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자의 프랑스 이책저책 시간입니다. (금방 급조함)


2025년 1월에 프랑스 독립 서점과, 르몽드 책 코너에 올라온 서평이나 광고 등으로 100퍼센트 제 기준 제 관심을 끄는 책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엔 두 책을 골라봤는데요, 하나는 칠레 작가의 프랑스 페미나 외국문학상 수상작, 다른 하나는 이태리 작가의 스트레가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어쩌다 보니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2024 문학상 수상작들이네요. 


1. <Propre> / Alia Trabucco Zerán












작년 12월에 르몽드 신문의 매주 금요일의 책 코너 <Le Monde Livre>에서 소개됐던 신간인데, 재밌을 것 같아서 메모를 해두었더랬다. 이탈리아계 칠레 여성 작가인 Alia Trabucco Zeran의 책이고, 프랑스어 번역본 제목으로 <Propre>이다. (원서의 제목은 스페인어일 텐데 뭔지 모르겠다. 알라딘에 작가 이름으로 검색을 해 보니 영어 번역본 제목은 'Clean'인가 보다. 책표지도 프랑스판 표지와 똑같다.)


책은 중산층 부부의 가정부 및 보모로 고용돼서 한 집 살 이를 에스텔라의 독백으로 시작하고, 책 서문에서부터 에스텔라는 자신이 보모로 지내던 그 집의 아기가 죽었다는 고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산층 부부와 그 집에 사는 보모.. 그리고 아이의 죽음...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가 바로 떠올랐다. 미리 보기로 읽다가 자극적인 서문에 계속 읽고 싶었지만, 그 당시 읽으려고 사둔 프랑스어 책이 많아서, 에이 일단 있는 거부터 먼저 읽자, 하고 사지 않았더랬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페미나상 외국문학 부분에 이 책이 수상했다는 소식이 발표되고 동네 서점에도 이 책이 서점 주인의 추천과 코멘트와 함께 입고가 된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사고 말았다^^ 이제 한 50페이지 읽었는데 막 아기가 태어났거든요? 아이가 어떻게 죽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력과 체력이 된다면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포털 사이트에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된 책이 없는 작가인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한국에도 번역이 된다면 참 좋겠쥬?



P.S.

페미나상을 이름만 매년 들어봤는데 정확히 무슨 상인지 몰랐다가 이번에 드디어 검색해 보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유서 깊은 문학상, 공쿠르 문학상의 여성 혐오적, 여성편력적 작품 선정과 재단 운영 방식에 반하여 1904년에 <La vie heureuse> 잡지에서 일하는 여성 20명이 작품을 선정하여 상을 준 것을 시작으로 오늘날의 페미나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페미나상의 심사위원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2. <L'âge fragile> / Donatella Di Pietrantonio















이 책은 오늘 자 르몽드의 매주 금요일 책 코너 <Livre>에 실린 광고를 보고 알게 되었다. 2024년 스트레가 문학상과 스트레가 지오바니상을 동시 수상했다면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때렸는데, '뭐? 두 상을 동시에 받았다고??' 또 혹해가지고 바로 구글링해 보고... 동네 서점에 입고해 달라고 주문 메일까지 보내버렸다. (찾아보니 스트레가 지오바니 문학상은 스트레가 문학상의 청소년 문학 버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공쿠르 문학상의 Goncourt des lycéens 같은 느낌인가봄 )

원서 제목은 이태리어로 <L'età fragile>인데 프랑스어로는 <L'âge fragile>이니까.. 뭔가 생긴게 비슷하니 직역인가 싶다. (프랑스어 제목을 직역하자면 '연약한 나이'? '불안정한 나이'? '무너지기 쉬운 나이'? 정도가 되겠다.... 나도 안 읽어봐서 무슨 뜻으로 지은 제목인지 모름)


출판사의 책 소개 줄거리는 이러하다.


'이탈리아 아브루초의 한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야기 속 화자, 루치아. 그녀는 한 번도 이 마을을 떠난 적이 없다. 그러나 30년 전 이곳에서 끔찍한 범죄의 목격자인 루치아. 시간이 지나 어느 날, 밀라노로 공부를 하러 떠났던 그녀의 딸 아만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아만다는 방에서 나오지 않고 침묵 속에 갇혀있는데.. 아만다의 불안한 침묵과 고통 앞에 무기력해진 루치아는 갑작스레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들을 마주한다. 잊으려고 애썼던 비극이 다시금 떠오르는데...'


