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일상에서 좋아하는 순간들은 다 다르기 마련이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은, 주말에 와인과 안주를 놓고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 사실, 와인만이면 모르겠지만 안주까지 대동하면 책 보기는 좀 어려울 수 있고 대부분 이런 상황에선 영화를 본다. 


최근에 매일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일이 일단락되어서 (아직 요원하긴 하지만) 편한 마음으로 이 자세를 취하며 영화를 보는 시간을 한번씩 만들고 있다. 많이 행복한 시간이다. 


와인 안주를 만들면서,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는 것도 꽤나 즐겁다. 넷플릭스와 왓차가 내 곁에 있으니 왠만한 영화는 다 볼 수 있고 그래서 이걸 볼까 저걸 볼까 꼼지락거려보는 재미가 그만이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암튼 어제 일요일 저녁에 내가 그런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다는 것이고, 영화는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를 선택했습니다, 이 얘길 하고 싶은 거다. 







이 영화를 알게 된건, 빌 게이츠 덕분이다. 빌 게이츠가 이 영화의 원작인 실화 소설을 그 해의 최고 소설 중에 하나로 꼽았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는 것. 그렇다. 이 영화는, J.D.밴스라는 실존 인물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쓴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날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고 빌 게이츠가 얘기하기도 했고 해서, 책을 보기 전에 우선 영화부터 찜을 해둔 상태였다. 어젠, 문득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강렬한 감정에 휩싸여 선택. 거실 탁자에 와인과 안주(브리치즈구이)를 놓고 감상 시작. 




(*아름답다. 그만큼 칼로리는 폭탄이었음을 고백..;;) 



영화는 예일대 법대에 재학 중이고 중요한 인턴십 면접을 앞에 둔 J.D.밴스가 누나로부터 엄마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는데서 시작한다. 입원의 이유는 헤로인 과다복용. 뭐 이 쯤 되면, 어떤 내용이 전개될 지 예상이 되기 시작한다. 최종 면접이 잡힐 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일단 엄마에게 가기로 한다. 그 와중에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가게 된다. 


오하이오주에서 살던 J.D.밴스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엄마와 누나, 이렇게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낳아준 아빠는 알 수 없고 엄마는 간호사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 알고 보면, 엄마는 고등학교 때 매우 우수했으나 꼬이고 꼬여 결국 이렇게 된 것이라고 중간에 설명이 나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지금은 하고 있지만, 사실은 할아버지는 주사가 심해서 어릴 때 아이들을 학대했고 할머니는 그걸 막고자 심지어 할아버지에게 불을 붙이기까지 했었던 아픈 과거가 있다.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걸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엄마는 마약에 손을 대게 되고 결국 일자리도 잃게 된다. 아들인 J.D.밴스를 데리고 누군가와 결혼을 하지만 거기에서 J.D.밴스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어 술을 먹고 사고를 치고 성적은 바닥을 기게 된다. 할머니는, 엄마에게 손자의 양육을 맡겼다가 이렇게 뒀다가는 인생을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딸에게서 손자를 데려온다. 그리고 단호하고 강하게 손자를 대하면서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애를 쓴다. J.D.밴스는 첨에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가 할머니가 아픈 몸을 이끌고 약도 못 먹으면서 손자를 위해 음식을 구걸(?)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고는, 마음을 잡게 된다. 그렇게 그렇게 알바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그래서 해병대도 가고 대학도 가고.. 이젠 예일대 법대생이 되었다. 이 얘기. 




















힐빌리(Hillbilly)는 사전적 정의는 '두메산골 촌뜨기' 인데, 뉘앙스는.. 우리나라 말로 따지면 '흙수저' 정도의 의미인 것 같다. (아 이 용어 정말 싫지만 말이다)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인턴십 면접을 갔더니 유수한 집안의 자제들이 (예일대이니 어련하겠는가) 와서 아빠 얘기하고 집안 얘기하고.. 정작 본인은 포크와 나이프 사용하는 방법도 모르는 채,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멀뚱멀뚱해야 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보면 '개천에서 용난' 얘기이고, 그 핵심엔 가족이 있다..를 강조한다.


