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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젠가 유재석이랑 조세호가 나오는 유퀴즈... 어쩌고하는 프로에 누구라고 하면 알만한 동화작가가 나와서 판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봤다. 중간부터 봐서 구체적인 건 잘은 모르겠는데 그 작가는 작가의 판권이 출판사에 있는 것에 대한 부조리함을 성토했다. 작가는 그저 원고료만 받으면 끝이라는 것. 그 판권이 어떻게 흘러가도 거기에 대해 작가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마음 고생이 많았나 보다. 하긴 뭐 작가가 글만 쓸 줄 알지 법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것도 아니고. (좀 오래된 얘기긴 하지만) 나도 책을 내보긴 했지만 난 그저 출판사에서 먼저 출간 제안을 받은 것이라 무조건 출판사에서 하자는대로 했다. 더구나 출판사 사장이 그전부터 안면이 있고 사람 됨됨이를 알고 있는터라 나한테 해 되는 일을 할 사람은 아니니 그냥 믿고 했다. 무엇보다 내 책이 뭐 크게 대박터트릴 것도 못 되니 그냥  경험이 중요했지 그런 판권 가지고 출판사와 싸울 일이 있겠나 싶어 신경도 안 썼다.

 

근데 그 동화 작가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뭔가를 알고 마음 고생을 했던 것인지 그게 좀 의하했다. 내가 뭘 모르는 걸까... 물론 판권은 좀 문제가 있긴 하다. 판권이 왜 작가에게 있지 않고 출판사에 있는가. 근데 일정 기간 출판사에게 있고 만료되는 거 아닌가? 오히려 작가가 신경 써야하는 건 저작권 아닌가? 책이 나오면 빨리 저작권 등록을 해 자신의 작품이 보호 받도록 하는 것 말이다. 더구나 그림이 있을테니 그건 보호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되고 공연되면서 원작과 너무 많이 달라진 것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사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 옛날 나도 그랬으니까. 아, 그렇다고 내 작품이 영화화되거나 공연됐다는 게 아니고, 당시 연출가가 내가 쓴 작품 그대로 하지 않고 뜯어 고쳐서 자기 멋대로 하는데 무시 당하는 것 같고 이럴 것 같으면 작가가 필요없잖나? 정말 욕만 안 했다뿐이지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그러니 작가로선 기껏 쓴 작품이 폄훼 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김수현 같은 드라마 작가는 연출에도 관여하고 그러지 않나.

 

그런데 이것도 원작자들마다 같은 건 아닌 것 같다. 예를들면 김훈 소설가 같은 경우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되거나 드라마화되면 그건 원작을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이라고 생각해서 뭘 어떻게 하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그럴 땐 저쪽에서 원작료를 지불했을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그 작가는 그걸 받지 못한 걸까? 뭘 가지고 문제가 될 걸까?

 

사실 이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하나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막상 부딪혀 보면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작가들이 그런 계약의 문제 때문에 1인 출판사를 차리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언젠가 이슬아 작가  헤엄이란 1인 출판사 내고 찍어낸 자신의 첫 책 위에 올라 앉아 찍은 사진이 무척 인상적이고 부러웠다. 하긴 나도 그 시절 연출가놈하고 싸우기 싫어 연출도 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는데 그 패기는 어디로 가고 나는 이런 글이나 쓰고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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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3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5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0-09-1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어 보니 유퀴즈를 찾아 어떤 작가
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아마 태생적으로 귀차니즘의 포로라 -

충분한 저작권이 보장되는 것도 많지만
미국의 어느 회사처럼 기존의 저작권
시스템을 고무줄처럼 늘려 주구장창
해먹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stella.K 2020-09-16 18:21   좋아요 0 | URL
유명한 백희나 작가요.
거 보면서 이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뭐 그렇더라도 작가가
손해 보는 게 더 많을 거예요.
이럴 때 일수록 협회가 똘똘 뭉쳐야 하는데...
진짜 능력만 있으면 1인 출판해 보고 싶어요.ㅠ
 

요즘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면 문득 옛날에 보았던 <쇼쇼쇼>란 프로가 생각이 난다.

