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25주년 기념 라이터스 에디션)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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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보니 내가 이 책을 2006년에 처음 읽었다.  

그때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저자의 작법서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회고록으로도 느껴졌다. 저자가 어떻게 작가의 꿈을 가졌으며 무슨 책을 썼는지, 어떻게 책을 내게 되었는지, 또한 간략하지만 어떻게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게 되었는지가 다 나와있다. 그럼 회고록이지 뭐야. 이 책이 그렇게 보이는 건 시간의 퇴적의 결과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르긴 해도 그는 이번 생은 따로 회고록은 쓰지 않을 모양인가 보다. 썼다면 벌써 썼겠지. 나중에 평전이나 기대해 봐야 할 것 같다.) 


될성부른 나무 떡닢부터 남다르다고, 그는 유년 시절 이미 트럭 6대 분량의 만화책을 봤다고 한다. 과연 만화책만 봐도 소설가가 되는구나 싶다. 물론 설마 그렇기야 하겠어? 다른 책도 봤겠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일 년에 7,80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여느 작가들의 독서량에 비하면 작다고 겸손해 하지만, 작가고 아니고를 떠나 1년에 그 정도 읽으면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아무튼 그는 훗날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했다고 하던데, 모르긴 해도 이때 봤던 엄청난 만화책이 도움이 되었을 거란 건 쉽게 짐작해 볼 수가 있다. 


또한 그는 중학시절에 얇은 페이퍼백 소설을 직접 쓰고 제작해서 학교 친구들에게 팔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담임 선생님에 의해 받은 돈은 모두 돌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는데(맞나?), 아마도 두 가지 이유에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하나는 그가 썼다는 소설은 당시 인기 있었던 영화를 소설로 각색한 거라고 하는데, 그 시절 저작권법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남의 작품을 가지고 허락도 없이 2차 작업을 하면 법에 저촉이 될 것이다. 게다가 그때는 학생이 교내의 학생을 상대로 상(商)행위를 하면 안 될지도 모른다. 미성년자라.  


그래도 어쨌든 그 어린 나이에 그런 발칙하고도 깜찍한 경험을 했다는 건 나중에 작가 활동을 하는데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왠지 그는 편집자나 출판사를 했어도 잘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그 이후 그는 자신의 글을 출판사에 파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 액수는 가면 갈수록 상승일로였다. 나중에 그는 책을 내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소개를 했는데 어렸을 적 이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물론 그의 말대로 돈을 위해 글을 쓰면 안 되겠지만, 자신의 글을 어떻게 팔 수 있을까에 대해 좋은 경험을 했다고 본다. 그의 말마따나 독자는 언제나 재미있는 스토리를 원하고 돈을 쓰기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읽다보면 작가는 엉덩이로 글을 쓴다고 하는 말이 과연 맞는 말일까 의문스럽기도 하다. 그는 원고를 완성시키고, 여기저기 알만한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출판사에도 보내고, 출판 대리인도 구하고(우리나라에 과연 이런 직업이 있나?), 자신에게 맞는 문학잡지사에 계속 투고해 보라고 조언한다. 또는 자비 출판도 생각해 보고. 그런데 왠지 자비 출판은 뉘앙스는 좋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되고 20년이 흘렀다. 출판 인식이나 환경도 그때보단 바뀌었을 것이다. 1인 출판사도 많고, 인터넷 플랫폼도 생겼다. 무엇보다 그 유명한 프루스트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자비 출판하지 않았는가. 어쨌든 그만큼 하기도 바쁠 것 같다. 그런 것으로 보면 킹 아저씨는 엉덩이에 힘주고 글만 써 대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누가 작가를 게으른 직업이라 했는가. 한마디로 나 같이 게으르고 소극적인 사람에겐 작두 위에서 칼춤을 추라는 소리로 들린다. 그나마 이 책은 좀 순화되고 완곡어법을 쓰는 것 같다. 


