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자의 초상 - 지젝부터 베컴까지 삐딱하게 읽는 서구 지성사 이매진 컨텍스트 7
테리 이글턴 지음, 김지선 옮김 / 이매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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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올 여름,돈이 없어 어디 시원한 바닷가에도 가지 못해 도서관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다가 신간코너에서 우연찮게 발견해서 읽은 책중의 하나가 반대자의 초상이다.

이 책은 뭐랄까 상당히 읽기가 수월치 않은 책임에 틀림없다.저자인 테리 이글턴은 현존하는 문화 평론가 중 가장 영향력 있다고 인정받는 영국의 평론가라고 하지만 솔직히 이 책을 들기 전까지 누구인지 잘 모르고 이 책을 읽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반대자의 초상은 초상은 저자가 영국의 신문에 발표한 서평을 모은 책이다.쉽게 말하자면 장정일의 독서 일기의 럭셔리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아마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까 싶다.물론 그보다는 아마 10배이상 어렵지만 말이다.

반대자의 초상은 위에서 말한대로 서평집이다.이 책에는 41편의 글이 있으니 한마디로 말해서 41편의 책을 이 한편을 읽음으로써 다 읽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물론 수박 겉 핧기 식이지만 그래도 방대한 주제와 다채로운 저자들을 단 한권의 책으로 만난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말이다.
이 책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100페이지 까지는 읽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추리 소설의 근간중 하나인 고딕소설에서 시작해서 오스카 와일드와 엘리옷까지는 적어도 이름 정도는 알기에 어느 정도 읽을 수가 있는데 루카치,비겐슈타인부터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인물들이라 읽기가 힘든 편이다.아마 영문학에 어는 정도 통달한 사람이 아니라며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는데 이는 마치 우리의 박경리나 고은,이어령등에 대해 미국의 독자가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된다.

그나마 이 책을 잘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 대강 대강-지루한 곳은 팍팍 건너 뛰면서-이라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비비 꼬는 듯한 뭐라고 해야되나 하고 싶은 말을 대 놓고 다하면서도 슬쩍 한걸음을 피하는 듯한 그의 재치와 유모덕에 버틸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근본은 영미권의 유명한 작가들의 책이다 보니 이 책들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의 이런 비비꼬는 유머와 촌평도 사실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된다.이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속에 100년 영국 사회의 비평과 루이스 캐롤과 영국인들이 웃고 즐길수 있는 당대의 유머 코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현대의,그리고 영국의 아닌 한국의 독자자가 그 뜻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우리가 앨리스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면 주석달린 앨리스를 읽어야 하듯 우리가 이 책에 대해서 저자의 독설과 유머를 즐기려면 41편의 책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되어 있거나 아니면 상당한 주석이 달려 있지 않는한 이 책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가끔은 선택의 실수를 하는 법이다.이 책을 들은 순간 알아봤어야 하는데 앞에 좀 아는 부분이 있다고 읽다보니 읽는 내내 어려웠는데 이 책은 뭐랄까 상당히 영미 문학에 정통한 사람들이 읽어야 될 책이라고 생각된다.아니면 만나는 이성에게 뭔가 지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을 때 슬쩍 가슴에 안고 나가도 될만한 책이다.
하지만 장삼 이사가 같은 필부가 읽기에는 좀 어렵지 않나하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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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힘 - 조선, 500년 문명의 역동성을 찾다
오항녕 지음 / 역사비평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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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사이 조선이나 고려 혹은 삼국 시대와 관련된 역사관련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를 테면 한권으로 보는 조선 왕조 실록이라든가하는 책들 말이다.
아마도 TV사극의 영향을 받아서 우리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져서 이런 류의 책들이 많이 나오는가 본데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런 류의 책들을 다소 읽는 편이데 조선의 힘도 아마 올 봄엔가 읽었던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조선을 이씨 조선이라고 무의식중에 말하곤 하는데 아마도 이는 조선을 침략한 일제가 조선 왕실에 대한 일반 민중의 충성심을 약화시키기 위한 폄하정책을 지금까지 부지 불식중에 따라하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아는 조선 왕실은 전쟁에 일어나면 왕이 제일 먼저 도망가는 한심한 나라,항상 당쟁으로 몰두한 양반들의 한심한 나라,왕실에선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앉히려고 여자들이 음모를 꾸미는 나라등등 아주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한 영향은 일제의 식민지 교육 정책탓도 있겠지만 해방이후 왕실의 귀환을 겁내한 이승만 정부의 정책이나 자극적인 소재로서 조선 왕실을 그린 TV 사극등의 영향이 커서 그런것이 아닌가 싶다.

