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텐게시로는 42년간 소니에서 근무했으며 CD, 워크스테이션 NEWS, 애완견 로봇 AIBO 등의 개발을 주도했다. 저서로는 운명의 법칙, 우주의 근본과 연결되는 명상법, 경영자의 행동력등이 있는데, 오늘의 우리로서는 무척이나 친근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제목들이라 하겠다.

이 책은 2002년 도입된 일본의 유토리(종합 인성) 교육의 실패에 대한 설명과 고찰,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내면의 힘을 끌어내는 인간주의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필기 시험등의 학력이나 학업 성적이 인생을 결정하는 시대가 가고, 전혀 새로운 환경의 미래 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저자는 살아갈 힘을 이야기한다.

 

살아갈 힘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기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힘이다. 자신의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그것을 유감없이 발취하여 생각을 표현하고, 사회 속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여 자신의 위치를 획득해 가는 힘이다. (39)

 

저자는 행복한 인생을 위한 살아갈 힘의 조건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제시한다.

네가 말을 잘 들으면 수용해 줄게.’라는 조건부 수용이 아닌 무조건적 수용

대뇌신피질에 의해 읽기· 쓰기· 계산 등을 배우기 전에 오래된 뇌를 발달시키기

무아지경의 상태로 놀이나 취미 생활에 집중하는 몰입의 체험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대자연 속에서 실컷 놀게 하기

 

주는교육보다 끌어내는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문자나 계산을 가르치기보다는 신나게 놀 수 있게 해야 한다, 몰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등은 모두 이상적인 교육 방법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적용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자신의 삶에 주인으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주도 학습법을 가르치는 학원에 간다고 될 일이 아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해 인식해야 하고, 하고 싶은 어떤 일발견해야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알 수 있고, 그래서 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는 책의 저자와 옮긴이를 혼동케 하는 문장들이다. 저자인 텐게시로가 한국의 예를 구체적으로 드는 것은 이해를 돕는 면이 있겠지만, 65쪽에 최근 뉴스에는 학력 위조, 대리시험, 수능 부정행위 등과 관련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 중심의 관행을 꼽을 수 있다.’우리는 도대체 누구인지. 문장만 보아서는 한국을 말하는 것 같은데, 텐게시로와 내가 어떻게 우리로 묶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예는 몇 개 더 있다.

현대 의학의 비인간적 출산 환경에 대한 지적은 인정하지만, 탄생 트라우마에 대한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전 세계의 어머니들이 의료의 개입을 받지 않고 자연 분만하여 즉시 아기를 품에 안고 초유를 줄 수 있는 환경 조성에는 찬성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이 지구상에서 전쟁이 없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129) 자연 분만과 출산 즉시 아기에게 초유를 먹였던 환경에서도 인류는 전쟁을 중단한 적이 없다.

 

요즘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느라 조금 바쁘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정오쯤에 업데이트되는데,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소개할 뉴스는 많은데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듣다 보면 모두가 한숨 나오는 소식들 뿐이라서, 내가 이러려고 오매불망 김어준을 기다리고 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나도 나 살길을 찾아야겠다. 독서는 즐거움이고, 독서는 탈출이다. 즐겁게 퐁당 빠져서 가열차게 페이지를 넘기게 할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고 싶다. 소설을 읽으며, 나도 살아갈 힘좀 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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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말고 하야하라!

 

 

 

 

 

 

 

오후 4시 2분

 

 

 

 

 

 

 

오후 4시 13분  

 

 

 

 

 

 

 

오후 7시 2분, 행진

 

 

 

 

 

 

 

 

 

 

 

 

 

 

노와 미움을 마음에 품는 일은 아픈 일이라서

분노와 미움을 마음에 품고

하야하라! 퇴진하라! 구속하라!를 외치는 내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그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요구임에도 그랬다.

 

어제 대국민 사과문 읽는 것을 3분 정도 보았는데

그녀가 측은했다.

개인으로서 불행한 삶

자신의 자리가 아닌 자리에 앉아

아직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지 못한 채 

30년이상 최순실의 지배를 받고

지금도 누군가 써주었을게 분명한 사과문을 읽고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그녀가

불쌍했다. 

 

 

 

광화문 문화제가 끝나고 각 방향으로 도심 행진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광화문 광장에서 종각쪽으로 가는 행렬의 앞쪽에 서게 되었다. 선두의 첫번째 차량과 두번째 차량에서는 계속해서 방송이 나왔다.

 

"지금 이 상태로는 행진을 할 수 없습니다."

"차량 앞쪽에 계신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옆으로 비켜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00노조 노동자들이 길을 열겠습니다."

"저희 노동자들이 선두에 서서 행진하겠습니다." 

