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을 누르고 문이 열렸는데 어둡다. 한발 다가서니 굳게 닫힌 문이 보인다. 이 상황에 대한 두 가지의 판단이 존재한다. 첫번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병원이 폐쇄되었다. 두번째, 오늘이 병원 휴원일이다. 1층으로 내려와 병원에서 발송한 문자를 확인했다. 3 27일 금요일 5시에 진료 예약입니다. 오늘은? 오늘이 몇 일인데? , 26. 목요일. 이 병원을 10년 넘게 다녔는데 목요일 휴원인 걸 바로 지금 알게 된 것처럼. 오후 4 53, 아 오늘이 목요일이구나. 제정신이 아닌가, 스스로를 추스르며 전철역으로 향한다. 나는 왜 제정신이 아닌가.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청소기를 돌리고 급한 걸음으로 나서면서도 책 한 권 챙기는 정신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 날이 목요일인지, 27일 금요일이 아니라, 26일 목요일인지 왜 몰랐단 말인가.


내가 처음으로 n번방 기사를 읽게 된 건, 국민일보를 통해서였다<[n번방 추적기 1] 텔레그램에 강간노예들이 있다, 국민일보 2020-03-09,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327469> 주범이 잡히기 2-3주 전이었는데, 이전에 작성된 기사를 그 때쯤 처음 봤다. 아침에 기사를 읽고 믿을 수가 없었다. 오후에 다시 한 번 기사를 읽는데 손이 벌벌 떨렸다. 주범이 잡히고 그렇게 n번방이 세상에 알려졌다.


작년부터 취재했다는 ㅎ신문 기자 인터뷰를 들었다. 기사가 한 번 나가자 박사방에서 기자에 대한 신상을 털어오면 vip방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주고 성노예를 마음껏 부릴 수 있게 해준다는 공지가 있었다고 한다. 기자는 물론 가족사진까지 공개됐다. 그 사람이 누구든, 자신의 이름과 신상, 그리고 가족사진까지 공개된다면 공포심을 느끼는게 당연하다. 두고 보자, 뒤돌아보게 해 줄께, 이런 문자를 받은 후에 나는 괜찮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잔인하고 악랄한 집단의 협박 속에서 그 어린 아이들은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었다. 하라는 대로 연출하고, 하라는 대로 옷을 벗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 문제가 이렇게 전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 잔혹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다. 더 미룰 수 없다.


범죄집단의 악랄함보다 더 기가 막히는 건, 범죄집단의 하소연이다. 한 번 봤을 뿐이다, 호기심으로 들어갔다, 한 번 본 게 무슨 큰 죄냐. 이런 말이 더 잔인하다. 더 악랄하다. 벗은 아이들의 몸을 매개로 희희덕거리며 즐거워했던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거다. 억울하다는 말,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이 말이 어떻게 가능한가. 나는 답을 찾았다. 제정신 아닌 상태에서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 번째 읽고 있는 정희진 선생님 글에서 답을 찾았다



차별은 심한데 인식이 낮은 사회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된다. 남성의 자연스런 일상이 여성에게는 모욕, 차별, 생명 위협이다. 남성은 자신의 행동에 대응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행복권 침해로 생각하고 증오와 피해의식을 느끼기 쉽다.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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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아 찾아보니 이 책에 대해서는 페이퍼를 하나 썼고 끝까지는 읽지 않은 것 같다밑줄 긋기를 하면서 읽는다.



다윈주의에서 받은 영감과 암시에 따라 프로이트는 이렇게 주장한다사람이 사람인 이유인간이 다른 생물과 다르게 진화의 최첨단에서 고등생물로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한편으로 강렬한 성욕을 가졌음에도 다른 한편으로 성욕을 억압하고나아가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다른 곳에 쓰도록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131).