조선, 500년 문명의 역동성을 찾다라는 부제가 붙은 조선의 힘에서 저자 오항년은 적절한 사료 를 인용하면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조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정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반기를 들고 있다
저자는 본서 조선의 힘에서 경연,조선 왕조 실록,경국대전,대동법등 100여년 이상이라는 오랜 기간의 노력에서 나타나는 조선의 힘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면서 조선이 결코 무능하거나 나태한 체제가 아니었음을 강조하면서 후대의 조선에 부당한 인식에 대해 반박을 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조선이란 나라가 왕이 모든 것을 전횡하는 강대한 왕권의 나라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조선은 개국초부터 왕권과 신권이 격돌한 나라였다.조선초 정도전은 신권이 왕권위에 있는 나라를 세우려다 이방원한테 숙청된 것이 바로 그 예인데 그럼에도 신권은 왕권을 계속 견제하려고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연인데 임금은 이를 통해 부단히 신하들로부터 성군으로서의 자질을 교육받고 시험을 받았던 것이다.

조선의 힘은 요즘 흔히 보는 조선 전반에 걸쳐 말하는 개론서는 아닌데 위에서 말한 경연,실록,경국 대전과 성리학과 광해군등 몇 몇 대표적인 사례를 중점으로 삼은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 서적의 성격이 커서 그런지 어려운 용어도 그다지 없고 해서 상당히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물론 성리학 부분에서 좀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쉽게 풀어 쓰고 있고 뒤에 상세한 설명도 덧붙이고 있어 읽는데 커다란 어려움이 없지만 개인적으론 조선의 역사에 대해 잚 모르는 일반인을 위해 주석이 좀 더 보강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대략 1~5장까지의 저자가 말하려고자 하는 조선의 힘-즉 시스템-에 부합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6장의 부활하는 광해군은 좀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장이다.광해군은 흔히 연산군과 더불어 조선시대 폭군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후 명에 의존하는 신하들의 사대주의 외교를 배격하고 실리주의 외교를 펼치다 숭명 사상에 물든 신하들에게 쫒겨난 비운의 왕으로 요사이 다시 재평가되는 임금이다.
저자는 광해군과 관련되서 요즘의 새로운 역사적 평가에 대해 광해군을 띄우기 위해 동원된 사실과 논리의 왜곡이 너무나 심각했다는 것이다. 사료의 잘못된 해석, 그에 따른 아전인수 격인 주장 등을 통해 광해군 원래의 실체는 사라지고 훌륭한 임금으로 ‘부활했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속에서 저자는 광해군은 왕권 강화를 위해 무리한 궁궐 재건축을 이로 인해 국내의 경제적 파탄을 가져오고 그로인해 국제문제에 눈을 돌릴수가 없어 누구 편도 들수 없었던 기회주의 외교를 펼쳤고 북인으로 대변되는 소수 인맥만을 활용과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형인 임해군과 이복동생인 영창대군 제거,서모 인목대비 폐위등으로 자신의 존립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린 무능한 임금임에도 비운의 성군으로 추앙받는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저자의 주장은 광해군에 대한 또다른 역사적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지만 역사적 근거를 들어 주장했음에도 너무 주관적인 의견이 강하게 개진되어있어 너무 한쪽으로만 경도된 것이 아닌가 싶어 한편으로 아쉽기도 하다.

