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학과지성사에서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출간 이벤트를 했었다(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20403_oe)

 

사실 오에 겐자부로는 좀 어려워서 선호하는 작가는 아닌데, 개인적으론 '작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이책을 언젠가 한번은 사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침 출간 이벤트를 하고 당첨되면 책을 보내준다는 말에 혹해 응모를 했다. 그런데 간만에 행운을 잡게 되어 이책을 받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응모를 하게 된 것도 이벤트 미션이 흥미로워서다. 이책은 대담집인데 대담에 다섯 가지 질문이 나오고 이에 대해 작가가 대답한 것을 응모자에게 똑같이 묻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이를테면,

질문1,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질문2, 다시 태어난다면 남성과 여성, 어느 쪽이 좋으신지요? 이유도 한마디.

 

질문3, 무인도에 한 권의 책만 가지고 간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질문4, 잘 모르는 곳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질문5,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1. 저녁에서 늦은 밤 사이. 오늘 하루로 무사히 보냈구나 하는 안도감. 그리고 TV를 틀어놓고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잠이 드는 것.

 

2. 다시 안 태어났으면. 만일 그래도 태어난다면...글쎄 꼭 인간으로 태어나 여자 아니면 남자로 살아야 하나? 그냥 뭔가의 생명으로 태어나야 한다면 새로 태어나 하늘을 마음껏 날아보고 싶다.
3. 전자책을 가져가고 싶다. 이거 하나면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4. 길치라 늘상 격는 일이다. 처음엔 다소 막막하긴 하지만 당황할 정도는 아니고 모르는 곳에서 내가 갈 길을 찾아가는 그 경험도 나쁘지는 않다. 요즘엔 이정표도 잘 되있는 것 같고, 친절한 사람도 새삼 많다는 걸 알게될 때 세상이 아주 삭막하지마는 않구나 하는 걸 느끼게된다.
5. 작가가 되서 돈도 벌고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

 

 여러분도 답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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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2-05-04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당첨되신거 축하드려요. 누님이 하신 이벤트, 저도 기억이 나요.
다섯가지 질문, 저도 한 번 곰곰히 생각해봐야겠어요. 잠깐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봤는데 쉽지 않네요. 한 두가지가 아니라서요 ^^;;

stella.K 2012-05-04 22:10   좋아요 0 | URL
요즘 기분 꿀꿀한데 잘 됐지?
알라딘에 글 쓰는 게 편치마는 않은데 그래도 생까고 계속 쓰려구.ㅋㅋ
뭐 질문이 어려운가?
답은 꼭 여기다 해줘.ㅎ

cyrus 2012-05-04 22:37   좋아요 0 | URL
네, 먼댓글로 달아놓을께요 ^^
 

이달에 평가단에서 보내 준 책 저만치 밀어두고 오늘부터 이 책을 펼쳤다. 솔직히 평가단 이번 책은 나로선 머리에서 쥐가 난다.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라서 대략난감 중이다. 이럴 땐 안 읽히는 책 억지로 읽으려고 하지말고 마음 가는 책 읽어주는 것이 효율적인 것 같다. 안 읽히는 책은 그후 더 읽을 건지 말건지를 생각하면 되고.

 

이책의 저자는 책을 가장 쉬우면서도 흥미롭게 쓰는 작가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책 처음 부분 읽다 괜찮은 글이 있어 통째로 옮겨 본다.

제목은 '하이데거의 닦달하기, 그리고 양계장'

 

 

 

하이데거의 기술문명 비판의 핵심은 '게슈텔Gestell'이라는 개념이다. 역자는 이 단어를 '닦달하기'라고 번역했다. 아주 그럴듯한 번역이다. 현대 기술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쥐어짜고 윽밖지른다. 

 

양계산업이나 목축산업은 닦달하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소들이 있는 외양간에 톱밥을 깔아주면 푹신푹신한 바닥을 마치 풀밭처럼 생각해 열심히 돌아다닌다. 그 결과 운동량이 많아져서 몸에는 지방이 줄어들고 맛은 떨어진다. 목축업자는 소의 복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 소 좋아하는 꼴을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그들은 외양간 바닥을 콘크리트로 깐다. 안 그래도 뼈는 부실하고 살은 피둥피둥하게 찐 소들은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딱딱한 바닥에서 걷자니 관절이 아프고 삭신이 아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운동량이 줄어든 소의 몸에는 지방이 붙고 고기의 맛이 좋아진다. 소가 산보하는 재미를 앗은 대가로 인간은 쫀득쫀득한 고기를 얻는다.

닭은 일 년에 60개 낳던 계란을 300~360개나 낳는다. 젖소는 야생에서 하루 2~3킬로그램 생산하던 우유를 30~50킬로그램 생산한다. 닭은 최대 15년까지 살 수 있지만 육계(식용으로 기르는 닭) 는 6주만에 2킬로그램 정도 쌀을 찌워 출하한다. 삼계탕에 쓰이는 닭은 1.2~1.6 킬로그램 정도가 되면 출하한다. 6주도 지나지 않아 죽임을 당하는 꼴이다. 수명이 10~15년 정도인 돼지도 6개월 정도를 살다가 110킬로그램 되면 도축장으로 간다.

 

가진 것을 다 내놓으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내놓으라는 협박이고, 어린아이의 자궁에 아이의 씨를 넣는 격이다. 산 것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불살계(不殺戒)는 산업 논리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계율이 되어 버렸다.

                                                                                 (034~035p)    

인간이 지은 죄가 참 많다. 고기를 아예 먹지 말라는 말은 차미 못하겠다. 그래도 우리는 필히 육류 소비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이 자기 먹는 양의 단 1그램만 줄여도 우리의 돼지와 소와 닭은 그렇게까지 비참한 삶을 살다가 죽지 않을 것이다. 

