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한지 일 년하고 아홉 달째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이 그리 다를 것 없겠지만, 이 동네에 터를 잡고 살 것이 아닌 이상에야 자취는 동네 소속감이 있을리 없다. 이곳으로 주소지를 옮겨 주민세를 이 동네에 바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직 별달리 이주 계획은 없지만, 내년에도 여기에 살지는 장담을 하지 못한다. 여기가 우리 동네니 하며 살면 가까이 사는 이웃도 사귀고, 아는 체도 하고, 옆집 사람들과 뭐라도 나눠 먹고 하면 좋겠지마는, 이곳은 언제나 내 맘도 몸도 우리 동네니 할 입장도 못되고, 그러고 싶은 생각도 크게 들지는 않는 여하한 삭막한 도시의 한 동네 구석과 같다.

그러나 아무리 자취를 하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한때나마 머물고 잠자고 먹고 싸고 하는 곳에서 말 한마디 건네고 지낼 이웃이 전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근처 슈퍼나 편의점 주인이나 아르바이트생과 자주 또는 매일 마주치는 것은 자취생들의 일상일 것이다. 정기적으로는 한두 달에 한 번 머리 자르러 가는 미용실이 있을 것이다. 나도 다른 자취생들과는 그 점에서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이라면 그 외에는 없다는 것일테다. 미용실은 내가 머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닌지라 자주 가는 편은 못 된다. 대강 따져보면 한 달 보름 만에 한 번씩, 그러니까 머리가 좀 덥수룩해져서 간지럽고 거치적거린다 싶은 그때쯤에 가까이에 있는 동네 미용실엘 간다. 일 년하고 아홉 달을 살았으니 한 열 번은 넘게 한 미용실을 다닌 셈이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과묵한 성격이라, 이런 데엘 가도 붙임성 있게 말을 한다거나 친한 척을 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어떻게 잘라드리느냐는 질문에도 대충 단정히 시원하게 깎아 달라는 말만 남기고 눈을 감을 따름이다. 그런데도 드문드문 이긴 하나 두세 번이 지나니 슬슬 이 미용실 아주머니는 나에게 말을 건네 온다. 살갑게 받아주지는 못하지만 그리 싫은 내색도 하지 않고 간혹 말을 받아쳐주는 정도는 한다.

내가 자취생활을 하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는 곳은 큰길에서 집으로 들어서는 모퉁이의 작은 편의점이다. 담배를 피다보니 하루 한 갑씩은 집에 들어오는 길에 담배를 사야한다. 간혹 마실 물이라던가 필요한 잡다한 것들을 이 편의점에서 산다. 편의점에는 자취생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마련해두고 있어 나는 제각기 필요한 것들을 사러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수고를 절대 마다한다. 그래서 편의점은 내가 하루도 거를 수도 없고, 내 생활의 필수품들을 조달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편의점에 들락거린 지 한두 달이 지나니, 편의점 사장 아저씨와 사장 아주머니와 좀 낯설음이 없어졌다. 이 편의점은 내외가 주야를 나눠 일을 본다. 가끔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지키긴 하지만 대부분은 이 부부가 운영을 하는 듯하다. 그 사정을 알고는 좀 이상하다기보다는, 별 시답잖은 문제가 있을 거로 생각됐다. 근데 시답잖은 문제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저 부부가 교대로 근무를 하다보면 언제 부부생활을 하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의문을 묻지도 않았고 이내 덮어버렸다. 알아서들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들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딸이 있고 이보다는 어려 보이는 아들이 있다. 별 시답잖은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이런데서 연유하기도 한다.

편의점에 들르면 먼저 아는 체를 하고 인사도 건네고, 이래저래 말도 주고받는다. 한 날은 딸내미가 모의고사를 본 모양이다. 어째어째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다니던 학교가 어딘지 알게 됐고, 그곳 국어선생님이 내 대학 동기라는 말이 오고 갔다. 그때부터인지 내 정체를 잘은 모르지만, 선생 친구라니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졌다 싶다. 내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얘기다. 보다 정중해지고 보다 친근하게 대하려는 태도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건네는 말이 좀 더 많아졌다는 것 정도.