조선의 힘은 상당이 재미있는 역사 교양서이다.사극으로 봐서 알고 있는 조선의 이미지를 탈피해서 좀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조선의 역사를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번은 일독해야될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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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무도 - 왜 우리는 호러 문화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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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무도란 책 제목을 보니 지금은 미국 어디에선가 꼭 꼭 숨어서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을 김연아가 생각난다.혹 올림피 금메달 리스트인 김연아의 자서전인가? 나오면 잘 팔리기야 하겠지만 요즘 슬슬 안티가 늘고 있는 판인데 좀 이르지 않나 싶어 저자를 보니 웬걸 김연아가 아니고 공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이다.

알라딘 책 소개를 잠시 인용하면 이 책은 2010년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위에 꼽힌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 공포에 관한 모든 것을 파헤친 논픽션. 영화에서부터 TV 드라마, 라디오,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는 공포를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심리부터 공포 문화의 역사와 그 영향력에까지 공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분석한 책이다라고 한다.

스티븐 킹은 명실 상분한 현대 공포문학의 거장으로 수백편의 공포 소설을 써왔지만 그 중에는 Sf소설과 추리 소설도 있을 정도로 이른바 장르 문학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다.아마 장르 문학을 좀 천시하는 국내 현실속에서 그와 같은 거장은 탄생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독자들을 유혹하는 글을 무수히 써낸 스티븐 킹이 왜 우리는 호러 문화에 열광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죽음의 무도란 작품으로 우리를 찾아왔는데 이 작품은 자그마치 약 30년전에 발표한 작품인 것을 보면 우리 나라의 장르 소설이 얼마나 시장이 협소한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죽음의 무도는 그가 주로 쓰는 호러 소설은 아니고 미국 B급 문화-소설,영화-들을 위주로 진행되는 공포 문화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동시에 호러물에 대한 스티븐 킹의 변함 없는 애정을 표출한 에세이물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화,TV 드라마,라디오,소설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는 공포를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왜 공포에 끌릴까, 극도로 불편한 감정에 휩싸이면서도 왜 기꺼이 돈을 지불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작가인 자신의 관점으로 다양한 공포문화에 대해 논하는 있다.
저자는 19세기와 20세기에 걸친 중요한 호러 소설을 분석하고 있는데 빅토리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공포 장르의 역사를 시발로 1950년부터 1980년까지에 소설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포의 원형, 주요 작가들,소설속 장치 및 공포에 대한 작가의 이론 등에 대해 말하면서 공포의 본질에 대해 설명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 저자의 다른 작품인 글쓰기의 유혹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생각외로 책이 두껍고 무거워서(이거 책이 약 700페이지정도나 된다)들고 다나면서 읽을 수는 없다.

이 책의 특징중에 하나는 물론 에세이라는 성격의 글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서전과 같이 자신의 겪은 경험담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보는데 실제로 겪은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묘하게 장르 소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나 한테 더 크게 와닿는다.
그리고 호러 소설의 제왕으로서 스티브 킹의 모습이 아니라 진정한 호러 영화 팬으로서의 스티븐 킹을 볼수 있는데 그는 호러 영화 역사의 발자취와 진화를 설명하고 공포 영화의 경향성에 따라 사회적,정치적,과학 기술적으로 분류하는데 그치지 않고, 호러에 열광하는 팬들의 정신 상태까지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간 나온 공포 영화를 패러디 했으면서도 그 영화의 원작을 생각하며 웃음지다가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공포에 놀라게 되는 스크림,시각적으로 탁월하고 아찔하면서도 공포의 세계를 우주로 확대해서 우주안에 홀로 표류하는 우주선안에서의 공포를 그린 SF호러물 이벤트 호라이즌-개인적으로 이 영화 참 재미있게 봤다-,특별히 살인마등이 등장하여 유혈이 낭자함을 보여주는 않지만 예정된 미래라는 구성을 통해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무자비한 공포를 보여준 데스티네이션,볼수록 스산한 공포를 느낄수 있지만 호러영화라기 보다는 미스터리 영화에 가까운 쏘우,몇 십명의 자살자가 나온 호텔 1408호실에 혼자 투숙한 존 큐잭이 하룻밤 사이에 무한 공폴를 느끼는 '1408' 등 지난 15년간 자신을 흥분시킨 공포영화 26편에 대해 말하 고있다.

