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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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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렇다거나 항상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글을 쓴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내게는 그렇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나 스스로의 ‘강제’가 즐겁다. 어수선했던 요즘 같아서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지만, 어쩌랴. 알라딘 신간평가단 리뷰작성일을 이틀이나 넘겼다. 기분 같은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회차 마지막이라 근사하게 잘 쓰려고, 기한도 잘 맞추려고 했는데, 제가 저번주에는 불끈하고, 흥분하고, 후회하고, 생각하느라 리뷰를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사람이 가장 행복할 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다. 자기의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다. ‘노예’란 자신의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극한경쟁의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산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산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도 하면서 산다.

 

 

나는 종종 나를 소설가라고 소개하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는 회사원이나 주부들을 자주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심히 의심스럽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지? 당신이 무의식 중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회사원이나 주부로서 안정된 삶을 살면서 소설가나 화가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어요!”라고 말하는 바로 그 삶이 아닐까?’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19쪽)

 

사람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일상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많은 경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자신에게 돈을 줄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 말로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다니 너무 멋져요. 너무 낭만적이예요. 당신은 행복하겠어요.”고 하지만, 실제로는 ‘돈’으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피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삶을 선택한다. 대부분 그렇다. 그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고, 그것 또한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가끔,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멋지고 근사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불편한 삶까지도 감수하는 그들의 진짜 모습을 엿보게 될 때, 그럴 때, 웬지 짠한 마음이 든다.

고향집에 내려가면 밥을 먹게 되어 좋다. 밥상머리의 주된 이야깃거리는 대처에서 홀로 사는 아들 녀석 즉 가련하기 짝이 없는 가난하고 볼품없는 내가 대체 뭘 먹고 사느냐다. 어느 날 나는 생각 없이 라면 먹지요,라고 했는데 아마도 그런 말을 내뱉은 이유는 내 한심한 신세를 견디는 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해두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파나 양파 혹은 계란을 넣어 먹느냐고 물었고 나는 귀찮아서 그냥 라면만 끓여 먹는다고 대답했다. 그때 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놈아, 라면엔 계란을 넣어야지! 라면만 먹으면 죽어! (<라면엔 계란>, 14쪽)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과 명예, 인기를 얻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돈과 명예, 인기가 주어지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성실하게 해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행복할 때가 있다. 시와 소설, 내가 사랑하는 멋진 문장들, 내가 좋아하는 근사한 글을 써 주는 모든 ‘작가들’을 대표해, 손홍규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고맙습니다.

당신의 산문이, 병원 보호자 침대에 누워, 멈춘 것 같은 시간과 씨름하던 저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라면을 먹으며 써내려갔을 당신의 문장이, 여러번 제게 웃음을 줬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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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7-29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읽고 싶어졌어요. 헷 :)

단발머리 2015-07-29 08:55   좋아요 2 | URL
좋은 글이 많은데, 제가 이 페이퍼 급조하느라 다 옮기지를 못 했어요.
제가 좋아한 꼭지는 <환대>, <여름밥상>, <등록금>이예요.
산문을 읽었으니, 이제 손홍규의 소설을 읽어야할텐데... 바쁘군요.
제가, 주말에 약속도 있고 해서요. 후훗!

책읽는나무 2015-07-2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만 먹음 죽어!!
갑자기 웃음이 빵~~^^
아버지의 애틋함이겠죠?라면에 계란은!!
글이 좋아 읽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단발머리 2015-07-29 08:57   좋아요 1 | URL
아버지의 애틋함을 전하는 글이 꽤 많아요.
가난한 농부와 대지의 신 어머니 사이의 외동아들입니다, 작가님이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이런 글을 읽으면 아주 오래 전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작가가 젊더라구요. 75년생이니까요.
저보다는 많으시군요.@@

2015-07-29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07-2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 다니며 공부할때 컵라면을 하도 먹어서 한때는 라면 스프 냄새만 맡아도 오바이트가 쏠리는것 같았거덩요.
라면을 다시 먹기시작한지 얼마 안됐어요.
전 라면을 꼬들꼬들하게 살짝 익혀먹는데,
이 글 보니 게란 넣어 푹 익힌 라면 먹고 싶어요, 추릅~~~~!

단발머리 2015-07-29 09:19   좋아요 0 | URL
저는, 집에 혼자 있게 되면서,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혼자 밥 차려먹기 싫어서 라면을 많이 먹었어요.
요즘엔 조금 자제하고 있어요. 라면이 먹을 땐 즐거운데, 끝이 별로인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은 꼬들꼬들한 라면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꼬들꼬들한 라면을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푹 익혀서^^ 먹습니다.

아무개 2015-07-29 09:33   좋아요 0 | URL
저는 늘 해장용으로 라면을 먹기때문에
푸욱~익혀서 계란 넣고 파도 넣고 후루윽 쫩쫩~ ^^

단발머리 2015-07-29 09: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계란을 넣어야하네요. 파도 슝슝 넣고... 아, 라면 먹고 싶당/신라면/진라면/비빔면 중에서 ㅋㅎ

지금행복하자 2015-07-29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이 참 좋아요. 최근 읽은 책중 추천해달라기에 이 책 추천했어요. 내용도 좋고 제목은 더 좋다고~ 편견이 없을수 없으니 기왕 좀 다정해지자고요~~ ㅇᆞ

단발머리 2015-07-30 08:57   좋아요 0 | URL
다정해지기가 생각보다 참 어려워요.
제 모토가 다정한 엄마, 웃기는 엄마거든요.
실패할 때가 많습니다. @@

저도 이 책 많이 추천하게 될 것 같아요. 오랫동안 책을 안 읽던 사람들은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다가가기 쉽더라구요. 많이 추천해서, 작가님이 라면말고 다른 것도 드실 수 있도록...

에이바 2015-07-29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왜 제목을 보니 불독맨션의 ˝나성에 가면˝이 떠오르죠?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전 계란 넣으면 국물이 진해져서 아주 가끔만 먹어요. 국물라면은 잘 먹지 않는게 전 불닭볶음면에 빠져 있거든요ㅎㅎ 그래도 라면에 계란 넣으라는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져서 좋아요 뭉클하고..

단발머리 2015-07-30 08:59   좋아요 0 | URL
전 불닭볶음면이 매워서요. 한 번 먹어보고 완전 아웃 당했는데, 이 지긋지긋한 더위가 다 지나가면, 꼭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먹고 나서 제가 리뷰를 올릴께요. ㅎㅎㅎ

소리치는 아버지 사랑이 완전 뭉클하죠. 아... 부모님 마음이란...

