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아름다왔다.

정말 무리되는 상황에 다녀온 건데..

역시, 제주. 다녀오길 참.. 잘 했다 싶다.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짧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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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20-10-30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제주 풍경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려요. 비연님, 근데 사진만 보면 제주 아니라 외국 같아요 :)

비연 2020-10-30 20:06   좋아요 0 | URL
워낙 풍경이 좋아서..^^ 여행은 참 좋아요. 특히 제주도.

단발머리 2020-10-30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생각.... 외국이 부럽지 않네요. 비연님 덕분에 눈정화합니다!

비연 2020-10-30 20:06   좋아요 0 | URL
워낙 풍경이 좋아서 카메라만 들이대도 좋은 사진이^^

파이버 2020-10-30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가을의 제주도 너무 멋져요~ 즐거우셨던 순간들을 이렇게 멋진 사진으로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0‘b

비연 2020-10-30 20:07   좋아요 1 | URL
가을의 제주도 참 예쁘더라구요.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하면, 사진은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han22598 2020-10-31 0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가...제주도 풍경과 가을의 공기가 느껴지는 사진인데요. ^^ 좋아요.

비연 2020-10-31 09:44   좋아요 0 | URL
제주와 가을이 어우러지니 마음에 잔잔함이 스미는 기분. 이 추억으로 연말까지 버틸(?) 거 같아요^^
 

 

내게 있어 코로나는, 그렇게 답답하기만 한 대상은 아니었다. 좀 차분하게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많이 확보되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던 소확행도 좀더 누릴 수 있었다. 물론 길어지니, 뭘 못한다는 것보다 뭔가 나를 강제한다는 자체가 못 견디겠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내 행동을 통제받는 자체가 딱 질색인지라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긴 했다. 아니 컸지. 일단 야구장과 공연장, 전시장이 다 문을 닫아 버린 게 컸다. 야구는 내 생활의 일부이고 경기장에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갔던 것 같은데 그리고 올해는 전국 순회 공연을 해야지 했었는데.. 그게 망해버린 거다. 지금 개방은 하고 있지만, 거의 끝나가는 데다가... 두산. 으악. 두산. 포스트시즌에 가기는 가겠지만 4등 아니면 5등으로 갈 확률이라 .. 결구 남의 잔치 바라보는 신세가 될 게 자명해져서 (거의 확실하다) 흥미가 좀 떨어지고 있다. 오히려 시즌 끝나고 스토브 리그 때 두산에서 대거 FA가 나올 예정이라 그게 더 신경쓰인다.

 

클래식이나 뮤지컬이나, 미술 전시나 이런 것들을 못 간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나는 음악을 사랑하고, 그래서 틈만 나면 공연장에 가는 게 취미인 것을, 올해는 대부분의 내한공연이 다 취소되어서 (그 중엔 기대되는 것들도 몇 있었다) 유튜브로 하는 실황중계 보는 것으로 날 달래고 있었다. 이제 1단계로 내려가면서 풀리긴 풀렸으나 내한공연은 불가능하고, 대신에 국내의 유명한 음악가들이 좀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 이제 슬슬 재개 해야지. 하고 티켓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라지만, 아 정말 나같은 사람이 많은 모양이지. 표 구하는 게 쉽지 않다. (.. 쉽지 않다 가 아니라 못 구했다 ㅜ)

 

***

 

1. 조성진 전국투어

 

 

 

조성진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인기는 거의 아이돌급이다. 난 이 연주자가 유명해지기 전에 오케스트라 협연하는 걸 들었었는데, 눈여겨볼 만한 연주실력을 가졌었다. 그 이름 석자를 똑똑히 내 머릿속에 새겨둘 정도였으니까.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이후 그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그에 걸맞게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고.

 

이번에 심지어 대구 찍고, 부산 찍고, 창원 찍고, 서울 찍고, 춘천 찍는 전국 투어가 진행될 예정인데.. 허허. 역시 전체 매진. 그냥 5분도 안 되어 다 날아가는 수준이다. 이 연주자 실황연주를 도대체 언제쯤 다시 보게 될 지.. 의문이다 의문. 이번 전국투어 프로그램에 못 가는 건 대단히 아쉽다. 슈만과 리스트인데. 조성진의 슈만과 리스트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는데.