킹이 책속에서 눈에 띄는 겉 표면보다는 그 아래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더 많고 그 표면 아래에 바로 여러 가지 음산한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 것처럼 7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속에는 저자가 말한 그 음산한 즐거움이 한 가득해서 장르 소설 팬의 마음을 충족시키고 있다.
책속에서 저자는 이 책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스티븐 킹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져 들게 만들고 있다.
혹 공포 소설이나 영화에 그닥 흥미가 없다고 할지라도 장르 소설 애독자라면 책속에서 말한 스티븐 킹의 의견은 추리 소설이나 SF소설로도 치환할 수 있으므로 필히 한권쯤을 가지고 있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참고로 죽음의 무도는 1981년에 출간되서 완전히 오래된 구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번역된책은 2010년 개정판으로 「디스트릭트 9」, 「드래그 미 투 헬」, 「왼편 마지막 집」, 「쏘우」 시리즈 등의 최근 영화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어 안심하고 구매해도 될 듯 싶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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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시집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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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몇 달 전인가 오랫동안 얼굴들을 보지 못했던 선배들을 만나 소주한잔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지기가 아쉬워 근처 선배 자취방에 모여 다시금 소주 파티를 벌이다 다들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 부시시한 얼굴로 주섬 주섬 일어나,세수를 하고 해장국을 먹으로 나갈려고 하던 중에 선배의 책상위에 마치 옛날 불온 서적 마냥 새빨갛고 두꺼운 책이 한권 있어 무언가 보니 바로 박노해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였다.뒤적여 보니 모두 시인데 웬만해서 시를 잘 안읽는 나지만 박노해란 3글자를 보니 웬지 읽고 싶어져 선배한테 이거 잠시 빌려간다 말하고 집에서 읽고 며칠 뒤에 돌려 주었다.

박노해란 사람을 지금 20~30대는 잘 알지 못한다.혹 아는 이가 있다면 아마도 학교 다닐 때 몰로토프 칵테일 깨나 던졌던 이들이 아닐까 싶다.박노해란 인물은 한때 대한 민국 운동권에선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박노해는 사제를 꿈꾸던 공단의 노동자였고 그 노동의 고단한 삶의 참다운 해방을 위해 노동자의 애환과 꿈을 그린 시집 80년대 운동권의 애창 시집이기도 한 노동의 새벽을 쓴 시인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노해는 대한 민국을 전복 시키려 했던 혁명가였다 그것도 무장투쟁을 불사했던 강성 사회주의 혁명가로 사회주의를 천명한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을 결성했고 그를 쫒는 경찰들을 비웃으며 얼굴없는 시인으로 7년이나 도망다니가다 결국 1991년 체포됐고 사형이 구형됐다.아마도 그역시 사실 세상에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재판 끝에 무기징역이 확정됐고, 7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1998년 8월15일에 석방된다.

전태일이 7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시작을 알린 인물이라면 박노해는 80년대의 비참했던 노동 현실을 날카로운 벼려진 시라는 칼날을 통해서 그 시를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로 고단하고 피곤하며 위험한 노동현실을 고발하여 비참한 노동자의 현실을 대학생과 일반인들에게 마치 직접 눈으로 보듯이 알려져 당시 정부에서는 눈에 가시 같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체포이후 7년의 수감 세월뒤 그는 진보 진영에서는 사상 전향서라고 비판한 이른바 준법 서약서란걸 정부에 제출하고 가석방이 된다.이와 관련 유시민은 차라리 조금이라도 미안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이다. 가수 심수봉의 입을 빌리자면 ‘보내주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떠나가는 남자가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격”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그는 이와 관련해서 “사회주의 혁명만이 인민 해방의 길이라 믿었는데 소련은 붕괴됐고, 길을 잃었다. 치열한 반성이 필요했다. 감옥에서 하루 15시간을 공부하며 정직하게 성찰했다. 길이 보이더라. 지금은 전 지구가 하나로 연결된 마을이다. 늘 전쟁 위에서 신음하는 나라들이 아직 많고, 분쟁지역에는 우리와 똑같은 고통의 동심원이 그려져 있다. 그 고통과 함께 서 있고 싶었다.”라는 말을 남긴다.

