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오전과 저녁 때. 항상 그런 건 아니고, 어떤 땐 오전에만 읽거나 저녁에만 읽게 될 때도 있다. 오전에 책을 읽게될 경우는 책상에서 읽게되고, 저녁에 읽을 경우는 눕거나 바닥에 앉아서 읽게 된다.  그건 날씨가 추워지면 그렇게 되고, 날씨가 더워질수록 책상에서 읽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당연히 종이책으로 읽는다. 전자책은 시도는 안 해 봤지만 최근 눈이 많이 안 좋아졌다. 눈이 쉬 피로할 것 같아 꿈도 꾸지 않는다. 주변의 반응도 신통치 않고. 책은 역시 종이책이다. 

 

최근 독서대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확실히 좋은 것 같다. 진작 쓰지 못한 게 후회될 정도다. 메모는 잘 안하는 편이고, 주로 줄을 긋고 중요한 페이지는 접기도 한다. 줄 긋기는 몇년 전부터 연필이나 샤프를 이용하고 있다. 가끔 책을 정리해 어딘가 보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 줄 거진 책 다른 사람이 읽으면 좀 덜 부담 가라고 그렇게 하고 있다.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장 접기 안 하려고 얼마 전부터 포스트 잇 플래그를 샀다. 하지만 두고도 잘 안 쓰게 되더라. 역시 습관이 무서운 것 같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참고로 난 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질문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만일 그렇게 묻는 것이라면 난 현재, <단테의 지옥 여행기>와 <카뮈로부터 온 편지>를 조금씩 읽고 있다.

 

<단테의 지옥여행기>는 사실 모처에서 이벤트 책으로 받은 책인데, 그 어렵다는 단테의 신곡을 소설로 썼다고 해서 읽어 보고 싶었다. 난 고전 알레르기가 있어 이렇게 누가 다른 버전으로 썼다고 하면 일단 관심이 간다. 근데 막상 읽어 보니 꽤 괜찮다는 느낌이다. 왜 그동안 신곡을 무조건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걸까, 나중에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카뮈로부터 온 편지>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얼마 전, 카뮈의 '이방인'의 번역을 두고 인터넷상에서 설전이 벌어졌었다. 그 일의 연장선장에 있는 책이라 구입해 읽고 있다. 그 논쟁은 나름 일단락 됐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난 일단 작가의 이런 자세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고집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뭔가 꼭 해야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도 읽혀져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나는 서재를 가지고 있지 않아 특별한 배열 방식 같은 건 없다. 조금의 빈 공간만 있어도 어디든 쑤셔넣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정말로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가까이 두고 싶어 책상에 세워두고 눕혀두고 난리낫다.

 

책은 간소하게 줄여려고 한다. 물론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요즘은 한 번 읽고 다시 안 읽을 책은 기증하거나 중고서점에 팔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이 평생 백 권인가 이 백권 정도의 책만 가지고 사셨다는 데 새겨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빨간 머리 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르 클레지오의 소설<혁명> 사인본. 그가 잠시 우리나라에 교환 교수로 와 있을 때 작가와의 만남에 간 적이 있다. 그런 데 가면 갈 때는 그냥 강연만 듣고 와야지 하다가도 막상 가면 꼭 그 작가의 책을 사는 나를 발견한다. 그날도 애초에 그의 소설을 살 생각이 없었는데 너무 멋있어서 안 살 수가 없었다. 가까이서 그의 멋진 모습을 눈에 담으려고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랑할만 하지 않는가?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글쎄...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헤밍웨이...?  헤밍웨이는 모든 사람의 우상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여성 독자들에겐 너무 멋있지 않나? 수염 난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의 수염은 웬지 멋있다는 느낌이다. 그와 꼭 하루 애인으로 지내 보고 싶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 강원용 목사의 <역사의 언덕에서>.

토마스 만을 읽는다는 건 확실히 마의 산인 것 같다. 무려 7권이고 난 그중 4권까지 읽었다. 완독을 해야하는 데 못하고 있다. 읽으면 좋긴 한데 왜 못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책이야 말로 꿀노잼이다.

 

강원용 목사의 책도 절판된 걸 중고로 어렵지 않게 전권을 다 구입했다. 그런데 2권까지만 읽고 손도 못되고 있다. 하긴 뭐 그런 책이 그것 뿐인가? 너무 많아 일일이 헤아리기가 어려울 지경이다.ㅠ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내 심장을 쏴라>. 두껍기도 하고, 읽으면서 우울했다. 미국 특유의 퇴폐적인 느낌도 좀 안 맞았고.  나름 대단한 책이라는 건 알겠는데...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성경, 요셉과 그 형제들, 로마제국 쇠망사.

새삼 설명이 필요 있을까? 성경은 단행본이지만, 뒤의 두 권은 세트다. 무인도 가면 할 일도 없고,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그런 두꺼운 책 한 번은 떼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

특별히 로마제국 쇠망사는, 오래 전에 로마사를 공부해 보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이런 황금 같은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읽어 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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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28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가 마초라던데, 괜찮겠어요? ㅎㅎㅎ

stella.K 2016-04-29 12:3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딱 하루만 애인하겠다는 거 아니니.ㅎㅎㅎ

책한엄마 2016-04-2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빨간머리앤^^

stella.K 2016-04-29 12:41   좋아요 1 | URL
어린 여자 아이들에겐 로망이죠!ㅋㅋ

blanca 2016-04-2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르 클레지오라니, 정말 부럽네요. 그것도 노벨 문학상 받기 전에..<마의 산>이 그렇게나 길었군요. 저는 시작도 못하겠습니다.

stella.K 2016-04-29 12:44   좋아요 0 | URL
르 클레지오 사인본은 예전에 한번 올린 적 있었는데
그때 브랑카님 못 보셨나 봐요.
그런데 이걸 자랑할 사람이 없어요.ㅠㅋㅋ