AgalmA 2015-07-2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 언급처럼...100%는 아닐 지라도 다들 가능한 선택지에서 자신이 원했고 선택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자본주의와 환경 등등은 살짝 넘어갑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열망이 ˝지금˝을 늘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싶습니다.
100% 완벽한 소녀(하루키 단편 제목 원용)를 만나 사랑하면 좋겠지만 그건 정말 천운^-^;

단발머리 2015-07-30 09:02   좋아요 0 | URL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다는게 쉽지 않으니까요.
원하는 삶에 대한 동경이란 건 죽을 때까지 계속될테구요.
후회가 더 많지 않도록 오늘 하루만이라도, 일정 부분, 하루치라도 만족하고 살았음 해요.
전, 그래요~~ ㅎㅎ

오후즈음 2015-07-2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전작들도 읽으면서 느낀것은 정말...작가가 정말 착한 심성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글도 이렇게 읽고 나면 흐믓하게 쓰는건가...뭐 그런 생각했어요 :) 저도 평가단이라서 겟한 책이었는데 다 읽고 나서 이 책이 나에게 와서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단발머리 2015-07-30 09:04   좋아요 0 | URL
오후즈음님도 그러셨군요. 항상 좋았겠지만, 이번에 신간평가단 책들 정말 다 마음에 들었어요.
더 많이 읽어야겠다, 더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글만 보고 사람을 다 알 수 있는건 아닐테지만, 그러게요.
글을 읽다보면 글을 쓴 사람이 막, 느껴지니까요. 신기한 일이예요.

오늘도 꿀꿀한 날씨네요. 그래두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
 

 

 

 

 

 

제일 먼저, 나는 이런 상황을 기대했다거나, 기다린게 아니라는 걸 말해야겠다. 내가, 이 댓글을 잘 간수했다가, 이런 상황에서 야무지게 써먹는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 그런거고.

아무튼 내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위의 댓글이 작성된 날짜는 2015년 5월 31일이다.

나는 유명 알라디너도 아니고, 내 방은 방문자가 많은 서재도 아니다. (이 자리를 빌어, 내 어설픈 서재를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하트뿅뿅!) 유명 알라디너가 되면 참 좋겠고, 방문자도 많았으면 참 좋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글에 ‘좋아요’가 달릴 때, 댓글이 달릴 때, 무척이나 크게(!) 감동받는다.

그런데, 허접한 내 서재에 가끔 모르는 사람의 ‘호전적 댓글’이 달릴 때가 있다. 이전에도 공개하기 곤란한 몇 개의 공격적이고 더러운 댓글이 달린 적이 있는데, 어쩔지 몰라 ‘알라딘 고객센터’에 물어보았더니, 내 서재에 올라온 글은 바로 내가 ‘삭제’할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삭제를 하고, 이후로는 로그인을 한 사람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설정을 변경했다.

 

나는, 내가 누리는 삶이 과분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문화, 교회 문화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매사에,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게 습관을 넘어, ‘제2의 천성’이 되었다.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착해서(알았어요, 권인숙씨. 이번 한 번만 써먹을께요.) 그 안에서 일을 하지 않고, 사회적 고용 관계에 있지 않으면서도 삶을 보장받으면서 살 때의 여러 이점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남편이 내게 경제활동을 강요하지 않아 고맙게 생각한다. 출산과 육아 문제로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뒀지만, 아이들이 자란 후에는 원치 않는 일터에서,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원치 않는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다시 일을 하라며 등 떠미는 남편도 남편이지만, 경력 단절을 이유로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지 못 하는 사회가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전업주부로 살면서, 가정을 돌보면서(찔린다), 경제활동은 하지 않지만, 여기저기에서 돈 쓰며 사는 내 생활이 어떤 사람에게는 ‘꼴보기 싫은 모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개학 후에 많이 놀지 못 하고 있다,고 말하는 내 글이 그랬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 모습이 보기 싫을 것일 수도 있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될 것을...

내가 그 댓글을 삭제하지 않고, 그냥 둔 이유는 (2)번 때문이다.

(1) 도서관에서 빌린책을 집어던진 걸 참 자랑이라고 떠벌려놨네 ㅉㅉ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를 보면 이런 표현이 나온다. ‘침뱉어 던진 책을 다시 꺼내’. 그렇다면, 이 표현이 정말, 문자적인 의미 그대로, 책에 침을 뱉었다는 이야기인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상식으로는 그 의미가 아니라고 본다.

내 표현도 마찬가지다. 내가 의도한 바는 이렇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에 도전했으나, 영어로 되어 있어 힘들어 책읽기를 ‘포기’했다. 그러니까, 이런 의미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내가 이거네, 저거네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지나가려했다. 리뷰 별매기기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 별 하나의 책이라면 끝까지 읽지도 않는다. 끝까지 읽었으면, 일단 별 세 개다. 리뷰를 쓸려면, 허접한 리뷰지만, 그래도 한 개의 리뷰로 남기려면, 최소 별 네 개는 되어야한다. 잊혀질 책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별 한 개 리뷰는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있을테다. (참고로, 별한 개 리뷰를 소중히 여기시는 분으로는, 전문가 ‘로쟈’님 계시다.)

잠깐, 삼천포였고.

그래서, 나는 이 댓글에 대해 답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뭐, 이런 댓글을 받았느니, 어쩌느니, 길게 글을 쓸 여력도 없었다. 나도 나름 바쁜 사람이다. 별 네 개짜리 책을 읽어야하고, 뭐든 써야 하니까.

그런데...

(2) 이 나라 김치년들 노답

만약 이 댓글이 ‘김치년’으로 끝났다면 나는 그냥 이 글을 삭제하고, 내 머리 속에서도 삭제했을 것이다. 내 글 밑에는 서너분들의 댓글이 달려있었는데, ‘김치년들’이라면 나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내 글 밑에 댓글을 달았던 분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인 분들을 포함한다. 그냥 내 글을 읽고, 내 글에 댓글을 달았다가, 순식간에 ‘김치년들’이 되어 버린 거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이 댓글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이다.

그 댓글을 단 사람의 방에 가면, 글이 한 개도 없고,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로그인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내 방에 들어와 ‘김치년들’이라니. 여성혐오 발언을 한 이 어떤 사람, 남자라고 강력히 추정되는 이 사람에 대해, 나는 뭐라 응수해야 하나.

이, 개새*야, 다시는 내 방에 오지 마,라고 해야되나.

이, 18놈아, 다시는 내 글에 댓글 달지마,라고 해야되나.

세 문장을 채우려 했지만, 참신한 욕이 안 떠올라서 두 문장으로 갈무리한다.

 

<알라딘 책 소개>

이 책은 여성 혐오 문제에 접근하는 우리의 생각의 틀을 먼저 점검하게 한다. ‘본래의 페미니즘 정신’과 대비시킨 ‘무뇌아적 페미니즘’, ‘모든 여성’은 아니지만 ‘일부 여성’은 비난받을 만하다는 널리 공유된 생각은 신중하고 점잖은 의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련된 여성 혐오일 뿐이다. 페미니즘이 구조를 문제 삼는 대신 남성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있다는 그 칼럼니스트의 비판은 정작 소년이 박탈감을 느끼게 한 사회구조의 문제를 ‘페미니즘’의 탓으로 돌리는 것과 같다.