그 이후 한때의 혁명가 박노해는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는 그 자취를 감추고 시인 박노해 역시 독자들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하지만 혁명가를 버린 박노해는 현재 나눔문화를 통하여 낮은 곳의 진정한 위로와 평화의 확산을 꿈꾸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시인 박노해 역시 12년만이 올해 그간의 침묵정진 속에서 육필로 새겨온 5천여 편의 시 중에서 304편을 묶어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그의 시중에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아 노트에 적어둔 시 몇편을 올려본다.

<들어라 스무 살에-박노해>

반항아가 살지 않는 가슴은
젊음이 아니다

탐험가가 살지 않는 가슴은
젊음이 아니다

시인이 살지 않는 가슴은
젊음이 아니다

너는 지금 인류가 부러워하는
스무 살 청춘이다

스무 살 폐부 속에 투지도 없다면
스무 술 심장 속에 정의도 없다면
스무 살 눈동자에 분노도 없다며
알아채라, 네 젊음은 이미지나가 버렸음을

들어라 스무 살에

혁명가가 살지 않는 가슴은
젊음이 아니다


<후지면 지는 거다-박노해>

불의와 싸울 때는 용감하게 싸워라

적을 타도할 수 없다면
적을 낙후시켜라

힘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돈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크기로 이기는 거다
미래의 빛으로 이기는 거다

인간은, 후지면 지는 거다

웃는 나의 적들아
너는 한참 후졌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박노해>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할 수 없는
빛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거대한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선이
야만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정신이
패배와 절망이 이해할 수 없는 희망이
깜박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토록 강력하고 집요한 악의 정신이 지배해도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희미한 등불로 서 있는 사람
어디를 둘러 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무력할지라도 끝끝내 꺾여지지 않는 최후의 사람

최후의 한 사람은 최초의 한 사람이기에
희망은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한 것이다
세계의 모든 어둠과 악이 총동원되었어도
결코 굴복시킬 수 없는 한 사람이 살고 있다면
저들은 총제적으로 실패하고 패배한 것이다

삶은 기적이다
인간은 신비이다
희망은 불멸이다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아이폰의 뒷면 - 박노해>

스티브 잡스가 재림했다 아이팟을 넘어 아이폰을 들고 아이패드를 끼고

서울역에서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옆자리 그녀가 아이폰 삼매경에 빠져 있다

저기요, 한번 만져봐도 되나요 스윽슥 손가락 하나로 세계의 속옷이 벗겨지고 나는 지금 광대한 지구의 달리는 한 점에 앉아 국경 너머 누구와도 한순간에 접속되어 우린 팔로우 팔로우 빛의 파랑새로 지저귀고 내 작은 손바닥 안에 거대한 지구마을이 들어선다

고마워요, 그녀에게 아이폰을 넘겨주다 반짝, 아이폰의 뒷면을 보고 말았다 정교한 주물과 밀링과 선반 쇠 깎기와 절묘한 합금과 광택과 사출 공정을 거친 거울처럼 매끄러운 아이폰의 뒷면