 

 

2. 백건우와 KBS 교향악단 협연

 

여기서도 말했던가. 백건우는,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피아니스트다. 다른 취미 거의 없이 (언론 노출도 거의 없다) 수십 년 간 피아노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에게는 '구도자'라는 별칭이 너무나 어울린다. 공연장에 가보면, 앵콜도 없다. 계획한 프로그램에 전심전력을 다 퍼붓기 때문에 팬서비스로 낭비할 에너지가 남아나지 않아 보여서 다들 수긍한다. 백건우의 연주도 슈베르트와 베토벤 두 차례 독주회를 갔었는데.. 훌륭하다. 대체로 작곡가의 전체 레퍼토리를 다 연주하는 경향이 있어서 정말 대단하다 라는 생각만 든다. 차분하고 깊이있고 사색적인 연주다. 물론 이번 공연도 11월 14일에 있는데 매진이지. 하하하. ㅠㅠ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공연인데 말이다. 네.. 다들 잘 보세요.

 

 

3.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임동혁은 티켓 파워가 엄청난 클래식계의 또 하나의 아이돌이다. 아이돌이라고 해서 그의 실력이 폄하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너무나 사랑하는 연주자이고 내가 들어본 임동혁의 피아노 연주는 수준급이다. 행동에 거침이 없고 하는 행보도 자신의 신념대로 하는, 신세대의 아이콘 같은 연주자다.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 역시 베토벤을 골라 연주한다고 하는데.. 내가 너무 늦게 들어간 거겠지. 물론 매진. 하하. 그러니까 다 매진.

 

***

 

올해는 피아노 연주 들으러 가는 건 글른 모양이다 하고 낙담하고 있는데, 띠용.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와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와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하는 기회가 있음을 발견. 바로 들어가 예약에 성공했다. 으으. 다행. 하나는 건졌네. 사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대단한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그리고 연주자들도 세계정상급은 아니지만 (그러니 표가 남았겠지) 그래도, 라흐마니노프의 곡이라니, 들으러 갈 의미가 충분하다. 다행. 하나라도 갈 수 있으니. 원래 내 생일이 11월에 있어서 항상 연주가는 걸 스스로에게 선물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가능할 것 같다..

 

 

***

 

뮤지컬도 풍년이다. 지금 하고 있는 <캣츠>와 이어서 할 <맨오브라만차> 그리고 곧 들어올 <노트르담 드 파리>, 셋다 굵직굵직하다. 세 뮤지컬 다 3번 정도씩은 본 것 같다. <맨오브라만차>는 원래는 정성화 버전을 좋아해서 계속 그 사람 걸로만 보았는데, 요즘 조승우에 꽂힌 나머지 예매를 시도.. 역시나 5분만에 매진이었으나 친구의 도움으로 하나님석(2층 맨꼭대기..)을 구했다. 괜찮다. 구한 게 어딘가. 기대된다. <캣츠>는 못 갈 것 같고 <노트르담 드 파리>는 표 구해 다시 갈 생각이다. 사실 이제까지 본 수많은 뮤지컬 중에 단연 으뜸은 <노트르담 드 파리>다, 내겐. 프랑스 뮤지컬의 진수이고, 여행이 풀리면 파리에 가서 이 공연을 볼 계획이 있다. 진심으로 멋진 뮤지컬이다. 표.. 있겠지..?

 

***

 

이래저래 문화생활을 재개할 수 있어 많이 기쁘다. 집에서 음악 듣고 영화 보고 야구 보고 다 좋은데... 그래도 현장에 가서 듣고 보는 것 만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내년에는 제발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거리두고 봐도 좋으니... 공연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애정하는 피아니스트인 머레이 페라이어만 해도, 연세도 많으시고 (47년생) 몸도 자주 아파서 언제까지 연주를 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도 최근에 얼굴 보니.. 아이고 할배. 예전에 바이올린 계의 전설적 미인이었던 (그 실력은 퀘스쳔이긴 했지만) 안네 소피 무터도 이젠 장년의 얼굴로... 그래서 이들의 공연이 있다면 언제든 가서 보고 싶은 심정이다... 암튼 이제 문화생활 재가동. 바빠질 것 같네. 일도 많은데.. 흠. 일하러 가자.