​킹 아저씨는그렇게 유명한 작가인데도 왜 글을 이렇게 쓰나요, 저렇게 쓰나요 독자들로부터 온갖 지적질로 가득한 메일을 받는다고 한다. 수많은 거절 끝에 출판에 성공해도 이번엔 그런 문제에 봉착하는구나. 얼마 전,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길고도 묘한 제목의 드라마를 봤다(이 작품은 작가에게나 연출에게나 모험이었을 거라고 본다. 우선 소재가 일반적이지가 않고, 어느 특정한 창작 집단의 이면을 보여주는 거라 이 세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좋겠지만 다수가 좋아하기는 좀 어렵지 싶다), 거기서 보면 업계에 대한 온갖 살벌한 말들이 오간다. 누가 무한 경쟁 사회 아니랄까 남 잘 되는 꼴은 절대로 못 봐주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열등감에 쩔어 깎아 내리기는 기본이고, 겉으론 축하해 주는 척해도 언제든지 진흙탕 싸움을 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그 중심에 이제까지 주변을 배회하던 주인공을 중심부로 끌어와 그가 어떻게 자신의 길을 찾는가를 보여주는 드라마다(킹 아저씨께서 이 책에 중요한 건 플롯이 아니라 상황이라고 했던 바로 그 상황이다. 난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얼마나 시원했던지). 그처럼 세상은 내가 성공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걸 나도 좀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걸 그 드라마를 보고, 이 책을 읽을 때야 비로소 깨닫다니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작가는 역시 자신만의 표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보통 그걸 소설에선 '문체'라고 하고 이는 작가의 지문 같은 거다. 이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킹 아저씨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표현력 하나는 끝내준다. 


뮤즈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가(......)여러분의 집필실에 너울너울 날아들어 여러분의 타자기나 컴퓨터에 창작을 돕는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법은 절대로 없다. 뮤즈는 땅속에서 지낸다. 지하실에 산다. 그러므로 오히려 여러분이 뮤즈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내려간 김에 그의 거쳐를 잘 마련해 줘야 한다. 다시 말해 낑낑거리는 힘겨운 노동은 모두 여러분의 몫이다. 한편 뮤즈는 편안히 앉아 시가를 피우고 자신의 볼링 트로피를 흐뭇하게 감상하며 여러분을 싹 무시하는 척한다. 이런 상황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 물론 이 뮤즈라는 작자는 겉으로 보기에도 별 볼 일 없고 대화 상대로서는 빵점이다(내 뮤즈는 근무 중이 아닐 때는 대개 툴툴거리는 소리로 대답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영감을 주는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밤을 꼴딱꼴딱 새워가며 모든 노고를 도맡더라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작은 날개를 달고 시가를 입에 문 그 작자가 마법이 가득한 자루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 속에 든 것이 여러분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내 말을 믿으시라. (173p)


이런 식의 다소 동화적이면서도 마법 같은 문장을 곧잘 쓴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글 잘 쓰기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옛날에 깐깐하면서도 삼촌 같은 과외 선생님의 잔소리를 듣는 것 같기도 하다. 옛날엔 사춘기라서 그런지 잔소리가 제일 듣기 싫던데 지금은 그런 잔소리해 주는 사람이 없다. 물론 누군가 그러면 발끈하겠지만 이렇게 자기 경험으로 가득 찬 잔소리는 솔직히 그립기도 하다. 이를테면 많이 읽어라, 많이 써라. 부사는 빼라, 돈을 위해 글을 쓰지 마라. 수동태 쓰지 말고 능동태 써라. 기타 등등. 뉘라서 그런 집사 같은 잔소리를 하겠는가? 그건 잔소리가 아니라 친절이다. (알 사람은 알겠지만, 제목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패러디다.ㅋ) 게다가 그 잔소리는 저자가 미쿡 사람이라서 그런지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뭐랄까, 자유로우면서도 거침이 없고, 유머와 현실을 자유롭게 오간다. 


글쓰기에 관해선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글쓰기만을 전문으로 하는 강사 스타일과 이렇게 킹 아저씨처럼 작가들이 쓰는 문학적 향취가 그윽한 이런 책. 나는 당연 후자 쪽을 더 선호한다. 그런 책을 돌아 돌아 이번에 다시 한번 읽으니 참 좋다는 느낌이다. 노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간간히 글을 내고 있는 것 같아 좋다. 난 요즘 90에서 2천 년대 문단을 호령했던 우리나라 작가들이 지금은 어디 갔을까 싶을 때가 있다. 독자야 그들이 어떻게 살든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가 않다. 독자는 그들의 작품을 읽든 말든 그들이 시퍼렇게 살아 있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는 킹 아저씨 원작 영화는 몇 편 봤지만 정작 책은 한 편도 읽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공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데다 미국 문학은 편차가 있어서 늘 순위에서 밀리곤 했다. 아무래도 아저씨에 대한 예의는 아닌 듯싶다. 조만간 공포물 치고도 좀 순한 것으로 한 권 읽어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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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6-30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유년시절 만화책을 숨어서 많이 봤지만 트럭6대분은 언감생심이네요.킹처럼 만화를 눈치안보고 봤다간 엄마 등짝스매싱에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ㅜ.ㅜ

stella.K 2026-06-30 18: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어렸을 때 만화는 시간 죽이는데 쓰고 어렸을 때나 보는 물건인 줄 알았죠. 지금은 제8의 예술이라고도 하던데. ㅋ
 

