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벌써 알라딘 평가단 마지막 주목신간이다. 특별히 나는 지난 번 예술 분야에서 에세이로 갈아탔는데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특히 지난 달 선정된 <16인의 반란자들>은 낚시꾼으로 비유하자면 월척을 낚은 기분인데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앞으로 도착하게 될 이번 달 선정도서도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도서들이겠다 싶어 기대는 된다. 아무튼 다음 달에도 좋은 책이 선정되어 마지막 휘날레를 멋있게 장식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주목 신간을 소개해 본다. 물론 내가 주목한 책들이 선정되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지만...

 

뭐 철학자나 시가 나와 그리 친한 건 아니지만 이시영, 기형도, 강수니, 조문경, 서은, 최영미, 월트 휘트먼 등 현대 시인들의 시 83편과 니체 철학의 접목을 시도했다고 하니 과연 어떤 책일까 심히 궁금해진다. 이제까지 알라딘 평가단 담당자가 책을 허투로 선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고. 이런 책쯤 눈독들여 주는 것도 알라딘 평가단의 한 사람으로서 괜찮은 자세 아닌가?ㅋ

니체하면 겁부터 내고 보는데 이런 책 읽어주면 시를 보는 눈이 달라지던가, 니체를 보는 눈이 달라지던가 그럴 것도 같아 눈 길이 간다.

 

 

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 VS 소설가의 여행법

 

 이번엔 비슷한 책끼리 묶어 봤다. 둘 다 문학기행을 표방하고 있기는 한데, <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는 한국 작가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고, 소설가 함정임의 <소설가의 여행법>은 외국작가들 그것도 20세기 빛나는 작가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개인적으로 끌리기는 나도 나이를 들었는지 김정헌의 책이 좀 더 끌리기는 하다. 하지만 함정임의 책 첫머리에 폴 오스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끌리는 포스가 비등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폴 오스터를 좋아해서 하는 말은 아니고, 그의 문학사적 위치는 무시할 수 없기에 끌린다는 것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 VS 만가지 행동

 

   북미 최고의 치유심리학자 기 코르노의 자전 스토리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제목이 참 심오하다. 책의 소개를 보니, 치유심리학자가 어느 날 갑자기 말기암 진단을 받는다. 죽음의 공포가 들이닥쳤지만, 그때부터 선생이 아닌 '인생의 학생'이 되어 '진짜 인생'을 배운다단다. 이 책은 북미 최고의 치유심리학자 기 코르노가 실제로 림프종 4기 진단을 받고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것들을 기록한 자전 스토리란다. 어떻게 썼을지 궁금하다. 나는 그다지 세상을 오래 살 욕심은 없는데 이 책을 보니 내가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어떤 자세여야 하는지 왠지 지침이 되어줄 것도 같다.

그리고 뒤의 책은 김형경의 역시 심리 에세이다. 그녀가 이미 여러 심리 에세이를 쓴 건 익히 잘 알려졌고(애석하게도 나는 아직 한 권도 읽지 못했다. 좋다고들 난린데), 이건 특별히 '심리 훈습'이란다. 여기서 훈습이란 불교 용어이기도 한데, '정신 분석 과정을 철저히 이행하는 작업'을 우리말로 번역한 용어라고 한다. 그러니까 여태까지 작가는 인간의 마음을 통찰하는 글을 썼다면 이건 한 발 더 나아가 그것을 실행해 보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소싯적엔 심리학에 매료돼 공부를 조금하긴 했는데 심리학 분야도 이론과 실용 뭐 대충 두 분야로 나누는데 내가 관심있어 했던 쪽은 이론쪽이었다. 배운 거를 써 먹는다는 건 솔직히 재미도 없고 어렵기도 해 어리버리 했었다. 그런데 이 분야를 그녀는 어떻게 글로 풀어 놨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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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3-0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이번 신간 에세이들은 제게는 하나같이 별로에요. 아는 작가도 없고 끌리는 작품도 없고. 하지만 함정임의 책이 유일하게 한 번 읽어보고 싶다...하고는 느끼고 있죠.
마음같아서는 확 11기 평가단도 지원해버리고 싶어요. 이제는 방식이 변화된다는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해보고싶기도 하지요. 에세이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평소의 저라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만큼 제 소양도 좁게나마 넓어짐을 느꼈고요. 이제는 무려...인문쪽을 도전해보고싶은데 절대 제 수준으로는 안될겝니다 ㅋㅋ 책을 받는순간 못하겠다고 gg칠거 같아요!

stella.K 2012-03-05 13:24   좋아요 0 | URL
나도 갈등이긴 하다. 마음 같아선 11기 하고 싶기는한데
그렇게 되면 읽어야할 책을 뒤로 미루게 되서 말이지.
모르긴 해도 아직은 너에게 평가단 책이 안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나도 너 맘 때 에세이 별로였거든.
근데 책이란 게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가면 읽혀지는 책이 있어.
아마 너도 그러리라 생각해.
정말 이번엔 고를만한 게 없긴하더라.
그런데 이제 곧 도착할 책들은 난 추천은 안했는데 왠지 쫌 기대가 돼.
물론 잘 읽을 수 있을까 싶긴한데
객관적으로 좋은 책이 선정된 것 같아서.^^

차트랑 2012-03-0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알라딘 평가단 내에서 분야를 갈아타기도 할 수가 있나보군요.
흥미로운 평가단의 방식인 듯^^

스텔라님은 독서를 참 많이하시는 분이세요.
독서는 힘~!!! 입니다. 보기 좋아요~

stella.K 2012-03-05 11:22   좋아요 0 | URL
그럼요. 다음 기 때 갈아탈 수 있어요.
사실 전 책을 그리 빨리 읽는 편은 아니어요.
그래도 꽤 읽으려고 노력하지요. 격려 고맙습니다.^^
 
<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월에 출판된 에세이들을 살펴보니 정치인들의 책이 제법 많이 나왔다. 아마도 때가 때인만큼 정치인들의 출판 러쉬는 한동안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또 정치인들의 속이 보이는 깜냥이라 어느 한 책도 읽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렇더라도 이 책만큼은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다. 그래봐야 이책이 시즌에 맞춰 나온 것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 측근들이 만든 당의 노림수로도 받아 들여지는데, 그래도 이런 책 읽으면서 그 시절이 지금 보다 낫지 않았나 하는 위안 한자락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고 노무현.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짠하지 않는가.

 

하지만 정치인들 시즌에 맞혀 책 내고 나 좀 알아달라고 하지 말고 평소 때 부지런히 선정하면 그런 책 안 내도 국민들이 다 알아준다. 이름도 알리고 자기 책도 갖고 좋으시긴 하겠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문학동네판이다. 솔직히 만만치 않은 두께가 조금은 망설여지기는 했는데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이것도 확실히 고전의 유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읽기가 만만치 않아 고전하고 있는 중이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책인데 책장은 왜 이리도 안 넘어가는 것이냐.ㅠ

 

혹자는 우리가 독서를 하는데 꼭 어려운 고전을 읽을 필요가 있느냐며 고전 무용론 내지는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그 사람 나중에 뒷감당을 어찌했을지 궁금하다. 물론 나도 사춘기 시절 한때 고전을 꼭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를 했던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어떤 책은 고전을 읽고 싶으지 않으리만큼 똑똑하게 잘 만들어진 책도 있긴 하지만 그런 책은 많지 않고 그런 책 다 읽다보면 '고전으로 돌아가자'란 유혹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 이런 책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저기 긴머리를 귀뒤로 넘기고 읽는 저 아이는 정말 재밌어 읽는 건지 묻고 싶어졌다.  