 

진행자의 결연한 목소리와 상관없이 이미 도로에 꽉찬 시민들은, 대학생들은, 중고생들은, 엄마들은, 아빠들은, 아이들은, 할아버지들은, 할머니들은 행진을 한다. 

 

선두 없이 행진을 한다. 

지도 없이 행진을 한다. 

행진을 한다. 

걷고 외치고 함성을 지른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고 한탄하는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이래도 나는 국민이다, 하는 시민들이 있다. 

행진을 하고, 그리고 외친다. 

 

아무것도 하지말고 하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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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그린 2016-11-06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내려와야지 뭘 상식이 안통하네요... 영적인 감으로 더 해야겠다는 건가요?
외교만 하겠다는데
비유 하나 들어보죠
거래처 사장이 사이비 종교로 의심 받고 있어요
거래 안하죠~ 누가 거래해요 ...
국제 관계가 비슷하죠. 본인 이미지가지금 그런 상태고 성장동력에 오히려 방해가 될거 알아야 합니다
몇 개월 잠깐 경제 성장이 멈출 수 있지만
썩은 물을 비우고 생수마시면 금방 좋아질 겁니다

단발머리 2016-11-06 23:18   좋아요 0 | URL
항상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엉망진창이라도 그래도 임기는 마칠 줄 알았는데, 너무 큰 기대였어요.
지금도 늦었어요. 퇴진이 그래도 낫기는 한데...
아직도 국민의 분노를, 그 강도를 인식 못 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될까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11-06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죠. 남녀노소가 이렇게 황금비율로 다 나와서 집회를 구성한 건 참 오랜만인 듯합니다..

단발머리 2016-11-06 23:23   좋아요 1 | URL
네, 남녀노소 황금비율이었죠.
졸음 못 이기고 엄마에 기대 자는 아이들도 많았고,
˝박근혜는~~˝를 선창하시는 어르신도 많았지요.
아름다운 광경인데, 다같이 모인 이유가 ㅠㅠ

순오기 2016-11-08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정신을 차리고 있어 다행이죠.
우리은행 본점에서 조카 결혼식 마치고 나왔는데, 우리를 태우고 갈 차가 행진대열에 막혀 오지 못해...우리 은행 앞에서 1시간 넘게 처를 기다리며 행진대열을 지켜보았어요!!

단발머리 2016-11-09 15:00   좋아요 0 | URL
이 추운 날씨에 주말을 반납하고 광장에 나가서 외치는 국민들의 마음을 10분의 1만 헤아린다면,
이럴 수는 없을 텐데요...

저번주에 서울에 계셨군요.
저도 행진대열에 있었는데, 순오기님 뵈었을 수도 있겠네요. ㅎㅎㅎㅎ
 

 

 

 

 

 

 

 

 

 

아무렴. 책 읽기 어려운 계절이다. 아침마다 쏟아지는 새로운 뉴스에 더 이상은 놀라지 않는다. 내 주위 사람들이 모두 박근혜를 찍은 것도 아닌데, 어느 만큼은 고소해서, 일정 정도는 고발하는 심정으로 저 봐라. , !!”를 웃으며 외치기도 했다. 막상 걱정되기 시작된 건, 지난 토요일부터다. 화면을 가득채운 청계광장의 촛불들을 보고, 국민들의 분노를 보고, 국민들의 분노를 생중계로 연결해 보여주는 방송을 보며, 생각했다. ,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구나. 이게, 웃을 일이 아니구나.

 

 

 

연설문에 빨간펜, 청와대 차량을 타고 장관들이 다닌다는 11문을 검문 없이 프리패쓰, 집무실에 침대 세 개 그리고 김치냉장고. 여기까지는 그나마 애교다. 사드 배치와 위안부 합의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 만약 이런 일까지 최씨의 결정 혹은 cf 감독, 헬스클럽사장, 호빠 출신 젊은 남성 등 최씨 측근들의 결정이라면, 국가 간의 합의라 번복할 수도 없는 이 총체적 난국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도대체.

토요일에 청계광장에 나갔던 언니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소리를 지를 때, 땅이 울리며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고. 그 소리는 청와대까지 전해졌을 것이다. 사람들의 외침, 그 자리에서 이제 그만 내려오라는 사람들의 외침이 온 공기를 사로잡아 청와대까지 울렸을 때, 모든 일을 결정해주던 최순실이 곁에 없는 이 상황에 그녀는 어떠할까. 그녀는 무슨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밤이면 밤마다 잠은 잘도 왔지만, 그래도 나라가 걱정되기는 했고. 위기는 보수의 용어라 위기란 없어하면서도 나라가 위기다, 나도 몰래 혼잣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책을 읽기가 어려웠다. 아니면, 읽고 있는 책이 어려웠을 수도.

