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오랜만에 신입사원이 들어온 날이었는데, 남자 신입이었다.

누나들 따라나선 남동생마냥 여직원들 뒤를 졸졸 따라오는 남자 신입 사원과 함께 우르르 들어간 곳은 왕돈까스집이었다. 거의 대부분 왕돈까스를 주문했고 대형 TV에 눈을 돌렸는데....

 

국회의장석에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국회의장이 보였고, 야당은 국회의장을 보디가드마냥 보호하고, 여당 의원들은 몸을 날려 단상 위로 오르려고 하다가 하나둘 끌려나가고 있었다. 국회의장의 짧은 말 한 마디.

"대통령 노무현 탄핵 소추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신발이 날아가고 서류뭉치가 날아갔다. 

똑같은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는데도, 큰 글씨로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 저.... 저..."

말을 못하고 그냥 "어... 저... 저..."하는 내가 이상했던지, 맞은편에 앉은 신입 사원은 "식사하세요. 근데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

"네, 아니... 괜찮아요. 근데.... 어.... 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말이 안 나왔다. 저런 일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고, 그리고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는걸 믿을 수가 없었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긴 자로 줄을 맞춘 듯 나란히 앉아, "탄핵 무효", "국회 퇴장" 팻말을 흔들고, 그렇게 기다렸던 대통령이 탄핵 무효 판결을 받아 국민 곁으로 돌아왔음에도, '탄핵'이라는 단어가 주었던 그 느낌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아직도 탄핵이라는 단어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탄핵보다는 하야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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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마지막 국정 수행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답은 이미 나와 있지만.

 

그것만이,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증오에 마지않는 국기문란을 중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탄핵보다는 하야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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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10-2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탄핵이란 단어조차 쓰기 아까운 사람입니다
하야가 맞습니다!!

단발머리 2016-10-26 23:53   좋아요 0 | URL
탄핵안 올리고 국회 안에서 싸우고 밀고 당기는 과정을 한 번 더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암담해집니다. 하야가 맞죠. 연설문 고쳐준대로 그대로 읽었다면 국정을 전부 의논하고 지시받은 것 아닙니까.. 민간인한테... 허허...

코발트그린 2016-10-26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담하고 부끄럽고 ... 말을 잇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단발머리 2016-10-26 23:56   좋아요 1 | URL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 부끄럽죠. 박근혜한테 한 표 주신 분들이 더 부끄러울지, 그래도 혹시나 기대했던 국민들이 더 부끄러울지.. 부끄러울 뿐입니다...

시이소오 2016-10-27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나라가 무당의 한 마디에 놀아나다니.
박근혜는 참 시대를 잘 만난 거 같아요.
조선시대였다면 온 백성이 궁궐로 쳐들어가 능지처참을 했을 터인데.....

단발머리 2016-10-27 08:59   좋아요 0 | URL
어제밤에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박근혜는 아직도 자기 잘못을 모르고 있지 않을까.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어 죄송하다고 했는데, 심지어 내가 직접 죄송하다고 했는데,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라는 거야?
그렇게 생각할 듯 싶어요. 총체적 난국이죠. ㅠㅠ

잠자냥 2016-10-2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는 정치대로, 문학판은 문학판대로...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런 나라에 태어난 게 죄가 많아서 그런 것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네요...

단발머리 2016-10-27 16:25   좋아요 0 | URL
네... 그러게 말이예요.
이 나라에 태어난게 죄라기 보다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그 사람이라는 게....
박근혜 찍으려했던 그 한 명을 설득하지 못했던 게 죄라면 죄인것 같아요. ㅠㅠ

Conan 2016-10-2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거 맞는것 같구요~ 한겨레신문에는 우병우, 안종범 이런 사람들이 모인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자기들도 지금은 안그만 두는걸로 했다는것 같습니다. 사태파악을 못하는것 같아요ㅠㅠ

단발머리 2016-10-27 16:2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대통령이 어려운 때에 그만두면 안 된다고... 참, 어이가 없어서....
국회의원 자리 다 내놓고, 새누리당 다 갈아엎고, 청와대 참모, 장관 다 교체해도 대통령 자리 하나 지키기 어려울텐데.... 사태파악을 끝까지 못하면 어쩌죠. ㅠㅠ

비공개 2016-10-2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누구 말대로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에서 계속 대통령이니 비서관이니 하는 걸 계속 해먹는다는 건 정말 말이 안되죠.. ㅠㅠ
아 무슨 드라마보는 것도 아니고 정말이지 열받는 일이예요.
그분한테 투표하신 분들이 제발 반성하고 각성했으면!!

단발머리 2016-10-27 21:39   좋아요 0 | URL
문제는 계속 해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죠.
드라마보다 재미있고 드라마보다 열 받죠~~
그 사람에게 투표하신 분들 알라딘에는 많지 않을듯 하지만, 만약 그런 분들 있다면 반성해야지요~~
하아... 참....이게 파도 파도 끝이 없네요 ㅠㅠ

테레사 2016-10-28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박근혜가 판단력과 지적 능력이 안된다는 걸 다 알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옹립하고, 대통령으로 앉힌 것들도 함께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몰랐다는 건, 거짓말이죠. 전 이 정권의 모든 정책책임지위에 있는 것들은 지금 당장 업무 중지시키고 한꺼번에 동반 사퇴시키는 게 맞다고 봅니다...분이 안풀리네요...

단발머리 2016-10-29 15:0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 몰랐다면 직무유기고 알면서 그랬다면 정말 나쁜 사람들이죠.
그 사람들 한꺼번에 동반사퇴해도 이 분노와 실망이 금방 가라앉을까 싶기도 해요. 정두언 의원이 그랬다죠. 실상을 알게 되면 박근혜 좋아하는 사람들 며칠 밥도 못 먹을거다..
2부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워낙 상상을 뛰어넘는 집단이다 보니.. ㅠㅠ

꿈꾸는섬 2016-11-0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퍼공감요!

단발머리 2016-11-02 12:16   좋아요 0 | URL
이 후에도 뉴스들이 모두 예상을 한참이나 뛰어넘어 매일 매일이 특종이네요. 재밌지 않은 요즘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