 

사실은 다른 어떤 책 보다 다음 달 평가단에서 뽑아줬으면 하고 강력히 밀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어찌 도스토옙스키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그의 책은 (아직)안 읽어도 그에 관한 책에 무관심 하다면 그건 도스토옙스키를 모독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알라딘 평가단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건 반드시! 무조건! 선정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ㅋ

 

 

 

 

 

 

 

나이가 들면 소심해져서 별것도 아닌 것에 마음이 다치고 상하게된다. 물론 소심한 마음에 성공학이나 행복론 같은 자기계발에 관한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난 왠지 이런 나를 끌어 안고 다독여주고, 나아가서는 힐링하게 만드는 그런 책 한 권쯤 읽어보고 싶다.

그런 책이 몇권은 더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슬쩍 끼워넣고 싶다. 목차를 보니 지금 내 상태에 제법 근접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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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2-11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모님 글 중에 가장 늦게 작성된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이제껏 완득이를 본다고 이 글 첫 추천도 못찍고 ㅠㅠㅠ 아쉬운걸요.
아마 <고전의 유혹>의 여자아이는 컨셉사진이 아닐까요 ㅋㅋ
그저 저는 도본좌의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지 말입니다

stella.K 2012-02-11 17:01   좋아요 0 | URL
왜, 나 전에 늦게 작성한 적 있어.
책도 늦게 보내주는 판국에 까짓 꺼 좀 늦게 작성하면 어때?
이것도 귀찮아서 안 하려다 저 도본좌 땜에 작성한 거다.ㅋㅋ
근데 서울 아닌가?
어제 졸업했지? 축하해. 너에게 있어 한 시절이 가는구나. 그지?
이 댓글 보거든 너 갖고 싶은 책 있음 한 권 알려줘.
주소 3종 세트와 함께 말야. 가짜 이모라도 이모는 이모니까 책 한 권
선물해 줘야하는 거 아니니? 책이 싫으면 음반이나 알라딘에서 먹고 싶은 군것질 거리도 괜찮아.^^

이진 2012-02-12 00:09   좋아요 0 | URL
어!
이모 정말요?
아, 요새는 책을 찾으러 다니질 않아서 뭐가 재밌어보이는지 모르겠는데 ㅎㅎ
마침 또 책사려고 뒤적뒤적 거릴려고 준비중이었어용

차트랑 2012-02-11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 무용론 내지는 회의론을 제기하신 분이
계시더란 말씀이죠...
흠...담력이 상당하신 분^^


stella.K 2012-02-11 11:56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사람이 딴지총수로 알고 있어요.
그거 알고 좀 어이가 없던데.
당시 그에 동조했던 개그맨이 있었던 것 같고.
뭐 그게 아니어도 간간이 제기하고 나왔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쩝

숲노래 2012-02-11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면 쉬 아프기도 하지만
쉬 즐겁거나 웃을 일도 있지 않느냐 싶어요.

stella.K 2012-02-11 11:5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어떤 사람은 나이들어 더 편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저는 웬지 싫더라구요.ㅠ

기억의집 2012-02-1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청소년들에겐 절대 고전을 권하지 않는데,,,,나이 들어 천천히 읽어도 된다는 주의에요.

저는 폭풍의 언덕 정확하게 중이 겨울방학 때 읽었어요. 읽을 당시의 그 느낌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책이에요. 워낙 책이 격정적이고 브론테의 글이 상당히 감정을 자극하지요. 쥐었다펴락. 나중에 히스클리픈가 하는 주인공때문에 어린 나이에 열 받아서.아직도 그 기억이 나요.


저는 힐링쪽이나 윌든 같은책은 주어도 안 읽게 되요. 사는 팔자가 좋아서 그런 가 봐요.

stella.K 2012-02-11 12:00   좋아요 0 | URL
청소년 때 고전 누가 읽나요?
그나마 학교에서 읽어라 읽어라 하니까 몇권 읽어주는 거죠.
그런데 그게 나이들면 왜 그런지 알게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그때부터 읽어도 늦진 않을 것도 같아요.^^

페크pek0501 2012-02-1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이렇게 소개해 주시니 좋은데요.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책을 사고 싶군요.
그런데 참아야겠어요. 어제 책 7권을 주문하고 입금했답니다. 이제 두 달 뒤쯤 살래요.

고전이 좋은 이유는 사유의 깊이에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유명한 고전을 읽을 땐 이 책이 왜 유명한 고전이 되었는지를 알아내고 말겠다는 각오로 읽어요. 모르겠으면 한 번 더 읽어요. 마르게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은 재미없게 읽었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같은 작품은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이건 청소년이 읽어도 좋을 책이에요. 제발, 청소년이 재미없는 책 말고 재밌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학교에서 신경 써서 지도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냥 유명한 고전은 다 읽어 보란 식으로 목록을 주고 지도해서 청소년이 한두 권 재미없게 읽으면 평생 책과 안 친하게 살게 될까 봐 걱정돼요. ㅋㅋ

stella.K 2012-02-11 12:45   좋아요 0 | URL
저도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라 군침만 흘려요.

그래도 우리 청소년 때 비하면 낫지 않을까 싶어요.
프로 독서가들은 고전은 어려워도 날로 읽으라잖아요.
정석대로 읽으라는 소린데 그것을 주도하는 건 역시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들이겠죠.

백년 동안의 고독 정말 재미없죠? 저도 오래 전 읽다가 엎었어요.
넘 재미없어서. 그런데 이책 재밌게 읽었다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기가 팍 죽더라구요. 죄와벌은 저도 나름 재밌게 읽었어요.^^

진주 2012-02-11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학생들한테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잘도 설명하지만요..)저는 어릴 때부터 고전이 좋았어요. 그냥 좋아서 읽어요. 폭풍의 언덕은 최소한 스무 번은 더 읽었을 듯. 그게 고전이라서 많이 읽은건 아니고요 좋아서 읽다보니 그게 고전이었어요^^

stella.K 2012-02-11 14:53   좋아요 0 | URL
ㅎㅎ 학생들에게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잘 설명하시면서
진주님은 그것을 모르시다니. 그거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의
반의적 표현은 아닐지.ㅋ

와, 폭풍의 언덕을 그렇게나 많이 읽으셨습니까?
저는 초등학교 때 어린이 문고로 읽었는데 그것도 다 읽지도 않았나
봅니다. 딱 한군데 빼놓고 이토록 새로운 것을 보면.
그런데 제가 드라마를 많이 본 것 같기도 해요.
이야기의 얼개는 드라마에서 많이 차용한 것처럼 보여 새롭지는 않거든요.
단지 작가의 상상력이나 테크닉이 다르고 뛰어나다는 것이겠죠.^^

차트랑 2012-02-1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담탱(담이 큰사람)이가 딴지총수라니...
또 한 번 흠...입니다

저는 중3때 죄와벌, 데카메론, 세익스피어 진집을 읽었는데
그 이유는 그 책들이 집에 있어서
그저 아무생각 없이 읽었다는...

