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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불꽃이 된 노동자 ㅣ 한겨레 인물탐구 5
오도엽 지음, 이상규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전태일, 불꽃이 된 노동자는 한겨레 인물 탐구 시리즈로 나온 책으로 어린이들과 함께 전태일의 삶과 죽음, 더불어 ‘노동자’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지난 11월 13일은 전태일이 1970년 11월 13일 서울 청계천 6가 평화시장 구름다리 앞에서 근로기준법 책을 가슴에 꼬옥 안은 채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성냥불을 당기고 순식간에 온 몸이 타오르는 불길 속에 휩싸인채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꼭 돌아오겠다…." 절규하며 외치다 죽은지 꼭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날 전태일의 죽음에 대해 시인 이은봉은 그의 시 '사랑이여'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불더미 속으로
잘 익은 살내음 속으로
그는 갔다 손을 흔들며
어금니를 깨물며 그는 갔다
환한 얼굴로
이젠 당신의 십자가
당신의 기름진 아랫배
편치 못하리라 어떤 모습으로든
그가 돌아온다
뜨거운 함성이 돌아온다
그의 잘 익은 근골 속으로
타는 눈물이 흐른다
기쁨이 흐른다
노동으로 단련된 구릿빛 내일이
사랑이 흐른다 일찍이 어디
이처럼 벅찬 그리움이 있었더냐
아흔 희망이 있었더냐
우리들 성긴 밥상 위로
보라, 그의 구수한 광대뼈가 돌아온다
떡으로 밥으로
다수운 고깃국이 돌아온다.
진수성찬이 돌아온다."
22세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노동자가 대우 받는 세상이 되길 꿈꾸며 불길이 되어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나갔지만 40년이 지난후에도 비정규직 800만 시대에 여전히 노동자가 대우받는 세상은 되지 못했다.
이 책은 청계천 여공들의 열악한 근로 조건에 항의하다 분신 자살한 전태일의 삶을 초등 학생들에게 보다 쉽게 들려주기 위해서 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현장에서 전하는 르포 작가이기도 한 오도엽 시인은 부산 금샘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 겨리에게 준 편지를 바탕으로 겨리의 친구들과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네루가 자신의 딸 인디라 간디에게 인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듯이 겨리에게 40년전 치열한 삶은 살다가 죽어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대해서 담담하지만 따스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한다.
<소설속 아빠와 딸 겨리>
전태일은 가난한 노동자의 맏아들로 태어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의 피복점 보조로 취업해 14시간 노동을 하며 당시 차 한잔 값이던 50원을 일당으로 받고 일한다.이후 재봉사로 일하다가 어린 여공들이 적은 월급과 열악한 환경,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보며 근로기준법을 공부하며 사업주의 부당한 노동 탄압에 대항하며 노동 운동을 벌이다 결국 온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붙이고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평화시장 앞을 달리다 “배가 고프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쓰러져 병원으로 죽게된다
전태일은 비록 초등학교 중퇴가 전부인 학력이었지만 이처럼 당시 청계천 여공들에 대한 헌신적으로 노동자 인권운동을 펼쳤기에 “전태일이 없었다면 한국 노동자들의 인권은 수십 년 뒤에나 존중받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인물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근 현대사의 부끄러운 치부이기에 그리고 내 자식은 단순한 노동자를 시키지 않을거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으로 인해 사실 이 책은 쉽사리 아이들이 읽을 수 없는 책일 거란 생각이 든다.게다가 커피 한잔 가격에 하루 종일 노동을 해야하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이들을 위해 분신 자살을 선택한 전태일의 삶에 대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현재의 아이들이 과연 이것을 이해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저자는 노동자, 사용자, 근로기준법, 파업, 분신 등 어린이책에서 꺼내기 쉽지 않은 부분을 아빠가 딸에게 이야기하듯 부드럽게 풀어내고 있어 이런 류의 노동 관련 책들에서 느낄수 있는 격함을 완화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현재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전태일의 일기나 편지, 노동청에 제출한 진정서 등 다양한 문건이 인용되어 이야기의 사실성을 확보하고 있다.그리고 책속에 들어있는 70년대의 몇 몇 흑백의 사진과 펜으로 그린 단색의 삽화가 텍스트와 함께 어울어져 이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60~70년대 한국의 모습을 그린 삽화와 사진>
<60~70년대 청계천의 모습,2천년대의 인위적인 복개모습이 아니라 서민의 삶이 있었던 생생한 모습이다>
<청년시절 전태일의 모습>
솔직히 이 책을 아이들이 스스로 사서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 했듯이 전태일이 분신한지 40년이 흘렀지만 2010년 현재도 노동자들의 분신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10월 30일 KEC 노동자 김준일 씨가 분신한데 이어 11월 20일에는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노동자 황인하 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대통령이 자랑하듯 G20의 의장국이 된 나라,곧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가 주장하는 나라에서 아직도 이런 노동자들의 분신과 관련된 뉴스를 읽고 초등학교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현대는 모든 부의 80%가 상위 20%가 갖는 20:80시대다.아마 앞으로 가면 갈수록 이런 상황은 더욱 고착화 될것이다.그리고 앞으로 자라나는 많은 아이들의 대부분은 누군가 혹은 어느 기업의 근로자가 될 것이다.많은 부모들이 그들 스스로가 노동자(근로자)이면서 노동자, 노동운동이라고 하면 두려워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들이 부모보다 더 나은 직업, 더 풍족한 삶을 위해 부모들은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어린 아이들은 역시 더 나은 삶을 위해 꿈과 희망을 품어야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아이들도 알아야지만 되지 않을까 싶다.
전태일의 일기에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어떤 이웃의 고통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 반드시 지녀야 할 도리다. 이것이 인간의 과제다."라는 글귀가 나온다.이 책은 과연 우리 아이들이 이웃의 고통을 모르는 그런 아이들도 자라는 것이 과연 옳은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전태일에 관한 이야기로는 현재 어른들이 읽을 수 있는 전태일 평전이 있다.우선 부모가 이 책을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전태일, 불꽃이 된 노동자를 읽어 보게 한 뒤 서로 느낀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것이란 생각이 든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