역시나 필립 로스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인간 대 인간의 가장 급박한 용무는 섹스라는 의견, 인간도 동물일 뿐이라는 의견에 일면 동의하지만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섹스에만 쏟아 붓기도 좀 거시기하지 않는가. 낭만적 사랑,이라는 뜨거운 감정은 열병처럼 갑자기 찾아오고 떠나가지만, 그러한 감정 역시 인간 문화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 양자오에 따르면, 프로이트는 세기말 비엔나의 산물이며, 유럽의 산물이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면을 쓰고 멋진 외양과 상식적인 태도, 예의범절을 갖추고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19세기 사회와 유럽 문화 속에서 프로이트는 가장 억압받고 거부된 욕망이 성욕이라고 주장했다. 태번 또는 퍼브에서 술기운을 빌려서라도 예의범절의 구속을 벗어나 도피와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탈출구가 없었기에 그녀들은 오직 히스테리 발작에 의존해서만 억압된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었다. 오늘날까지도 히스테리가 전적으로 여성적인 질병으로 인식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근 선망과 남근 숭배를 여성성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간주한 프로이트가 여성주의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216쪽). 『여성성의 신화』에서 베티 프리단은 프로이트 이론은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가정했음을 지적했다. 그 시대 여성이 간절히 원했던 것은 남근이 아니라, 남근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껏 누리는 자유와 지위였다는(232) 뜻이다.  

















잠깐 밖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와플 2개와 붕어빵 3개를 사왔다마주 앉은 1인 참 맛있게도 먹는다금방 점심을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자리에 앉았는데 깜빡 졸았다얼른 마저 읽자다시 크레마 전원을 누르니 에드워드 사이드 이야기가 나온다에드워드 사이드라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에서 오에가 말하고 말하고 말했던 그 에드워드 사이드다. “사이드의 가장 유명한 저작은 『오리엔탈리즘으로 서양 문화의 패권 구조를 지적하고 비평하는 중요한 작품이다(346)”. 오에가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이사하고 책정리하다 발견해 이십 여쪽 읽었는데양자오가 쓴 프로이트 책에서 만나니 나도 에드워드 사이드를 좋아하게 될 판이다.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나는 이 책에 쏟아야 하나, 혼자 생각해본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인에 민감해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지 않는데, 진한 커피를 한 잔 준비했다.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카페인의 힘도 더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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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3-2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사이드. 좋아하는 분인데... 다시 읽고 싶어지는. 그나저나 단발님 대단하심!

단발머리 2020-03-24 22:01   좋아요 0 | URL
이제 에드워드 사이드를 읽는 저보다 이미 읽고 다시 읽고 싶다, 하시는 비연님이 대단하셔요!! 헤헷!
 





















페미니즘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 리베카 솔닛의 책을 처음 접했을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번씩 패야한다는신념속담으로 만들어 널리널리 전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1인으로서, 미국 여성의 부상 원인 첫번째가 교통사고나 암과 같은 질병이 아니라 배우자의 폭행이라는 사실은 세상 어디에도 여성들이 편히 곳은 없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미국, 영화 속에서나 있었던. 그렇게나 스윗한 미국 남자들. 키가 크고 힘이 . 주먹을 아내와 여자친구, 아내와 여자친구에게 휘두르는. 




부연하자면, 총에 맞아 죽은 여성들의 3분의 2 가까이는 파트너나 파트너에게 살해되었다. … 나라에서는 9초마다 한번씩 여자가 구타당한다. 확실히 짚어 두는데, 9분이 아니라 9초다. 배우자의 폭행은 미국 여성의 부상 원인 번째다(49).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서 여성의 현실에 대한 고발은, 읽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진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에서는 강간의 역사와 정치적 활용성에 대해, 『페미사이드』에서는 지구의 문화를 아우르는 여성살해에 대해, 『캘리번과 마녀』에서는 여성의 신체와 자본을 빼앗기 위해 이루어진 마녀사냥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은가. 여성에 대한 억압과 고통에 대해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들을 읽기 어려운 이유는, 이것이 여성 억압에 대한 역사가 아닌 현재에도 진행 중인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읽었던 페미니즘 책과 구별되는 책만의 포인트를 나는 문단으로 꼽는다. 