유스케가 코로나 때문에 무방청객으로 진행하는 게 꽤 된다. 사실 그 옛날 <쇼쇼쇼>도 방청객 없이 했고 당시엔 그건 너무 당연했었다. 유스케가 무방청객으로 진행하는 거 난 좋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게스트에게만 집중할 수 있으니.  <쇼쇼쇼>가 생각나니 당대 불세출의 명 MC 곽규석 씨도 생각난다. 늘 오프닝 때 안녕하십니까 세 번 정도 하고 '후라이 보이(그는 꼭 이렇게 발음했다)' 곽규석이라고 했다.


최근 드라마 <하이에나>를 봤다.

김혜수가 소위 말하는 '센 언니'로 나오는데 제법 하더라. 기왕이면 목소리도 따라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여기선 좀 안 어울린다. 주지훈을 아주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는 맡는 배역마다 잘 소화해내고 있어서 여기서도 만족스러웠다. 이 둘의 조합은 '센 언니 옆에 섹시(또는 댄디) 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센 언니의 신분상승이 볼만하다. 김혜수가 맡은 정금자는 결코 넘 볼 수도 없는 상류사회를 그 센 언니 이미지로 가뿐히 넘어간다. 그러면서도 결코 자기 이미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도 마이 웨이를 걷는데 콧대 놓은 그 사회는 또 그녀를 얼마나 하찮게 보는지. 당연 처음엔 '네가 감히' 했다가 결국 하나로 동화된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정금자 특유의 이미지와 실력인데 이게 참 현실에서는 0.0000001%의 확률일 거란 말이지. 그래서 드라마겠지만 말이다.    

 

요즘 센 언니에 대해서 과연 남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고전적 여성스러운 이미지에 비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돌려대지 않고 스스로는 스스로가 지킨다는 측면에선 센 언니의 이미지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정금자가 자신을 사랑하는 로펌 변호사 윤희재(주지훈)에게 '서초동 도령'이라고 펀치를 날리는데 웃기기도 하지만 머리에 쏙 박힌다. 센 언니에게 잘못 보이면 섹시남은 이렇게 초식남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둘의 케미가 정말 볼만하다. 아직 안 봤다면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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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4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센 언니, 저는 좋은데요. 남자에게 의존적인 약한 여성보다 좋아요.
일단 인간은 독립적인 면이 있는 게 멋져 보이고 편해 보여요.
남보다 자기 자신을 믿고 살면 가장 초라한 밑바닥까진 내려가지 않을 듯합니다.
배신당해서 우는 여성들을 떠올리면 말이죠.

센 여성은 남자들한테 인기가 없을 수 있겠네요. 개인 차가 있겠지만요...

stella.K 2020-09-14 19:17   좋아요 1 | URL
저도 동감입니다. 센 언니는 차버릴지언정 차임을 당하진 않죠.
김혜수가 맡은 역할이 대체로 그런 것 같긴한데
여기선 거의 그런 이미지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지요.
근데 분명 남자들은 좋아하기가 힘들죠.
암튼 한번 보세요. 아주 괜찮은 드라마예요.^^
 