  

  

1.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알라딘 애정 이웃님의 서재에서 발견한 책이다. 이 책에 대한 애정 이웃님의 리뷰를 읽은 기억이 없는 걸로 보아 그녀도 아직 이 책을 읽은 것 같지는 않고, 관심 도서라 책장에 올려둔 듯하다. 책표지가 너무 인상적이라 단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생각보다 두께가 있어서 놀랐다.

요즘엔 인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생각은 두 개의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하나는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것이다. 진화의 과정 속에서 인간의 의식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할 수 있게 하는 의식은 물질적 토대에 근거한 것인가, (요즘은 이런 말 하는 게 두렵고 무섭지만)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는가, 인간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가, 새로운 인류는 어떤 모습인가.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

또 하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것이다. 생존이 근본인 생물로서의 인간이 전적으로 이타적일 수 있는가, 인간은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극복할 의지가 있는가, 상위 1%가 하위 50%보다 더 부유한 현재의 개인적, 지역적, 전 세계적 불균형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가, 불평등한 사회의 변혁을 위해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이런 것들도 궁금하다

    

진화라는 개념이 없다면 동물이나 인간에 머무는 영혼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 역으로 진화를 믿으면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138)

 

나는, 진화론 전체를 신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특정하여 지적하기에는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지만,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진화를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는 인간에겐 영혼이 있다고 믿고, 그 영혼은 그냥, 아무렇게나, 어쩌다 생겨난 것이 아니라, 목적과 의미를 가진 인간 존재의 정수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위의 서술은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데, 일단은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에 판단할 일이다. 703, 30,000.

 

2. WHEN BREATH BECOMES air

 

이 책은 쿠폰을 사용하지 않아, 13,000원을 추가 지급한 안타까운 결제 건에 포함되었던 책이다. 의도치 않은 13,000원 추가 결제로 인해 나는 이 책을 25,000원이라 생각하고 읽기로 했는데, 그래서인지 더더욱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이 암에 걸린 것 같다는 심증이 있었지만, 정밀 검사 받기를 두려워했던 저자는 아내와의 사이가 극도로 나빠졌던 그 순간을 이렇게 적는다.

 

 

 

I offered to skip the trip, to be more open, to see the couples therapist Lucy had suggested a few months ago, but she insisted that she needed time alone. At that point, the fuzziness of the confusion dissipated, leaving only a hard edge. Fine, I said. If she decided to leave, then I would assume the relationship was over. If it turned out that I had cancer, I wouldn’t tell her she’d be free to live whatever life she chose. (10)

 

며칠 후, 그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그녀에게 당신이 필요해, 라고 말한다. 당신을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했다. 가장 비참한 순간에 가장 숭고한 모습을 보였던 두 사람. 사랑, 내가 그렇게나 자주 말하는 참 사랑, 참된 사랑을 두 사람은 그렇게 보여준다.

 

 

3. Madame Bovary

 

 

이 책은 지난주에 교보문고 방문 기념으로 구입한 책이다. 아름다운 외모에 반해 소장용으로 구입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We were in class when the headmaster came in, followed by a “new fellow”, not wearing the school uniform, and a school servant carrying a large desk. Those who had been asleep woke up, and everyone rose as if just surprised at his work. (5)

 

 

 

뜨거웠던 여름을 함께 보냈던 아주 사적인 독서, <권태는 프랑스의 특산물> 챕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삶이 권태에 빠지는 이유는 시골에 살아서만은 아니고, 무능한 남편 때문만도 아닙니다. 사회적 지위 탓도 있습니다. 권태는 중산층 부르주아의 정서입니다. 그보다 상류층이거나 빈곤층이라면 권태롭지 않아요. 빈곤층은 먹고살기 바쁘니까 권태로울 여유가 없고, 상류층은 정치 활동이나 사교 활동이 많아서 일상생활을 관조해볼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중간층이 문제입니다. 중산층은 대개 먹고살 만은 하지만 아주 풍족하지는 않은 상인 집안입니다. 권태라는 건 이렇듯 특정한 사회적·시대적 조건 아래 발생한 것입니다. (25

 

 

 

중산층 부인으로서 마담 보바리의 권태가 어린 시절의 독서 경험과의 화학 작용을 거쳐 어떤 식으로 변모해 가는지 추적해가는 즐거움. 아는 길을 따라가는 이 기쁨.

 

 

4. 살아갈 힘

  

긴 안목으로 본다면 닦는 아이보다 버릇없어 보였던 찰방 아이살아갈 힘이 강한 사람으로 성장한 가능성이 크다. 훨씬 멋진 사회인으로 자라 좋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책소개)

이 문장만으로도 이 책은 일독을 부른다. 공부가 다는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학교에서는 학원에서는 공부가 전부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설 곳이 없다. 공부를 잘 못 하는데, 장난까지 심하다면. (한숨ㅠㅠ)

이제 겨우 20페이지를 읽었는데, 정답은 이미 알고 있다. 이렇게나 잘 정리되어 있다.