오늘은 좀 늦은 저녁 사장 아주머니가 뜬금없이 이런 말을 건네 왔다. 아들이 초등학생인데 휴대폰을 사달라고 보챈단다. 그건 어림없는 소리고, 본인도 휴대폰이 없다고, 사장 아저씨가 사주지도 않는다고, 사장님이 무서운 분이라고, 어림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사장 아저씨는 매우 온화한 분이다. 요즘은 잘 보이지 않지만 예전 텔레비전에 자주 보이던 탤런트 이정섭과 외모와 분위기, 말투가 많이 닮았다고 느낀다. 말도 조곤조곤 여성스럽게 하고 손님들에게도 매우 친절히 세심하게 배려한다. 오히려 아주머니 말투가 덤덤하고 건조하게 느껴진다. 아저씨는 작은 키에다가 몸도 삐쩍 말라보여 내외가 외형이 좀 바뀌어야 싶기도 했다. 그 나름대로 잘 어울리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아들이 초등학생이란다. 중학생은 돼 보이는 무게감인데, 초등학생이라면 적어도 5~6학년은 되지 싶다. 요즘 초등학생들도 다들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는데, 아직 없는 것을 보면 이 사장님이 그리 호락호락한 분은 아닐 것으로 짐작되고도 남는다. 항상 다정하고 부드럽지만 본인의 뜻과 어긋나는 점에서는 단호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버지를 무서워 한데나.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착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외모지만 이정섭이 그렇듯이 약간은 좀스러운 데가 있어야 더욱 어울리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좀스럽다고 단정 짓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아들에게 휴대폰을 사주지 않는 것이 좀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말이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것이 교육적으로 문제라느니, 잘만 사용하면 해될 것도 없다느니 하는 것을 따질 곳으로 편의점 계산대 앞은 모자란 감이 있다. 그래서 농담 삼아 아드님이 여자 친구가 있으면 휴대폰을 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건넸다. 여자 친구도 없을 뿐더러, 공부를 잘해야 한단다. 상위 5% 안에 들어야 한다나. 그것도 중학교에나 가서 말이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내가 볼 때 이 아들이 공부를 그리 썩 잘하는 편이 아니구나 짐작됐다. 공부를 잘했으면 지금쯤 휴대폰이나 사달라고 보채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당당히 더 비싼 것을 요구했을 것이다. 공부만 잘하면 중학교 올라가기 전에 휴대폰을 손에 넣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 말에 공부가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러하듯이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해줄 것처럼 하지 않는가. 그런 말은 공부 잘하는 자식들에게는 불필요하다. 아마도 공부를 못하는 애들에게 해당될 것이고, 그런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니 그런 공약은 실행되기 어렵고, 아무리 떠벌려도 그리 해될 것이 없을 것이다.

물건을 사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내 어렸을 적 생각이 이것저것 든다. 시골에 살았던 어렸을 적에 동네에 자전거 붐이 분 적이 있다. 기어가 달린 자전거가 온 동네 아이들에게 최고 인기였다. 모두들 자전거를 타고 마치 요즘의 폭주족들처럼 모여 온 동네를 빵빵대며 달렸다. 나는 그런 붐에 이른 시기에 참여하지 못했다. 우리 집이 그리 잘 사는 형편도 아니고, 그런 것을 호락호락하게 사줄 어른들도 아니었다. 자전거 붐이 가실 때쯤에야 내게도 자전거가 생겼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아이템 획득의 그 짜릿함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자전거를 타기 위한 균형감 정도를 익혔을 뿐 신나게 동네를 달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자전거 붐이 지나고 나서는 비비탄 총의 붐이 이르렀다. 레밍턴이니 스미스니 하는 장난감 총인데, 쏘아대는 비비탄이 여간 위협적인 것이 아니다. 권총에서부터 장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이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여러 종의 총들을 들고 총싸움도 하고 편을 짜서 전쟁놀이도 하며 지냈다. 내가 뒤늦게 이 총싸움에 참여한 것은 그간 꼼쳐 두었던 용돈을 털어 몰래 이 비비탄 총을 샀기에 가능했다. 부모님에 걸려서 혼이 났던 기억 또한 또렷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가, 그때는 컴퓨터가 시대의 필수품으로 등장하는 초기여서 이 시골 아이들에게도 컴퓨터를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여겨졌다. 온 동네에 컴퓨터 학원 붐이 일었다. 작은 시골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읍내에서 노란색의 컴퓨터 학원 차가 들락거렸다. 아이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방과 후면 학교 앞에서 노란색의 컴퓨터 학원 가방을 들고 노란색의 차를 타고 읍내로 떠났다. 이번에 또한 나는 그 대열의 초기에 합류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못했다가 아니고 안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좀 반대였다. 부모님들은 내게 이 대열에 합류할 것을 권유했지만, 나는 별로 내키지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컴퓨터는 싫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으니 피아노 학원에나 보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는 거절됐다. 사내놈이 무슨 계집애들처럼 피아노를 배우느냐는 것이다. 두세 달이 지나고나니 학교를 파하면 나는 같이 놀 친구들이 없었다. 여간 심심해지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컴퓨터학원엘 다니겠다고 했다. 비록 세 달 만에 종을 쳤지만 말이다.