죄와벌은 초반부터 이해할 수 없는 매력에 빠졌구요.
데카메론을 읽어본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ㅠ.ㅠ
누군가는 그것도 책이냐고 그러더라구요 ㅠ.ㅠ
(사실, 책 자체가 주는 의미외에는 뭐...)

세익스피어 전집은 누군가가 책팔아 먹으려고
떠넘기듯 해서 들여 놓았던 모양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중3에게는 수준에 맞지 않는 책들이었더라구요 모두 ㅠ.ㅠ
아, 데카메론은 당시 중3인 제게는 좀 선정적이었다는...

결론은 읽을 책이 없다보니
아무것이나 닥치는대로 읽었다 뭐 그런 뜻입니다 ㅠ.ㅠ

그런데요.. 댓글에 댓글을 달려면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스텔라님?

stella.K 2012-02-12 13:33   좋아요 0 | URL
ㅋㅋ 아 그걸 모르셨구나. 조기 차트랑공님 옆에 <댓글달기>라고
나와 있잖아요. 그거 클릭하시면 댓글창이 떠요.
하긴 저도 처음에 이거 바뀌고나서 꽤 헤메었습니다.ㅎ

그러니까요, 아마도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던 건
한마디도 이해 못할 책을 고전이라고 해서 읽는다는 게 가당키나 하냐
뭐 그런 뜻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고전 문학은 그나마 읽어주겠는데, 예전에 저는 니체의
<차라투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란 책을 단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했으면서
꾸역꾸역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걸 청소년 시절에 읽었으니
이해 못할 건 당연하죠. 그래서 고전은 어려운 거란 편견을 그때 가진
것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뭐 차트님은 책이 많은 환경에서 자라셨나 봅니다.
인생 어느 한때는 그렇게 닥치는대로 책을 읽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알고보니 차트님은 뼈대있는 가문의 자제셨나 봅니다.ㅋㅋ

차트랑 2012-02-1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구구...
뼈대있는 가문이라고 오해하시면 안됩니다요
그건 오해입니다요 ㅠ.ㅠ

그나저나 고전은 그냥 고전은 아니라는 말씀 ㅋ

제가 질문을 제대로 하지못했다는 것을
지금 알게되었습니다.

위에서 제가드린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고
다음의 내용이 저의 질문입니다.

질문:
스텔라님께서 지금처럼 글을 쓰시죠.
1. 저는 스텔라님의 글을 읽고 그 아래에 댓글을 답니다.
(이 글에는 '댓글달기'라는 버튼이 보입니다)
3. 스텔라님은 그 버튼을 누르시고 저의 댓글에 댓글을 쓰시죠
그런데 이 글에는 '댓글달기'버튼이 보이지 않습니다 ㅠ.ㅠ
3. 저는 다시 댓글을 달 필요가 생긴거죠.
그러나 '댓글달기'라는 버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로 아래에 이어서 댓글을 달 수가 없습니다.

4. 그런데...
다른 분들은 잘만 댓글을 다시더라는...그런 말씀입니다 ㅠ.ㅠ

댓글달기 버튼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댓글을 바로바로이어서 다시냐하는 것이
제 질문이었답니다 ㅠ.ㅠ

별걸다 질문드려서 뭣합니다만
저는 알 필요가 있고...
그러나 그 방법은 모르겠고...
그렇답니다요 스텔라~님 ㅠ.ㅠ

stella.K 2012-02-12 15:29   좋아요 0 | URL
알겠습니다. 그건 무조건 차트랑공님이 처음 다셨던 <댓글달기>만
누르셔서 계속 댓글창을 만들어 나가시면 되요. 보여드릴까요?
저의 이 댓글을 여기서 마감하겠습니다.
또 달고 싶으면...? 댓글저장을 누르시고,

stella.K 2012-02-12 15:30   좋아요 0 | URL
또 차트랑공님 옆에 있는 댓글달기를 눌러
댓글을 달았습니다.

stella.K 2012-02-12 15:51   좋아요 0 | URL
또 댓글달기를 눌러 댓글을 쓰지요.

근데 저는 차트님 이 질문이 왤케 웃음이 나는 걸까요?ㅎㅎㅎㅎ
자, 그럼 해 보시겠습니까?
댓글 이어달기 전혀 어렵지 않아요~
굴비를 엮는다고 생각하시고 함 해 보세요!ㅋㅋ

차트랑 2012-02-12 17:49   좋아요 0 | URL
하이고~
캄사합니다~
어디 그럼 저도 달아볼까요?^^

차트랑 2012-02-12 17:53   좋아요 0 | URL
헉~!!!
일케하는 것이었구먼요 ㅠ.ㅠ
남들은 잘도하는데
'왜 저만 그것이 안되는 것이냐고요??' 했지 뭡니까요??
알고보면 지뿔도 아닌데
글케 속을 썩였다는 말씀 ㅠ.ㅠ
몇날 몇일을 두고 고민했지 뭡니까요??

스텔라님 덕분에 이제 저도 줄줄이 알사탕을 엮을 줄 알게 된겁니다잉~!!
무지무지 감사드립니다 꾸벅~^^
근데,
댓글 추천기능은 없는 것인가요?? ㅠ.ㅠ

stella.K 2012-02-13 12:1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몇날 며칠!
이 블로그라는 게 정말 알면 간단한 건데 모를 땐 참 속을 섞혀요.
그죠? 저도 그런 적 많아요.ㅋㅋ

아이리시스 2012-02-15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저거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가 에세이였어요? 인문학인 줄 알고 어려운 책 나왔구나 했는데 왜 그랬지?(반말..)

스텔라님, 맞아요. <폭풍의 언덕> 쫌 그래요!

stella.K 2012-02-16 11:47   좋아요 0 | URL
ㅎㅎ 아이님 독백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는데요 뭐.
근데 오랜만이어요. 잘 지내고 있습니까?

<폭풍의 언덕> 어렸을 때 어린이 문고로 읽다 포기했었나 봐요.
이렇게 성인이 되서 읽어보려고 하는데 왤케 안 읽히는지
출간 당시엔 악평을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읽다 읽다 오늘은 번역자의 해설을 읽었는데 그나마 좀 이해가 갔다능.
하루 50페이지씩 읽다 그저께부터 40p로 줄여 읽고 있어요.
그래도 뭐 마지막 고지가 보이긴 해요.ㅎ
 
<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오래 전부터 새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 새해가 되었다고 계획 세우고, 새로운 소망을 품어보고 하는 호들갑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책만큼은 지난해 보다 더 많이 읽어야지 매번 꿈을 꿔 보지만 한 해를 마감할 즈음 돌아보면 전 해 보다 나은 것이 없다. 그래도 자꾸 꿈을 꾸다보면 언젠가는 그꿈도 이루어질 날이 있지 않을까?  

솔직히 작년엔 이것 저것 건드린 책은 많았다. 하지만 정작 완독한 책은 그에 3분의 2정도의 수준이다.

어제 아침 프로를 보니 모 고등학교 교사가 쉬는 시간 10분의 위력을 보여 주었다. 말하자면 하루 7시간 수업을 들어간다고 치면 중간에 10분을 활용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최대한의 효율을 위해 그때는 어렵지 않은 책을 읽기로 한단다. 그러면 하루면 70분. 요는, 한달이면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완독할 수 있다는 말이다. 700페이지라면 웬만한 책 두권이고, 두꺼운 책 한권이다. 그렇게 공부해서 따낸 국가자격 시험이 50개라나? 뭐라나. 