주인공 목해원 역을 맡은 박민영이야 기본은 하는 배우니 따로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 임은섭 역을 맡은 서강준의 발견이 좀 놀라웠다. 솔직히 난 이 배우를 별로 눈여겨보지 않았다. 예전에 모 드라마에서 맡은 배역이 좋게 말하면 차도남이고, 나쁘게 말하면 얌체 같은 이미지를 맡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거기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선 참하고 단단한 청년의 이미지를 제법 잘 소화해 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서 감정 이입하고 싶었던 캐릭터가 있다면 그건 엉뚱하게도 은섭의 여동생 휘였다. 그 역을 배우 김환희 양이었는데 낯설지 않은데 어디서 봤나 했더니 영화 <곡성>에서다. 악령이 들어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 "뭣이 중헌디?"를 외쳤던 그 아역 배우가 벌써 커서 여고생으로 나온다. 여기선 엉뚱 발랄하다 못해 4차원 우주소녀로 나온다. 특히 아주 잠깐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오빠, 언니, 선배라고 부르지만 평소 땐 자기 부모를 제외하고 위아래가 없다. 아무래도 같진 않지만 영화에서의 페르소나를 연기한 듯싶기도 하다. 아무도 휘의 위아래 없는 무개념을 탓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휘의 무개념은 전략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긴 무개념이 문제가 아니라 주제 파악을 못하는 게 더 문제라고 보는데 적어도 휘는 그 정도는 아닌 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아이는 자신이 전따 즉 전교에서 따돌림받는 정도는 알고 있다. 물론 그런 시골 학교에서 전따래 봤자 서울의 웬만한 학교 2, 3개 반을 합친 정도도 안 될 테니 따돌림의 범위가 그리 넓지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괴로워도 슬퍼도 전혀 꿀리지 않은 강인한 멘털과 사회성이 묘하게도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얼핏 로맨스물인 건 같지만 여성 서사고, 상처를 치유해 가는 힐링 서사다. 내가 이 드라마에서 유심히 본 건 해원이 외가가 있는 장소와 그 안에서 드러나는 비밀과 고백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지치고 힘들면 소울 푸드를 찾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자신이 자신을 위로할 때이고, 사람은 외롭고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그것이 고향일 수도 있고, 어느 산중의 절이나 수도원일 수도 있으며, 별장일 수도 있겠지.


지상에 그런 곳이 단 한 군데라도 있다면 그 사람은 결코 자살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바로 해원이 타향에서 지치고 힘들 때 찾은 곳은 외가였다. 하지만 그곳이라고 그녀에게 마냥 좋은 곳은 아니다. 사실 그곳은 해원이 오래전부터 풀지 못한 비밀과 상처를 묻어두고 떠나 온 곳이기도 하다. 결국 해원의 귀향은 그 문제와 마주하거나 해결하는 데 있다. 


사실 고등학교 때 해원은 엄마가 아빠를 죽인 관계로 외가에 맡겨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문에 새로운 학교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다. 아무리 엄마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소문은 나게 되어있다. 하지만 그 소문의 진원이 자신의 베프인 보영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그 배신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나이 땐 그런 거 있지 않나? 친한 사이일수록 서로 비밀 하나씩 공유하는 거 말이다. 해원은 보영에게 무슨 비밀을 얘기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해원은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보영에게 얘기함으로 영원한 친구 관계를 보장받으려 한다.   

  

 비밀은 원래 나타나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 마음속엔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다.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 주위에 가장 친한 사람에게 그 사람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흘려 보라. 그러면 그 친한 사람은 친구를 변호한답시고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술술 불게 되어 있다. 바로 보영이 그덧에 걸려든 것이다. 해원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옹호한답시고 자신만이 알고 있어야 할 비밀을 얘기한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친한 친구를 잃는 치명적 실수가 된다는 걸 나중에 깨닫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그러므로 정말 좋아하는 베프가 있는가? 비밀 공유도 좋긴 하지만 그 친구가 감당 못할 너무 큰 비밀은 말하지 마라. 어쩌면 아니 십중팔구는 그 때문에 친구를 잃을 수 있다. 그나마 여기선 보영이 실수는 하지만 끝까지 해원과 친구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엄청난 비밀을 말해 버리면 오히려 그 말 한 사람이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런 건 생각도 않고 보영이 신의를 저버렸다고 원망하고 냉정하게 구는 건 해원이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한 행동이다.  


그런 만큼 끝까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관계를 회복하려고 하는 보영이 같은 친구가 오히려 진정한 친구일 수 있다. 물은 건너봐야 그 깊이를 알 수 있고, 사람은 겪어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친구가 그렇게까지 용서를 구하며 다가가려고 하는데 한 번쯤은 용서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 못 들어주겠는가. 나도 누구 못지않게 신뢰 좋아하고 부르짖는 사람이다. 하지만 비밀이 원래 드러나라고 있는 것처럼 신뢰 역시도 깨라고 있는 거라고 하면 지나친 말장난이 될까.


