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개의 자귀 폐하가 이 전쟁을 지휘하라고 야오틀렉으로 임명했을 때, 최소한 아홉 송이 부용은 자신의 배를 기함으로 삼을 수 있었다. 이 장교들은 전부 그녀가 함께 일하고 함께 충성을 바치며 지휘한 테익스칼란인들이었다. 그들 하나하나를 카우란 행성계에서 승리로 이끌었던 게 아직 석 달도 지나지 않았다. 장교들은 /그녀의 것/이었다. 그러니 신뢰는 좀 더 이어질 것이다. 활동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칼끝호가 갖고 돌아와 제약을 조금 더 풀어 줄 수 있을 때까지. 외계 함선의 종말에서 피어오르는 약간의 피와 약간의 먼지, 불길을 맛보게 되리라. 함대는 오랫동안 버티며 설탕물 같은 폭력을 들이마실 것이다. 야오틀렉이 뭘 하는지 잘 안다고 믿는 한은. - P18
바퀴의 무게호 함교 바로 옆에 회의실 두 개가 있었다. 큰 쪽은 전략 회의를 하는 곳이고, 작은 곳은 문제 해결을 위한 곳이었다. 아홉 송이 부용은 처음 함대 사령관이 되었을 때 보조 무기 통제실을 작은 회의실로 바꾸었다. 당시 함내에 은밀한 /공식/ 대화를 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결정은 대체로 옳았다. 작은 회의실은 인사 문제를 해결하고, 함내 카메라로 녹화가 되면서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보이지 않는 최적의 장소였다. - P2122
아홉 송이 부용은 몇 번쯤 정치에 발목이 잡힌 적이 있었다. 함대 사령관이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함대 사령관이 되어 그 자리를 유지하며 군단을 위해서 승리를 가져오려는 사람은, 음, 그런 테익스칼란인은 적을 만든다. 질투하는 적들을. (하지만 전에 정치가 관련된 때에는 매번 전쟁부에 아홉 번의 추진이 최후의 위협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새 전쟁부 장관 세 개의 방위각은 누군가와 딱히 친구가 아니었다. 적어도 아홉 송이 부용의 친구는 아니었다.) - P25
"그럼 제가 명령서를 작성할까요. 원하신다면 제24군단의 근무를 변경하여, 우리 행성들을 집어삼키고 있는 보이드를 향해 고함을 질러 대게 할 수 있습니다." 스무 마리 매미의 문제 중 하나는 정확하게 아홉 송이 부용이 원 하는 바를, 그게 나쁜 생각임을 그녀가 깨달을 정도로 뜸을 들여 제안한다는 거였다. 이런 문제를 비롯한 수천 가지 이유 때문에 아홉 송이 부용은 그를 좀 더 제국에 동화된 행성계에서 온 병사로 대체하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 P2526
그때 통신장치에서 두 개의 거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오틀렉, 칼끝호의 모습이 잡혔습니다. 세 시간 빠릅니다. 빠르게 오고 있습니다. 빠르게 돌아······ /제기랄/." "피 흘리는 /별들이여/." 아홉 송이 부용은 자신과 스무 마리 매미에게만 들리도록 빠르게, 본능적으로 욕설을 내뱉고서 통신 주파수를 연결하라고 클라우드후크에 신호를 보냈다. "가는 길이야. 꼭 쏴야 하는지 확실히 알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쏘지 마." - P27
문이 열려서 마히트는 자신이 말했던 위험한 거짓말에 대한 생각을 멈췄다. 생각하지 않는 게 거짓말을 숨기는 데에 더 쉽다. 제국 어딘가에서 그것을 배웠다. - P34
"오늘 오후 기분은 어떠십니까, 큐어Cure?" 여덟 가지 해독제가 선대- 황제에게서 배운 것이 몇 가지, 현 황제이자 설령 죽는 한이 있어도 그를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한 열아홉 개의 자귀에게서 배운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널 기분 좋게 하지만 왜 그러려고 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자를 믿지 마라/일 것이다. - P5354