나는 눈을 감고 스윽슥 아이폰 모니터를 벗기고 들어간다 공돌이로 살아온 내 기억의 속살을 아이폰을 생산하는 수많은 하청 노동 현장을

열다섯도 안 된 중국의 소년 소녀들이 침침한 컨베이어 벨트 앞에 못 박혀 하루 15시간씩 고개 숙여 일하고 있다 월급은 고작 50달러

아이폰 속의 반도체와 하드웨어와 모니터를 만드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공돌이 공순이들 필수 보호장비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첨단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인 전자파와 유독한 화학물질과 방사선을 다루며 헥산 중독과 백혈병과 암에 걸려 스마트하게 버려지는 젖은 눈동자들

스윽슥 몸을 벗기고 젊음을 벗기고 세포막을 벗기고 꿈을 벗기고 마침내 무엇에 접속되고 무엇에 다운되는 걸까

심플하게 디자인된 접속 혁명 첨단으로 편리해진 소통의 네트워크 청정 IT 산업 아이폰의 뒷면 글로벌 팔로우 서비스의 뒷면

우리 시대의 영웅이자 구루인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의 뒷면에서 보이지 않는 살인자들의 세계화를 본다


<삼성 블루- 박노해>

오늘을 역사적인 날
글로벌 삼성 회장님이
대한민국 사법부를 접수한 날
법과 정의와 민주주의를 돈으로 사버린 날
자본권력의 힘을 온 세계에 보여준 날

이제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회장님으로부터 나온다

이제 삼성 로고 앞에서는
가슴에 손을 얹고 바라보라
국기에 대한 의례처럼
글로벌 삼성에 대해 경례하라

차갑고 푸르게 일그러진 원
그 안에 하얗게 들어박힌
삼성 앞에서는
하얘져
새하얘져

검은 뇌물도
검은 범죄도
법도 언론도 국가도
하얘져
쌔하얘져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글로벌 삼성 앞에서는
휴대폰도 컴퓨터도 TV도
얇아져 더 얇아져
진실도 정의도 인간성도

그들은 유령처럼 드나들어
법원도 검찰도 청와대도
언론사도 정당도 대학도
마음대로 들어가 바꿔버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버려

삼성전자의 처녀들은 하얀 우주복을 입고
독한 납용액과 1급 발암물질 벤젠과
날카로운 전자파와 방사선을
복숭아빛 발그란 몸으로 빨아들여
모든 것이 하얘져
핏속까지 하얘져

붉은 피톨도 푸른 눈물도
우리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황유미처럼 박지연처럼
하얘져
새하얘져

저 차가운 삼성 블루
일그러진 돈의 원 안에 들어가면
생명도 양심도 영혼도
우리들 살아 있는 미래도
하얘져
쌔하얘져

이미 실패한 20세기 혁명가의 시에는 아직도 20세기의 붉은 피기운이 힘차게 돌고 있다.삼성 블루라는 그이 시에는 삼성이란 거대한 기업앞에 주눅들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게 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히히 낙낙거리며 애플빠를 자처하면서 아이폰을 쓰고 있는 우리에게 그것은 중국 공장의 비 인간적인 하청에서 나오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해 주고 있는데(실제 아이폰이 나오는 중국 공장에서는 자살하는 노동자가 속출하다는 기사가 여러 번 난적이 있다),아이폰에 열광하는 우리의 뒷통수를 한방 세게 쳐주고 있다.

어찌보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인의 시집에는 그 흔한 서문도 발문도 추천사도 없고 유명한 평론가나 언론의 찬사라는 화려함도 없다.오로지 시인이 십년이상 묵묵히 써온 시들만이 책 한가득 있을 뿐이다.일부에선 그를 변절자라고 욕하지만 시인은 ‘혁명은 거기까지’라는 시로 자기의 생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는 날카로운 사회에 대한 비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어렸을 때의 모습이나 가족, 친지들의 이야기나 시인이 중1 때 술 마시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그린 시도 있기에 묵직한 시만 읽기에 답답해진 마음의 부담감을 덜어 주고 있다.

