연거퍼 읽는건 정말 힘들것 같아요. ㅠㅠ

다락방 2016-10-17 14:57   좋아요 0 | URL
제르베즈가 행복하게 살기를 기대했는데, 밑빠진 독같은 남자들 만나서 몰락하고 말았어요. 제르베즈가 가진 꿈은 되게 소박했는데, 그중에 하나도 이루지 못했어요. 배불리 빵을 먹고, 자기 침대에서 죽고, 남편한테 맞고 살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네요. 나중엔 맞고 살게 되어서... 하나도, 하나도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어요. 무슨 삶이 이런지..

게다가 이런 비참한 삶은 왜 자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걸까요. 엄마가 속옷차림으로 옆방 아저씨 방으로 들어가는 걸 나나는 어릴때부터 목격하게 되는데, 어휴, 나나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ㅠㅠ 안쓰러워 미치겠어요. ㅠㅠㅠ

비연 2016-10-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언넝 읽어야겠어요 ~ 락방님 페이퍼 보니 막 읽어야겠다고 생각이 ㅜ

다락방 2016-10-17 14:58   좋아요 0 | URL
비연님, 삶은 확실히 가난한 자들에게 훨씬 가혹한 것 같아요. 그들에게 출구는 없는 것 같아요. ㅠㅠ

비연 2016-10-17 16:21   좋아요 0 | URL
읽고 넘 우울하지 않을까요...ㅜ 안 그래도 우울한 일 투성이인 요즘인데. 겁나네요 ㅜㅜ

다락방 2016-10-17 17:55   좋아요 0 | URL
우울함의 극단까지 다녀옵시다, 비연님!!
저도 내친김에 나나를 사버릴까... 고민중이에요 ㅠㅠ

moonnight 2016-10-1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도 나나도 갖고 있지만 읽지 않았네요ㅜㅜ; 다락방님 리뷰를 읽으니 마치 책을 읽은 듯한 착각이ㅎㅎ^^;

다락방 2016-10-17 14:58   좋아요 0 | URL
전 [나나], [제르미날], [인간짐승] 다 사야해요!
차곡차곡 하나씩 사서 읽어야겠어요.
지금은 나나가 너무 궁금해요 ㅠㅠ

에이바 2016-10-1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어제 제르미날 생각했는데...ㅜㅜ 같이 읽어요 다락방님... ㅠㅠ 에밀 졸라 인기가 많지 않아서 루공 마카르 총서가 다 나오기 힘들대요. 문동에서 힘내서 내달라고 열심히 읽고 리뷰 써야겠어요. 다락방님 페이퍼를 보면서 저도 읽은지 시간이 좀 되어서 다시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구제가 베개를 물어 뜯었다니 왜 기억에 없죠... 구제 진짜 최곤데... 다락방님 혹시 공항 가는 길 드라마 보세요? 완전 좋답니다. 매번 챙겨보진 못하는데 아 섬세해요. 제르베즈와 구제 생각도 나고 일본드라마 메꽃이라고 그 작품도 생각나고요. 다 재밌어요.

다락방 2016-10-17 17:58   좋아요 0 | URL
베개를 물어 뜯었다는 건 제가 인용한 부분에서만 나오는 거에요. 나중에 제르베즈 만나서 과거를 회상하면서요. 저는 제르미날보다 먼저 나나 읽고 싶어요. 나나가 어릴 때부터 너무 기구한 인생을 살아가지고 ㅠㅠ 그래도 파멸로 이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요 ㅠㅠ 제발 너는 희망찬 인생을 살아줘...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고 싶어요 ㅠㅠ

[공항 가는 길]은 안그래도 여기저기서 좋다고 하길래 한 번 본 적 있는데 영 제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대사에 너무 멋을 냈다고 해야하나, 화법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해야하나, 영 몰입도 집중도 안되더라고요 ㅠㅠ 그래서 못보겠어요 ㅠㅠㅠㅠㅠ 공항 가는 길이란 제목은 딱 제 스타일인데 말예요. 저 공항 엄청 좋아하거든요. 공항에서 일하고 싶다고 오백번쯤 생각했는데, 영어를 못해서 늘 생각만 하다가 포기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공항 가면 초흥분하는 스타일이에요. 공항, 비행기 다 좋아해요! >.< (또 딴길로 샌다 ㅠㅠ)

AgalmA 2016-10-1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선곡 속 그녀들도 다락방님 포스ㅋㅋ 당당해서 좋구만요!
역시 에밀 졸라. 사랑이 들 것에 실려 오길 만드는 대장장이 같은 소설가 같으니라구~

드라마 <스킨스>에서 니콜라스 홀트 침대커버가 나체 프린트된 걸로 기억하는데...캐릭터 확실히 보여 주잖아요? 다락방님도 베개 커버 물어 뜯은 자국 프린트로 자체 제작하셔서 인증을ㅎㅎ; 생각해보니 여러 버전 만들어서 이거 사업으로도 괜찮겠어요~

다락방 2016-10-17 17:59   좋아요 0 | URL
전 포스 있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좋더라고요. 안젤리나 졸리도 그렇고, 사라 코너, 릴리 알렌 다 좋아요. 핑크도 겁나 멋져요! 핑크 포스도 짱이에요. 대표적으로는 마돈나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ㅎㅎ

인증은 못하겠지만, 오늘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베개를 좀 물어뜯어야겠어요. ㅠㅠ 너무 물어뜯어서 베개를 다 적실 것 같아요. 엉엉. ㅠㅠ

프레이야 2016-10-1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너무 너무 오랜만이에요 페이퍼 재미나게 읽었어요. 루시아 찾아봐야겠군요. 한 2년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승객과 별 일이 다 있더라구요. 우린 정말 한 면만 보면서 사는 것 같아요. 아님 한 면만 보여주며 사는 건지도. 가을이에요 ^^

다락방 2016-10-17 18:01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그래요. 우린 한 면만 보면서 살기도 하지만 또 한 면만 보여주면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SNS 에 사진을 올릴 때는, 나 행복하다, 하는 것을 전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왜 내가 행복하게만 보인다고 생각하고 씁쓸해할까, 모순되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반가워요, 프레이야님.
:)

이름 2016-10-18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아무래도 그저께 팡테옹 가서 빅토르 위고와 에밀 졸라의 묘가 나란히 있는 걸 보고 그래 돌아가면 <목로주점>을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목로주점>이 펭귄클래식과 문학동네가 있는데 아무래도 문학동네가 괜찮은 건가요? 돌아가자마자 결제를 해야겠습니다 홓홓

다락방 2016-10-18 08:58   좋아요 0 | URL
펭귄과 문동을 비교해보진 않아서 문학동네가 더 낫다고는 제가 말씀을 못드리겠어요. 저는 집에 문학동네로 준비되어 있어서 문학동네로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프랑스에 계시군요. 위고와 졸라의 묘에 가셨다니. 우어어어어. 저는 이곳에서 졸라의 책을 읽었으니, 우리 서로의 손가락을 내밀어 교감합시다... ㅎㅎ

감은빛 2016-10-1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노래 처음 들었을 때,
저렇게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저렇게 발랄하게 욕을 하다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이 노래 폰에 넣고 다니면서 가끔 들어요.
얼굴은 모르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 얼굴을 알게 되었네요.

에밀 졸라의 작품은 다 연결되는 군요.
겁나서 쉽게 손대지 못할 것 같은데요.