 

요는, 이 책을 하나도 읽지 않았는데도, 이 책을 대문에 딱 걸어 놓고는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내 방에서 ‘여성 혐오’의 예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그 놈이 이 글을 읽어야 될텐데. 고상한 척 떠들면서 방 하나 만들어 놓고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악성 댓글 달지 마라. 여자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그 심한 욕을 너한테 돌려준다.

나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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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07-25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사람은 살면서 스치면서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래 전에 서울에서 지하철을 탈 일이 있었는데 , 어떤 남자 사람이 위협하듯이 저를 날카롭게 계속 바라보더라구요. 승객들이 많지 않았었는데, 때릴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욕을 하며 , 저에게 다가와서 다른 칸으로 옮겨 갔었던 사건이 있었어요. 어린 마음에 얼마나 겁이 나던지 ,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피했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신병이 있던 사람이였거나,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었지 싶어요.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 남성이 여성에게 물리적/정신적으로 가하는 폭력은 사라져야 된다고 봅니다. 여자들도 공부하고 행동해야 겠지만 , 남자들 스스로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나아져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바른 생각을 갖고 , 성의 차이점을 인정하며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어요. ( 자기 반성 ㅎㅎ )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5-07-25 21:52   좋아요 0 | URL
네, 몬스터님, 맞아요.

전 혼자 있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딸아이와 같이 있을 때 몬스터님과 비슷한 상황이 닥치니까,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곤두서더라구요. 딸아이를 제 쪽으로 잡아당겼지요. 물론, 남자가 위협하듯 쳐다볼 때, 더 큰 위협을 느낍니다.

이런 이야기 하면 남자들은 기분 나쁘겠지만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 보니까,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누구나 총기에 접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인의 90%는 남성이 저지른다.˝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그 정도로 많지는 않을텐데요.

차이를 인정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cyrus 2015-07-25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심 알라딘 비로그인 댓글 작성 기능 없었으면 좋겠어요. 익명이라고 함부로 저런 노답 댓글 다는 사람이 가끔 있어요. 요즘 페이스북 접속하면 정말 짜증나는 것이 페미니즘에 관한 글에 험한 말을 댓글로 달고, 여성 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타임라인 글이에요.

단발머리 2015-07-25 21:55   좋아요 0 | URL
네, cyrus님.

저도 예전에 `기분 나쁜 댓글` 받은 이후에는, 로그인한 사람만 댓글 작성할 수 있도록 설정했는데, 참... 로그인을 하고서는 저런 댓글을 다네요. 혹, 모르죠. 저 댓글을 달기 위해, 회원가입을 했을수도요.

저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으니까, 잘 모르겠는데, 그 쪽이 알라딘서재 쪽보다 더 심한가보죠?
우리 알라딘 분들은 그래도 신사적이예요. 그렇죠? ㅋㅎㅎ

sijifs 2015-07-2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굳이 모르는 사람 서재에 찾아와서 로그인까지 해주시면서 혐오성 발언을 하시는 분이라니요... 지극정성이 갸륵한? 혐오성 댓글이군요

단발머리 2015-07-25 21:5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sijifs님. 시지프스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ㅎㅎㅎ

로그인해서, 저런 댓글을 남긴다는 건, 나름 애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새벽이더라구요. 새벽에 잠도 안 자고 들어와서, `욕하는 글`을 쓰고 간다니요.
사실, 다른 사람 서재에 가서, 글들을 읽고, 개중에 긴 글들도 참 많잖아요.
글 읽고, 좋아요~ 누르고, 댓글 달고, 하는 것들 쉽지 않잖아요. 특히, 댓글다는 거는요.
그런데, 그 모든 에너지를 모아, 모아서, 저런 글을 쓴답니다. 어떤 사람이요.
참.... 참참참이네요.

2015-07-26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7-2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새끼야말로 진짜 노답이네요. -_- 답없는 새끼. 쳇.

단발머리 2015-07-26 17:19   좋아요 1 | URL
답없는 그 사람은 답이 없고, 다른 분이 답을 해주셨습니다.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저도 이번일로 한 가지 배웠습니다.

다락방님이 ㅅㄲ라고 해주셔서 제 맘이 다 풀렸다는,
이 신비한 메카니즘~~~~~~~~~~~~~~~~~~~~~

다락방 2015-07-27 17:42   좋아요 0 | URL
ㅎㅎ 누가 대신 욕해주면 풀어지잖아요. 그러라고 욕한거에요. 단발머리님 기분, 조금이라도 풀리라고.

단발머리 2015-07-28 17: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이 저를 위해 우아함과 고상함을 벗어 던지고는, 같이 욕을 날려주셔서... ㅎㅎ

저랑 같이 타락하자는 건 절대 아니었구요.
저는 그런 걸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동의를 구하는 사람의 마음을요.
저는 30이 한참 넘어서야 그런 걸 알았던 것 같아요.
옆의 사람이 그 사람을 이해해주는 한 마디만 해 줘도, 욱!하던게 스스르 내려가고,
제정신이 돌아오고... 뭐 그런거요.

감사해요. 앞으로는 저도, 다락방님도 이런 욕을 안 하게 되는 세상을 기다리며...
가능할까요? @@

2015-07-26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5-07-2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저런 인간이-_-; 익명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못난이네요. 좋은 남자사람도 당연히 많지만 일상생활속에서도 심각한 위협을 느낄 때면 여자사람으로 산다는 게 참 서글퍼져요.ㅠㅠ

단발머리 2015-07-26 18:39   좋아요 0 | URL
네, moonnight님.

전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순간, 순간, 난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게 아닌가.
내가 남자인 거죠. 아... 이 얘기는 참, 할 말이 많아서 다음 기회에 쫘악 풀어봐야겠어요.
페이퍼 가제 : 나는 남자인가?

어쩌면 제게 의도가 있지는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요. 근래 알라딘에서 `페미니즘` 열풍이 있잖아요.
그래서... 나도 뭐, 그런 의도가 있지는 않았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여성혐오가, 사실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난다.
내 가까운 곳에서, 바로 내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알리고 싶었기도 했구요.

또 하나는...
대부분의 경우, 이런 여성혐오적 발언을 듣게 되면, 저부터도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래, 내가 좀 오바했네. 재수 없는 글을 썼나? 조심하자~~ 이런 식으로요.
제가 화났던 건 위의 글에도 썼듯이, 제 방에 오신 분들이, 그 여자분들이
우리 전통의 소중한 음식을 빗댄 `혐오적` 발언의 희생자가 된 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고성` 글을 쓴 건데, 그러고 나니까, 욕을 하고 나니까,
시원하기는 해도, 마음이 좀 꺼림직하기도 하구요. 잘 한건가? 막 다시 반성을 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옳았다고는 생각하지만,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 우아하고, 더 강력한 방법을...
그럼에도 저를 이해해주시고,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만 서글퍼 하시고.... 우리 같이 힘내요.