피아노는 급기야 고2때 여름방학 보충수업비를 빼돌려 피아노학원엘 2달간 다닌 것으로 그때의 한을 풀었다. 약간의 좌절과 함께였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내가 왜 이렇게 예전 일들이 기억났는지 모르겠다. 한 가지 더 생각나는 것은 국민학교 시절 같은 반 여자아이의 생일날이다. 동네의 다른 아이들은 거의 다 초대를 받았는데, 나를 빼놓은 것이 여간 괘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히 나를 빼놓다니. 소외감과 시기감을 절실히 받았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이런 소외감이나 열등감은 곳곳에서 발생한다. 자전거나 비비탄 총 붐이 일었을 때 아이들의 그 대열에 내가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아이가 집안의 경제사정을 돌아본다는 것은 그리 탐탁찮은 일이다. 이것은 부작용이 강한데, 자기 집은 못살기 때문에 이런 것을 가질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은 좀 잘못된 쪽으로 가기 십상이다. 그런데 정작 이런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것을 사주는 데에 그 집안의 경제사정이 전혀 못 미치는 것만은 아닌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 집도 그러했다고 생각된다. 사 줄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교육적 문제까지를 우리 부모님들이 고려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걸 가지고 노는데, 그걸 사준 대부분의 부모들은 교육적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소외감과 열등감을 심어주는 것은 이런 소소한 데서 생긴다. 못 사줄 이유가 무엇이냐 이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가 이런 소소한 것에도 빼놓지않고 조건을 건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 조건은 십중팔구 공부와 관련된다. 공부만능주의, 공부지상주의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몇 등을 하면 사주겠다, 몇 점을 맞으면 사주겠다식 말이다. 그런데 이건 그리 교육적이 못된다. 적절한 거래는 부모 자식 간에 나름 유효한데, 그게 공부에만 집중되는 것은 적절한 것이 못된다는 얘기다. 나는 부모님께 이런 공부거래를 제의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공부를 그리 잘하는 편도 못하는 편도 아니어서 대강 중간적도의 순위권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한 번도 공부해라, 몇 등하면 사주겠다는 식의 제의를 거의 받은 기억이 없다. 간혹 이런 무심함에 원망하기도 했지만, 지금에는 이게 참 감사한 일이지 싶다. 지금 내가 공부에 그다지 치를 떨지 않는 것은 모두 이 때문이라고 감사한다.

쓸데없는 말들이 많았는데, 집에 들어와서 다시 편의점 집 아들을 생각해보니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굳이 이 아들에게 휴대폰을 사주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대서야 이런데서 오는 소외감을 아이가 맛보는 것은 그리 유익한 것이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공부 잘하면 사준다도 좀 탐탁찮은 구석이 있다. 조금 달리 거래를 해보아도 좋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편의점에서 적당히 심부름이나 일을 시키고 그에 따른 보수를 모아서 네가 가지고 싶은 휴대폰을 사라는 제안이나, 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도 좋지 싶다. 공부가 다가 아닌 것을 이 부모들은 잘 알면서 아이들에게 공부가 다일 것처럼 가르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능력이 안 돼서 아무리 해도 상위 5%에 달하지 못해, 그때까지 휴대폰 하나 없이 소외감으로 지내는 것은 부모에게도 그 자식에게도 그리 달가운 일이 못 될 것이다. 우리 동네 편의점 집 아들에게 그 부모가 휴대폰을 사주는 것은 별다른 계약 없이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굳이 거래를 하자면 공부가 아닌 다른 어떤 창조적 방법이면 좋겠다. 나는 그 아이가 휴대폰을 가질 수 있는, 공부가 아닌 다른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방법이라면 내가 돈을 내서라도 사주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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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11-11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위화감 조성의 최고는 '가정조사'(용어 맞나)였지요... 집안 물건까지 조사해 가는건 도대체 뭔 짓인지... 우리집은 당당하게 피아노가 있었음 ㅡ..ㅡ; 전화기는 초등학교 2학년떄 쯤 들여놨던 것 같고..
요즘은 집 평수로 아이들이 갈린다면서요? 88만원 세대에도 잠깐 이런류의 얘기가 나왔던것 같은뎅...

멜기세덱 2007-11-12 01:04   좋아요 0 | URL
요새 아파트 광고 보면서 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한 남자아이가 같은반 여자친구한테 자기네집 가서 놀자는데, 이 여자애가 집에 뭐있냐, 집이 어디냐 뭐 이런 걸 묻는 광고 있잖아요....