갑자기 그 말을 들으니 사놓고 두꺼워 완독 못한 책이 좀 억울해졌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고,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그렇게 하루 10페이지씩만 읽어도 가능했던 걸 뭐했나 싶다. 

그래서 나도 올핸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보는 전법(?)을 사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난 습관적으로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 다닌다. 어떤 땐 볼 것이 없는데도 그러고 있다. 하루동안 이것에 빼앗기는 시간 15분만 줄여도 좋지 않을까? 올해는 너무 밋밋하게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살지말고 뭐 하나라도 조그맣게 실천하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이번에도 마감을 하루 앞두고 평가단의 미션을 수행하게 됐다. 이건 솔직히 어쩔 수 없다. 미리 하는 건 기대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냥 쳥가단 활동을 하는 동안은 마감이나 잘 지켰으면 할 뿐이다.

 

사비 아옌의 <16인의 반란자들>

 

스페인 출신 문학전문기자 사비 아옌과 스페인 출신 사진기자 킴 만레사가 3년여 기간 동안 세계 일주를 통해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16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만나 길게는 8일, 짧게는 6시간 동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인터뷰집이란다. 

거기엔 우리가 알만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나온다. 이를테면, 주제 마라사구라든지, 다리오 포, 또는 오르한 파묵 같은. 솔직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책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어 누가 타든 그다지 관심은 없는데 인터뷰이로 그들 저마다의 삶이나 문학을 바라보는 통찰적 안목이 어떨지 궁금해지긴 하다. 특별히 여기엔 사진도 포함이 되었다고 하는데 세계적 작가의 모습이 어떻게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소장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단지 흠이 있다면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얇아도 되는 걸까? 불만중이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작년 12월에는 유난히 오래 전에 나왔던 책들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게 많았다. 예를 들면 모윤숙의 <렌의 애가>나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도 개역판으로 나왔다(개정판과 개역판은 같은 건지 다른 의민지 모르겠다)등을 들수가 있는데, 여기에 추가하여 알랭 드 보통의 <불안> 또한 새옷을 입고 재등장 했다. 사실 난 이 책의 구판을 가지고 있다. 몇년 전 무슨 책을 샀더니 끼워 준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이책은 좀 세련되 보이긴 한다. 

사실 나이들면(이놈의 말은 가급적 안하는 것이 좋긴 할 것이다)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진다. 물론 걱정과 불안이 좀 다르긴 하지만, 또 알고보면 한 줄기에서 파생된 것이기도 할 텐데 보통은 불안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보통은 철학이라고 해도 우리와 친숙한 주제를 끌어와 쉽게 펼쳐 보이는 몇 안되는 이야기꾼이다. 그래도 철학책은 철학책이라 만만치 않을 수도 있는데 이 싯점에서 평가단 도서에 선정이 된다면 꼼짝없이 읽게될 테니 모처럼 책읽기의 괴로움(?)을 만끽해 준다면 그도 나쁘지 않은 추억이 될 것도 같다.

 

이동진의 <책은 밤이다>

 

사실 만만한 게 독서에세이라고 평가단에서 이런 책을 또 선정해 주길 바란다는 건 확률적으로 볼 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책에 관한 에세이는 지난 번에 선정된 바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동진이라면...! 

이동진은 아마도 영화평론의 대중적 인물 1세대인 고 정영일 씨의 뒤를 이어 가장 대중적 인물은 아닌가 한다. 나는 벌써 몇년째 한 인터넷 TV에 나오는 그의 영화평을 꾸준히 시청하고 있고, 작년인가 재작년까지 책을 소개하는 유수한 공중파에서 그가 쏟아 놓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나는 말 잘하고, 날카롭고, 진지한 그가 (나름)좋다. 아직 그의 책을 읽어 본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부제가 마음을 끈다.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그가 읽은 책에 대한 소회를 쓴 책인데 글빨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책 표지 그림도 마음에 들고.

 

조용호의 <시인에게 길을 묻다>

 

소설가이자 문학 전문기자인 저자가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24명의 대표작을 그들의 삶 속에서 풀어내 보여주는 에세이이라고 한다. 시를 그다지 좋아하거나 아는 바는 없지만 작가에 관한 책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웬지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인을 몰라보는 것은 아니며 또 누가 아는가? 이책을 통해 없더 시에 관한 관심이 생길지.ㅋ

 

 

 

 

 

레너드 카수토의 <하드 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에세이 분야라고 해서 꼭 지극히 에세이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책은 첨 봐서는 에세이 분야는 아닌 성 싶기도 하다. 더구나 부제가 미국의 범죄 소설사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역사물 같기도 하고, 예술분야 같기도 하다. 왠지 좀 지적일 것도 같고. 그런데 에세이 분야라고 꼭 이런 책 읽지 말라는 법있나? 지금 가장 가슴 떨리게 읽고 싶어진 책이 바로 이책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분야의 책을 좋아하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너무 내가 좋아할 책만 읽는 것도 개인의 독서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안 읽어 본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꽤 괜찮은 독서 경험이겠지. 기대해 봄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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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1-0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엇, 하드 보일드 센티멘털리티가 에세이 부문에 있던가요!
저는 못봤는데 말입니다...
만약 있더라면 이쪽에 정말 미치도록 좋아하는 제가 안할리야 없죠.

평가단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요.
제가 일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공부랑 병행하려다보니 주위에서도 치이는 일이 많고
이렇게 꼬박꼬박 페이퍼 작성하는 것도 힘들고...
페이퍼는 작성안해도되니 이제부터 때려치워버릴까요 ㅋㅋㅋ

근데 이러면서 또 11기 신간평가단 신청한다 나,
이번에는 소설할거야요!

stella.K 2012-01-09 13:27   좋아요 0 | URL
그니까. 이책에 에세이에 분류되어있다는 게 좀 신기했는데
이번에 선정되면 대박이지 뭐. 난 분명 에세이 부문에서 봤으니까.ㅎ
지금이라도 올려서 힘을 보태라구.
나도 11기를 하게될까?
에세이 난 대체로 만족하는데 소설이나 자기계발 분야도 관심은가.ㅋ

숲노래 2012-01-09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간에서 응가 누면서 몇 쪽이라도 읽으면
어느새 책 몇 권을 읽을 수 있기도 하겠지요 ^^;;;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고 반찬을 하다가
가스불 셋을 켜 놓고
눈코 뜰 사이 없는데,
참말 그야말로 책 한두 쪽 읽을 만한
겨를이 나기도 해요.