AgalmA 2015-07-26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여성, 이웃이고 뭐고를 떠나 사람 ˝단발머리님˝을 지지합니다🌻
이제 출마하세요....아, 나의 몹쓸 농담))....그냥 좀 웃게 해드리고 싶.....;;;;

단발머리님이 다락방님 댓글에 후련함을 느끼셨듯 이 글 전체도, ˝이, 18놈아, 다시는 내 글에 댓글 달지마˝, ˝나대지 마라˝에서도 후련하셨을 분 여럿 있었을 거예요. 저도 일정 부분 그랬다는 거 부인하지 않습니다/

단발머리 2015-07-26 22: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 부분이 이 글의 하이라이트죠.

그나저나 저런 댓글 달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읽었어야 하는 글인데, 다들 읽으셨나 모르겠네요.

아무개 2015-07-2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 왜 저는 이글들을 못본걸까요. ㅜ..ㅜ

븅신들 개소리라는걸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상하기 마련이지만,
힘냅시다요.

으라차차차찻차!!!


단발머리 2015-07-29 09:03   좋아요 0 | URL
에구구..... 또 아무개님 ㅂㅅ에 한 번 웃어재낍니다.

고마워요, 아무개님. 제가 제일 속상했던 건, 싸잡아서였거든요.
나야 뭐... 내 글의 일면이 `재수 없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는데,
내 방에 들어온 분들에게 너무 미안해서요.

다시 힘내야죠. 날씨는 꿀꿀하지만, 토요일엔 화창하리라!!! ㅋㅎㅎㅎㅎㅎㅎ

pericles 2015-08-0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적 정제되고 폐쇄적인 공간이니까 그렇지, 더 오픈되서 불특정다수가 글 남기는 공간에서 저런 쓰레기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죠...
정당한 분노지만 상처 받으실 필요는 없어요... 그럴 가치도 없고...

단발머리 2015-08-05 10:2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다른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알라딘이 다른 곳에 비해 많이 점잖다는 건 알고 있어요. 서로 예의를 지키면 좋을텐데...

상처 받지는 않았어요. 다만 열받았을 뿐.
댓글 감사합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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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anateresafernandez.com/)

 

 

 

 

1. 가르치려는 남자들 vs 받아들이는 여자들

man + explain의 합성어 mansplain은 이 단어의 탄생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저자의 설명과는 상관없이 이 책이 발표된 직후에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녀의 독특하면서도 일반적인 일화 때문에 그녀를 이 단어의 창조자로 아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 해에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히는 의미 있고 훌륭한 책의 저자를 바로 눈 앞에 두고도 그 책을 읽지도 않았으면서도 침을 튀기며 열을 올리며 그 훌륭한 책에 대해 말하는 어떤 돈 많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와 긴밀히 맞닿아 있는 채로 말이다.

어떤 남자들은 남자들이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드는 것은 사실 젠더화된 현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대개 여자들은 지적했다. 여자들이 제 입으로 직접 겪는다고 말한 경험을 기각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우긴다는 점에서, 그 남자들이야말로 내가 그들이 종종 그런다고 말한 바로 그 방식으로 여자들을 가르치려 드는 셈이라고. (27쪽)

 

자신이 직접 겪은 일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네 생각이 틀렸다고, 네가 오해한 거라고 말하는 남자들을 대면하는 일이 즐겁고 유쾌한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 이야기만 가지고도 한 권의 책이 나옴직하며,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더 주목하는 건 이런 부분이다.

즉, 다른 여성들에 비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발언할 권리를 훨씬 많이 인정받아온 사람(17쪽)인 저자가, 이미 다양한 주제로 예닐곱권의 책을 저술해 공히 작가로서의 이력을 소유하고 있는 저자가, 공교롭게도 같은 주제에 관한 다른 책이 동시에 출간되었다는 그 남자의 말을 믿는다는 것, 내가 그걸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13쪽) 말이다.

남자들은 네가 모르는 게 있다고 말하며, 여자들은 자신들이 모르고 있다고 믿는 것. 남자들은 여자들이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보다 더 구체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믿으며, 여자들 또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남자들은 가르치려 들고, 여자들은 남자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는 것, 말이다.

 

 

2. 폭력, 통제의 욕망

부연하자면, 총에 맞아 죽은 여성들의 3분의 2 가까이는 현 파트너나 전 파트너에게 살해되었다. (49쪽)

이 나라에서는 9초마다 한번씩 여자가 구타당한다. 확실히 짚어두는데, 9분이 아니라 9초다. 배우자의 폭행은 미국 여성의 부상원인 중 첫 번째다. (49쪽)

 

여성에 대한 폭력, 광범위하고 뿌리 깊고 끔찍하지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타인, 즉 여성에 대한 ‘통제’의 욕망(45쪽)에 근거하는데, 자신의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이들의 분노는 ‘통제 불가능한 격렬한 분노’가 되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사람을, 연인을, 파트너를, 아내를 살인하는 데까지 이른다. 비극은 내가 너를 통제하겠다는 생각, 너는 나의 지배 아래 있어야한다는 생각, 그것을 거부했을 때는 준엄한 심판을 내리겠다는 생각, 잘못된 이런 작은 생각에서 시작된다. 잘못된 작은 생각은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분노를 일으키며, 분노 유발자인 여성에게는 ‘응징’이 내려진다. 모든 성폭력이 이런 작은 생각에서 시작된다.

 

 

3. 고위직 남성의 성범죄, 도미니크 스트로스깐 IMF 전 총재의 경우

전지구적으로 대대적인 빈곤과 경제적 불공정을 낳은 IMF를 이끄는 특출하게 강력한 그 우두머리는 현재 뉴욕 어느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68쪽)

 

한국에도 미국의 고급 호텔을 배경으로 하는 이에 버금가는 일화가 있어 원치 않게도 사건의 개요 및 전개상황이 매우 쉽게 이해된다. 

 

[5월 7일-역사 속 오늘] 윤창중 성추행, 끝나지 않은 진실게임

시사위크, 권정두 기자 2014.05.07

윤 전 대변인은 “30분가량의 술자리를 마친 뒤 숙소로 바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노크 소리가 들려 긴급 브리핑 자료를 가져다주는 줄 알고 황급히 문을 열었더니 A씨가 있었다. 그래서 ‘여기 왜왔어, 빨리 가’라고 말한 뒤 문을 닫았다”고 해명했다. A씨가 자신의 방으로 온 이유에 대해서는 전날 모닝콜을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진 내용은 윤 전 대변인이 8일 새벽 A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고, 새벽 6시쯤 A씨가 뒤늦게 전화를 받자 화를 내며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윤 전 대변인이 알몸 상태로 A씨를 맞았다는 것이 2차 성추행의 내용이었다.

