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말고 하야하라!
오후 4시 2분
오후 4시 13분
오후 7시 2분, 행진
분노와 미움을 마음에 품는 일은 아픈 일이라서
분노와 미움을 마음에 품고
하야하라! 퇴진하라! 구속하라!를 외치는 내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그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요구임에도 그랬다.
어제 대국민 사과문 읽는 것을 3분 정도 보았는데
그녀가 측은했다.
개인으로서 불행한 삶
자신의 자리가 아닌 자리에 앉아
아직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지 못한 채
30년이상 최순실의 지배를 받고
지금도 누군가 써주었을게 분명한 사과문을 읽고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그녀가
불쌍했다.
광화문 문화제가 끝나고 각 방향으로 도심 행진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광화문 광장에서 종각쪽으로 가는 행렬의 앞쪽에 서게 되었다. 선두의 첫번째 차량과 두번째 차량에서는 계속해서 방송이 나왔다.
"지금 이 상태로는 행진을 할 수 없습니다."
"차량 앞쪽에 계신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옆으로 비켜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00노조 노동자들이 길을 열겠습니다."
"저희 노동자들이 선두에 서서 행진하겠습니다."
진행자의 결연한 목소리와 상관없이 이미 도로에 꽉찬 시민들은, 대학생들은, 중고생들은, 엄마들은, 아빠들은, 아이들은, 할아버지들은, 할머니들은 행진을 한다.
선두 없이 행진을 한다.
지도 없이 행진을 한다.
행진을 한다.
걷고 외치고 함성을 지른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고 한탄하는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이래도 나는 국민이다, 하는 시민들이 있다.
행진을 하고, 그리고 외친다.
아무것도 하지말고 하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