손이 젖지만,
펼친 책을 한쪽에 놓고 그냥 들여다보기만 해도
좋기도 하더라고요 ^^;;;;;

stella.K 2012-01-09 13:25   좋아요 0 | URL
ㅎㅎ 된장님 어찌 사시는지 궁금해요.
그러니까 옆지기분이 돈벌러 나가시고, 된장님이
집안 살림하시는 건가요?
저는 첨에 된장님이 여자분이신 줄 알았거든요.
인간극장 같은데서 찍어가게 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어요.ㅋㅋ

그런데 거 책이란 게 그렇더라구요.
작정하고 책상다리하고 읽는 거 보다 그렇게 자투리 시간내서
읽는 게 훨씬 더 집중해서 읽고, 많이 읽게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어찌보면 쉴 때는 쉬어줘야 하는데 쉬는 시간 조차
책을 읽어야 하나? 빡빡한 느낌도 들기도 해요.
다 장단점이 있겠죠?^^

cyrus 2012-01-09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유일하게 읽었던 게
<불안>이에요. 저 역시 군 복무할 때 구판으로 읽었어요. 이동진의 <책은 밤이다>..
저는 지금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는 중이에요 ^^;;

stella.K 2012-01-10 11:16   좋아요 0 | URL
난 어찌어찌 하다보니 한 세권쯤 읽은 것 같다.
사 놓고 읽지 않는 책도 그쯤되고.
철학의 문제를 이렇게 대중적으로 잘 푸는 몇 안되는 작가라는 건
인정하면서도 확실히 철학은 큰맘 먹지 않고는 읽어낼 수 없는 건가 싶어.
그렇구나. <책은 도끼다> 괜찮을 것 같아.
하지만 이즈음 책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니까 그도 관심이 좀 떨어지더군.
이동진 책에 대해 뭐라고 써놨을지 모르지만
그는 영화 얘기할 때가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해.ㅋ

차트랑 2012-01-10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랭드 보통은 지난 해의 키워드 작가 중 한 분이였던 듯 합니다.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독서 대기작으로 머리맡에 놓아두었는데 얼른 읽어보고 싶군요.

stella.K 2012-01-10 18:29   좋아요 0 | URL
여행의 기술은 저도 읽긴했는데 그 보단
왜 나는 사랑을 하는가를 재밌게 읽은 것 같아요.
저도 몇권있는데 이렇게 못 읽고 있네요.ㅠ

아이리시스 2012-01-10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권 다 재밌겠어요. 에세이는 읽고 휙 던져두고는 정말 거기서 끝내는 편이라서 실패율도 되게 높은 편해 속하는 장르예요. 안그래도 <밤은 책이다> 목차 보면서 책을 많이 메모해뒀는데 절판된 책도 많더라고요, 아쉽게.

stella.K 2012-01-10 18:52   좋아요 0 | URL
전 소설이 그래요. 그래서 고르기가 좀 겁나더라구요.
그래도 다음 기에도 평가단을 하면 소설을 해 볼까 그런 생각도 해요.
너무 겁내하는 것도 그렇고 요즘 소설의 경향도 알아야 할 것도 같고.
물론 그냥 생각만 이래요.
그래도 난 요즘 에세이가 좋아져서 별 불만없어요. 히~
 

10년 전이면 이보다는 젊어있었지.

모처에서 연극 대본을 쓰고 있었다. 물론 극단처럼 전문적으로 했던 건 아니지만 나름 필요했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했다. 형식적이긴 했지만 원고료도 받았다. 작가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건 무슨무슨 문학상을 받았냐 아니냐도 필요하겠지만, 그 잣대는 내가 원고를 쓰고 원고료라는 것을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가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그렇다면 작가고, 그냥 썼다면 그건 작가지망생에 불과할 것이다.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이라도 가지고 있었어야 했다. 그래야 버틸 수 있었을 테니까.

작가. 나름 얼마나 동경하고 바래왔던 일이던가. 처음 짧은 대본, 아마도 A4 용지 3매 정도를 쓰고 받았던 나의 원고료는 5만원이었던가 했을 것이다. 그맘도 17,8년 전 일이다. 그 대본은 굳이 말하자면, 고등학생 학습을 위한 대본이라고 해두자. 이로써 나는 작가가 된 거야. 나름 뿌듯했다. 그러다 성인들과 함께하는 본격 연극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썼던 건 크리스마스용 뮤지컬 대본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장을 여는 시발이었다. 나름 시작이 좋았으니 정말 내가 뭐라도 된 듯했다.

하지만 뭐든 어려운 시기가 온다. 글을 쓰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인간관계가 가장 많이 어렵고, 나의 발목을 잡는 일이다. 사람이 싫으면 싫어서 어렵고, 좋으면 좋아서 어려웠던 것 같다.

그 일은 새로운 밀레니엄과 함께 시작이 되어서 2006년 초 공식 해단에 이르렀는데, 우리의 공식 활동은 2005년 말까지였다. 그러니까 무려 6년을 꽉 채웠다. 해단을 하고 보니 당장은 섭섭한 마음 보단 시원하단 생각 밖엔 들지 않았다. 그만큼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런 조사도 있단다. 스트레스로 인해 단명하는 직업군에 언론인, 작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알만하다. 역사적으로도 문명을 떨쳤던 작가들은 거의 단명하지 않았나. 물론 그렇지 않는 문인도 많이 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었던 건, 그 6년의 기간 어느 한 해는 일종의 신경쇠약으로 병원에 잠시 입원했던 적도 있다. 물론 지금도 모를 일이다. 병원에 입원할 운명이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정말 글쓰는 스트레스가 심해 병원에 입원했는지는. 그때 내 작품을 연출한 연출가가 엄청 나를 쪼아댔으니까.

그런데 지금 세월이 지나 생각해 보면, 작품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것은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란 생각이 든다. 난 오히려 그 외의 부수적인 일에 괜히 핏대를 세우고, 필요 이상의 과도한 오해를 하고 그래서 관계를 더 안 좋게 만들고, 나 자신에게 상처내는 일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더라도 오래 해왔으니 지칠 때도 됐다. 해단에 미련 같은 건 없었다. 만일 내가 글을 다시 쓴다면 연극 대본 같은 건 안 쓰고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소설이나 써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이렇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사람들과 부딪혔던 기억 보단, 웃고 떠들고 서로의 꿈과 비전을 나눴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일에 대한 그리고 나의 태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대한 시야가 확보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때를 돌이키면서, 그때가 그토록 어렵고 힘들었다면, 나는  야마모토 겐이치의 <리큐에게 물어라>는 책을 뽑아 들었을 것이다. 재미도 재미지만 묵직한 울림이 좋았다. 그리고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이 놀라울 정도다. 그것을 통해 인생을 관조하는 주인공의 시선이 마치 무사가 한점 흩트러짐 없이 난을 치던 그 자세가 연상이 되면서 깔끔하고, 정갈하다.  

물론 리큐는 나중에 활복자살을 하는 것으로 끝마치지만(아무래도 그것은 그 시대 그 나라만이 갖는 독특한 문화라면 문화 같다) 유독히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했던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책은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실 인생에 코치나 멘토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당시도 상의할 상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멘토해도 좋을만치 의지할 상대는 아니었기에 그 시절 나의 삶은 더 미숙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이 책이 멘토링이 될만한 책은 아니다. 그런 것을 원한다면 자기계발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난 그저 리큐의 영혼.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 뿐이다. 

