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데커 시리즈에서 빼먹은 것만 사려고 했었다. 이것 ↓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표지가 달라 슬픈 짐승.. 아니지, 책이여... 근데 생각해보니 올해 또 책을 구입한다고 들어오기 보다는 그냥 이 참에 사야겠다, 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고. 눼눼. 그래서 몇 권 더 샀답니다. 올해 마지막!
요즘 이 책이 핫하더군. 2020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란 선전과 함께.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가진 건 이 내용이 여느 스릴러물과 비슷한 전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있고, 그래서 그런 내용으로 어떻게 퓰리처상을 받는 아름다운 성과를 거두었는가 라는 의문이 들어서 냉큼. 퓰리처상 수상 이유가 "인간의 인내심과 존엄성 그리고 구원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 라니까 더더욱.
이 작가의 책이 요즘 여러 권 번역되어 나와있음도 발견했다. <니클의 소년들>이 괜찮다면 다른 책들도 봐야겠군. 하고 보관함에 우선 푱푱 집어넣어본다. 그런데.. 작가의 family name이 whitehead. 문자 그대로 whitehead. 흰머리. 흰대가리(아. 비속어인가, 죄송ㅠ).. 암튼 미국 사람들도 성의 뜻을 그대로 생각하면 인디언들 이름이랑 다를 바가 없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랑 다를 게 뭔가. 화이트헤드라니. 암튼, 이 작가가 퓰리처상을 2017년에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도 받았음을 발견했고 이런, 내가 모르는 숨은 실력자였군.. 싶다. 흰대가...아니 흰머리님. family name으로 뭐라 한 거 실례 많았습니다. 꾸벅.
이 책도 핫하더군. 2019년 부커상 수상작. 무슨 상 탔다고 관심따위 가지는 건 아니고, 내용을 보니 흥미진진한 내용이라 골라봤다. 심지어 636페이지. 작가 자체가 영국인 어머니와 나이리지라인 아버지 사이에 나서 런던에서 컸던 사람이고 보니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열두 명의 여자와 열두 색깔의 인생이라. 내년에 읽을 첫 책으로 이 책을 찜해본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고 보니 재난이라든가 팬데믹이라든가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불평등이란 문제들도 학계에서는 화두가 되고 있다. 왜 재난은 재난으로 그치지 않고 사회경제적인 문제와 연결되는가. 왜 재난의 주된 희생자는 경제적으로 하위에 속한 사람들인가. 나도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라서 반가운 책이다.
이 책은 전혀 살 생각이 없었다. 있는 줄도 몰랐고 사실. 근데 장강명의 <책, 이게 뭐라고>에서 이 구절을 발견했다.
내가 다루자고 주장한 다른 책 한 권은 요조의 <아무튼, 떡볶이>다. 이 책에 대해서도 꿀릴 게 전혀 없다. 내가 읽어본 '아무튼 시리즈 여덟 권 중에서 최고였고, 시리즈를 떠나 정말 잘 쓴 산문이라고 생각한다. (p138)
장강명이란 작가의 에세이를 읽어보면 꽤 까탈스러운 독자일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찬사를 보내는 책이란 말야? 라는 생각에 이 책을 검색해보고 표지부터 확인했을 때는 그냥 사지 말까 했다. 이게 무슨 1980년대 순정만화틱한 표지란 말이냐. 그래도 장강명을 믿고 눈 질끈 감고 샀다. 어디 읽어보고 얘기해보자.
scott님의 페이퍼를 읽고 바로 주문 들어간 잡지다. 미스테리아라는 잡지에는 늘 흥미가 있었는데 잡지라는 게 계속 읽어야 한다는 묘한 강박감을 불러 일으켜서 주저주저하던 차, 애거사 크리스티 특집이라는 말에 혹해 구매해보았다. 거실 테이블에 올려두고 심심할 때마다 들쳐볼 생각. 흐흐. 즐거워진다.
그리고 <눈의 살인>을 읽다가 어라? 왜 내게 말러 교향곡 5번이 없는 거지? 하고는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한 CD를 이번에 구입했는데, 받아놓고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말러의 교향곡 5번을 번스타인으로 안 갖고 있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 거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CD들을 찬찬히 살펴본 결과...두둥. 있었다.
심지어 레너드 번스타인이 뉴욕필하모닉과 협연한 전설적인 레코딩이라는 이 음반을 가지고 있었다! 아, 비연. 아, 비연! 책도 여러 권 사더니 이젠 CD도 겹쳐 사는 신공을 발휘하는구나. 정말 미칠 노릇이다.. 어쩌랴. 이미 포장은 뜯었고 그래, 이건 빈필하모닉이니까 라는 마음을 새로이 하고 오디오에 넣어 플레이를 시켰다. 좋아 좋아.. 하는데 흠? 오디오에서 뭔가 쉬리릭. 소리가 나더니 CD가 멈췄다 갔다 멈췄다 갔다 한다. 아.. 오디오 CD 램프가 갔나보다. 하필 이런 때 가고 난린지. 그래서 고이 뽑아다가 다시 케이스에 넣고 후일을 기약해본다. 말러 교향곡 5번 CD는 두 개니까 (으흑) 번갈아 들으리라. 먼저 오디오부터 고치고. 이 김에 하나 살까, 오디오를. 진지한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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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 이렇습니다. 이렇게 2020년 경자년의 책구매기는 끝이 납니다. (끝일 겁니다. 끝이여야 합니다. 끝이겠지요..) 내년에도 구매기는 계속 이어지겠죠. 책이 쌓여도 계속 사대는 게 알라디너들의 숙명이 아닐까 혼자 생각하며 먼 산을 한번 바라봅니다. 이넘의 먼 산은 책 살 때마다 바라보게 되네요. 쌓이는 책을 보다 못해 내년에는 가끔씩 전자책을 읽는 걸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어찌 될 지는 모르겠나이다. 장강명 책 읽으면서 전자책이나 종이책이나 별반 다를 바 없고 나는 전자책이 더 좋아.. 어쩌구저쩌구 쓴 걸 보며 흠 그래? 그렇다면 나도 진짜 해볼까?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고보니 그닥 감명깊게 읽지는 않았던 장강명의 에세이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연말인 것 같네요. 찾아보니 봉준호랑 비슷하게 생겼던데. 감독 봉준호를 좋아하는 저니까 장강명도 좋아하게 될라나요. 이것도 후일을 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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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자.. 아니, 시간이 늦었다, 자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