열아홉 개의 자귀, 즉 황제 폐하는 여덟 가지 해독제가 터널을 통해서 첫 번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에 /전쟁부는 전략가들의 정원/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녀는 여덟 가지 해독제의 방으로 혼자 와서 시티가 만든 홀로그래프 영상, 눈이라는 그물 속에 있는 밝은색의 새처럼 소년이 전쟁부를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여덟 가지 해독제는 자신이 가지 않는 편이 좋겠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전략가와 정원에 대한 얘기를 하고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신중하게 말한 다음에 방을 나갔다. 가끔 여덟 가지 해독제는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그를 믿어 줄 누군가가 있을까 궁금했다. - P55
"함대 사령관인 아홉 송이 부용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그 사람에겐 이런 평판이 있더군.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병사들이 뭐든지 할 거라고. 모든 함대 사령관의 병사들이 사령관을 사랑한다는 수준이 아니고, 그냥 시적인 표현도 아니야. 이전 원정에 대해 찾아봤는데, 그 사람 부하들은 내가 보기엔 수많은, 음, 멍청한 짓거리까지 할 것 같아, 차관. 그 사람이 요청만 한다면." 열한 그루 월계수는 수십 년 전이었다면 웃음이라고 여겨졌을 만한 소리를 냈다. "정말 찾아보셨군요. /멍청한 짓거리/라는 건 꽤 잘 맞는 설명입니다. 계속하세요. 그녀가 카우란에서 병사들에게 어떤 멍청한 짓을 시켰을까요?" - P5758
"정답에 아주 가까웠어요. 잘하셨습니다." "내가 뭘 빠뜨렸어?"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주 가까운/ 것으로는 부족하니까. 그가 한밤중에 /난 알아, 이해했어/라는 깨달음의 빛을 받으며 /그들은 발포하지 않았다/는 답을 떠올린 이상. 혀 위에서 꽉 터지는 과일처럼 깨달음을 느끼며 일어난 이상. - P58
"······아니야. 아홉 송이 부용은 그런 명령을 내릴 허가를 받지 않았어. 그래도 어쨌든 그 부하들은 그렇게 했지." "전하는 마저 자라면 아주 끝내주는 전략가가 되실 겁니다." 열한 그루 월계수의 말에 여덟 가지 해독제는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숙였다. "맞습니다. 그녀는 허가를 받지 않았죠. 그냥 /결정했고/, 부하들 중 아무도 거기에 질문 하나 던지지 않았던 겁니다." 텅 빈 지도 테이블이 갑자기 무겁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어? 카우란 이후로 어떻게 되었지?" "오, 우린 그녀를 야오틀렉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열한 그루 월계수는 이게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도 되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테익스칼란과 황제 폐하를 위해서 최대한 빨리, 용감하게 죽을 수 있는 곳으로 보냈죠." - P59
〈정말로 산소는 머리를 맑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니까.〉 갑자기 끼어드는 밝은 남자, 첫 번째 이마고의 잔해,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오로지 테익스칼란에서 지낼 수십 년의 인생을 기대하던 걸 기억하고, 거대한 야망과 마히트가 갖고 소유하고 자신의 안에 받아들이고 싶은 영리함을 지닌, 사보타주당한 이스칸드르. /고마워./ - P62
다시금 마히트는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르셀로 돌아온 이래로 내내 잠에 빠져 있다가 /깨어난/ 듯한 느낌. 깨어난다는 건 두려움, 그리고 상쾌함과 비슷했다. 마히트의 적성과 이스칸드르의 적성이 위험 추구형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굉장히 비슷했다. 마히트는 그게 자신의 문화를 천천히 집어삼키는 문화와 사랑에 빠지는 일종의 제노필리아에 꼭 필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항상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간단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난 어떤 것도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어./ 〈아, 결국에 정치적이 되기로 결심했군.〉 - P63