마늘빵 2007-11-11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핸드폰이 애들 망치는거 같긴 해요. 현장에서보니. 핸드폰 없이는 단 1시간도 못버팁니다. -_- 점점 스스로가 중독이 되어가는거에요. 문자질 안하면 불안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게임하고 싶고, 엠피쓰리 듣고 싶고, 사진도 찍고 싶고, 티비도 보고. 애들 동영상도 찍고 싶고. -_- 만능 장난감이더라고요. 나 어릴 땐 레고, 코코블록 이런거 가지고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논거 같은데 요즘은 이런건 유치원 애들이나 가지고 놀겠죠. 아닌가. 유치원 애들도 안가지고 노려나... -_-

무스탕 2007-11-11 12:10   좋아요 0 | URL
애들마다 틀리다고할수 있어요. 우리애들은 올해 초까지 하도 레고블럭(그것도 손가락만큼 작은거 말고 주먹만큼 큰거 있죠?)을 갖고 놀아서 제가 애들 몰래 버렸어요... --;;
그거 통에서 방바닥에 와르르~~ 쏟는 소리가 얼마나 정신 번쩍 깨우는지.. -_-;

웽스북스 2007-11-11 16:46   좋아요 0 | URL
핸드폰이 애들 망친다! 에 완전 공감 500% 에요, 교회에서도 보면 애들이 저한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선생님, 핸드폰좀 줘봐요' 였거든요- 게임하고, 문자보고, 사진보고, 이러는 게 재밌나봐요, 애들 때문에 잠금 해놨어요;;

마늘빵 2007-11-12 00:04   좋아요 0 | URL
으 무스탕님 저도 어릴 때 어머니가 몰래 누구 줘버려서 얼마나 서운했는데... -_ㅠ 좋아하는 몇몇 캐릭터라도 가지고 싶었는데...

멜기세덱 2007-11-12 01:07   좋아요 0 | URL
휴대폰이 애들 망칠수도 있고 어른도 망칠수도 있고 그렇겠죠.ㅎㅎ 그거야 부모들이 적절히 조치해야할 문제라고 봅니다. 망칠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문제는 휴대폰이 애들 망친다는 신조가 있다면 안주사면 되는데, 그런 신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라는 거죠..ㅎㅎㅎ

무스탕 2007-11-1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큰 애가 6학년인데 전 아직 핸드폰 안사줬습니다. 사달라고 조르지요. 친구들도 많이 갖고 다닌다고요. 그러면 중학교 가면 사준다고 미룹니다. 일단 초등학교엔 콜랙트콜 전화가 있어서 잔돈이나 카드가 없어도 엄마랑 언제든지 통화가 가능하고 친구들의 대부분이 갖고 있다면 생각을 바꿨을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절반정도인것 같더라구요. 큰 애를 사주면 작은애(2학년이에요)도 동등하게 대우해 달라고 합니다. 일단 다른 조건 없이 제가 정한 기준은 중학생입니다.
시험때가 되면 일단 조건은 붙입니다. 몇 점 이상되면 원하는 뭔가를 사주겠다고요. 물론 평소에도 사줍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종의 보상품(?)을 걸어놓으면 목표의식이 뚜렷해 진달까요? 점수를 받아와서 상품을 획득했을땐 더욱 좋아하더라구요.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해서 채찍은 많이 사용하지 않고 당근을 주로 사용하는데 좋은 결과일때가 더 많습니다 ^^

개인적으로 피아노 치는 남자를 멋져라~♡.♡ 하는데 멜기님 고2때의 슬쩍 외도가 호감도 84% 급상승 시켰습니다 ^^*

멜기세덱 2007-11-12 01:11   좋아요 0 | URL
아이들을 키우시는 노련미가 물씬 풍기네요.ㅎㅎㅎ

근데요, 지금 피아노는 못친답니다. 그때 2달을 하면서 바이엘 하까지하고 16주 반주완성하다가 말았거든요. 개학하고 나서 다닐 시간도 돈도 없어서....그런 이유도 있지만, 같은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베토벤을 막힘없이 치는 것을 보고 좌절을 맛봐서리....

