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동생 볼프강 모차르트에 가려진 누나 나넬의 삶을 그렸다. 음악성은 동생 못지 않았는데 시대를 잘 못 타고났다고 할 밖에. 그나마 (진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부모는 나름 나쁘지 않은 부모였다는 것. 

한때 부모를 떠나 독립적으로 살아 보려고 했지만 다시 돌아와 

스스로 자신의 음악적 자질을 접고 평범한 삶을 산다. 그 시대치곤 장수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선 볼프강의 존재 크게 나오지만 이 영화에선 한낱 소년으로 나와 묘한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영화를 보니 갑자기 비발디의 생애가 궁금해졌다. 성직자지만 그가 음악활동을 하는 걸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특별히 오페라란 장르가 그다지 환영 받지 못했다는 건 시대 탓인 건지 아니면 비발디였기 때문에 그랬던 건지 그게 좀 모호하다. 당대의 사람들은 비발디가 성직에 충실해 주길 바랐던 것고 같고.

아무튼 이 영화를 보면 귀가 호강하는 건 확실하다. 비발디의 음악을 장면 장면마다 잘 살려서 들려준다. 




작화는 요즘에 나오는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확실히 떨어진다.  하지만 누가 감히 이 작품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게된 계기가 바로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하도 오래된 일이라 가물가물하다.) 그건 나만 그러진 않았을 것 같다. 어느 시대건 여자 아이라면 누구나 자기 도서목록에 이 책 한 권쯤 끼어있지 않을까?

20년 전쯤이었나? TV 외화시리즈로 방영되기도 했는데 거의 환호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 작품은 '플란더스의 개'와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재밌는 건 이번에 볼 때 난 앤 보다는 다소 무뚝뚝하고 어린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마릴라 아줌마한테 더 마음이 갔다는 것. 이거 꼭 나를 보는 것 같잖아 했다. ㅎ 

이 작품의 단점은 앤이 어린 때부터 17살(?) 때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요즘의 사춘기 17세를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시절 17세는 이미 성인으로 진입하는 때다.) 키와 얼굴 선만 다소 성숙한 모습으로 나오고 머리 모양이나 옷 모양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 거의 말미에 옷이 바뀌긴 한다.

그리고 등장인물 하나 하나가 너무 지나칠 정도로 착하다는 것 앤이 학교에 처음 들어가 길버트가 앤을 홍당무라고 놀리는데 무슨 악의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냥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는 정도. 

하다못해 앤이 학교 장학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를 놓고도 주위에 학교 친구들은 들러리처럼 앤이 안 받으면 누가 받느냐며 옹호할뿐 뚜렸한 경쟁자가 없다. 그나마 앤을 놀렸던 길버트가 경쟁자라면 경쟁잔데 그는 장학금을 받지 않는 대신 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메달을 받게 되므로 앤과 공평한 행운을 누린다. 그러니 요즘의 스토리텔링에 익숙한 아이들은 싱겁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긴 나도 바로 이점 때문에 좀 김이 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이렇게 착하게 그려도 영원한 명작으로 남을 수 있는 걸 보면 역시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생각을 했을까? 천국 가면 물어보고 싶다. 

추억이 방울방울 솟는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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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4-04-22 0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니 모차르트 위인전에 모차르트의 누나가 있다는 내용을 본 것 같아요.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음악이든 지금 보면 촌스럽고 무언가 부족한 점이 보여도.. 그래도 좋아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지만, 한 번쯤 생각날 때마다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

stella.K 2024-04-22 09:57   좋아요 0 | URL
난 이 영화가 있다는 걸 잊고 살다 이제야 봤다. 그래도 부모가 차별해서 키우지는 않았다는 게 다행이야.
요즘 애니는 거의 실사에 가까울 정도로 입체적이잖아. 그래도 옛 정서는 무시 못하는 거 같아. 모처럼 옛 추억에 빠져 봤다. ^^

페크pek0501 2024-04-25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많이 보셨네요. 뿌듯하시겠어요.
저는 요즘 넷플릭스 영화를 안 보게 되고 유튜브 동영상을 많이 보게 됩니다. 법륜 스님과 강신주 님의 강의 그리고 심리학 강의를 들어요. TV로 볼 수 있어 좋답니다.^^

stella.K 2024-04-26 10:00   좋아요 0 | URL
ㅎㅎ 아무래도 TV로 보면 좀 편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아도 유튭을 tv로 볼 수 있다는데 전 아직 한번도 그렇게 안 봐봤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