 

저자도 그 말을 인용했지만,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 선생은 인간은 자연의 이자로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벌써 또 주말이다. 오늘 저녁 좋은 사람과 약속이 있다면 그 사람과 꼭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좀 자제해 주시라. 고기 먹지 않고도 좋은 만남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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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2-03-2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과의 식생활은 어떻게 해 볼 수 있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서의 육식의 자제는 ... ; 역시 어렵지요. 어렵지 않더라도 쉽지는 않지요. (나는 패배주의자인가 봐요.)

stella.K 2012-03-23 14:44   좋아요 0 | URL
혼자서는 쉽지 않죠.
이것도 뭔가 연합하고 운동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거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프고 찌릿찌릿해 지더군요.ㅠ

페크pek0501 2012-03-23 18:32   좋아요 0 | URL
아, 마립간님의 장족의 발전이 느껴지는군요. 댓글을 달러 여기까지 오시다니...ㅋㅋ

stella.K 2012-03-23 18:37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은 그렇게 생각했어요.ㅎㅎ

페크pek0501 2012-03-23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고기를 이주일에 한 번 먹는 것 같아요. 건강을 생각해서 육류 위주의 식단을 경계해요. 대신 생선과 야채를 많이 먹으려고 해요.
회식 자리도 삼겹살 대신 버섯야채 전골에 소주를 마시면 안 될까요? 저는 국물이 좋던데...
안주로 파전이나 도토리묵무침도 좋던데...
인간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든 인간 중심의 사고가 문제인 듯해요.
인간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서 볼 필요가 있을 듯해요.

stella.K 2012-03-23 18:40   좋아요 0 | URL
저희는 가면 갈수록 고기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
한 달에 한번도 안 먹는 것 같다는.
그리 말씀하시니 오늘 같은 날 비도 오고 삼삼한데
진짜 파전, 도토리묵에 소주 한 잔 걸치고 싶군요.ㅋㅋ

페크pek0501 2012-03-23 18:4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저도요.ㅋㅋ 파전, 도토리묵에 소주 한 잔 그리고 빗소리, 환상적이에요.ㅋ

stella.K 2012-03-23 18:47   좋아요 0 | URL
낭만을 아시는군요.^^

cyrus 2012-03-23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페이퍼 내용만 볼 땐 철학 관련 책일줄 알았는데 책을 클릭해서
정보를 봤는데 과학 책이네요. 책 제목에 왜 '다윈'이 들어가 있었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 가끔은 전혀 몰랐던 새로운 분야의 글을 접해보는 것도
좋아요 ㅎㅎ


stella.K 2012-03-24 12:55   좋아요 0 | URL
이책 엄청 좋다. 재밌어.
아주 간략하고 그러면서도 정곡을 찌르고.
기회되면 함 읽어봐.
무거운 책만 읽었다면 이런 책으로 머리 식혀주는 것도
유익할거야.^^

saint236 2012-03-24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책인지 궁금합니다. 오랫만에 알라딘 서평단 서재에 들어가봐야 할 듯 하네요.

stella.K 2012-03-24 12:58   좋아요 0 | URL
<아주 오래된 북극>이랑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요.
뭐 객관적으로야 흠잡을 때 없는 좋은 책 같기는 한데
저는 이런 책이 익숙치가 않더라구요.
특히 빌 브라이슨은 너무 말이 많아서 좀 질려요.
지금은 그냥 패쓰할까 생각중이어요. 전 언제나 빌 브라이슨의 진가를 알게
될까요? 좌절입니다.ㅠㅠ

이진 2012-03-2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 오랜만이어요!
이진이 감기 좀 물리고 오랜만에 알라딘 방문했습니다...
저는 오지 않은 동안 <화차>를 다 읽어버렸습니다.
무려 사흘만에 독파를 해버렸어요. 어찌나 재밌던지.
이게 바로 미야베 미유키구나! 하면서 마음속으로 감동이란 감동을 다 받으며 탄탄한 스토리 전개에 놀랐답니다. 이모가 읽으신 책은 500페이지나 추가되었다고 하니, 아마 그 부분에서 지루함을 느끼시지 않았으려나 생각해보아요. 2006초판은 진짜 재밌던데...

저는 이번 평가단 도서 첫 페이지 딱 펼쳐보고서는 기겁을 하며 멀리 밀어놓았답니다.
도저히 시턴의 책은 못 읽겠어요... 도저히

stella.K 2012-03-24 18:13   좋아요 0 | URL
오, 이진이! 그렇지 않아도 왜 안 보이나 궁금했어.
그래 감기는 좀 났니?
그랬구나. 화차가 그랬단 말이지. 괜히 소외감 느끼는데...ㅠ

그지? 못 읽겠지? 평가단 내내 보내준 책 괜찮다 생각했는데
여기도 복병이 숨어 있었어.
전에 예술 부문 도대체 책을 왜 이런 걸 보내줬냐고 볼멘 소리 했었는데
아무래도 난 이제 평가단과 굿바이 해야할 것 같다.
이번에 선정된 책은 좀 나은 것 같아.ㅋ

기억의집 2012-03-2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고기 잘 안 먹었는데, 심지어 김치찌개나 미역국에도 고기 안 넣어 먹을 정도로, 나이가 들면서 고기 좀 먹어요. 일주일에 한 두번. 고기 대신 두부를 열심히 먹긴 하는데, 두부 갖도는 좀처럼 힘쓰지 못하겠더라구요.

환경과 육식을 비판하는 책인가요?

stella.K 2012-03-27 18: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고기를 아주 안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건 아니고 진화 생물학?
뭐 그쪽 계통인데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해요.^^

숲노래 2012-04-01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인가 아닌가,
달걀인가 아닌가...
보다는,

내 몸을 사랑하면서 먹는
좋은 밥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면
무언가 달라지리라 믿어요

stella.K 2012-04-01 12:1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ㅠ
 
과유불급의 두 가지 예

 

왜 제목을 <화차>라고 했을 지 알 것도 같다. 어쩌면 '사채업자'의 은유 같기도 하고, 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이 마지막에 저승 갈 때 타게될 불수레란 의미 같기도 하다.  

 

책 VS 드라마

 

그런데, 솔직히 나는 미미 여사와 아직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장르 소설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장황한 활자의 나열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나중엔 현깃증이 날 정도였고, 내가 이해한 게 맞는 건지 확신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침 일드의 '화차'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보았다. (물론 이 싯점에선 한창 절찬리에 상영중인 우리 영화 <화차>를 봐주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그것을 보고나니 내가 책에서 보고 이해했던 것들이 틀린 것마는 아니구나 안심을 했다(그렇더라도 난 앞으로 장르 소설을 좋아할 수 있을는지 더 확신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것은 아무래도 나이가 주는 한계 때문인 것 같다. 책도 나이에 맞게 좋아하는 분야나 장르가 따로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런 추리소설은 젊은이 취향은 아닌가 싶다). 