열네 개의 못은 실제로 그녀의 ‘스파이 유형‘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진짜 스파이는 아니었다. 스원 본인을 제외한다면 그녀의 부하 중에 스파이는 없었다. 세 번째 손바닥 소속, 흔히 쓰는 말로 /정치장교/들인 전쟁부의 첩보 부서는 함대 사령관이 일부러 곁에 둘 만한 자들이 아니었다. 열네 개의 못은 조용한 카리스마와 언어 기술, 근처에 있는 누구에게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능력 때문에 뽑힌 병사였다. 대체로 쿠에쿠엘리후이 계급은 지휘 분야가 아니라 비장교 특수 군인의 최고 등급이었다. 부서지지 않고 구부러지는 금속처럼, 독립적으로 작업할 만큼 유연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충성심을 유지할 만큼 강인했다. 가끔 그런 자들은 아주 소통을 잘해서 야만인에게 너무 늦을 때까지 그들이 테익스칼란인이라는 걸 잊게 했다. 열네 개의 못의 상대는 야만인이었다. 외계 종족이 아니었다. 문명화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인간/조차 아닌 것들 상대는 안 된다. - P66
세 가닥 해초가 손바닥을 위로 해서 한 손을 내밀었다. 거기에 아직 흉터는 없었다. 영구한 흉터가 남을 정도로 중대한 맹세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두 달 전에 마히트랑 열아홉 개의 자귀와 맹세했을 때 남은 것도 다 나아서 보이지 않았다. 육체가 신경 쓰는 건 약속의 크기가 아니다. 상처의 크기일 뿐. - P100
이른 아침 햇살 속, 잔에서 새벽에 가까운 빛이 빛나고, 그 빛깔이 (다지) 타라츠의 암호 해독이 된 편지 한 장에 떨어졌다. 시티에서 그의(그들의) 관저에 있던 이스칸드르. 육체적으로 맞지 않았는데도 맞은 것 같은 감각, 감정적인 타격, 세계가(제국이) 갑자기 불안정해지고, 이스칸드르가 잔을 떨어뜨려 파란빛이 사방에 쏟아진다. 파란색과 날카로운 유리 조각과 짙은 향수처럼 피어오르는 노간주나무 향. /알겠지만 내가 자네를 대사로 밀었던 건 자네가 테익스칼란이 자네를 필요로 하고, 믿고, 사랑하게 만들 거고, 자네를 통해서 우리를 그렇게 느끼도록 할 수 있단 걸 알았기 때문이지. 그러나 자네는 내가 왜 제국의 욕망이라는 흥측한 게 우리 스테이션이나 그 대표에게 집중되기를 원하는 건지 아마 알아내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괴물을 죽이기 위해서 그 기능을 스스로에게 사용하게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있을까? 테익스칼란은 욕망하지. 테익스칼란의 믿음은 욕망에 기반하고 있어. 이런 방법으로 자네와 나는 테익스칼란을 파괴할 거야./ 타라츠는 그렇게 썼더랬다. - P107
〈사람은 가장해. /야만인/은 한밤중에 몇 시간 만에 두 사람 사이에서 문명이 자라나는 것처럼 가장하지.〉 이스칸드르가 중얼거렸다. 마히트는 상상할 수 있었다. 어둠이 깊을 때 문명이, 인간애가 입과 입 사이에서 작은 꽃처럼 피어나는 것을, 키스하고 이야기하고 창조하는 입술 사이에서. 이건 테익스칼란어로 아름다운 문장이었다. /죽지 않았더라면 넌 시인이 될 수도 있었을 거야./ 〈아니. 네가 그랬겠지. 내가 네 앞의 대사가 아니었더라면.〉 - P108
다른 모든 사람은 진실을 말해 주지 않거나, 진실처럼 들리지만 거기서 슬쩍 벗어난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마치 건물 옆쪽에서 자라났지만 그 건물에 속하지 않는 나무처럼 말이다. 가지에 몸무게를 싣고 매달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하면 벽 전체와 함께 무너져 내리는 그런 나무. - P111
세 가닥 해초는 명료함이 용기의 가장 간단한 부분임을 떠올리고서 말했다. - P156
