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샀다고 가끔씩 올리는 건 (사실 때마다 다 올리는 건 아닌...) 책 많이 산다고 얘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는 이런 책을 샀는데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라는 심정이고... 샀다고 다 읽지는 못하고 있어서 (다 읽기는 커녕 그냥 쌓여만 가고 있어서) 뭔가 죄책감 비스므레한 것도 드는 와중이라 이렇게 올리면 좀더 열심히 읽지 않을까 라는 심정도 섞여 있고. 뭐 어쨌든 이번에 산 책들 소개.
나는 존 르 카레를 스파이 소설 작가라고 분류하는 것에 반대한다. 최근 작에서는 그 힘이 많이 딸리기는 했지만, 그의 전성기 때 소설 시리즈는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명작소설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돌아가셔서 참으로 낙담스러웠는데, 전성기 시절의 책인 <완벽한 스파이>가 나왔다고 해서 얼른 사고야 말았다. 내 나름의 추모랄까. 사실 그의 책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 대표적으로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 를 보며 와인 한잔 해야지 하는 결심도 아직 남아 있고. 두툼한 책이 두 권 날아왔지만 너무나 반가운 마음으로 한번 쓰다듬은 후 일단 책장에 안착시켰다.
알라딘 서재를 기웃거리다 보면 알라디너들이 올린 책에서 마음에 확 박히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을 Thanks to한다고 하는 것인가. 암튼 그런 책들이다. 다 소설이고, 다 주옥같아 보인다. 읽고 싶고나 읽고 싶고나.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은 <킨>이 언젠가부터 책장에 있는데 (언제 샀는지도 가물가물이다. 작년이었던가) 누군가 <블러드차일드>가 더 좋다고 해서.. 그냥 샀다. 허허. 따라서 뒤늦게 산 <블러드차일드>를 먼저 읽고 <킨>을 읽을 생각이다. 언제? 휘릭..
일본 소설가 중에 또 즐겨 읽는 작가가 아사다 지로다. 영화 <철도원>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사람이기도 한데, 사실 <철도원>도 좋지만 가슴 아릿한 소설을 많이 쓴 사람이다. 어릴 때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가. 글의 분위기가 늘 애잔하지만 따뜻하다. 책이 나오면 바로 구입하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 이번에 새로 번역이 되어 나왔길래 냉큼 구입.
내가 읽은 건 이런 책들이 있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들. <칼에 지다>는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아 비장미와 감동이 어우러진 좋은 역사소설이다. 다른 책들도 좋다. 4권으로 된 <프리즌호텔>이란 책도 있는데 그건 아직 못 읽었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책이다. 요즘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접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울프가 아니다. 어쩌면 내가 나이를 더 먹어서 그녀의 글이 더 잘 와닿는 걸까. 책도 다 시기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니까 말이다. 어쨌든, 한 권씩 울프의 책을 모으는 재미가 솔솔하다. <올랜도>를 덮으면서 다음 책은 <델러웨이 부인>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등대로>를 집어들 지도 모르겠다... 고를 책이 있다는 건, 짜릿한 느낌이다.
어슐러 K. 르 귄이란 작가가 에세이를 재미나게 쓸거라고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돌이켜보면 그녀의 소설들을 볼 때 에세이도 재미있을 것이라 예상을 했었어야 했다. 억지를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쓰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다. 이 책도 기대하고 있다.
<소년탐정 김전일 애장판> 시리즈는 한 권씩 꾸준히 사모으고 있다. 한 권 가격은 얼마 안되지만 어쩄든 32권인가를 다 사는 건 부담이긴 하다. 하지만 이 시리즈만큼은 내가 워낙 좋아하는 거라 일단 하드커버로 소장하리라 마음먹고 한두 권씩만 사고 있다. 만화책이라는 게 사두면 그것만 읽고 싶어지는 류의 것이라, 조심해서, 한두 권씩만. <아마존웨이..>는 업무적으로 필요해서 모아 읽고 있다. 몇 권 사둔 업무연관성 책들도 부엌 아일랜드 탁자 위에 여러 권 쌓여 있는데.. 다음주 쯤에 몰아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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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좀 신경쓸 일이 있어서 책을 많이 읽지 못했었다. 사실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닌데... 모른 척하기도 그런 사안이라. 지금도 마음이 심란하긴 하다. 사람 사는 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고 나도 모르게 홀리듯 실수를 할 수도 있는데 그 실수라는 게 잘 마무리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싶다. 마무리가 제대로 안되거나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그 나쁜 영향이 일파만파로 번져 많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위험하다. 아직 해결이 나지 않았는데... 잘 해결되어야 할텐데.
이 페이퍼를 쓰면서 버터링 한 줄을 홀랑 다 먹어 버렸다. 사람마다 기호식품은 다르고 심지어 스트레스 받을 때 먹은 음식도 다 다르겠지만,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게 세 가지다. 어릴 때야 스트레스 해소한다 하면 주로 술을 먹었지만, 이젠 다 커서(늙어서?) 그런 일은 없다. 그래 봐야 해결은 안되고 상하는 건 내 몸이라는 걸 알아도 한참 전에 알았으니까 말이다. 난 스트레스를 받으면 버터링과 미니약과와 믹스커피를 먹는다. 그냥 먹는 게 아니라 청소기로 흡입을 하듯 사정없이 먹어댄다. 그래서 스트레스 받은 이후에는 살이 엄청... 지금 그런 조짐이 보여서 조심 중.
아마 2월말까지 정도만 이 여유를 누릴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여행이라도 갈까 생각하다가 접었다가 마음이 헤벌레 헤벌레 진정이 안되고 있다. 어디 멀리 가서 머물고 싶지만 일정도 그렇고 기간도 얼마 안 남고 해서 차몰고 가까운 데 휭하니 다녀올까 이 정도로 생각 중이다. 3월이 되면... 3월이 되면... 그 때 가서 얘기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