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호박전을 만들면서 와인을 마셨다. 다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그리고 참치전도 했다. 우하하하. 그렇게 와인 한 병을 다 비웠다. 만세!
그러니까 내가 와인을 마시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다 술을 마시게 될텐데 수요일까지 마시면 안되잖아, 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마트에 들러 와인 한 병을 사가면서(돈이 없어서 요즘엔 쟁여두질 못하고 있어 ㅠㅠ), 이건 지금 마시려고 사가는 게 아니고 언제 마시고 싶을지 모르니까 사두는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었다.
그렇지만...그렇지만......나는 노동자이므로 와인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는 와인을 마셔야한다고, 제르베즈가 말했기 때문이다. 쿠포가 말했기 때문이다.
알코올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그녀를 엄습했다. 포도주는 용납할 수 있었다. 그건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주는 해악일 뿐이었다. 노동자들에게서 일할 의욕을 앗아가는 독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 나라에서는 왜 저렇게 해로운 것들을 만들도록 내버려두는 것일까! (p.306-307)
오! 신이시여! 예수회교도들이 뭐라고 하건 아무 상관 없었다. 포도주는 진정 놀라운 발명품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초대객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노아는 분명 함석공과 재단사, 그리고 대장장이를 위해 포도나무를 심었을 것이다. 포도주는 몸을 깨끗이 정화해주고, 노동의 노고를 달래주며, 아무런 의욕이 없는 이들에게 자극제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런 다음 어릿광대가 당신에게 묘기를 부리기라도 하면, 당신은 우쭐해져서는 파리가 온통 자신의 것인 양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부자들에게 괄시받는 지치고 가난한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는 것도 모두가 포도주 덕분이다. 그런데 단지 인생을 좀 더 장밋빛으로 느끼고 싶어 가끔씩 술에 취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야박한 처사가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p.345-346)
그러니까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고 있었고, 와인은 그냥 샀을 뿐이고, 나는 술을 안마시려고 했었고...그런데 자꾸만 포도주는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술이라는 제르베즈의 말이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에에에에에에에속 생각나는 거다. 내가 마시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잠들기 전까지 노동자는 포도주를 마셔야 해, 라는 생각만 할 것 같아서, 이럴 바에야 마셔버리자, 라고 결심하고 행동에 돌입했다. 진짜 이 책에서 포도주 예찬만 하지 않았어도 내가 어제는 술을 안마시려고 했는데, 책은 이렇게나 해롭다. 나도 오늘 오늘치의 노동을 충실히 했고, 그러므로 포도주를 마실 자격이 있잖아. 나의 노동에 대한 보답으로 나도 마셔야 하잖아. 아, 에밀 졸라 아저씨.... 왜 그러셨어요.... 오, 졸라, 졸라여!!
아니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제르베즈의 삶이 너무나 힘겹고 고달파서 내가 읽다가 자꾸 빡이 친다. 아이 둘을 낳고 함께 사는 남자는 돈 벌 생각 1도 없이 술 퍼마시고 바람을 피다가 어린 아이들 놔두고 아내가 빨래하는 사이에 짐싸서 도망쳐버리고, 그 다음에 끈질긴 구애로 결혼하게 된 남자는 몇 년 성실하고 착한 남편의 모습을 보이더니, 일하다 부상을 당해 일하지 않는 삶을 좀 살아보고는, 그 뒤로 쭉- 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 일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알아버린 몸.... 이 새끼야, 너가 먹고 마시는 돈을 그래서 니 아내가 다 벌고 있잖아...일 안하고 놀기만 하면 편하다는 거, 그거 누구나 다 알아........ 나도 선택가능하다면 그걸 선택하고 싶다고. 그렇지만 먹고 마시고 공부해야 하잖아. 니가 먹고 마시는 거는 니가 알아서 해결하란 말이야. 아아 너무나 빡이치는 것.... 게다가 미친듯이 열심히 살아 모아둔 돈은 남편 부상으로 인해 다 써버리고 이제는 빚도 못갚고, 나중엔 제르베즈의 생일파티를 한다고 전당포에 반지를 맡기는 상황까지 이르는데....이게 지금 내가 읽은 1권의 내용이다. 근데 1권 끝에 몇 년전 다른 여자랑 바람나서 도망쳤던 남자가 제르베즈를 찾아왔어...아 이 새끼들 진짜 가지가지하네 ㅠㅠ
이 책에서 에밀 졸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다 보여주는데, 아 진짜 내가 다 힘들어서 못읽겠다. 가난하기 때문인건지, 그러니까 여유없이 빡빡한 삶에 대한 고단함, 으로 인해서인지 사람들의 삶이 너무 힘겹다. 여자들을 때리는 남자들도 많고, 자기 아내 앞에서도 다른 여자들을 주물럭 거리는 남자들도 수두룩해. 오죽하면 제르베즈의 소망은 맞지 않고 사는것일까. 개놈들...