 

 

무조건적 수용, 오래된 뇌 발달시키기, 몰입의 체험, 대자연 속에서 실컷 놀게 하기.

이게 바로 아이들의 행복한 인생을 위한 살아갈 힘의 조건이다. (책소개

 

  

 

5.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이 책은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기억했던 책이다. 그래도 바로 찾아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북플을 하다가, 즐거운 북플 활동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이 책을 읽었어요로 표시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다음날 지우려고 했더니, 이미 좋아요8. 이웃님들의 소중한 좋아요를 모른 척 할 수 없어, 급하게 상호대차를 신청하고 책을 대출해왔다. ‘<뉴욕타임스> 현세기 가장 중요한 책을 뒤로하고, ’21세기 여성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정립한 세계적 역작을 뒤로 하고 읽어 나간다. 완전 처음 듣는 이야기도, 새로운 이야기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이고, 의자를 잡아 당겨 바로 앉게 된다. 한 줄, 한 줄 천천히 따라가며 읽는다. 간만에 하는 몰입 독서

    

 

 

 

월요일에는 성남 아트센터에 갔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러시아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라고 하던데, 나는 협연자가 손열음이라서 오직 그 이유 때문에 공연장에 갔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그녀의 뒷모습이 정면으로 보였는데, 원오프숄더 드레스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피아노와 일체를 이루어내는 그녀가 아름다웠다. 몸 전체의 무게와 힘으로 소리를 만들어가는 그녀의 강렬한 모습은 연주라는 말보다는 노동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그렇게 손열음과 최순실이 오고가는 한 주였다. 두 사람의 극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 사람 다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내게는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쇼스타코비피 피아노 협주곡 1c단조, 작품 35번 손열음의 연주와 청와대 11문 프리패쓰 최순실의 이야기가 내게는 너무 멀었다.

한 쪽은 너무 아름다웠고, 한 쪽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한 쪽의 소리는 너무 높은 곳에서 들려와 나를 이끌고 위로 위로 올라가는 듯했고, 또 한 쪽의 소리는 저만치 아래 땅 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멍하면서도 아련했다. 한 쪽은 그랜드 피아노 위에 왼손을 올려놓은 채 우아하게 인사했고, 다른 한 쪽은 끌려가다가 명품 프라다 구두 한 쪽이 벗겨져 버렸다. 한 쪽에게는 박수를 쳐 주었고, 다른 한 쪽 때문에 나도 많이 부끄러웠다.

이제 책으로 돌아가야겠다. 페미니즘이 만만하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그녀의 말을 이해해서도, 그녀의 말이 쉬워서도 아니다. 그녀가 손에 잡히는 책의 형태로 내게 왔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녀는 나와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이 혼란스러운 시간을 나오미 울프와 함께한다. 이 혼란한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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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1-0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좋아요 버튼이 아홉 개나 눌려서 책을 빌려오시다니... 단발머리님, 사랑합니다. ♡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읽고 싶은데, 차마 엄두가 안나요. 제가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도 한 번쯤 보고 싶은 책이에요.

저 방금 대국민담화 시청하고 왔어요.
대통령 님께서는.. 나라를 너무 사랑하셔서, 한 순간도 국정이 멈춰서는 안된다시며, 계속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하.하.하.

단발머리 2016-11-04 11:00   좋아요 0 | URL
저도.... 사랑합니다, 다락방님^^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는 쉽고, 생각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인간을 이해하는데 조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지만... 저도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전, 알라딘에서 노느라 대통령님 말씀을 놓치고 말았어요.
이 놈의 나라사랑은 중단이 안 되는군요. 그 사랑이 멈춰야 국정이 정상화되는데...
어쩌면 좋아요... 이 맹목적인 사랑을.... 이 잘못된 사랑을.... ㅠㅠ

책읽는나무 2016-11-0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는 어제 오늘 이틀동안 손열음에 흠뻑 빠져 있는데 어찌 손열음의 이야기를!!^^
최순실사태 검색하다 하다 하다~~이러다 정말 미쳐버리는거 아닌가???
부러 손열음 책을 읽고 유튜브로 음악 검색해서 들으니 천국같단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계속 찜찜하고 있는데 단발머리님의 한 쪽은 너무 아름답고,한 쪽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한 쪽의 소리는 나를 이끌고 위로 위로 올라가는 듯했고,한 쪽의 소리는 저만치 아래 땅 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멍하면서도 아련했다~~~~문장들 공감백배입니다.
대통령은 나라사랑이 중한게 아니고 먼저 병원부터 가셔야할터인데 참 이상하네요???

