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고는 하지만 밤에 퍼붓듯이 비가 와도 아침부터 밝을 동안엔 그쳐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물론 비 그치면 뜨겁고 비 오면 습도가 장난이 아니지만 일단은 우중에도 그런 때가 있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 본다.


낮에 영화 <도어락>을 봤다. 스페인 영화 <슬립 타이트>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소재만 차용하고 줄거리나 방향성은 별개라고 한다. 그러니까 원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건 영화를 결코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원작의 판권을 사들일 바엔 배우만 교체하고 아예 줄거리나 방향성도 같이하는 게 훨씬 경제적으로나 효율적인가 아닌가 싶어서다. 물론 원작을 보지 않았으

니 이렇게 말하는 것도 좀 조심스러울 수도 있겠다.


영화의 완성도보단 의욕이 너무 앞서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또 의욕이 앞선 만큼 정말 의욕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건 칭찬이다.) 사실 내가 스릴러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그러는 나름의 이유가 없지 않지 싶기도 하다. 스릴러치고 완성도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한 탓도 있지 않나 싶은 것이다. 언젠가 본 <목격자>란 영화도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이 나던지 결국 다 보지 못하고 끊어 버렸다. 그래도 이 영화는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있었다.


어찌 보면 영화는 장르 막론하고 트릭의 예술인지도 모르겠다. 관객을 완벽히 속일 수 있어야 좋은 영화다. 특히 스릴러나 미스터리는 더더욱. 그런데 보면 구멍이 숭숭 뚫린 게 보인다. 관객을 속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혹 속였다고 해도 그 방법이 좀 올드하다. 예를 들면 주인공 경민(공효진 분)에게 대놓고 들이대다 비교적 늦게 최후를 맞는 기정(조법래 분)이 스토커 범인 일 수도 있다. 모든 정황이 기정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이럴 경우 범인은 따로 있을 거란 건 나 같이 스릴러를 볼 줄 모르는 사람도 초반부터 짐작이 가능하게 만든다. 왜 그런지는 스포일러가 돼서 더 이상 언급은 회피하겠지만. 하긴 그게 정공법이라면 할 말은 없다. 원래 범죄 스릴러는 이 사람이 범인인가 싶다가도 저 사람이 범인인 반전의 묘미에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감독이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다. 단지 그게 좀 많이 본듯해서 식상하다는 정도라 문제인 거지.


게다가 딸이 죽을 뻔한 일을 겪었는데 엄마는 전화로만 통화하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계모인가? 원래 가족이 남만도 못한 경우가 많긴 하니 그도 그냥 이해하기로 하자. 그런데 나 왜 이렇게 이 영화에 점수가 후한 거야? 그 밖에 이 영화의 아쉬움은 영화 사이트에 가면 많이 올려져 있으니 내가 여기서까지 뭐랄 건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이 영화에 후하고 싶은 건 앞서 말했던 것처럼 완성도는 좀 아쉽긴 하지만 영화에 대한 의욕이 보여서다. 무엇보다 주인공 경진 역을 맡은 공효진의 연기가 좋아서이기도 하다. 아마 모르긴 해도 공효진이 이 영화의 반은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걸. 이 배우는 뭘 맡겨놔도 정말 연기를 잘한다. 특히 특유의 안정감 거기서 나오는 신뢰감이 한마디로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 감히 보라고 추천까지 하고 싶은 건 꼭 공효진이란 배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이 과연 여자 혼자 살기 좋은 나라인가에 대한 뭔가 은유가 담겨 있는 것 같아서다. 1인 가구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거기엔 절대다수가 남자겠지만 여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싱글 여자를 상대로 한 계획범죄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방범이라도 잘 되어있어야 하는데 경찰은 너무 미온적이다. 영화도 그렇지만 여자 혼자 사는 집 쳐놓고 남자 구두 현관에 한 켤레쯤 놓고 살지 않는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게 방범에 어느 만큼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해 놓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세상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혀 줬으면 좋겠다.