인간관계를 신뢰에만 그 기조를 둔다면 상처는 안 받을 수 있고 그것이 깨졌을 때 할 말이 있겠지만 진실한 관계 더 깊어지는 관계는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신뢰 하나 지켜나가는 것도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는 그것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하지만 누구는 그랬다. 사람은 신뢰의 관계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보영이 본의 아니게 해원에게 미움을 받는 존재가 됐지만 누군가에겐 이해받고 사랑받는 존재일 것이다. 보영의 말대로 신뢰가 깨졌다고 예전을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노력은 해 볼 수 있다. 그래야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한 번 용서해 줬다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그때는 그때 가서 또 생각해 볼 일이고, 지금은 용서해 주는 것이 맞다. 사람이 용서해 줘야 할 때 용서해 주지 못하면 그것도 평생 후회로 남는다. 무엇보다 해원이 은섭을 가지지 않았는가. 보영은 은섭에게 사랑을 거절당했다. 해원에게 용서받지 못한다면 불쌍하지 않은가.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건 고백이다. 비밀의 폭로가 누구에게는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지만(해원과 보영의 경우), 비밀은 누구에겐 고백이 될 수 있다. 그건 해원과 이모의 경우다. 이 이야기엔 반전이 숨어 있는데 해원의 엄마가 그녀의 남편을 죽인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해원의 이모인 심명여가 죽인 것이다. 그나마 배우자 살인은 상대적으로 형이 짧지만 처제가 형부를 살해했다면 그건 무기다. 그것을 막고자 언니가 자신이 죽인 것으로 하고 대신 형을 산 것이다. 이건 확실히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우발적이든 고의적이든 동생이 자신의 남편을 살해한 건 자신이 매 맞는 아내기 때문이다. 형부에게 언니가 매를 맞는데 그 상황에서 이성적이는 쉽지 않다. 자신 때문에 동생이 살인을 저질렀는데 동생이 감옥에 가야 한다면 그것을 보고 있어야 하는 마음은 편할 리 없다. 차라리 육체가 힘들어도 마음이 편한 게 낫다. 하지만 그건 언니의 생각이고, 그 사실을 함구하고 언니 대신 조카를 키워야 하는 동생의 마음은 육체는 편할지 모르지만 마음은 지옥이다. 10년 뒤 그것을 조카에게 고백해야 한다면 조카가 받을 충격은 어떨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고백해야 할 때 고백하지 못해 그녀는 병까지 얻었다. 그리고 자신은 병이 나도 싸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해원의 이모에겐 병이 최악의 은총 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차선의 은총이거나.


10년 만에 고백을 하고 모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이냐는 과제가 남았다. 선택한 방법은 자신이 겪은 일을  글로 쓰는 것이다. 글쎄, 그녀가 천주교 신자였다면 진작에 신부를 찾아가 고백성사라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물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건 확실히 좋은 방법이다. 그것이 세상에 알려질 수도 있겠지. 마침 신명여는 작가다. 지금까지는 익명의 독자가 그녀의 소설을 읽었겠지만 지금은 독자가 확실히 정해져 있다. 그건 조카인 해원이다. 신명여가 이 문제를 잘만 푼다면 그녀는 훨씬 더 좋고 깊어진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는 그 사건 이후 절필을 하기도 했는데 그 마음 알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죄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는데 무슨 (얼어 죽을) 소설이란 말인가.


중요한 건 해원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 이모라는 것을 알았을 때 받을 충격도 충격이지만 과연 이모를 용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선 숙제로 남겨 놓는다. 사랑도 쉽지 않은데 용서는 쉽겠는가. 하지만 보영을 생각하면 해원은 둘 다를 용서해야 한다. 이 사람은 용서하면서 저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다면 그건 모순이니까. 용서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이 이야기는 우리가 추앙해마지 않는 도 선생님의 <죄와 벌>의 또 다른 버전 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고전에서 나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 않은가. 다소 소녀적 감성을 걷어 낸다면 꽤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도 같은데 뭐 이 자체만으로도 나쁘진 않다. 더구나 연출 잘하기로 유명한 한지승 감독의 연출도 보는 내내 좋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소녀적 감성이란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여성 작가의 섬세함으로 봐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남성다운 선 굵음을 겁내 한 발 물러선 것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론 좋긴 한데 경탄할만한 구석이 없다. 조금 더 치열하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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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1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 나면 그동안 못 봤던 드라마라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듯하네요.
세세히 쓰셔서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그려지니까요.

stella.K 2020-08-15 17:45   좋아요 0 | URL
ㅎㅎ 어쩔 수 없는 스포예요.ㅠㅠ
이 드라마 괜찮았어요. 볼만해요.

