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장강명 지음 / 유유히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그래 24>에서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것이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과 관련된 이상한 일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책인데. , 나는 뭐 여러 번 가슴이 찌릿찌릿하니 마음이 참 그랬다. 소설 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의 평범한 일상은 그것이 실제의 경험인가 싶을 정도로 냉정한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이건 작품 홍보를 위해 혹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강연을 나가게 되었을 때 에피소드 중 하나다.




서글프게도 그런 손톱만 한 우위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다. 강연료를 묻는 순간 연락이 끊기는 섭외자들이 꽤 많다. 공짜 강연을 바랐을 확률이 매우 높다. 강연장에 와서야 그 강연이 재능기부 행사였음을 알게 됐다는 작가나 번역가도 있다. 끝까지 강연료를 묻지 못했는데 나중에 입금된 금액을 보고 너무 소액이라 속앓이를 했다는 이는 부지기수. (172)



물론 취지에 공감해 강연료에 관계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한 자리도 있다. 그런데 그랬다가 후회한 적도 많다. '가난한 소설가에게 우리가 좋은 기회를 줬다'고 믿고 생색을 내는 상대 앞에서 얼굴이 굳어지면 내가 소인배인 건가. 참석자들에게 냉대받고 나의 역할은 얼굴 마담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순간엔 미소가 잘 안 지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 그리고 지역 독서모임 중에는 다음 기초의원 선거 출마 준비자의 사적 네트워크 같아 뵈는 곳도 있다. 작가들은 주의하시길. (175)



사람들은 작가들이 특별히 문학을 업으로 하는 작가들이 하늘 위에 둥둥’ (갑자기 생각나는 쟝쟝님, 쟝님 좋겠다!) 떠서 살 거라고 추측하고 싶어 한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 너머를 보여주기를 원하고 그런 삶을 추구하기를 원한다. 먹고 사는 것 같은 소소하고 일상적인 문제보다 그 너머를, 그 이상을 혹은 그 이하를, 인간 내면의 밑바닥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하늘과 땅, 천국과 지옥을 그려내는 그들이 밥을 먹고 빵을 사고 커피를 마시고 옷을 입고 집을 사고 차를 사는 것 같은 문제에는 왠지 모르게초연하기를 원한다. 혹은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는 예술가들에게도 그런 자의식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조정래 선생님은 황홀한 글감옥같은 표현을 쓰기도 하셨다. 감옥에 갇힌 운명, 계속해서 써내야만 하는하지만, 그런 직업적 소명을 받드는 행운도 어디까지나 베스트셀러 작가에게나 가능한 일이고. 아니다, 정확히는 초 베스트셀러 작가에 방송 출연도 많이 하는 작가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미리 강연료를 알려 주지 않거나 아주 소액만을 입금하거나 혹은 재능 기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이 사람들(작가들, 예술가들, 소설가들, 시인들)은 이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의 원리 바깥에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말이 안 된다. 대학 축제에 아이돌을 부르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그 사람들은 알까? 조그마한 지역 행사에 이름을 한 번 정도 들어봄 직한가수가 초청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돈을 내야 하는지 알까. 모를까? 모르지 않고서야 어쩜 이 예술가들에게만 땅을 밟지 말고 하늘에 둥둥떠 있으라고 말하는 걸까.



이 책 전체를 통틀어 나는 이 문단이 제일 좋았다. 좀 길지만 그대로 인용해 보겠다.



헌신할 수 있는 일인가. 어떤 직업의 귀천은 그 질문으로 대강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직업이 임금의 대가로 종사자에게 시간을, 추가 노동을, 감정을, 가끔은 건강이나 그보다 더한 것까지도 요구한다. 그런데 사모펀드 CEO가 과로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혀를 끌끌 찬다. 뭣이 중한지 모른다며. 큰돈을 벌게 해주는 직업인지는 모르지만 몸을 해치면서까지 추구할 일은 아니라고 예리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하지만 소방관의 희생을 우습게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화재 현장이 아니라 훈련 중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그렇다. 우리는 슬퍼하면서도, 소방관이라는 직업에는 그럴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다(그 희생이 괜찮다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다). 그 가치는 높은 연봉과는 다른 무엇이다. 종사자의 영혼을 충만하게 하는 것.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 퇴근 뒤에도, 심지어 퇴직 뒤에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나는 소설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9-10)





나는 소설이, 문학이, 예술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을 오래오래 누리고 싶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써야 한다. 책상 앞에 앉아서, 문장과 씨름하며, 단어를 고르고 지우는 그 지겨운 일을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당연히!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다. 돈을 벌 수 없다. 밥벌이를 할 수 없다.



인간은 일을 할 때, 행복하지 않다.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에게 축복을. 재산이 100억인데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에게 축복을. 그 일이 먹고 살기 위한 일이 아니라, ‘의미 있는일임을 알아채시는 분들에게 축복을!) 인간이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타인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능력을 발휘(과시)하고 다른 이들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 중에 하기 어려운 일’, 큰 위험을 담보하는 일이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하는 사람에게 그에 맞는 보상존경이 주어져야 한다. 우리네 세상이 돈이 최고인 세상이 되어, 갭투자로 어마어마한 이득을 본 사람이나 비트코인으로 수십억을 손에 넣은 사람을 부러워하는 세상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른 한 편으로 우리는 간호사님을, 소방관님을 그리고 민원 폭주로 괴로워하는 일부의 착한 경찰관님을 존경한다. 특별히 보육 시설에 근무하는 분들의 경우, 해당 노동의 성격이 여성적인 일, ‘여성의 일이라고 여겨지기에 더욱 저임금으로 인해 고통받는다. CCTV 속의 포악한 보육 선생님들은 비교적 쉬운경로(적은 비용과 시간)를 통해 유치원, 어린이집의 보조 선생님으로 채용되지만, 저임금은 물론이요 고용 연장 보장 없이 육체적으로고된 보육과 영유아 케어를 도맡아야 한다. ‘다정할 수 없는 구조가 존재한다.



노동은 고되다. 고된 노동의 수행이 성스러운 것으로 해석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중세 시대, 농민들의 실제 노동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여러 자료/책은 어마어마하다.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하는 나의 초라한 기억력을 탓한다.) 흑인 노예들이 대농장주의 횡포에 태업으로 맞섰던 일 역시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사례다. "노동은 신성하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러한 노동윤리는 근대의 발명품이며, 노동 윤리의 과대 포장에 앞장서 온 자본의 논리가 개신교 전통과 결합함으로써 그 쓰디쓴 열매를 맺었다. 소명과 사명. 천직을 성실함으로 대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믿게 되었다.