며칠 전, 내가 즐겨보는 K본부에서 하는 <셀럽병사의 비밀>에서 ADHD를 다뤘는데,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 ADHD였단다. 그가 아직 소년이었을 때 형(?)과 사촌과 함께 술래잡기를 하는데 숨는다고 숨었는데 들켜서 외나무 다리에서 자신을 잡으러 오는 형과 사촌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자그마치 9미터나 되는 다리에서 추락을 했다는 것이다. 그 사고로 다리를 다친 건 물론이고 장도 파열되었는데 천만다행으로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는 것.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행동 때문에 집안에서 거의 내놓은 자식 취급을 받기도 했단다. 사실 ADHD는 비교적 최근에 진단명이 붙여진 것으로 아마도 처칠이 살았을 때도 없던 병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셰익스피어를 재끼고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라나 뭐라나. 

놀라운 건, 그가 1953년 <2차 세계대전>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왜 나는 그럴 몰랐지? 내가 노벨문학상에 대해선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실제로 독서로까지는 잘 이어지지는 않는데 이 책은 좀 읽고 싶긴하다. 상하권을 합쳐 1200쪽쯤 되는데 벽돌 책이고 그것도 발췌본이란다. 그렇다면 실제론 더 두껍다는 거 아닌가.한 나라의 총리라면 누려볼 수 있는 권력과 명예는 다 누린 건데 그것도 부족해 노벨문학상까지 받다니.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의 반응이다. 그는 왜 자신이 평화상을 받지 않고 문학상이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와, 역시 처칠은 클라쓰가 다르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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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옳았던 그들의 황당한 주장 - 과학사를 바꾼 위대한 이단아들의 이야기
이경민 지음 / 닥터지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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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창 시절부터 과포자다. 지금도 과학 얘기만 나오면 뇌가 뻣뻣해짐을 느낀다. 언제부턴가 과학 대중서가 심심찮게 나와도 거들떠 볼 생각도 안 한다. 나 좋아하는 분야(문학)의 책만 봐도 못 다 읽을 판에 새삼 무슨 과학인가 싶은 것이다.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과학사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본 학설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학설로 인정받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겪었고, 누구에게 전수되어 인류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이한 문체로 썼다. 


제목부터 확 끌린다. 뭔가 모순어법이다. 지금은 당연하다 못해 진리처럼 받아들여진 학설들이 처음 나왔을 때는 하나같이 황당하다며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을 흥미롭게 펼쳐간다. 가장 흥미롭고도 마음이 찡했던 건, 지금은 의사들 누구나 수술 전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것은 습관처럼 굳어진 거지만 19세기만 하더라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애썼던 사람은 헝가리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라는 사람이었다. 당시 산모들이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해도 며칠 내로 산욕열로 죽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런데 어느 산과 병동은 그 비율이 낮았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뭘까를 추적하다 의사들이 손을 씻지 않고 수술을 하고 있었고 거기서 발생하는 균들이 산모들에게 전염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원인을 알았으니 손을 씻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닌가? 하지만 의외로 의사들은 제멜바이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당하게도 말이다. 하지만 당시엔 제멜바이스가 황당한 주장을 한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렇게 싸우는 사이 산모들은 계속 죽어 나갔다는 말 아닌가? 더 놀라운 건 이 간단한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제멜바이스는 점점 고립되어 갔고 급기야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건, 그곳 병원 직원들과 제압 당하는 과정에서 손과 팔 등에 상처를 입고 그로부터 2주 후 상처가 감염되어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뭔가 상징적이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당시의 의사들이 제멜바이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태만으로 일관했던 건 그 상대가 산모 즉 여자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만약 남자가 그렇게 죽어 나갔다고 생각해 보라. 당장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분명 남자들도 의사의 불결한 손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었을 텐데 어쨌든 사람의 인식 하나를 변화시키는데 이런 희생을 치러야 하다니 황당하긴 하다. 그런데 오늘날도 손을 안 씻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걸 상기하여 볼 때 제멜바이스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 손 씻기를 생활화합시다!      