사실 줄거리만 보면 딱히 별 내용이 없다 싶었다. 대도시로 '유학'간 딸이 고향으로 돌아와서 방에 처박혀 나오지 않는게 뭐 대수라고... 그 대수 아닌 일이 엄마의 무엇을 자극했길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걸까? 무슨 트라우마? 스트레가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커다랗게 쓰혀있는 책 띄지 밑에는 또 커다랗게 이렇게 써 있다.


"2024년 이탈리아 문학계를 강타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소설 !"


아니, 출판사 책 소개가 거의 어떤 정보도 알려주질 않고 있는데 그런데도 상을 타고 이태리를 강타했다고?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찾아보니 프랑스에서도 지난주에 번역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더라고. 아직 신간이니 도서관에 나오려면 또 한참 기다려야 할 테니... '또' 책을 사는 수밖엔...


이태리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지만 체감상 오늘날 프랑스에 소개되고 인기를 끄는 이태리 문학이나 영화는 전복적이고 페미니즘서사가 거의 대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책도 그런 이태리 문학 '유행'에 올라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아 읽을 거 너무 많다...


+ 작가를 검색해 보니 한국에 소개된 이 작가의 책이 딱 하나 있네요. <아루미누타>라고! 처음 들어보긴 하지만 궁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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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01-25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책저책 시간...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아브루초, 저는 나탈리아 긴즈부르크의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이탈리아 지역인데요 아르미누타, 책 소개를 보니 아브루초 방언이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달자 2025-01-27 18:41   좋아요 1 | URL
서곡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저는 처음 들어본 지역이었어요 찾아보니 이태리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지방 중 하나라고 하더라구요.

단발머리 2025-01-26 0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자님의 프랑스 이책저책 이 코너 <고정>으로 가야합니다!! 르몽드 신문에 소개된 신간을 소개받는다니 너무 고급진 느낌에 아…
저 프랑스어를 읽을 수 있으면 더 좋으련만~~ 달자님 소개해주신 것만 읽어도 흥미진진하네요. 한국에 소개될때까지 많이 기다려야겠네요^^

달자 2025-01-27 18:43   좋아요 2 | URL
영미권 (특히 미국계) 작가들의 문학/에세이는 프랑스에는 번역 출간이 안됐지만 한국에 번역된 책이 체감상 더 많은 것 같고, 반대로 기타 유럽어권 작가들은 아무래도 프랑스에는 번역됐지만 한국에는 소개 안된 책들이 많더라구요!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7
글로리아 네일러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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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모리슨을 읽고 오드리 로드에 이어 글로리아 네일러의
책을 읽으니 참 좋네요.. 흑인 여성 작가들을 발견해 가는 기쁨으로 24년을 마무리하고 25년을 쭉 이어가는 것 같다. 같은 피부색과 같은 성별로 같은 프레임에 짜여서 고통받지만 그 속에서 또 너무나 다양한 각자의 사연들이 펼쳐지는 그 인물 하나 하나를 결코 미워할 수 없고 보듬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차려서 먹여주고 기운을 북돋아주고, 나도 그런 보살핌과 응원을 같이 받고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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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5-01-19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죠~~~^^
읽고나면 무언가 힘을 받은 듯한 느낌도 들고
따뜻하고 강한 여성들의 힘을 느낄 수 있어요!

단발머리 2025-01-19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에 토리 모리슨 읽었고 지금 오드리 로드를 읽고 있는데, 글로리아 네일러의 이름은 처음 들어봅니다.
고통 속에서도 힘을 내는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 저도 읽고 싶어요~~~

soohyun 2025-01-21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인 여성 작가 힘있고 강렬하고 넘 좋지....!!!!!!!!!!!!
 
시스터 아웃사이더 딕테 시리즈 1
오드리 로드 지음, 주해연.박미선 옮김 / 후마니타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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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정체성의 어느 한 부분을 억압함으로써 다른 부분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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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
전성진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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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도 팔로하고 있고, 팟캐스트에서도 워낙 재치있는 입담으로 유명한 굉여님 (굉장한 여자의 줄임말... 역시 이름부터 범상치 않으시다.)이 책을 내서 본명 전성진 작가로 돌아왔다.