자본가의 이익은 노동자의 시간을 착취하는 데서 비롯된다. 실제 노동 시간은 8시간이지만, 그 노동을 가능하기 위한 수면 시간, 휴식 시간 등 재생산에 필요한 시간비용을 자본가는 지급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집에 돌아와 쉴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직업이었던 내게, 아무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바로 그 상황이다. 설정 자체가 착취다. 일할수록 손해다. 오늘 오전에 해야 할 일 하나가 갑자기 취소되어서 자유 시간이 생겼다. (이 글을 쓸 수 있는 이유) 친정 단톡방에, 1시간 쉬게 되었다 자랑을 했다. 아빠가 답했다. “그렇게 일하고도 한달월급 받아 일좀 많이 해.” 엄마가 답했다. “내가 답했다. “너무 많이 해요 지금도 ㅋㅋㅋ 살살 해야 함 ㅋㅋ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ㅋㅋㅋㅋㅋ



개미 같은 사람들. 우리 아빠 같은 사람들. 평생을 열심히 일하고도 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잠깐 쉬어도 미안한 사람들. 자기 먹을 것을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그 부지런함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나이브하다는 걸 안다. 사람마다 환경과 처지가 다르다는 걸 인정한다. 다만 나는 열심히 일한다는 게 기쁨의 한 축이 될 수는 있지만, 자긍심의 축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나는 카프카의 <변신>노인 문제로 읽었다. 매일 아침 5시에 기차를 타고 출근해서 돈을 벌어 오던 주인공. 그가 흉측한 벌레로 변해 버렸을 때. 외양은 흉측하고(냄새가 난다고 했던지 그건 잘 기억이 안 난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무슨 일인가를 한다 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그가 사라져 주기를 혹은 죽기를 바라는 가족의 마음들. 쓸모없는 인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제는 쓸모없는 사람, 자기 밥값도 못하는 사람, 자기 관리도 안 되는 사람, 오히려 돈, 시간, 돌봄이 필요한 사람. 한때 가족이었던 사람. 이제 그 사람을 어쩌면좋단 말인가.



인간을 효용으로만 볼 때, 실직한 가장은 집에서 찬밥 신세다. 인간을 쓸모로만 이해했을 때, 여자가 암 걸리면 이혼당한다. 인간을 실적으로만 바라봤을 때, 자식이 공부 못 하면, 그 자식은 창피한자식이다. 이런 세태에 대해 우리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밥벌이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격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2, 30대의 젊은이들(생각보다, 제가 나이가 많아요)이 취업을 포기하는 건, 그들이 갈 만한 좋은 직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배가 불러서그런 게 아니다. 소설가라면 3년 혹은 5년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습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드시 필요하다. 그 기간에는 돈을 벌 수 없다. 우리는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는데돈을 벌러 갈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내 결론은. 다시 한번. 나이브하게. 최저임금 인상과 기본 소득이다.



돈이 필요해 급하게 아르바이트를 2개 정도 하면 적어도 당분간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치 출사표로 느껴진다는 댓글은 사양입니다. 전 이미 충분히, 매우 엄청나게 정치적입니다) 한 사람당 한 달에 50만원 (70만원이라고 적었다가 20만원 깎았다) 정도라도 기본 소득이 지급된다면 그 돈을 가지고 그다음을 도모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물론 집 문제, 아파트 문제, 교육 문제와 얽혀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일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일이 주는 기쁨이 얼마나 한정되어 있는지 말하자는 것이다.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나를 기쁘게 했던, 울고 웃게 했던 소설가들이 계속 소설을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강명씨강명씨가 이 글을 읽을지 어쩔지 잘 모르겠어요. (제 친구는 분명 강명씨가 알라딘을 하고 있다고 했어요) 천상계 우리 정희진쌤도 댓글 다시더라구요. 강명씨도 댓글 달아주면 나는 좋겠지만, 안 달아줘도 상관없어요. 저번 주에 푸코 만나야 해서 좀 바빴어요. 이 페이퍼 쓰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들었을 거 같죠? 이번주에 진짜, 진짜 <재수사> 들어갑니다. 기다리세요.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7-11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명씨도 기다리겠지만 저 역시도 단발머리 님이 <재수사> 들어가시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면 또 이런 글이 나올 거 아녜요? 기다립니다.

제가 어제 읽은 책에 카프카에 대해 나오는데, 이 페이퍼랑은 연관이 없기 때문에 먼댓글을 달지는 않고 그러나 페이퍼는 하나 쓸게요. 오늘 이 페이퍼 읽으니 그 책에 대해 쓰고 싶어졌어요. 슝 =3

단발머리 2023-07-11 14:30   좋아요 0 | URL
혹…. 강명씨? 😍😍😍😍😍

미미 2023-07-11 15: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르바이트 검색하면 정규직을 아르바이트라고 광고하고 있더라고요.
하루 10~12시간이 언제부터 아르바이트가 된 건지...
저는 딱 4시간만 일하고 싶어요ㅋㅋㅋㅋ
기본 소득도 필요하고 최저임금도 더 올려야 합니다. 이런 거 제일 아까워하는 정치인들이
나라 돈은 눈먼 돈이라며 자기 주머니만 채우고 있는 현실.

다락방 2023-07-11 16:16   좋아요 3 | URL
버트런트 러셀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 에서 바로 그 네시간 노동을 주장합니다. 우리 모두 네 시간만 일하자!! 그러면 여유시간도 생기고 빈부의 격차도 줄어들 것이다!! 저는 그런 버트 러셀을 지지합니다. 얼쑤.

단발머리 2023-07-11 16:22   좋아요 2 | URL
딱 4시간 의견 너무너무 좋은데요. 저 그럼 진작 퇴근해서는 ㅋㅋㅋㅋ

마르크스의 둘째 사위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권리>를 옮겨봅니다. 좋아하실 분들이라서요 ㅋㅋㅋ


사회가 요구하는 노동의 양은 제품 소비와 원자재 공급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제한된다. 상황이 이러한데 어찌하여 1년 치의 일을 6개월 만에 미친 듯이 해야 하는가? 6개월 동안 하루에 12시간이나 일하는 대신에 1년 내내 노동량을 골고루 분산시켜 모든 노동자가 하루에 대여섯 시간만 일하게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노동자들이 매일매일의 일거리를 보장받게 된다면 더 이상 서로를 시샘하지도, 서로에게서 일거리나 먹을 것을 빼앗지도 않을 것이고, 심신이 기진맥진해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게으름이라는 미덕을 실천하기 시작할 것이다. (38쪽)

달자 2023-07-11 1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과 다락방님이 나누신 말씀이랑 비슷한 내용이 정희진 선생님의 7월호 매거진에서 나왔던 것 같아요. 북반구 기준, 여름에 모두 더운데 진 빼면서 일하면서 건강 해치고 에너지 과소비 하고 그 와중에 피서를 가니 어쩌니 할 바엔 그냥 7,8월에 모두가 노동을 중단하자! 그래도 세상은 문제없이 돌아갈 것이다!

단발머리 2023-07-15 15: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부분 들었는데요. 너무 귀가 솔깃하더라구요. 7, 8월 모두 노동 중단, 지구 멈춤,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시간이 전부 돈인 자본가들이 그렇게 하지 않을테지만요. 휴우...