최근 이런 모든 경험에도 불구하고, 교육받은 도시 중산층 여성에게는 여성해방이 필요 없다는 말을 여전히 들을 있다. 여성은 이미 해방되었거나, 스스로를 해방시킬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주장은 중산층 사이에서도, 3세계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현실을 무시한 경우이다. 이는 해방과 부를 경제주의적으로 동일시하는 예이기도 하다. 이런 입장과 다르게, 나는 저개발 국가에서건 과개발 국가에서건, 페미니스트 중산층운동은 절대적이고 역사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21)  





나는 내가 중산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책들을 읽을 있고 시간에, 이렇게 줄이라도 글을 있는 정서적, 시간적 여유를 가졌다는 면에서 나는 어쩌면 중산층일 수도 있겠다. 중산층 가정주부, 사회적 일을 하지 않으면서 페미니즘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의 난처함과 고민을 저자는페미니스트 중산층운동은 절대적이고 역사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정리해준다. 


미소 블럭에서의 1세계와 3세계가 아니라, 근래 가장 중요한 가치 판단 기준인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우리나라는 1세계에 속한다,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 대응에서도 확인한 바에 따르면, 1세계 정도가 아니라 거의 지구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과 방역체계이다. 군대를 투입하거나 이동을 제한하는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급박한 상황을 이겨냈다. 정부도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사재기 없이 차분하게 대응하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 또한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경제적 상황과 민주주의 발전 정도를 고려해 우리나라를 1세계라고 가정할 경우, 1세계와 3세계 여성의 연대에 대한 저자의 제안을 주의 깊게 읽어볼 만하다. 




첫번째는 식량의 자급. 국제분업이라는 미명하에 3세계 국민들이 자신들이 사용하지도 않을 물건을 생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되도록이면 직접 생산하는 . 우리의 먹거리와 거리를 가능한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내는 . 


두번째는 소비에 대한 자율권 행사. 소비자해방운동을 통해 중요한 소비 주체인 여성이 개인적 차원에서 즉시 시작할 있는 방법이다. 3세계의 불량한 작업환경과 저임금, 18세에서 24세의 젊은 여성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져 우리에게 가격으로 제공되는 불필요한 사치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다. , 담배, , 수많은 사치스런 식품들과 과일, , 대다수의 컴퓨터, 비디오, 다른 매체, 음악, 텔레비전 등의 소비가 포함되어 있다. 이와 별개로 화장품과 새로운 섹시한 패션 유행을 공개적으로 보이콧하는 또한 주요한 선택 사항이 있다(459). 


마지막으로 세계 여성이 자신의 삶과 몸에 대한 자율성을 요구하는 일에 1세계 여성과 3세계 여성이 연대할 있다. 여성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 강간과 여성구타, 음핵절제, 결혼지참금 살해, 여성에 대한 성희롱에 반대하는 투쟁에 있어서 인도의 사례를 통해 확인되듯이 여성은 카스트와 계급을 초월해 연대할 있다(469). 성에 관련된 문제야말로 여성 사이에서 진정한 단결을 이룰 있는 가장 강력한 이슈다. 가장 이해되기 쉬운 주제이며, 반대 주장이 전혀 설득력을 얻을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실천 1. 결혼 초부터 한살림을 이용해왔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키운 고기를 먹기 위해서였고, 결정적 계기는식량주권이라는 단어가 인쇄된 팜플렛 때문이었다. 선택적으로 한살림 생산품을 사용하고 있다. 고기, 현미, 흑미, 귀리, 보리차 등은 한살림 생산품을 이용하지만 두부, 우유, 과자, 화장지 등은 마트의 물건과 혼용해 왔다. 가능하면 한살림 품목을 많이 사용해야겠다. 


실천 2. 불필요한 사치품을 소비하지 않겠다. 올해 계획 중에 하나가 ‘1 동안 구입하지 않기였다. 레깅스 하나와 하나를 이미 구매해 버려 어긋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1년을 버텨볼 생각이다. 사실 1년이 아니라 5 동안 옷을 사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예뻐질 없기에, 젊게 혹은 어려 보이려는 욕망을 내려놓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름에 원피스를 구입하지 않는게 1 목표다. 


