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아 찾아보니 이 책에 대해서는 페이퍼를 하나 썼고 끝까지는 읽지 않은 것 같다밑줄 긋기를 하면서 읽는다.



다윈주의에서 받은 영감과 암시에 따라 프로이트는 이렇게 주장한다사람이 사람인 이유인간이 다른 생물과 다르게 진화의 최첨단에서 고등생물로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한편으로 강렬한 성욕을 가졌음에도 다른 한편으로 성욕을 억압하고나아가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다른 곳에 쓰도록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131).



역시나 필립 로스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인간 대 인간의 가장 급박한 용무는 섹스라는 의견, 인간도 동물일 뿐이라는 의견에 일면 동의하지만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섹스에만 쏟아 붓기도 좀 거시기하지 않는가. 낭만적 사랑,이라는 뜨거운 감정은 열병처럼 갑자기 찾아오고 떠나가지만, 그러한 감정 역시 인간 문화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 양자오에 따르면, 프로이트는 세기말 비엔나의 산물이며, 유럽의 산물이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면을 쓰고 멋진 외양과 상식적인 태도, 예의범절을 갖추고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19세기 사회와 유럽 문화 속에서 프로이트는 가장 억압받고 거부된 욕망이 성욕이라고 주장했다. 태번 또는 퍼브에서 술기운을 빌려서라도 예의범절의 구속을 벗어나 도피와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탈출구가 없었기에 그녀들은 오직 히스테리 발작에 의존해서만 억압된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었다. 오늘날까지도 히스테리가 전적으로 여성적인 질병으로 인식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근 선망과 남근 숭배를 여성성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간주한 프로이트가 여성주의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216쪽). 『여성성의 신화』에서 베티 프리단은 프로이트 이론은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가정했음을 지적했다. 그 시대 여성이 간절히 원했던 것은 남근이 아니라, 남근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껏 누리는 자유와 지위였다는(232) 뜻이다.  

















잠깐 밖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와플 2개와 붕어빵 3개를 사왔다마주 앉은 1인 참 맛있게도 먹는다금방 점심을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자리에 앉았는데 깜빡 졸았다얼른 마저 읽자다시 크레마 전원을 누르니 에드워드 사이드 이야기가 나온다에드워드 사이드라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에서 오에가 말하고 말하고 말했던 그 에드워드 사이드다. “사이드의 가장 유명한 저작은 『오리엔탈리즘으로 서양 문화의 패권 구조를 지적하고 비평하는 중요한 작품이다(346)”. 오에가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이사하고 책정리하다 발견해 이십 여쪽 읽었는데양자오가 쓴 프로이트 책에서 만나니 나도 에드워드 사이드를 좋아하게 될 판이다.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나는 이 책에 쏟아야 하나, 혼자 생각해본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인에 민감해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지 않는데, 진한 커피를 한 잔 준비했다.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카페인의 힘도 더하기 위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0-03-2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사이드. 좋아하는 분인데... 다시 읽고 싶어지는. 그나저나 단발님 대단하심!

단발머리 2020-03-24 22:01   좋아요 0 | URL
이제 에드워드 사이드를 읽는 저보다 이미 읽고 다시 읽고 싶다, 하시는 비연님이 대단하셔요!!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