아뇨. 토마스 만 자체가 마의 산. 저에겐 도달할 수 없는 산이라는 거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트는 반칙임 -_-

stella.K 2016-04-29 12:46   좋아요 0 | URL
왜요, 어쨌든 3종이잖아요.
그럼 무인도 가게 생겼는데 단행본으로만 가져가는 게
바보 아닌가요?푸하하~

yamoo 2016-05-01 23:40   좋아요 0 | URL
ㅋㅋㅋ

표맥(漂麥) 2016-04-28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Q4. 의 답변은 저와 너무나 일치...^^

stella.K 2016-04-29 12:46   좋아요 1 | URL
헉, 정말요?
그럼표맥님과 저는 평행이론...?!ㅋㅋㅋㅋㅋㅋ

페크pek0501 2016-04-29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천득 선생님은 백 권이나 이백 권... 그렇군요.
저도 천 권을 읽고 나서 그중 애독서 50권만 뽑아 놓고 노년에 반복해 읽는 계획을 세워 놓은 적 있어요. 반복해 읽어서 그 다음 페이지에 뭐가 나오는지 훤히 알 정도로 정독하는 것이죠.
지금도 아끼는 책은 보고 또 보고 그래요. 아무데나 펼쳐서 말이죠. 그래서 머리맡에 있죠.

독서대를 사용하시는군요...

드디어 쓰셨구나, 그러면서 잘 읽고 갑니다.(왜 10문답 페이퍼를 쓰지 않는지, 생각했어요.)ㅋ

stella.K 2016-04-29 16:57   좋아요 0 | URL
그게 정확히 기억이 안 나요. 이백 권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오래 전에 그 사실을 알고 충격 먹었죠.
정말 단아, 단출 그 자체셨던 것 같아요. 피천득 선생은.

언니도 독서대 함 사용해 보세요. 훨씬 피로가 덜하더라구요.

제가 그동안 좀 바빴어요. 그리고 여기저기서 막 올리니까
좀 천천히 올리고 싶기도 했구요.^^

yamoo 2016-05-01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개의 질문에 답한 스텔라 님의 글을 읽고 든 2가지 생각..

아, 스텔라 님은 침대 생활을 하지 않으시구나...라는 거..침대가 없으면 이불을 꺼내 펴고 게서 장롱에 넣는 게 무지 귀찮더라구요~

어릴 때 빨강머리 앤을 좋아하셨군요! 학부 때 애니에 빠져 살 때 빵강머리 앤의 전편을 보고 정말 큰 감동을 받았더랬죠. 명작이라는 걸 20살 넘어서 알았습니다. 플란다스의 개와 함께요..ㅎㅎ 어렸을 땐 아무 생각 없이 봤거든요~ 그냥 마징가z 류만 좋아했던 거 같습니다..ㅎㅎ

그리고 독서대라...
전 독서대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만...독서대는 수험생활이 떠올라서뤼..--;;

stella.K 2016-05-02 14:30   좋아요 0 | URL
이렇게도 저를 유심히 지켜봐 주시는 분이 계시다니
새삼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ㅋㅋ
사실 저는 방이 좁아 침대를 들여놓을 수가 없어요.
안 그러면 책을 빼야할 텐데 자식 같은 책(?)을 어디다 둔단 말입니까...ㅠㅠ
그리고 침대가 먼지가 많고 관리 잘 못하면 진드기도 많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 보다 더 다이들면 침대들여놓게 될지도 몰라요.
울엄마 보니까 그렇더라구요.ㅋ

빨랑머리 앤은 어렸을 때 책으로 읽었는데 아동용 문고 1권짜리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알라딘 검생해 보니까 9권인가 그렇던데.
그렇게 생각하면 전 읽은 것도 아닐 겁니다.
그러다 몇년 전 ebs에서 영화로 보여주던데. 정말 재밌게 봤어요.
애니로도 본 기억이 나긴 나는데 끝까지 다 봤는지 기억에 없네요.

수험생활을 아주 혹독하게 하셨나 봅니다. 전 독서대 너무 사랑해요.^^
 

 

어제 아주 오랜만에 모임을 갖는데 알라딘에서 휴대폰 문자가 날아왔다. 책광고 문자. 이런 건 알라딘 말고도 타 인터넷 서점에서도 오는데 별로 반갑지 않은 문자이긴 하다. 그렇다고 스팸으로 돌릴 수도 없고...

 

그래도 어젠 모처럼 관심있어 하는 작가의 책광고다. 하루키가 책을 냈다는.

 

솔직히 하루키를 그다지 많이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워낙 유명한 작가니 그가 무슨 책을 냈는지에 관해서는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 이 정도의 사람이라면 당연 소설가도 직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가가 어디 직업인가? 명예직이지.

 

하루키에 관해서는 그동안 여기저기 인터뷰 해 놓은 글을 읽어 본지라 이책이 얼마나 새로울지 미지수이긴 하다. 하긴 뭐 새로워서 읽겠는가? 관심 때문에 읽는 거지. 이책은 특별히 그의 소설 창작에 관한 글을 쓴 것 같은데 그동안 30년 넘은 창작에도 불구하고 밝히지 않은 창작에 관한 걸 이책에 썼다나 뭐라나... 특별히 자전 에세이란다.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관심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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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작가인데 그 성실함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군요.. 부지런하신 분입니다..

stella.K 2016-04-05 18:32   좋아요 0 | URL
ㅎㅎ 곰발님과 제가 통하는 것도 있네요. 하루키 안 좋아하는 거.ㅋㅋ
그러게 말예요. 그런 작가들 있지 않나요?
하긴 부지런하지 않은 작가가 어딨겠습니까?
쓰는 거에 비해 돈 못 벌고 알아주지 않아서 그렇지...ㅠ

cyrus 2016-04-05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고 문자 안 오도록 설정하는 게 있을 걸요. 관심 있는 작가의 신간도서 출간 소식 설정 해제하면 문자 안 올 겁니다.