그런데 이 책의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다. 인상적이다 못해 기괴해 보이기까지 한다. 원숭이 몸에 다윈의 얼굴을 합성시키다니. 하지만 또 자세히 보면 원숭이도 아닌다. 사람의 몸을 원숭이화한 것이고 오직 긴 꼬리만 원숭이 것임을 볼 수가 있다. 결코 웃자고 그려진 그린 그림 같지가 않다. 다윈 하면 진화론 아닌가? 이 그림은 당시 다윈의 주장이 하도 황당하여 그렇다면 인간이 원숭이 후손이냐며 언론이 풍자만화로 조롱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즉 인간이 원숭이의 후손이란 건 애초에 다윈이 주장한 것이 아니라 그의 주장을 깎아내리기 위해 반문했던 것이 와전되어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라 카더라로 변질 굳어진 모양새. 하지만 다윈은 결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그리고 다윈의 진화론을 황당한 주장으로 몰아갔던 건 기독교의 창조론이었다. 창조론과 진화론이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했는지 재미있는 건, 1860년 생물학자 토머스 헉슬리와 옥스퍼드의 주교 새뮤얼 윌버포스가 이 문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싸웠다. 이를테면, 윌버포스가 "당신의 조상이 원숭이라면 할아버지 쪽이 원숭이인가, 아니면 할머니 쪽인가?" 그러자 토머스 헉슬리는 이렇게 맞받아친다. "나는 진리를 왜곡하는 재능 있는 사람의 후손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원숭이의 후손이 되겠다." 오늘날엔 웃지고 하는 소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당시 얼마나 치열했을지 짐작이 간다. 윌버포스 그 고귀하고 지엄한 어른께서 친히 그런 수고를...?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80년대까지만 해도 교회에서 진화론을 강하게 비판하거나 조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인간이 원숭이를 조상으로 여길 만큼 형이하학적인 하찮은 존재인 줄 아냐며. 하나님은 인간을 고귀하게 창조하셨다며. 요즘엔 그렇게까지 대립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과학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물론 기독교를 비판하는 무신론 과학자도 있지만 신을 믿는 과학자들도 있다. 그들은 과학을 통해 신의 창조섭리를 본다고 한다. 그러니까 너무 치우친 생각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오늘날엔 아무 문젯거리도 되지 않는 것들이 당시에는 받아들여지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이 정도라면 과학사를 통틀어 이런 예는 굉장히 많을 것 같다. 그러니 과학이 걸어온 길 역시 순탄 치마는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요즘도 심심찮게 보지만 예전에 옳았던 것이 지금은 그릇된 것으로 또 그 반대로 예전에 잘못된 것들이 옳은 것으로 뒤집히는 경우를 본다. 그러니까 영원히 옳거나 그른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걸 볼 때 과학도 가치중립적인 것 아닌가? 어떤 분야든 논쟁이 그 분야를 발전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에 더 해 좀 더 열린 마음과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럴 때 통합적 사고가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단순히 과학 이론의 역사만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이 훗날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인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까지도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건 이 짧은 지면에 일일이 다 밝힐 순 없고 일독을 권한다. 무엇보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차오르면서 뭔가 명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과포자라고 하여 미리부터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가능케 해 준 저자와 출판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출판사로부터 증정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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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5-12-29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야기도 나오나요? 종교 재판이 끝난 후에 그가 말했다던,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실제로 한 말이 아니거든요. 과학사가 드라마틱하게 되어 있다 보니, 약간 과장되거나 거짓이 섞인 내용이 더러 있어요. ^^

stella.K 2025-12-29 16: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그런 일이 종종있겠구나 싶더군. 이번에 새로 알게되서 다행이다 싶더군. ^^

니르바나 2025-12-29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포자, 스텔라님께 이런 책 리뷰를 가능케 해 준 저자와 출판사에게 니르바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stella.K 2025-12-29 16:49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이렇게 저를 또 응원해 주시는군요.^^

페크pek0501 2026-01-01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생각보단 얇네요.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담겼을 것 같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본 건데 아리스토텔레스도 여성을 남성에 비해 어떤 점에서 뒤떨어진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이 2500년간 굳어졌다고 해서 놀랐어요.(기원전에 일어난 일이라서...)
어처구니없어요.^^

stella.K 2026-01-03 21:03   좋아요 1 | URL
와, 2500년이요? 대단하네요. 어떤 건 순식간에 바뀌기도하는데 어떤 건 참 안 바뀌는 게 있어요. 이책 내가 과학자에 관한 책도 읽는단 말야? 하며 읽었던 책이에요. 혹시 언니도 과포자시라면 추천합니다. ㅋㅋ

서곡 2026-01-02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요~~

stella.K 2026-01-03 21:03   좋아요 1 | URL
오, 감사합니다. 서곡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서울리뷰오브북스 18호
최현진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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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봤더니, 0호를 읽은 후 처음으로 읽는 것 같다. 0호가 지난 2021년도에 나왔으니 햇수로만도 5년이 됐다. 독자들에게 잡지 한 번 읽히기가 그렇게 어렵다던데 그래도 지난 5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잘 나와줬구나 새삼 대견하다 싶다. 잡지 읽을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단 내 손에 들어온 잡지는 읽고 보관해 두는 편이다. 잡지는 왠지 모셔두면 귀한 자료가 될 것 같아서. 잡지는 시대의 표상으로 그 시대를 잘 반영해 주기 때문에 훗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창간호에 대한 집착이 있어 서리북 0호를 아직도 갖고 있다.