 

사실 10년 전 그 시절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게 한 가지 더 있었다면 앞서 말한 연출가를 좋아했던 이유도 있었다. 마음으로는 좋아했지만 작가와 연출가란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그와 했던 첫번째 작품을 빼놓고 거의 매번 의견의 차이 때문에 싸웠다. 그리고 급기야는 결별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얼마 후에는 아예 팀을 떠났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떠나는 결정적인 이유가 나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 정도. 그래도 그는 나 때문에도 힘들어 했었던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내가 그 시절 그와 악바리 같이 싸웠던 건 꼭 내가 작가고 그는 연출가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다. 사랑 아니 적어도 좋아하는 마음은 계산되어지는 것이 아니라지만, 나이도 나 보다 어렸고, 나는 그저 평범한 중산층이지만 그는 상류층이다. 무엇보다 자기 세계가 확고해서 남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런 그를 내가 좋아하는 건 의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도 안 좋은 사이가 되어버렸는데,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선 진짜 좋아해 보기도 전에 지레 겁먹고 거절 당하는 것이 두려워 싸워서라도 나의 마음을 경계하려는 것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은교>의 박범신 작가는 그런 인간의 감춰진 심리를 묘파하는데 탁월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늙은 육체에 자신의 영혼을 가둬두고 나중엔 육체를 태우고 한줌의 재로 남는 이적요 노인이 나와 같아서일까? 난 마지막 장을 읽고 이내 울어버렸다. 

사랑은 원래 양쪽 눈을 뜨고 있는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육체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노쇄해 진다. 이것이 또한 인간의 딜레마다. 나이가 먹으면 시야는 깊어질지 모르지만 활동 반경이 좁아진다. 스스로를 제한 시키지 말고 도전하고 후회를 될 수 있으면 적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사랑을 못하는 것 보다 실연 당할 때 당하더라도 사랑하는 영혼이 더 아름답다. 

 

내가 작가가 되길 소망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그것은 반쯤은 이루었지만 당시엔 사람들은 나를 괴롭힌다고만 생각해서 반쯤 이룬 것 보단 반쯤 안 이룬 것에 더 많이 침잠해 들어갔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사람이 뭔가에 뜻을 품었으면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것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습관적으로 작가들의 글쓰기에 관한 책에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글쓰기 비법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작가는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 내지는 작가적 태도를 알고 싶어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작가의 꿈만 꿨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작가가 되겠는가도 중요하다.

 

올여름의 끝자락에서 김영하의 <검은 꽃>을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작가는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통찰이었다. 작품에 보면 박광수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는 원래는 신부가 되려다 신내림을 받고 박수가 된다. 우린 무당하면 무조건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데 무당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해석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 한다는 점에선 작가도 이래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의 확대까지 가능해 졌다. 그때 나는 너무 안일했다.

 

사실 해단이 이루어졌을 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나에게 있어서 한 시대가 갔다는 것이다. 한 시대가 가면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한 시절을 자꾸 그리워하고 추억한다는 것은 그 시절을 두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도망치듯. 그렇다. 그것에 미련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도망친 것에 불과했음을 시간이 흘러 깨달았다. 내가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을 읽고 리뷰에 결핍이란 단어를 썼다. 무슨 맥락에서 썼냐면,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가는 맥락에서 그렇게 썼다. 나는 한 시대를 충분히 누렸다고 자부할만큼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늘 뭔가에 목말랐지만 그것이 꽉 채워져야 글을 쓰게 될 줄 알았다. 충만해서 글을 쓰길 바랬던 것이다. 뭐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죄짜내는 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즈음 생각해 보면 충만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근육이든 생각이든 자꾸 쓰는데서 발달이 되는 것처럼 모자라고, 부족한 가운데 쓰는 것이 또한 글 같다. 

그런데 난 그동안 뭔가를 끄적여왔던 것 같긴 하지만 자신감은 10년 전보다 훨씬 더 없어져 심지어는 내가 뭘 해왔는지 조차 까먹고 있었다. 그래서 모 작가가 나에게 작가 포스가 느껴져요 했을 때도 나는 한사코 부인만 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이책을 읽었을 때, 난 자기가 하는 일에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쓴적이 있다. 은희경 작가가 그랬다. 이책은 거의 자신의 일과 관련해서 느끼는 바들을 솔직하고 간결하게 재잘거리듯 쓴 책이다.

나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것을 밝히기가 은근 쑥스러웠다. 더구나 최근엔 글써서 원고료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밝힐 입장이 못 된다. 예전에 글 좀 썼어요. 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그런데 좀 우스운 건 다시는 연극 대본은 쓰지 않겠다는 내가 얼마 전부터 다시 붙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랜 잠을 자다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느낌이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전보다는 훨씬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왜 일까? 아마도 밝힌 이 다섯 권의 책을 읽었기 때문은 아닐까.ㅋ

아무튼 나의 새로운 출발에 축복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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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2-18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복해드리고 싶군요. 건필하시길..^^

stella.K 2011-12-19 13:5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킹피셔님.
영화 <피셔킹>이 생각납니다.
그 영화 정말 재밌게 봤는데.ㅎ

조선인 2011-12-1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시 시작하는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건강한 연말연시 되시길.

stella.K 2011-12-19 13:55   좋아요 0 | URL
에고 뭘요.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인데 이것도
주변머리가 없어 열심히도 못한답니다.
암튼 고마워요.
조선인님도 좋은 연말연시 되시길.^^

blanca 2011-12-2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읽으니 스텔라님...저는 감동받았어요. 스텔라님이 희곡을 쓰고 또 어떤 남자는 연출을 하고. 스텔라님의 그 시대가 눈 앞에 떠오르기도 하면서. 스텔라님 작가 맞아요.

stella.K 2011-12-22 14:38   좋아요 0 | URL
아, 브랑카님. 님은 항상 저에게 조용히 응원을 해 주시는 분이군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이거 약간의 목적이 있는 페이퍼에요.
모처에서 입상하면 돈 준다기에.ㅎㅎ
이것 밖에는 글을 쓸게 없더라구요. 써놓고도 좀 강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했는데 까짓 거 지난 얘긴데 뭐 어떠랴 싶더군요.
근데 저 거기서 가장 낮은 등수의 입상도 못했더라구요. 얼마나 화끈거리던지. 기운도 빠지고. 아, 글쓰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조용히 와서 응원해 주시는 브랑카님 같으신 분 계셔서 고마워요.
작가는 누가 불러줘서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고, 나 스스로 그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 같더라구요.
누가 너 작가 아냐. 해도 저는 작가라고 우기며 살랍니다.
내가 원고료로 단 돈 10원을 받아도.ㅋㅋ

문지원 2011-12-22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 넘 해박하셔서 근접이 어려울듯----

도움이 필요합니다 재닛말콤 저널리스트와 살인자 란 책이 너무 읽고 싶은데 도무지 검색이 안되는군요...혹시 제가 구입할 수 있게 길잡이가 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 날...

 

한 달여 전(어쩌면 그 보다 오래됐는지도 모르겠다) 바다출판사 편집자님으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었다. 물만두님 1주기 즈음에 맞혀 책이 나올 예정인데, 그에 앞서 고인이 살아생전 알라딘에서 가까이 지내셨던 지인들로부터 추모사를 받고 있는데 써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가까이 지냈던 건 사실이지만 다른 많은 분들과도 교분을 나눴던 것으로 아는데 나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나 반갑기도 했지만 얼떨떨했다.

무엇보다 고인이 마지막 생의 몇 주 또는 몇달여를 지내면서 내심 알라딘에서 볼 수 없어서 걱정하면서도 현재의 상태를 알 수가 없으니 다소는 무심하게 지냈던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나는 물만두님이 돌아가시던 날 문상을 하지 못했다. 주최측에서 가급적 조용히 지내고 싶으니 문상을 사양한다고 했던 말을 핑계 삼아 가지 않았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기도 했던 것이다. 