기사 원문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27)

 

세상에서 가장 유력한 남자중의 하나였던 고위직 남성의 범죄, 정확히는 고위직 남성의 성범죄에 대해 항거할 때, 합의를 거부할 때, 피해자는 자신의 인격을 증명해야만 한다. 피해자가 오해한 것이라고,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말하는 가해자와 싸워야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매춘부로 중상하는 언론과도 싸워야 한다.(85쪽)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 여성이 배불뚝이 60대 노인의 알몸을 보자마자 성적 기운이 충만해져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가졌다는 가해자 측의 이야기(86쪽)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위직 남성의 성범죄에 대항할 때는 이 정도가 당연하다. 고발자, 즉 피해자에 대한 인신 공격과 언론의 무자비한 태도에 맞서기 위해서, 피해자는 자신이 받은 상처와 고통에 직면할 시간조차 없다. 그녀는 일어서서 맞서야만 한다. 세상은 가해자, 유력한 남자 편이다.

 

 

4. 빨래-널기 = 말소-되기

 

 

 

여기 아나 떼레사 페르난데스 (Ana Teresa Fernandez)의 그림에서, 여자는 존재하는 동시에 말소되었다. (102쪽)

 

존재하는 동시에 말소되는 여자라는 존재는 수천년을 이어온 족보에 등장하지 않는다. 자매들, 고모들, 어머니들, 할머니들, 증조할머니들, 방대한 인구가 종이에서, 그리고 역사에서 지워진다(103쪽). 책 속의 예는 인도의 것인데, 한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할아버지-아버지-아들’로 이어지는 족보만 존재한다. 아무도 여자의 이름이 족보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의 비존재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베일은 일종의 프라이버시의 벽이었고, 여자가 한 남자의 소유라는 표지였으며, 휴대 가능한 감금용 건축물이었다. 휴대성이 그보다 떨어지는 건축물은 여자들을 집 안에, 집안 일과 양육으로 이뤄진 가정의 영역에 가두었다. 그럼으로써 공적인 삶을 갖지 못하게 했고,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게 했다. (108쪽)

 

 

 

 

 

 

남자의 소유로서 인식되는 여자가 ‘발언하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이미 거대한 도전이다. 여자는 침묵을 강요당하며, 침묵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 연인이나 남편, 옛 배우자에게 살해당한다(112쪽).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모든 여자들은 지금도 그들을 사라지게 하려는 세력들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여자의 이야기를 자기가 대신 말하려는 세력들과, 여자를 이야기와 족보와 인권헌장과 법률에 기록하지 않으려는 세력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단어로든 이미지로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이미 승리다. 그 자체로 이미 반란이다. (112쪽)

 

 

 

5. 아, 공부

존경하는 필립 로스의 신작 『네메시스』에 푹 빠지지 못한데는, ‘페미니즘’의 영향이 컸다. 수많은 권장 도서들 중, 나름대로 뽑은 리스트에 따라 책을 읽고 있는데, 『행복한 페미니즘』은 다 읽었지만 어떻게 리뷰를 써야할지 모르겠고,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는 2번째 논문에서 좌절, 잠시 휴지기이다. 공부하고 계시는 애정님들의 글도 읽어야 하는데, 금방 금방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라, 두 번 이상 읽는 경우도 많고, 또 심각하게는 아니더라도 진지하게 생각도 해봐야 한다. 책 읽는 속도가 달팽이, 거북이와 경쟁하는 수준이라, 이 모든 게 버겁다.

아무도 강제하지 않은 이 일을, ‘페미니즘’을 대해 알고 싶다,는 작은 생각 하나로, 읽고 싶은 재미있는 책들을 뒤로 하고, 난생 처음 보는 책들과 씨름하며 낑낑대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착해서, 그 안에서 일을 하지 않고, 사회적 고용 관계에 있지 않으면서도 삶을 보장받으면서 살고 있는 내가 (그래요, 권인숙씨, 저 뒤끝 있어요. 그래도 파란 지붕 아래 어떤 분보다는 한결 나으니, 대충 이쯤에서 넘어가세요), 페미니즘을 공부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페미니즘의 역사를 꿰찬다거나 특별한 깨달음을 얻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공부하겠다,고 줄 섰지만(나는 지금 후회하고 있나@@) 생각만큼 잘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다. 한 가지는 확실한데, 여하튼 나는 ‘읽겠다’는 거다.

잘 정리하지 못할 수도 있고,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내가 이해한 바를 정연하게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해보기로 한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반복합니다. 책을 읽고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그런 정도의 일입니다. 자신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일입니다. 자신의 꿈도 마음도 신체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일체를, 지금 여기에 있는 하얗게 빛나는 종이에 비치는 글자의 검은 줄에 내던지는 일입니다. (87쪽)

 

사사키 이타루가 말한 바, 이것은 나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일이고, 하얗게 빛나는 종이에 비치는 글자의 검은 줄에 나를 내던지는 일이다. 지금까지 내가 겪어왔던 모든 불평등에 항거하는 일이며, 아직도 폭력과 협박, 살해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혹은 한국의 어떤 여인의 침묵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읽는다.

이렇게 어설프게 시작하지만, 시작은 반이고, 반이면 많이 왔다.

시작한다. 그리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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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2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로스깐 사건을 보면서 저도 윤 모 씨 사건이 생각났어요. 이 사건도 정말 냄비 끊듯이 미디어에서 떠들다가 어느새 잊혔잖아요. 고위직 남성 성범죄의 심각성을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냥 새누리당을 공격하기 쉬운 야당의 이슈로 끝나고 말았어요.

2015-07-25 20:46   좋아요 1 | URL
전 ˝국가적망신˝ 운운하는 언론도 너무 싫었어요. 마치 국가적 망신이라도 당하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이라는 뉘앙스라. 고위 공직자의 성 인식이 이정도 수준이라는 것부터 논의하는게 아니라 `다 된 밥에 재뿌렸다`는 식의 보도들이었잖아요. 그러니까 일부 종편에서 그당시에 피해여성 평소 행실 어쩌구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었을거구요.

단발머리 2015-07-25 22:02   좋아요 0 | URL
아, cyrus님도 그러셨군요. 제가 요즘 기사 살펴보다가 알게 됐는데요. 유야무야된 것 같더라구요.
일단 미국쪽에서도 강하게 밀어붙이는게 외교적으로 부담스럽구요.
무죄라고 주장하는 윤 모씨가 억울함을 해소하려면 미국에 가야하는데, 갈 생각은 전혀 없는것 같구요.

그냥, 이렇게 넘어가는 것 같아요. 대통령을 수행하는 고위직 남성이니까요.

단발머리 2015-07-25 22:29   좋아요 0 | URL
롸님, 안녕하세요. 주제는 무척이나 안녕하지 못하지만요.^^

`국가적 망신` 말하는 사람들이 피해여성의 행실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 같아요. 그것마저도 스트로스깐 사건하고 유사하네요. 그게 고위직 남성의 성범죄를 은폐하는 수순인 것 같아요.
부인하고, 언론 플레이하고, 피해여성을 깍아내리고.