다락방 2016-10-20 08:03   좋아요 0 | URL
네, 저렇게 맑고 유쾌하게 뻑큐~ 하는 게 너무 좋아요. 다 꺼져라, 엿먹어라, 라라라라~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ㅎㅎㅎㅎㅎ
사실 릴리 알렌은 다른 노래로 먼저 알게 되었거든요. The Littlest Things 라고 엄청 슬픈 노래에요. ㅠㅠ 훌쩍 ㅠㅠ

에밀 졸라의 작품은 어휴, 찐득찐득해요 감은빛님.
 

어제 호박전을 만들면서 와인을 마셨다. 다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그리고 참치전도 했다. 우하하하. 그렇게 와인 한 병을 다 비웠다. 만세!



그러니까 내가 와인을 마시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다 술을 마시게 될텐데 수요일까지 마시면 안되잖아, 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마트에 들러 와인 한 병을 사가면서(돈이 없어서 요즘엔 쟁여두질 못하고 있어 ㅠㅠ), 이건 지금 마시려고 사가는 게 아니고 언제 마시고 싶을지 모르니까 사두는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었다.


그렇지만...그렇지만......나는 노동자이므로 와인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는 와인을 마셔야한다고, 제르베즈가 말했기 때문이다. 쿠포가 말했기 때문이다. 



알코올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그녀를 엄습했다. 포도주는 용납할 수 있었다. 그건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주는 해악일 뿐이었다. 노동자들에게서 일할 의욕을 앗아가는 독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 나라에서는 왜 저렇게 해로운 것들을 만들도록 내버려두는 것일까! (p.306-307)



오! 신이시여! 예수회교도들이 뭐라고 하건 아무 상관 없었다. 포도주는 진정 놀라운 발명품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초대객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노아는 분명 함석공과 재단사, 그리고 대장장이를 위해 포도나무를 심었을 것이다. 포도주는 몸을 깨끗이 정화해주고, 노동의 노고를 달래주며, 아무런 의욕이 없는 이들에게 자극제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런 다음 어릿광대가 당신에게 묘기를 부리기라도 하면, 당신은 우쭐해져서는 파리가 온통 자신의 것인 양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부자들에게 괄시받는 지치고 가난한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는 것도 모두가 포도주 덕분이다. 그런데 단지 인생을 좀 더 장밋빛으로 느끼고 싶어 가끔씩 술에 취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야박한 처사가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p.345-346)

















그러니까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고 있었고, 와인은 그냥 샀을 뿐이고, 나는 술을 안마시려고 했었고...그런데 자꾸만 포도주는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술이라는 제르베즈의 말이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에에에에에에에속 생각나는 거다. 내가 마시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잠들기 전까지 노동자는 포도주를 마셔야 해, 라는 생각만 할 것 같아서, 이럴 바에야 마셔버리자, 라고 결심하고 행동에 돌입했다. 진짜 이 책에서 포도주 예찬만 하지 않았어도 내가 어제는 술을 안마시려고 했는데, 책은 이렇게나 해롭다. 나도 오늘 오늘치의 노동을 충실히 했고, 그러므로 포도주를 마실 자격이 있잖아. 나의 노동에 대한 보답으로 나도 마셔야 하잖아. 아, 에밀 졸라 아저씨.... 왜 그러셨어요.... 오, 졸라, 졸라여!!



아니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제르베즈의 삶이 너무나 힘겹고 고달파서 내가 읽다가 자꾸 빡이 친다. 아이 둘을 낳고 함께 사는 남자는 돈 벌 생각 1도 없이 술 퍼마시고 바람을 피다가 어린 아이들 놔두고 아내가 빨래하는 사이에 짐싸서 도망쳐버리고, 그 다음에 끈질긴 구애로 결혼하게 된 남자는 몇 년 성실하고 착한 남편의 모습을 보이더니, 일하다 부상을 당해 일하지 않는 삶을 좀 살아보고는, 그 뒤로 쭉- 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 일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알아버린 몸.... 이 새끼야, 너가 먹고 마시는 돈을 그래서 니 아내가 다 벌고 있잖아...일 안하고 놀기만 하면 편하다는 거, 그거 누구나 다 알아........ 나도 선택가능하다면 그걸 선택하고 싶다고. 그렇지만 먹고 마시고 공부해야 하잖아. 니가 먹고 마시는 거는 니가 알아서 해결하란 말이야. 아아 너무나 빡이치는 것.... 게다가 미친듯이 열심히 살아 모아둔 돈은 남편 부상으로 인해 다 써버리고 이제는 빚도 못갚고, 나중엔 제르베즈의 생일파티를 한다고 전당포에 반지를 맡기는 상황까지 이르는데....이게 지금 내가 읽은 1권의 내용이다. 근데 1권 끝에 몇 년전 다른 여자랑 바람나서 도망쳤던 남자가 제르베즈를 찾아왔어...아 이 새끼들 진짜 가지가지하네 ㅠㅠ


이 책에서 에밀 졸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다 보여주는데, 아 진짜 내가 다 힘들어서 못읽겠다. 가난하기 때문인건지, 그러니까 여유없이 빡빡한 삶에 대한 고단함, 으로 인해서인지 사람들의 삶이 너무 힘겹다. 여자들을 때리는 남자들도 많고, 자기 아내 앞에서도 다른 여자들을 주물럭 거리는 남자들도 수두룩해. 오죽하면 제르베즈의 소망은 맞지 않고 사는것일까. 개놈들...



그녀는 일밖에 모르던 그녀의 어머니를 많이 닮아 있었다. 20여 년 동안 그녀의 아버지 마카르에게 가축처럼 부림을 당하다 고통스럽게 죽어간 어머니였다. 제르베즈는 아직 날씬한 편이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지나는 길에 어개로 문이라도 부술 수 있을 만큼 건장한 체격의 여성이었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몹시 좋아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어머니를 빼닮았다. 심지어 다리를 약간 저는 것조차 불쌍한 어머니한테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걸핏하면 어머니에게 폭행을 가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술이 억병으로 취해 돌아온 밤이면 팔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거친 애정 행각을 벌이곤 했다는 얘기를 제르베즈에게 수없이 들려주었다. 그녀 역시 그런 날 밤에 만들어진 게 분명했다. 다리 한 짝이 덜 발달된 채로. (p.68)



"난 말이죠, 욕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랍니다. 별로 바라는 게 없어요……내 꿈은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침대, 식탁 그리고 의자 두 개, 그거면 충분해요……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좋은 시민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죠……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맞지 않고 사는 거예요. 내가 만약 다시 결혼을 한다면 말이죠. 그래요, 다시는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그게 다예요, 정말 그게 다라고요……" (p.72-73) 



이들은 미친듯이 일하지만 가난하고 그들이 사는 동네 역시 허름하다.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엄마한테 '나가 죽어라'는 소리도 듣고, 아빠가 엄마를 죽일듯이 패는 걸 아주아주 어릴 때부터, 갓난 아이일 때부터 본다. 이런 환경에서 쭉 살면서, 그곳을 벗어나는 삶을 사는 게 가능할까. 이래서 버트런트 러셀 아저씨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모두가 네 시간 노동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거다. 모두가 다 함께 네 시간 노동을 한다면, 실직자도 없을 것이며 모두에게 비슷한 경제적 상황이 생길 것이고, 모두가 여유롭게 살 수 있어서 폭력과 기아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아니면 얼마전 강연에서 정희진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틀 일하고 이틀 놀고 이틀 공부하는 거다. 정희진 쌤은 공부를 멈추지 말라고 하셨다. 공부하지 않으면 사람은 보수적이 돼요, 라고 하시면서. 나는 그 말에 적극 동의하는 바, 이 가난한 사람들이 이틀 일하고 이틀 놀면서 이틀 공부한다면, 그렇다면 폭력과 기아, 끔찍한 환경으로부터도 멀어지지 않을까... 