그분이 저 세상에서나마 나를 기억해 준다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살아생전 좀 더 애틋한 정을 나누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었다.

 

추도사에서도 썼지만, 그분은 흘러가는 시간을 무척 아쉬워 하셨다. 아마도 그건 좀 더 많은 책을 읽어내지 못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내가 죽기 전 다섯 수레 가득 책을 다 읽고 죽을지 모르겠어요." 그 말은 지금도 나의 뇌리에 메이리처럼 앙금져 남았다. 죽음이란 단어도 단어지만, 나는 물만두님 보다 턱없이 부족한 독서량으로 나도 언젠간 죽을 텐데, 아니 언젠가는 노안으로 책을 보지 못할 수도 있는데 저 물만두님의 반이라도 다부진 꿈을 가질 수 없을까? 언젠가 나의 서재 페이퍼에 쓰신 댓글에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때를 추억 삼아 추도사를 썼다. 더 길게 쓰고 싶었지만 정해진 분량에 맞추느라 더 쓰지도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기다렸었다. 너무 많이 오랫동안.

어떤 땐 약간의 화도 났었다. 책이 나온다는데 도대체 언제 나온다는 거야? 하지만 누구에게 화를 내야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알라딘은 아닐테고, 어느 출판사가 담당했다는데 그 출판사가 어딘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물만두님이 위독하다는 사실도 모르고, 어느 날 습관대로 내 서재에 들어왔더니 한 서재 지인으로부터 장문의 댓글이 달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용인즉, 물만두님 본인이 원하든 원치않든 뜻있는 사람끼리 모아서 책을 내보는 것이 어떤지  중지를 모으던 중 나에게도 같은 의견을 물어온 것이다. 나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무엇보다 본인의 의사가 더 중요한 건데 과연 그것을 물만두님이 선뜻 받아들이실런지 그것이 의문이었다. 

그런데 그 장문의 댓글을 받은지 얼마지나지 않아 그런 비보를 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분의 리뷰집이 나올거라는 말을 듣고, 일은 또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 한시름 놓은 느낌이었다.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얼마가 걸리는지 독자는 알지 못한다. 

뭐든지 빨리 빨리 하는 세상에서 그저 물만두님 책이 얼른 나오지 않는다고 내내 툴툴거렸다. 추모사를 써서 출판사에 보내고도 얼마를 더 기다렸더란 말인가. 책을 더 잘 만들기 위한 출판사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아마도 물만두님 1주기를 맞추기 위한 출판사의 계산도 어느 정도는 포함이 된듯도 싶었다. 

그래. 그런 뜻도 나름 나쁘지 않으리라. 그리고 조금 지나자 어느샌가 모르게 알라디너 여러분들이 책의 이미지와 함께 하나 둘씩 물만두님을 추억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었다. 

 

집을 나서다...

 

출판사 편집자님으로 부터 또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이달 14일 물만두님 1주기겸 출판 기념회에 와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 메일이 어찌니 친절하던지 울컥했다. 마치 친구를 잃어 울적해진 마음을 그제야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가야지. 가야하고 말고.  장례 때도 못 갔는데 추모식에서 조차 가지 못한다면 평생 물만두님을 잊지 않겠다는 그 약속을 공수표로 날리게 될 것만 같아 기꺼이 집을 나섰다. 

나름 일찍 집을 나섰지만 추모식이 열리는 카페가 있는 합정동은 익숙한 동네가 아니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요즘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계에 익숙한 젊은 사람 누구라도 붙잡고 물으면, 그 사람이 그곳을 알고 있지 않아도 가르쳐 줄 수가 있다.

'아, 이런 친절한 아가씨가 다 있을까?'

그 아가씨는 예쁘게 생기기도 했지만 마음씨도 좋아 마침 같은 방향이니 가는데 까지 가서 다시 한 번 가르쳐 주고 가겠노라고 했다. 감탄했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악한 사람도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친절하고 착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또 어찌보면 그곳에 다 와서 헤메지 말라고 물만두님이 길을 인도하는 천사를 잠시 보내주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만난 알라딘 사람들...

 

제일 먼저는 카페 입구에서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 주신 편집자님 만났다. 

물만두님 때문에 나를 울렸던 분. 물만두님 조차도 나를 울리지 못한 것을 이 분이 나를 울리셨구나. 고맙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렇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물만두님이 세상을 떠나시던 날 가슴을 쓸어내린 건 사실이지만 왠지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그 고통스러운 육체는 벗지 않으셨나. 그분이 건강하게 가족과 우리 곁에 함께 계시면 그것처럼 좋은 일은 없겠지만, 고통스러운 육체를 감내하면서 까지 오래도록 우리 곁에 살아계셔 달라고 바라는 건 옳은 일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했을 뿐이었다. 나는 오래 전 나의 아버지를 떠나 보내드릴 때 그런 생각을 하며 보내드렸으니까. 무엇보다 가족들이 언젠가 그 의미를 깨달을 때가 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또 부인할 수 없는 건, 역시 인터넷이란 무한 공간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그토록 거의 매일 댓글을 달고 소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물만두님을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눈물 한방울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애꿎은 나의 눈만 나무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물만두님과 나. 우리는 친구 맞다. 

이렇게 허전한 것을 보면. 이렇게 그리운 것을 보면. 그리고 편집자님으로 인해 나의 눈물샘이 자극을 받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무엇보다 물만두님으로 인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알라디너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이것 또한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만두님, 알라딘에 오랫동안 둥지틀고 있다보니 제가 이런 호사도 누려보는군요. 다 당신과 나의 홍복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물만두님께 말을 건네 본다.

 

거기서 수니나라님도 진우맘님도 만났고, 수암님도 뵈었으며, 따우님도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파란여우님도, 수선님과 바람돌이님, 인터라겐님도 먼발치에서 눈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하이드님도. 다 한때는 서재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인사하고 댓글을 달았던 분들이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관계가 그렇듯 밀물처럼 한때 가깝게 지냈다가 또 썰물처럼 멀어진다. 만나고 헤어짐도 일종의 순환은 아니겠는가.  

나는 한때 오프 모임에 간간히 얼굴을 비쳤던 사람이란 사실을 감추고 그냥 서재활동이나 하고 책이나 사면서 이럭저럭 지낼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또 어느 때 어떻게 다시 만나질지 모르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물만두님 때문에 이분들을 다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정작 당신은 만날 수 없으면서 당신의 이름으로 이렇게 모이다니. 과연 한 사람의 열정은 이렇게도 발현이되는 거로구나. 새삼 물만두님이 커 보였다. 그리고 인연은 소중한거로구나 했다.

 

안네의 일기처럼...        

 

그 님인들 이렇게 될 줄 알았겠는가.

물만두님의 사진이 담긴 영상을 보고 있는데 여기 저기서 훌쩍거리는 흐느낌이 들려왔다.

참석한 알라디너를 대표해 파란여우님과 조선인님의 간단한 추념사가 있었는데, 이분들도 목이 매어 첫번에 맡겨진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사회자한테 자꾸 다음을 넘기다가 겨우 그 일을 해냈다. 