아 그리고, 저는 읽는중이라고 내건 책들 반납일이 다 되어 마저 읽지도 못한채 반납해버렸을때 참 난감하긴 하더라구요
다시 재대출을 하려하면 이상하게 북트럭에 올려놓은 책들만 빌려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늘 대출중이라고 뜨고 도서관에 반납이 안된 책들이 많아요
그래서 늘 읽는중인 책들이 늘어만 가지요^^
읽고 있어요!에 `좋아요` 숫자들은 확실히 응원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것같아요
완독해야할 것같은 의무감이 들더군요!!
우리 단발머리님은 책임감도 강하신 멋진 알라디넙니다^^
대통령님은 왜 우리도 하고 있는 그책임감 하나, 그걸 이행 못해 전화로 일일이 물어보고 업무수행 하신건지??

단발머리 2016-11-04 12:07   좋아요 2 | URL
네... 우리 모두 울적하고 열받고 상심하고 그러면서도 걱정되는 요즘이죠.
맞아요, 최순실 이야기만 듣다 보면 정말 머리가 아파오죠.
일반의 상상을 마구 마구 뛰어넘으니까요.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견디기 어렵다고 봅니다.
책읽는나무님~~ 손열음을 찾아 들으신 건 아주 잘 하신 일이예요.
박근혜 해독에는 역시 손열음입니다. ㅎㅎㅎ
저도 요즘 복용하고 있는데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우리 손열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봐요~~
잠깐이라도 휴식해야 주말에 피켓이라도 들 수 있을테니까요~~~

저도 `읽고 있어요`는 활용하지 않아요. 읽다가 중단하는 책들도 많고, 또 반납해야 하는 책들도 있어서요.
저는 똑같은 책을 4번 대출한 적도 있어요. ㅠㅠ 그런데도 못 읽으면 안녕~~ 하지만요.
알라딘 이웃들의 좋아요~~는 공감이자 화이팅!이죠.
그래서, 제가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네요.

저는 책임감하고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지만, 책읽는나무님이 그렇다고 칭찬해주시니, 그런 사람이 되어볼까~~ 라고 혼자 생각해 봅니다. 애정과 관심 감사해요, 책읽는나무님~~~

비연 2016-11-0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늘은 더욱 상심되어... 책은 고사하고 ㅜㅜ
머리나 잘라버려... 하고 미용실 예약을...ㅜㅜ

단발머리 2016-11-04 13:29   좋아요 1 | URL
잘 하셨어요~~ 비연님^^
이제는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옵니다.
우리 이 험한 시절을 잘 견뎌보아요.
너무 힘들면 손열음도 듣고 머리도 예쁘게 하고 옷도 사고(@@).... 하면서요~

mira 2016-11-0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수인데도 제 걱정보다 나라사랑을 할수 있는데 , 대통령도 백수되어서 할수 있는게 나라사랑임을 아셔야 할텐데 말이죠
저도 일요일 광화문에 나가 보려구요. 평일에 나가면 백수들이 집회한다고 폄하했던 생각이 나서 직장인들도 참여하는 일요일에 갑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6-11-04 15:01   좋아요 1 | URL
그 놈의 사랑이 문제더라구요. 이제 더 이상 사랑 관심 필요없는데..
자꾸 나라를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고 ㅠㅠ
이번주는 계속 집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일요일에 따뜻하게 입고 가시기를~~
사안이 엄중합니다... 아이구..

양철나무꾼 2016-11-09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자고 님의 글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랍니까?
백만개의 보이지 않는 `좋아요`와 한개의 보이는 `좋아요`를 날립니다~^^

단발머리 2016-11-09 16:03   좋아요 1 | URL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글을 올려주시는 양철나무꾸님의 넘치는 칭찬을 듣고 나니,
이 우울한 시국임에도 마음이 한껏 들뜨고 즐겁습니다.^^

보내주신 백만 한 개의 `좋아요`,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님~~~~~
 
인간의 길을 가다 - 실천적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인문학적 자서전
장 지글러 지음, 모명숙 옮김 / 갈라파고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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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을 가다는 실천적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인문학적 자서전이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시작점은 불평등이다. 장 지글러가 인용한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4, 루소가 디종 아카데미의 현상 공모에 응모한 논문이다. 주제는 인간들 사이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였다. 루소는 근본 오류, 즉 사회적 불평등을 만들어낸 행위는 사적 소유의 도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55)

 