내 방 창문에서 건너편 건물은 금남의 집인지 우리 집이 이사 올 때부터 지켜보건대(보려고 해서 보는 건 아니다.) 사람은 바뀌는데 항상 여자만 2, 3명쯤 살고 있는 것 같다. 뭔데 저 집엔 여자만 살고 있는 걸까 오래도록 의문스러웠다. 또 어떤 땐 내 방 창문에서 마주 보이는 곳이 그 집 주방 창문인데 이틀이고 사흘이고 밤낮으로 켜져 있는 때도 있었다. 그게 또 명절 전후인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 내 짐작엔 그녀들의 본가는 다 지방이라 혹시 밤에 빈집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켜 놓은 걸까 했다. 그러다 최근에 엄마의 설명으로 나의 추리는 다 틀리긴 했지만 이렇게 여자들만 사는 집이고 같은 여자인데도 뭔가 모를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내가 이럴진대 남자들은 또 어떤 상상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데 이 말은 하고 싶다. 행여 빈집에 불 켜 놓지 말라고. 그게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앞서도 엄마의 설명 때문에 나의 상상력이 깨졌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그 집 여자들은 서로를 너무 믿은 나머지 내가 소등을 안 해도 누군가 하겠지란 안이한 생각에 그렇게 된 것이다. 참고로 그 집은 살림집이 아니라 작업실 겸 창고같이 쓰는 곳이란다. 나 참...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이란다. 그 근거를 어디서 보는지 모르겠다. 경제 문화적으로 잘 살면 선진국인가? 나는 감히 말하건대 그런 거 가지고는 선진국이라 말할 수 없다. 어린아이와 노인, 여성이 안전하고 제대로 된 권리를 누려야 선진국이다. 물론 우리가 완성도 높은 영화를 봐야겠지만 가끔은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뭔가의 함의가 있는 영화라면 그것도 좀 놓치지 말고 봐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못해도 별 3개다. 그만하면 볼만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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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7-24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게라도 해 놓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세상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혀 줬으면 좋겠다.˝ - 이에 지지합니다. 그래도 외국 관광을 해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치안이 잘 된 나라라고 하네요.
약자든 여성이든 맘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stella.K 2024-07-24 15:41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우리나라 치안이 잘 되있다고 해서 전 가끔 수사극 같은 거
저거 다 뻥 아냐? 할 때도 많아요. ㅋ
하지만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거 보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거 같아요.
이 영화 볼 때는 나름 쫄깃하고 재밌긴한데
보고나면 좀 허무해요. 말도 안 되는 것도 많고. 어떻게 스토커가
여자 침대 밑에 숨어 있을 수가 있어요? 그러다 여자가 잠들면 침대 위로 올라와
같이자고. ㅎㅎ
암튼 크게 기대 안하고 보면 볼만해요.^^
 


이 영화의 장르를 굳이 말하라면 폭력 액션 피 환장 환타지 뭐 그런 거 아닐까?

내가 설마 그런 장르를 좋아할 리는 없고 순전히 송중기 때문이다. 그는 외모와 달리 거칠고 선 굵은 연기를 제법 잘 한다. 그래서 이번엔 어떤 연기를 보여 줄까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자체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영화에서의 거칠고도 고독한 연기는 일단 합격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치건 역을 맡은 송중기와 연규 역을 맡은 홍사빈 투톱이긴 하지만 그래도 홍 배우한테 좀 더 비중을 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어두운 조폭 세계의 이면을 다룬다. 어떤 이는 지옥 같은 세계를 벗어날 수 없는 두 남자의 운명을 다뤘다고 하는데 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긴하다. 근데 나는 나쁜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체로 그런 것을 생각 했다. 하나 같이 불행한 가정과 개인사가 결국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은 맞는 것 같긴 하지만 난 아직 세상을 그렇게 비관하고 싶진 않다. 이 불행한 환경과 반복되는 개인사를 끊어주면 그도 얼마든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누군가 믿어주는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근데 불행하게도 그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거기서 구원의 동아줄은 비슷한 세계에서 내려 온다는 것이지. 그래서 운명을 변화시키기가 어렵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인만큼 영화를 보면서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자체는 공들여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의 에너지가 넘쳐 보이긴 한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만들었지 묻는다면 답을 찾기가 어렵다. 한마디로 병맛이다. 장면 넘어가는 것 보면 아마추어 느낌이 난다. 진행도 그런 것이 시종일관 우울하다. 원래 우울한 영화에 명랑함이 깃들고 명랑한 영화에 어두움이 베어있어야 좋은데 그런 운영의 묘가 부족하다. 연규는 한쪽 눈이 사시던데 그런 디테일은 참신하긴 하다. 엔딩 때 치건과 연규가 치고 받고 싸우는 건 좋은데 나중에 연규 손에 죽는 치건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럴 바엔 그냥 연규 손에 힘들이지 않고 깨끗히 기껏 피터지게 죽지 싸우다 죽는 건 뭐람. 