드라마로 보니 책에서 보는 많은 활자들이 하나의 영상으로 눈에 착 들어와 여간 편안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보면 될 것을 왜 그리도 책은 주절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전에도 그런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이제 작가들은 자기 작품이 영화화될 것을 계산하고 글을 아예 그렇게 쓰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주는 장단점이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좋게는 문학과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너무 그것을 추구하다 보면 문학은 좀 더 자극적이 될 것이며 문학이 본래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것을 스스로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싶어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알아 들을 작가들이 과연 있을까 싶다. 그들도 작가이기 이전에 생활인이니 당장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당장 돈되는 쪽으로 자신의 글을 써야하고 당연 대중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학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건 정말 위험하고 경계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감히 외치고 싶다. 문학 본연으로 돌아가자! 고.

 

과거의 문학은 이러지 않았다. 문학적 사유와 향기가 있었다. 난 아마도 예전 순수 문학의 향기를 조금은 알고 그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어 이러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세대는 과연 순수 문학의 정취가 무엇인지 알까? 순수 문학의 가치를 알지도 못한 채 문학은 원래 영상으로도 호환 가능한 것이라고 그렇게 알면 어떻게 하지?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것이랬다고, 문학 역시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 변종 수퍼 바이러스 뭐 이런 것으로 인식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화차>라는 작품이 잘못됐다는 것을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은 나름 의미가 있는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이렇게 드라마로 손색이 없게 만들면 드라마로 보지 누가 책으로 읽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활자 세대는 갔다고 하는 마당에 말이다. 이런 예는 물론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영화나 TV 드라마로 보면 책은 잘 안 보게 된다. 결국 작가는 팔리는 작품을 쓰려다가 제 살을 깍아 먹는 꼴로 되는 것은 아니냐 하는 우려다. 

 

작가 VS 감독        

 

어쨌든 나는 이것을 드라마로 봤을 때야 비로소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물론 미미 여사가 이룬 문학적 성취(?)가 결코 작지 않음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적어도 그녀는 사회파 추리 소설을 쓰는 작가다.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현대성을 꼬집고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문학적 성과는 작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의 문체는 건조해 보인다. 딱 영화화하면 좋을 듯한 문체. 문학쪽에서 보면 별로 사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견디지 못했던 건 바로 이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왜 작가는 문체를 그처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문체는 작가의 고유한 사유를 담는 그릇 같은 것이다. 그것을 외면한다면 글쎄다, 이런 말하면 너무 한다 할지 모르지만 이류는 될지언정 일류는 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미미 여사는 이미 그 명성만으로도 아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대중에게만 어필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그건 큰 안목으로 봤을 때 문학적 사생아를 낳는 꼴 밖에는 되지 않아 보인다. 지금도 그를 추종하는 제2, 제 3의 미미 여사는 얼마나 많을 것이며, 작가 지망생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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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는 원작에 충실해 보였다. 그점에 있어서는 감독에게 고마워할지경이다. 단지 그래도 좀 감독의 시각을 담고 싶었는지, 내가 읽기론 사토루가 애지중지하던 보케가 원작에선 죽은 것으로 나와 있는데 드라마에선 죽지 않고 재회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 혼마 형사가 마침내 실종녀를 만났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해 보라고 했을 때 뭔가 조금이나마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되길 바랬었던 것도 같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으로 살라고 주문하는 것도 같았다.

그런데 우리 영화 <화차>는 원작과는 좀 많이 다르다고 한다. 그런 것으로 봐 감독의 시각 또는 재해석이 많이 들어가 보이는 듯도 하다. 그리고 그 영화는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컨대, 전에 나는 여타의 문학 작품이 영화화 된다고 이제 소설가의 위상이 높아질 거라고 좋아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나리오를 쓰는 어떤 녀석으로부터 다분히 질투어린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적어도 나는 글을 쓴다면 시나리오 안 쓰고 소설을 쓸거니까 당연 녀석은 나를 경계했겠지. 하지만 생각해 보니 정말 작가가 자기 작품 영화화된다고 마냥 좋아할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건 정말 토사구팽 당하는 일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작가 보다 위상이나 지명도가 높은 직업이 감독 또는 연출가일 수 있으니까. 그들이 판권을 사서 자기식의 작품으로 새로이 재탄생시키겠다는데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그것이 서로 상생하고 윈윈하는 것이라는데 그게 정말일까? 뭐 생산자끼리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이다. 대중이 영상만을 쫓고 활자의 수사와 사유를 점점 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대중은 복잡하고, 힘들고, 피곤한 것은 딱 질색이다. 그들에겐 읽는 것 보다 보는 것이 더 쉽고 좋다. 그래놓고 신선놀음만 하겠다는 건가? 작가의 변질은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이 작품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일까? 난 오히려 이런 우려 밖엔 할 수가 없었다.

 

우린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나의 이런 우려를 차치하고라도, 이 작품은 우리에게, '우린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저 행복하고자 했을 뿐인데."라고 말했던 실종녀의 말이 참 허허롭고, 자칫 발 하나 잘못 들여서 늪에 빠진 모습을 쉽게 연상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런 자본주의화 된 세상에서 이 여자에겐 행복이 뭐 길래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남이 크레디트 카드를 남발하며 사치와 호화로운 물품을 사 들일 때 남들이라고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집단 심리 그것 아닌가. 물론 실종녀는 그다지 크게 사치한 것은 없다고 하더라도 소소한 건 소소한 것대로 위험성은 있다. 아무튼 그게 행복이었나? 그녀가 그렇게 말하기엔 행복이 너무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은 안 드나? 그런데 그것만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세상이 이 자본주의화된 세상에 그녀는 속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고. 무엇보다 속는 것은 실종된 그 여자만이 아니다(난 그녀를 어떻게 불러줘야 할지 모르겠다. 원래의 이름으로 불러줘야 할지, 아니면 신분을 위조한 이름으로 불러야할지. 둘 다 완벽하지가 않다). 우리도 속고 있지 않냐고 작가는 묻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그런 것만이 행복은 아니라는 것을 이 여자가 알았다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행복은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애써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비해 여자가 말했던 '행복'이란 건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즉물적인 것이다. 물론 그게 있으면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게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나는 언젠가 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것의 실체를 생각해 본적이 있다. 책의 내용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돈은 그야말로 종이조각이나 코인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나 하찮은 것이랴. 그러나 그것의 가치를 생각하면 정말 하찮다. 그런데 그것으로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사며, 그 거품에 온몸을 담그며, 필요하면 사람을 죽이거나 파산까지 한다. 어떤 사람은 이것의 있고 없음 때문에 결혼을 못하기도 하고, 이혼도 한다. 사람의 운명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실로 괴력을 가진 물건이다. 그래서 우린 그것에 그토록 많이 흔들린다. 작품을 보면 우울하고 화도 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실종녀처럼 피해자가 되는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행복을 말하기 전에 자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치하지 않을 자유. 돈에 메이지 않을 자유. 돈만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 돈만이 전부라고 믿게 만드는 이 세상에 그렇지 않음을 보여줄 자유. 그것은 행복 보다 더 강력해 보인다. 동시에 자유는 선택이고 보다 능동적인 것인 것이다. 돈만 지불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그것보다 훨씬 값진 것이다.