stella.K 2016-04-05 19:1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게 있었지? 정말 해야겠어.

yamoo 2016-04-0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2년을 마지막으로 하루키 책을 전부 처분하고, 하루키는 더이상 읽지 않고 있습니다. 근데 진짜 하루키는 책을 계속 내는군요~ㅎ 하루키 좋아하는 분들은 계속 사재기 해야 할 듯합니다..ㅎ

stella.K 2016-04-06 10:49   좋아요 0 | URL
저도 언제 읽고 안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작 소설은 안 읽고 이렇게 그 사람에 관한 책이거나 본인이 자신의 글에
대해 쓴 책은 아직 관심이 많으니 이 책도 끌리더군요.
그의 초기작은 아직도 안 읽은 게 많은데 전 그나마 초기작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16-04-06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봐도 관심이 가네요. 하지만 이제 하루키 책은 그만 사려고 합니다.
명성으로 인해 현혹되지 않으려고 결심...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읽어 볼 것 같은 예감이...

stella.K 2016-04-06 14:39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예전에 하루키 스타일이란 책을 리뷰하면서
이 사람이 자서전을 내지 않을까 했는데 자전 에세이를 냈네요.
제가 혹시 이 책 읽고 리뷰 쓰게 되면 꼭 읽어 주셔야 해요!ㅋㅋ

2016-04-08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4-08 17:35   좋아요 1 | URL
모르셨나요? 그거 꽤 오래된 얘긴데...
아마 마라톤에 대해 책도 썼을 걸요?^^
 

  작년 말부터 월경주기가 바뀌었다. 그동안은 거의 주기에 맞춰 나오더니, 한 달 반 거의 두 달만에 하고 그 양도 다소 줄었다. 곧 폐경, 아니 완경이 되려나 보다.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되기 바로 얼마 전, 동갑내기 아는 지인과 대화를 하다 무슨 말끝에 "아직 월경하죠?"란 물음에,
  "그러게 말이에요. 아직도 따박따박 잘 나오고 있어요."라며 난 다소 귀찮은 듯 말했었다.
   그러자 그 지인은, "그럼 좋은 거죠. 좋은 거예요."라며 위로 반, 부러움 반했다.
   하지만 월경 자체가 좋고 부럽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매달 피를 보는 것이 뭐 그리 좋은 일이겠는가? 그저 월경이 끊어진다는 건 갱년기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어쩔 수 없이 노화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걸 생각하면 아직도 (그 지겨운)월경을 하고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일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말하고 당장 그다음 달 월경이 주기 보다 한참 늦게 시작되었으니 입이 방정이란 생각도 들었고, 이제 정말 나도 늙는 건가 조금은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월경이 폐경 보다 좋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나의 몸의 노화는 월경과 상관없이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이고, 사람들 저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몸이 비틀리는 생리통도 겪어 봤다. 여름이면 더워 죽겠는데 샤워도 신경 쓰인다. 여름이면 더위 피해 피서도 간다는데 월경은 그럴 줄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 월경을 이제 겨우 마치게 되었는데, 매스컴은 또 월경을 마친 여성들에게 얼마나 잔인한가? TV는 의사의 입을 빌려 폐경기 여성의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악재를 자세히 설명하며 그에 좋은 여러 가지 좋은 약과 식품들을 먹으라고 부추긴다.
  그에 따라 난 얼마 전부터 이미 갱년기를 지났거나 시작된 사람들에게 그 증상에 대해 물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원래 매스컴이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 믿을 것은 못되고, 주위 사람들의 말을 참조하는 것이 그나마 믿을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묻고 다니니 그도 참 여자의 일생이다 싶다.
  10대 시절 처음으로 초경을 경험하고 경쟁하듯 누가 누가 월경을 늦게 시작 하나를 묻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너 월경하니?" 물어 아직 안 한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으면 얼마나 부럽던지(물론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다 믿을 건 아니겠지만). 그런데 그 부러움은 잠깐이고 한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으면 이내 안도하는 마음이 된다.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동질감 내지는 한편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또래 여자들에게 폐경과 갱년기 증상에 대해 묻고 다니고 있으니.
  그런데 묘한 건, 갱년기가 어떠냐는 질문은 엄마한테만큼은 할 수가 없다. 그것은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또래 여성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네 엄마들은 하나같이 "갱년기가 어딨어, 갱년기가."하면서 손사래를 친다. 다 사느라 바빠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는 것이다. 거기엔 그것도 살기 좋은 시대 (하릴없는) 여자의 투정이거나 매스컴의 지나친 과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엄마하고는 갱년기 가지고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딸과 엄마는 같은 여성이니 서로 통하는 것도 많은데 이것만큼은 세대 단절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우리네 엄마들이 기억을 못하고 계셔서 그렇지 분명 이렇게 저렇게 갱년기 증상을 겪었으리란 게 나의 추측이다.
  예를 들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활기에 넘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게 엄마의 성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사람 볼 줄 아는 눈이 아직 트이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늘 허리가 아파 어린 동생에게 올라가 허리를 밟으라고 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꽤 오랫동안 육체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을 보고 자라왔다. 그즈음 어느 지점에 갱년기 증상도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러다 엄마는 오히려 노년에 이르러 건강하고 활기차게 사시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갱년기 장애를 기억하지 못하시는 건 아닌지. 내가 이 얘기를 하면 당신은 내가 언제 그랬냐며 펄쩍 뛰며 요즘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을 쉬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또 엄마 말이 맞는 것이, 분명 난 엄마가 건강하지 못한 걸 보고 자랐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엄마가 늘 자리 보존하고 병원을 제집 드나들듯했느냐면 그런 건 아니다. 엄마는 평상시 가정 주부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다. 그러니까 할 일 다하고 남는 시간에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셨던 셈이다. 그러니 딱히 정말 엄마가 무슨 병이 있었다고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대신 엄마는 월경이 끝나고 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것은 또 모든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제목에 폐경 대신 '완경(完經)'이란 단어를 썼는데, 사실 이 단어는 국어사전이나 한자 사전엔 없는 말이다. 한자 사전에 음가가 같은 단어가 있긴 하지만  '월경을 다 마치다'의 뜻으로서는 쓰이지 않는다. 또한 이 단어는 내가 처음으로 쓰는 말은 아니다.  