"리드." 마히트가 그렇게 부른 순간, 세 가닥 해초는 송곳이 목을 뚫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제 아무도 그녀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마히트도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오/, 오······. "리드, 도망쳐야 할 만한 문제에 부딪힌 거예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만약 그러면 이 이야기의 다음 부분은 제국 요원과 야만인이 작은 전투기를 훔쳐서 제일 가까운 점프게이트를 통해 어둠 속으로 함께 사라지는 것이리라. 그녀는 늘 그런 시를 좋아했다. 설령 그런 시들이 언제나 비극으로 끝나더라도. 그녀는 마히트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었다. - P162
"난 여기에 빨리 와야만 했어요. 그뿐이에요. 그래서 잘못된 게이트로 온 거예요. 그리고 중간에 거친 정거장 몇 곳은, 내가 내 모습이 아닌 쪽이 더 쉬웠거든요. 잠깐 동안. 하지만 당신도 내 특무대사 제복을 봐야 해요. 당신이 그렇게 크지만 않았어도 하나 맞춰 줬을 텐데." 그녀는 말을 멈추고 마히트의 손을 꽉 쥐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 대화를 조직화하고 있음을, 제안하고 유혹하고 자신이 믿고 싶고 믿어 주길 바라는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종의 수작을 부리고 있음을 잘 알았다. 하지만 마히트가 좋다고 말해 주기를 바랐다. 이제 그녀가 이 먼 길을 왔으니 마히트가 동의해 줘야 했다. "내 말은 그래요. 당신이 다시 대사로 일할 생각이 있다면 말이죠. 대사로서, 그리고 정보부를 통해 제10군단의 특별 정치 요원으로서." - P163164
(그들은 시티에서 사실 겨우 일주일 좀 넘게 같이 있었을 뿐이었다. 일주일은 누군가를 알 만큼의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일주일은 더 길게 느껴졌다. 전환점이란 보통 그렇다. /그 주 이전/에 세 가닥 해초는 저녁 시간을 황실의 시 살롱에서 보내는 습관이 있는 젊고 야심찬 정보부 요원이었고, 후보생 시절부터 함께했던 시티 외곽에 사는 절친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주 /이후/, 그녀는 정보부 장관 밑의 3급 차관이 되었고 친구는 죽었으며, 두 달이 넘도록 황실에서 시를 읽는 건 고사하고 쓰지도 못했다.) - P165
"당신은 이걸 굉장히 공식적인 일로 만들어야 할 거예요." 마히트가 자신의 손바닥에 대고 웅얼거리듯 말했다. "정보부가 황제 폐하의 명령에 따라서 지시를 내린 정도의 공식적인 일로요. /칼날의 빛께서 특사 세 가닥 해초를 통해 뭔지 이름은 모르는 군단의 기함으로 대사 마히트 디즈마르를 즉각 소환하셨다/, 정도로." 마히트는 테익스칼란의 공식 발표가 문법적으로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짜증 나리만큼 잘 이해했다. 마히트가 야만인이라는 건 불공평했다. 그녀는 뛰어난 정보부 요원이 되었을 것이다. - P166
별의 밝은 불길 속에 기꺼이 죽으려 하는 사람들이 가까워지는 것은 숨 쉬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 P170
겁에 질린 다음에 가게 되는 장소가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머릿속에 있는 크고, 차갑고, 밝은 장소다. 이걸 발견하게 되어서 잘됐다. "내가 해봐도 되겠소? /보여 주는/ 게 더 쉬울 것 같아서, 장관." 여덟 가지 해독제가 시뮬레이션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세 개의 방위각은 여덟 가지 해독제가 알아볼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놀랐거나 감탄하거나 불쾌한 건 아니지만, 조금 다르면서 그 모든 게 합쳐져 있는, 그런 어른 특유의 표정이었다. 그녀는 클라우드후크 뒤쪽으로 눈을 깜박여 시뮬레이션의 통제 설정을 조정했다. 그 클라우드후크는 커다란 종류로 유리판이 이마 중간부터 광대뼈까지 닿고 두개골을 따라 휘어져서 그쪽 귀까지 덮었다. 아니면 귀가 /있어야 하는/ 자리까지. 여덟 가지 해독제는 그의 새로운 차갑고 밝은 장소의 일부분인 듯한 깨달음을 다른 것들처럼 갑자기 얻게 되었다. 세 개의 방위각은 그쪽 편에 귀가 없었다. 에너지 무기가 스치며 녹여 버린, 불에 타고 뒤틀린 자리만 남아 있었다. - P192193