이 책에서, 저자가 이런 말을 했는데요.
여기는 미국이다. 경찰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그 여성의 말을 믿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대략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윤씨 사건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그 여성이 한국 여성이었다면 이 문제는 보도되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
언론에 말했어도 덮었을 것이고, 보도되었다면 바로 피해자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몰아갔을 가능성도 충분하구요.

피해여성이 미국 시민권자였다는 게, 이 사건의 핵심인거죠.
그녀는 한국계이기는 하지만, 미국인이고, 그래서 미국 국민에 대한 성추행,성폭행 사건으로 인지된거죠.

참... 한숨 나오는 세상입니다.

에이바 2015-07-2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페미니즘 서적 여러 권 읽는 중인데 리뷰 쓰기가 어려워요. 전부 연결되어 있는 주제라 어떤 건 여기, 어떤 건 저기 이렇게 쓰는게요. 일단 메모들 하며 독서중인데~ 아 어렵네요ㅎㅎ 이 책 좋더라고요. 칼럼을 모아둔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그래서 다 좋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하면 돼죠. 스테퍼니 스털처럼요ㅋㅋ 진정한 빨래하는 페미니즘! 권인숙 씨 발언이 어떤 시각에서 나온 건 줄은 알겠지만 마음쓰지 마세요. 연대! la solidarite! 연대가 중요합니다.^^

단발머리 2015-07-26 17:32   좋아요 0 | URL
에이바님 페미니즘 리뷰, 기다리고 있습니다. 메모를 하면서 독서중이시라니 더욱 기대되네요.
제 리뷰가 좀 부족합니다. 톡톡 튀는 작가의 문체를 잘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요.
방금 읽었지만, 바로 또 읽고 싶네요.

그리고, 감사해요.
제가 권인숙씨 이야기를 여러번 하면서요, 저도 누가 나 좀 말려줬으면~~ 했거든요.
저, 말려주셔서 감사해요. ㅎㅎㅎ

연대해야죠. 아무렴요. 그래야죠. 연대가 중요합니다. ^^

아무개 2015-07-2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글이 왜 즐찾 브리핑에 안 떳을까요 ㅠ..ㅠ

저는 페미니즘 공부는 아마도 평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정희진 씨의 책을 읽고 들더라구요.
여성학 하나만을 공부해서는 안되는 학문.
군사학, 남성학, 정치학, 생태학, 의학, 심리학 등등 연계된 학문이 너무 많아서
파도파도 끝이 안보일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어차피 끝도 없을테니
끝까지 할 생각일랑 접고
가는데 까지 가보자...뭐 이러고 있습니다.

함께 걸어가 주실꺼죠?
웃으면서 즐겁게!^^

단발머리 2015-07-29 09:14   좋아요 0 | URL
글게요, 왜 안 떴을까요? ㅋㅎㅎ

처음에 이적 엄마가 `여성학`을 전공한 학자다 듣고, 참.... 여성학이 뭐냐,하고 무식한 소리했었는데, 읽을 게 끝도 없는 것 같아요. 위의 말씀하신 연계된 학문을 다 섭렵하지 않더라도, 대충은 읽어야할텐데.
저도 뭐, 평생의 공부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개님이랑 함께 걸어는 가겠으나,
저는... 웃으면서는 안 갈꺼에요.
짜증을 내면서, 투덜거리면서... 그러면서 가요. 힘은 내서요*^^*
 

 

 

 

 

 

팟캐스트 <노유진 정치카페>는 매주 월요일마다 업데이트 되고, <정치카페 테라스>는 매주 목요일마다 업데이트된다. <노유진>을 구독하고는 있지만, 목요일 테라스 방송은 신영복 선생님이 나오셨을 때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듣는 편이다. <정치카페 테라스 19편 : 페미니즘이 불편한 이유, 권인숙>편은 피드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다. 초대 손님 권인숙씨와 함께 성범죄와 이를 대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 성희롱, 성차별 등 일상에서의 성폭력, 군가산점제, 간통죄에 대한 의미를 짚어보고 의견을 듣는 시간이었는데,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런닝타임 1시간 5분 정도 지났을 때, 간통죄가 작용했던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전업주부 패러다임’에 대해 권인숙씨가 한 말이다.

 

 

제도나 이런 여러 가지 기획들이, 전업주부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가는 거요. 결혼제도에서도, 결혼제도는 또 다른 면이 있지만, 결혼제도 안에서 전업주부의 삶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저는 좀 많은 회의가 있는 편이예요. 저는 간통제도가 여러 가지 다양한 측면에서 얘기될 수 있지만, 이제까지 가장 버틸 수 있었던 명분은, 그 안에 있는 주부, 주부를 보호하는, 주부의 자기 보호권으로서의 활약에 대한 방점이 굉장히 많이 주어졌다고 보여지는데, 저는 여성이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착해서, 그 안에서 일을 하지 않고도 사회적 고용관계를 하지 않고도, 고용관계 속에서 일하지 않고도, 자기의 삶이 보장되는 식으로 가는 방식은, 사실은 우리나라의 어떤, 여러 가지 일하는 경제활동 참가률, 뭐 여러 가지 이야기했던 것에서, 굉장히 근원적으로 저는 방해가 되는 패러다임이라고 생각을 해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착해서, 그 안에서 일을 하지 않고, 사회적 고용 관계에 있지 않으면서도 삶을 보장받으면서 살고 있는 1인으로서, 그녀의 말은 불편하다.

할 말은 있다.

일테면 집에 있다고 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며, 현대인은 노동에서 소외된 시대를 살고 있다지만, 나는 거기에서 한 번 더 소외된 ‘가사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내가 하는 ‘노동’이라는 것은 무리 없이 해냈을 때는 아무 ‘티’도 안 나지만, 하지 않았을 때는 그 빈자리가 확연히 드러나 누구에게도 숨길 수 없다는 것. 이런 이야기 말이다.

두 아이 모두 학습과 관련된 일체의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으며, 영어와 피아노는 내가 직접 가르치고 있다는 것. 아이들 학원비만 계산해도 가정 경제에 미친 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회적 고용 관계에 있지 않다. 남편의 수입이 우리 가정의 확실한 그리고 유일한 수입원이다. 나는 돈을 벌지는 않지만, 돈 쓰는 일을 주로 한다, 라고 쓰고 나니, 무척이나 스산한 느낌이다.

공지영의 칼럼은 '한겨레 21'에서 챙겨 읽었는데, 최근에 책으로 묶여 나왔다.  

몇 회였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가사노동도 노동이 아니냐고 묻는 딸에게 공지영씨는, 삶을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정도, 즉 겨울에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을 정도의 보일러비와 통신비 정도는 자신의 손으로 벌어야 한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사회적 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기간이 사회적 계약 관계에 있던 기간보다 훨씬 길어져 이제는 사회 경력 마이너스 11년을 기록하는 지금, 사회적 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나는, 매우 쓸쓸하다.