그에 명성에 걸맞지 않게 아니 오히려 잊혀졌는지 그의 이번 시집에 대한 반향은 그리 없는 편이지만 혁명가 박노해가 아닌 시인 박노해로서 돌아온 그의 시집은 분명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여겨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시를 가나다 순이나 아니면 주제별로 묶어주었으면 한결 읽기가 수월했읕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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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30 0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 18가지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본다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리처드 플라트 지음, 최의신 옮김, 스티븐 비스티 그림 / 진선아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항상 신세를 지는 친척 조카애 생일날에 사준 책.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은 스케치북 사이즈의 책으로 책 치고는 굉장히 큰 편이지만 아동용은 이 만한 크기의 책도 가끔은 있는 편이지만 그보다는 가격이 웬만한 어른 책보다 비싼 가격이라 없는 지갑을 열면서 가슴이 후덜덜 했던 생각이 나는 책이다.
암만 올 컬러의 그림책이라고 해도 48페이지 짜리가 이 가격이라니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면서 자녀에게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부모들을 약점을 알고 출판사가 너무 울궈먹는구나 하는 분노의 마음이 일었던 책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단면도로 보여 주는 그림책으로 실제 설계도를 바탕으로 한 그림과 자세한 설명이 흥미진진한데 책을 선물받은 조카애는 너무 좋아서 함박 웃음을 짓길래 나도 무척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은 항상 타국과 전쟁을 벌이던 14세기에 적의 공격에 대비해 튼튼하게 만든 성,망원경으로 저 높은 하늘 관찰할 수 있게 만든 천문대,16세기 신대륙 원주민의 금은 보화를 약탈해 유럽으로 나르던 커다란 배 갤리온,바다속을 다니는 잠수함,석탄등 지하자원을 캐는 탄광,육상 전투에서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지상의 왕자인 탱크, 바다 밑 자원을 캐내는 해저유전,중세 기독교 신앙의 중심점이였던 대성당,하늘을 날며 많은 사람들을 수송하는 점보 제트기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18가지의 건축물과 교통기관을 제목 그대로 크로스 섹션(가로, 세로로 자른 그림)하여 보여주고 있다.그러면서 단순히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가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설비와 필요한 인원 등 세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성의 경우 건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 각 부분별 명칭과 설명들로 구성되어 있고 성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직업(청소부,성직자,기사,귀족,어릿광대) 특징, 의상같은 것도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어 단순하게 건축물만 소개하고 있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성에 대한 세세한 그림과 그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도 있다>

<너무 세세한 설명과 전문적인 글이다 보니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선물해 주긴 어렵다>

이 책은 우리가 항상 겉모습으로만 보아왔던 건축물과 교통 기관등의 단면을 잘라 보여줌으로써 마치 우리가 이것을 만든 사람인양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지하철이나 비행기등 우리가 흔히 타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것과 어쩌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할 수 있는 건축물 및 교통기관을 자세한 도면과 함께 설명해 줌으로써 이런것들을 정말 이용하고 있다는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확실히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은 이 모든 것들을 정말 세밀하게 묘사아직 이런 건축물과 교통기관을 이용해 보지 않는 아이들의 시선에는 굉장히 신기하고 흥미로와 보일것이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사물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호기심을 많이 자극할거란 생각이 드는데 단점이라면 비싼 가격과 함께 건축물을 소개하는 세세한 설명이 책 한가득 있어 한글을 떼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불필요한 데다가 한글을 뗀 아이들이라도 건축 용어등 전문적인 용어라 쉽게 이해할수 없어 항상 무슨 뜻이냐고 아이들이 부모에게 귀찮게 물을 수 밖에 없다.차라리 책을 만들 때 이런 설명용 글을 따로 분리하여 그냥 부모용 소책자로 만들어 주었으며 아이들이 그림만 보다가 혹 궁금해 하는 것은 엄마나 아빠가 턱 하니 설명해 주면 아이들이 얼마나 엄마,아빠를 존경의 눈으로 쳐다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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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ung 2010-12-19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렸을때 이런책 하나 있었더라면..

카스피 2010-12-22 22:11   좋아요 0 | URL
네,상당히 좋은 책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