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즉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긴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旗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어느 20대의 「그리움」이다. 이 그리움의 주인공은 청마 유치환이었지만, 또한 오늘 내 20대 끝자락의 그리움이기도 하다. 바람이 부는 날, 마음은 산란해지고, 거리에는 수많은 이들이 거닐지마는, 내 그 그리운 얼굴은 없으니,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旗빨」)은 공중에 깃발처럼 달릴 수 밖에.

내게 이 그리움은 공허한 그리움이다. 그 그리운 얼굴 조차 없는 그리움. 정말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어 있는 것이냐? 꽃이 아니어도 좋으니, 한갓 잡초여도 좋으니……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이는 40대의 「그리움」이다. 유치환, 그의 그리움은 20여년의 세월이 지나 "인고(忍苦)와도 같은 사모에 차라리 목숨을 내맡겨 놓"(『구름에 그린다』, 경남, 2007.)고 있다. 파도야! 어쩌자고 이 가을날 이 가슴이 한없이 출렁이고 술렁이느냐. 어쩌란 말이냐. 어쩌자고 나는, 이 중년의 그리움 담은 한탄에 더 절감하는 것이냐. 어쩌자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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