그녀는 일밖에 모르던 그녀의 어머니를 많이 닮아 있었다. 20여 년 동안 그녀의 아버지 마카르에게 가축처럼 부림을 당하다 고통스럽게 죽어간 어머니였다. 제르베즈는 아직 날씬한 편이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지나는 길에 어개로 문이라도 부술 수 있을 만큼 건장한 체격의 여성이었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몹시 좋아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어머니를 빼닮았다. 심지어 다리를 약간 저는 것조차 불쌍한 어머니한테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걸핏하면 어머니에게 폭행을 가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술이 억병으로 취해 돌아온 밤이면 팔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거친 애정 행각을 벌이곤 했다는 얘기를 제르베즈에게 수없이 들려주었다. 그녀 역시 그런 날 밤에 만들어진 게 분명했다. 다리 한 짝이 덜 발달된 채로. (p.68)
"난 말이죠, 욕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랍니다. 별로 바라는 게 없어요……내 꿈은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침대, 식탁 그리고 의자 두 개, 그거면 충분해요……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좋은 시민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죠……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맞지 않고 사는 거예요. 내가 만약 다시 결혼을 한다면 말이죠. 그래요, 다시는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그게 다예요, 정말 그게 다라고요……" (p.72-73)
이들은 미친듯이 일하지만 가난하고 그들이 사는 동네 역시 허름하다.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엄마한테 '나가 죽어라'는 소리도 듣고, 아빠가 엄마를 죽일듯이 패는 걸 아주아주 어릴 때부터, 갓난 아이일 때부터 본다. 이런 환경에서 쭉 살면서, 그곳을 벗어나는 삶을 사는 게 가능할까. 이래서 버트런트 러셀 아저씨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모두가 네 시간 노동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거다. 모두가 다 함께 네 시간 노동을 한다면, 실직자도 없을 것이며 모두에게 비슷한 경제적 상황이 생길 것이고, 모두가 여유롭게 살 수 있어서 폭력과 기아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아니면 얼마전 강연에서 정희진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틀 일하고 이틀 놀고 이틀 공부하는 거다. 정희진 쌤은 공부를 멈추지 말라고 하셨다. 공부하지 않으면 사람은 보수적이 돼요, 라고 하시면서. 나는 그 말에 적극 동의하는 바, 이 가난한 사람들이 이틀 일하고 이틀 놀면서 이틀 공부한다면, 그렇다면 폭력과 기아, 끔찍한 환경으로부터도 멀어지지 않을까...
제르베즈가 결국은 마음 편하게 해주는 남자를 만나 좀 덜 일하고 좀 덜 고생하고 그리고 사랑 받고 웃으면서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죄다 걸리는 게 이런 개놈들일까, 라고 생각하다가, 그건 그냥 개놈이 좀 많기 때문이며 괜찮은 남자를 찾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나는 내렸다. 이건 진짜 사실이다. 특히, 제르베즈가 살던 그때, 그곳에는.
아...또 광분해서 썼네..... 쩝......그냥 포도주 얘기 할라 그랬는데.......( ")
어제 친구와 포옹에 대해 얘기했다. 친구는 몸이 착 들어맞는 느낌을 주는 근사한 포옹이란 것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내가 몹시 작게 느껴지는, 품 안에 쏙 들어가는 포옹에 대해 말했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내가 작게 느껴지는 포옹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내가 실제로 작아지고 싶은 게 아닌, 작게 느껴지는 포옹. 나는 이걸 예전에도 한 번 페이퍼에 언급했었는데 (난 참 사람이 한결같다니까.. http://blog.aladin.co.kr/fallen77/3508120), 내가 키가 큰 건 아니지만 덩치가 아주 커서, 웬만해서는 남자들 품에 쏘옥- 하고 들어가는 여자사람이 아닌 것이다. 나는 연애할 때 상대의 직업이라든가 외모라든가 덩치라든가 하는 걸 전혀 따지지 않는데, (그럼 뭘 따지냐!), 그래서 키가 작고 덩치도 작고 마르고 힘 없는 남자들.. 도 만났었다. 아니 대체적으로 대부분 나보다 다 약했다. 다른 건 상관없는데 체력이 나보다 약한 건 좀 싫더라. 나보다 술을 못마시거나 체력이 약하거나 하는 식이었는데, 내가 언제나 강한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던 걸로 봤을 때, 그건 그냥 로망일 뿐, 현실이 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연애를 하면서도 계속 재이슨 스타뎀을 사랑했던 것 같아....... 링크한 페이퍼에서 언급한 것처럼, 채닝 테이텀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안는 그런 모습을 나는 살면서 연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영화에서나 가능하지...