책은 워낙에 광범위한 물건이라 읽으면 읽을수록 편중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다 읽을 수 없는 무능력에 빠지게 만든다. 그럴 때 균형을 잡아주고, 독서의 맥을 잡아주는 게 서평 전문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좋긴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상당히 고급지다. 거의 논문 수준 아닌가? 리뷰가 이렇게 고급 져도 되는 걸까, 불만 아닌 불만도 가져보는데 또 이 정도는 돼야 읽을만하지 않을까 이중의 감정도 갖게 된다.


이 번호 제일 먼저 눈여겨보게 됐던 건, <김구용 연구 회고록>(연암서가, 2021)를 읽고 쓴 옥창준 교수의 글이다. 김구용 교수는 국제 정치학 교수로 이용희 교수와 함께 척박했던 우리나라 국제 정치학계를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가 국제 정세를 볼 때 아무래도 서양의 시각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김구용 교수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독자적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너무 독자적이어서도 안 되겠지만 적어도 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늘날과 같이 불안한 세계정세를 보면서 과연 국제 정세를 논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고 나면 바뀌어 있는 세계의 흐름을 보면서 김구용 교수의 노력이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는 걸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귀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싶다. 올해 타계하셨다고 하는데 고인의 명복을 빈다.


또한 창비에서 나온 <이븐 바투타 여행기 1, 2>에 관해 쓴 최소영 씨의 글도 눈에 띄었다. 이븐 바투타, 이름이 생소하다. (이렇게 긴 이름을 쓰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원래 풀네임이 거의 세 줄에 가까운데 편의상 맨 마지막에 쓰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쓴다고 한다.) 그는 무려 700년 전의 이슬람 사람으로 몽골을 여행하고 쓴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이 나의 관심을 유난히 많이 끌었던 건, 초등학교 때 본 애니메이션 '신드바드의 모험'만큼이나 신비스럽고 예스러운 이국적 이미지 때문일까? 아니면 북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공부하고 유학생 신분으로 타국을 거쳐 남한에 왔다, 90년대 그 엄혹했던 국가보안법을 통과하지 못하고 감옥에서 한 땀, 한 땀 옷을 짜듯 느린 번역했다던 정수일 번역가 때문일까? 아무튼 꽤나 읽고 싶게 만들었다.


또한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으로서의 책의 해체'란 글을 쓴 전가경 씨의 글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한 10년 전인가? 어느 작가가 책에도 암컷과 수컷이 있다고 해서 제목 한 번 앙큼하다 싶었는데 (난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이이의 글은 출판사에 존재하는 남녀 차별의 문제를 다소 도발적으로 다루었다. 나는 이 글을 읽을 때까지 비교적 출판계는 그런 게 적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약간은 충격적이었다. 또한 전가경 씨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사진작가 저스틴 컬랜드를 소개했고, 컬랜드는 <SCUM Manifesto(1967)>란 책을 제작했는데, 그건 같은 해 밸러리 솔라나스를 오마주 한 것이라고 한다. 밸러리가 누구냐면 당대 미국 미술계를 평정했던 앤디 워홀에게 총상을 입힌 여성 작가라고 한다. 흥미로워서 <SCUM Manifesto(1967)>를 검색해 봤더니 검색이 되지 않는다. 대신 밸러리의 인생을 다룬 전기 소설은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관심 있는 사람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 밖에도 이 번호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국가'를 생각해 보는 기획으로 꾸민듯하다.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와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등은 요즘처럼 나라가 어수선할 때 읽어 볼 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라를 안정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수장을 비롯한 지도자들을 뽑아 줬던만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서로 분열하다 못해 아예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과연 우리가 이 사람들을 믿어도 되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결국 나라의 운명을 어느 한 집단에게 맡겨둬도 될까 의문스럽기도 하다. 아는 것이 힘이라 했다. 그러려면 읽어야 하고 그래야 남는다. 더불어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도 겸해서 읽는 것도 좋겠다 싶다. 이 책은 정부의 관료주의 시스템을 고발하고 있다.