지금 저는 <하이에나> 보고 있는데
재밌어요. 주지훈이 되게 웃기게 나오는데 연기 잘 해요.
말하자면 허당 역활인데 김혜수한테 밟히는 캐릭터죠.ㅋ
안 보셨다면 함 보세요.^^

moonnight 2020-08-15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민영 참 예뻐요^^ 이 드라마는 못 봤지만 stella. K님 정성들인 설명 읽으니 꼭 본 것 같아요^^

stella.K 2020-08-16 18:54   좋아요 0 | URL
오, 노! 직접 보셔야죠. 이건 그저 제가 생각한 걸 쓴 거구요.ㅋ
휘가 어떻게 우주 소녀인지, 서강준이 연기가 어떤지 보셔야 해요.
박민영은 예쁘고 자연스럽게 연기해서 좋긴한데
얼굴을 좀 많이 고친 것 같다는 생각이...ㅋ
그래도 뭐 연기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 같긴해요.
웃을 때 정말 예쁘더군요.^^

희선 2020-08-16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밀은 아예 말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보영이 일부러 말한 건 아니었네요 어쩌다가 잘못해서 말하다니... 이모도 참 힘들었겠습니다 자신이 지은 죄는 자신이 갚는 게 훨씬 좋은데, 해원이 엄마가 자기 때문에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자신이 대신 감옥에 가다니... 멀리에서 보기에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가까이 있는 사람은 그것만 바로 앞에 일어난 일을 생각할 테니...


희선

stella.K 2020-08-16 18:57   좋아요 0 | URL
원작도 좋았고, 대본을 잘 쓰긴 했어요.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데 어떻게 감춰진 이야기를 드러내 보여주는냐가
드라마의 관건이긴 하죠.
정말 사람이 할 말을 못하고 사는 건 고통인 것 같아요.
 

가수 양준일을 알고 있긴 하다. 90년대 윤상, 심신, 박정운, 강수지 틈에 끼어 나왔다가 어느 틈엔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가수. 들보단 서태지와 아이들이 워낙에 막강해서 미처 대중들이 못 알아 보지 않았을까.

 

지금이야 중성적 매력을 가진 연애인들도 많다지만 90년대만 해도 양준일은 좀 특별했던 것 같다. 묘하게 끌리긴 했지만 대놓고 좋아하기엔 그도 앞서 갔다면 앞서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궁금하기도 했지만 반짝했다 사라진 연예인이 양준일 하나뿐인가? 그도 곧 잊혀졌다. 책까지 나왔는데도 시큰둥이했다. 그런데 웬일. 그가 M본부의 <배철수 잼>에 나온단다.

 

요즘 방송가 트렌드는 레트로 열풍을 타고 옛날에 인기 있었던 가수를 다시 소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에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EBS의 <싱어즈>란 프론데 최근 2, 3개월 사이에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재밌긴한데 방송 특성상 그냥 잔잔하고 소박하고 정보 전달에 주력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비해 <배철수 잼>은 나름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첫 시간에 정미조와 이장희가 나와 그들의 이야기와 음악과 초대손님으로 2주간 꾸며졌는데 꽤 볼만했다. 거기엔 기타리스트 박주원을 고정 게스트로 했다는 게 주효해 보이기도 한다. 박주원의 기타 실력은 거의 타의추종을 불허해 보인다. 