책읽는나무 2023-07-11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노동에 대한 단발 님의 현학적인 글이 돋보입니다.^^
이 책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좀 가슴 아픈(?) 내용이군요?
예전에 장강명 작가의 다른 에세이를 읽었을 때, 이 작가는 ‘소설가‘라는 어떤 타이틀이 아니라 진정 직업이라고 생각하며 제 시간에 출근하듯 식탁에 앉아 글을 쓰고 집안일을 하고...재택근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어요.
한여름엔 집 안이 너무 더워 아파트 독서실에 가서 글을 쓴다는 대목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작년에 전기세를 아낄겸 아파트 독서실에 가서 책을 읽어 보기도...^^;;
다른 작가들도 물론 소설가나 시인이 직업이란 생각으로 글을 쓰시겠지만 장작가님은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임하는 자세가 어떤 환상을 깨고 좀더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더랬습니다. 근데 이 책은 더 구체적이고 솔직한 책이로군요?^^

전 인용문을 읽으면서 장강명이란 이름 난 작가가 이 정도의 대접을 받고 산다면, 책이 그닥 많이 팔리지 않는 작가들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작가들이 쓴 에세이를 종종 읽다 보면.....
암튼 그래서 한국 작가들의 책을 자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특히 서점에 갔을 때 번역 책보다는 한국 작가들의 책을 한 두 권 사곤 하는데...넘 미비해서 이게 어떤 큰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구요.
이럴 땐 내가 좀 돈이 많았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ㅋㅋㅋ
어디 4시간만 일 하는 곳 있음 연락 주세요^^

단발머리 2023-07-15 16:02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말씀이 딱인데요. 장강명 작가는 작가의 삶에 대한 환상을 벗겨내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솔직하게 쓰는데요. 가끔 그런 맘이 아픈 순간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작업실이 어디냐,고 묻는다는 거에요. 그러면 아이도 없고 아내 출근하면 혼자라서 집에서 쓰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된다... 이런 문장 만나면 마음이 좀 그렇고요. 모든 작가가 작업실 가지는 건 어렵겠지만 창작 활동하려는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토지 문화관> 시설 관련해서 읽을 때 아... 돈 많이 번 작가들 뿐 아니라 국가에서도 이런 시설 많이 지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혼자 해보고요.

4시간만 일하는 곳 찾으면 연락드릴게요^^

단발머리 2023-07-15 16:18   좋아요 0 | URL
잠깐.... 근데 혹시...... 강명씨?

공쟝쟝 2023-07-14 1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유용성을 증명(대체 누구에게?)하기 위해 너무 열심히 산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쓸모로만 생각할뻔 한 사람이 읽기에 적당히 아픈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 이 조직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쓸모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이유는 사랑받고 싶어서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랑과 쓸모는 애시당초 불화하는 속성을 지닌 것 도 같아요.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가장 쓸데가 없이 털을 뿜고 더워죽겠는 데 피부위로 올라오거든요. 뿐만 아니라 말도 못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

강명씨, 저성장 한국 사회의 숙제... 열정 페이... 특히 창작자들에게 쏟아지..... 강명씨 같은 분이 지적해주시는 거 너무 귀합니다. 작사료 안받아도 되는데 후배들 생각해서 굳이 받는 다는 김이나 작사가도 떠올려지고요. 짝짝짝. 제가 요즘 근대적 문제설정을 탈구축하는 작업에 몰두 중인데 (ㅋㅋㅋ 아니 너무 둥둥 떠버리네) 역시나 한국은 봉건적 관습부터 타파.... 물론 이 순서를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까지 (독서로) 알게 되었는 데... 강명씨... 일단 제가 강명씨 소설을 이해하려면 도스토옙스끼부터 깨고와야하는데 도끼 읽을 시간이 없어서 어떡하죠? 강명씨... 그래도 나는 강명씨의 <표백>의 문제의식을 (여성혐오 감안하고) 이젠 조금 다르게 이해합니다. 그리고 강명씨는 역시 소설보다 에세이를 잘쓰는 것이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조지 오웰. 메롱~ 강명씨~ 소설은 필립로스가 잘쓰고 조지 오웰은 소설 못쓰던데요? 강명씨 메롱~ ㅋㅋㅋ

단발머리 2023-07-15 16:10   좋아요 0 | URL
적당히 아픈 글은 어떤 글인지... 궁금하군요. 사랑과 쓸모는 애당초 불화하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되, 사랑하는 사람의 쓸모를 구하지 말자, 가 저의 모토이기는 합니다. 인간에게 기대치가 낮은 단발머리의.... 그 어떤.... 거시기...

강명씨 읽으려면 도선생 읽어야 돼요. 저 지금 <재수사> 읽는데 3장에 한 번씩 라스콜니코프 나와요. 저두 아주 예전에 읽어서 다시 읽어야 되나, 차라리 백치를 읽을까 하고 있습니다. 소설보다 에세이 잘 써요, 라는 말은 소설 뽀개고 해주시고요.
그리고.... 강명씨..... 이거는 나만 해야 돼요. 강명씨 싫어한다 했잖아요. 물론 강명씨 새책 나오는 족족 사는 사람은 쟝님이지만, 강명씨~~ 라던가 강명씨 메롱 ㅋㅋㅋ 이런 거는 나만 해야 돼요. 참고바랍니다.

2023-07-15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7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7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23-07-29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글 멋있어요! 통찰도 넘나 멋있고~ 변신을 노인문제로 읽었다는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저는 변신을 읽으며 잠자가 집밖으로 탈출했으면 좋겟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곧 죽음이었던 ㅎㅎㅎㅎ
노인문제에 대비해서 생각해 보니까 ... 사랑과 쓸모가 애당초 불화라는 말도 가슴 미어지는 통찰이십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3-07-29 20:47   좋아요 0 | URL
좋게 읽어주셔서 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원래 icaru님 저를 좋게 봐주셔서 제 글도 좋게 읽어주시고^^
전 변신도 노인문제로 읽었지만 요즘엔 다른 책, 다른 설정도 노인 문제로 읽힐 때가 있어요. 그건 좀 자세히 살펴봐야할 거 같고요.
가슴 미어지는 통찰은 역시 사랑에 대한 것이구요 ㅠㅠㅠㅠㅠ
 



일전에 내가 페이퍼를 썼는데(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546410 /대상화와 아렌트, 그리고 꽃바구니) 쟝님이 대상화와 타자화에 대한 근사한 댓글을 달았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는데 아무튼 진지한 댓글놀이를 이어가던 중, 내가 그랬다.