앞의 영화에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이 영화 때문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이 영화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었다. 만날 만한 운명은 어떻게든 다시 만난다는 뭐 그런 내용의 영화라고나 할까? 근데 재밌긴 하다. 유리코란 일본 여자가 전에 잠깐 알았던 한국 남자를 찾겠다고 한국에 왔다. 행운처럼 어렵지않게 만나긴 했는데 나중에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그녀가 찾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결국 다시 일본으로 돌아 가려고 하는데 이번엔 남자가 유리코를 다시 붙들게 되고 거기서 다시 새로운 만남을 이어 간다는 영화다. 소품이지만 좋다. 저 두 사람의 안정감 있는 연기도 좋고. 하지만 남주인 김다현의 다소 멍청한 연기가 조금 우습기도 하다.  


단 이 영화는 흑백이라는 것. 뭐 역시 영화는 감독을 위한 것이니 취향이 그런가 보다하면 되는 거겠지만 그래도 관객의 입장에서 흑백은 좀 과유불급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흑백이 싫지 않았던 영화는  <동주> 정도다. 이 영화는 자연 풍광도 많이 담았던데 그걸 흑백으로 보여주다니 죄악 아닌가? 감독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신예 감독이다.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는. 하지만 첫번에 이 정도라면 앞으로가 기대된다. 그의 다음 작품은 무엇이될런지 지금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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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6-30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께서는 영화를 참 좋아 하시는 분 같아요.
저도 영화 좋아하는데
요즘 바빠서 그런지 잘 보지 못해요.
송중기 배우가 나오면 무조건 오케이 입니다^^

stella.K 2024-07-01 12:19   좋아요 1 | URL
페페님도 송중기 좋아하시는군요. 송중기는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더 안정적이고 좋아졌다는 느낌이 있어요. 저만 그러나요? ㅎㅎ 송중기 좋아하시면 보셔야죠. 근데 썼다시피 영화는 그닥입니다.^^

물감 2024-07-01 1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리뷰 쓰는 분들 신기해요. 생각할 틈도 없이 훅훅 지나가는 영상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기록하죠? ㅋㅋㅋㅋ 책 한권 리뷰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요...

stella.K 2024-07-01 12:36   좋아요 2 | URL
귀엽습니다. ㅋㅋ
아, 이런 표현 쓰면 실롄가요? ㅋ 그러면 뭐합니까? 전 좋아요도 별로 못 받는 아싸인 것을. ㅠㅠ
제가 처음부터 저렇게 썼겠습니까? 영화는 시각에 남고 책은 생각에 남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시각이 좀 더 저장속도가 빠르지 않을까요? 그래도 영화 보단 책 보기가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전 책을 많이 못 보니까 그나마 영화라도 보자는 쪽이어서 그럴 겁니다. 글구 영화 리뷰 잘하는 사람은 쎄고 쎘죠. 그들의 하나같은 공통점은 말이 넘 많고 빠르다는. 막 누가 와서 입틀막이라도 할까 봐 겁이라도 나는지. ㅋ
맞아요. 전 책 리뷰 한 번 하려면 3, 4일씩 걸려요. 책 리뷰는 갈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점점 수행하는 마음으로 쓰고 있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4-07-01 12:51   좋아요 2 | URL
영화 리뷰만 그렇게 빠르나요?
북플에서도 신간 나오면 어찌나 빨리 읽고 리뷰 올리시는지요.
정말 책 한 권 읽고 리뷰 쓰기도 힘든데도요^^
 