어수선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가족이지만, 가족이 지지대가 되었기에 지금의 나가 있다.. 라는 의미를 전달한다. 할머니는 특히, 손자의 장래를 위해 헌신한다. 엄하게, 살아남을 길에 대해 얘기하고 없는 살림에 그렇게 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한다. 누나는, 어렵지만 엄마를 용서하려 하고 감싸려 하고 동생을 보호하고 싶어한다. 엄마는 엄마만의 방식으로 자식을 보호하려 하고 나중에 아들이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 조용히 잡고 있던 손을 놓아준다. 가라고. 가족은 말한다. 남을 건드리지는 마라. 그러나 나를 건드리면 끝까지 대적해라. 그러다 안되면, .. 가족이 나타날 것이다. 


영화는 좀 밍숭맹숭한 느낌이 나기도 하고, 대단히 감명깊다 싶지는 않지만, 미국이란 사회, 러스트벨트라는 곳에서의 사람들의 삶,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한 체제들, 계급적인 사고방식,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에 대한 비평도 비평이지만, 책에 대한 비평도 만만치 않다. 저자가 군데군데 백인우월적인 요소들을 계속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 제일 커 보인다. 백인이라는 정체성에서 이 상황을 대면하는 것과 흑인이나 다른 인종이 대면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일 테니까. 결국 저자는 성공한 백인이고 이제 그 관점에서 과거를 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게다. 빌 게이츠도 백인이니.. 아마도 인종적인 측면에서의 문제는 그다지 못 느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관함에 넣긴 했는데, 살지 안 살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 말미에, 실제 인물들의 근황과 사진들이 나온다. 와. 내가 진정 놀란 건, 배우들과 실존 인물들의 싱크로율. 거의 도플갱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아서 이게 실제 인물인지 배우인지 살짝 살짝 놓치게 되더라는 것. 글렌 클로즈의 나이든 모습이 슬프긴 했지만(예전엔 화려한 악역으로도 많이 나왔어서 더 그런 듯) 역시 연기력은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하기도 했고. (감독이 론 하워드라는 것을 고려할 때) 영화의 완성도가 대단히 뛰어난 건 아니지만 볼 만은 했다.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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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2-08 14: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것도 책 사놨어요... 아아 세상의 모든 책을 갖춘 나란 사람... ㅠㅠ
저 안주 이름이 브리치즈였군요! 비쥬얼 너무나 훌륭하고 와인과 찰떡일 것 같습니다. 아름다워요 ㅠㅠ

보다 말았지만 글렌 클로즈는 그 뭐지, 마이클 더글라스랑 나왔던 가면의 정사였나, 거기에서의 모습이 퍼뜩 떠오르네요. 백래시 읽다가 가면의 정사 보고 싶어져서 봤는데 앞에 조금 보고 그만뒀었죠...

유부만두 2021-02-08 14:16   좋아요 4 | URL
영화 ‘위험한 정사’에요. 거기서 글렌 클로즈 엄청 무섭게 나왔었죠. 그런데 불륜남은 용서받는듯한 결말이 엥? 스럽던 기억이 나요.

비연 2021-02-08 14:21   좋아요 3 | URL
전 이 책은 평을 보고 아직은 망설이는 중... 살까말까 살까말까.
와인 안주.. 저거. 너무 간단하고 너무 맛나요. 추천~ ㅎㅎㅎ

글렌 클로즈 나온 영화 <위험한 정사>.. 글렌 클로즈가 예전엔 정말 무서운 역에 많이 나왔었는데.
저도 결말이 좀.. 뷁스러웠던 기억이..;;;;

유부만두 2021-02-08 14:1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힐빌리 영화 찜 해두었어요. 글렌 클로즈의 변신이 정말 대단하죠?!
신기한 건 힐빌리 깡촌 사람 어린 시절이 90년대잖아요? 그게 그렇게 옛날 같지 않은 전 옛날 사람인거죠? 그게 좀 슬펐어요.