한 뙈기의 땅에 울타리를 두른 후 이건 내 것이라고 말할 대책을 생각해내고, 그 말을 믿을 만큼 충분히 순진한 사람들을 발견한 첫 번째 사람이야말로 부르주아 사회를 세운 진짜 창시자다. .... ‘이 사기꾼들의 말을 듣지 않도록 조심해라. 결실이 모두에게 돌아가고 땅이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는다면 그대들은 절망적이다.” (56)

 

지금이 바로 그 절망의 시대이다. 이러한 절망은 사적 소유의 도입 때문에 생겨났다. 끝이 없는 인간의 욕망은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하게 했고, 이것을 제도적으로 완성시켰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게 되었고, 적게 가진 사람들은 그것마저도 빼앗겨 버렸다. 계층간의 간극은 더 벌어졌고, 최상류층은 불평등 자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라 종용하고 있으며, 열심히 일해도 그 대가를 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불행을 자신의 탓이라 믿게 되었다.

장 지글러는 오늘날 인간들 간의 불평등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우리 행성에서 같은 인간을 잡아먹는 잔인한 경제 질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60) 이것은 개인 간의 불평등이기도 하지만, 국가 간의 불평등, 대륙 간의 불평등이기도 하다. 그의 주장은 여러 통계자료에 의해 뒷받침되는데, 이를 테면 세계 인구 중 16퍼센트가 지구의 자산 84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거나, 2007, 2008년 금융시장 붕괴로 전 세계 굶주리는 사람들의 수가 6,900만 명 더 많아졌으나, 그럼에도 갑부들의 재산은 금융 위기 이전보다 1.5배나 많아졌다는 것 등이다.

 

세계 식량 농업기구(FAO)세계 식량 불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1인당 하루 2,200킬로칼로리를 보급할 경우, 현재 생산력 수준만으로도 대략 120억 명을 부양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이 순간에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영양실조와 굶주림의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다.(65) 수백만 명이 굶주림 속에 죽어가는 현재의 상황은 식량 생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것은 식량에 대한 접근성과 관련이 있다.

소비에트 제국의 종말로 양극으로 나뉘어 대립하던 구도가 사라지고 이로써 서양의 정치 및 금융 권력 지배계급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1989년 세계은행 부총재이자 수석 경제연구원인 존 윌리엄슨은 워싱턴 컨센서스(중남미 개발도상국에 대한 미국식 자본주의 국가발전 모델)를 공식화했다. 그 기본 원칙은 국가적인 것은 물론이고 다른 것들도 가능한 한 빨리 모든 규제 기관들을 철폐하고 가능한 광범위하게(상품, 자본, 서비스 등을 위한) 시장의 자유화를 달성하며, 마지막으로 국적 없는 글로벌 거버넌스, 즉 외부의 규제 없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단일한 세계시장을 목표로 한다.(95)

 

부자들의 수입에 대한 조세 부담의 감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세제 혜택 폐지, 금융시장 제한 철회, 외국 투자의 안정 보장, 국가 소유 또는 학교, 병원, 운수기업, 수도 및 전력 공급 등과 같은 준국영 법인소유의 민영화, 규제 완화, 사유재산 보호 강화, 관세 인하, 국가 재정적자 최소화등의 조치를 통해 국적 없는 글로벌 거버넌스가 단일한 세계 시장을 마음대로 운영토록 하는 것이 이들 세계 거대 자본의 목표이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도 대가를 얻지 못하고 노동의 현장에서 소외된다. 자본주의 생산방식은 인간을 상품사회에 기능하는 것으로 축소함으로써, 인간을 노동의 산물에서 소외시킨다. 일에서는 보람을 찾을 수 없고, 미래를 꿈꾸기에는 월급이 너무 적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의 근본적인 이유가 사회 구조의 불합리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그렇게 견디어낸다.

부의 추적에는 객관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스미스와 리카도의 이론은 틀렸다.

 

돈이 돈을 생산한다. 돈은 권력과 지배의 수단이다. 또한 지배하고 싶은 욕망은 근절할 수 없고, 그 욕망에는 객관적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102)

 

평생, 혹은 자신의 자식 평생 동안 쓰고도 남을 돈을 축적해놓고도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돈이 돈을 생산하고, 권력과 지배의 수단으로 기능할 때, 사람들은 계속해서 돈을 추구한다. 그 욕망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이제 공산주의적대안은 사라졌다.(153) 세계화된 금융자본과 극단적이고 비판적으로 단절할 길을 모색하는 일은 우리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일은 그 누구의 일도 아니다.