모든 정신병이 다 그렇긴 하지만 망상장애가 그렇게 무서운 병일 줄 몰랐다. 그로 인해 가정이 어떻게 해체되고 고통을 당하는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문제작이다. 영화는 2년 전 아버지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모녀를 그린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때부턴가 엄마는 망상장애가 시작된다. 이제 겨우 18세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 안타까운 건 엄마의 망상장애 때문에 시험을 못 치르고, 결국 엄마는 집을 나와 차안에서 지내고 나중엔 홈리스까지 된다. 또한 딸의 졸업식에 와 졸업식을 망치고 모녀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그래도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고 엄마를 끝까지 돌보려고는 딸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 


영화에서 보면 소녀를 좋아해 껄떡대는 남자친구가 나오는데 잘 생기긴 했지만 알콜중독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주인공에게 남자친구는 적잖은 힘과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나는  관객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좀 생뚱맞긴 하다. 알콜중독이라고 해서 다 인간말종은 아니겠지만 저렇게 잘 생긴대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는 친구를 마다하기는 쉽지 않다. 과연 이 둘의 관계가 앞으로도 건전하고 희망적으로 갈 수 있을까엔 아무래도 긍정할 수 없다. 여자친구로 인해 술을 끊게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주인공이 남자친구로 인해 같이 알콜중독이 될 수도 있다. 너무 앞서갔나? 암튼 영화가 나쁘진 않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권할만 하지는 않다. 선택을 잘 하라는 말 밖엔.


내가 좋아하는 박서준도 나오고 나름 영화에 대한 평점이 높아 기대를하고 봤는데 가끔은 평점 높다고 다 좋은 영화는 아니다. 아쉽게도 이 영화가 그렇지 않나 싶다. 물론 영화는 코믹과 감동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 점은 인정한다. 대사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극한직업>을 만들었던 이병헌 감독이 아이유까지 영입해서 만들었다. (아이유는 쉽지 않은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잘도 친다. 지금은 예전만 같은 인기는 아니지만 확실히 타고난 엔터테이너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의욕이 어떠했을지 짐작은 간다. 


하지만 2시간이란 러닝 타임이 좀 지루하다 싶다. 1시간 반이나 못해도 40분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어느 싸이트엔 영화 넘 재미없다는 혹평으로 도배를 했는데 사실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해피엔딩이 허락되는 장르가 있다면 그건 스포츠 영화가 아닐까. 러닝타임 내내 힘들게 경기를 지켜 봤는데 엔딩조차도 진 걸로 한다면 욕 먹는 일 아닐까. 감동을 못 주면 신파고 그런 영화가 해외에 나가서 대~한민국을 좀 외쳤다고 국뽕이 되는 건지 그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애초에 신파라고 생각했던 건 홈리스들에 관한 이야기가 전면에 깔려 그런 거는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알고보면 하나같이 구질구질하지 않은가. 그런 그들이 홈리스 월드컵이란 실제 있기도 한 대회에서 판판히 지다가 천신만고 1승도 아니고 한 골을 집어넣고 난리부르스를 쳤으니 그게 공감을 못 얻은 거겠지. 더구나 평소 장애인 스포츠에 관심도 없던 관객들이 홈리스 스포츠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나마 박서준과 아이유가 나온다니까 기대를 했겠지. 영화가 좀 전략적이지가 못해서 그렇지 개인적으론 아주 망한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재밌는 건 홈리스 월드컵은 일반 축구의 3분의 2 정도다. 출전 선수도 팀당 다섯이던가 하고 축구장은 물론 골대도 작다.꼭 소인국에 온 것 같다. 실제로 2010년도에 우리나라가 출전했고 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무엇보다 이때를 깃점으로 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노숙자란 표현을 쓰지 않고 홈리스라고 고쳐 부르기로 했단다. 이 영화는 무려 그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을까. 