비연 2021-02-08 14:23   좋아요 5 | URL
전 처음엔 글렌 클로즈인지도 몰랐어요. 이름 박혀 있으니 이 사람이겠지 싶은.. 헉.
흠.. 90년대면 옛날 아닙니다! ㅎㅎ (저도 옛날 같지 않거든요 ㅋㅋ)

미국이란 나라가 빈부격차가 더 크고 사실은 계급이동도 쉽지 않은 나라라서, 요즘도 그럴 거에요. 미드 같은 거 보면, 켄터키주나 네바다주나 이런 데서 왔다고 하면 막 무시하고 안 끼워주고 그러더라구요.;;;

수이 2021-02-08 15: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읽으려고 어제 샀는데 이렇게 또 비연님 페이퍼에서 똬악 마주하네요. 영화 넷플에 있는지 몰랐는데 봐야겠어요. 비연님 와인 사진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요. 어플도 사용하시지 않는 거 같은데 어쩜 이렇게 예쁘게 나올 수가 있지?! 영화 보고 책 읽으면 도움될듯 해요. 고마워요 비연님

비연 2021-02-08 18:12   좋아요 2 | URL
어머어머. 이런 우연의 일치가! 영화 보시는 건 추천드려요~ 보고나서 책 읽으면 여러모로 새로울 듯.
사진은.. 흠.. 수많은 실패 끝에 한 장 건진 걸 올리는 거라 ㅋㅋㅋ

얄라알라 2021-02-08 1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이미 아담스가 영화 위해, 모습을 바꾸었나봐요. 영화도 기대되네요^^

비연 2021-02-08 18:12   좋아요 2 | URL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를 아주 실감나게 합니다. 굿이에요~ 영화 한번 봐보심도 괜찮을 듯^^

붕붕툐툐 2021-02-08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저 쉽지만 만난 안주의 요리법을 알려주세요, 플리즈~ 저 사진 이후로 글이 눈에 잘 안 들어오네요~ 전 역시 글보다 먹는게 좋은 먹보인가봐요~😊

scott 2021-02-08 21:05   좋아요 2 | URL
비연님이 나중에 차근 차근 알려주시겠지만
일단 제 스톼일 레시피를 알려드리면 ㅋㅋ

*필요한 재료- 브리치즈 한통(원통형으로 생긴게 브리치즈 구이용)
믹스 견과 두봉지

꿀 적당히(메이플 시럽도 오우케이!)
체리-블루베리 딸기 같은 베리류 생과일(있으면)
1오븐에 구워야하기 떄문에 브리치즈를 종이 호일 위에 올려놓고 포크로 뽕뽕 질러주세요(꿀이 스며들수 있게)
2구멍난 브리치즈 위에 꿀 한스푼(넓게)을 발라주세요
3믹스견과류를 꿀바른 브리치즈위에 뿌려주세요
4오븐(170도 정도)넣고 15분 땡!-전자렌지에 해도 되지만 맛은 ㅋㅋㅋ
체리-블루베리 딸기 같은 베리류 생과일과 함께 냠~냠~*(카나페처럼 크래커 위에 올려놔도 맛남~*)

비연 2021-02-08 21:05   좋아요 2 | URL
scott님, 딩동!
더 자세한 건 아래 링크 클릭요^^

https://in.naver.com/witchyoli/contents/234213742074336?query=브리치즈

붕붕툐툐 2021-02-09 13:04   좋아요 2 | URL
꺅! 얼마전 회생시킨 오븐을 돌릴 절호의 찬스군용! 스콧님, 비연님 감사해욤~😻😻

han22598 2021-02-09 0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보다..movie보다....역시 food! 정말 탐나는 안주네요 ^^

비연 2021-02-09 07:3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이런이런~ 안주사진도 가끔 올려야겠어요 ㅋ

붕붕툐툐 2021-02-09 13:05   좋아요 1 | URL
ㅋㅋㅋhan님께 공감백배! 안주사진 많이 올려주세용~😻😻
 


어제는 집에 왔는데, 정말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이 주 정도 deadline이 정해져 있는 일을 하느라 달려왔더니 어제만큼은 쉬고 싶다, 하루 정도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자.. 라는 마음이 너무나 강력히 드는 거다. 그래서 오는 길에 녹두전과 맥주(!)를 사왔다. 요즘 건강 챙긴다고 술을 가급적 안 먹고 있는데 (지난 달에도 며칠 안 먹었지. 아예 안 먹진 않았고 ㅎㅎ) 그리고 추운 겨울날엔 찬 맥주를 선호하지 않아서 손이 가질 않는데... 어제는 맥주가 먹고 싶었다. 그래, 한번쯤은 마음 내키는 대로 해야지.


맥주와 녹두전으로 한 상을 차리고, 옆에는 여분의 맛밤도 장착한 후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가 이 영화를 골랐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 At the Whistle Stop Cafe)>. 