좀더 시간과 여유가 생기면 그때 확실히 배워보자는 생각입니다. 호감도가 좀 떨어지겠군요...ㅋㅋㅋ 근데 지금까지 제 호감도가 별로 안 좋았었나 봐요....ㅠㅠ;;

무스탕 2007-11-12 08:48   좋아요 0 | URL
엄머나~ 멜기님. 무슨 말씀!!
기존의 호감도도 상한선에 달락말락 했었는데 이번 뻬빠로 인해 천정을 뚫고 튕겨져 나갔다니까요?
어떻게 끌어내릴지 걱정입니다. ㅎㅎㅎ

웽스북스 2007-11-1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대 때 빼먹음 당한 적이 있었어요- 별로 친한 애도 아니었는데, 괜히 혼자(는 아니었겠지만,) 초대 못받으니까 섭섭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뻔뻔하게 갔었어요- 그야말로 초대받지 못한 손님- 가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숨바꼭질 하고 잘 놀다 왔어요- 쓰고나니 싸이코같다 하하하 -_- 근데 다른 생일파티들 기억은 잘 안나는데 이 생일파티 기억은 생생한 걸 보니 나름 그때의 상처가 각인이 돼있나봐요- 아! 근데 나는 그때 무슨 생각으로 거길 갔던 걸까 ;; ㅋㅋ 하튼 생일초대 이런 거 은근 민감해요- 저는 생일초대는 미안해서 친한 애들만 몰래몰래 했었고,(이게 더 나쁜가?) 크리스마스 카드같은 건 반 친구들 전체한테 쓰고 그랬었어요 거의 연례 행사로 막 한달 전부터 준비하고 막 ㅋㅋ 때로는 받은 애들도 황당해했었어요- 우리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을 정도로 친했던가? 생각했을 거에요 ㅋㅋ 그래도 누군 주고 누군 안주고 이런 건 역시나 마음이 어려워요

멜기세덱 2007-11-12 01:13   좋아요 0 | URL
우리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한 걸까요? 안 친해도 그런거 받으면 기분은 좋던데....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ㅎㅎㅎ
예전에 크리스마스 카드 보내기를 권장하는 페이퍼를 쓴 적이 있는데....ㅎㅎㅎ 사실 받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ㅎㅎㅎ

웽스북스 2007-11-13 00:21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올해는 지난번에 혜경님께서 소개해주신 유니세프카드를 몇장 사서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사각사각 써줄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 점점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좋아져요 ^^

2007-11-11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11-12 01:14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저는 애들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를 절대 하지 않으려고요.ㅎㅎㅎ

그냥 줄줄줄 써내려가다보니, 타자가 정확지 못했네요.ㅎㅎ 사실 평소 오타가 굉장하답니다.ㅎㅎㅎ(수정 완료)

Koni 2007-11-1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들 가운데 휴대폰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정말 많이 갖고 있지는 않던걸요. 있으면 자랑거리가 되지만 없다고 소외감을 느낄 정도일까요? 아, 물론 어떤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멜기세덱 2007-11-12 01:15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휴대폰이 위화감을 일으킬수도 있겠네요. 아이들이 꽤 있던데요...

프레이야 2007-11-1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등 하면 50만원 정도 하는 애완견 사줄게, 이러는 엄마도 있어요.
여긴 휴대전화를 아이들이 거의 갖고 있어요. 우리집 작은딸도 3학년인데 언니
쓰던 거 물려받아 쓰고 있구요. 정말 제가 볼 땐 불필요한데 워낙 아이들이 거의
갖고 있다보니 자꾸만 그런 것들에 매달리는 것 같아요. 며칠 전부턴 닌텐도 사달라고
은근/강압 조르고 있어 골치에요. 고가의 게임기로 알고 있는데 말이에요.
아직은 제가 꿋꿋이 버티고 있는데 자꾸 저러면 흐흑.. 이 녀석(아니 딸이지만)
정말 맘에 안 들어욧!! 우리 자랄 땐 어땠구, 이런 소리 늘어놓으면 완전 구닥다리 취급
당하겠지만 갈수록 문제다 싶어요.

멜기세덱 2007-11-12 13:13   좋아요 0 | URL
닌텐도 그게 게임기만은 아니더라고요....후배녀석들꺼 뺏어서 해보니깐....머리회전엔 좋겠더라구요....두뇌나이가 너무 높게나오는게 탈이지만...ㅋㅋㅋ

프레이야 2007-11-12 13:33   좋아요 0 | URL
그게 그런거에요? 엄마의 마음이란 참.. 흐흑..

