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부터 내 스마트폰에 만보기앱을 설치했다. 그동안은 설치만하고 잘 보지도 않았다. 춥다는 핑계로 외출하는 날 보다 집에 있는 날이 더 많았고 외출을 해도 마트 정도 다녀오는 정돈데 스마트폰을 챙기는 게 귀찮고 자꾸 잊어버린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봄이 돼서 그런지 스트레칭 효과를 좀 보고 있어서인지 다리가 전 보다 좋아져 걷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그러다보니 내가 걷는다면 얼마를 걸을까 궁금해서 만보기에 마음이 갔다. 그런데 하루에 만보 걷기가 쉽지 않다. 외출해서 들어오면 만보기 기록을 보는데 이럴수가 하며 매번 썩소를 날린다.
누구는 만보는 그냥 상징적인 숫자고, 최소 2300 보 내지 4천 보는 걸으라고 조언한다. 걷기의 확실한 효과를 보려면 7천 보를 걷고.
나는 일주일치를 합쳐도 하루에 해당하는 만보에도 못 미친다. 어느 날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날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약간의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집에선 여간해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거나 몸에 잘 지니지 않게되니 집안에서 종종거린 발걸음은 카운팅이 안 될 것이다. 그러니 1, 2백보 정도는 더해줘야하지 않을까? 뭐 그래도 저조한 기록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요즘엔 자주 봐서 그런지 웬지 모를 승부욕 같은 것이 꿈틀 거린다. 역시 눈으로 보는 것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