1992년 작품이다. 그리고 소설이 원작이기도 하지. 소설을 작년에 다시 읽고 영화도 다시 봐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왓차 보관함에 넣어두었었는데 이제야 꺼내보게 된 거다. 50년 전의 두 여자와 주위 사람들, 그리고 지금의 두 여자와 주위 사람들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훈훈한 마음을 불러 일으켰던 책이고 영화였다. 물론 영화는 늘 그렇듯 소설을 다 담아내지 못해서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젊은 날의 캐시 베이츠와 이제는 고인이 된 제시카 탠디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맥주를 마시며 간간히 녹두전을 먹고 거실 불을 다 끈 채 스탠드 조명만 밝히고는 영화를 보는데.. 아 행복했다. 간만에 느끼는 평화로운 행복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이지(Idgie)는 소설에서 느낀 이지의 반의 반도 소화를 못하고 있다.. 라고 생각했다. 자유분방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주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으면서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할 줄 아는 여성. 그리고 그 옆에서 사랑으로 든든히 이지를 지지해주고 있는 다정하면서도 강인한 루스(Ruth). 아무래도 1992년 영화다보니 이 둘의 관계를 우정과 사랑의 중간 정도로 애매하게 묘사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들은 서로를 깊게 사랑하고 있었다. 세상의 편견 따위 그냥 무시하고. 그 주변의 사람들, 십시와 빅조지, 목사님, 잇지의 형제들, 루스의 아들 버디 주니어(책에선 스텀프).. 과 함께 가족처럼 살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왔었다. 영화에 그게 다 안 담아진 게 아쉽기 그지 없지만, 책과 영화를 몇 번 보다보니 볼 때마다 약간씩 느낌이 달라지는데.. 어젠 사람들과 그렇게 어우러져 사는 다정한 모습이 내내 마음에 남았더랬다. 아마도 지금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을 잘 못 만나고 살고 어찌보면 좀 삭막하다 싶을 정도로 혼자만의 생활에 적응(?)해 지내고 있어서 더 그런 게 아닌가.


세월이 지나, 루스도 죽고 카페도 문을 닫고... 황량하게 변한 철도 주변이 쓸쓸해졌을 땐 내 마음에도 바람이 불어들었다. 영화에는 안 나왔지만, 난 책에서 루스의 아들 스텀프가 자라서 일가를 이루고 딸과 손녀와 손녀의 남자친구 앞에서 옛이야기를 하던 장면을 좋아한다. 그 다정함이 잘 전해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리고 팔 하나 없이 살아야 했던 스텀프가 그렇게 잘 살고 있다는 것에 왠지 위안을 받아서. 


우리 어머니하고 이지 이모는 카페를 운영하셨지. 대단잖은 일일 지도 모르겠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말해 주고 싶네. 우리들, 그리고 음식을 구하러 온 사람은 누구든 거기서 식사를 했다네... 흑인이건 백인이건. 나는 이지 이모가 오는 사람 막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네. 이모는 필요하다면 술도 내주는 사람으로 유명했지...

이모는 앞치마 속에 술병을 넣어 가지고 다니셨는데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네. '이지, 넌 사람들에게 나쁜 습관을 들이고 있어.' 하지만 당신부터가 술을 좋아하셨던 이지 이모는 이렇게 말씀하셨지. '루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어요.' (p428)



그리고, 영화에서는 에벌린이 니니를 집에 데려가는 것처럼 했지만, 책에서 니니는 자는 중 저 세상으로 갔다. 에벌린이 묘지에 가서 보니 거기엔 이지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기차길에서 죽은 오빠 버디, 니니의 아들 앨버트의 묘가 있었고.. 그 아래쯤에 니니의 묘가 있었다. 