제르베즈가 결국은 마음 편하게 해주는 남자를 만나 좀 덜 일하고 좀 덜 고생하고 그리고 사랑 받고 웃으면서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죄다 걸리는 게 이런 개놈들일까, 라고 생각하다가, 그건 그냥 개놈이 좀 많기 때문이며 괜찮은 남자를 찾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나는 내렸다. 이건 진짜 사실이다. 특히, 제르베즈가 살던 그때, 그곳에는.





아...또 광분해서 썼네..... 쩝......그냥 포도주 얘기 할라 그랬는데.......(  ")










어제 친구와 포옹에 대해 얘기했다. 친구는 몸이 착 들어맞는 느낌을 주는 근사한 포옹이란 것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내가 몹시 작게 느껴지는, 품 안에 쏙 들어가는 포옹에 대해 말했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내가 작게 느껴지는 포옹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내가 실제로 작아지고 싶은 게 아닌, 작게 느껴지는 포옹. 나는 이걸 예전에도 한 번 페이퍼에 언급했었는데 (난 참 사람이 한결같다니까.. http://blog.aladin.co.kr/fallen77/3508120), 내가 키가 큰 건 아니지만 덩치가 아주 커서, 웬만해서는 남자들 품에 쏘옥- 하고 들어가는 여자사람이 아닌 것이다. 나는 연애할 때 상대의 직업이라든가 외모라든가 덩치라든가 하는 걸 전혀 따지지 않는데, (그럼 뭘 따지냐!), 그래서 키가 작고 덩치도 작고 마르고 힘 없는 남자들.. 도 만났었다. 아니 대체적으로 대부분 나보다 다 약했다. 다른 건 상관없는데 체력이 나보다 약한 건 좀 싫더라. 나보다 술을 못마시거나 체력이 약하거나 하는 식이었는데, 내가 언제나 강한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던 걸로 봤을 때, 그건 그냥 로망일 뿐, 현실이 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연애를 하면서도 계속 재이슨 스타뎀을 사랑했던 것 같아....... 링크한 페이퍼에서 언급한 것처럼, 채닝 테이텀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안는 그런 모습을 나는 살면서 연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영화에서나 가능하지...


나는 약한 여자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나는 강한 이미지가 좋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했다. 서재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안젤리나 졸리냐, 라는 질문을 되게 많이 했는데, 나는 그때마다 강한 이미지가 좋아서라고 답했었다. 졸리는, 남자와는 아무 상관없이, 남자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이미지라서 너무 좋은 거다. 남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의 이미지를 준달까. 혼자 너무 강해서. 브래드 피트랑 결혼해 함께 살았지만, 그렇다고 졸리가 '브래드 피트의 아내' 라고 생각되어지는 건 아니었다. 졸리는, 졸리였다. 나는 그런 이미지가 좋았다. 누구누구의 아내, 여자친구, 애인, 이런 이미지 말고 그냥 나라는 강한 사람. 나 혼자서도 충분히 완벽한 사람. 그러니까 나는 지금 덩치가 작아지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닌데, 그래도 저거는 너무 궁금했다. 품에 쏙- 들어가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덩치만 커다란 남자에게 쏙 안기는 거 말고, 근육이 있어서 딱딱한 남자... 한테 쏙 안기는 거. 평생 안되겠지, 안될거야 아마, 라고 생각하며 로망으로 간직하고 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쩐지 눈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평범한 남자들한테 쏙 들어가보기 위해 내가 마른 여자가 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쨌든. 사람이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내 노력과 바람으로, 나보다 키도 훨씬 크고 운동을 즐겨해서 근육질이며, 등판도 아주 넓은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됐었다. 그는 나를 안기 위해서 약간 허리를 숙여야 했고, 나는 그의 품에 안기면 내가 작다는 착각을 하게 됐다. 아, 그렇다고 내가 가볍게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작다...는 느낌뿐. 사람이, 간절히 원하면 된다니까? 그런 남자를 몇 년간 따라다녔더니 가능해지더라.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내가 따라다닐 때는 그 남자가 그런 남자가 되어있을 줄 몰랐지만........나는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되고 당신은 채닝 테이텀이 되고......(응?)




음.....아만다는...너무했나.......

패쓰.


음..그나저나 요즘 너무 추억팔이 글을 쓰는군. 뭔가 진상 느낌이다. 그만해야지... 진상되는 건 시간문제야.....





지난 토요일에 일자산에 혼자 갔는데, 내가 항상 가는 입구의 숲에서 한 아저씨가 소변을 보고 바지를 추리고 있었다. 음.. 못본 척 하고 지나가려는데 바지를 추리면서 나를 보더라. 그래서 그 옆을 지나가려고 하는데, 내 앞에 한 3미터쯤 떨어져서는, 천천히 걷는 게 아닌가. 그런데 신발을 보니 슬리퍼를 신었더라. 저 사람은 슬리퍼를 신고 산에 가려는걸까. 어쩐지 찜찜해서, 나는 그 아저씨가 좀 더 오른 다음에 큰 차이를 두고 가려고 멈춰섰다. 거리를 많이 두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멈춰서자 아저씨도 멈춰서는 게 아닌가. 


뭐지?


이건... 뭐지?



저 아저씨는 저기 그냥 멈춘걸까? 내가 멈춰서 멈춘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그냥 빨리 걸어서 저 아저씨를 지나칠까? 생각했는데, 둘러보니 그 숲에는 그 아저씨와 나 둘뿐이었다. 그냥 지나칠까, 아니면 돌아서서 다른 길로 갈까.. 그냥 지나치려다가 저 아저씨가 나를 붙잡고 나쁜 짓을 하려고 하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 생기자, 나는 '그러면 졸라 패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살면서 한 번도 다른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는데, 어쩐지 졸라 팰 수 있을 것 같은 거다. 나를 건드리기만 해봐, 주먹과 발길질을 다 동원해서 졸라 패버리겠다!! 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그런데 한 번도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는데 그게 될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거다. 그리고 저 아저씨가 내 생각보다 힘이 세면? 아아..골치아프다. 나는 그냥 돌아섰다. 돌아서서 왔던 길을 내려가 다른 길로 갔다. 다른 길로 오르면서 계속 생각했다. 내가 그 아저씨를 때릴 수 있었을까? 나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의 마음이 있다고해서, 그게 됐을까? 그게 만약 됐다면, 경찰서에가고 가해자가 되는 건... 나겠지?




우엇.

시간이 이렇게 되었는지 몰랐는데 점심시간이네.

그만 써야겠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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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3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에 포도주 한병 사가지고 들어가야 겠습니다!!

다락방 2016-10-13 15:39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은 레스토랑으로 갑니다. 와인 마시러 ㅎㅎ
맛있게 드세요!!

에이바 2016-10-1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졸라 패면 되지 않을까?

맞아요. 그래서 저는 마동석의 피지컬이 너무 부러워요. 갖고 싶다, 이 남자의 피지컬....

헤헤헤 제가 좋아하는 번역가님의 목로주점을 읽으셨군요. 그렇잖아도 제가 썼던 목로주점 리뷰를 최근 다시 읽었거든요. 왠지 다락방님이랑 통한 것 같아요. 저는 열린책들 걸로 읽었는데 문동 버전으로도 봐야겠어요. 1권에 그 장면 나오던가요? 랑티에가 제르베즈네 밀고 들어오면서 그 유명한 대사 ˝셋이 살아요˝를 완성하는 장면이요. 거기서 더러운 세탁물이 집 여기저기 쌓이고 일터와 집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 제르베즈의 몰락을 상징한답니다..... 진짜 제르베즈 넘 불쌍하죠. 딸 나나는 더 해요. 에밀 졸라, 졸라 잔인한 사람.....