  사실 월경이 끝난 것을 폐경이라고 하지만, 태곳적부터 세상 돌아가는 판이 남성 중심이고 보면 이 단어도 남성이 붙인 여성 비하적 단어는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월경이 끝나버린 여자를 더 이상 여자로 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의 입장에선 월경을 무사히 완수했다는 의미에서 완경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 폐경이란 몸 어딘가가 기능을 다해 퇴화되고 닫혔다는 의미로도 다가오는데 그것처럼 잔인한 단어가 어딨겠는가?  
  더구나 몇 년 전,  어떤 의사가 TV에 나와, 여자는 원래 초경 외에 평생 월경을 안 해도 되도록 만들어졌다고 해서 충격을 먹었던 적이 있다. 그의 말인즉, 옛날에 여자는 초경 전후로 결혼을 해 임신하고 모유 수유하고, 그 모유 수유가 끝날 무렵 또 다시 임신을 해 똑같은 패턴으로 폐경까지 갔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 의학이 발달해 피임이나 중절 등 여자가 생명을 잉태하고 있을 때 보다 안하고 있을 때가 더 많고 그에 따라 월경도 길게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월경 하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과연 그렇겠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게 얼마나 시대 착오적이며 배려 없이 하는 말인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외침이 많았던 시절, 정절 하나 지키겠다고 신랑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일찍 시집와 뱃속의 아이를 지켜내고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이었을까? 그렇게 해서 정절은 지킬 수 있었을지 몰라도 대가는 혹독해  매서운 시집살이를 견디지 않으면 안 되는 여성의 흑역사가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여자는 평생 월경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놓고 폐경을 맞은 여자는 폐경을 맞은 여자대로 퇴물 취급을 하거나,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고 자주 겁을 주곤 한다. 그러니 남성주의 매스컴이 여성에게 얼마나 잔인한가.
 
  월경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여성들은 하나같이 해방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 역시 그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앞에서도 TV 같은 매스컴의 과도한 보도도 지적했지만, 모든 여성들이 심한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개중엔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별히 몸이 예민하거나 약한 사람들. 그래서 난 겁이 나서 그렇다면 갱년기 증상에 좋다는 약을 미리 먹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말을 들어보면 그것도 구체적인 증상이 있을 때 의사나 약사와 상담 후 먹는 거지 미리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모처에서 신년회를 한다고 해서 참석했다 아는 지인을 만났는데, 헤어질 무렵 난 또 습관처럼 갱년기 증상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녀도 물론 갱년기 증상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는 것처럼 대단한 건 아니고, 마치 몸을 안 쓰다 쓰면 두들겨 맞은 것처럼 뻐근하고, 내 몸 같지 않다는 말을 하는데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게 견딜 수 있을만한 정도라고. 그래서 그녀는 갱년기인 줄 아니까 기분 좀 나아지라고 시중 약국에서 파는 갱년기 약을 먹고 넘겼다고 했다.
  난 그녀의 말 가운데 '견딜만한'에 방점을 찍어 본다.  하긴, 생리통을 경험하지 않은 청춘이 어디 있던가? 그런대다 살면서 이런저런 아픔을 견디며 살아온 육체가 아닌가? 갱년기라고 특별히 다르겠는가? 살아가느라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면 그냥 겪도록 하자. 미리부터 겁먹지 말고.   
  지금도 그런 걸 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엔 딸이 초경을 하면 의식 있는 부모는 이제 정말 여성이 되었다며 축하 파티를 열어준다고 한다. 물론 난 그런 거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의 부모님이 의식이 없으시다고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난 솔직히 좀 내성적이라 그런지 그 시절 부모님이 실제로 그렇게 해 주셨다면 옷장에 숨어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냥 조용히 알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그런데 혹시 그런 형식을 따지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완경 때도 그렇게 해 주시라. 여자로서 아무 탈 없이 아니 탈이 있으면 또 어떠랴, 무사히 완경까지 올 수 있다는 것도 축하받을 일 아닌가? 축하해 줄 사람이 없다면 자축이라도 해라.   
   폐경이 돼서 여자로서의 구실을 다했다고 우울해하기 보다, 완경이 되어서 이제부터 누릴 자유와 해방을 더 기뻐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여성들이 초경을 경험했을 때의 당황스러운 느낌을 솔직하게 쓴 다소 앙증맞은 책이다. 이런 책이 나와주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 전까지 여성의 월경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으로 다뤄왔던가? 특별히 <캐리> 같은 영화는. 물론 이런 책이 나왔다고 해서 또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제 여자는 폐경을 통해 또 한 번의 수난을 맞지 않나 싶다. 월경을 하면 월경한다고 뭐라고 그러고, 폐경이 되면 폐경이 됐다고 뭐라고 그런다. 그럼 여자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

 

그래서 제안한다. 초경에 관한 솔직한 느낌을 얘기할 수 있는 거라면, 폐경 아니 완경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들이여, 이제 완경을 이야기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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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2-05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월경의 정치학>에서 본 내용인데요, 월경을 축하해주는 인사도 자칫 여자아이에게는 심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여자아이들은 갑작스러운 신체적 변화에 많이 놀라요. 그런 상황에 주변 사람들이 “월경을 하는 것은 네가 여성이 되어간다는 증거야”라고 말하면 여자아이는 자신이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껴요.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거죠. 저는 축하 인사보다는 제대로 된 월경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월경에 대한 지식을 잘못 아는 어른들이 많아요.