이런 댓글, 대댓글은 나 같은 미천한 인간계가 달아주는 거다. 푸코나 정희진 선생님 같은 천상계는 댓글 안 달아주신다. 나한테 잘해라, 뭐 이런 내용이었다




아니다, 천상계도 댓글 달더라. , 천상계도 댓글 다는 세상. 이 세상, 놀라운 세상, 새로운 세상….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729506 / 금도끼, 은도끼 (feat. 정희진쌤 입장하셨습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문진 받으려고 <파묻힌 여성>,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 제도화된 수렁들> 산다. 저는 책 많이 안 사는 편이에요, 를 입에 달고 사는 나. 내 돈 3,000만원 내 통장 경유해서 알라딘 간 거, 알라딘은 알고 있기를천상계도 댓글 다는 세상인데, 관계자님들 댓글 달아도 돼요. 제 서재는 항상 오픈되어 있고 댓글 대환영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23-07-10 1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파묻힌 여성_ 표지 보고 저인 줄 알고 깜놀했습니다. 저는 문진 욕심은 일절 없지만 그대가 샀다고 하시니 저도 삽니다. 룰루랄라.

단발머리 2023-07-10 12:37   좋아요 1 | URL
파묻힌 여성의 표지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깜놀했습니다.
엄청 재미지고 어마무시한 이야기가 예상됩니다. 룰루랄라.

2023-07-10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0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7-10 13: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단발 님의 링크 글을 지금 읽으니 왜 갑자기 웃음이 나면서 재밌는 걸까요?ㅋㅋㅋ
천상계는 댓글 안 단다고 했는데... 갑자기 소개시켜 준 친구에게 천상계에 계신 분이 댓글 다는 세상!!!! ㅋㅋㅋ
희진 샘도 단발 님께 충분히 댓글 다시고 싶으셨을 것 같아요. 근데 넘 우아하게 잘 쓰니까...희진 샘이 넘 민망해서 못 쓰시는 것일 수도 있어요.
쟝 님처럼 어떤 한 방이 있어야 할 수도 있구요!
희진 샘은 그 한 방을 좋아하시려는지도?^^
쟝 님이 앏비암 친구가 있다고 소개했으니 단발 님도 열심히 읽고 쓰셔야 합니다.
그럼 또 수이 님이 대박 꿈을 꾸게 되어 이번엔 단발 님께도 천상계의 댓글이!!!!
꺄악........🙀🙈🙉
그나저나 문진과 고양이 얼음틀 굿즈 중에서 엄청나게 고민 중인데 힘드네요.

꼬마요정 2023-07-10 14:54   좋아요 2 | URL
전 무조건 고양이 얼음틀 입니다. 두 개 벌써 장만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7-10 15:16   좋아요 3 | URL
금방 고심해서 고양이 얼음틀 하나랑 다미여 문진 주문했네요^^

역시 냥이 덕후님 3인방
자냥 님, 수하 님, 요정 님..👍
파묻힌 여성 저도 주문했습니다.

건수하 2023-07-10 16:11   좋아요 2 | URL
앗 그럼 사진 안 올려도 되는 겁니까?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3-07-10 21:39   좋아요 3 | URL
ㅋㅋㅋ
네....사진 막 찍으셔도 됩니다.
엄청나게 고민 하면서 책 골랐어요.
뭘 골라야할지 모르겠더군요.
암튼 고양이 얼음 사진은 어떻게 사용하시는 건지? 궁금해서요.
그러니 사용 후기 좀 올려 주세요^^

단발머리 2023-07-10 21:37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 저는 천상계 댓글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신 저에게는 에너지 충전 만땅의 책나무님 댓글이 있사오니 저는 괜찮습니다, 진짜요. 저는 한 방이 아니고 막 여러 방이 필요하겠지만 안 될 수도 있을 일에 힘을 쓸 수는 없을 것이며 ㅋㅋㅋㅋ
그래도 책나무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꼬마요정님 / 고양이 얼음틀.... 저도 사야할까요? ㅋㅋㅋㅋㅋ

수하님 / 사진 올리셔야 돼요~~~~~~

꼬마요정 2023-07-10 15: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파묻힌 여성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 오늘 서재가 천상계의 강림으로 북적북적하네요^^

단발머리 2023-07-10 21:38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집에 책 있거든요 ㅋㅋㅋㅋㅋ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서 저번주에 픽하였습니다.
그러나 문진 덕분에 구입했어요. 북적북적 오늘 너무 좋았어요!!!!!

2023-07-10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0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0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0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3-07-10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어쩐지 하늘을 날아다녔어요~ 꿈만~~같다~~오늘이 지나면 이제 땅으로 내려오도록 하겠습니다!ㅋㅋ
다미여 문진 정말 갖고 싶습니다. 아직 책을 고르지 못했어요.

단발머리 2023-07-10 23:21   좋아요 1 | URL
일주일간 공중 부양 허락합니다ㅋㅋㅋㅋㅋㅋ난 일주일 지나면 안 믿어질 거 같아요. 일주일 지나면 선생님께 연락해보기 ㅋㅋㅋㅋㅋㅋㅋ 진정 그대가…. 맞으십니까 ㅋㅋㅋㅋ

공쟝쟝 2023-07-14 13:32   좋아요 1 | URL
아니 저거 캡처 너무하네요. .... 나는 왜 이렇게 지적이며 천재들을 이해하는가.. ...... ... .... .. ... 저거 좀 지워주세요... 네? 쟤 왜 저렇게 자아가 팽창해 있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15 16:11   좋아요 0 | URL
전국적인 폭우에도 불구하고 쟝님 아직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둥둥 떠 있으라, 그대! 둥실 두둥실!!!

하나의책장 2023-07-12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가장 좋아하는 굿즈 중 하나가 문진이라 이상하게 문진만 나오면 그렇게 다 소장하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책상 서랍 하나에 문진이 가득한데 다들 문진 구매하셔서 저도 얼른 장바구니 담아야겠어요...ㅋ

단발머리 2023-07-15 16:13   좋아요 0 | URL
하나의책장님도 문진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이제 겨우 두 개째. 앨리스와 다락방 2개 소장했습니다.
다음에 기회 되시면 문진 자랑 페이퍼 써주세요 ㅋㅋㅋㅋㅋㅋ 저 2개인데 저도 언젠가 한 번은 쓰려고 해요^^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가 이솝 우화에 근거한다는 이야기도 듣긴 들었는데, 우리네 전래동화에서는 산신령이 나온다. 도끼 잃어버린 착한 나무꾼에게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원래 잃어버렸던 도끼)를 선사해 주셨던 산신령은 욕심쟁이 나무꾼이 금도끼를 자기 도끼라고 우기자 혼내 주었다는 게 동화의 전부다. 솔직한 착한 나무꾼과 욕심쟁이인 데다가 거짓말을 일삼는 나무꾼. 이 모든 것은 자기 것이 아닌 금도끼, 은도끼에 대한 탐심 때문에 일어났다. 욕심쟁이 나무꾼, 원래 자기 것이었던 쇠도끼도 빼앗기리라.



