 

난 정미조가 70년 대초 그저 입 큰 가수로만 기억했는데 그녀가 얼마나 지적이고 매력적인 가수였는지 다시 보니 알겠더라. 이장희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 프로에 양준일이 두 번째 손님으로 나온다니 안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양준일. 생각 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었다. 내가 좀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중성적 외모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있어 보는 내내 훈훈했다. 나는 그가 데뷔 곡'리베카'를 부를 때 검은 모자를 사용했다고 기억하는데, 모자는 'Dance with me 아가씨'에서 썼다니 헷갈린다. 놀라운 건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가 그가 처음 썼던 건 아니라는 것. 이미 오래 전부터 춤꾼들 사이에선 널리 사용됐고 대회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양준일이 좋아하는 가수는 존트라볼타다. 마이클 잭슨과 존 트라볼타의 춤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는데 진짜 매력적이었다. 더 매력적인 건, 리베카를 들고 나왔을 때 프로 안무가의 안무를 무시하고 자기만의 안무로 무대를 평정한 것. 근성있다. 

 

근데 그 프로를 너무 잘 봤나 보다. 꿈에 양준일인지 양준일 닮은 사람인지 하는 사람이 나와 나를 좋아한다고 해 놓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것을 보고 깼다. 이거 원, 양준일을 좋아해, 말아?ㅎㅎㅎㅎㅎ

 

아무튼 <배철수 잼>은 좋은 프로다. 이런 프로 오래 오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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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2-25 17:38   좋아요 0 | URL
저는 양준일 좋아했습니다. 요즘식으로 표현하면 정말 물건이었죠.
서태지 인기에 가려져서 그렇지.
중요한 건 그가 386세대였다는 거죠. 그런데 외모는 뱀파이어라능.
함 보세요. 왜 양준일, 양준일 하는지 아실 거예요.^^

코로나는...빨리 옛날 얘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ㅠ

얄라알라북사랑 2020-02-25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마이클 잭슨과 존 트라볼타의 춤을 직접 보여주시는 거예요? 프로를 검색해봐야겠어요

stella.K 2020-02-25 17:29   좋아요 1 | URL
아, 뭐 그렇다기 보단 일종의 시범을 보여주는 거죠.
함 보세요. 다음 주에도 방송해요.^^

2020-02-25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2-26 14:56   좋아요 0 | URL
앗, 보셨군요! 정말 좋죠? 저도 그랬어요.
다음 주도 기대되요.^^

마태우스 2020-02-25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양준일을 찾아본 적은 없습니다. 중성적 매력의 소유자군요. 사진만 보면 정말 그러네요. 오랜 세월이 지나서 뜨면 그 기분은 어떨까요. 아마도 그도 나름열심히 노력했겠지요, 이때까지? 언제 프로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stella.K 2020-02-26 15:00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실 거예요. 젊었을 때 참 운이 없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그때 여자 댄스 가수론 김완선이 있었고,
그룹으론 소방차도 있었는데 왜 양준일을 뜨지 못했는지...
지금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운 건 아마도 방부제를 넘어
뱀파이어 외모 때문일 겁니다. 그가 무려 69년 생이더군요.
50이 넘었다는 말씀. 함 보세요.^^
 

 

 

<장기하와 얼굴들>이 작년 말로 해체했다. 꼭 10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해체 이유가 쿨하다. 진정한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음악의 완성도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생각될 때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나 뭐라나.

 

그러고 보면 참 많이 다르다 싶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무슨 그룹이 해체한다고 하면 내부 불화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하다못해 그렇게 위대하다던 그룹 <비틀즈>도 불화설로 해체하지 않았나? 10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그들를 좋아했던 대중들로선 아쉬움이 클 것이다. 아직도 이들이 쏟아 놓을 음악은 많지 않나? 2, 30년 하는 밴드들도 많은데 10년이면 긴 기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더 이상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다.

 

이들의 마지막 공연이 작년 말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있었다. 나는 뒤늦게 TV 다시보기로 최근에서야 봤다. 그들이 처음 데뷔 무대도 이곳이었다. 2008년 '헬로 루키'란 신인 발굴 프로젝트에서. 그 무렵 '싸구려 커피'와 '별일없이 산다'를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한마디로 신선했다. 내가 중학교 시절 그룹 <산울림>의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솔직히 그때 '산울림'의 음악은 좀 낮설었다. 무슨 동요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가요라고 할 수도 없고. 성인 동요쯤 된다고 해야하나? 의아스러웠고 그런 노래라면 나도 만들겠다 싶은 것도 있었다. 특히 그들의 공전의 히트곡 '산 할아버지' 같은 경우. 그런데 나이들어 다시 들어보니 이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런 충격과 느낌이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고스란히 다시 떠오른 것이다. 이들의 음악과 <산울림>의 음악은 색깔이나 취향이 좀 다르긴한데 분명 당대의 음악이 추구했던 것과는 명백히 차별됐다. 바로 그런 점에서 <장기하...>에서 '산울림'의 데자뷰를 느낀 것일 테고.