실천 3. 최근 가장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n번방 사건의 범죄자들이 적법한 처벌을 받게 되는지, 이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이루어지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백인남성 자본가가 백인남성 노동자와 백인여성, 3세계의 여성을 착취하고, 황인 혹은 흑인 남성 유력자 뿐만 아니라 흑인 혹은 황인 남성 약자가자신의여성을 착취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제적 이득을 얻었는지를 책은 보여준다. 백인 여성도 마찬가지다. 백인여성 유력자와 약자 또한 식민지의 브라운 남성과 여성 약자에 대한 착취를 통해 이득을 얻고 있다(306). 


페미니스트가 바라는 세상은 여자만의 세상이 아니다. 인간적인 행복 혹은 자체를 원한다. 빼앗지 않고 빼앗기지 않는 삶을 원한다. 자체를, 생명을 원한다. 당장에 이루어질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나은 삶을 위한 투쟁은 지속가능하다고 믿는다. 연대, 연대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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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3-23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비 줄이기 특히 의류와 장식품들. 저도 올해부터 실천 중이에요. 옷 안 사기부터. 세월 지나고 보면 다 그다지 필요한 건 아니었구나 알 수 있는데 그땐 또 그때대로의 만족감이 있으니 그걸로 됐다 생각하구요. 페미니스트 중산층 운동의 필요성 재확인합니다!!

단발머리 2020-03-24 18:27   좋아요 0 | URL
의류와 장식품을 줄이는 게 저도 맞다고 생각해요. 더한다면 화장품 정도고요. 전 장식을 위한 일체의 장식품을 사지 않는 편이에요. 관심도 별로 없구요. 근데 옷이 많네요 ㅠㅠ
페미니스트 중산층 운동 프레이야님이 재확인 해주시니, 저도 더 파이팅하려고 합니다. 파이팅!!

수이 2020-03-23 16: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단 책 구입하지 않고 옷 사지 않기_ 였는데 아무래도 마리아 미즈 책을 읽다보니 읽어야만 할 책이 너무 많고 그래서 책 구입은 일단 보류했어요. 옷은 원래 구입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민이 키 확 커지면서 둘 다 요가복으로 통일했어요. 외투랑 점퍼, 스웨터 등은 저 날씬했을 때 꺼 입히니 다 맞아서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고 저는 뚱띵이가 되고나니까 넉넉하게 입건 타이트하게 입건 요가복으로 통일하면 실내복과 실외복의 경계가 사라져서 좀 애매하지만 일단 그렇게 하기로 통일.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_ 이게 가장 큰 타이틀이 되었어요, 요가복이 왜 이렇게 확 싸졌나 하고 보니 이게 다 방글라데시에서 만들어졌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요가복이 확 다운이 된 거구나 이걸 내가 막 입고 막 입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는구나 생각하니 막 아찔하고. 진정 올해 최고의 책이라고 봐도 될 거 같아요. 분노하고 읽고 그 이상 행동으로 나아가게끔 한다는 게 일종의 혁명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할 말이 참 많아지는데 아직 읽어야 할 게 너무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너무 많아서_ 담장 너머로 기웃거리면서 단발머리님이랑 다락방님 여성주의 읽기 하시는 동안 읽어봐 근데 읽어봐야 하나 읽는다고 해서 내 인생이 막 확 달라질 거 같지도 않은데 더구나 페미니즘 책 읽는 거 애인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보수적인 남자랑 계속 살아야 하는데 괜히 내가 이 남자 신경 거슬리게 해서 뭐 좋을 게 있나 막 눈치도 보고 그랬는데 이제 눈치 보는 짓 같은 거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도 실천할 수 있는 목록을 하나하나 적어보려고 해요 그래서 어제 잠이 잘 안 왔던가봐요. 연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참 좋은 거 있죠.