장 지글러가 비판하는 또 한 가지는 국가 권력에 대한 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국가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하고, 국가가 권력자들의 무기가 되었던 역사적 과정과 사실에 대해 서술한다. 관료들이 권력에 기생하여 어떻게 생존해 왔는지를 추적하고,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국가이성의 사악함을 고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개입을 통해 학교, 대학, 문화시설, 병원, 사회안전망, 노동재판소, 피고용자와 연금 생활자와 실업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하고 효과적인 기관들이 존재하며, 최소한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공정함이 보증되어 왔는데, 이 마지막 보루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것 또한 지적한다.(193)

 

세계화된 금융자본의 권력 신장, ‘소수 국가의 신자유주의 도그마, 세계의 민영화, 이 모든 것은 점차 국가들의 규제력을 약화시킨다. 확장된 금융자본의 힘은 의회와 정부를 짓밟는다. 그것은 대부분의 선거와 거의 모든 국민투표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것은 공공기관의 규제 능력을 해친다. 그리고 법을 질식시킨다. (193)

 

장 지글러는 함께 살고자 하는 바람’, 국민 구성원 다수가 공유하는 역사에 대한 공동의 비전과 영토 및 언어를 통해 새롭게 탄생된 국민들이 이러한 위협에 맞설 수 있다고 말한다. 문명을 위협하는 인종주의를 배격하고, 실패한 탈식민지 원민족들의 비극을 치유하며, 자본주의 이전의 전통사회가 지닌 역동적인 힘을 복구함으로써,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 전통적인 종족들의) 역사는 오직 다음과 같은 물음처럼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들만 다룬다. 인간은 어디에서 오는가? 지구에서 인간의 과제는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죽는가, 그리고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신과 관계를 만들어내길 바랄 수 있는가? 아프리카의 구전 전통은 물화되지 않은 구체적인 자기해석의 체계다. 이 체계를 통해 사회는 자기 자신을 설명한다.(323)

 

더하여, 눈에 띄지 않는 밤의 인류애가 전 세계 남녀 수천 명을 집결시킴으로써, 역사의 최종적 목표, 즉 연대적인 사회의 건설, 인간의 인간화, 인간의 무한한 창조적 힘, 행복하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사회의 건설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민사회가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길에 도달할 수 있을까.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세계화된 금융자본의 전 세계적인 독재와 맞서 싸울 수 있을까. 우리는 승리할 수 있을까.

장 지글러는 이러한 운동의 중심점이 도덕적 명령과 격분, 세상의 혼돈에 대한 분노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남쪽과 북쪽에서, 동쪽과 서쪽에서 바람이 일고,

민중의 희망이 저항전선들에 의해 공고해질 때.(356)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밤은 열두 시간이고, 그다음엔 낮이 온다.

낮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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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2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년 대선 기간이 다가오는 시점부터 불평등, 빈부격차 문제가 다시 화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문제가 단순히 좌파들이 고민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단발머리 2016-11-03 14:27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불평등을 조장하고 고착화시키는 제도에 대한 논의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날은 오랜만에 신입사원이 들어온 날이었는데, 남자 신입이었다.

누나들 따라나선 남동생마냥 여직원들 뒤를 졸졸 따라오는 남자 신입 사원과 함께 우르르 들어간 곳은 왕돈까스집이었다. 거의 대부분 왕돈까스를 주문했고 대형 TV에 눈을 돌렸는데....

 

국회의장석에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국회의장이 보였고, 야당은 국회의장을 보디가드마냥 보호하고, 여당 의원들은 몸을 날려 단상 위로 오르려고 하다가 하나둘 끌려나가고 있었다. 국회의장의 짧은 말 한 마디.

"대통령 노무현 탄핵 소추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신발이 날아가고 서류뭉치가 날아갔다. 

똑같은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는데도, 큰 글씨로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 저.... 저..."

말을 못하고 그냥 "어... 저... 저..."하는 내가 이상했던지, 맞은편에 앉은 신입 사원은 "식사하세요. 근데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

"네, 아니... 괜찮아요. 근데.... 어.... 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말이 안 나왔다. 저런 일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고, 그리고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는걸 믿을 수가 없었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긴 자로 줄을 맞춘 듯 나란히 앉아, "탄핵 무효", "국회 퇴장" 팻말을 흔들고, 그렇게 기다렸던 대통령이 탄핵 무효 판결을 받아 국민 곁으로 돌아왔음에도, '탄핵'이라는 단어가 주었던 그 느낌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아직도 탄핵이라는 단어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탄핵보다는 하야를 권한다.

 

"대한민국 국민인 게 부끄럽다" 국민들 분노와 좌절

"최순실 꿈이 이뤄지는 나라였나"... 자괴감·분노 들끓는 민심

"대한민국이 당했다" 대학가 시국선언 ... 새달 20만 총궐기  

최순실 PC 파일 입수 ... 대통령 연설 전 연설문 받았다

발표 전 받은 '44개 연설문' ... 극비 '드레스덴'까지  

 

국민을 위한 마지막 국정 수행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답은 이미 나와 있지만.