 

내 신조는,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이미 젊진 않지만) 인데, 요즘엔 '노새노새'가 된 기분이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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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0-22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성진 연주회는 저도 몇 번이나 도전했다가 실패하고...(전 나름 티켓팅에 자신 있는 사람이거든요. 콜드플레이, 폴 매카트니 내한 때도 원하는 자리 다 성공한..) 근데 조성진 티켓팅은 정말 넘사벽입니다.... 한국 살면서 이 청년 공연 제가 볼 수 있는 날이 과연 올지 ㅠㅠ

비연 2020-10-22 12:18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ㅜ 유명해지기 전에 한번 들었기에 망정이지.. 향후에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바로 매진. 전 이 사람 저 사람 다 동원해도 잘 안 되더라구요. 중고나라 같은 데 들어가면 너무 비싸고 (사기꾼들..ㅜ). 그래도 우리나라에 이런 멋진 피아니스트들이 많다는 것엔 자부심을 느껴요. 다른 아시아권 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도 이 정도 실력 가진 사람 별로 없는.

syo 2020-10-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지는 3위하고 두산은 5위 할거라는 제 예측이 틀리고 말았네요.... 제길, 엘지는 2위를 할 모양이에요......ㅋㅋㅋㅋ

비연 2020-10-22 14:48   좋아요 0 | URL
누구시죠? 킁...
 

 

우연히 영드 중에 <인데버(Endeavour)>라는 형사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드는 좋기는 한데 시리즈 하나당 편수가 적은 대신 한 편이 거의 영화 한 편 (1시간 반 정도)이라 보기 시작하면 매우 부담스러워지곤 해서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장마도 길어지고 경찰 드라마 좋아하는데 그냥 건너뛰기도 찝찝해서 보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영국 소설가 중 콜린 덱스터라는 사람의 모스 경감 시리즈가 있다. 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이라 번역본 나온 건 다 사두었고 번역 안되고 있는 책들은 영어원본으로 사모으고 있는 시리즈이다. 그 모스 경감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서 만든 게 이 <인데버>라는 거다. 하긴 이것만으로도 결코 건너뛸 수 없는 이유가 되기는 한다.

 

 

 

 

 

 

 

 

 

 

 

 

내가 알기로 모스 경감 시리즈는 33편인가 된다. 해문출판사에서 2005년까지인가 야심차게 내다가 끊어졌는데... 이러면 안되지. 제발 더 내주세요.. 라고 애원하는 심정이 되네. 모스 경감은 옥스포드 대학 중퇴의 경찰로, 까칠하고 맥주를 좋아하고 여성편력이 있고 주로 추리를 귀납법으로 하는 사람이다. 셜록의 왓슨과 같은 캐릭터로 후배 형사 루이스가 나오는데 이 콤비가 아주 재미있다. 모스 경감은 기본적으로 매우 지적인 사람이라, 그런 얘기들을 풀어나가는 것에 상당히 혹하게 하는 구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독특한 성격의 사람이다. 이게 이 시리즈의 묘미다, 이거지. <모스 경감> 시리즈도 영드로 만들어졌으니 이 <인데버> 시리즈는 <모스 경감>의 프리퀄로 이해하면 된다. 콜린 덱스터의 마지막 소설에서 모스 경감은 죽게 되는데 (그러니까 소설가가 알아서 정리해준 거다) 그 이후 후배 형사 루이스의 활약상을 그린 영드도 계속 시리즈로 이어져 나왔다. 영국 드라마가 가끔 놀라운 건, 이런 원작들을 해석해내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아주 그럴 듯하다.

 

 

 

 

모스 경감의 원래 이름이 인데버 모스란다. 젊은 시절의 모스로 나오는 숀 에반스. 진심 영국사람처럼 생겼다. 아주 잘 생기진 않았지만, 모스 경감이 젊었더라면 정말 저렇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인데버> 시리즈는 8시즌이 진행되고 있고 그러니까 나는 3시즌 보고 있는 중인데, 모스 경감이 어떻게 경찰이 되었는 지 처음엔 여기저기 부딪히다가 경찰에 어떻게 적응하게 되는지 뭐 이런 저런 얘기들을 잘 풀어나가고 있어서 매우 재미나게 보고 있다. 이 배우도, 첨엔 그냥 그랬는데 볼수록 매력적이다. 고민할 때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이라든가 좋아하는 것을 만날 때 (예를 들어 오페라나 이런 거) 슬쩍 짓는 미소라든가.