 

답은 어디에...

 

물론 작품은 그것까지를 말하고 있지 않다. 문학이 그렇듯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이고, 문제재기 정도에서 끝나버린다. 이 작품도 그렇다. 그냥 문제재기만 할 뿐이다. 답은 각자의 몫이다. 엊그제 모처럼 괜찮은 영화를 봤다. 좀 오래된 영환데 <고잉 온 스타일>이란 미국 영화다. 노인 셋이 은행을 털고 그중 노인 둘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그 일을 주동했던 노인 하나만이 남아 결국 경찰에 의해 검거되고 교도소에 간다는 지극히 간단한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의외로 생각할 것이 많은 영화였다. 이 노인들은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며 살아왔다.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절제하며 앞만 보고 살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죽기전에 일탈을 꿈꿔보는 것도 이들에겐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니 없던 젊음의 기백이 살아나는 것 같다. 그 일을 공모하고 주동한 노인은 교도소로 가면서도 끝까지 돈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지 않고 형량을 고스란히 살기로 한다. 그는 말한다. 교도소 밖이나 안이나 나는 어차피 수감자의 삶을 사는 것은 똑같다. 그러니 교도소안에서 살겠다고 그를 면회 온 조카에게 말하고 다시 뚜벅뚜벅 당당하게 면회실을 나간다. 하긴, 노인에겐 교도소 밖에서 혼자 사느니 교도소안에서 수감자와 함께 사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게 참 인상적이다. 노인이 되면 그게 좋겠다 싶다. 어떻게 살아도 별로 아쉬울 것이 없는 삶.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노인의 범죄를 부추기는 영화로 보면 안 된다. (일탈이 그런 식으로 표현이 돼 약간은 아쉬운 면이 없지 않지만)이 영화는 오히려 세상에 대해 자기식의 복수를 그렸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늘 정해진 대로만 살라고 하는 세상. 그래서 진정한 자유란 게 뭔지도 모르고 선량하게만 살라고 하는 세상에 대한 마지막 몸부림 같은 것으로도 보여진다(그런데 그게 나름 귀엽다ㅋ). 그런 것처럼 우리가 정말 돈이면 다 된다는 세상에 끌려 다니지 말고, 그게 전부라고 믿게 만드는 세상에 복수하는 마음, 선택하는 삶. 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작품에 나오는 실종녀와 같이 살지 않으려면 당장 드는 생각은 화폐 없는 세상에서 살아 보는 삶을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연합하고, 상부상조 해야할 것 같다. 개인주의와 자본주의는 자웅동체 같은 면이 있기도 하니까. 함께 사는 건 확실히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개인주의가 확산이 되고 그 허전함과 외로움을 매꿔주는 것이 자본주의의 모든 것으로 대변되는 산업화가 아닌가. 거꾸로의 삶, 역류하는 삶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안 그러면 세상은 숨이 막혀 살 수가 없다. 우리는 인류의 허파로 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좀 갖다 붙이는 경향도 없지 않지만, 읽는 것이 보는 것 보다 불편하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요는 영화만 보지 말고 책도 좀 읽으라는 말이다. 문학의 기능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몇시에 살고 있는가? 그것을 자각하도록 만드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미 여사는 그것을 아주 충실히 잘 감당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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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3-1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스텔라님의 글을 읽으니 책장속에 가만히 잠들어있던 <화차>를 얼른 꺼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모방범>형제들을 조용히 꺼내들어야겠지요. 제발 좀 한 권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12-03-18 19:34   좋아요 0 | URL
읽어줘서 고맙다. 소이진. 근데 못 읽었다고 자책은 하지마.
못 읽겠으면 일드로 봐.ㅋ

이진 2012-03-19 06:29   좋아요 0 | URL
조금 읽어봤는데, 꽤 괜찮은 걸요?
미미여사의 글은 초반이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어요.
대개 일본 추리소설들을 보면 초반에는 지형 설명에, 인물을 설명한답시고 처음 들어보는 기괴한 단어들을 막 뱉어놓는데 저는 그게 읽기 싫어서 요새 추리를 안 읽고 있어요. 요코미조 세이시도 엄청난 작가라는데 초반에 지형설명 부분이 이해가 안가서 손을 뗀 상태구요. 오늘부터 하여튼 <화차>읽어야겠습니다

stella.K 2012-03-19 11:39   좋아요 0 | URL
중요한 건 그 작품이 의미하는 바인데
그 점에 있어서는 뭐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역시 미미 여사는 내 꽈는 아닌 것 같아.
간혹 나 같은 족속이 있더라.
하긴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할 필요는 없잖아.
잘 읽어보라구.^^

차트랑 2012-03-1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사실 작품의 질을 고집하다가 돈을 덜 버느니
차라리 질을 떨어뜨리는 한이 잇더라도 많이 팔리는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선택은 아닐까???
화차를 읽지 않은 입장인지라...

어쨋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12-03-19 11:41   좋아요 0 | URL
요즘 작가나 출판계가 다 그렇잖아요.
중국은 작가들한테 월급도 준다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작가 육성을 하면 좋을 것도 같은데
원래 또 작가라는 족속이 배곪기 전에는 뭘 안하는 게으른 족속이기도 한지라
뭐가 문학계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ㅎ

페크pek0501 2012-03-1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로 보니 책에서 보는 많은 활자들이 하나의 영상으로 눈에 착 들어와 여간 편안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 - 이렇다고 해도 저처럼 책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을 듯해요.