 

그것만이,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증오에 마지않는 국기문란을 중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탄핵보다는 하야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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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10-2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탄핵이란 단어조차 쓰기 아까운 사람입니다
하야가 맞습니다!!

단발머리 2016-10-26 23:53   좋아요 0 | URL
탄핵안 올리고 국회 안에서 싸우고 밀고 당기는 과정을 한 번 더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암담해집니다. 하야가 맞죠. 연설문 고쳐준대로 그대로 읽었다면 국정을 전부 의논하고 지시받은 것 아닙니까.. 민간인한테... 허허...

코발트그린 2016-10-26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담하고 부끄럽고 ... 말을 잇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단발머리 2016-10-26 23:56   좋아요 1 | URL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 부끄럽죠. 박근혜한테 한 표 주신 분들이 더 부끄러울지, 그래도 혹시나 기대했던 국민들이 더 부끄러울지.. 부끄러울 뿐입니다...

시이소오 2016-10-27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나라가 무당의 한 마디에 놀아나다니.
박근혜는 참 시대를 잘 만난 거 같아요.
조선시대였다면 온 백성이 궁궐로 쳐들어가 능지처참을 했을 터인데.....

단발머리 2016-10-27 08:59   좋아요 0 | URL
어제밤에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박근혜는 아직도 자기 잘못을 모르고 있지 않을까.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어 죄송하다고 했는데, 심지어 내가 직접 죄송하다고 했는데,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라는 거야?
그렇게 생각할 듯 싶어요. 총체적 난국이죠. ㅠㅠ

잠자냥 2016-10-2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는 정치대로, 문학판은 문학판대로...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런 나라에 태어난 게 죄가 많아서 그런 것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네요...

단발머리 2016-10-27 16:25   좋아요 0 | URL
네... 그러게 말이예요.
이 나라에 태어난게 죄라기 보다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그 사람이라는 게....
박근혜 찍으려했던 그 한 명을 설득하지 못했던 게 죄라면 죄인것 같아요. ㅠㅠ

Conan 2016-10-2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거 맞는것 같구요~ 한겨레신문에는 우병우, 안종범 이런 사람들이 모인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자기들도 지금은 안그만 두는걸로 했다는것 같습니다. 사태파악을 못하는것 같아요ㅠㅠ

단발머리 2016-10-27 16:2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대통령이 어려운 때에 그만두면 안 된다고... 참, 어이가 없어서....
국회의원 자리 다 내놓고, 새누리당 다 갈아엎고, 청와대 참모, 장관 다 교체해도 대통령 자리 하나 지키기 어려울텐데.... 사태파악을 끝까지 못하면 어쩌죠. ㅠㅠ

비공개 2016-10-2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누구 말대로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에서 계속 대통령이니 비서관이니 하는 걸 계속 해먹는다는 건 정말 말이 안되죠.. ㅠㅠ
아 무슨 드라마보는 것도 아니고 정말이지 열받는 일이예요.
그분한테 투표하신 분들이 제발 반성하고 각성했으면!!

단발머리 2016-10-27 21:39   좋아요 0 | URL
문제는 계속 해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죠.
드라마보다 재미있고 드라마보다 열 받죠~~
그 사람에게 투표하신 분들 알라딘에는 많지 않을듯 하지만, 만약 그런 분들 있다면 반성해야지요~~
하아... 참....이게 파도 파도 끝이 없네요 ㅠㅠ

테레사 2016-10-28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박근혜가 판단력과 지적 능력이 안된다는 걸 다 알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옹립하고, 대통령으로 앉힌 것들도 함께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몰랐다는 건, 거짓말이죠. 전 이 정권의 모든 정책책임지위에 있는 것들은 지금 당장 업무 중지시키고 한꺼번에 동반 사퇴시키는 게 맞다고 봅니다...분이 안풀리네요...

단발머리 2016-10-29 15:0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 몰랐다면 직무유기고 알면서 그랬다면 정말 나쁜 사람들이죠.
그 사람들 한꺼번에 동반사퇴해도 이 분노와 실망이 금방 가라앉을까 싶기도 해요. 정두언 의원이 그랬다죠. 실상을 알게 되면 박근혜 좋아하는 사람들 며칠 밥도 못 먹을거다..
2부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워낙 상상을 뛰어넘는 집단이다 보니.. ㅠㅠ

꿈꾸는섬 2016-11-0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퍼공감요!

단발머리 2016-11-02 12:16   좋아요 0 | URL
이 후에도 뉴스들이 모두 예상을 한참이나 뛰어넘어 매일 매일이 특종이네요. 재밌지 않은 요즘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