다락방 2016-10-13 15:41   좋아요 0 | URL
제 머릿속에서는 지금의 피지컬로 충분히 남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싸움의 기술도 모르고 경험도 전무하므로 단지 머릿속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일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아 에이바님 ㅠㅠ 스포일러 ㅠㅠㅠㅠㅠ 랑티에가 제르베즈에게 들어옵니까. 아 개같은 랑티에 ㅠㅠㅠ 넘나 싫으네요 ㅠㅠㅠㅠㅠ 이거 다 읽으면 나나도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렇지만 나나는 새로 사야한다는 게 함정..목로주점은 준비해둔지 한참 됐었거든요...

에밀 졸라, 졸라 잔인한 양반이군요. 졸라 졸라 너무하네요 ㅠㅠ

에이바 2016-10-13 15:56   좋아요 0 | URL
으악!!!!!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정말 저는 아무 생각없이 다락방님이 목로주점을 저처럼 다시 읽으신다고 생각했나봐요. 완전 바보야, 정말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 아 그거 정말 가슴 쥐어 뜯으면서 봐야하는데 아 송구합니다.... ㅠㅠㅠㅠㅠ 인간 짐승도 있어요. 목로주점에는 안 나오는 캐릭터인데 제르베즈 아들로요. 에밀 졸라도 봐야하는, 아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 많아 슬프고 행복해요.

다락방 2016-10-13 17:11   좋아요 0 | URL
[인간 짐승] 이 검색해보니 문학동네 115 번 도서네요. 이게 100번 안쪽이면 제가 가지고 있었을텐데...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엣헴, 제가 무슨 이벤트에 응모해서 1등해가지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0권을 받았지 않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랑자랑) 검색해보니 2014년의 일이네요. 히히히히히. 어쨌든 그래서 115번 인간 짐승은 안갖고 있다는 거... 흐음.

빨리 퇴근해서 목로주점 2권 읽고 싶은데 오늘은 술약속이 있어요. 그러면 못읽겠지... 내일이나 되어야 2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훌쩍. ㅠㅠ
에이바님의 댓글을 이미 읽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제르베즈가 이 남자들로부터 도망쳤으면 좋겠어요. ㅠㅠ

스윗듀 2016-10-1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잇ㅋㅋㅋㅋㅋ 졸라 패면 되지 않을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도 다락방님 페이퍼 너무 재밌어서 꼼꼼히 읽고 갑니다. 와인색 구두에 마음을 뺏겼쟎아여......뾰롱

다락방 2016-10-13 15:42   좋아요 0 | URL
하여간 저를 성적으로 건드리기만 하면 저는 졸라 팰 마음가짐이 되어있는 것입니다. 기술은 전무하지만 ㅠㅠ

빨간색 주문했는데 막상 온 거 보니 와인색이고... 쩝.
그렇지만 제가 누굽니까. 빨간색 새로 하나 또 샀죠!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노동자여, 마셔라!!

기억의집 2016-10-1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갑자기 저도 술이 댕기네요~ 배가 너무 나와 술 끊었는데...

정희진씨의 말에 공감해요. 전 정치이야기하다가 뭔 말이 막히면 난 보수야, 라고 뭉텅거려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들 보면 실망을 금할 길 없어요. 닭이 부정부패를 일삼아도 아, 난 보수라.... 젠장 여러 글 좀 읽고 살아라, 맨날 껄렁한 글만 읽지말고하는 말이 목구멍에서 차 올라요. 자신의 삶이 보수프레임 하나 걸리면 그게 인생 전부인지 알아요. 짜증납니다. 그래서 전 아주 요즘은 대놓고 난 진보야라고 말해버려요.

다락방 2016-10-13 15:44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저도 배도 나오고 턱도 두 개고 엄청 뚱뚱해져서 술을 좀 줄이자...고 생각은 하는데, 그 생각을 매일 생각만으로 그친다는 게 ㅠㅠ 하아 오늘도 술 내일도 술 모레도 술 글피도 술....

저도 정희진쌤 말에 엄청 공감하며 고개 끄덕였어요. 그리고 보수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여기에 주저앉지 않기 위해서 계속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책을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듣고 글을 쓸거에요. 우리 멈추지 말아요, 기억의집님. 우린 보수적이 되지 말자고요!!

Conan 2016-10-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아내와 사발면에 와인을 마셨습니다. 꿀이더군요^^ 와인에 사발면이 이렇게 맛있다니~
그리고 산에서 만나신 아저씨 그분도 무서우셨을수도 있습니다. 저도 가끔 외진길에 모르는 여자분이랑 앞뒤로 걷게되면 괜히 불안하고 무섭더라구요... 극소심 캐릭이라 그렇겠지만요 ㅠㅠ

다락방 2016-10-13 15:45   좋아요 0 | URL
저는 사발면과 술의 조합을 진작부터 즐기던 사람입니다. 으하하하하. 사발면과 맥주 조합을 가장 사랑하긴 해요. 그렇지만 와인이라고 왜 나쁘겠습니까. 사실 세상 모든 음식이 술안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여자분을 무서워하기도 하시는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소심해서든 아니든 간에요. 트라우마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고요.
저는 그 남자분이 거기서 다 드러나게 소변을 보고 바지를 추리는 걸 보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겁나진 않았을 것 같아요.

비연 2016-10-1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목로주점> 읽으려고 사둔 책인데.. 이런 대목들이 있군요. 언넝 읽어야겠다. 호기심 발동.
그나저나 오늘 와인 한잔 해야 하는 건가요? 으앙... 락방님이랑 와인 한잔 하고 싶어지네요, 문득.

다락방 2016-10-13 15:46   좋아요 0 | URL
비연님, 목로주점 너무 재미있어요. 비연님이 읽으신다면 읽다말고 페이퍼 작성하시게 될거에요. 아니, 똑같이 가난한 환경에 살고 있는데, 왜 남자들은 이토록 더 게으르고 더 찌질하고 더 폭력적인지... 한숨만 나와요. 여자들은 돈도 벌고 애도 키우고 그러다 얻어 맞고 남편 술값 대주고... ㅠㅠ

비연님, 우리도 언젠가 만나서 와인 한잔 하십시다!!

자몽 2016-10-1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 읽으셨군요~제르베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가 나오긴 하죠.그의 제안을 거절하는 제르베즈를 보면서 맘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고..

대학 동기 중에 키도크고 몸집도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자기는 아무래도 외국에서 통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고 한국 남자들 쳐다도 안보더니 결국 영국 남자랑 결혼했어요~
그것도 영국 남자가 한국까지 쫓아들어와서요~
다락방님을 채닝 테이텀이 사랑하게 될 수도 있어요. 백인들에게 동양 여자들 인기가 아주 좋은거 아시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다락방님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저도 오늘 저녁에 와인 한잔 해야겠습니다.


다락방 2016-10-13 16:21   좋아요 0 | URL
저 아직 목로주점 2권을 안읽었어요. 구제를 말씀하시는거죠? 1권만 읽어도 구제가 얼마나 괜찮은 남자인지 알겠더라고요. 제르베즈를 사랑하는 것도요. 뭐랄까, 영혼으로도 사랑하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저는 중학교때부터 결혼을 한다면 국제결혼할 거라고 늘 생각해와서 엄마한테, 나 외국인하고 결혼하면 어때, 라고 물었었어요. 수시로 물었네요. 어릴 때부터. 예전엔 안된다고 하던 엄마였지만, 요즘엔 외국인도 괜찮으니 좀 하라고...동거라도 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나이들고 계속 외국으로 여행다니는 건 무의식적으로 외국남자와 사랑하기 위해서일까요? 제 유머감각은 한국어로 통하는데... 제 매력의 진가를 발휘하려면 한국남자가 낫긴한데....