1. 드라마는 아무래도 영상으로 전달되니까 상상력이 발동될 수 없지만 책은 무한한 상상력을 발동시켜서 더 재밌을 수 있어요. 어릴 적 라디오로 연속극을 들었을 때처럼요.
2. 만약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의 뺨을 때렸다면 그 이유가 뭔지 드라마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반면, 책으론 그의 독백을 통해서 정확히 알 수 있는 맛이 있어요. 그때의 기분까지 알 수 있죠. 그러니까 더 정확히 전달되는 맛이 있어요.
3. 드라마나 영화가 줄거리 중심으로 보게 된다면, 책을 통해선 줄거리 말고도 다른 것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어요. 작가가 그걸 어떻게 문장으로 표현했는가, 하는 것의 재미죠. 이것이 문학의 중요한 재미라는 생각... 밑줄 긋는 맛도 있죠.
4. 또 책은 들고 다닐 수 있고 언제든 자유롭게 책장을 넘길 수 있으나, 드라마나 영화는 보려고 작정하고 몇 시간을 비워 두고 봐야 한다는 게 부담이 돼요.

스텔라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에요. 저도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고, 순수한 문학으로서의 자리를 지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ㅋ

stella.K 2012-03-19 18:46   좋아요 0 | URL
언니 말이 맞아요. 근데 소이진이 얘기한 것처럼
지형 설명이 장황하죠. 그걸 쫓아가다 보면 앞의 내용이 뭔지
뒤죽박죽이고 내가 안 것에 대한 확신을 할 수가 없어요.
문장도 꽤 건조하구요. 요즘 작가들이 그렇게 쓴다는 거죠.
그건 또 모르겠어요. 하드보일드 하다고 해야할지.
헤밍웨이의 문장은 하드보일드 하지만 되게 낭만적이고
뭔가의 깊이가 느껴지거든요. 아무튼 책은 책 읽는 맛을 내야한다고 봐요.
근데 문학이 뭔가 영상적으로 그려주려고 한다는 건
전엔 몰랐는데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이책을 보면서 깨달았다는
거예요.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ㅠ

아이리시스 2012-03-1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책,드라마,영화 삼박이 잘 맞아 떨어져서 엄청 빨리 텍스트이용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것저것 비교하는 재미랄까, 저는 그런 건 없고 어느 쪽이든 하나면 되는 것 같아요. 딱 하나, <백야행>은 일드를 보고 원작소설을 읽었어요. 한국에서 만든 영화는 안봤구요. <화차>도 일드가 있네요! 요즘 일드는 <스트로베리 나이트>만 유일하게 보고 있어요^^

저도 문학은 문학으로 소비하는 게 가장 옳다고 느껴요.

stella.K 2012-03-19 18:48   좋아요 0 | URL
그럼 추천을 눌러주셔야죠.
아이님의 추천이 문학을 살릴 수 있는 힘이 될지 누가 알겠어요.ㅋㅋㅋ
<스트로베라 나이트>라...기억할게요.
전 아직 <심야식당>도 안 봤어요.ㅠㅠ

2012-03-21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1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에 대한 욕심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이 두 권의 책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며칠 전에도 <화차>가 재미없다고 떠들었는데 왜 재미없는가를 생각해 봤더니, 이 소설은 영상적 기법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아직 영화로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는 이렇게까지 지루할 것 같지 않다. 오래 전 나의 꼰대는 소설을 쓰려면 영상 감각을 알아야 하고 그래서 시나리오 작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물론 꼰대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요즘 그런 소설을 보고 있으면 이젠 화가 난다. 요즘의 소설가들이 그것을 얻은 대신 진짜 소설가로서의 무엇인가를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글쎄 그게 뭘까? 소설이 갖는 문학성과 사유는 아닐까?

 

이 작품은 좋게 말하면 혼마 형사의 인간 정체성에 대한 추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난 왜 자꾸 그게 탐색이나 탐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것의 추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끄집어 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그다지 새롭지가 않다. 그냥 우리도 알고 있는 뭐 그런 거 같다. 쇼코가 신분 위장을 어떻게 했을까를 추적해 가는 과정도 독자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건 가즈야가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신분 위조가 처음 있는 것도 아니고.  

 

암튼 그렇게 요즘의 작가들이 영상적 기법을 쫒다보니 미안한 얘기지만 그들은 진정한 소설가는 되지 못하고 좋은 스토리텔러는 되는 것 같다. 이제 작가들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높이려 하기보다 마케팅에 의해 다소 과장되고 부풀려진 게 많아 보인다. 그래서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걸까? 암튼 회의스럽다.

 

누구는 나의 이런 생각이 순정주의는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려면 그래라. 나는 그것이 이즈음 꼭 나쁜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국 그들에 의해서 정화되기도 할 테니까. 미미 여사가 우리나라나 본국인 일본에선 얼마만한 대접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평단은 좀 낮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 본다. 여타 외국은 어떨지도 궁금하고. 차라리 읽으려면 하루키의 작품을 보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영상과 문학성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사람이니까. 미미 여사는 그에 비하면...

 

 이 책도 요즘 내가 보는 책인데, 잘된 영화나 드라마는 시나리오나 대본집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이 생긴다. 그런데 시나리오나 드라마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책은 갖고 있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노희경 골수팬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되겠지만.

콕TV에서 이것을 다시보기로 볼 수 있으니까 자꾸 영상으로 눈이 가지 책으로는 읽다가 포기하게 된다. 물론 이것에도 장단점은 있다. 책은 빨리 볼 수 있는데 TV로 보는 것은 시간이 더 걸린다. 예를테면 이 책은 그런 것이다. 여러가지 영상언어. 이를들면 디졸브나, 점프컷이니 해서 설명되어지는 그 문자가 영상에서는 이렇게 표현되어졌구나! 끄덕여주거나 놀라주면 된다. 8부 같은 경우 양강칠과 정지나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문자로 읽으면 되게 건조하고 밋밋하다. 설명만 장황하고. 그게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됐는지는 드라마를 보면 훨씬 실감난다. 그러니 굳이 책으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 하나는 좋다. 노희경의 주옥같은 대사는 문자로 음미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책이 유리하겠지. 그러나 역시 드라마는 책 보다는 DVD로 간직하는 것이 좋은 것 같은데 나 같은 경우 한 번 본 영화나 드라마는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건 하나 마나한 얘기가 된다.ㅠ 작년에 나는 김수현의 <천년의 사랑>이 책으로 나왔다고 해서 갖고 싶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역시 후회할지도 몰라 마음을 접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난듯 싶기도 하다. 드라마는 영상으로 보고, 소설은 더 소설다워져야 한다. 될 수 있으면 고전적 가치와 원형을 고스란히 이어올 수만 있다면 좋을 것이다. 무슨 소설에 영상적 기법이고, 잘 된 드라마에 무슨 활자화냐? 그런 개뼉다귀는 개한테나 던져주면 그만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꼰대 말을 듣는 게 아니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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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린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from stella09님의 서재 2012-03-18 19:08 
    왜 제목을 <화차>라고 했을 지 알 것도 같다. 어쩌면 '사채업자'의 은유 같기도 하고, 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이 마지막에 저승 갈 때 타게될 불수레란 의미 같기도 하다. 책 VS 드라마 그런데, 솔직히 나는 미미 여사와 아직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장르 소설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장황한 활자의 나열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나중엔 현깃증이 날 정도였고, 내가 이해한 게 맞는 건지 확신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침 일드의 '화차
 
