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도 없고, 어디도 없는 토요일 오후. 아직도 정리할 짐이 여기저기 아우성치는 그런 , 몰라라 속으로 피난을 간다. 독서대 위에 책을 펼친다. 프로이트에 대해 읽어볼 참이다. 앞에도 피난민이 있다. 개학이 2차례나 연기되면서 수행평가와 가정학습 과제가 그야말로 산처럼 쌓여 있는 사람. 사람도 피난 간다. 나처럼 달랑 들고 서둘러 길을 떠난 기색이 역력하다. 



『무의식에로의 초대』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과 언어학의 결합으로 기존의 욕망 이론의 확장을 가져온 라캉에 대한 설명과 비교를 서술의 기본으로 삼았다. 리비도의 흐름을 통한 충동의 조직화는 교과서에서도 여러 보았듯이 익숙하다. 구순기, 항문기, 남근기를 거쳐 사춘기의 성기기. 앞에 앉은 피난민에게 한 문단을 읽어준다. 




리비도, 그러니까 인간의 에너지가 인간이 성장하면서 조직화되거든. 각각의 충동마다 중심이 되는 조직이 있다는 건데, 처음에는 구순기야. 입과 주변을 중심으로 충동이 조직되는 거야. 두번째가 항문기야. 




항문기anale Phase; anal stage 대략2~4세의 시기이며, 용변을 가리면서 규율을 배우는 시기다. 항문기는 항문 주변에 리비도가 집중되면서 항문 충동이 발생하는 시기다. 충동의 대상은 똥인데, 똥은 무의식의 연상 사슬에서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75) 




충동의 대상은 똥인데, 부분에서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웃었다. 역시 부분에서 나와 같이 웃어줄 사람은 피난민 뿐이다. 시간이 아주 그냥 남아도는 사람. 아직도 아이처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로 한바탕 웃고 나서 정작 책은 멈춤 상태다. 산뜻한 표지와 두껍지 않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읽고 있는 것이 나인가, 아니면 그냥 눈인가 하는 의문을 자꾸 가지게 되었다. 아침부터 양자오의꿈의 해석을 읽다』 읽고 있다



교회에 가지 않는 주일. 제자리를 찾지 못한 주가 이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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