stella.K 2016-02-05 15:44   좋아요 1 | URL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한때 그런 게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다는 거지.
주로 미국에서 그랬던 모양인데
그게 우리나라에도 넘어 온 거 같은데 예전엔 그게 약간 부럽기도 했어.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도 부담은 아닐까 싶어.
하지만 완경은 여행이라도 다녀 올 수 있는 뭐 그런 특별한 의식이
있었으면 해.

cyrus 2016-02-05 15:56   좋아요 1 | URL
옛날에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에서 주인공 옥림이가 초경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그때 옥림이가 고아라였었죠. 가족들이 옥림이 초경을 축하한다고 성대하게 파티를 여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장면만 따로 편집되어서 네티즌들이 가장 민망해하는 장면으로 소개된 적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가 크죠. 외국에는 월경 파티를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거로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아니잖아요.


stella.K 2016-02-05 18:14   좋아요 1 | URL
ㅎㅎ 하여튼 우리나라 따라하기도 잘하지만
그게 가끔 도가 지나칠 때가 있어.
그런데 그 드라마 난 안 봤지만 일부러 비꼬기 위해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하긴 그게 아니어도 몇년 지나 보면 또 다른 이해와
가치관으로 볼 수 있으니 우습기도 했을 거야.
그런데 소소하게는 해 줘도 좋긴 할 것 같아.
요즘엔 초등학교 3,4학년이면 한다는데 얼마나 마음이 그렇겠어?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5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글이 다른 글보다 뛰어난 점은 솔직하다는 점과 그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일 겁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재주고 지식이고 나발이고... 제1덕목은 솔직함입니다..

stella.K 2016-02-05 18:1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쓰면 뭐합니까?
알라딘이고 나발이고 알아주지도 않아 당선작엔 번번이 미끄덩인 것을...ㅠ
그래도 뭐 곰발님만 알아주시면 되옵니다. 흐흑~ㅋㅋ

yamoo 2016-02-1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지금에야 보다뉘..@_@

담달 이달의 당선작에 이 글이 있을 것입니다~ 이 댓글이 성지가 될 것입니당~~~~ㅎ

당선이 안된다?! 그건 평가단이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stella.K 2016-02-16 11: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이미 끝난 걸로 아는데요.
심사대상 날짜가 당월에서 다음 달 9일까진가 그럴 걸요?
제가 쓴 날은 2월5일자구요.

그러니까요. 이렇게 열심히 썼는데도 안 되더란 말이죠.
그러니까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 문제 있는 거 맞죠?ㅠㅠㅠㅠ

2016-02-16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6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6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8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사다난 했던 2015년이 지나고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어제 떳던 해가 오늘도 변함없이 떠올랐을 뿐인데 오늘 뜬 해는 어제 뜬 해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무래도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반영한 것일까?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는 걸까? 우린 좋든 싫든 새해를 맞이해야 하고, 나이 한 살 먹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 들여야 할 뿐이다. 마치 쓰레기 봉투값이나 버스 요금 오른다고 호들갑 떨다가도 결국 얼마 안 있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담담하다는 건 담담하지 않기 때문에 애써 담담한 척 하다 이내 담담해져 버리는 그런 역설적 원리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작년엔 정말 힘든 한 해였다. 하는 것마다 안 됐고, 별 성과없이 주져 앉았다. 더구나 검기 몸살 외엔 건강하나 만큼은 자신했던 엄마가 생각지도 않은 암선고를 받고 어떻게 해야좋을지 우왕좌왕 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비교적 순조롭게 회복 중에 계시긴 하지만 그토록이나 아파했던 엄마를 지켜 본다는 건 이 엄마가 내 엄마 맞나 싶게 낮설게도 느껴졌던 한 해이기도 하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렇게 아픈 엄마를 두고 암판정을 받기 전까지 아무 것도 아닐 거야. 괜찮겠지를 되내이며 난 공연도 보러 다니고, 사람도 만나 히히덕거리기도 했으며, 변함없이 책을 읽고 살았다는 게. 무엇보다 당신이 괜찮다고만 하시고, 병원에 안 가시려고 이리 빼고, 저리 빼시니 그 고집을 누가 꺾을 수 있을까? 원래부터 병원과 친하지 않은 사람은 결국 스스로가 가겠다고 하기 전엔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아픈 엄마를 방치한  잘못도 크다. 

 

서론이 길었다. 그렇게 멋모르고 살았기에 (비록 하루가 갔지만)올해도 '내 맘대로 좋은 올해의 책'을 뽑을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무작위로 올려 본다.

 

사실 난 듣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라디오를 듣는다면 <세상의 모든 음악>이 유일하다. 물론 다른 프로도 드물게는 듣긴 하지만 결국 끝까지 듣게 되는 건 이 음악 프로다. 그나마 더러는 안 들을 때도 있고. 그러니 팻캐스트를 들을 리 만무하다.

 

그래도 이동진의 <빨간 책방>은 워낙에 유명해서 이렇게 듣기를 싫어하는 나도 간혹 한 두 번은 호기심에 듣기는 했다. 음악 프로는 음악을 들으면서 무엇을 괴외로 할 수도 있지만(난 보통 그 시간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이 팟캐스트는 온전히 이것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 듣고 있으면 재밌긴 한데 잘 안 듣게 된다. 

 

그러던 중 이 책이 나왔다고 해서 반가웠다. 이동진도 이동진이지만 김중혁을 좀 좋아하는 편이라 이 둘의 결코 밀리지 않는 말빨과 그 조화로움은 거의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싶다. 이동진은 이동진대로, 김중혁은 김중혁대로 자기 맡은 전문 분야(영화와 문학)에서 어쩌면 그리도 지식이 풍부한지. 