공지영의 이런 말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네가 만일 누군가에게 반찬을 해주고 옷을 다려주고 말하자면 `엄마 놀이`를 좋아해서라 해도 나는 그것 때문이라면 결혼을 말리고 싶다. 여자에게 결혼이란, 이 모든 것을 날마다 몸이 아프거나 병들었거나 슬프거나 노엽거나 죽도록 해주어도, 칭찬이나 대가를 받기가 힘든 노동이란다. 아니 험담이나 듣지 않으면 사실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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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7-08 0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반적인 사회인식이 바뀌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간통죄 폐지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또다른 남좋은 일 아닌가 걱정이 됐어요. 간통죄 폐지 후 기다렸다는 듯이 이혼 재소송 건들 나오는 거 보면...
일-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도 초반엔 시댁이나 친정이 없으면 불가능하고(또다른 구속), 그래서 전업주부화 되고, 그렇게 경력단절된 여성에게 독립적이어야 한다! 아무리 말한들 현실이...경제도, 사회도, 남성들의 외도도 한숨나올 만큼....

단발머리 2015-07-08 12:49   좋아요 0 | URL
저도 간통죄 페지는 찬성합니다. 마음 떠난 사람을 현장에서 잡아온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런데, 폐지되자마자 귀책사유자의 이혼 소송 이야기 들으니까, 이건 뭔가 싶더라구요.

저는 워킹망으로 있었던 기간이 아주 짧아서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의 고충을 짐작만 할 뿐이예요.
제게 다가 오는 건, ˝전업주부, 가정에 안착하지 말라...˝였거든요.
워킹맘에게도, 전업주부에게도 한숨나오는 현실이죠.


해피북 2015-07-08 0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글에 공감 백개쯤 누르고 싶어요. 주위있는 사람들중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신중히 하라고 (왠만하면 늦게하라고) 말하는 편이였거든요. 어디서 읽은적 있는데 맞벌이를 해도 남편만큼 벌지 못하니 가사와 육아는 여자한테 전적으로 떠넘긴다거나, 전업주부들에겐 특히 이것도 못한다 식의 무시되는 발언이 많아 속상하다는거죠. 이래나 저래나 주부라는 입장에 놓이면 공평해지지 않는 구조가 참 문제 인거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 영어와 피아노를 직접 가르치신다니 참 멋지세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5-07-08 13:05   좋아요 1 | URL
일단 공감 백개, 감사의 말씀 드리구요~~~~~~~~~~~~~~~~ ^^

출산 후에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아이들 때문에라도 파트타임을 선호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면, 해피북님 말씀처럼 일도 하고, 가사와 육아도 여성이 도맡아서 해야되는 거죠.
아이들에게는 미안하고, 몸은 힘들고, 돈도 안 모이고, 일도 완전히 전문적이라고 할 수도 없고.
이리봐도 저리봐도, 결혼 늦게 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죠.
특히, 능력있는 여자 후배들한테는요.

앗! 그리고 영어 피아노는요. 제가 권인숙씨 말에 좀 많이 서운해서 과장만 면이 없지않아 있구요.
피아노는 뚱당뚱당 치는 정도고, 영어는 동화책으로...
아, 부끄럽네요......

icaru 2015-07-08 0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재 전업주부가 아닌 저도, 파란박스에 권인숙 씨의 말은 상당히 불편해요,,권인숙 씨는 대체 어느 별나라 전업주부를 보고 하는 말인지...

저도 이 글 공감 백만개에다가,, 영어와 피아노 직접 가르치신다는 말이 확~~ 와 닿아서 놀랐는데,, 엇,, 해피북 님 따라쟁이가 됐네요... 것도 바로 뒷 댓글에다가 말이죠 ㅎㅎ

단발머리 2015-07-08 13:06   좋아요 1 | URL
저는 권인숙씨 좋아합니다. 특별한 역할과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전업주부인데, 저렇게 말씀하시니까, 나도 모르게 위축될 것 같아서요.
물론, 위축은 안 됩니다. 조금 서운할 뿐...
방송 들으시면 알게 되는데요, 그 별나라는 스웨덴이랍니다. 전업주부라는 패러다임이 아예 없다고 하더라구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일을 해야만 한다!! (저도 일은 하는대요...... 쩝)

공감 백만개 제가 잘 접수했구요. 알라딘에서 많이 많이 뿌리겠습니다.^^
영어, 피아노는 학원에 안 보낸다 이 정도예요. 제가 아까 좀 흥분했나요.ㅋㅎㅎㅎ

피아노는 도레미, 영어는 ABC입니다.

에이바 2015-07-08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할 말이 너무 많아 댓글을 달지 못하겠어요. 다음에 여성 관련 페이퍼 쓸 때 함께 올려야 할 듯 해요.

권인숙 씨 의견은 저를 화나게 합니다. 가정주부 프레임!!! 여성학자이기에 큰 틀에서- 저런 발언을 했으리라 넘어가지만.. 주부란 퇴근이 없는 직업. 상은 박해도 벌은 후한, 엄연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직업이거늘 고루한 사고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은행 김용 총재가 놀란 여성의 힘, 그중에서도 주부들에게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왔는데 말이죠.

단발머리 2015-07-08 13:11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이런 댓글이 좋아요.
할 말이 너무 많아 댓글을 달지 못하겠어요. 저도 이 문장, 다음에 꼭 한 번 써먹고 싶어요.
여성 관련 페이퍼 기다리오니, 꼭 올려주시어요~~

저는 권인숙씨 의견에 화가 나지는 않았구요. 다만 제가 `전업주부`인데, 사회적 계약 관계에 있지 않고, 소득이 없다고 해서, `일 하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게 조금 서운하더라구요.
많은 분들이 화내 주셔서, 제 마음이 좀 풀리네요. *^^*

아무개 2015-07-08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 안에서 전업주부뿐만 아니라 어떠한 여성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거나
남성들처럼 자기 실현을 하게 될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결혼을 결심할때 아마 세상의 단한명의 남성도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출산, 육아 ,경력단절 이것은 오로지 여성에게만 속하는 언어들.

아이들 학원에 안보내신다니, 정말 대단하신거 같아요.
주변에 보면 학원가서 공부 제대로 안하는것
알면서도 단지 옆집뒷집앞집이 보내니까 불안해서 보낸다는 사람들 많던데
정말 멋찜!!!!!!!!!!! ^^



서니데이 2015-07-1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글 읽다가 조금 더 읽어보고 싶어 공지영 에세이를 샀는데, 읽을 시간이 없네요^^;
오늘 무척 더웠는데 잘 보내셨나요^^
 

 

 

 

 

 

벨 훅스의 책 『올 어바웃 러브』에 대한 리뷰를 읽을 때도 나는 저자가 유명한 페미니스트 학자인지 몰랐다. 인용된 문장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는, 작가 이름도 모른 채 책 제목만 덜렁 외우고 있었다. 알라딘서재에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이야기가 한참일 때도 뭐, 이런 제목이 있어? 라고만 했더랜다. 하지만, 직접 추천받지 않았지만 책표지와 커피 사진으로 추천받은 『정희진처럼 읽기』를 시작하면서 발동이 걸렸고, 『빨래하는 페미니즘』의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는 뒤를 돌아볼 수 없게 됐다.