친구가 자기 블로그 화면을 캡쳐해서 보내주었다. 진짜 실화냐, 하고 놀라는 것도 잠시. 선생님과 친구와의 대화가 한참이나 이어졌다. 나도 어제, 오늘 <유시민의 문과공>(팟빵)을 들었단 말이다. 나도 그에 관한 글을 쓸 수 있었단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글을 썼다 해도, 친구 글의 세 배 길이의 글을 쓴다 해도, 내 글은 선생님을 위로하지 못했을 것이다.


굳이, 굳이 세어보았다. 2015 6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선생님의 책과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한 글을 90개 썼다. 물론 책만 링크한 페이퍼도 꽤 되고,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튼 나는 선생님을 텍스트로 삼아 글을 썼다고, 써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면 무엇하리. 선생님은 내가 이 우주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시며, 나의 외로운 짝사랑은 친구의 성덕신고로 인해 더욱더 외로워지고



이리 똑똑.


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듣고 싶은) 칭찬이다. 친구 아들이 명문대에 입학했대도, 친구가 명품백을 샀대도 이렇게까지 부럽지는 않을 것 같다. 아니, 그 느낌이 어떤 건지 짐작할 수 있으니 그리 부럽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이리 똑똑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건 어떤 일인 걸까.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그런…. 욕심쟁이 나무꾼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그런 어떤…. 어마 무시한 사건인 것이다. 그 친구가 내 친구라서, 진작에 그 친구를 똑똑이 친구로 명명한 사람이 바로 나여서 마음 한편 뿌듯하고 자랑스럽지만, 지금의 내 심정은, 그러니까 내 심정은 이러하다.





한없이 부럽다.

부럽다 한없이.

부럽다.





다  




댓글(54)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공쟝쟝 2023-07-14 12:11   좋아요 1 | URL
괭님 보고 싶었어요. 잘 지냈어요? 그 때 자른 오른손이 돋아났어요. 제가 오른 손이 없으면 노동을 못하더라고요? ㅋㅋㅋ 노동을 안하면 책을 못사고... 책을 못사면 살기가 시러서 ㅋㅋㅋㅋㅋ 괭님이 추천해주신 나혜석 책과 조이스캐럴 오츠 책을 한쪽에 쌓아놓고 째려만보는 나날들예요. 종종 놀러와서 괭님 글도 읽겠습니다.

돌봄이라는 사랑의 노동과 페미니즘과 지적인 사유의 폭발은 이바닥(?)에서 괭님과 단발머리님만한 분이 있을까요. 두분이 최고 이시죠. 본받아 분노를 정확하게 잘 다루는 이모가 되기위해.... 저도 자신에 대한 사랑의 노동부터 차곡차곡. 연습하는 나날들입니다. 헤헷.

단발머리 2023-07-15 16:17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자랑만 하고 댓글 막아두어서 ㅋㅋㅋㅋ 제가 ‘선생님 영접 페이퍼‘를 대신 올렸다는 거 아닙니까. 그 설움 이 방에서 다 푸시구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그 글을 여러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참.... 잘 썼다!! 싶었습니다. 쟝님은 이제 대가의 반열에 올라 제가 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리똑똑 쟝선생!˝ 이라고요 ㅋㅋㅋㅋㅋ 괜찮죠?

독서괭님의 따뜻한 위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ㅋㅋㅋ 지난 주에 ‘나는 아닌가 봐요‘라는 신곡을 발표하였으며 ㅋㅋㅋㅋ 쟝님의 ‘데뷔‘를 마음껏 기뻐하는 한 명의 극성팬이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감사해요, 독서괭님!!!

icaru 2023-07-29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말씀 공감요! 이 분야 최고심다!!
그나저나 투브라질이면 브라질하고 무슨 인연이실까 작가님은

단발머리 2023-07-29 20:48   좋아요 0 | URL
너무 뜨겁고 놀랍고 신나는 시간이었어요. 쟝님의 데뷔 사건입니다.
브라질 가고 싶다는 말씀 아닐까 싶어요. 아무튼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릴 수가 없는 이메일 주소에요, 그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제정신이 돌아오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냐면 이제 다시 도서관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필요한 책을 검색하고 상호대차를 신청하고 대출하고 반납하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됐다. 하게 되었다.



 
















친구가 미셸 푸코를 읽는다 해서 준비해 봤다. <성의 역사> 2(1, 2)과 얇은 책 두 권(<자기 해석학의 기원>, <상당한 위험>) 읽어본 사람으로서 앞으로 험난한 시간이 예상되어 예습 차원으로 이것저것 빌려 보았다. 제정신이 다 돌아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자료 1. 맨 아래, 똑같은 책(만화책)을 각각 다른 도서관에서 빌렸다. 역시나 만화책부터 시작했는데 넘나 어렵다. 그렇다. 한국의 만화책은 만화책이 아니다. 그림 많으면 만화책인가. 내용이 이렇게 어려운데. 아이들을 공부시키려는 엄마의 열심을 반영한 출판사들의 획책. 민머리의 푸코가 나온다 한들 이 어려운 내용을 도대체 어쩔 것이냐.


 


 




<젠더와 역사의 정치>에서부터 <우리들은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 다>까지는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받은 책들이다. 제정신이 다 돌아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자료 2. 우치다 다쓰루의 <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를 다른 도서관에 각각 신청했다. 처리되어 내 손으로 들어온 시기도 같아서 똑같은 책이 두 권이다. 상 도의상 한 권은 일찍 반납해 주려 한다.

 















일단 <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를 펼쳤다. 서문을 읽는데, 레비나스도 궁금하지만 레비나스를 읽는 우치다 다쓰루도 궁금하다. 어떤 사람을 스승이라 부른다는 게 어떤 일일지 궁금하고, 또 한 편으로는 레비나스를 연구하는 우치다를 분석하는 번역자 박동섭님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그렇게 하염없이 여기 저기 떠돌다가 우치다의 책을 딱 두 권 읽고,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을 읽다 포기한 이유, 내가 남겨두었던 이유를 보게 됐다. 한편으로는 이해되고 또 한 편으로는 그래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예상하는 지성이란 정확하게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해 1분 정도 생각해 본다. 현실 정치에 대한 정확한 비판인가, 양비론을 넘어서는 대안 제시인가. 나의 정치적 입장과 유사한 듯 하지만 그와는 약간 다른 그 어떤 것인가.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끝까지 읽지 못한 이유와 겹치는 지점이다. ‘읽지 않음은 나에게 손해일 것이나, 그렇게 느끼는 나의 판단 역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의 카드 뉴스를 캡처해 두고 진짜 읽기에 들어간다.