버지니아 (니니) 스래드굿

1899-1986

집으로 돌아가다


순간, 노부인에 대한 달콤한 기억이 물밀 듯 밀려왔다. 에벌린은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깨달았다. 꽃을 내려놓는데 눈물이 흘러내렸다. (p505)


그리고 거기 앉아 살아있는 사람한테 말하듯, 이얘기 저얘기 하기 시작한다. 다정함과 사랑은, 이렇게 50년이 지나 누군가에게 전해졌고 그렇게 또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전해질 거다.. 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에 따스한 기운이 스몄다. 어젠, 그래서인지 참 좋은 마음으로 잠을 청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책과 영화는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평안을 주는구나 라는 생각을 얼핏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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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1-02-03 1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으로 그렇게 차분하게 몰입해서 영화를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요즘입니다. 좋은 시간이 부럽네요 ㅎ

비연 2021-02-03 11:04   좋아요 2 | URL
저도 정말, 간만이라 더 좋았던 것 같아요 ^^

청아 2021-02-03 1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빵만으로 살 수 없죠!(안되욧) 저는 어제 밤에 영화보면서 굴전에 맥주마셨어요ㅋㅋ

비연 2021-02-03 11:13   좋아요 2 | URL
앗. 저랑 비슷한 조합을! ㅎㅎㅎㅎ 영화 뭐 보셨어요? 궁금궁금~

청아 2021-02-03 11:15   좋아요 2 | URL
올란도 봤어요ㅋㅋ^^* 버지니아울프 원작 그 올랜도요!틸다 스윈튼 넘 멋져요😆

비연 2021-02-03 11:27   좋아요 1 | URL
홋. 올란도 보셨군요. 전 책을 반 정도 읽은 상태인데.. 영화를 볼지 안볼지는 결정 못한.
틸다 스윈튼은 다른 영화에서도 멋지게 나오는데... 그 영화에서도 역시 ^^

scott 2021-02-03 11: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만 봤는데 소설에 감동이 다르다는거 비연님 때문에 알게 되네요 ^.^

비연 2021-02-03 11:45   좋아요 1 | URL
사실, 소설을 추천드립니다^^ 영화와는 구성도 좀 다르고 훨씬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많아요~

페넬로페 2021-02-03 1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에 이 영화봤는데 그때 받은 감동이 지금도 생생해요^^근데 문제는 네 여자중에 세 명의 역할은 기억나는데 영 제시카 탠디는 기억나지 않아요 ㅠㅠ
결론은 다시 한번 봐야할듯요 ㅎㅎ

비연 2021-02-03 11:47   좋아요 1 | URL
제시카 탠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인데 기억이 안 나시다니...ㅎㅎ 꼭 다시 보셔야 할 듯.
 

 

제주도는... 아름다왔다.

정말 무리되는 상황에 다녀온 건데..

역시, 제주. 다녀오길 참.. 잘 했다 싶다.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짧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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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0-30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제주 풍경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려요. 비연님, 근데 사진만 보면 제주 아니라 외국 같아요 :)

비연 2020-10-30 20:06   좋아요 0 | URL
워낙 풍경이 좋아서..^^ 여행은 참 좋아요. 특히 제주도.

단발머리 2020-10-30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생각.... 외국이 부럽지 않네요. 비연님 덕분에 눈정화합니다!

비연 2020-10-30 20:06   좋아요 0 | URL
워낙 풍경이 좋아서 카메라만 들이대도 좋은 사진이^^

파이버 2020-10-30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가을의 제주도 너무 멋져요~ 즐거우셨던 순간들을 이렇게 멋진 사진으로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0‘b

비연 2020-10-30 20:07   좋아요 1 | URL
가을의 제주도 참 예쁘더라구요.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하면, 사진은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han22598 2020-10-31 0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가...제주도 풍경과 가을의 공기가 느껴지는 사진인데요. ^^ 좋아요.

비연 2020-10-31 09:44   좋아요 0 | URL
제주와 가을이 어우러지니 마음에 잔잔함이 스미는 기분. 이 추억으로 연말까지 버틸(?) 거 같아요^^
 

 

내게 있어 코로나는, 그렇게 답답하기만 한 대상은 아니었다. 좀 차분하게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많이 확보되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던 소확행도 좀더 누릴 수 있었다. 물론 길어지니, 뭘 못한다는 것보다 뭔가 나를 강제한다는 자체가 못 견디겠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내 행동을 통제받는 자체가 딱 질색인지라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긴 했다. 아니 컸지. 일단 야구장과 공연장, 전시장이 다 문을 닫아 버린 게 컸다. 야구는 내 생활의 일부이고 경기장에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갔던 것 같은데 그리고 올해는 전국 순회 공연을 해야지 했었는데.. 그게 망해버린 거다. 지금 개방은 하고 있지만, 거의 끝나가는 데다가... 두산. 으악. 두산. 포스트시즌에 가기는 가겠지만 4등 아니면 5등으로 갈 확률이라 .. 결구 남의 잔치 바라보는 신세가 될 게 자명해져서 (거의 확실하다) 흥미가 좀 떨어지고 있다. 오히려 시즌 끝나고 스토브 리그 때 두산에서 대거 FA가 나올 예정이라 그게 더 신경쓰인다.