김만수 교수의 '뱃사람 신드바드와 짐꾼 신드바드'는 가장 나의 취향을 저격한 글 같다. 그가 교수를 정년 퇴임하면서 그 많은 책들을 분류하고 후배나 제자들에게 나눠주면서 생각하는 바들을 담담하게 에세이로 썼는데 뭔가 뭉클한 느낌마저 갖게 했다. 아직 이런 생각 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이 앞날을 모르니, 나는 유일하게 가진 게 책밖에 없는데 아직도 책 산다고 구박받는 처지라 그런가? 이젠 책을 좀 덜 사고, 언제 죽더라도 내가 모은 책들은 내가 처리하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이것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건 너무 미안한 일 아닌가. 내 책들도 좀 불쌍하고. 그래서 더 공감하면서 읽었다.


더워서 그런지 아직 못다 읽은 꼭지가 몇 있다. 이제 8월. 여름을 보내려면 아직 지나 온 시간만큼이나 앞으로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안에 나머지 글을 읽어 보련다. 또 그렇게 읽다 보면 볼만한 어느새 여름은 저만치 가 있고 '서리북 가을호'가 나와있겠지. 꽤 괜찮은 잡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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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01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아니라 거의 논문같은 글일듯요.

stella.K 2025-08-01 21:35   좋아요 1 | URL
그렇긴한데 또 아주 논문스러운 건 아니에요.
오히려 작년에 우주 리뷰상 입선한 사람들 글 읽고는 좀 충격을 받긴했죠.
리뷰가 이래야 하는 거구나. 올핸 또 어떤 리뷰가 당선이 될지 궁금하면서도
기죽습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5-08-01 22:04   좋아요 1 | URL
아 리뷰대회 보면서 나도 써볼까 하다가 작년 당선작들 보면서 바로 접었어요. ㅎㅎ

stella.K 2025-08-01 22:24   좋아요 1 | URL
그래도 저는 안될 줄 알면서 참가해 봤다는 거 아닙니까? ㅎㅎㅎ
누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X팔려 가지고 지금은 그냥 공고만 봤습니다.
그래도 바람돌이님은 도전해 보시죠.
태산이 높다하지만 다 하늘 아래 뫼라고 하지 않습니까?^^

카스피 2025-08-01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문학 계간지로 스텔라님 말마따니 매우 고급져 보이기는 한데 실제 저런 류의 잡지들이 많이 팔리는지 궁금합니다.의외로 종합잡지 성격이 아니면 잡지류들은 잘 안팔리는 것 같은데 18호면 그래도 어느정도 독자층은 있나봅니다^^

stella.K 2025-08-02 16:29   좋아요 0 | URL
예전엔 문예지 같은데 몇 꼭지 들어가 있었겠죠. 그런데 아예 전문지로 나오고 있으니 세상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그저 대견할 뿐입니다. 집지사들 휴간하는 경우도 다반사인 것 같은데 그럴지언정 폐간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ㅠ

yamoo 2025-08-02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작년인가 저 북스리뷰오브북스에서 하는 리뷰 대회에 지인이 자신감을 갖고 응모했다가 좌절했습니다..ㅎㅎ 저긴 진짜 소설가 지망생이나 대학 강사들이 책읽고 응모하여 당선되는 곳...ㅎㅎ 분량도 A4 8장 이상 써야하죠. 각종 리뷰대회 수상자나 책리뷰 칼럼자들이 대거 응모하는 대회..ㅎㅎ

그나저나 이븐 바투타를 모르셨다뉘!! 음...이븐 바투타는 세계사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어요. 이븐 바투타 바스코다가마 등의 이름이 나옵니다. 여행기를 쓴 탐험가들이라고 나오죠..ㅋㅋ
오래전에 정수일 교수가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펴낸적이 있어요~~

stella.K 2025-08-02 16:3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이거 아무래도 세계사 공부를 다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ㅠ 정수일 교수 회고록 나왔던데 읽어보고 싶더군요. ㅎ

니르바나 2025-08-03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늘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알라딘 리뷰계의 지존이신 스텔라님께서 어찌 앓는 소리 하십니까.

글을 읽어보니 남의 밥그릇을 탐하는 업계 놈들이 리뷰계를 어지럽히고 있군요. ㅎㅎ
조기 축구회에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다는 소리로만 들립니다.
저에겐 저런 선수들 보다 알라딘에 뛰고 있는 아마추어들의 리뷰가 정감이 더 갑니다.
저런 선수들의 리뷰를 보면 별 생각이 없지만
알라디너의 리뷰를 읽다보면 구매 의욕이 뿜뿜 살아납니다.
스텔라님, 더운 여름 잘 나시라고 니르바나가 응원할께요. 힘내세요.^^