볼거리도 있다. 특별히 모델로부터 시작한 박서준이 역시 슈트빨 휘날리는 장면이 끝내준다. 물론 박서준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도 되는 장면 넣어 시간만 끈다고 할지 모르겠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나? 영화 말미에 박서준이 그런 멘트를 날리더라. 우리는 기록을 남기러 왔는지 기억을 남기러 왔는지 선택해야 한다(나 뭐라나)고. 뭔가 멋 있는 말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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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24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4-06-24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많이 보십니다. 저는 극장에서 두 시간짜리 보려면 몸 컨디션이 좋아야 가능하더라고요. 영화 보는 게 피로해서요. 넷플릭스가 그런 점에서 좋아요. 중간에 한 번 쉬면서 보면 피로하지 않거든요. 누워서 볼 수 있는 것도 장점. 저도 이번 해에 영화를 많이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래도 하나만 택하라면 영화보단 책이에요. 책이 훨씬 편해요,

stella.K 2024-06-25 12:16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긴 하죠? 그래도 극장 의자가 비행기 의자만큼이나
편한 구조라고 들은 것도 같은데 그건 고사하고 관람료가 비싸서도
더 못 가겠더군요.
맞아요. 집에서 편하게 보는 게 최곱니다. 놓치거나 이해 안 되는 장면
있으면 다시 리와인드해서 볼 수도 있고.
영화전문 채널도 있지만 그거 안 본지도 꽤 됐어요.
요즘엔 보다가 잘 때도 많아서. ㅎㅎ
책이 젤 좋지요. 책을 볼 수 없으면 영화라도 보자는 주의라
가급적 보려고 하는데 많이 봐 봤자 일주일에 두 편이네요.^^

물감 2024-06-25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캐스팅이 중요합니다. 재미가 없을지언정 비주얼 보는 맛이라도 있어야 하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박서준... 아이유....

stella.K 2024-06-25 12:14   좋아요 1 | URL
에이~ 캐스팅 잘했다고 만회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관객들 눈이 얼마나 높은데요. 다행히 이 영화는 못해도 중간은
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 영화에선 박서준이 눈가의 살도 약간 쳐지고
이 배우도 이제 나이를 먹는가 보다 싶더군요.
아이유는 아주 많이 좋아하는 건 아닌데 싫어하기도 쉽진 않죠. ㅋㅋ
반듯하고 예쁘잖아요.

근데 물감님 ㅋㅋㅋ 너무 좋하하시는 거 아니예요? ㅋㅋㅋ

물감 2024-06-25 16:53   좋아요 1 | URL
과거형입니다. 학생때의 아이유를 좋아했어요ㅋㅋ 그리고 저는 아이유 드라마 하나도 안 봤어요~ 그냥 노래나 가끔 듣는정도ㅋㅋ
 

꽤 오랫동안 이 영화를 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왠지 끌리지가 않았다. 나름 호화 캐스팅임에도 불구하고 조영남이나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 한때 포크계의 정성기를 이끌었던 당대 유명한 가수들을 짝퉁으로 등장시킨다는 게 못 마땅했었나 보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법. 이제야 볼 생각이 들더라. 근데 보고나니 정말 안 봤으면 큰 일 날뻔했다. 배우들이 각자 맡은 배역에 얼마나 충실하던지 정말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나는 배우들이 실제로 노래를 불렀다고 생각하는데(아님 말고), 단순히 노래를 똑같이 부르기 보단 각 가수의 창법을 꽤 많이 연구하고 고민했겠구나 느껴졌다. 그러니 배역에 대해선 말해 뭐하겠는가. 배역 역시도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색적인 건, 원조 착한 교회 오빠 윤형주(강하늘 분)가 이 영화에선 이미지와 달리 쌈닭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송착식 역을 맡은 조복래도(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긴 하다) 사실은 진짜 송창식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꽤 근접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쎄시봉의 결성 과정을 이장희의 나래이션을 통해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말에 의하면 원래 쎄시봉의 시작은 세 명이라고 한다. 특히 윤형주와 송창식은 잘 알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오근태란 인물을 조명하기도 한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이 영화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다큐(또는 재현) 드라마나 전기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사실을 바탕으로한 어느 특정 인물을 찾는 미스터리 영화는 아닐까 싶다. 그런만큼 오근태는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일 거라는 것. 또 그에 따라 그의 여자 친구인 민자영도 동일하게 가상 인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시나리오가 제법 그럴 듯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윤형주나 송직창이 오근태와 함께 쎄시봉으로 활동한 적은 없고 듀엣으로 트윈폴리오로 활동했다. 그러므로 영화는 마치 트윈폴리오의 전신이 쎄시봉이라는 가설로 전개 되지만 실제로 쎄시봉은 그들의 주활동 거점이었다는 것. 그런데 어쩌면 이야기를 새끼 꼬듯 잘도 꽈놨는지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든 김현석 감독이 누군가 그의 필모를 봤더니 <YMCA 야구단>, <아이 캔 스피크> 등 우리가 알만한 여러 작품을 만든 감독이었다. 그 유명한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을 쓰기도 했다. 이런...그런 유명한 감독을 몰라 봤다니! 