 

 

 

 

이 사람은, 모스 경감을 옥스포드로 부른 서스데이 경위이다. 남들은 귀찮아하고 괴짜로 취급하는 모스의 재능을 단박에 알아보고 아끼고 보호하는 인물. 역시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해, 라는 진리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캐릭터이다. 전쟁에 참가했던 아픈 기억이 있긴 하지만 좋은 아내와 아들 딸 낳고 성실히 살고 있고 매일 아내가 싸주는 샌드위치를 우걱거리며 먹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파이프 담배... 우리 외할아버지도 이 파이프 담배를 피셨었는데.. 잠시 추억에 젖게 된다.

 

경찰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이다. 매 회가 영화와 같이 잘 구성되어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물론 지금처럼 과학수사가 발달하지 않은 때의 이야기라 (1960-1970년대) 좀 템포가 느린 감이 있지만, 사실 예전 형사물이 좋은 건 그래서 더욱 심리라든가 아주 사소한 물건에서 증거를 찾는다든가 하는 내용 구성이 가능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요즘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현장에 막 신발 신고 들어간다던가, 물건을 장갑도 안 낀 채 막 만진다든가 하는 걸 보면서 격세지감도 느끼고.

 

그나저나, 콜린 덱스터의 다른 작품들도 제발 번역해서 내주면 안될까요, 해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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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8-06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모스이고, 인데버입니다.
서재에 한번 정리해서 글을 올릴까 생각만 몇년째 하고 있는데 비연님 이 페이퍼로 말끔하게 정리가 다 되네요. 한줄 한줄 모두 공감합니다.

비연 2020-08-06 18:56   좋아요 0 | URL
앗. hnine님도 이 시리즈 좋아하시는군요! 완전 반갑습니다. ^___________^
요즘 이 드라마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거든요. 지금 왓챠에서 시즌 4까지만 들어와 있는데 제발 시즌8까지 들여주기를 또한 기도하고 있나이다..아멘...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vod/index.nhn?uCategory=kbaseball&category=kbo&id=531775&redirect=true

 

 

동영상이 코드 복사가 안되네.... 흠...

 

아뭏든.

 

어제, 두산과 SK 프로야구 경기가 있었다. 나는 열렬 두산팬. 엔트리부터 살핀다. 흠? 흠? 선발투수에 홍상삼?

 

아 정말. 김태형 감독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 선수는 왜 아직까지 안 내보내고 계속 가지고 있는 건데?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내 주변의 두산팬들도 오늘 또 심판 위로 날아가는 공을 보게 되는 거야 라고 자조했고.

 

사실 홍상삼의 구속은 굉장히 빠르다. 90년생인 홍상삼은 아주 어릴 때부터 두산에서 나왔고 선발로도 나왔다가 구원으로 나왔다가 다방면에서 활용하려고 애쓴 투수이다. 근데 구속만 빠른 거다. 일단 자기 마음대로 공이 안 들어가기 시작하면 멘탈이 나가기 시작한다. 계속 볼만 들어가거나 (연속 포볼 쫘악..) 간혹 심판 머리 위로 날리고 간혹은 포스 앞에서 바운드 볼 날리고 간혹은 타자 몸에 맞는 사구도 던지고. 그러다가 만루홈런도 맞고. 그 잔혹사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도대체 투수가, 멘탈이 그렇게 약해서야 어떻게 공을 던질 수 있겠는가. '홍' 때문에 경기가 엉망이 된 날이면 아주 입에 거품을 몰고 욕을 했었다.

 

한동안 안 나오길래 이제 은퇴라도 했나, 했었는데 갑자기 선발이라니. 그동안 2년 가까이 퓨쳐스리그에서 활동했던 모양인데 성적이 나쁘지 않은데 대개 1~2이닝 정도 소화한 상태라 이 정도로 SK 상대의 선발이 가능하겠는가 의아스러웠다. 그래서 어젠 야구를 보지 않고 약속을 잡았고 집에 가는 길에 야구경기를 틀었다. 흠. 이기고 있네? 큰 점수차로? 홍상삼은 4회에 강판이 되긴 했지만 삼진도 많이 던지고 점수도 많이 안 낸 것 같았다.