 
비로그인 2012-03-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글이네요. 소설은 소설다워져야 한다! 요즘 나오는 소설 중 소설다운 소설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그것도 좀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스토리텔리는 될지언정 좋은 소설가는 못된다는 말씀에서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좋은 소설가, 좋은 소설, 좋은 독자... 그래도 좋은 독자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쵸? :)

stella.K 2012-03-14 13:24   좋아요 0 | URL
글쵸? 제 말이 맞죠?
우리나라에 살아있는 작가로는 딱 김훈과 박범신까지라고 봐요.
물론 이 기준도 제 기준이긴 합니다만.ㅋ
근데 오랜만이어요.^^

빵가게재습격 2012-03-1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고 갑니다.^^ 요즘은 순문학(본격문학)의 경계를 유지하기 힘든 시대인 것 같아요. 정말 '아무나' 소설을 쓰고 '소비'하고 있기도 하고요. 제도권 순문학작가들은 대중작가쪽으로 흘러가고, 오히려 아무나(?) 소설가들이 정체성이 모호한 순문학적 경지를 (애매하게) 갈망하고 있는 것 같고요. 아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누가 말했듯이 근대문학이 종언되면서 소설의 위계가 무너지고 서로 평등해지는 상태에서 소설성이 서로 무차별적으로 섞이는 시대로 왔다는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살짝 들렀어요.^^ (이 페이퍼는 이달의 당선작으로...)

stella.K 2012-03-14 17:0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런 낙서 같은 페이퍼는 알라딘에서 뽑아 주지도 않을 걸요?
알라딘이 얼마나 눈이 높은데. 그 알량한 적립금 알라디너들한테 은근 편파적으로 나눠주려면 굉장히 신중해야 할 겁니다.ㅋ
또 모르죠. 빵가게님 댓글 쓰신 것 인용해서 괜찮은 페이퍼로 재탄생해서
당선작이 될런지.ㅋㅋ
그런데 님의 말씀을 들으니 그도 진짜 그렇겠군요.
역시 문학도 카오스였습니다. 으~어지러워.ㅠㅠ

차트랑 2012-03-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스텔라님의 지적은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추천만 때리고 그냥 조용히
돌아가려다가 워낙 칼날같은 지적에 그만
한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텔라님의 글발은 역시 저를 쫄게해요 ㅠ.ㅠ

stella.K 2012-03-14 14:4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런 게 아니라니깐요. 차트님도 참...ㅠㅠ

cyrus 2012-03-14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작보다 드라마를 먼저 보고 나면 원작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비록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이미 다 본 드라마를
책으로 다시 읽는다는 게 재방송을 또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
그리고 드라마로 봤을 때의 느낌이랑 책으로 읽을 때의 느낌이랑 다를거 같기도 하고요.

stella.K 2012-03-14 16:07   좋아요 0 | URL
그점에 있어선 나도 항상 실패한 독서를 했어.
드라마 보니까 너무 재밌어서 원작은 어떨까 찾아 봤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야. 반대로 원작 먼저 보고 드라마를 보면 좀 난데.
그래서 뭐든 하나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ㅋ
근데 학교 생활은 잘 하고 있는 거지?
근래에 비해 좀 뜸해지네.^^

이진 2012-03-1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이군요. 생각해보니 모방범도 그런거 같아요.
번역문인데도 영상이 뚜렷하게 그려지는 현상이 미미여사에게는 나오는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모방범 1권을 읽은지 이년이 지났는데도 초반의 내용이 영상으로서 기억할 정도니까요. 물론... 2,3권은 이년동안 읽지 않고 있습니다만 ㅋㅋㅋㅋㅋ
대본집이라. 저는 영화 하모니 보고 한동안 하모니에 푸욱 빠져서 하모니 책도 샀는데 이게 대본집이군요. 책 읽는데도 가슴이 먹먹해서 말입니다. 저는 기회가 된다면 <로열패밀리>대본집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방금 해품달에서 영애느님 독먹고 죽는 씬이 나왔는데 연기가 어찌나 쩌시는지~~ 로열패밀리때는 아주 신의 경지에 다다랐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로열패밀리도 한번 더 정주행 했으면 좋겠는데 ㅠ

stella.K 2012-03-15 13:06   좋아요 0 | URL
뭐, 그러게 말이군요?ㅋㅋ
와, 독 먹고 죽어? 그 내용만으로도 대단할 것같네.
<로얄패밀리> 대본집 보단 원작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좀 다르다고 하긴 하는데 그래서 더 읽어 볼만할 것 같아.
그런데 나는 <화차> 엎기로 했다. 더 이상 못 읽겠어.
짜증 잇바이다. 모처에서 리뷰 해 주기로 하고 받은 도서라
뭐라고 써야할지 막막하군.
대충 위의 글 드레그 해서 낼까 보다.ㅠㅠ

이진 2012-03-15 14:04   좋아요 0 | URL
아 맞다, 원작은 벌써 샀어요~ <인간의 증명>
크하, 저는 요새 책에 손을 못대겠습니다. <채홍>리뷰쓸만한 시간도 없어서 일단은 그거쓰기에 열중했어요.

아참... 사진집 품절이라고 예치금 받으러 오랍디다.
기껏 사람 기대하게 해놓고 지금 짜증나서 미치겠어요 ㅠㅠ

stella.K 2012-03-15 14:36   좋아요 0 | URL
<화차> 일드가 있더라.
마지막으로 일드 한 번 쭉 훑어주고 리뷰 써 볼 생각이야.
치사하지?ㅋㅋ

근데 그러면 예치금 받을 수 있는 건가?
난 예치금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떻게 하면 생길 수 있는 건가
궁금했어.