"나쁘지 않군요." 세 개의 방위각이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소년의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지도 않았다. "정말로 나쁘지 않습니다. 그물 모양은 정말이지 영리해요. 하지만 이터널급 함선은 그렇게 빨리 못 움직입니다. 그것들은 그렇게 큰 그물 구조에서는 전하가 원하는 곳까지 가지 못할 거예요. 우리도 시도해 봤습니다. 아, 전하께서 태어나기 전이었겠군요. 한 섹션 크기의 그물망은 보급선을 무효화하지요. 그리고 전하는 모든 군단을 하나의 거대한 군단처럼 사용하셨습니다. 거기에는 그만한 장점이 있지만, 야오틀렉의 여섯 군단은 여섯 개의 정신이 한데 모인 거라서 언제나 하나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장관의 말은, 내가 정치에 관해 잊었다는 거요?" 그 물음에 세 개의 방위각이 웃음을 터뜨렸다. - P194
"앉게, 디즈마르. 보이드로 가는 게 아니라면, 특사와 뭘 할 계획인지 이야기를 한번 해 보지." "물론 특사와 함께 갈 겁니다." 마히트가 말했다. 이스칸드르는 유쾌한 면, 거침없는 면이 있었다. 마히트 자신의 무모한 돌진이 아니라 그의 불가피한 성공에 대한 계산적인 믿음. 마히트는 이스칸드르가 그걸 열아홉 개의 자귀로부터 배웠다고 생각했다. 마히트도 지금 그걸 빌렸다. "의원님은 테익스칼란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 전쟁을 꾀하셨죠. 의원님과 제 전임자가요. 그 사람은 그걸 원치 않았지만요. 그리고 전쟁은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스테이션의 머리 바로 위에서, 우리 섹터를 /관통해서요/. 그리고 의원님은 그 전쟁을 볼 눈이 없으시죠." - P197198
"하지만 의원님은 저와의 만남을 받아들이셨죠." 이건 도박이었다. 타라츠가 마히트의 눈을 원하지 않는다면, 뭘 원하는 걸까? "그랬지. 테익스칼란 전함들 속에서 당신이 달리 뭘 할 수 있을까, 마히트 디즈마르? 궁금하군. 당신은 꼭 해야만 했을 때에 ‘세계의 보석‘에서 모든 정치적 요소를 우리에게 이익이 되도록 훌륭하게 배치했어." - P199
"어떻게요?" 마히트가 말했다. /이유/를 묻는 것보다 /방법/을 묻는 게 더 쉬우니까. - P200
마히트는 사고라는 걸 좀 하게 두 이스칸드르가 그녀를 놔뒀으면 좋겠다고 바랐고, 또 그런 걸 바라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스칸드르가 없던 때에는 돌아오기만을 절실하게 바랐었는데. - P208
죽음이 너무 많았다. 매번 샤드 시각에 접속할 때마다 또 다른 사람이, 또 다른 테익스칼란인이 사망하고, 집단적 떨림과 날카로운 슬픔, 깊게 타오르는 분노의 메아리가 느껴졌다. /우리가 이렇게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다니./ 이 적이 어찌 감히 이렇게 벌도 받지 않고 돌아다닌단 말인가. 그 모든 것, 막에 남는 죽음의 잔상. 시각적 링크뿐만 아니라 고유 감각까지 가진 샤드 조종사에게는 얼마나 더 끔찍할까. 훨씬 더 끔찍하겠지. 거의 확실하게. - P218
"신뢰는 끝없이 회복되는 자원이 아닙니다. 충성심은 그럴 수도 있지요. 조금 더 오래요. 특히 우리가 상대하는 적이 자기네가 차지한 것을 /사용하려는/ 마음조차 없는 놈들이니······." "난 놈들이 사용할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 어떤 식인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야." "그놈들이 펠로아2에 한 짓이 어떻게 유용한지 이해조차 하고 싶지 않습니다." 스무 마리 매미의 말투는 그녀의 오래된 별명을 부를 때처럼 부드러웠다. "이해를 하면 영원히 제가 더러워질 것 같군요." 이런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을까? - P220