때는 바야흐로 미국에서 동성애 결혼 합헌 결정으로 SNS가 무지개 물결이고, 모르는 사람이며 글 한 번 읽어본 적 없지만, 페미니스트라 주장하던 남자들의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면서, 관련 기사가 많이 늘어났다. 그에 관련된 이야기가, 기사가 눈에 띈다. 그 전에는 모르고 지나쳤을 이야기들이, 자꾸 보이고, 들리고 한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기에 적기가 아닌가 싶다. 이른바 적기 교육이다. 적기 교육, 적기 공부.

사례 1. 2015년 6월 24일.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밀당 못 참는... 집착남을 조심하라"

(http://www.cbs.co.kr/radio/pgm/board.asp?pn=read&skey=&sval=&anum=18931&vnum=3638&bgrp=4&page=&bcd=007C055E&pgm=1383&mcd=BOARD2)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특히 데이트 폭력은 관계집착, 질투심, 이런 것들. 그러니까 요즘 페미니스트라고 널리 알려진 사람, 진보파, 노동운동 일선에서 뛰던 사람, 이런 걸 가리지 않는 거군요?

◆ 서경현> 네, 그렇습니다. 사실은 원래 저도 그 특징을 가지고 연구를 해보았는데 사실은 가부장적인 성격, 남성이 우세하고 여성은 열등하다. 아니면 소극, 수동적이다라고 하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데이트 폭력을 더 많이 하고 여성도 만약에 그런 신념을 갖고 있으면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많은데요. 그렇지만 상대를 남성으로 여자들을 굉장히 사랑하고 사랑해야 하고 여자들을 존중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 정관용> 페미니스트들.

◆ 서경현> 의외로 욱한 성격, 네, 페미니스트가 될 가능성들도 있습니다. 물론 페미니스트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요. 남성 중에 페미니스트는 뭐냐 하면 사실 이 데이트 폭력 가해자들 중에 여자들을 아끼려고 하는 마음이 굉장히 강한 사람들 중에서도 의외로 꽤 많습니다.

◇ 정관용> 참, 그러면 어떤 특징이 있으니 이런 사람들은 주의하시오, 이런 말도 못하겠군요?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건지, 보통의 사람들도 이해를 못 하는 건지, 그걸 잘 모르겠다. 여자들에게 잘 해주는 페미니스트가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에서 원했던 게 이런 식의 결론이었을까?

사례 2. 2015년 6월 30일, 한겨레신문, “연애를 허하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98225.html)

페미니스트들은 애초부터 데이트 비용은 분담하고 결혼할 때면 형편껏 함께 집을 마련하자고 제안해왔다. 봉건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연애를 허하라”는 운동이 벌어진 지 100년이 지난 지금, 좀 다른 맥락에서 다시 그 슬로건을 펼칠 때가 온 것 같다. 연애는 의자 뺏기의 놀이가 아니다. 싱싱하게 연애를 하고 싶다면 나무를 올라갈 사다리를 함께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용기 있고 기품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면 삶의 기획이 가능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엄마가 아닌 여성(들)과 함께 연애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신나게 연애하는 것, 어려울까?      

<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연세대 명예교수>

 

사례 3. 저번주, 지하주차장.

집으로 오는 길, 아롱이가 말한다.

“엄마, 우리 양성 평등 교육 받았어요.”

그래? (혹은 그래에?) ‘그래?’는 항상 성의 있게 해야 한다. 두 음절, 내지 세 음절로 동의와 경청의 의미를 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 그래? 뭐를 교육받았는데?

“남자와 여자가 살아가면서 조금씩 불편할 수 있다고.”

음, 그래? 정색하지 않고, 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근데, **아, 남자보다는 여자가 불편한게 더 많아. 아롱이 급정색.

“아니에요, 엄마! 남자들도 불편한 거 되게 많아요.” 뭐가 불편한대?

“데이트 할 때, 돈도 내야 되고, 또... ” 음, 그래. 그렇지. 근데, 요즘에는 여자들도 많이 내.

“아니에요. 남자도 불편한 거 많아요. 돈도 내야 되고.”

아롱이는 집에 오면서 남자가 돈을 내야 된다는 이야기를 1번 더해서 총 3번을 했다. 아롱이는 국어를 아주 잘 하지는 않지만, 보통 10살의 남자아이들보다는 이해력과 공감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식으로 양성 평등을 교육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0살 보통 수준 이상의 이해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애에게 데이트할 때 돈을 남자가 내야한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였나 보다.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는 두 번째 논문부터 읽기 어려워, 피하는 심정으로 (아무개님, 보고 계세요? T.T) 『행복한 페미니즘』을 읽고 있다.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처럼 페미니즘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그게 쉽다는 이야기인가?

계급에 상관없이 집에 있으면서 주부의 일만 하는 여성은 고립감과 고독감, 침울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 (118쪽)

주부의 일만 하는 여성? 뭐야, 지금 내 얘기하는 거야?

여자는 남자와 아이들이 없을 때에만 가정에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119쪽)

어떻게 알았어?

가정 안에서 여자가 자신의 모든 시간을 다른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는 데에 쓸 때, 가정은 그녀에게 긴장을 풀고 쉬면서 기쁨을 얻는 장소가 아니라 일터이다. (119쪽)

내 말이 그 말이예요. 

 

 

 

놀라운 책이군. 작가 이름을 기억해야겠어.

『행복한 페미니즘』, 벨 훅스.

2002년에 발간된 책을 앞에 두고, 이렇게 혼자 놀고 있다.

1인 2역. 주거니 받거니. 적기교육. 적기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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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0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은책이에요. 쉽게 페미니즘에 접근하게 도와주었던 기억이 ‥ 님의 인용구 보니 문득 돼지책,이라는 그림책이 생각납니다. 행복에 한 사람이 소외되는 희생이 따라야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겠죠. 사회적으로 확산해도 마찬가지구요.

단발머리 2015-07-04 00:51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신나게 읽고 있어요.^^

돼지책, 처음 아이를 읽어주다가 저도 모르게 눈이 막, 커졌던게 기억나네요.
엄마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일을 하고 있죠. 돼지들을 부양하느라...
행복에 대한 프레이야님 의견에 완전 공감합니다.
소외된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요.

아무개 2015-07-0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도 두번째 논문에서
엎어졌나이다 ㅠㅠ
그래도 조만간 다시 도전해볼껍니다
단발머리님도 화이륑!!!!!

단발머리 2015-07-04 14:45   좋아요 0 | URL
아하.... 그래서 저는 일단 다른 책으로 갈아탔고요. 저도 다시 재도전!! 해보려구요. 아무개님이랑 같이 하니 힘나는대요!! 아자아자 가자!!!

2015-07-04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4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4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4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5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7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7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