유럽에 거주하는 1인으로서 사실 해외에, 특히 익숙한 서유럽권에 사는 한국인의 해외 생활 에세이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잘 알거나 대충 아는, 거기서 거기인 내용들을 굳이 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그런데 외람된 얘기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했는데, 내가 해외 생활 에세이를 안 읽는 이유 중에 하나가 내 머릿 속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허영심과 자만감도 큰 이유인 것 같다.)


아무튼,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에세이니까 굳이 요약할 필요는 없겠고, 책 분량도 길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금방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일독을 권한다. 작가가 베를린 정착 초반에 요나스, 라는 이름의 50대 백인 독일 아저씨와 룸메이트를 하며 한집생활을 하는 이야기이다. 그의 글을 그의 시선에 따라서 읽다 보면 좋으면서도 싫고, 이상하고 짜증나지만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닌 인간 개개인의 다양한 모습을 입체적이고 다층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 사람을 그 사람 그 자체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작가의 그런 포용적이면서도 냉철한 시선에서 요나스와 요나스의 아들, 일리아스는 새로 태어난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저 둘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마디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지 형용사와 명사 한 두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는데, 그러면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 편견을 가지고 두 캐릭터를 접할까봐 그렇게 하지 않겠다. 근데 뭐..그러기엔 어차피 이야기 초반에 바로 파악이 되는 막강 청결남 요나스이긴 하지만 ㅎㅎ


해외 생활 에세이라 생각하지 않고 읽어도 재미있다. 각 챕터 끝에 이야기에 녹아든 작가의 추억의 음식 레시피들이 소개되는데,  이건 정말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프랑스에 살며 한국과 프랑스의 풍성한 식문화에 젖은 삶을 사는 나로서 독일 음식은... 종종 납득이 되지 않기에... 만들어 먹고 싶거나 그러진 않았다...ㅠ


아! 그리고. 제목만 보고선 한식을 구하기 힘들어서 괴로운 해외 생활의 한을 푸는 제목이라 생각하고 책을 읽어 나갔는데 마지막에 반전이...ㅠㅠㅠㅠ 이 책은 나를 킬킬대며 웃다 막판에 지하철에서 혼자 눈물을 또르르 흘리는 사연있는 여자로 만들어 버렸다.


독일 음식의 맛은 잘 모르겠지만, 작가의 글맛이 얼마나 좋은지는 알 수 있게 된 책이었다.

책에서도 했듯, 나는 전성진 작가야말로 진정한 '베를리너'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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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1-02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부끄럽게도 저는 이 작가 이름만으로 남자.. 작가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딱히 읽으려고 생각을 안했었는데 말이지요. 남자들이 혼자서 여행하거나 혼자서 외국생활하는 것은 여자들과는 또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건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서 말이지요. 흠흠.
그런데 여자분, 그것도 굉여..셨군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읽어야겠습니다.

달자 2025-01-02 16:53   좋아요 0 | URL
오픈리 퀴어 굉장한 여자 굉여님이십니다 ㅎㅎㅎ 책 양도 그렇게 두껍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 이틀이면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나저나 다락방님 해피뉴이어입니다!!

초록비 2025-01-02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포스팅을 보고 이북으로 구입했습니다. 아직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언젠가 꼭 베를린에 가서 육개장을 먹어보겠다 다짐한다면 좀 엉뚱한 전개일까요. 베를린 가보고 싶네요. 달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달자 2025-01-02 16:54   좋아요 1 | URL
초록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밀리의 서재에서 읽었어요. 잠자냥님 예전 포스트 보고 밀리의 서재 완전 영업당해서..ㅋㅋㅋㅋㅋ 책 길지 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이북으로 이동하는 시간에 슬슬 읽어보시는 거 추천입니다!

서곡 2025-01-02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말에 이 책 처음과 마지막을 재미있고 찡하게 읽었답니다 그래서 제목의 뜻을 알게 되었고요 저자의 유튜브 채널에도 가봤습니다 반가워서 댓글 남겼습니다

달자 2025-01-02 16:54   좋아요 1 | URL
그쵸 저도 어쩌다 보니 이 책이 제 24년 마지막 책이었어요. 제목이 정말...마지막 킥이죠 ㅠㅠ
 
No Et Moi (Paperback)
De Vigan, Delphine / Livre de Poche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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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2024년의 마지막 책. 새로운 해에는 소외된 사람들, 사실은 그걸 변명삼아 내가 무의식적으로 소외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시혜적인 시선를 버리고 이야기에 귀기울이도록 노력하는 새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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