마히트도 이스칸드르가 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마히트의 내분비계 안에 있으면서 신경전달물질과 분비선 사이의 수천 가지 메시지와 어울렸다. 그는 다지 타라츠가 마히트를 얼마나 깔끔하게 사로잡았는지 정확히 알았다. 테익스칼란이 영원히 전쟁을 하도록 만들거나. 유산협회의 계획에 종속되거나. 이거 아니면 저거다. 지금까지 마히트가 한 일이라고는 타라츠의 명령을 언급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그렇다고 그게 타라츠의 요원이 되는 쪽으로 상당히 많이 기울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의 행동에 관해 모든 문을 열어 놓았다. 비밀을 갖는 건 항상 그렇다. - P224
세 가닥 해초는 마히트가 「개간의 노래 #16」을 인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워낙 길기에 외우기도 어려워서 별로 들을 일 없는 시 중 하나였다. /이 전쟁을 적절하고 능숙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가운데에 중간 휴지를 넣은 완벽한 열다섯 개의 테익스칼란어 음절. 망할, 마히트 디즈마르가 야만인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야만인이 아니었어도 세 가닥 해초는 마히트를 이렇게 좋아했을까? - P264
"그런 뜻은 아니었겠지만, 그렇게 말했죠, 리드." 그 별명은 상처가 날 정도로 윤이 나게 닦이고 날카로워졌다. 열두 송이 진달래가 아직 살아 있던 때에는 한 번도 그 이름을 부르지 않았던 입. 세 가닥 해초가 쏘아붙였다 "당신은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뭔가를 말할 때마다, /당신이 테익스칼란인이 아니라고/ 하는 부분만 들으니까요." 쏘아불이자마자 그렇게 한 걸 후회했다. 그와 동시에 어떤 논쟁에서, 어떤 문제에서 핵심을 파헤치고, 거기에 이를 박고 물어뜯으려고 할 때 느끼는 잔혹하고 성마른 쾌감을 느꼈다. - P269
"당신은 내가 야만인이라는 걸 항상 상기시켜요. 지금도, 전에 시티에서도. 그리고 세 가닥 해초 당신뿐만이 아니에요. 복도의 군인들도 그렇지만, 최소한 그 사람들은 정직해서 내가 테익스칼란인들이 생각하는 나 /이외에/ 뭔가라도 되는 듯이 대하지 않아요. 당신은? 당신은 나에게 /제복/을 주고 날 /유용하게/ 만들어 당신 팔에 달라붙은 거의 인간 같은 영리한 야만인을 자랑하려 하죠, 당신은 날 원하기로 결정했고, 그래서 난 여기에 있어요. 당신의 야만인이 외교적 권한을 갖는 게 유용할 거라고 결정한 덕에 난 권한을 가졌죠. 당신은 복도에서 우리를 막지 않게 나한테 제복이 필요하다고 결정했고, 나를 장난감 테익스칼란인처럼 입히는 게 어떻게 보일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 P269270
"전혀 이해가 안 돼요. 전혀요. 제복이랑 재킷에 대해서는 미안해 요. 다시는 그 얘기는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당신 행동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해할 수 없다? /문명화/되지 않았다?" "젠장." 세 가닥 해초는 자신의 목소리가 편협하고, 높고, 통제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말을 이었다. "나랑 여기 오고 싶지 않았다면,안 와도 됐어요." 마히트는 손을 내리고서 세 가닥 해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는 무게가, 무게와 날이 있었다. 마치 스스로를 가르고 갑자기 드러난 여러 곳의 풍경 같았다. - P271
마히트가 부드럽게 말했다. "리드." 식물이 해를 보듯이 세 가닥 해초는 저절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네?" "왜 내가 당신과 함께 와야만 했는지를 깨닫게 되면, 그때 다시 이 야기해요." "······‘다시‘라고요?" 그 제안은 오싹했다. 그녀가 하도 크게 틀려서 계속 이야기할 기회, 계속 노력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는 모든 것에 결함이 있는 것만 같았다. - P272