2007-11-12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2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인하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초청으로 인하대에서 강연을 합니다. 최근 여든이 가까운 연세이심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시며, 『친절한 복희씨』를 출간하신 것과 아울러, 인하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가을 학술제를 맞아 박완서 선생을 초청해 좋은 말씀을 전해듣는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과에서 주최하는 행사라 그렇게 크게 마련하지는 못하지만, 관심 있으신 인천 알라딘 지기님들께서는 부담없이 오셔서 박완서 선생의 강연을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연은

2007년 11월 13일 화요일 오후 6시부터 진행되며

장소는 인하대학교 5호관 소강당입니다. 강연 후에 간단한의 질의응답과 사인을 받으실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하시면 참 좋겠네요.ㅎㅎㅎ

강연 장소 및 약도, 인하대 교내 안내는 인하대 홈페이지(www.inha.ac.kr)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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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1-1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일저녁 6시 인천은, 제게는 좀 잔인한 스케줄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못갔을테니, 이렇게 아예 갈 수 없는 시간인 쪽이 더 친절해보이기도 해요 ^^ 행사준비하느라 정신 없으시겠어요 좋은 사람들로 가득한 시간 되길~

멜기세덱 2007-11-11 00:33   좋아요 0 | URL
준비는 대부분 학생들이 하죠. 그리고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구요. 인천이 아니시면 평일 저녁 6시에 오시기는 힘드시죠...ㅎㅎ 바쁘신가봐요. 죄송스럽네요...ㅎㅎㅎ

라주미힌 2007-11-10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 사람이지만... ㅠㅠ;;;

멜기세덱 2007-11-11 00:33   좋아요 0 | URL
아, 맞다 인천 사람이셨지....ㅋㅋㅋ

프레이야 2007-11-10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잉.. 너무 멀어요.

멜기세덱 2007-11-11 00:34   좋아요 0 | URL
아아.. 너무 멀군요.

무스탕 2007-11-1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 가보고 싶어요... ☆.☆

멜기세덱 2007-11-11 00:3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보고 싶은 거죠? ㅎㅎㅎ

2007-11-12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7-11-14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이었네요, 강연회는 좋았나요? ^^

멜기세덱 2007-11-14 01:17   좋아요 0 | URL
아...너무 좋았어요....ㅎㅎㅎ 오늘부로 박완서 선생님 팬이 될 거 같아요...ㅎㅎ 너무 멋지시고 아름다우시고 재밌으셔요. 마치 곱게 늙은 소녀같다고 할까.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즉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긴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旗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어느 20대의 「그리움」이다. 이 그리움의 주인공은 청마 유치환이었지만, 또한 오늘 내 20대 끝자락의 그리움이기도 하다. 바람이 부는 날, 마음은 산란해지고, 거리에는 수많은 이들이 거닐지마는, 내 그 그리운 얼굴은 없으니,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旗빨」)은 공중에 깃발처럼 달릴 수 밖에.

내게 이 그리움은 공허한 그리움이다. 그 그리운 얼굴 조차 없는 그리움. 정말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어 있는 것이냐? 꽃이 아니어도 좋으니, 한갓 잡초여도 좋으니……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이는 40대의 「그리움」이다. 유치환, 그의 그리움은 20여년의 세월이 지나 "인고(忍苦)와도 같은 사모에 차라리 목숨을 내맡겨 놓"(『구름에 그린다』, 경남, 2007.)고 있다. 파도야! 어쩌자고 이 가을날 이 가슴이 한없이 출렁이고 술렁이느냐. 어쩌란 말이냐. 어쩌자고 나는, 이 중년의 그리움 담은 한탄에 더 절감하는 것이냐. 어쩌자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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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국적으로 각 시도교육청은 2008학년도 중등 임용시험 공고를 했다. 시험일까지 딱 한달하고 하루를 남겨두고 말이다. 대부분의 응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기 과목이 어디서 몇 명을 뽑느냐에 일희일비하기 마련이다. 선발 인원에 따라 어디에서 응시할지를 결정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하여간 그간 공부를 해오면서도 올해는 몇 명이나 뽑을지 걱정은 태산이다. 좀 일찌감치 발표를 해주면 안되나?

두 주 전 초등 임용시험 공고가 두 번 있었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다. 선발인원이 증원되어 공고를 다시 한 모양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번 중등 임용시험 공고도 시험 1달을 앞두고 발표된데에 좀 불만이 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발인원을 결정하는 부분에 있는 것인데, 이게 그렇게 시간을 촉박히 남겨두고 결정되는 문제냐 하는 것이다.

시험 한 달 밖에 안 남겨두고서야 당해 선발인원이 결정된다는 건 얼핏 이해하기 힘들다. 말하자면 그 해 몇명이나 뽑아야할지 2달 전까지도 모른다는 얘기 아닌가? 이건 어찌보면 우리나라 교원수급 정책이 완전 주먹구구식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교육은 대계라고 하는 말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교육정책이 이렇게 조잡하게 이뤄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한 교육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교원수급에 관한 문제이고, 이 교원수급 계획이 몇 십년은 아니더라도 1~2년은 앞을 내다보고 수립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당장 한달 후에 몇명을 뽑을지가 결정된다는 것은 내부사정이 어떻든간에 욕먹을 만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초등 교사 선발인원이 이렇게 하루사이에 변경된 것은 이런 조잡한 교육정책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예비교사들은 그 숫자 하나하나에 목을 매달고 있는 실정에서 보다 일찌감치 그 숫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무에 그리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렇지 않고 질질 끄는 이유를 나는 참 이해하기 힘들다.