, 주일이네. 오늘, 교회 가는구나.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7-09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페이퍼 보고 서울대 인문고전 푸코 편 혹시 이미 가지고 있진 않나, 하고 책장 봤거든요. 제가 나름 이거 몇 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ㅋㅋ 지금 보니 하이데거, 홉스, 칸트, 슈뢰딩거, 마키아벨리 이렇게 다섯권 이네요? 근데 그거 아세요? 저 다섯권 중에 하나도 다 읽은 게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싫다, 증맬루.. 저 이제 푸코 사러 갑니다. 슝=3 땡스투~ =3

단발머리 2023-07-10 21:44   좋아요 0 | URL
우아 다섯권 ㅋㅋㅋㅋㅋㅋ 슈뢰딩거 편이 궁금해요. 전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었거든요. 완전 캡숑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다락방님 책도 그 책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저 지금 푸코책은 중단 상태에요. 만화인데 중도 포기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ㅠㅠㅠ 중도포기 각입니다 ㅠㅠㅠ

책읽는나무 2023-07-09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코 만화책ㅋㅋㅋ
저걸 아이들은 무슨 재주로 읽어낼까요?
나도 못읽을 것 같아요.
이 만화책 전에 읽을만한 더 쉬운 책은 없을까요?^^
역시 이렇게 어려운 푸코 책을 읽어낼 수 있어야 희진 샘께 칭찬받을 수 있는 거였어요.ㅋㅋㅋ
단발 님도 언능 정신 챙기셔서 칭찬 받으시길^^

단발머리 2023-07-10 21:46   좋아요 0 | URL
지금 큰일 났거든요. 저 아무래도 중도포기 할 거 같아요. 완전 어려워요 ㅋㅋㅋㅋㅋㅋ 이걸 똑같은 책을 두 권이나 빌렸는데 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정신 챙겨도 희진쌤께 칭찬 받기 어려운데 지금은 자체 휴업 상태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7-10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0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7-11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의 돌아온 제정신 격하게 환영합니다!! (와락)

단발머리 2023-07-11 11:33   좋아요 0 | URL
은오님의 환대를, 어떠한 철벽 없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환영합니다!!

icaru 2023-07-29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정신이 가출을 하셨었는지 알아보려고 지금부터 캐보겠습니다 ㅋㅋㅋ
시간 역순으로 페이퍼를 읽고 있는 바람에 ㅠ

2023-07-29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23-07-29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엔 특별한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지만, 우리네 인생이 그렇듯 특별한 일이서라기 보다는 몹시도 바쁘셨었다는 맥락으로 이해했어용
다른 게 아니고, 저 우치다 다쓰루요.... 저도 한때는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라는 책이 꽂혀서 우치다 작가 전작주의가 되려고 폼잡다가, 내가 한참전에 갸웃거리며 읽었던 책 하류인생(?)이 그의 책이었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

단발머리 2023-07-29 20:55   좋아요 0 | URL
전 우치다 다쓰루 책 중에서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는 참 좋았는데 요기 위의 보라색 책 인사말에 ‘한국과의 관계가 이렇게 (악화)된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쓴 걸 보고 솔직히 좀 실망하기는 했습니다. 지성인이라 해도 역시 자신의 위치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구나,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알면서도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요.

이제 이유를 찾아내셨지요?ㅎㅎㅎ 제정신은 슬슬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번주에 저도 알라딘에 자주 왔구요.
icaru님 많이 바쁘시겠지만 알라딘 자주 오시고 제 글에 댓글도 달아주시고 우쭈쭈도 해주시고요^^
더운 여름 지치지 마시고 건강하게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나의 의견이 어떠함을, 그래서 내 입장이 어떠함을 특정하지 못한 채로, 이 글을 쓰는 일이 좀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지금 여기, 내 생각이 닿는 부분까지라도 정리하고 싶어서. 굳이 쓴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유를 알 수 없는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과 여성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게 될 때, 내 예시는 주로 미국의 백인 여성들이다. 첫 번째는 마사 누스바움. 똑똑한 딸을 교육시켜서 미국이 아니라 전 세계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 그에 더해 하버드 법대에 입학시켰는데, 지도 교수가 대놓고 가슴을 만지려고 할 때, 교수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그 팔을 살그머니 미는 행동에 대해 말한다(<비평 이론의 모든 것>). 그리고 레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통계.

 


부연하자면, 총에 맞아 죽은 여성들의 3분의 2 가까이는 현 파트너나 전 파트너에게 살해되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49)

이 나라에서는 9초마다 한번씩 여자가 구타당한다. 확실히 짚어두는데, 9분이 아니라 9초다. 배우자의 폭행은 미국 여성의 부상원인 중 첫 번째다. (49)


동독 출신으로서 16년간 독일 총리로 일했고, 퇴임시까지 독일 국민들의 전적인 신뢰를 받았던 앙겔라 메르켈도패션 감각이 부족하다는 사람들의 세평을 피할 수 없었다. 꾸밈 노동을 등한시하는 여성에 대한 평이 그렇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변호인(또는 피의자)과의 전화 통화 중에 여자라서반말하는 경우를 많이 당했다고 그의 책에 썼다.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129) ‘개인적인 가정사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가장 인정받는 혹은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더라도 그 사람이 여성이라는 점은 끝끝내 약점으로 작용한다. 가장 존경받는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생물학적 성이 여성이라는 점, 그가 페니스가 아니라 자궁을 소유하고있다는 점이, 그의 능력과 실력, 그리고 품성과 캐릭터를 유추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렇게 문장으로 써 놓고 보면 더욱 확실하다. 이건 진짜 말이 안 된다. 2세대 페미니즘의 개척자 필리스 체슬러 역시 여성이 하나의 계급으로서 억압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나는 가부장제 문화와 의식이 수백 년에 걸쳐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형성해왔는가를 자료로 입증해나갔다하나의 계급으로서 여성은 생산 수단과 재생산 수단을 통제할 수 없었으며 게다가 꾸준히성적으로 또는 다른 측면에서 치욕을 당했다. (<여성과 광기>, 25)  

 


이 책, <성의 변증법>의 저자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역시 여성이 역사적으로 하나의 계급-카스트로 실제하며, 여성 억압의 핵심은 생물학적 기능때문이라고 보았다.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 그로 인한 임신, 출산, 자녀 양육이 여성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고 견고한 계급-카스트로 묶어 놓았다고 해석했다. 계급으로서의 여성은 여이라는 생물학적 규정혹은 정의에 묶여 있는 한 해방될 수 없다고 보았다. 파이어스톤(이름 쓸 때마다 희열을 느낍니다. 역시 사람은 이름이 중요해요. 파이어스톤, ~~ 짱입니다)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카를 마르크스가 노동자의 해방에 경제적 혁명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던 것과 아주 똑같은 방식으로 여성 해방에 생물학적 혁명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프롤레타리아가 경제적 계급체계를 타파하기 위해서 생산수단을 장악해야 하는 것과 같이, 여성들은 성적 계급 체계를 타파하려면 재생산수단의 지배권을 장악해야 한다. 공산주의 혁명의 궁극적 목표가 계급이 없는 사회에서 계급의 구분을 종식하는 것이듯이, 페미니즘 혁명의 궁극적 목표는 양성적 사회에서 성의 구분을 종식하는 것이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P92, 밑줄은 단발머리)

 



재생산수단의 지배권을 장악하는 방식이 가능할까. 인간 본성을 무시한 채, 사유재산 철폐를 기치로 들었던 사회주의 혁명은 더 많은 농민을, 민중을, 시민을, 국민을 극빈 상태로 내몰았다. 소수의 부패한 관료들은 민중에게는 사회주의, 자신들과 자녀들에게는 자본주의를 실천했다. 계급 철폐와 노동자 해방을 기원했던 사회주의는 역사적으로 실패했다.