stella.K 2025-08-03 21:37   좋아요 1 | URL
조기 축구회에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다는 소리! ㅎㅎㅎ
아유, 니르바나님 고정하세요. 이러시면 제가 아무 말도 못하겠습니다.
아, 어쩌나...ㅠ ㅋㅋ
물론 알라디너의 리뷰 보고 책을 사는 경우가 더 많죠.
그런데 읽을만은 해요. 우리나라에도 서평 전문지 있을만 하지 않나요?
0호에서 프랑스 파리인가? 그런 게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도 만들게 되었다고 했던 것....더 이상 말씀 안 드리는 게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아무튼 니르바나님도 남은 여름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니르바나 2025-08-03 23:1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과거에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서평 전문지가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출판저널>
책에 관심이 많으시니까 읽어보셨겠지만 벌써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서평지입니다.
처음 출간할 때 편집진은 정말 기라성 같은 책관련 저명인사들로 포진되어 있어서
정말 읽을거리 많은 서평지였지요.
그러나 출판저널도 전문 잡지 성격상 판매부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발행일이 늦어지다가 다른 회사에 넘어갔고 결국은 폐간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단언컨대 출판저널을 뛰어넘는 서평지는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겁니다.
왜냐하면 책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니까요.
오래된 서평 전문지가 나올 수 없는 우리나라 독서계 풍토가 많이 아쉽습니다. ㅠㅠ

2025-08-04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5-08-13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말고 몇 달 전에 사 놓은 책이 있어 몇 편을 읽어 봤네요. 어땠는지는 기억이 안 남.ㅋㅋ
잘 쓴 리뷰는 늘 궁금하니까 관심을 갖게 돼 샀지요.

2025-08-13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쉼 없는 분주함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 최신 개정증보판 AcornLoft
수영.전성민 지음 / 에이콘온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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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개정판을 펴내면서'를 읽으면 다소 미스터리한 느낌이 있다. 일종의 프롤로그 같은데 이 책의 출판사 사장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나름 흥미진진하게 썼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전성민이란 분은 한마디로 유목민의 피가 흐르는가 보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출을 하기 시작했고, 성인이 돼서는 어느 날 갑자기 아프리카를 간다고 하고, 그러다 한동안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신학을 미처 다 마치기도 전에 네팔에 가고 다시 또 아프리카로 가는 등. 그런 과정 어디쯤에 책을 내는 계획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행방이 묘연해 책 내는 걸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극적으로 연락이 닿아 내기도 한다.


사실 난 편독을 하는 습성이 있어 자기 계발이나 성공학에 관한 책은 잘 읽지 못한다.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늘 선택에서 밀린다. 그런데 이 책은 뭔가 끌렸다. 어쨌거나 한군데 정착하지 않고 관습에 메이지도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책을 썼다니 성공학이 됐든, 성장학이 됐든 자기 경험을 녹여 썼을 것 같아서 기대가 갔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좀 아쉬웠다. 내가 기대했던 자기 경험에 관한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단 한 자도.  


초판이 나왔을 때는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이와 비슷한 책이 안 나왔겠는가? 좀 미안한 얘기지만, 말이 개정판이지 외피만 갈아입는 책이다. 무려 10년 만에 나왔으니 개혁에 가까운 개정판이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읽을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다. 그냥 좀 아쉽다는 얘기다.


                      


이 책은 복잡하지 않고 간결해서 좋다. 사실 각성을 주기 위한 책은 어렵고 복잡하면 안 된다. 핵심만 잡아서 전달해야 한다. 청소년이나 청년이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꼭 어느 특정층만 위한 것은 아니다. 뭔가 나를 다잡을 필요가 있을 때도 이 책은 위로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뿐인가? 강연 내지는 뭔가 좋은 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일본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배려를 배우지만, 한국 사람은 경쟁을 배운다고 한다. 물론 경쟁이 꼭 나쁜 것마는 아닐 것이다. 그게 있어야 발전이 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경쟁이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타인을 짓밟아야 내가 살 수 있는 경쟁이라면 그건 너무 자기 파멸적이고 불행하다. 이 책은 그런 삶에 적절한 균형과 지혜를 줄 것이다. 삶에 대한 여러 예화와 그에 맞는 적절한 명언들로 이루어져 있어 읽다 보면 나를 다잡아 줄 것이다. 한꺼번에 급하게 읽지 말고 하루에 한 두 쳅터씩 읽고, 생각은 많이 했으면 좋겠다.