 

클래식이나 뮤지컬이나, 미술 전시나 이런 것들을 못 간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나는 음악을 사랑하고, 그래서 틈만 나면 공연장에 가는 게 취미인 것을, 올해는 대부분의 내한공연이 다 취소되어서 (그 중엔 기대되는 것들도 몇 있었다) 유튜브로 하는 실황중계 보는 것으로 날 달래고 있었다. 이제 1단계로 내려가면서 풀리긴 풀렸으나 내한공연은 불가능하고, 대신에 국내의 유명한 음악가들이 좀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 이제 슬슬 재개 해야지. 하고 티켓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라지만, 아 정말 나같은 사람이 많은 모양이지. 표 구하는 게 쉽지 않다. (.. 쉽지 않다 가 아니라 못 구했다 ㅜ)

 

***

 

1. 조성진 전국투어

 

 

 

조성진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인기는 거의 아이돌급이다. 난 이 연주자가 유명해지기 전에 오케스트라 협연하는 걸 들었었는데, 눈여겨볼 만한 연주실력을 가졌었다. 그 이름 석자를 똑똑히 내 머릿속에 새겨둘 정도였으니까.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이후 그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그에 걸맞게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고.

 

이번에 심지어 대구 찍고, 부산 찍고, 창원 찍고, 서울 찍고, 춘천 찍는 전국 투어가 진행될 예정인데.. 허허. 역시 전체 매진. 그냥 5분도 안 되어 다 날아가는 수준이다. 이 연주자 실황연주를 도대체 언제쯤 다시 보게 될 지.. 의문이다 의문. 이번 전국투어 프로그램에 못 가는 건 대단히 아쉽다. 슈만과 리스트인데. 조성진의 슈만과 리스트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는데.

 

 

2. 백건우와 KBS 교향악단 협연

 

여기서도 말했던가. 백건우는,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피아니스트다. 다른 취미 거의 없이 (언론 노출도 거의 없다) 수십 년 간 피아노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에게는 '구도자'라는 별칭이 너무나 어울린다. 공연장에 가보면, 앵콜도 없다. 계획한 프로그램에 전심전력을 다 퍼붓기 때문에 팬서비스로 낭비할 에너지가 남아나지 않아 보여서 다들 수긍한다. 백건우의 연주도 슈베르트와 베토벤 두 차례 독주회를 갔었는데.. 훌륭하다. 대체로 작곡가의 전체 레퍼토리를 다 연주하는 경향이 있어서 정말 대단하다 라는 생각만 든다. 차분하고 깊이있고 사색적인 연주다. 물론 이번 공연도 11월 14일에 있는데 매진이지. 하하하. ㅠㅠ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공연인데 말이다. 네.. 다들 잘 보세요.

 

 

3.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임동혁은 티켓 파워가 엄청난 클래식계의 또 하나의 아이돌이다. 아이돌이라고 해서 그의 실력이 폄하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너무나 사랑하는 연주자이고 내가 들어본 임동혁의 피아노 연주는 수준급이다. 행동에 거침이 없고 하는 행보도 자신의 신념대로 하는, 신세대의 아이콘 같은 연주자다.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 역시 베토벤을 골라 연주한다고 하는데.. 내가 너무 늦게 들어간 거겠지. 물론 매진. 하하. 그러니까 다 매진.

 

***

 

올해는 피아노 연주 들으러 가는 건 글른 모양이다 하고 낙담하고 있는데, 띠용.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와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와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하는 기회가 있음을 발견. 바로 들어가 예약에 성공했다. 으으. 다행. 하나는 건졌네. 사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대단한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그리고 연주자들도 세계정상급은 아니지만 (그러니 표가 남았겠지) 그래도, 라흐마니노프의 곡이라니, 들으러 갈 의미가 충분하다. 다행. 하나라도 갈 수 있으니. 원래 내 생일이 11월에 있어서 항상 연주가는 걸 스스로에게 선물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가능할 것 같다..