 
















여성 해방 운동은 어떠할까.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경우 여성을 단일한하나의 집단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여성은 단일한하나의 집단이 될 수 없다. 먼저는 신체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규범이지 현실이 아니며따라서 실체로서 남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정희진, 12남성과 여성은 정확히 구분되는 어떤 것이 아니다. 또한, 복잡한 현대 사회의 여러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다 해도,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 여성과 멕시코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여성의 처지가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여성과 가사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하는 동남아시아 여성의 처지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사이보그로 살아가기>의 저자 임소연은 급진 페미니즘의 주장이 서구 가부장제만큼이나 권위적이라고 보았다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여성들이 ‘자신이 아닌 여성'으로 의식화되는 순간 수많은 차이를 갖고 있는 개별 여성은 거대한 하나의 여성에 가려져서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서구 가부장제가 원하는 것, 즉 남성 욕망의 산물로서의 여성일 때를 제외하고는 여성들이 주체로서 존재하지 않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결국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만큼이나 권위적이다. (<사이보그로 살아가기>, 36)

 

 


그렇다면 유사점과 차이점 중 무엇에 방점을 찍어야 하나. 나는, 예전에는 여성이라는 단일한 집단에 더 굵은 밑줄을 긋는 사람이었다. ‘여성이 현재의 나를 규정하고 옥죄는 가장 강력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이슈를 자신의 의식 속에 받아들이게 되면, 그들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들이 한편으로는 피해자일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속박하고 있는 착취와 억압의 체제에서 자신도 공범자라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인간관계로 가고 싶다면 이제껏 해온 공모 행위를 포기해야만 한다. 이는 이 체제에서 특권을 가진 남성만이 아니라, 이 체제에 물질적 존재 기반을 두고 있는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47)

 


나는 먹는 일을 좋아하지만, 정확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먹는 일을 좋아하지만, 과식은 삼가는 편이다.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굶주리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이 지구에 살면서 , 배불러. , 너무 많이 먹었네.’라고 말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실천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원래 먹는 일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먹는 일을 즐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에코 페미니즘을 읽은 후, 코로나로 온 세상이 어두울 때, 나는 지구와 자연을 위해 당분간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한다. 나는 새 옷 구경/ 새 옷 사기를 즐겨하니까 이건 내게 큰 결심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1년 동안 옷 사지 않기>. 하지만 바로 그해 봄, 나의 이 소박한 결심은 무너지고 말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요가 브랜드에서 내가 좋아하는 요가복이 1+1 행사로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성해방을 노래하는 나는, 페미니즘의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나는, 3세계의 10대 미만의 어린 여성이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쉬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저임금노동으로 인해 얻어진 수익의 일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새 요가복을 내내 좋아한다. 이 요가복이 얼마나 예쁘고 얼마나 저렴한지에 대해 감탄한다. 이 체제에 물질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1세계에서 살고 있는 여성으로서(나는 우리나라가, 우리나라의 소비 수준이 가히 제1세계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착취와 억압의 공범자라고 느낀다. 나는 여성이어서 억압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여성 억압적 체계 안에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득의 일부를 편리함’(1 1회 건조기 돌리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누리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백인, 중산층, 이성애, 비장애인 여성들만의 페미니즘을 벗어나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의 자리는 어디까지인가. 어느 만큼 갈 수 있는가. 혹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 이 모든 일의 책임은 페미니즘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원래 그렇다는 말에 반박하려면, 모든 건 신자유주의때문이라고 쉽게 대답하지 않으려면, 그러면 어떤 답을 준비해야 하는가.

 



<정희진의 공부> 2023 5월호 <자매애는 불가능하다>에서 형제애는 실재하지만 자매애는 관념이라는 선생님의 말뜻이 뭔지 알 것도 같다. 부패한 강자들은 서로를 돕지만, 약자는 연대할 힘이 없다. 오늘 하루, 먹고 살기도 팍팍하기 때문이다. 단일한 집단이라고 할 수 없는 여성, 집단으로 작동한 역사조차 전무한 여성이라는 집단이, 현재까지의 억압과 구속을 벗어나는 일은 정말 불가능한가. 서로간의 차이를 넘어서 계급, 인종, 사는 지역을 초월한 전 세계적인연대는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아니, 연대라는 단어조차 여성 집단에게는 신기루와 같은 것인가. 우리 앞에는 투명한 장애물 뿐이어서, 우리는 이를 넘어설 수도, 극복할 수도 없단 말인가.



 

P.S. 오늘 올라온(오늘 맞을까?) <정희진의 공부> 2023 7월호의 <남성 연대와 자매애의 차이> 듣고 돌아 오련다. 돌아와야 할 텐데, 꼭 돌아와야 할 텐데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시우행 2023-07-0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녀평등을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3-07-07 09:55   좋아요 0 | URL
네!!

책읽는나무 2023-07-05 2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달 책에서 페미니즘 이론 중 나는 어디에 해당되나? 고민을 하다가 나의 관심사는 환경 쪽이니 에코 페미니즘이라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 자괴감이 퍽 드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단발 님이 콕 꼬집어 주셔 아...ㅜㅜ 했네요.ㅋㅋㅋ
며칠 전 여름 반바지 온라인 앱에서 주문을 했어요. 바지를 사니까 윗 상의도 있어야지 않나? 하면서 줄무늬 상의도 샀구요.(줄무늬는 또 발랄함을 추구하여 젊어 보인다는 소린 어디서 또 들어가지구선..^^;;;)
식구들에게 고기 자제하자! 그래놓구선 기력이 없으니 고기 먹을까? 먼저 말 꺼내고....ㅜㅜ
지난 달였나요? 희진 샘의 강의 중 ‘여성들의 연대‘에 대한 정체성을 해석하실 때, 내가 생각해온 것과 차이가 있어...띠용! 했구요.
그래서 요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더군요.
아마도 아직 제가 이론 지식이 부족해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그런 건가?싶네요.
단발 님의 정리 정돈된 멋진 글을 읽으면서 조금 화들짝 했어요.
마치 ‘너 지금 공부 안하고 뭐하는 거니?‘이러는 것 같아서요.ㅋㅋㅋ
벌써 7월호가 나왔군요?
멍~ 때리고 있었네요.^^
더워도 부지런히 읽고 듣고 돌아오세요.
단발 님까지 돌아오시지 않음 진짜 울어버...ㅋㅋㅋ