단발머리 2020-03-24 18:48   좋아요 0 | URL
책 구입은 보류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ㅎㅎ 아가가 정말 많이 컸네요. 수연님 옷을 입을만큼 컸다는 거죠? 전 올해는 진짜 1년 동안 옷 안 사기로 했는데, 아.... 봄 레깅스를 하나 샀습니다. 그 위에 입을 티도 하나 샀구요. 올봄에는 이렇게만 입기로 했는데 가능하겠다~~ 싶었는데, 수연님 댓글 보니까 방글라데시ㅠㅠ 너무 슬프네요. 이 책에 나오는 딱 그 경우인 거에요. 제3세계의 젊은 여성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면서 만든 옷을 제가 싸게, 정말 놀랍게 저렴한 가격으로 산다는 거잖아요. 생각없이 사고 생각없이 버렸던 과거를 후회하고 반성합니다. 소비하지 않는 영역을 점점 더 늘려가려고요.
여성주의 책 읽다보니 제게도 잠 안 오는 밤이 가끔씩 찾아오더라구요. 수연님에게 찾아온 그 밤에 대해서 저도 지난 밤에 생각했어요. 우리는 앞으로도 할 말이 많을 거 같아요. 그죠?

공쟝쟝 2020-03-25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을 생명을 원한다.
페미니즘을 배우며 어떤 식으로 더 죄짓지 않아야 하는 가를 많이 생각하게 되요. 저는 플라스틱 덜 소비하기와 월요일엔 고기먹지 않기를 다짐해볼께요ㅡ 좋은 글 잘 읽었어요👍연대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0-03-30 13:14   좋아요 0 | URL
공쟝쟝님 실천목록이 무척 좋아요. 특히 플라스틱에 공감합니다. 전 텀블러를 사기만 하고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요. 재활용 분리수거 하는 날마다 깜짝 놀랍니다 ㅠㅠ 연대하겠습니다!!
 





















어디도 없고, 어디도 없는 토요일 오후. 아직도 정리할 짐이 여기저기 아우성치는 그런 , 몰라라 속으로 피난을 간다. 독서대 위에 책을 펼친다. 프로이트에 대해 읽어볼 참이다. 앞에도 피난민이 있다. 개학이 2차례나 연기되면서 수행평가와 가정학습 과제가 그야말로 산처럼 쌓여 있는 사람. 사람도 피난 간다. 나처럼 달랑 들고 서둘러 길을 떠난 기색이 역력하다. 



『무의식에로의 초대』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과 언어학의 결합으로 기존의 욕망 이론의 확장을 가져온 라캉에 대한 설명과 비교를 서술의 기본으로 삼았다. 리비도의 흐름을 통한 충동의 조직화는 교과서에서도 여러 보았듯이 익숙하다. 구순기, 항문기, 남근기를 거쳐 사춘기의 성기기. 앞에 앉은 피난민에게 한 문단을 읽어준다. 




리비도, 그러니까 인간의 에너지가 인간이 성장하면서 조직화되거든. 각각의 충동마다 중심이 되는 조직이 있다는 건데, 처음에는 구순기야. 입과 주변을 중심으로 충동이 조직되는 거야. 두번째가 항문기야. 




항문기anale Phase; anal stage 대략2~4세의 시기이며, 용변을 가리면서 규율을 배우는 시기다. 항문기는 항문 주변에 리비도가 집중되면서 항문 충동이 발생하는 시기다. 충동의 대상은 똥인데, 똥은 무의식의 연상 사슬에서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75) 




충동의 대상은 똥인데, 부분에서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웃었다. 역시 부분에서 나와 같이 웃어줄 사람은 피난민 뿐이다. 시간이 아주 그냥 남아도는 사람. 아직도 아이처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로 한바탕 웃고 나서 정작 책은 멈춤 상태다. 산뜻한 표지와 두껍지 않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읽고 있는 것이 나인가, 아니면 그냥 눈인가 하는 의문을 자꾸 가지게 되었다. 아침부터 양자오의꿈의 해석을 읽다』 읽고 있다



교회에 가지 않는 주일. 제자리를 찾지 못한 주가 이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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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공동의 이해관계 혹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특정 집단과 외부의 일정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 내부에서 그리고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 벌어진다. 모두가 조만간 어느 편에 서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어느 편에 선다는 것은 우리 내부의 일정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47) 





여성이라는 하나의계급 역사적으로 지속적인 착취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사실은 남성에게는 물론 여성에게도 불편하다. 남성은 남성의 논리로, 여성은 여성의 논리로 이에 반대한다. 