어쨌든 제가 결혼한다면 가급적 국제결혼 하도록 해볼게요, 자몽님. 진짜로요. 국제결혼 화이팅!!

Forgettable. 2016-10-1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졸라의 `나나`가 아마 이 제르베르의 딸인가 그럴겁니다. 졸라 책을 많이 써냈음 ㅋㅋㅋ

다락방 2016-10-13 17: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나나가 제르베즈 딸이에요. 제르베즈와 쿠포 사이의 딸. 목로주점 읽다 보면 딸을 낳고 이름을 나나로 짓는 게 나오는데, 거기에 각주로 나나의 주인공이 이 아이라고 되어 있음. 진짜 졸라 책 많이 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6-10-1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목로주점은 안 읽었고 나나는 읽었는데, 졸라의 소설은 다 연결되는군요...!
`작품`을 읽을 때 루공 마카르 총서를 몇십 년 동안 썼고, 그러기 위해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글을 썼다는 걸 보고 아아 독한놈... 이라 생각했었는데. 어릴(?) 때 읽었던 `나나`가 루공 마카르 총서의 일부였군요.(좀전에 검색해봤어요 ㅎㅎ)
근데 졸라 책은 진짜 너무 처절해서 뭔가 읽기가 겁납니다... 그래도 뭔가 묵직한 고전이 읽고 싶을 때 읽으면 좋더라구요~~
고구마 한 관 먹는 기분 각오하고 목로주점도 시도해 봐야겠어요...!

다락방 2016-10-14 08:1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목로주점 읽기 전까지는 졸라의 소설이 다 연결되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었어요. 그런데 연결된다고 하니 너무 궁금해지더라고요. 나나도 읽어봐야겠다, 생각은 하는데, 제르베즈의 삶이 너무나 힘겹고 나나의 삶도 딱히 더 나을것은 없을 것 같아서 연달아 읽으면 지칠 것도 같아요. 저는 일단 목로주점 다 읽고나면 좀 쉬면서 다른 책을 읽고, 나중에 나나를 읽어야겠어요. 안그러면 진짜 뻗어버릴 것 같아요. ㅠㅠ 너무 힘겨워요, 이 사람들의 삶이 ㅠㅠ

transient-guest 2016-10-1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읽고서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의 삶이란 어찌도 이렇게 팍팍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일이 생겨도 결코 지켜낼 수 있는 힘이나 개념도 없는, 그야말로 밑바닥의 삶이 깊이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돈이 생기면 그냥 다 먹는데 써버리고, 엉망진창으로 악연에서 헤어나지도 못하고...-_-: 제르베즈의 삶엔 연민 이상의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는 그런게 있습니다.

다락방 2016-10-14 16:56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2권 시작하지 않았는데, 1권에서도 충분히 가난한 자들의 팍팍한 삶이 드러나요. 이걸 어째야 하나 싶더라고요.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를 악물고 일해도, 쿠포처럼 일하다 부상을 입고나면 모아둔 돈 다 써버리는 거죠.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고...없는 사람들끼리 돈 빌리다가 안되니까 전당포에 맡기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멘탈을 지켜내며 살까요. 그러니 이들이 순간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뻗어버리고 싶은 게, 이해가 돼요. 구조적인 걸 바꾸지 않는다면 이 가난한 자들의 삶은 계속 대물림 되겠죠...

북프리쿠키 2016-10-1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또 읽어야되나.ㅋㅋㅋㅋㅋ

락방님의 페이퍼를 읽다보면

당대 석학들의 추천사보다 더 끌리니....

난감합니다 ㅎㅎ

또 질러야 됩니까~!!

다락방 2016-10-14 16:5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재미있습니다, 북프리쿠키님. 지르세요! 저는 다른 이의 지름을 말리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로자 2016-10-1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책 잘 받았어요. 책은 그제 경비실에 도착했는데 어제 늦게 찾아왔어요.
재미있게 잘 읽을게요. 고맙습니다~

방명록에 글이 잘 입력되지 않아서 여기에 글 남겨요^^

다락방 2016-10-14 16:5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받으셨을텐데..싶던 참이었어요.
잘 받으셔서 다행입니다. 즐겁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
 

아...크레마 사운드가 나왔구나.













음....

케이스랑 세트로 사면 

할인도 해주고, 마일리지도 주고, 이북 적립금도 준다고 하지만,

안녕..


나는 너대신 빨간 구두를 샀어. 오늘 온 걸 보니 와인빛에 더 가깝긴 하지만..


인연이 닿는다면 언젠가 우리가 만날 수 있게 되겠지.

설사 우리가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너무 아쉬워는 마.


오늘 아침 들은 노래는 '캐서린 맥피'의 <say goodbye>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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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2016-10-1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 노래 정말 좋네요.
아침에 트위터에서 보고 기억해두고자 제 블로그에도 링크걸었습니다.

다락방 2016-10-12 13:52   좋아요 0 | URL
좋다고 해서 가사 찾아봤네요. 들어봤자 도무지 들리지가 않으니...

쿼크 2016-10-12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더기보다는 신발이죠...ㅎㅎ.. 이번 사운드가 가격도 그렇고 좀 애매하다는게 기본 평이네요... 실사가 나와야 좀 명확해질듯.. 안녕 사운드... 저는 계속 샤인 이용해야겠어요.. ㅎ

다락방 2016-10-12 13:5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10만원을 넘다니... 좀 저렴하면 사는 쪽으로 기울 수도 있겠는데...신발 사기를 잘한 것 같아요. 신발도 백프로 마음에 드는건 아니지만 ㅠㅠ

blanca 2016-10-1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빨간구두라니요. 찻샷 보고 싶어요. 그리고 크레마..흑 이쁘당...엉엉

다락방 2016-10-13 12:06   좋아요 0 | URL
착샷은 오늘자 페이퍼에 있습니다. 블랑카님의 댓글 때문에 저런 샷을 찍었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6-10-1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크레마나 킨들 중에 사고 싶은데, 저는 이북 읽는걸 별로라 해서 아직은 구입하지 않고 있는데.
신상 나왔다고 하니까 솔깃하네요~~

저도 그 빨간 구두가 보고 싶네요. 빨간 구두 아가씨~~^^

다락방 2016-10-13 12:07   좋아요 0 | URL
저는 마음을 비웠어요, 크레마에 대해서는... 이러다 언제 또 불쑥- 갖고 싶은 욕망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오늘자 페이퍼에 빨간구두 착샷이 있습니다. 아하하하하.

고양이라디오 2016-10-1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네요. 노래 잘 듣고 갑니다~ㅎ

다락방 2016-10-14 16:57   좋아요 1 | URL
엄청 이쁘죠! 저도 저 영상 보면서 머리 저렇게 자를까...라고 2초간 고민하다 포기했어요. 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10-14 18:05   좋아요 0 | URL
헤어스타일이 정말 이쁘다고 생각했어요. 왜 포기하셨어요ㅎㅎ??

다락방 2016-10-14 18:29   좋아요 1 | URL
얼굴이 달라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10-14 18:32   좋아요 0 | URL
웃다가 흠칫했습니다ㅎ 우문현답입니다. 각자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 있으니까요ㅎ

감은빛 2016-10-16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교정 보느라 늘 컴퓨터로 글을 읽는 입장에서,
책은 종이로 읽고 싶어요.
책마저 전자파일로 읽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 참 좋네요. 여러번 반복해서 들어요.