은오 2023-07-06 02:15   좋아요 2 | URL
고기 자제하자! -> 기력이 없으니 고기 먹을까?의 흐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무님이랑 같이살고싶어요 너무재밌을거같다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06 08:52   좋아요 3 | URL
실제의 삶은 그닥 재미없어요!ㅋㅋ
왜냐면 식구들이 웃어주질 않아요.
다른 이웃들은 좀 웃어주는데...ㅜㅜ
아....울 식구들은 웃긴 합니다. 비웃음!!!!!
저렇게 고기 먹자고 하면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웃더군요. 특히 남편!!!
그래서 남편은 저의 최대의 적.ㅜㅜ

은오 님이 울집에 오신다면 제가 성심성의껏 요리를 해드리겠습니다.^^
대신 정리정돈하는 방법이랑 글쓰기 강좌 좀...😁☺️🤭

은오 2023-07-06 09:49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제가 나무님이랑 결혼해서 웃어드려야겠어요!! 나무님 진짜ㅋㅋㅋㅋㅋㅋ전 맨날 나무님 글이랑 댓글 볼때마다 저항없이 터지는데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07 09:59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 발랄함을 추구하기 위해 여름 반바지 사는 마음을 저는 백분! 이해합니다. 저는 나무님의 말씀을 완전 이해해요.
저는 ‘에코 페미니즘‘에 관한 한, 한없이 죄인이라서요. 제 죄를 소상하게 아뢸 수 조차 없네요.
그래도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반찬가게에서 반찬 사지 않고 직접 해서 가족들 먹이는 것만으로도 책나무님은 1일 3회 박수, 그것도 기립박수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기는 가끔 먹어줘야 합니다. (먼 산)

은오님 / 책나무님이 은오님 초대해서 성심성의껏 요리 해드리는 그 날에.... 저도 같이 갈게요.
제 왼팔, 오른팔, 왼다리, 오른다리, 다 데리고 가겠습니다. 하하하!!!

은오 2023-07-06 0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가 사놓고 저 멀리 미뤄둔 책들과 담아놓고 저 멀리 미뤄둔 책들을 단발님은 이미 다 읽으셨고 자유자재로 인용하시는 걸 보면서 차오르는 결혼욕구를 눌러봅니다........ 단발님은 강명씨 외치면서 난 질투 계속 하라고 하고 ㅜㅜ ㅋㅋㅋㅋㅋ😫
그리고 앎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어려움을 저도 예전부터 겪고 있어서 공감하고 갑니다. 다른 부분에서긴 하지만. 어려워요 참. 가끔 자괴감도 들고.

단발머리 2023-07-07 10:01   좋아요 0 | URL
차오르는 결혼 욕구는 잠자냥님께만 발사해 주시구요 ㅋㅋㅋㅋㅋ 이래뵈도 제가 가정이 있는 몸 (뭐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앎과 실천 사이의 간극에 대해서는 각자 약한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실제로 고기 많이 줄였고(고기를 겁나 좋아하던 1인) 식구들에게도 많이 해주지 않는 편이지만, 요가복 사기에서는 실패하는 사람이구요.
은오님의 고민 지점도.... 나중에 기회되면 들려주세요. 좀 근사한 항목일 거라 혼자 예상합니다^^

건수하 2023-07-06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통합적인 글 정말 좋아요. 요즘 한참 글이 안 올라와서 아쉬웠는데, 이제 적응하신 것 같아 반갑습니다.
급진적 페미니즘이 권위적이라는 문장에 저만 불편했던 게 아니었구나 하며 조금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직 앞부분 읽고 있는데, 남녀간의 성 차이에서 해방되면 일단 다 엎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인가... 기존의 구조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계속 의문이 생깁니다. 인류는 이미 체외수정 (시험관)에 동의했고 제가 인공자궁 반대하는 사람은 아닌데요, 근본적인 부분을 해결한다고 나머지가 알아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단발머리 2023-07-07 10:07   좋아요 1 | URL
적응은 아니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기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수하님, 제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제가 출근하면서 책을 예전보다 많이 사고 많이 읽었더라구요. 그니까... 많이 읽었다는 게 아니라 사면 바로바로 읽는 ㅋㅋㅋㅋㅋㅋ 뭐, 그런.... 글은 자주 못 써도 일단 읽고 있겠습니다. 헤헤!

여성의 재생산권으로부터의 해방이 어떻게 갈지는 사실... 좀 복잡해서요. 체외수정에 동의한 인간이 ‘장기‘를 목적으로 한 인간의 ‘탄생‘에 반대하리라고 저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읽지는 않았지만,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현실판이 곧 실현되리라 보고요. 오히려 저는 자본, 남성적 자본이 여성의 육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으로까지 갈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와 관련해서 제 친구가 글을 썼는데, 답을 제가 여기에다가 ㅋㅋㅋㅋㅋㅋㅋ 달고 있나요? ㅋㅋㅋㅋㅋ
일단 파이어스톤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겠어요. 바쁘네요, 더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7-07 10:32   좋아요 0 | URL
장기를 목적으로 한 인간의 탄생.. 은 사실 좀 두렵고요, 유전자 편집 아기가 조금 더 빨리 실현될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말씀대로 기술이 발전할 수록 여성의 육체를 필요로 하지 않을 거고, 그 기술도 남성 혹은 자본이 독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여성의 지위는 지금보다도 더 불안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로서는 출산 기능이 여성을 억압하고자 하는 원인이긴 하지만 여성만이 가진 특권이니까..

기술이 대안, 성 구조로부터의 탈피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유토피아에 가까운 곳 아닐까... 디스토피아를 상상하는게 더 쉬운 저로서는 부정적인 생각만 듭니다.

어쨌든 저도 더 읽어보는 것으로... 3장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재해석은 좋더군요 :)

더우면 이것저것 귀찮지만... 책 읽는 건 안 귀찮은 것으로 ^^

다락방 2023-07-06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마 제가 가진 책일듯 하지만,

‘결국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만큼이나 권위적이다‘ 라고 말하는 맥락이 궁금해서 <사이보그로 살아가기> 읽어봐야 겠어요. 문장 자체로만 보면 저는 딱히 동의되지 않는 문장이라서요. 맥락을 알고나면 또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책을 읽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저도 곧 시작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07-07 10:12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다락방님이 직접 읽어보시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일 거에요. 제가 그와 관련해서는...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291728 <사이보그와 페미니즘의 미래>라는 글을 썼는데 혹 참고가 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링크 올려 둡니다.

정희진쌤은 최근 매거진에서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어느 측면을 ‘젠더 환원주의‘의 위험이라고 표현하시더라구요. 공부하고 알아가야 할 게 많다고, 그래서 더 부지런해야하는 게 아닌가..... 혼자 생각했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