교원 선발 인원이 한달전에나 가야 결정되어서 그렇다고 할 것이라면 욕을 한바가지 해주어야 할테고, 그것이 아니고 괜히 일찍 발표하면 짱돌들고 시워할까봐서 질질끌다가 이도저도 못할때 공고하는 것이라면, 이런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기도 하다. 아무튼 미운놈이 하는 짓은 뭘해도 밉다.

이번 시험은 어느 시험보다도 이번 응시자들에게 중요한 시험이다. 왜냐하면 내년부터는 선발 방식이 변경되기 때문이다. 2차 선발방식에서 3차 선발방식으로 변경되고 전공 및 교육학에 관한 문제도 더 확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공포된 새로운 교육과정을 새로이 공부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더한다. 말 그대로 더 빡세지기 때문에 이번 시험에 사력을 다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번 시험에서는 지난 해까지 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응시자들의 제출 서류 중 '대학 학적부'라는 것이 추가된 것이다. 지난 해까지는 없었던 것이다. 학적부라는 게 중고등학교때의 생활기록부 같은 것이라는데, 이걸 왜 내라고 할까 곰곰 생각해보니, 아마도 우리 정아 누님 때문이지 싶다.

신정아가 학력을 속이느니, 권력의 실세가 개입했느니 떠들지만, 이건 죄다 남의 얘긴줄만 알았다. 그게 이렇게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여기서 몇가지 드는 생각은 세상 모든 일이 나와 상관없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고, 이것도 일종의 나비효과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등이다. 정아 누님 덕에 전국 몇 만의 예비교사들이 대학 학적부를 떼게 생겼으니 하는 소리다. 금전적으로도 500원씩 더 손해본다. 이 덕에 대학들은 수입이 좀 늘게 생겼다. 정아 누님 여러모로 사람 피곤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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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0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교육자체뿐만이 아니라 정책과 행정에도 문제점이 많은 우리나라 교육현실이군요.
신정아씨는 아직도 자신이 예일대 출신이라고 우길지 그건 굼긍하더군요. 재판 초기만하더라도 모든 사실은 날조되었고 자신은 분명히 예일대에서 학위를 받았다고 했었더랫죠.^^

이매지 2007-11-0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도서관 앞에서 만난 친구는 이제 삼십 며칠 남았다고 좌절하던데;
아무쪼록 멜기님은 좋은 성적으로 합격! 하시길 바랄께요 :)
 

漢字의 올바른 인식을 위하여

安秉禧(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우리가 가용하는 漢字를 '중국글자'라 부르는 사람이 간혹 있다. 우리나라 글자인 한글과 대비하려는 뜻이 숨겨져 있다. 나아가 한자를 混用하자는 사람을 중국에 빌붙는 非愛國者로 치부하려는 含意가 내포된 용어이다. 그러나 나라 사이의 문물교류를 생각한다면, 더욱이 우리나라 한자의 특수성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 용어가 적절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현대생활의 대표적인 의식주를 비롯하여 그 밖의 문물제도에 대하여 그 原籍의 나라 이름으로 부른다면 큰 망발이 될 것이다. 한자를 중국글자라고 하는 일도 똑같이 망발에 속한다.

중국글자라 하지 못하는 근거는 우리나라 한자 안에 존재한다. 한자의 三要素에 形音義가 있다. 可視的인 글자의 꼴을 字形, 글자가 나타내는 發音을 字音, 글자의 뜻을 字義라 하는데, 모든 한자는 이 三要素를 갖추고 있다. 表音文字가 形音의 두 要素만을 가진 것과 대립된다. 이들 三要素를 우리나라, 중국과 일본에서 사용되는 한자에서 살피면 공통되는 점도 있지만 차이나는 것도 있다. 字形과 字義는 대체로 공통된다. 오늘날 標準字體가 中國에서는 簡體字로 되고 日本에서는 많은 略字로 되어 있으나, 간체자나 略字의 기본은 이른바 繁體字나 正字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標準字體이다. 따라서 字形의 공통성은 인정된다. 字義도 똑같다. 나라에 따른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한자는 세 나라에서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字音은 세 나라가 확연히 다르다. 일찍부터 언급되는 사실이지만 '韓國'을 '한국'으로 발음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만 허용된다. 극히 일부 한자의 발음이 같을 수는 있으나 우리나라 한자의 거의 대부분은 독특한 발음을 지닌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 한자를 중국글자로 부르지 못하는 근거가 된다.