 

하지만 팟캐스트에서 다룬 책들의 편수에 비하면 책은 몇편 되지 않아 아무래도 2, 3권 계속 나와줘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저자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읽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이 책으로 재대로 저격당했다고나 할까?

 

글쓰기에 관한 책은 많다. 하지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은 무슨 글쓰기 강사가 매뉴얼처럼 써낸 책도 많은데 나는 그런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굉장한 깊이를 가지고 있고, 글쓰기 책도 이토록 철학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이라고나 할까? 깊이가 있으면서도 문체는 대체로 평이해 이렇게 쓰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존경스러운 마음마져 들기도 한다. 또한 글을 잘 쓰기를 원하는데 그럴 수 없을 것만 같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격려와 위로를 받는 것 같을 것이다.

         

나는 인터뷰집을 좋아하지만 특히 그 대상이 작가면 내 취향에 딱이다. 그러니 내가 이 책을 읽은다는 건 행운이었다. 오래 전부터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고, 특별히 소설을 쓰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정작 소설을 못 쓰고 소설가들에 대해서 써 놓은 책을 좋아하니, 난 아무래도 소설은 못 쓰지 싶다.

 

특히 난 그들이 어떻게 글을 쓰고 문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한데, 고백컨대 내가 이러는 건 그들에 대한 순수한 관심 보단 내가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 같은 건 아닌가 싶다.  

 

혹시라도 이쪽 방면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몇년 전에 읽은 원재훈의 <나는 오직 글쓰고 책 읽는 동안 행복했다>를 함께 추천한다. 이 책 정말 재밌게 읽었다. 어떤 작가는 서로 겹치기도 하는데 시차가 있으니 생각이 어떻게 변했을지 또는 변함이 없다면 어느 부분에서 변함없는 생각을 가졌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내용이 의미하는 바는 나에게 그다지 크게 다가 온 것은 아니다. 그냥 한편의 시 같은 희곡을 읽는 기분이었달까? 작가 김경주가 추구하는 것도 시극이었던 만큼 그냥 작가가 이제까지 써 온 작품 중 하나를 접해 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시면 시고, 희곡이면 희곡이지 시극은 또 뭐란 말인가? 말에 의하면 T.S 엘리엇으로부터 이 운동은 펼쳐나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성인들 지성을 깨우치는 건 좋은데 그렇게 애매모호한 개념으로 일반인들 우왕좌왕 헷갈리게 만드는 게 그리 좋은지 묻고도 싶어졌다.

 

이렇게 이 책을 읽으며 투덜거리고 있을 무렵 한 가지 사실이 나의 뇌리를 꽝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작가의 활동이었다. 그는 연극 연출가이기도 하는가 본데 무대를 극장에만 한정 짓지 않고 카페든, 클럽이든 하다못해 창고에서도 공연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사실 나는 3년 전인 2013년에 내가 쓴 뮤지컬 작품을 처음으로 대학로에 올리고 같은 해 말 재공연 말이 나왔다 제작자와 대판 싸우고 결별했다. 솔직히 초연도 겉으로만 성공적이었지 그속을 들여다보면 원칙은 없고 무질서 그 자체였다. 그래도 가까스로 참고 재공연이 성사가 되길 바랐는데 제작자의 그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빡이 돌았던 것이다. 결과야 뻔한 거고. 역시 돈줄을 쥔쪽이 무섭긴 무섭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정말 이대로 무너져야 하는 건가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가 이 방법도 있었구나 했던 것. 그래서 대본을 다시 고쳐 쓰고 무조건 돈키호테처럼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작년은 하는 것마다 안 됐고, 그후로 엄마의 병이 점점 더 심해져 급기야 수술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돌이켜 보면 어차피 안 되는 거였구나 싶다.

 

그러니까 내 말은 책을 읽다보면 어떤 책은 어떤 의미로든 행동하도록 만드는 책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어떤 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했고 잠시긴 했지만 나를 이토록 돈키호테가 되도록 만드는 책이 있다는 것에서 이 책은 나름 나에겐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고 저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난 이석원의 <언제들어도 좋은 말>이 더 실제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글을(특별히 에세이를)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책이었고, 나도 왠지 이런 식으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뭐 누구는 사소설이 아니냐고도 하고, 누구는 불륜에 관한 이야기를 쓴 거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그런 형식에 관한 평가는 차치하고 무엇보다 작가의 솔직함에 방점을 두고 싶다. 작가됨의 덕목 중 하나가 솔직함 또는 정직하게 쓸 것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작가 이석원은 충분한 자질이 있다고 본다. 

 

나는 또 이 책을 읽고 얼마 있지 않아 <보통의 존재>를 샀고 바로 어제 완독을 했다.  글쎄.. 아무리 좋아하게 된 작가일지라도 이렇게 짧은 기간내에 또 다른 책을 사서 읽기란 나에겐 좀체로 없는 일인데 그냥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받고 보니 노란색 양장이 꼭 무슨 일기장 같기도 하고 예뻤다. 나 개인적으론 형식적인 면에선 앞의 책이 더 매력적이긴 하지만,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혼 경력, 정신병 이력, 가족과의 관계 등을 적나라다 싶을 정도로 솔직히 쓰고 있는데, 읽고 있으면 자신을 떠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왜 그 사람 앞에서는 용기가 없고 해명할 자신이 없어 뒤돌아서서 혼자 자조하며 중얼대는 그런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의 말이 일견 일리가 있고, 수긍이 가는 그 생각의 독특함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읽기에 따라선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의 책을 먼저 읽었다면 말이다.