 

 

***

 

뮤지컬도 풍년이다. 지금 하고 있는 <캣츠>와 이어서 할 <맨오브라만차> 그리고 곧 들어올 <노트르담 드 파리>, 셋다 굵직굵직하다. 세 뮤지컬 다 3번 정도씩은 본 것 같다. <맨오브라만차>는 원래는 정성화 버전을 좋아해서 계속 그 사람 걸로만 보았는데, 요즘 조승우에 꽂힌 나머지 예매를 시도.. 역시나 5분만에 매진이었으나 친구의 도움으로 하나님석(2층 맨꼭대기..)을 구했다. 괜찮다. 구한 게 어딘가. 기대된다. <캣츠>는 못 갈 것 같고 <노트르담 드 파리>는 표 구해 다시 갈 생각이다. 사실 이제까지 본 수많은 뮤지컬 중에 단연 으뜸은 <노트르담 드 파리>다, 내겐. 프랑스 뮤지컬의 진수이고, 여행이 풀리면 파리에 가서 이 공연을 볼 계획이 있다. 진심으로 멋진 뮤지컬이다. 표.. 있겠지..?

 

***

 

이래저래 문화생활을 재개할 수 있어 많이 기쁘다. 집에서 음악 듣고 영화 보고 야구 보고 다 좋은데... 그래도 현장에 가서 듣고 보는 것 만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내년에는 제발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거리두고 봐도 좋으니... 공연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애정하는 피아니스트인 머레이 페라이어만 해도, 연세도 많으시고 (47년생) 몸도 자주 아파서 언제까지 연주를 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도 최근에 얼굴 보니.. 아이고 할배. 예전에 바이올린 계의 전설적 미인이었던 (그 실력은 퀘스쳔이긴 했지만) 안네 소피 무터도 이젠 장년의 얼굴로... 그래서 이들의 공연이 있다면 언제든 가서 보고 싶은 심정이다... 암튼 이제 문화생활 재가동. 바빠질 것 같네. 일도 많은데.. 흠. 일하러 가자.

 

내 신조는,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이미 젊진 않지만) 인데, 요즘엔 '노새노새'가 된 기분이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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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0-22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성진 연주회는 저도 몇 번이나 도전했다가 실패하고...(전 나름 티켓팅에 자신 있는 사람이거든요. 콜드플레이, 폴 매카트니 내한 때도 원하는 자리 다 성공한..) 근데 조성진 티켓팅은 정말 넘사벽입니다.... 한국 살면서 이 청년 공연 제가 볼 수 있는 날이 과연 올지 ㅠㅠ

비연 2020-10-22 12:18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ㅜ 유명해지기 전에 한번 들었기에 망정이지.. 향후에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바로 매진. 전 이 사람 저 사람 다 동원해도 잘 안 되더라구요. 중고나라 같은 데 들어가면 너무 비싸고 (사기꾼들..ㅜ). 그래도 우리나라에 이런 멋진 피아니스트들이 많다는 것엔 자부심을 느껴요. 다른 아시아권 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도 이 정도 실력 가진 사람 별로 없는.

syo 2020-10-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지는 3위하고 두산은 5위 할거라는 제 예측이 틀리고 말았네요.... 제길, 엘지는 2위를 할 모양이에요......ㅋㅋㅋㅋ

비연 2020-10-22 14:48   좋아요 0 | URL
누구시죠? 킁...
 

 

우연히 영드 중에 <인데버(Endeavour)>라는 형사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드는 좋기는 한데 시리즈 하나당 편수가 적은 대신 한 편이 거의 영화 한 편 (1시간 반 정도)이라 보기 시작하면 매우 부담스러워지곤 해서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장마도 길어지고 경찰 드라마 좋아하는데 그냥 건너뛰기도 찝찝해서 보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영국 소설가 중 콜린 덱스터라는 사람의 모스 경감 시리즈가 있다. 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이라 번역본 나온 건 다 사두었고 번역 안되고 있는 책들은 영어원본으로 사모으고 있는 시리즈이다. 그 모스 경감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서 만든 게 이 <인데버>라는 거다. 하긴 이것만으로도 결코 건너뛸 수 없는 이유가 되기는 한다.