우리나라 한자학습은 《千字文》과 같은 蒙學書로 행해져 왔다. 책을 펼치면 大字로 된 한자가 있다. 韓石峯과 같은 名筆이 쓴 한자로 字形을 익히면서 習字도 하고, 그 아래 한글로 된 '하늘 천'과 같이 한자의 뜻과 발음을 공부한다. 그리하여 '天'이란 한자의 形音義를 익히는 것이다. 《千字文》은 16세기 후반에 비로소 나타나지만 이러한 학습법은 훨씬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자료가 없으나 아마도 한글 창제 훨씬 이전부터 있은 것으로 추측된다. 字形을 보이지 못하는 한글로나 口頭로 한자를 가리키게 되는 경우에 '뜻+발음'이란 묶음이 한자의 이름으로 사용된 역사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15세기 후반의 醫學書諺解에 《救急方》과 《救急簡易方》이 있다. 前者는 國漢混用이나 後者는 한글만으로 번역되었다. 두 책에는 환자의 혓바닥에 漢字 '鬼'를 쓰라는 方文이 똑같이 수록되었는데, 前者는 '혀에 鬼ㅅ字를 쓰고'(권 상, 16)로 되었으나 後者는 '혀 위에 귓것 귀짜를 쓰고'(권 1, 49)로 되어 대조적이다. 前者는 國漢混用으로 '鬼'의 字形을 보일 수 있으나 後者는 字形을 보일 수 없어서 '귓것+귀'(여기의 '귓것'은 雜鬼란 뜻이다)란 한자의 이름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口頭로 말할 경우에도 같다. 필자도 어렸을 적에 이름의 글자를 묻는 어른 앞에서 같은 묶음의 이름으로 대답한 경험이 있다. 이 묶음은 오랜 학습에서 굳어진 한자의 이름이다. 그런데 이 '뜻+발음'이란 이 이름은 우리나라 한자만이 가진 특징이다. 이 이름으로 부르는 글자가 어떻게 중국글자인가?

더욱 중요한 사실은 우리나라 한자 중에는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거나 독특한 뜻으로 사용되는 글자가 있다. 이른바 韓國俗字가 존재한다. 일본에도 그 나름의 俗字가 있으나 전혀 다르다. 妹, 田沓, 垈地, 媤家, 黑太' 등등의 ', 沓, 垈, 媤, 太'가 우리의 俗字다. 이러한 한자는 古文書는 말할 것도 없고 實錄과 같은 史書에도 빈번하게 사용되어 있다. 이들 俗字까지 통틀어서 중국글자라 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들 한자가 우리나라의 글자라 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의 특수한 한자라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로 우리나라 한자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된다.

그러나 동양 세 나라의 한자는 공통되는 성격이 많다. 서구문물의 東漸으로 일본에서 일어난 한자폐지론이 다른 나라로 번져 간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한자의 부정적인 측면이 사실 이상으로 강조된 점까지 같다. 그러나 한자가 이들 세 나라의 문화 발전에 남긴 불후의 功績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수한 중국 고전이나 우리 고전을 들지 않더라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朝鮮王朝實錄》과 《訓民正音(解例本)》(한글이 아니라 한글을 한문으로 설명한 책)이 우리에게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게 한 사실로써 충분히 인정된다.

그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큰 효용을 가진 문자다. 한자는 경제대국인 일본과 중국의 常用文字이고, 그 언어에는 우리와 공통되는 많은 漢字語가 있다. 이들 한자와 한자어는 세 나라 사이의 문화교류나 經濟交易에서 사회간접자본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지난 연말 경제5단체 대표가 각 단체 新入社員 채용에서 한자시험을 치르기로 하고 회원사의 채용 시험에도 이를 권장하기로 하였다는 보도는 바로 그 기능을 인정한 일이다. 이러한 사실에서도 우리는 한자에 대한 올바른 認識이 있어야 할 것이다. 편협한 애국주의는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帳幕일 수 있다. 역사의 이해를 위할 뿐 아니라 미래의 발전을 위하여도 止揚되어야 할 태도이다.

<전통문화> 2007년 가을호, 9~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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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10-2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님 이걸 일일이 타자치신 거예요?

멜기세덱 2007-10-20 19:45   좋아요 0 | URL
이정도는 약과에요..ㅎㅎ 예전엔 모든 한자어를 죄다 한자로 바꿔서 쳤거든요..ㅎㅎ

심술 2007-10-20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맨이십니다.

누에 2007-12-30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漢字를 살려 쓰자는 意見엔 同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