특히 영화는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온 뮤즈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에서 오근태는 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건 여자 친구 민자영 때문이다. 하지만 짐직하듯 뮤즈는 항상 양날의 검이다. 뮤즈는 예술을 더 풍성하게 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팀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위에서 열거한 가수들은 실제로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것을 영화에서는 오근태가 민자영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것으로 비튼다. 여기서 궁금한 건, 정말 예술의 무궁한 발전과 번영을 위해 뮤즈가 과연 필요한가, 없으면 예술 활동을 못하는 건가. 끈끈한 공동체, 소속감 뭐 그런 의식만으로는 예술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중에 세월이 흘러 오근태와 민자영이 관계가 이어질듯 이어질듯 이어지지 않는 안타까운 사랑으로 끝을 맺는데 그런 것처럼 예술 역시도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암튼 요즘 계속 꿀꿀했는데 의외로 위로를 받는 것 같아 흡족했다. 김현석 감독의 나머지 영화도 기회있는대로 챙겨봐야겠다.



영화는 트윈폴리오의 <웨딩 케이크>에서 상당히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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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6-18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 프로필의 푸른 물빛이 시원해서 좋습니다! 남은 이 달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24-06-18 11:32   좋아요 1 | URL
그렇죠? 어제 이 이미지 보고 딱 이거다 했습니다. ㅎㅎ
서곡님도 잘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

서곡 2024-06-18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전에 ott에 올라왔을 때 봤답니다 ㅎ 한효주 배우가 일견 수수한데 그래도 저 역을 잘 해냈던 것 같습니다 ㅋ

stella.K 2024-06-18 14:42   좋아요 1 | URL
맞아요. 한효주는 오근태의 뮤즈가 되기에 충분했죠. 오근태에겐 넘 치명적이었고. 사랑하니까 음악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여러 사람을 곤경에 빠트렸다는 건 영화적으론 정말 굿아이디어지면 실제로 그랬다면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죠. ㅠ
 

      

이 드라마의 장르는 추리 청춘멜로다. 혹시 <동백꽃 필 무렵>이란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면 이 드라마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 끝까지 웃기고 엔딩 역시 훈훈하다. 단 그 훈훈한 엔딩이 복불복이란 느낌도 든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씨름 선수단의 이야기이기도한데 당연한 얘기지만 왜 상대 선수끼리 서로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 거려야 하는지 알 것 같다. 그걸 못하는 사람은 선수가 될 수 없다. 한때 같은 소속 선후배끼리 대결하는데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혹시 후배가 선배에게 져 준 건 아닐까 하는 일말의 의혹이 남아서 하는 말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1등 같은 2등이 되던가 지고도 행복해하던가 그래야할 것 같은데 그 점은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장동윤 배우의 드라마인 건 확실해 보인다. 정말 연기를 잘한다. 특히 마을에 온 낮선 여인이 담배 피우는 것에서 뭔가의 의문점을 발견하고 한마디 흘리는 대사가 정말 웃기고 픽할만한 장면이다. 그걸 보면서 요즘엔 작가들이 배역에 맞는 대사를 잘 뽑아 내는구나 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사 전쟁이라도 벌이듯 일반적이지 않을 것 같은 대사를 배우가 시처럼 읊조리게 만들어 질리던데 자연스러워 좋았다. 각 인물의 특징도 잘 잡았다.