아이리시스 2012-03-1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화차>를 완전 원했다가 스텔라님, 블랑카님 리뷰 읽고는 아.. 이런 얘기구나.. 영화도 하구나.. 하며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의 궁금증이 채워진 것 같아요. 그리고 <빠담빠담>은 쟁여놨으니 언젠가 다 볼거예요. 대본집 욕심낸 적도 있는데 굳이 필요없겠더라고요. 공부하는 거면 몰라도..

예치금은 중고책 팔면 생겨요!!!

stella.K 2012-03-17 16:02   좋아요 0 | URL
ㅎㅎ 요즘 <빠담빠담> 정말 열공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노희경의 어떤 작품 보다 좀 지명도가 낫지 않나 싶었는데
10부쯤 되니까 보면 볼수록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웃기는 장면도 많고. 그 웃긴다는 게 웃겨서가 아니라 뭘 저렇게까지...?
하는 웃김 말이어요. 특히 정우성과 김범 쌍으로 웃기고 나문희는 덤으로.ㅋㅋ
드라마 대본은 소설 보다 참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데 그걸 못 쓰겠더라구요.
대사가 주옥 같아서 갖고 있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도 생기면요^^

아이리시스 2012-03-19 18:03   좋아요 0 | URL
한지민도 완전 청순하고 예쁘고, 강아지 땡이도 귀여워요!!
근데 5회까지 보고는 대체 무슨 애기하려는지 감도 못잡겠더라고요. 예전에 <굿바이, 솔로>나 <그사세>는 완전 팬이었는데^^ 한 번 놓치니 안봐져서 중단한 거지 나빴다는 건 아니예요.. 저는 드라마 다 좋아요ㅋㅋㅋ

드라마를 안봤다면 노희경 작품들은 대본으로도 훌륭할 것 같아요.

stella.K 2012-03-19 19:03   좋아요 0 | URL
한지민 보단 이건 확실히 정우성과 김범을 위한 드라마는 아닐까 싶어요.
둘이 참 사랑스럽더군요. 특히 김범은 정말...! 어떻게 저런 몰골로
나와서 그렇게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는 거지? 넘 좋아요.
노희경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나문희도 존경스럽고.
노희경이 또 한번 달리 보이더군요.
연출도 그만하면 나무랄 때 없는 것 같고.^^
 

1. 

<화차>를 읽고 있는 중이다. 너무 재밌다고한데 나의 조두로는 영 속도가 나지않고 있다. 아직 3분의 1 정도를 지나고 있는데 언제쯤 눈이 사팔이 될 정도로 빨려들어가듯 읽게될런지 알 수가 없다. 물론 그렇다고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 읽을만은 하다. 하지만 초두가 이야기 전체를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이를테면 여자의 실종과 개인파산에 대한 설명이 좀 장황하다 싶어 영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 

 

오늘은 크레디트 카드의 중독과 거품 경제. 개인파산 뭐 대충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역시 씁쓸하긴 하다. 그놈의 돈이 뭐라고. 행복하려고 쓴 거 밖에 없다는 글 한 줄이 냉소하게 만든다. 오늘 날 경제 문제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것도 알고 보면 거품경제의 후유증 아닌가? 

개인파산 신청이라는 것도 좀 의문이 간다. 빚 때문에 폐가망신하고, 자살하는 폐단을 막기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나름 가상하긴 하지만 그렇게 면책이되면 이후에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개인파산 신청이 있는데 뭔 걱정이야 하며 또 빚을지면 그것도 돌고도는 것이 아닌가? 이걸 읽으면서 현대는 빚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읽으면서 나는 그렇게 빚은 것은 없는데 책중독은 좀 심한 것 같다. 이를테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읽게 되는 책. 주로 여기 저기 서평단에서 보내주는 책은 유혹이 대단해서 끊을 수가 없다. 까짓 꺼, 신용카드 중독이나 알콜중독 보다야 훨씬 건전한 거지 이 재미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스스로를 위로도 해 보지만 나름 이것도 중독은 중독이겠다 싶다.

바로 엊그제만해도 나는 한달 치 읽어야할 책들을 다 읽고 한숨 돌리나 싶었다. 하지만 금세 또 한달치가 쌓여있다. 그만큼 나의 독서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요 책은 화수분이다. 그러니까 저 <화차>를 비롯해서,

이렇게 총 네권의 책을 읽어줘야 한다. 게다가 모출판사 서평단의 두 권짜리 대하소설이 된다면 이번 달도 숨가쁘게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니까 내 말은, 저 <화차>에 개인파산을 빼고 책중독을 집어넣어도 이야기는 성립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는 거다. 그나마 파산신청은 개인회생이라도 있지. 서평단 글 안 쓰면 아예 아웃 아닌가? 알고 보면 그게 더 무서운 거다(좀 과장해서ㅋ).

 

저 <빠담빠담>은 요즘 콕TV에서 다시보기로 조금씩 보고 있는데, 앞선 작품(요거 바로 전에 뭐가 있었지? 어쨌든) 보다는 별로인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그 이름이 주는 포스 때문에 안 봐 줄 수가 없다. 더구나 정말 감동있는 드라마는 대본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 갖게 되서 기쁘긴은 하다. 통영을 배경으로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읗 TV로나마 보니 왜 그곳을 동양의 나폴리라고 했는지 알 것도 같다. 한지민의 동물병원도 예쁘고. 무엇보다도 정우성의 연기 변신이 놀랍다. '모래시계' 때만해도 대사를 못해 아예 말없는 역으로 했다고 하던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이 작품에서의 그는 장족의 발전이고 격세지감이다.

특히 노희경은 이 책 머리말에서 나문희 씨에게 미안해 했다. 모르긴 해도 그녀가 쓴 작품에 나문희가 안 나온 작품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시청률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으리라 보는데, 나문희는 또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나 좋아 출연 수락한 건데 왜 미안해 하냐고 펄쩍 뛰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자기 좋아하는 일에 뛰어들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고 인간적이기까지 하다.ㅎ

 

그에 비해 빌브라이슨은 전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보면서 그의 백과사전적 지식에 기가 질렸던 적이 있다. 저 <대단한 호주 여행기>도 보니 글씨가 조금은 빽빽한 것이 예전 일이 생각이 나 약간 겁이 나긴하다.