다락방 2016-10-17 10:55   좋아요 0 | URL
오, 감은빛님도 이 노래를 좋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금두껍 2016-10-1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전자책이던 스마트폰이던 종이책이던 몰입으로 빠지면 전부 신기한 곳으로 갈수있어요.

다락방 2016-10-17 10:5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낯선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주지요. 그래서 책읽기가 재미있어요.
:)
 

가끔 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서점을 찾아가서는 아무 시집이나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계산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읽곤 했다. 그러나 시를 잘 읽을줄 모르는 나는, 그렇게 산 시집들이 마음에 들었던 적이 별로 없다. 시집보다는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걸 보면, 나는 직접적으로 말해줘야 알아채는 사람인가...싶다. 시를 못 읽는다고 알라딘에서 한 이천번쯤 얘기한 것 같은데, 어쨌든 마음에 드는 시집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내 방 책장에서 시집에 꽂힌 칸은 딱 한 칸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가장 작은 칸이다. 올해 봄이었나, 친구들을 만나기로 하고 서점에 가서 시집 세 권을 샀었다. 친구들에게 주기 위해 내가 좋았던 시집 두 권과 내가 읽을 시집 한 권. 순전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라들었고, 또 이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팔지도 않고 내 방 책장에 꽂아둔 시집.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아.. 제목이 너무 좋지 않은가! 이 시집은 진짜 제목만으로 책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시집들에 비하면 너무나 후한 대우다. 요즘 가을이라 그런지 너무 시가 읽고 싶었고, 그래서 어떤 시집을 사야하나, 서점에 가야겠구나, 생각하다가, 이 좋은 제목을 갖고 있는 시집을 다시 펼쳐보자, 하는데 생각이 미쳐서 오늘 출근길에 꺼내왔다. 기존에 한 번 훑어봤던 시집이라 몇 군데가 접혀 있었다. 




검은 구름은 모두가 검은 구름이다



일월에, 한 번도 마음먹지 않았던 어떤 대륙으로 떠날 것 이라고

당신은 말한다 그곳에서 당신 머리 위로 한 뼘씩은 떨어진 키를 가진 사람들이 아무런 무기라도 허리춤에 차고 다닐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극지방으로부터

사십 도만큼 추워져서 나타났던 것처럼

당신은 다시 어떤 간극을 짊어지고 떠나는 거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우리의 온도와 시간은 그런 것이라고



나무 무늬를 가진 시멘트 벤치에

당신은 조용히 앉아본다

당신은 언제나 그런 틈에서 말하고 있다

그렇듯이

당신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시간들을 이리저리 공글려본다

그건 침묵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저물녘 사람들의 발검음 속도를 찬찬히 바라보며

엊저녁 잃어버린 시집을 되읊으며

도무지 안 되겠다는 듯이 커피를 마시는 것

이외의 아무것도



그렇듯이

당신은 떠난다고 말한다

연무로 뒤덮인 당신의 시야에도 이젠 무거워진 물방울들이

하나씩 지상으로 와 닿는지

오토바이를 타고 커다란 대륙을 떠돌거나

아르헨티나로 가서 춤추는 택시 기사가 되기를 원한다

아주 느리고 풍족할 것이라고 당신은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



이윽고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파도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아마도 그렇다고




.........일월에, 한 번도 마음먹지 않았던 어떤 대륙으로 떠날 것 이라고, 만 읽고 왜 이 부분을 접어뒀는지는 알겠는데, 다 읽고나니, 1행 말고는 이 부분을 접을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 과연, 제목만으로 이 시집을 책장에 두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일까?


저 근사한 제목을 갖고 있는 시를 찾아 읽어보았다.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1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당신은 말한다 조용한 눈을 늘어뜨리며


당신은 가느다랗고 당신은 비틀려 있다


그럴 수 없다고, 나는 말한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가만히, 당신은 서 있다 딱딱한 주머니 속으로

찬 손을 깊숙이 묻어둔 채 한동안 오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것이다

행인들에게 자꾸만 치일 것이고

아마도 누구일지 모르는 한 사람이 되돌아오고

따뜻한 커피를 건넸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겨울이 갔던가



2

오늘은 고통과 죽음에 대한 장을 읽고 있다

이 책을 기억하는지

연필로 한 낙서를 지우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한 내게

겨울에, 당신은 묻는다 아무래도

이 책의 삼십칠 페이지에 있는 글씨가 내 글씨 같다고

안녕? 페이지 숫자가 마음에 든다



3

편도를 타고 가서 돌아오지 말자.

옆 에티블에서 젊은이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말들 끝에 찻잔을 비우고 헤어진다

희미한 그림자들로 어떻게 

대낮의 거리 한복판을 버티어낼까 망설이며

길 끝으로 사라져가고 있을 것이다



4

어느 거리에선가,

당신은 누구일지 모를 한 사람을 만날 것이다

가느다랗고, 비틀리는 누군가를

그리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나는 언제고, 우리 집에 와서 잘래요?, 를 말해보고 싶은데, 시에서 말하는 뉘앙스와 내가 생각하는 뉘앙스는 다른 것 같다. 시집의 제목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것도, 은밀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최근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라고 생각했다가, 바로 다음 날,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일까? 하고 의심하게 됐던 일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러니까, 이 시집을 제목만으로 책장에 두어야 할까. 

그렇지만, 이 시에서 가장 좋았던, 이런 부분들이 있어서..




마르고 파란



아무튼 간에 너의 목소리가 나직나직하게 귀에 걸려 있다

우동 먹다 말았어


자동차도 고치고 담배도 피우고 그러던

마르고 파란 셔츠를 입은 사람이라니,

이런 묘사는 너무 외로워


*


처음엔 모든 게 크고 멋진 일이지만

나중엔 그런 것들도 그저 무심하게 흘러가는 거라고

쓸쓸히 말하던 사람도 있었지

그러니, 부디 잘 살아달라고 당부하던

마르고 파란 셔츠 입은 사람을 묘사하는 너에게

그 말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

헤어진 애인처럼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


*


우리 사이에 남겨진 말들이 지나치게 문학적이라고 생각해

쓰지 않는 그것들을 살아가는 것으로 대신할 줄 아는 너를,


*


너를 

당장에 찾아가려 했어

그렇지만 잠깐 멈춰서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달려가고 있다, 너에게


자동차도 고치고

담배도 피우고 그러던

마르고 파란 셔츠를 입은 사람을 알고 있는

어떤 당신들에게





그러니까 저기, 너를/당장에 찾아가려 했어/그렇지만 잠깐 멈춰서/조금 마음을 가다듬고/달려가고 있다, 너에게, 라는 부분이 참 좋지 않나. 누군가를 향해 간다는 것, 너무 근사하잖아. 나는 나에게로 뛰어오는 모든 남자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졌었지만, 뛴다는 건, 늦었다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갑자기, 지금 이 순간, 들었다. 아주 오래전에, 나에게 줄 책을 서점에서 고르다가 늦어져버린 남자, 그 남자가 내게 뛰어오던 생각이 나서, 잠깐, 가슴이 따끔, 하고 찔리는 것 같았지만, 자, 다시 툴툴 털고 이 아침을 맞이하자. 나는 기억력이 나쁘고 머리도 나쁜데, 왜 어떤 기억들은 이다지도 선명할까. 이렇게 다시 그 때가 된듯이 눈앞에 또렷하게 보여질까. 그리고 그게 보여지면, 왜 나는 어김없이 그때의 내가 될까.



