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오랜만에 신입사원이 들어온 날이었는데, 남자 신입이었다.
누나들 따라나선 남동생마냥 여직원들 뒤를 졸졸 따라오는 남자 신입 사원과 함께 우르르 들어간 곳은 왕돈까스집이었다. 거의 대부분 왕돈까스를 주문했고 대형 TV에 눈을 돌렸는데....
국회의장석에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국회의장이 보였고, 야당은 국회의장을 보디가드마냥 보호하고, 여당 의원들은 몸을 날려 단상 위로 오르려고 하다가 하나둘 끌려나가고 있었다. 국회의장의 짧은 말 한 마디.
"대통령 노무현 탄핵 소추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신발이 날아가고 서류뭉치가 날아갔다.
똑같은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는데도, 큰 글씨로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 저.... 저..."
말을 못하고 그냥 "어... 저... 저..."하는 내가 이상했던지, 맞은편에 앉은 신입 사원은 "식사하세요. 근데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
"네, 아니... 괜찮아요. 근데.... 어.... 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말이 안 나왔다. 저런 일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고, 그리고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는걸 믿을 수가 없었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긴 자로 줄을 맞춘 듯 나란히 앉아, "탄핵 무효", "국회 퇴장" 팻말을 흔들고, 그렇게 기다렸던 대통령이 탄핵 무효 판결을 받아 국민 곁으로 돌아왔음에도, '탄핵'이라는 단어가 주었던 그 느낌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아직도 탄핵이라는 단어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탄핵보다는 하야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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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마지막 국정 수행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답은 이미 나와 있지만.
그것만이,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증오에 마지않는 국기문란을 중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탄핵보다는 하야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