 

특별히 그는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독서는 거의 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는데 책 읽기의 괴로움을 아는 사람은 담박에 질시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그러고도 인기 작가가 될 수 있는지 하면서 말이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없다면, 생각을 많이하고 자기 글을 성실하게 고쳐나가는 것도 작가가 되는 한 방법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언젠가 블로그에 올라 온 그의 글을 읽으니 그는 <보통의 존재>가 나오고도 책을 끊임없이 고쳐 쇄를 거듭할 때마다 글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다. 지금까지 42쇄가 나왔으니까 42번을 고쳐 썼을지도 모른다. 굉장한 인내고 성실함 아닌가? 그렇더라도 새롭게 사지는 말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 어딘가 숨어서 <언제 들어도...>를 고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석원의 발견을 감히 '발견 이 작가!' 라고 하리만큼 작품 보다 오히려 작가의 발견이놀랍고 반갑다.

 

그렇게 말하자면 '발견 이 작가!'에 또 하나의 이름을 올리자면 김경욱이다. 

 

솔직히 이 책은 몇년 전 이곳 아는 알라디너로부터 생일을 빙자하여 받은 책이다. 그런 것을 황송하게도 받은 즉시 읽지 못하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다 최근에 읽게 되었는데, 정말 언제까지 읽기를 미루었다면 작가에게나 이 책을 선물한 그 알라디너에게나 실수할 뻔했다. 물론 이미 했지만...ㅠ 

 

이 책을 읽었을 때 내가 정말 요즘 작가들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걸 새삼 알았고, 김경욱이란 작가가 있다는 게 우리나라 문학계가 아주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저자가 위트있게 쓴 것도 한몫하지만 읽다보면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과가사를 알 수도 있어 유익하다.

 

특히 작가가 오타쿠적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작가와 내가 같은 세대를 살고 있어 어느 부분 그때는 정말 그랬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도 만들지만, 확실히 작가는 나 보다 두 세 걸음은 더 앞서 대중문화를 향유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오래도록 문화계에 종사한 사람의 자서전으로도 읽히는데, 마침 내가 이곳 알라딘에 내가 읽어 온 책들을 정리하는 글을 올리곤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거의 손을 놓고 있긴 하지만. 글을 쓴다는 건 성실함이 8할 같다.

 

인생을 100으로 보고 반환점을 돌 때쯤 사람은 자서전을 쓰고 싶어지는가 보다. 뭔가의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모르긴 해도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번엔 문학 잡지도 끼워 본다.

일단 환상적이리만치 착한 가격에 놀랐고 또 놀라우리만치 내용이 좋아서 이래도 되는 건가 의아할 정도였다. 천명관의 인터뷰도 좋았고.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창간호라는 점에서도 이 책을 뽑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아, 근데 세번째 호는 사 놓고 여태 읽지 못했다. 난 왠지 공지영이 그다지 끌리지 않는데 아무래도 그래선지 아직도 읽지 못했다. 

정기구독을 할까 하다가 그만둔다. 이제부턴 읽고 싶을 때만 사서 읽어 볼 참이다. 

 

대충 이렇게 정리해 본다. 그런데 재작년에 이런 글을 쓰면서 나는 슬쩍 베스트와 함께 워스트를 한 권 올린 적이 있다. 이번에도 좀 짖궃게 한 권 정도 올려보고 싶은데 그건 바로,

이 책이다. 정말 위험하고, 거지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옹호하고 점잖게 말해 범신론적인 시각이 다분해 보이는데 읽다가 거의 내팽개쳐 버리고 싶었다.  어떻게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내 말을 확인해 보기 위해 이 책을 일부러 사서 읽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뭐 나름 이 책에서 은혜 받은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건 내가 보지 못한 뭔가를 봤나 보다. 하지만 이 책은 나로선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올핸 또 어떤 책을 읽게 될까? 

언제나 그랬지만 조금씩 건드려놓기만 하고 아직 완독을 하지 못한 책, 읽으려고 고히 모셔둔 책들을 좀 더 많이 읽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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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1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2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6-01-02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즐거운 책읽기와 함께 행복하시길 ^^

stella.K 2016-01-02 11:24   좋아요 0 | URL
어머나! 정초에 야클님께서 제 서재를 친히 방문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새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데요?ㅋ
야클님도 올해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기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2016-01-02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6년은 분명 작년보다 더 나은 해가 될 것입니다^^

stella.K 2016-01-02 11:33   좋아요 0 | URL
아, 책나무님 고맙습니다.
그래야지요. 책나무님도 올해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길
저도 기원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6-01-02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행복한 새해가 되시길...

stella.K 2016-01-03 14:10   좋아요 0 | URL
네. 언니도 좋은 책들과 함께 복된 한 해 되시길
저도 기도들여요. 고맙습니다.^^
 

 

어제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세미콜론이 주관하는 <배트맨 데이 2015 기념 특별 연속 강연> 2강에 다녀왔다.

솔직히 배트맨은 어리고 젊었을 때나 좋아하는 거지 이 나이 먹고도 좋아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더구나 허리우드 영화가 시큰둥한 나로선 이것은 더더욱 새삼스럽다. 제사 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다고 어제 그곳에 간 이유는 배트맨 보다 강연자로 나선 김봉석 작가가 궁금해서다. 

지난 여름 그의 책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를 인상 깊게 본지라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마음만 먹으면 좀 더 일찍 그를 보러 어디든 쫓아 다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그는 나의 사정거리에서 너무 먼곳에 있었고,  어제는 적재적소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모처럼 한때 배트맨을 좋아했던 추억도 떠올릴만 했고.

그런데 확실히 김봉석 작가는 이 분야에선 타의추종을 불허할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배트맨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허리우드 영웅 신화의 역사를 알지 않으면 안되고 하드보일드 문학도 알아야 한다. 그것에 거침이 없다. 

그는 딱 보기엔 다소 뭔가 어눌하고 허술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과연 전문가 다웠다. 특히 그의 나이가 내 또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씨네 21 기자였던 경력에 지금도 같은 동종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그래서 문화 전반에 관한 지식이 해박하다. 그가 그렇게 해박한 지식을 갖게된 것은 지식을 쌓아서 무슨 입신양명을 꽤하기 위함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의 책을 보면 사춘기 무렵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부조리와 불온한(?) 생각들 때문에 과도하리만큼 책과 영화에 탐닉하면서 그것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런 그와 나를 비교해선 안 되겠지만 반성은 된다. 그 사람은 여전히 문화라 일컫는 모든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나는 가면 갈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

배트맨과 수퍼맨은 알겠는데 코믹 마블이니 어벤져스는 도무지 알지도 못하며 관심이 없다. 