아니야,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오늘 아침 출근길. 집 앞에서 무단횡단을 했다. 건너편의 버스를 타야 했는데, 횡단보도까진 너무 멀어서... 나는 곧잘 여기서 무단횡단을 하곤 했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자경찰이 내게로 다가와서는, 선생님 무단횡단한거 본인이 인정하시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라고 했다. 지금 집중단속 기간이라며, 경찰이 앞에 있는데 그렇게 무단횡단 하시면 어떡해요, 한다. 아니, 경찰 못봤는데? 당신 숨어 있다가 툭 튀어 나온거 아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로 그가 요구하는대로 그 앞에 서서 묻는 말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딱지를 끊게 되다니, 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긴데, 결국 내가 타고자 했던 버스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나는 조그맣게, '저 버스 타려던건데...'라고 나를 내버려두고 출발하는 버스를 안타깝게 바라보았지만, 남자 경찰은 얄짤없이, 아무리 급해도 무단횡단 하시면 안되죠, 하는거다.


남자 경찰은 나보다 한 십년은 젊어보였고 아주 키가 컸고 잘생겼다. 나는 그 짧은 순간에, 아주 오래전에 본 프로그램 <사랑학개론>을 떠올렸다. 시청자들의 사연으로 재구성해 콩트를 만든 프로그램이었는데, 신동엽과 이영자가 남녀주인공으로 나왔었을 거다. 그 프로그램이었는지는 정확하진 않지만, 어쨌든 극속에서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연락처를 주는 상황. 그 후에 경찰은 그 연락처로 여자에게 연락을 해서는, 그 때 딱지뗐던 경찰인데 혹시 괜찮으시면 한 번 만나지 않겠냐.....뭐 이렇게 돼가지고 그 경찰과 연애하고 결혼했다.......는 사연이었다. 갑자기 이게 똭- 생각나면서, 아아, 이 경찰이 결국 내게 연락하고 접근하는 건 아닌가................하는 미친 생각이 떠오른거다. 아아, 나는 이렇게 경찰과의 연애를 시작하는걸까........ 경찰은...... 내가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지만.....나는 연애상대의 직업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으니까, 자기 밥벌이만 하면되지......같은 생각을 그 짧은 순간에 다 하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남자 경찰은 신분증을 달라고 요구했고, 나는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주면서, 아아, 미친 생각이었다, 라고 생각했다. 신분증을 보는 순간 내 나이를 알테고, 아아, 자기가 접근할 수 없는 나이차라고 생각했을 거야...........내가...........나이가 너무 많지? 당연히 결혼했다고 생각하겠지? 아무리 예뻐도 안된다고 자기 허벅지를 찌르겠지? 입에다 주먹을 넣고 꺼이꺼이 울겠지? 미안............조금 더 일찍 태어나지 그랬니.................... 


전화번호까지 물어봐서 아름답게 알려줬다. 외우지마..................당신은 너무 어려요................................lol






4-5만원정도 하지 않을까, 하고 떨고 있었는데 2만원이다. 휴..그나마 다행이다. 남자 경찰은 내게 '앞으로 무단횡단 하지 마세요' 라고 말했고,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버스정류장에 갔다. 내가 무단횡단 한 곳은 사실 사람들이 주로 무단횡단 하는 곳인데(유혹이 엄청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내 뒤로 다른 남자가 또 걸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경찰은 그쪽으로 가서 '선생님 무단횡단 하셨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아저씨는 봐달라고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난......봐달라고 안했어. 쿨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그래서 돈이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내게 일어난 일이 너무 웃겨서 자꾸 웃음이 났다. 아빠한테도, 친구들한테도, 동생들한테도 이 사실을 다 말했는데, 아빠는 쪼르르 엄마에게 이르셨고.... 그 이른 아침에 엄마로부터 톡이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도 별 수 없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나저나 울엄마는 나를 이렇게 알고 있구나. 불의를 못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웬걸, 친구로부터도 톡이 왔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 이런 이미지였나..바른생활 이미지...................음...나는 드세고 강하고 지랄맞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은데.................바른생활 이미지인가........................이미지란 무엇인가...이매지의 친구인가..............



당분간 무단횡단은 하지 말아야겠다...



그나저나 내가 술약속도 안잡을 정도로 이번달에 경제상황이 안좋은데, 이런 딱지라니........ 하아- 오늘 아침 커피 사마시고 싶었는데, 그래서 텀블러도 가져왔는데, 하아- 앞으로 일주일간 커피를 사마시지 말아야 똔똔 되겠구나, 생각하다가, 아 몰라, 그냥 마셔마셔, 하고는 까페에 들어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샀다. 마셔, 마시자!



좀전에는 친구로부터 기프티콘이 왔다. 메세지를 열어보니 돈 없으면 집에 가서 치킨이나 먹으라며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친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범칙금 으로 먹는다고 생각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센스쟁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2만원 송금해야지.......안녕, 2만원. 안녕, 젊은 남자 경찰.....우린 다음 생에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때 내가 당신에게 말할지도 모르죠.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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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6-10-1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집에서 좀 자게 둘 수 없나요? 자려고 했는데 이건 너무 재밌잖아욧.ㅜ ㅜ

다락방 2016-10-12 13:53   좋아요 0 | URL
지금쯤 한창 주무시고 계시려나요. 제가 거의 아침에 페이퍼를 쓰니까 언제나 달걀부인님께 굿나잇 인사만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스윗 드림~ ㅎㅎ

yureka01 2016-10-1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커 장사 길목이었군요..ㄷㄷㄷㄷ

다락방 2016-10-12 13:53   좋아요 1 | URL
집중단속기간이라는데 숨어있었던 것 같아요 ㅠㅠ

감은빛 2016-10-1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금액이 적어 다행이지만, 그래도 많이 기분 나쁘셨겠어요.
요즘이 집중단속 기간이군요.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무단횡단을 하는 곳이라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나요?
저는 일정 구간을 시범적으로 횡단보도를 아주 길게 만들어서
보행자 신호를 아주 길게 줘서 차량 사이로 사람들이 길을 건너는 상상을 가끔 합니다.
물론 현실화하기 어려운 면이 반드시 있겠지만요.

저도 오늘 아침 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무단횡단 했어요.
거기도 진짜 많은 사람들이 무단횡단 하는 곳이예요.
우유 판매하는 아줌마도 카트를 밀며 함께 무단횡단 했죠.
도로가 너무 차량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다른 상상력을 펼칠 여지가 없지만,
자동차 중심의 생활을 조금 의심하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대안이 가능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16-10-12 13:54   좋아요 0 | URL
오전에 2만원 송금했어요. 송금하기전에 좀 아까웠지만 ㅠㅠ 그래도... 어차피 낼거라면 빨리 내자 싶어서 냈어요. 휴.. 앞으로 무단횡단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는데, 오늘 거기 서있다가 잡았으니 내일은 안 서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흐음...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야겠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6-10-1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주위에는 왜 이렇게 좋은 사람도 많고, 재미있는 일도 많고, 그리고 잘생긴 남자도 많은 건가요? ㅋㅋㅋ
일단 오늘까지는 기다려보기로 하죠, 연락이요.
키크고 잘생긴 남자 경찰....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10-12 13:56   좋아요 1 | URL
다른건 다 맞는데 잘생긴 남자가 많다는 건 단발머리님의 크나큰 오해입니다!!!!!!!!!!!! (느낌표 백 개)
제 주변에 잘생긴 남자 1도 없고요, 여태 연애한 남자들도 죄다 잘생긴것과는 거리가 정말, 정말 멀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아침 경찰은 드물게 보는 키크고 잘생긴 청년이었던 겁니다. 이걸 확실히 해두고 싶습니다. (단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10-12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에 홀려서.....