 

 

 

 

 

 

 

 

 

 

 

 

내가 알기로 모스 경감 시리즈는 33편인가 된다. 해문출판사에서 2005년까지인가 야심차게 내다가 끊어졌는데... 이러면 안되지. 제발 더 내주세요.. 라고 애원하는 심정이 되네. 모스 경감은 옥스포드 대학 중퇴의 경찰로, 까칠하고 맥주를 좋아하고 여성편력이 있고 주로 추리를 귀납법으로 하는 사람이다. 셜록의 왓슨과 같은 캐릭터로 후배 형사 루이스가 나오는데 이 콤비가 아주 재미있다. 모스 경감은 기본적으로 매우 지적인 사람이라, 그런 얘기들을 풀어나가는 것에 상당히 혹하게 하는 구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독특한 성격의 사람이다. 이게 이 시리즈의 묘미다, 이거지. <모스 경감> 시리즈도 영드로 만들어졌으니 이 <인데버> 시리즈는 <모스 경감>의 프리퀄로 이해하면 된다. 콜린 덱스터의 마지막 소설에서 모스 경감은 죽게 되는데 (그러니까 소설가가 알아서 정리해준 거다) 그 이후 후배 형사 루이스의 활약상을 그린 영드도 계속 시리즈로 이어져 나왔다. 영국 드라마가 가끔 놀라운 건, 이런 원작들을 해석해내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아주 그럴 듯하다.

 

 

 

 

모스 경감의 원래 이름이 인데버 모스란다. 젊은 시절의 모스로 나오는 숀 에반스. 진심 영국사람처럼 생겼다. 아주 잘 생기진 않았지만, 모스 경감이 젊었더라면 정말 저렇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인데버> 시리즈는 8시즌이 진행되고 있고 그러니까 나는 3시즌 보고 있는 중인데, 모스 경감이 어떻게 경찰이 되었는 지 처음엔 여기저기 부딪히다가 경찰에 어떻게 적응하게 되는지 뭐 이런 저런 얘기들을 잘 풀어나가고 있어서 매우 재미나게 보고 있다. 이 배우도, 첨엔 그냥 그랬는데 볼수록 매력적이다. 고민할 때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이라든가 좋아하는 것을 만날 때 (예를 들어 오페라나 이런 거) 슬쩍 짓는 미소라든가.

 

 

 

 

이 사람은, 모스 경감을 옥스포드로 부른 서스데이 경위이다. 남들은 귀찮아하고 괴짜로 취급하는 모스의 재능을 단박에 알아보고 아끼고 보호하는 인물. 역시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해, 라는 진리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캐릭터이다. 전쟁에 참가했던 아픈 기억이 있긴 하지만 좋은 아내와 아들 딸 낳고 성실히 살고 있고 매일 아내가 싸주는 샌드위치를 우걱거리며 먹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파이프 담배... 우리 외할아버지도 이 파이프 담배를 피셨었는데.. 잠시 추억에 젖게 된다.

 

경찰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이다. 매 회가 영화와 같이 잘 구성되어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물론 지금처럼 과학수사가 발달하지 않은 때의 이야기라 (1960-1970년대) 좀 템포가 느린 감이 있지만, 사실 예전 형사물이 좋은 건 그래서 더욱 심리라든가 아주 사소한 물건에서 증거를 찾는다든가 하는 내용 구성이 가능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요즘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현장에 막 신발 신고 들어간다던가, 물건을 장갑도 안 낀 채 막 만진다든가 하는 걸 보면서 격세지감도 느끼고.

 

그나저나, 콜린 덱스터의 다른 작품들도 제발 번역해서 내주면 안될까요, 해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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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8-06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모스이고, 인데버입니다.
서재에 한번 정리해서 글을 올릴까 생각만 몇년째 하고 있는데 비연님 이 페이퍼로 말끔하게 정리가 다 되네요. 한줄 한줄 모두 공감합니다.

비연 2020-08-06 18:56   좋아요 0 | URL
앗. hnine님도 이 시리즈 좋아하시는군요! 완전 반갑습니다. ^___________^
요즘 이 드라마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거든요. 지금 왓챠에서 시즌 4까지만 들어와 있는데 제발 시즌8까지 들여주기를 또한 기도하고 있나이다..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