 

글쎄, 굳이 <장기하...>와 <산울림>이 같은 거라면 성인 아이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몸은 이미 성인이 됐지만 정서나 감정까지 성인이 되지 않고 철없는 아이로 남아 그 느낌과 시각으로 세상을 노래하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공통점은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 사랑하면 실연이 따라오는 법인데 실연을 겪고나면 어른으로 되어버리는 거니까. 아니면 전혀 다른 방식의 사랑을 노래하던가.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면 <산울림>은 아예 어린 아이의 시선 그 자체라면 <장기하...>는 루저라는 거다. 루저의 삶을 노래하고 나아가서 루저가 뭐 어때서 하는 당당함 내지는 저항을 얘기한다. 어찌보면 세상에 잘 나가는 사람에게 늬들이 루저를 아냐고 묻는 것도 같다.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난 이들의 초기 음악 몇 곡 외엔 잘 몰랐다. 공연을 보면서 이들이 참 많은 곡들을 만들었구나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그 곡들은 초기의 곡들 보다 훨씬 발전되고 스킬이 좋아졌다고나 할까? 그냥 이야기하는 것처럼 중절대는 것도 좋았다. 

 

방송은 1시간 남짓이지만 실제 공연은 못해도 한 시간 반 이상은 하지 않았을까? 이들이 걸어 온 발자취를 보여주는데 처음 데뷔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말쑥하고 더 젊어뵌다. 특히 팀의 리더 장기하가 평소 조금 독특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실제 공연 모습을 보니 생각 보다 더 독특한 느낌이다. 무대에서 전혀 쑥스러워하거나 굳이 잘 보이려 하거나 꿀리는 것이 없다. 그게 카리스마라면 카리스마이긴한데 본인은 카리스마라고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10년 동안 늘 같이 하다가 이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는데 멤버들 저마다 어느 길로 갈 건지 알려지지 않아 좀 궁금하기도 하고 은근 걱정도 된다. 참고로 장기하는 큐레이팅 공연을 할 거라는데 나머지는...? 이러다 몇 년 있다 재결합할 것은 아닌지? 아무튼 잘 갔으면 좋겠다. 

 

특별히 이 무대는 주최측에서 '박수칠 때 떠난다'란 타이틀을 붙여줬다고 한다. 이건 분명 영화 제목을 패러디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박수칠 때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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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3-1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2008년 초반부터 군에 입대했어요. 그해에 일어난 모든 사건과 이슈가 정확히 뭐 있었는지 몰라요. 내무반에 있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누군지 처음 알았어요. 이 밴드가 나왔을 당시에 대중의 충격적인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저는 그거 보면서 ‘그냥 특이하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구나’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

stella.K 2019-03-11 18:00   좋아요 0 | URL
충격적이었나? 그런 것도 같고.
<산울림>이 처음 나왔을 때 꽤 유명했거든.
그때 유행하던 음악과 괘를 달리했으니
그 특이함에 사람들이 놀랐지.
그래도 그 보다는 덜하지 싶기도 해.
2008년도면 어느 정도 음악의 다양성이 추구되던
시절이었으니. 그래도 인디 밴드 치고는 갑이지.
더구나 장기하가 서울대 출신이잖아.
노래 부르는 스타일도 독특하고.
나중에 기회되면 한 번 봐봐. 팬들이 꽤 있어.
그리고 혹시 인디 음악에 관심있으면
목요일 밤늦게 KBS1에서 하는 <올 댓 뮤직>함 보고.
<스페이스 공감> 본 딴 거긴한데 우리나라 음악이
이렇게 다양한가 새삼 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