여성에 대한 억압은 경제적인 면에서 성공함으로써 사회문화적으로 영향력을 확대시킬 있었다. 사냥을 통해 아주 가끔 얻을 있었던 고기가 중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냥을 위해 개발된 도구가 사냥 아니라 살인과 전쟁을 위한 무기로 변모해서 이를 통한 남성 집단의 이익이 극대화되었을 (160), 인류 초기 여성들이 가지고 있던 경제적 위상이 추락했다. 주된 식량 공급자로서 기능했던 여성들은 침략 전쟁에 성공한 상대 집단, 정확히는 상대 남성 집단의 소유물이 되었다. 납치된 여성은 사유재산 축적의 직접적인 원천이 되었고(158), 농업노동자이며 노예를 생산할 있는 여성노예는 남성노예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다(159). 156, 여성은 가축이 되었다,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다른 측면의 여성 착취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통제다. 성적 결정권에 대한 통제력을 여성으로부터 갈취하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이는 어느 정도 성공한 보인다. 성적인 자유를 누리는 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의 자율권을 주장하는 여성에 대한 비난은 너무 비일비재해서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세상 어느 나라도 범죄의 피해자가 피해자가 되었다는 이유로 비난받지 않는다. 성범죄만이, 성범죄의 피해자만이 피해자라는 이유로 비난받는다. 




위의 문단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30 정도 이야기하면, 여자들만 모인 자리에서도 퇴출당한다. 결혼하지 않은 친구 명과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눴다. 친구들에 대해 말하자면 이미 당연히 알고 있는 바였고, 다정한 친구들은 내가 이런 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네가 ?라고 묻지 않았다. 일찍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평범한 가정 생활을 하는 네가 ?라고 묻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자주 만나는 보통의 전업주부들에게는 문단의 이야기를 수가 없다. 일단 억압받고 있다는 데에 대한 자각이 없고, 보통의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아들만 키우는 엄마들이 쉽게요즘 여자애들이 얼마나 여우 같은지 이야기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내가 여우다. 남의 귀한 아들, 엄청 노력해서 애지중지 키워낸 아들의 얄미운 최후 수령인. 하지만 기억해 주세요. 저도 귀하게 키운 딸이에요. 손에 묻히고 시집 그런 귀한 자식이예요. 




위의 문단을 이해하고 나서야, 문단을 읽는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사이의 관계, 다시 말하면,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와 끝없는 자본축적과성장 패러다임 사이의 관계,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와 식민지에 대한 착취와 예속의 관계에 대해 풀리지 않는 질문이 계속되고 있다. (38) 




가장 확실한타자였던 여성을 종속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 남성은 자연, 식민지의 종속과 이에 대한 착취를 구체화할 있었다. 남성=문명, 여성=자연이라는 등치 과정을 통해 여성을 문명화 시켜야 하는대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에 대한 착취와 식민지에 대한 침공을 합리화시켰다.  





최근에 읽은다크룸』 기억나게 하는 장면이다. 








파니차의 이야기는 오랜 전통의 일부였다. 1180 『예루살렘의 역사History of Jerusalem』라는 연대기에서 추기경 자크 비트리는, 유대인 남성은여성처럼 약하고, 호전적이지 않으며, 달에 피를 흘린다고 알려져 있다. 하느님은 그들을 욕되게 하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없는 수치심을 내리셨다 주장했다. (381) 






반유대주의의 일환으로 유대 민족에 대한 혐오가 극대화된 이면에는 유대인 남성의 여성성에 대한 선전이 지속적으로 이용되어 왔음을 확인할 있다. ‘XX 여성에 대한 욕이 아니라, 남성에 대한 가장 치욕적인 욕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실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례가 있다




책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문단은 여기. 