<아주 오래된 북극>은 오늘 도착이 됐는데 조금은 낮선 느낌이라 잘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지난 주일 날 하릴없이 콕 TV 리모컨을 운전하고 있는데 우연찮게도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 시리즈를 방영하고 있는 채널에서 운전을 멈췄다. 보는 순간 어찌나 반갑고 아련하던지. 이게 언제부터 그 방송에서 방영을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비교적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70년 대 중반의 인기 프로였다. 당시 <6백만불의 사나이>와 <특수공작원 소머즈>의 양대산맥에 결코 꿇리지 않는 인기시리즈였다. 지금은 저 악명 높다던 킹스필드는 죽고 당시 법대 1학년 생들이 지금은 킹스필드 교수의 나이쯤돼서 은퇴를 했거나 기다리는 나이쯤 됐겠지? 세월이 참 무상하다.

나도 그 영화 보면서 언젠가 미국 유학을 해 보리라 꿈꿨던 때도 있었는데. 그꿈은 어디로 가고 이렇게 하릴없이 추억에 젖어 이런 글이나 쓰고 있다.ㅠ

 

영화가 하도 재밌어서 책도 사 본 것 같다. 하지만 책은 그다지 재미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는 좀 바보 같다. 그날 두 편을 연속으로 방송해 주는 것 같은데, K2 본부에서 개그콘서트팀의 3일을 동행취재한 다큐멘터리를 보느라 끝까지 보지 못했다. 개그콘서트 안 본지 좀 되는데 나는 방송 뒤 또는 무대 뒤 이야기를 왜 그리 좋아하는지 별 것도 아니더만. 처음엔 그것을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후회막급이 되어버렸다. 돌아오는 주일 날 밤이 이슥해지면 방영을 또 할 건지 리모컨 아래버튼을 따발총 쏘듯 누르고 있어야 할 것 같다.ㅠ   

 

3. 

아, 근데 물만두님 추리소설 리뷰대회 결과는 나왔는가?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디에도 결과발표가 공지되지 않아 기다리다 잊어버렸다. 누구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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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2-03-0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차>는 최근 소설이 아닌데도 여전히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개정판으로 다시 읽어보려고 챙겨놓고 영 짬이 안 나서 못 읽고 있네요 ㅠㅠ

물만두님 리뷰대회 결과는 http://blog.aladin.co.kr/eventWinner/5462240

stella.K 2012-03-09 15:52   좋아요 0 | URL
아, 나왔군요. 이런 이런...고맙습니다. 이매지님.^^

하늘바람 2012-03-0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화차 궁금했는데 구해서 읽어봐야겠네요

stella.K 2012-03-09 17:51   좋아요 0 | URL
네. 함 보세요.^^

숲노래 2012-03-0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버드대 공부벌레들은 옛날 책이 다시 나왔나요? 아니면 새로운 책?

'조두'가 무언가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뒤적여 보았더니
들새를 이야기하는군요~

'들새~'나 '멧새~'나 '바닷새~'나 '물새~'라고 해 보시면
더 좋은 이름이 되지 않을까 하고.... @.@

stella.K 2012-03-09 17:52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니 뭐 그렇게 심오한 뜻은 아니구요,
새 머리요. 그러니 얼마나 작겠어요.ㅋ

2012-03-09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9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3-0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차를 보고 왔는데 영 기대보다 별로였어요 전.
아무래도 원작을 읽어야겠어요. 책은 사뒀는데 영화를 먼저 봤네요.
주연배우들의 포스가 부족했다는..조성하가 오히려 돋보였어요.
영화에서도 그 대사는 나오는데 김민희의 입에서 나오는 그 대사가 어쩐지 영..
행복하고 싶었어, 행복해질 줄 알았어. 그 문장이요.

stella.K 2012-03-09 22:20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요즘 우리영화 폭풍질주하잖아요.
이 영화도 좀 기대하고 있는데...
특히 김민희의 연기가 좋았다는 말도 있던데 저는 김민희 별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전 책도 별로여요. 왜 사람들이 화차 화차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은 한번 들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하던데 그건 그 사람 사정이고. 전 미미 여사의 책이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모방범도 2권까지 읽었는데 그렇게 호들갑떨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3권은 사 놓고 읽지도 못했어요.ㅋ
자기한테 맞는 책은 확실히 따로 읽는 것 같아요. 박범신의 책이었다면 혹했을텐데.ㅋㅋ

프레이야 2012-03-09 23:0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잖아도 '은교'는 정말 기대하고 있다구요.
게다가 박해일이 나오잖아요.

stella.K 2012-03-10 11:26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은교>가 곧 나오죠?ㅎㅎ
솔직히 이 화차는 너무 설명이 많아요. 등장인물이 뭘 하는 게 아니고
혼마 형사가 끝임없이 탐색하고 탐문하고 다녀요.
언제까지 이러고 다니려나 모르겠어요.
지금 거의 반이 돼 가고 있는데. 무슨 사건이 일어나 줬으면 좋겠는데
한마디로 지루해요.ㅠ

아이리시스 2012-03-10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싶어하고만 있어요ㅋㅋㅋ
스텔라님, 거기서 사온 책이 이 책이에요?^^

stella.K 2012-03-10 11:36   좋아요 0 | URL
아이님은 좋아하실지 모르겠는데 난 좀 시큰둥이어요.
왜들 호들갑들인지 이해 못하겠어요.
리뷰 쓴 사람 중에 딱 한 사람 나하고 통하는 사람이 있던데
전 99%가 좋다고 하는 책들 이제 안 믿을래요.ㅠ
거긴 해당 작가의 책만 팔아요. 이건 서평도서여요. r로 시작되는 곧에서
덥썩 물었는데 아무래도 과유불급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페이퍼 아무래도 잘못 쓴 거 같아요.
1차 올리고 나니 왜 이 말도 빠졌지? 저 말도 빠졌지? 삽입에 삽입을 거듭한 페이퍼가 되고 말았어요. 아무래도 봄은 봄인가 봐요. 봄에 깜빡깜빡 한다잖아요.ㅠㅋㅋ

차트랑 2012-03-1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텔라님의 글발에 늘 쫄아버립니다 ㅠ.ㅠ
그런데 엄살 부리시면 곤란하시거등요!!^

stella.K 2012-03-10 19:50   좋아요 0 | URL
에이, 왜 이러십니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