* 이 책은 출판사의 후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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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4-25 0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 사람은 경쟁을 먼저 배우다니... 어쩐지 조금 슬프기도 하네요 책을 읽고 조금 생각하고 다음을 읽으면 더 오래 기억에 남겠습니다 어떤 책이든 그런 식으로 보면 좋을 듯하네요 그러지 못합니다


희선

stella.K 2025-04-25 18:07   좋아요 1 | URL
그렇다기 보다 그냥 가까운데 두고 심심하면 아무데나 펼쳐봐도 좋을 것 같은데 다음에 볼 책들이 가만히 두질않죠? ㅎㅎ

꼬마요정 2025-04-25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쟁부터 배운다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비교를 더 많이 하나봅니다. 경쟁을 먼저 배워도 배려와 함께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를 배운다면 좋겠네요.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기!! 너무 좋은데 저도 잘 못합니다. ㅎㅎㅎ

stella.K 2025-04-25 18:10   좋아요 2 | URL
세상이 꼭 그렇기만하겠습니까?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죠. 그런 사람들이 많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

푸른기침 2025-04-26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위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습니다. ^^

저자에게 뜬금없는 딴지를 걸자면, 아시겠지만, 책 제목인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속도는 방향을 포함하는 개념이기에, 굳이 방향을 배제하고 싶었다면,
책 제목을 <삶은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다>가 맞습니다.

이상, 쓸데없는 참견을 하고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쁜 봄날요^^

stella.K 2025-04-26 19:57   좋아요 0 | URL
ㅎㅎ 오랜만이십니다. 딴지라도 좋으니 이렇게라도 뵙게되서 저는 반가운데요? 잘 지내시죠? 이게 첨 나왔을 때만해도 이만한 제목이 없었을 겁니다. 또 그 때문에 팔리지 않았나 생각하구요. 지금도 인용구처럼 사용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니르바나 2025-04-26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소개는 스텔라님의 리뷰로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일간의 차이로 소개하신 배려와 경쟁은 꼭 그렇지만은 않고
어쩌면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인들의 배려를 유심히 관찰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본인들의 배려는 타인의 대한 존중보다는 집단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는
본심이 작용한 다분히 의도적인 배려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타인을 의식하는 곳에서는 배려가 작동하지만 혼자 행동할 때는 오히려 배타적이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저는 이 해석이 맞다고 보는 것이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조선 또는
일본 본토에서 보여준 행동은 도저히 배려심이 있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본인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배려가 일본인의 행동 규범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은 경쟁을 배운다고 하셨는데 한국 사람들은 경쟁을 배우는 것이 아니고
독재 지배 계층에 의해 경쟁으로 내몰리는 것이 현상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독재자들이 백성들을 <국민>으로 보는 근대적 사고가 내재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딴 생각하지 못하도록 경쟁을 부추켜 국민을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지요.
경쟁이 개인이나 사회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올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아닌 것은
독일의 교육을 오래도록 관찰한 김누리 교수에 의하면 사람 사이에 서로 돕는 교육으로 지금의 수준높은 독일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한국사회의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으로 만드는 극심한 정신병리적 인간소외를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김교수님의 주장에 저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stella.K 2025-04-26 20:0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일본의 배려엔 그런 게 있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정확히 짚어주셨네요. 오늘 뉴스에도 초등학교 학생이 학업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걱정입니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될까? 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답답하더군요.
이 책은 그냥 가볍게 읽는 책 같습니다. 전 나름 재밌게 읽었습니다.^^

니르바나 2025-04-26 22:06   좋아요 1 | URL
그냥 가볍게 읽는 책, 짧게 감상을 말씀드려야 했건만
니르바나가 국뽕(?)이 차올라 주저리주저리 썼는데도 불구하고
역시 스텔라님은 마음이 바다와 같이 너그러운 분이시라 좋게 봐주시네요.
저도 스텔라님 리뷰를 나름 재밌게 읽었답니다.^^

stella.K 2025-04-27 09:48   좋아요 1 | URL
ㅎㅎ 아니어요. 국뽕이라뇨. 제가 오히려 니르바나님 통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yamoo 2025-05-02 11:03   좋아요 0 | URL
저도 니르바나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동감 100배~~

페크pek0501 2025-04-27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경쟁은 남과 하는 게 아니라 나의 과거와 해야 하는 거죠. 글을 쓰고 나면 과거에 쓴 글보다 못한 글이 된 것 같아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과거보다 나은 글이라고 느낄 때 희열을 느끼죠...ㅋ

2025-04-27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28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28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28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0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7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25-05-31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공에 대한 책(?)도 나름 편견없이 읽으시려는 자세에
편견으로 가득찬 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stella.K 2025-05-31 21:32   좋아요 0 | URL
아유, 무슨... 저도 얼마나 편견이 심한데요?
솔직히 이 책 기대했다가 좀 실망한 책이에요.
그래도 뭐 무난하게 읽혀서 그냥 완독했어요.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