손을 번쩍 들고 `네`라고 말하고 싶어서.....

다락방님 집에서 자면, 동생 분하고 같이 자야 하는 거죠??


신촌 역 앞 서점이 있던 시절, 제가 미스코리아 출신 여자친구를 만났더랬죠.

홍익 서점이었던가요? 그 앞에서 여자친구가 무단횡단하다 경찰한테 걸렸던 적이 있었답니다.

아니, 어디 숨어 있었던건지. 이럴때만 어찌나 신출귀몰하신지들.

그 사건을 계기로 결국 인연이 깨지고 말았네요.

이래서 제가 짭새들만 보면 불끈하는지도. ㅋ



다락방 2016-10-12 13:57   좋아요 0 | URL
미스코리아 여자친구라니 ㅎㅎㅎ 어쩐지 소설의 소재같아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한 번 써보시는 건 어떠세요? 김연수도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썼으니(응?), 시이소오님도 [미스코리아 여자친구] 로 써보세요!!!

시이소오 2016-10-12 14:17   좋아요 0 | URL
그게 상을 받은게 아니라 참가만 한거라. ㅋ그래도 공중파 아침리포터를 했었죠. 같이 다니면 남자들 죄다 눈돌아가고. 대학생 신분으로 도무지 사귈수 없는 여자였습니다.

소설은 락방님이 아니 에르노처럼 써주세요. ^^



비공개 2016-10-1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왠지 소설을 한편 읽은 기분이예요.
범칙금때문에 커피드실 때 망설이신 건 맘이 아프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이 아침 이렇게 유쾌한 글을 읽게 되어 감사하네요. ^^
액땜하셨으니 앞으로 대대손손(?) 좋은 일만 있으실거예요~~

다락방 2016-10-12 13:58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앞으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진짜. ㅎㅎ
아침 일도 딱히 나쁜 일은 아니었어요. 좀 웃겼어요. 커피는.. 아마 내일도 사마시게 되겠죠. 이래서 저는 늘 궁핍한 생활을 하게 되고.....Orz

치니 2016-10-12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어머니, ㅋㅋㅋㅋㅋㅋ 너도 별 수 없군에서 완전 빵 터졌네요.

다락방 2016-10-12 13:58   좋아요 0 | URL
저도 저거 보고 완전 빵터졌어요. 너도 별 수 없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6-10-12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경찰이 끊어준 범칙금이 이렇게 가슴 설레는 무언의 증표같은 쪽지였다니???
2만원을 기쁘게 내어줄 수 있는 능력!!! 빵 터졌지만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 정말 본받고 싶어요^^
그리고 어머님의 다정한 멘트!!
친구의 쎈쓰~~^^
정말 다락방님의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아요 많이 많이 부러워요^^

다락방 2016-10-12 14:00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내일 전화오면 어떡하죠?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 이러면서 남자 경찰한테 전화오면....저는 일단 만나기는 만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나서 잘 타일러 볼게요. 누나는 나이가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준 기프티콘으로 치킨 먹을 생각에 설레어요. 이런 게 행복인가 봅니다... ㅎㅎㅎㅎㅎ

자몽 2016-10-12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운전하다 동네에서 신호 위반으로 자주 걸하는지라..남일 같지 않네요.
처음 몇번은 딱지 끊길때 소심하게 끊어주는대로 있었는데 지금은 경찰에게 왜 숨어있냐고 따지기도하고 싼거로 끊어달라고 버티며 운전면허증 안주다가 경찰서에 끌려갈뻔 한적도 있어요~아주 진상 아줌마가 따로 없죠?ㅋㅋ 구청 홈페이지에 억울하다고 글도 올려요~
이런 저도 잘생긴 교통 경찰을 만나면 고분고분해질 수 있을까요??

다락방 2016-10-12 14:01   좋아요 0 | URL
저희 엄마도 무단횡단으로 한 번 걸렸는데 싹싹 빌어서 딱지 안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못빌겠더라고요. 돈 내고 말지, 하는 생각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처음이라 그런걸까요. 저도 반복되면 빌게 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커피값이 걱정이네요. ㅠㅠ

AgalmA 2016-10-12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라면먹고 갈래요? 등 다양한 어휘를 계발하게 된 것이었다 뭐 그런ㅎㅎ....
다락방님은 딱지 끊고 갈래요? 표현이 하나 더 생기신 듯? 아, 너무 무식하고 야한 표현 같기도;;; 이해 바랍니다. 어른끼리. 아니, 이런 꼰대같은 말버릇 어디서 배워가지고!

다락방 2016-10-12 16:35   좋아요 2 | URL
딱지 끊고 갈래요? 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쩐지 야하게 느껴지는 건 왜때문일까요. 그런데 저 야한 거 좋아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무릇 성인여성이라면 야한 걸 좋아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착해.....침착하자.
침착할게요...

에이바 2016-10-1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이 새벽에 읽네요. 저 시 너무 좋아요.

오늘은 고통과 죽음에 대한 장을 읽고 있다
이 책을 기억하는지
연필로 한 낙서를 지우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한 내게
겨울에, 당신은 묻는다 아무래도
이 책의 삼십칠 페이지에 있는 글씨가 내 글씨 같다고
안녕? 페이지 숫자가 마음에 든다

다락방 2016-10-13 12:08   좋아요 0 | URL
오, 에이바님이 좋아하셔서 저는 무척 기쁩니다. 보람을 느낍니다. 이런 것은 올리브 키터리지 에서 올리브가 말했던 `작은 기쁨` 인가 봅니다. 히히히히히

에이바 2016-10-13 13:2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글을 읽고서 시집을 장바구니에 넣고 시인 이름을 기억해뒀거든요. 방금 네이버 블로그에서 독자 사연을 보고 시인이 쓴 시를 봤어요. 신기해요. 다락방님께도 알려드리려고 웹주소를 가져왔어요.

http://m.blog.naver.com/minumworld/220833574899

다락방 2016-10-13 17:15   좋아요 0 | URL
에이바님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니, 시집에서 읽었던 어떤 시보다 더 좋은 시가 거기에 있네요. 특히 마지막 연이 아주 좋아요. 무척 좋아요.


젖은 땅에 선 당신의 얼굴
그해 여름이었어요
좋았다고 이야기하게 될,

2016-10-13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10-13 12:09   좋아요 0 | URL
오, 우리 집에서 자고가도 좋네요. 좋다... 멋져요 ♡

저도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도 상상해보고 저렇게도 상상해보고 한 번 상상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연결시키고 막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과학상상화 이런 거는 못그렸는데 연애 이야기는 이천개도 넘게 상상할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10-14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어쩜 이렇게 글을 재밌게 잘 쓰시나요ㅎ 전 흉내도 못내겠습니다ㅎ 다락방님 바른생활이미지셨군요ㅎㅎ

다락방 2016-10-17 10:55   좋아요 1 | URL
글을 재미있게 잘 쓸 수 있는 건 제가 재미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님이 다른 사람 흉내를 왜 냅니까. 고양이라디오님은 고양이라디오님 이신데요. 우리 각자의 매력과 특성을 살려서 오래오래 사이좋게 글친구로 지내요. 히힛.

고양이라디오 2016-10-14 18:35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대학시절까지) 저도 꽤 나름대로 재미있는 사람이었고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너무 책만 읽어서 그런지 진지충이 되버린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지루한 사람이 되어버렸어요ㅠㅋ

다락방님의 글들을 읽고 `나도 근래에 재미있었던 일을 글로 써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쓸게 없더군요ㅠ,ㅠ 다음에 재미있는 일 생기면 글로 써봐야겠습니다^^

오래오래 사이좋은 글친구로 지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