배트맨도 나는 어떻게 알고 있던가? 그냥 멋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팀 버튼이 만들고 마이클 키튼과 미셀 파이퍼가 나왔던 <배트맨 2>를 가장 좋아하는데, 나는 그저 영화 전반의 음울한 분위기와 마이클 키튼의 남성미, 반미치광이처럼 뇌까리는 듯한 악령든 미셀 파이퍼의 연기가 좋았다.

하지만 어제 그의 강연을 들으면서 역시 <배트맨>에 대해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제 김봉석은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맨은 좋은 일을 하는, 즉 보이스카웃과 동의어지만, 배트맨은 훨씬 더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사적인 복수를 하지 않는다. 즉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퍼파워면서 탐정이고, 의심이 많다는 것. 나는 배트맨이 영웅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것이 단순히 악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즉 남을 헤코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영웅이 되겠는가? 그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즉 어렸을 때 부모가 악당인지 불의의 사고로 죽지 않는가? 난 그게 나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고독한 영웅이 될만한 것이다.

또한 배트맨의 출연 배경은 50년대와 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시대가 미국이 겉으로는 태평성대를 이루지만 안으로는 모든 모순이 시작되면서 60년 대 터진 싯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시대에 배트맨이 나왔다. 확실히 배트맨을 다시 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슈퍼히어로는 가면을 쓴다. 그것은 20세기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 그 시대 사육제 문화가 있었던 것도 가면을 통해 일탈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는 것. 바로 그 점을 놓치지 않고 배트맨 시리즈는 그토록이나 맨 얼굴을 드러내놓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나 보다. 하지만 어느 영화에선 정말 사육제 장면이 나오면서 모든 사람은 가면을 쓰는데 배트맨과 상대 배역은 유일하게 그곳에선 가면을 쓰지 않고 나오고 있다. 그게 배트맨 2였을까? 기억이 없다. 어제 김봉석씨가 뭐라고 얘기했는데 워낙에 조두라 기억할 리 없고.

 그는 배트맨 이후 우리의 수퍼히어로는 그 모습을 여러 모양으로 달리하다가 비로소 <와치맨>에서 달라졌다고 한다. 그것은 동시에 만화가 달라졌고, <마우스>에서 만화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한다. 또한 미국 같은 나라는 만화뿐 아니라 5, 6년 전부터 게임도 예술로 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오락으로 보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또한 아이언맨이 없으면 마블도 없다고 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대략적으로 집어주니 내가 영화를 얼마나 띄엄띄엄 보고 있었는지 알 것도 같다.

어느새 우리의 배트맨이 그 탄생 역사가 75년이 넘었다고 한다. 기히 엄청나다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배트맨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허리우드를 욕하고 냉담하다가도 찍소리할 수 없는 건 바로 이런 것이다. 계속 만들어지고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 우리나라에 이만한 캐릭터가 과연 있을까?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라는 뽀로로가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워낙 귀치니스트라 한동안 밤외출을 삼가했던 내가 신사역을 너무 우습게 봤는가 보다 빤히 알만한 길도 어둠이 내리고 나니 어디가 어딘지 몰라 헤멨다. 낮선 곳을 헤메는 거야 의당 있을 수 있다고 해도 거기서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을 잡는데 헤멜 건 또 뭐란 말인가? 두더지처럼 신사역 안을 헤멨고 결국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다리는 나무토막이 되어 있었다. 

오는 길에 배트맨을 알려면 그의 상대역인 조커를 알아야하지 않을까? 배트면 2에서 나왔던 대니드 비토도 좋긴 하지만 히스레저도 강렬하긴 하다. 배트맨이야 워낙 영웅이어야 하니까 멋있는 거야 당연한 거고 배트맨에 나왔던 조커들은 나름 인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이기도 했다고 본다. 언제고 날잡아 배트맨을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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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3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만화를 좋아했는데 유독 <배트맨>은 잘 보지 않았어요. TV에서 몇 차례 방영한 걸 본 적은 있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stella.K 2015-11-01 13:20   좋아요 0 | URL
그런가? 난 배트맨은 좋아했던 것 같아.
어쨌든 악당을 물리치고 힘센 영웅이잖아.
아, 그러기로는 슈퍼맨이 한 수 위던가...?
암튼 그 음울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지.^^

yamoo 2015-11-0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봉석 작가를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대 초반에 알았습니다. 그가 공저로 낸 애니메이션 관련 저작을 통해서였지요. 근데, 그가 씨네21 기자를 했었군요!

배트맨...만화 원작인데, 영화는 꽤 심도 있습니다. 배트맨을 소재로한 영화 분석서도 많이 있습니다.매트릭스만큼 우려먹는 영화에요..ㅋㅋ

뭐, 영화는 취향따라 가는 거라...내갠 별루 일 수 있지요. 전 배트맨 보다는 스타워즈 쪽 입니다..ㅎㅎ 스타워즈와 터미네이터~ㅎ

stella.K 2015-11-01 13:27   좋아요 0 | URL
아, 꽤 오래 전에 알려진 사람이로군요.
근데 왜 저는 이제사 알았을까요? 글을 보면 좀 오타구 같다는
느낌이 있고, 얼굴 이미지는 어찌보면 마태우스님을 연상도
하더군요. 꼭 같다는 건 아니고 그냥 꽈가...ㅋㅋ

스타워즈도 좋죠. 근데 전 스타트랙도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예전에 tv 시리즈 방영하고, AFKN에서도 하고 그럴 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