정말 나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나는 수니나라님 옆에 앉았는데, 수니나라님은 시간 내내 내 손을 간간히 잡아주시곤 했다. 그런데 그분의 손이 유독 따뜻했다. 나는 또 한 번 상념에 젖었다. 만일 물만두님이 여기 계셨더라면 이렇게 따뜻하게 나의 손을 잡아주셨을까?  

 

그리고 예정된 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만두님의 두 동생 만순님과 만돌님을 멀리서 볼 수 있었다. 누가 봐도 동생들이시구나 딱 알아볼만했다. 얼굴에 슬픔이 가시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은 물만두님의 1주기였고, 그날은 자랑스럽지만 그분의 모든 것을 기억하게 만드는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닌가. 지나간 모든 시간이 슬픔으로 아로새겨졌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기까지 드는 시간은 얼마만한 것일까. 아마도 저분들께는 올 한 해가 참 느리게도 지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그런 시간이 보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 시간은 언제나 지속될 것만 같으리라.

'그러지 말아요. 언니는,  누나는 거기서 잘 있을 거예요.'

그분들을 향한 나의 텔레파시가 좀 터져줬으면 좋겠다. 

 

시간이 진행이 되면서 참석한 출판 관계자 어느 분이 물만두님의 리뷰와 페이퍼를 대하는 순간, 안네의 일기를 생각했다고 했다. 안네도 자신의 일기가 세상에 공개될 줄 알고 일기를 써왔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하루 하루 일기를 썼고 자신의 꿈을 써 내려갔을 것이다. 그런 것처럼 물만두님도 그냥 추리소설이 좋고, 글 쓰는 것이 좋아 알라딘 자신의 서재에 글을 썼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순수했으며, 솔직했으며, 따뜻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카페에 들어서면서 물만두님의 책부터 찾았는데, 에세이집은 차치하고라도 그분의 리뷰집 <물만두의 추리책방>은 제법 묵직했다. 무려 200권의 책에 대한 리뷰가 실려있으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물만두님이 평생 써 오신 리뷰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숫자에 불과하다. 무려 1800여편 중 추리고 추려서 200편을 실은 것에 불과하니까. 그러니 편집 과정의 고충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갈 것도 같다.

 

편집 과정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물만두님은 평소 리스트를 잘 만드셨다. 그 리스트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피가 튀지 않는 추리소설 모음. 임산부, 노약자들도 볼 수 있는 추리소설 등. 아주 소소하고, 인간적인 리스트다. 그것은 본인으로선 재미삼아 만든 것이겠지만 그것이 추리소설계로 봤을 때는 하나의 로드맵을 그린 결과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물만두님은 언젠가 추리소설 볼 줄 모르는 나를 위해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 주신 적도 있다. 그것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정말 대단하시다란 생각을 새삼 다시했다.

 

참석한 어느 분은 물만두님 리뷰집은 일본어로 번역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달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추리소설은 발달이 됐지만 이런 전문 리뷰집은 거의 전무할테니, 그것은 확실히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우린 겨울을 사는 것 같아도...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진행이 되었다. 

앞에 저녁도 못 먹고 달려왔을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식사 시간을 배치해 둔 것을 감안할 때 실제 시간은 한 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웠다.

끝에 만순님과 만두님이 나와서 인사하는 시간이 잠시 있었다.

만순님은 목이 메어 한 말씀도 하지 못셨고, 대신 만돌님이 인사를 했다. 인사 끝에, 누나의 책을 몇 주 전 받았지만 감히 읽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아 아직도 못 보고 있다고 했다. 그 마음 충분히 알 것 같다. 하지만 우린 지금 겨울을 사는 것 같아도 봄을 향해 가고 있다. 그처럼 지금 그분들의 마음이 사무치도록 시리겠지만 어느 땐가 그 마음에도 봄이 깃들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조금은 편하게 누나의 책을 펼쳐 볼 날도 있지 않을까? 비록 또 울게 될지라도 말이다. 

그분들께 그런 날이 오길 바라면서 아쉽지만 일별을 고하고 그 자리를 나왔다. 나오면서 두 동생분의 손을 따뜻히 잡아주지도 못하고, 변변히 고개숙여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왔다. 이놈의 주변머리는 물만두님의 장례 때도 붙잡더니 끝끝내 동생분들 앞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해 주지 못했다. 죄송한 일이다.

 

대회를 넘어 축제가 되기를... 

 

물만두님은 처음부터 추리소설 전문 리뷰어가 아니다. 

좋아하는 것 하나만으로 일가를 이루었고, 지도를 만드셨다.

참석한 어느 분도 그런 말을 했지만,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는 것은 나름 적지 않은 노동을 요구한다. 건강한 사람도 그럴진데, 물만두님이나 그에 못지 않은 불편한 몸을 가지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얼마만한 고된 노동을 필요로 할까 가늠하기가 어렵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그저 나 좋아서 하는 일일뿐이다. 하지만 그 일이 훗날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오늘 쓰는 나의 한편의 리뷰는 나만을 위한 일이 될 수가 없다. 좀 더 공들여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세상은 전문가의 주례사에 치중한 그런 리뷰는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물만두님 같은 숨은 리뷰어의 솔직 담백한 리뷰를 더 가치있게 보는 시대가 왔다. 그것은 나 같은 잡스러운 리뷰를 쓰는 사람에게 얼마나 도전이 되는 일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누구라면 알만한 알라디너 한분이 독자적으로 물만두님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독자적으로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반갑고 감사한 일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알라딘에서는 제2회 물만두 리뷰대회를 한다고 한다. 갑자기 몇년 전,  더블린에서는 해마다 제임스 조이스 문학 축제를 연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그 기사를 본 것만 해도 몇 백년을 이어오는 전통있는 모임이라고 한다. 그것이 처음에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시작이 됐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제임스 조이스를 좋아하는 어느 독자(들)로부터 시작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어느 특정 작가나 장르의 문학이 좋아서 자발적인 축제를 열 수 있는 그 나라 국민의 저력이 새삼 부러웠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선 그와 비슷하게 물만두님이 그 초석을 다져놓고 가신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바라기는 알라딘이 하는 일에 구경만 하지말고 물만두님을 사랑하는 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서 대회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축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모임을 갖다와서 <별 다섯 인생>이란 책을 조금 읽었다. 거기에 보니 생전의 물만두님이 서재에, 자신은 가장 오래남는 별이 되겠다고 했던가? 암튼 그런 말을 써놓으셨었나 보다. 이제 그 예언은 성취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만두님은 저 세상에서도 분명 기뻐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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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1-12-1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09님이 마음이 잘 담겨있는 글입니다.

stella.K 2011-12-16 16:48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마립간님.^^

이진 2011-12-1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주기 추모행사 가셨군요, 스텔라님
저야 한 번도 물만두님을 온라인 상으로도 뵌적이 없으니,
리뷰와 페이퍼만으로 접해야하니...

오랜만에 글에 푹 빠져 읽었습니다 ㅎ

stella.K 2011-12-17 14:52   좋아요 0 | URL
뜻깊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2011-12-16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17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11-12-17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 뵈었던 모습하고 고대로...깜짝 놀랐어요.^^ 앞으로 종종, 서재에서라도, 뵐게요.

stella.K 2011-12-17 14:58   좋아요 0 | URL
그대도 예전 모습 그대로던데요 뭐.
그래요. 종종 만나요.^^

2011-12-17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1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