참, 이 드라마에 옛 명배우 추송웅의 계보를 잇는 웬 낮선 배우가 하나 등장하던데 그도 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이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일본 영화를 봤다. 어머니의 치매의 과정을 지켜보는 아들의 시선을 담았다. 이제 치매는 암만큼이나 흔한 질병이어서 이렇게까지 진지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한데 그렇다고 과한 건 아니다. 난 아직 치매환자를 자세히 지켜 본 적은 없는데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마음이 어떨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어머니가 예전에 음악학원 강사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중간중간 흐르는 피아노 곡들이 친근하게 잘 배치되어 흐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절반불꽃놀이란 게 나오는데 그게 뭔가 했는데 일본엔 이런 불꽃놀이가 있구나 했다. 직접 확인 요망. 보는데 문득 3년 전 목포로 가족 여행을 갔다 본 불꽃놀이가 생각이 났다. 환경을 생각하면 불꽃놀이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그래도 밤하늘을 수놓는 멋진 광경은 인정! 강추까지는 그렇고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면 볼만하다.


 영화 <미나리>의 계보를 잇는 영화다. 짐작하겠지만 감독의 자전을 담고 있고 일만한 국제영화제를 휩쓸기도 했다. 90년 대 캐나다 이민자의 삶을 다뤘다. 지금은 우리나라 김밥이 서양에서 인기라는데 아직 한류가 꽃을 피우기 직전이니 그것도 놀림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민자라고 해도 과부에 어린 아들과 함께 이민을 했으니 그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까. 설상가상으로 주인공은 몇년 후 췌장암에 걸리고 아들은 불량학생이 된다. 


거의 유복자나 다름없이 자란 아이는 아빠의 존재에 궁금해 한다. 결국 죽음을 앞두고 아들과 귀국해 시댁을 가고 남편의 무덤가를 찾아가는 대충 그런 영화다. 그래도 영화 <미나리>는 윤여정과 한예리란 유명 배우라도 있지 이 영화는 낮선 배우만 나온다. 그래도 주인공이 연기를 잘한다. 영화가 아주 침울한 건 아니지만 유쾌하지도 않다. 외국에서는 꽤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의 시각에선 뭐 그렇게 환호할 일인가 싶다. 그래도 볼만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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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4-06-10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셋 다 낯설기만 하네요 ^^;;;

stella.K 2024-06-10 20:30   좋아요 0 | URL
치카님 TV나 영화 잘 안 보시는군요.
저 두 영화는 꼭 안 보셔도 되는데 드라마는 진짜 재밌습니다.^^

물감 2024-06-11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요새 영화 많이 보시네요! 저는 갈수록 영화/드라마를 안보게 되요. 이거 또한 유튜브의 폐해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책도 집중력이 오래가질 못하는..
첫번째 영화는 재밌어보여요. 씨름부 이야기 ㅋㅋㅋ 스포츠물은 다 재미있는듯!

stella.K 2024-06-11 20:08   좋아요 1 | URL
저도 한동안은 영화 안 봤어요. 극장은 굿바이한 지는 오래됐고
그나마 저는 지니 TV 보고 있는데 무료로 하는 영화 너무 올드한 것만
보여줘서 TV 드라마를 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얼마 전부터 상영된지
1년 정도된 비교적 최근작도 꽤 여러 편 무료전환을 히더군요.
물론 그것도 어느 기간이 지나면 다시 유료전환 할 거지만.

첫번째는 영화 아니고 OTT 드라마에요. 12편인가 14편짜리라 드라마 안 보시는
물감님은 버거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보고 맘에 들면 계속 보게될 거예요.
보면서 씨름도 나름 섹시할 수도 있구나 했습니다. ㅋㅋ
저도 책 보는 게 점점 쉽지 않아 드라마라도 보자는 쪽이죠.
드라마 잘 만든 건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그걸 안 보는 건 배배 배반입니다.
배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