 

나중에 이 영상을 보니, 야수들도 사력을 다하는 것 같았다. 홍상삼의 부활을 위해서. 원래 홍상삼이 좀 순진한 면이 있어서 어제 '오늘의 선수' 로 뽑힌 후 인터뷰 하는 걸 보면, 참 아이스럽다 싶을 정도인데, 그게 나쁘게 보이진 않았다. 특히나... 너무 욕을 많이 먹어서 공황장애가 왔었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못 참는 모습을 보면서, 에구, 나도 그 무리 중의 하나였는데 좀 미안하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지금 저 동영상은 40,000번도 넘게 재생이 되고 있고 사람들 모두,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나이가 아주 많지는 않으니 이제라도 컨트롤을 좀 다듬어서 계속 마운드에 서준다면 이용찬이나 장원준이 왔다리갔다리 하는 이 와중에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욕하지 말고 좀 지켜봐야겠다 싶었다.

 

살면서, 일이 참 내 맘처럼 안 풀리고 내 실력만큼 대접도 못 받는 때가 있다. 그게 짧으면 좋은데 길면 정말 못 견딜 일이기도 하고. 일종의 슬럼프일 수도 있고... 실력이 아직 다 무르익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그럴 때 의지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버텨낼 수 있는 거다. 어제 경기내용으로 봤을 때 홍상삼은 동료들이 전심전력으로 도와주는 것이 느껴졌고 그래서 재기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목요일이다. 그저께 4월 16일에는 하도 이상한 (아니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슴 속에서 분노가 넘실거렸었는데... 언급도 하기 싫은 인간들이고 그냥 퇴출시켰으면 좋겠다. 독재에 항거한 사람이었다는데 그렇게 늙을까봐 걱정된다는. 어쨌든, 두산도 이겼고 손흥민도 두 골이나 넣어 팀의 승리에 절대적 기여를 했고... 그저 스포츠만이 내게 기쁨을 안겨주는 세월이다. 아. 물론 기본적으로는 책... 어제 <퍼스트 러브>를 다 읽었다. 그 내용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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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이상해서 책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영화로 보게 되었다. 그냥 뜨개질거리를 들고 TV 앞에 앉아 뭘로 백그라운드를 깔지? 돌리다가 이 영화를 발견, 어떤 내용인지 한번 보기나 해볼까, 이런 심정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 다 보고나서 든 생각은, 흠.. 이거 일본판 <소나기> 구만.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그런 맥락의 이야기. 순수하고 또 순수한 이야기.

 

발랄하고 인기많고 수다스럽기까지 한 사쿠라라는 여학생과 말없고 반에서 존재감없이 항상 혼자인 히카리라는 남학생. 이 둘이 우연히 (사쿠라는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었지) 병원에서 마주치고 그 곳에서 그저 건강할 것 같은 사쿠라가 사실은 췌장에 이상이 생겨 곧 죽을 거라는 사실 같지 않은 사실을 히카리가 알게 되면서 인연은 시작된다. 

 

죽음을 앞에 둔 자신을 보면서도 담담함을 유지하는 히카리와 남은 생의 일상을 평범하게 영위할 수 있겠다 라며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이루어가려고 하는 사쿠라. 그녀를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사람과 함께 하며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히카리. 당돌한 사쿠라에게 당황하면서도 같이 있음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히카리의 변화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아주 잔잔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결국은 저 세상으로 떠난 친구의 어머니 앞에서 오열하는 히카리의 모습에서는 애잔함마저 느끼게 되고. 쌓아두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느낌.

 

왜 제목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인가는, 보면서 알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픈 장기와 같은 것을 먹으면 낫는다는 미신을 얘기하는 사쿠라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지만, 사실 그것은 내가 너가 되고 싶다는 마음, 네 속에 늘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말이었다.

 

"감사 인사로 내가 죽으면 내 췌장을 먹게 해줄게. 옛날 사람들은 누군가의 신체를 먹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고 했었대. 네가 싫어할 지도 모르지만."

 

참 맑은 영화였다. 나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오늘 하루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그런 영화. 일본 영화 특유의 담담함과 잔잔함이 잘 드러나는 영화. 그리고 무엇보다... 강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참, 너무나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책까지 읽지는 않아도 될 듯 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는 다시한번 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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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8-12-07 0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원래 원작이 만화인데 참 서글프면서도 싱그러운 청춘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원작 만화를 추천합니다.영화에선 남주의 성인모습이 나오면서 과거를 회상하는데 실제 원작 만화에선 남녀 주인공 모두 현재 고등학생으로만 나오기에 영화는 좀 사족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비연 2018-12-07 08:4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거군요. 원작이 만화라는 건 몰랐어요... 영화랑 만화가 다르다니.
사실 어른이 회상하는 형태는 좀 흔한 거라 식상하다 생각하긴 했었는데... 만화로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