(전략) 다시 말해 결국 난 내가 올바른 일을 했는지 의심스럽고, 내 갈망은 내가 감당해야 하겠죠. 하지만 그게 위대한 황제가 된다는 거예요, 그렇죠? 당신은 늘 그렇게 말씀하셨죠. 당신도 그 말을 믿었기를 바라요. —열아홉 개의 자귀 황제 폐하의 개인 메모, 날짜 미상, 잠금 및 암호화 - P275
여덟 가지 해독제는 몸을 똑바로 펴고 앉아서 주의를 집중했다. 이 대화도 황제 폐하께 가서 이야기해야 마땅한 것이었다. /작은 스파이에게도 비밀은 있지./ 소년은 그 생각에 자신이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는지 깜짝 놀랐다. - P283
마히트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만약에 그게 먹혀서 대답이 오면, 나한테 알려 줄 거죠?" 세 가닥 해초는 그녀를 비참한 표정으로 힐끗 본 다음에 시선을 다시 떨어뜨렸다. ‘"물론이죠. 그럴게요. 대답이 오면 당신도 들어야죠." 거의 /당신이 날 도와주면 좋겠어요/처럼 들렸다. 그녀가 실제로 그 말을 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마히트는 생각했다. 하지만 마히트는 그녀가 그렇게 할 만한 여지를 별로 남겨 두지 않았다, 안 그런가. 마히트는 /왜 내가 당신과 함께 와야만 했는지를 깨닫게 되면, 그때 다시 얘기를 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당신이 르셀 스테이션의 정치적 상황을 알아내면/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저······ 마히트가 말한 건, /제국이 명령을 내리면 나는 거부할 수가 없다는 걸 이해할 때/라는 뜻이었다. /내가 원한다 해도 좋다고 말할 여유가 없는 것을 당신이 이해할 때/라는 뜻이었다. /자유로워진다는 것 따윈 없다는 걸 당신은 이해하지 못해/라는 뜻이었다. 선택할 자유도, 선택하지 않을 자유도. - P289290
그녀는 기꺼이 들을 것이다. 습기와 수경재배용 연못에서 자라는 벼, 수영, 연꽃의 환상적인 향기로 그녀를 조종하려고 하는 기함의 부사령관을 상대하는 편이 마히트 디즈마르를 생각하는 것보다 낫다. - P294
"죄송합니다만, 함대 사령관님, 이 전쟁을 시작한 건 외계인이에요. 나는 황제 폐하께 경고를 했을 뿐입니다. 그게 훌륭한 시민의 행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대사는 야만인인데." "야만인은······." 마히트는 말을 하는 내내 세 가닥 해초의 얼굴을 떠올렸다. "······인간입니다. 존재의 위협 앞에서 훌륭한 시민이란 통치의 경계를 넘어선다고 생각하는데요. 최소한 그게 우리 야만인 이 배우는 방식입니다. 우리 스테이션에서요." 그렇지 않았다. 마히트는 그런 걸 배운 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열여섯 번의 월출의 호박색 눈이 커다래졌다. 미소 때문도, 찌푸림 때문도 아니었다. 진정한 /충격/으로. 그리고 그건 유용한 거짓말이었다. 열여섯 번의 월출은 화가 치미는 듯이 코로 숨을 내쉬었다. - P310311
말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 자신의 좌절감으로 사나워지고, 그녀의 욕망으로 인한 상처를 완전히 드러내는 것. /아니, 난 테익스칼란인이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어요, 알아요, 당신으로 인해 벌어진 이 상처의 피 흘리는 입구를 벌려서 안쪽의 생생한 상처를 보여 줄까요? 난 절대로 나 자신을 당신네 중 한 명과 비교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온전한 정신으로 말을 할 거고, 절대로 멈출 수 없을 것이다. - P312313
정보부 요원, 야만인 대사, 심지어는 야오틀렉이 바라는 것은 테익스칼란 군단이라는 습관적 폭력의 무게에 비해 얼마나 사소한지. - P315