나는 약한 여자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나는 강한 이미지가 좋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했다. 서재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안젤리나 졸리냐, 라는 질문을 되게 많이 했는데, 나는 그때마다 강한 이미지가 좋아서라고 답했었다. 졸리는, 남자와는 아무 상관없이, 남자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이미지라서 너무 좋은 거다. 남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의 이미지를 준달까. 혼자 너무 강해서. 브래드 피트랑 결혼해 함께 살았지만, 그렇다고 졸리가 '브래드 피트의 아내' 라고 생각되어지는 건 아니었다. 졸리는, 졸리였다. 나는 그런 이미지가 좋았다. 누구누구의 아내, 여자친구, 애인, 이런 이미지 말고 그냥 나라는 강한 사람. 나 혼자서도 충분히 완벽한 사람. 그러니까 나는 지금 덩치가 작아지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닌데, 그래도 저거는 너무 궁금했다. 품에 쏙- 들어가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덩치만 커다란 남자에게 쏙 안기는 거 말고, 근육이 있어서 딱딱한 남자... 한테 쏙 안기는 거. 평생 안되겠지, 안될거야 아마, 라고 생각하며 로망으로 간직하고 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쩐지 눈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평범한 남자들한테 쏙 들어가보기 위해 내가 마른 여자가 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쨌든. 사람이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내 노력과 바람으로, 나보다 키도 훨씬 크고 운동을 즐겨해서 근육질이며, 등판도 아주 넓은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됐었다. 그는 나를 안기 위해서 약간 허리를 숙여야 했고, 나는 그의 품에 안기면 내가 작다는 착각을 하게 됐다. 아, 그렇다고 내가 가볍게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작다...는 느낌뿐. 사람이, 간절히 원하면 된다니까? 그런 남자를 몇 년간 따라다녔더니 가능해지더라.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내가 따라다닐 때는 그 남자가 그런 남자가 되어있을 줄 몰랐지만........나는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되고 당신은 채닝 테이텀이 되고......(응?)
음.....아만다는...너무했나.......
패쓰.
음..그나저나 요즘 너무 추억팔이 글을 쓰는군. 뭔가 진상 느낌이다. 그만해야지... 진상되는 건 시간문제야.....
지난 토요일에 일자산에 혼자 갔는데, 내가 항상 가는 입구의 숲에서 한 아저씨가 소변을 보고 바지를 추리고 있었다. 음.. 못본 척 하고 지나가려는데 바지를 추리면서 나를 보더라. 그래서 그 옆을 지나가려고 하는데, 내 앞에 한 3미터쯤 떨어져서는, 천천히 걷는 게 아닌가. 그런데 신발을 보니 슬리퍼를 신었더라. 저 사람은 슬리퍼를 신고 산에 가려는걸까. 어쩐지 찜찜해서, 나는 그 아저씨가 좀 더 오른 다음에 큰 차이를 두고 가려고 멈춰섰다. 거리를 많이 두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멈춰서자 아저씨도 멈춰서는 게 아닌가.
뭐지?
이건... 뭐지?
저 아저씨는 저기 그냥 멈춘걸까? 내가 멈춰서 멈춘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그냥 빨리 걸어서 저 아저씨를 지나칠까? 생각했는데, 둘러보니 그 숲에는 그 아저씨와 나 둘뿐이었다. 그냥 지나칠까, 아니면 돌아서서 다른 길로 갈까.. 그냥 지나치려다가 저 아저씨가 나를 붙잡고 나쁜 짓을 하려고 하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 생기자, 나는 '그러면 졸라 패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살면서 한 번도 다른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는데, 어쩐지 졸라 팰 수 있을 것 같은 거다. 나를 건드리기만 해봐, 주먹과 발길질을 다 동원해서 졸라 패버리겠다!! 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그런데 한 번도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는데 그게 될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거다. 그리고 저 아저씨가 내 생각보다 힘이 세면? 아아..골치아프다. 나는 그냥 돌아섰다. 돌아서서 왔던 길을 내려가 다른 길로 갔다. 다른 길로 오르면서 계속 생각했다. 내가 그 아저씨를 때릴 수 있었을까? 나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의 마음이 있다고해서, 그게 됐을까? 그게 만약 됐다면, 경찰서에가고 가해자가 되는 건... 나겠지?
우엇.
시간이 이렇게 되었는지 몰랐는데 점심시간이네.
그만 써야겠다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