이슈를 자신의 의식 속에 받아들이게 되면, 그들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들이 한편으로는 피해자일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속박하고 있는 착취와 억압의 체제에서 자신도 공범자라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인간관계로 가고 싶다면 이제껏 해온 공모 행위를 포기해야만 한다. 이는 체제에서 특권을 가진 남성만이 아니라, 체제에 물질적 존재 기반을 두고 있는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47) 









이삿짐 정리와 계속되는 코로나 방학으로 나른한 어느 오후, 둘째를 데리고 커피숍에 잠깐 나왔다. 크림비엔나를 주문했는데, 아인슈페너 일반적으로는 비엔나커피라 불리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였다. 책은 촬영을 위해 잠깐 등장해 주셨다. 나의 안락함, 나의 취향, 내가 즐기는 잔의 커피마저도 사실은 억압과 착취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마주하기 두렵다. 2020 상반기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은 책을 마저 읽기가 주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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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16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혐오문화와 여성차별은 오래전부터 있어와서 어떤 책을 읽어도 이렇게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읽으면서 [다크룸]을 떠올리셨네요. 저는 요즘 ‘버지니아 울프‘의 <3기니>를 읽는데 되게 많이 겹치더라고요. 버지니아 울프가 계속 얘기하거든요. 여자들에게 남자들과 같은 교육의 기회를 줬다면 남자들과 같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남편이나 아버지에게 의지하면서 약하고 가난한 존재로 지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요. 버지니아 울프 진짜 너무 멋져요 ㅠㅠ

단발머리 2020-03-16 14:15   좋아요 1 | URL
<3기니>를 아직 읽지 못한 저로서는 다락방님 댓글만 봐도 가슴이 울렁울렁하네요. 전에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잠깐 선보였던 버지니아 세트도 막 눈에 밟히구요. 다락방님은 한 권씩 구매하기로 하신거죠? 저도 그렇게 해볼까, 쫘악 들이고 싶지만 읽을 엄두가 안 나서요ㅠㅠ 그래도 우리 울프언니 진짜 너무 너무 멋져요. 100% 동의합니다 : )

비연 2020-03-16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크룸>을 읽으면서 혐오와 차별이라는 것은 공통점이 있다.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인용하신 문구에서 약간 충격도. 유대인을 혐오하는 방식이 여성을 혐오하는 방식과 일맥상통한다니. 이런 역사, 착취와 배제와 억압의 역사라는 게 어떻게 풀어져야 하는 것인가... 그나저나 울프언니... 책 읽어야겠어요..ㅜ (결국 지름신 강림으로 끝나는 댓글..ㅜ)

단발머리 2020-03-19 13:50   좋아요 1 | URL
타자와의 구별이 인간 의식의 기초라는 부분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경우 타자에 대한 인식이 혐오로 이어진다는 점은 참 안타까워요. 전 혐오와 미움이 인간 본성에 더 가깝다고 봐요. 혐오를 금지하고 혐오발언을 터부시하는 사회가 더 성숙한 인간 사회잖아요. 그냥 두면, 그냥 내버려두면 사람들은 미움과 혐오를 여과없이 표현한다고, 역사적으로 그래왔다고... 전 그렇게 생각해요.

블랙겟타 2020-03-16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성주의 책들을 읽으면서 무심코 넘겼던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해서 예전 같으면 그냥 가볍게 말했던 단어들(차별적인,혹은 남성적인)도 한번 생각하고 아 이 단어보단 이 단어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있어요. 그리고 제가 누리는 편해진게... 발전된게.. 당연히 저의 잘남으로 얻어진건 아닐테니깐요...다시 돌아보게 만드네요.

단발머리 2020-03-19 13:53   좋아요 2 | URL
블랙겟타님 댓글 중에 ‘다시 보인다‘는 그 구절이 전 너무 좋네요. ‘다시 보인다‘는 그런 인식이야말로 페미니즘 공부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인식이 다른 인문학 분야를 공부할 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니까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