〈이거 놀랄 만큼 체제 전복적인데.〉 이스칸드르가 마히트에게 말했다. 〈/유산협회보다 더 유산협회스러움으로써/ 반유산협회적이 되다니. 10대가 이걸 썼다고?〉 /쓰고 그렸지. 이게 정치 팸플릿이랑 같은 크기였던 데에는 결국에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 마히트가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만 아크텔 암나르트바트를 싫어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어.〉 /왜 예술가 아이들이 화가 났는지 알 만큼 내가 오래 고향에 있지를 않아서······/ 설령 오래 있었어도 마히트는 잉크와 종이로 예술을 하고, 스테이션의 기억과 예술,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언제나 테익스칼란에 집착하는 다른 학생들과 시간을 보냈었다. 시를 쓰면서. 시티를 상상하면서. 『위험한 변경!』은 그녀에게 외계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 그녀와 세 가닥 해초가 작업하려고 노력했던 끔찍한 소음을 내는 그 외계인의 것은 아니지만 꽤나 비슷했다. 아니, 최소한 그런 식으로 느껴졌다. 〈세 가닥 해초에게 네 재킷을 주지 않아서 다행이야. 페이지에 토 사물이 붙어 있으면 읽기가 어려웠을 테니까.〉 - P317318
이 함교의 모든 이가 아홉 송이 부용이 결정을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격할지, 기다릴지. 정보부 요원들이 겉보기만큼 영리하기를 바라고, 이 외계 종족이 아무리 낯설고 사나워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이기를 바라면서. 아니면 그들이 더 가까이 오기 전에 없애버리기를 바랐다. 아홉 송이 부용은 자신이 쏴야 했던 샤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조종사는 먹히기 전에 죽게 해 달라고 얼마나 빌었던가. 바이오피드백이 공포와 새하얀 충격으로 가득한 채, 그녀의 귀에 들리는 다른 모든 샤드 조종사도 그녀와 함께 빌었다. 그 충격의 메아리가 아직도 들렸다. - P321322
"안녕하세요. 여기선 어떤 음식이 가장 훌륭하죠? 내가 먹을 거랑 또 이······ 생물이 먹을 거요" 장중한 침묵이 흘렀다. 세 가닥 해초는 그 침묵이 깨지기를 기다렸다. 침묵은 언제나 깨진다. 인내심을 갖고 적당한 허세를 부리기만 하면, 매번 호기심과 관심이 이겼다. - P325
"아, 함대의 세 번째 손바닥은 이야기하는 데에 아주 뛰어나다고 나도 들었어요." 세 가닥 해초는 똑같은 방식으로 어깨를 들썩이고 말했다. 그리고 열네 개의 못의 얼굴이 굳으며 조용해지고 차가워지자 깜짝 놀랐다. 기쁜 방향으로. "세 번째 손바닥만 그런 게 아닌데요." "내가 잘 몰라서 미안해요." 세 가닥 해초가 말하고서 열네 개의 못이 설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 놓았다. 열네 개의 못은 그 유혹에 저항할 수 없을 것이다. 열네 개의 못의 중심에 자리한 신경을, 어떤 자부심의 일부를 건드렸으니 그녀는 그걸 지키려 할 테고, 세 가닥 해초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제10군단이지, 세 번째 손바닥 소속이 아니에요. 우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치장교 따위는 필요치 않다고요. 제 말 알겠습니까, 특사님?" - P328
싸늘한 기분으로 데카켈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이런 짓을 한 라인이 또 있나요?" "추천하는 라인이라도 있나요?" 데카켈은 아크넬 암나르트바트가 아주 태연하게 대답하는 것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태연함, 그리고 이 여자가 건드린 어떤 이마고 라인도 말끔하다고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은 것도. 그 순간에 그녀는 암나르트바트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보았다. 르셀 스테이션을 너무나 사랑해서 자신의 윤리적 책임을 그 사랑이라는 소름 끼치는 밝음으로 대체하고, 그걸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이 뭘 태워 버리든 상관하지 않는 사람.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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