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것. 그건 바로 진공이죠. 프랑스인들은 이를 수비드(sous vide)라고 하는데, 인터넷 번역기에 돌려 보니 ‘텅 빈 것보다 더 없는‘이라는 뜻이랍니다. 마치 어떻게든 우리가 텅 빈 상태를 만들수 있거나 경험할 수 있는 것처럼 들려요. 예를 들어서 우유병에는 마지막 한 방울을 따라낸 후에 어떻게든 우유병을 더 비울 수 있다는 듯 말이에요. 제 생각에 프랑스어로 ‘진공‘이라는 단어는, 오래전 진공을 만들기 위해 공기를 전부 다 빨아낸 후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마지막 공기 방울을 꺼내기 위해 노력했던 그 경험에서 생긴 것 같아요. "다 비웠나?" "네!" "아직이야. 더 비워야 해!" - P20
마지막으로 이 결과에 대못을 박은 건 바로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맥스웰과 뉴턴의 세기의 논쟁에서 뉴턴을 승자로 꼽았지만(당연하죠!) 아인슈타인은 그 여론과 다르게 맥스웰을 최후의 승자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뉴턴을 이기기 위해서는 뉴턴이 말하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틀 전체를 없애야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모든 움직임은 상대적이다."라고 주장했고 그 주장은 후에 복잡한 수학으로 증명되었죠. 세상에 절대적인 시계나 자는 없었습니다. 우리가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는 건 절대 기준틀이 아닌 그저 다른 것들이 기준이 되어서 가능한 것이죠. - P30
입자도 없고, 빛도 없고,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의 진공 그 자체에도 우리가 절대로 없앨 수 없는 에너지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주 자체에 ‘끊임없는 불안‘과도 같은 그런 에너지가 있다는 말이에요. 불행히도 진공 에너지를 이용해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아는 모든 물리학 법칙, 과학과 생명이라는 존재가 바로 그 배경 에너지 위에 생겨났어요. 그렇다면 진공에 대체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있을까요? 묻지 마세요. 멍청한 대답밖에 못 드려요. 그래도 꼭 대답해야 한다면……, 무한합니다. 맞아요. 진공에 존재하는 에너지는 무한해요. 우리가 아는 한(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이걸 연구해 왔어요.) 우주에는 무한한 진공 에너지가 있습니다. 상자 하나를 가져다 안에 있는 것을 모두 비워 보세요. 축하해요. 이제 상자에는 무한한 에너지가 담겼어요. - P35
대기와 행성은 서로 얽혀 있어요.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연인처럼요. 대기 중의 탄소는 다양한 화학 과정을 통해 암석 내부로 침투하게 되고, 지각의 판구조가 바뀌면 그 암석들은 행성의 깊은 내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온화한 움직임 속에서 지각과 대기는 서로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행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합니다. - P42
신체에서 가장 산소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자 꽤 중요한 기관인 뇌는 산소가 규칙적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몇 초 만에 알아차립니다. 곧바로 절전 상태가 되고 의식과 같은 중요하지 않은 기능들은 꺼지게 되죠. 진공에 노출된 후 단 10초 안에 여러분은 잠이 들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죽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말이에요. 안전한 곳으로 끌려 나온다면 충분히 깨어날 수 있고(의식을 회복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없는 삶을 살게 되겠죠. 하지만 몇 초가 몇 분이 되면서 여러분 몸 내부에 있는 신체 기관들이 산소가 부족함을 깨닫고 절전 모드로 하나둘씩 전환됩니다. 결국엔 여러분 내부의 모든 조직의 전원이 다 꺼지게 되겠지요. 의사들은 이러한 과정을 ‘죽음‘이라고 부르고, 최대한 피하라고 조언하죠. - P50
이 혜성들이 어떤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한번 보고 싶으세요? 지구의 천문학자들은 1994년 슈메이커-레비9 혜성의 잔인한 폭격을 목격했습니다. 그 혜성은 목성에 부딪히기 전 21개의 조각으로 부서졌고요. 당시 목성은 충분히 커서 그저 툴툴 털어 버릴 수 있긴 했지만, 목성의 대기가 약간 변했는데요. 이는 전 세계 핵무기 공급량의 600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진 가장 큰 충돌이었기 때문이죠. 태양계에서 행성의 왕인 목성이 이 부서진 혜성 조각들을 다 삼켜 버린 것에 감사해야 해요. 그것도 태양계 내부로 진입하기 전에 말이죠. 아니면 연약하고 고립되어 있던 지구가 그 얼음 조각들의 조준선에 딱 놓일 뻔했거든요. 오랜 세월 동안 목성은 행성들 사이에서 그 거대한 중력을 이용해 산란 원반이나 오르트 구름에서 날아오는 신생 혜성의 궤도를 굴절시키거나 흡수시키는 골키퍼 역할을 해 왔습니다. 지난 40억 년 동안 얼마나 많은 혜성들이 우리 대신 그 거대한 행성에 충돌했을까요? - P83
코로나가 어떻게 그렇게 뜨거워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꽤 이상합니다. 코로나의 가장 안쪽 층은 절대 온도 6,500도의 태양 표면입니다. 가장 바깥쪽 층은 절대 온도 0도보다 고작 몇 도 높은 우주 자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차가운 두 층 사이에 100만 도를 웃도는 코로나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주의 또 다른 심오하고 매혹적인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입니다. - P102
이 패턴은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으로 반복됩니다. 지구의 천문학자들은 수천 년 동안 태양 흑점을 관찰했습니다.(기록은 했지만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이 실제로 무엇인지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천문학에서는 아주 흔한 경우였죠.) 그러나 지난 수백 년 동안 이러한 흑점을 도표화하고 지도화해 온 결과, 태양이 흑점 정점에서 다음 주기의 흑점 정점으로 이동하는 데 약 11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왜 4년이나 27년이 아니라 11년인가요? 그건 아무도 몰라요. 이상하게도 태양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세기 동안 흑점 수는 정기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어떤 해에는 흑점이 전혀 보이지 않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의 최대 활동조차도 과거의 일부 최소 활동만큼 활동적이지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 P105
외부 태양계에도 문제가 덜 되죠. 방사선량은 거리의 제곱에 따라 감소하므로 거리가 두 배로 늘어나면 유해지수가 4분의 1로 줄어드니까요. 그러나 내부 행성, 특히 수성은 사악한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공기가 없는 달이나 소행성에 서식지를 꾸미는 경우, 이 서식지 설계자는 바로 이 문제, 많은 방사선량을 피하기 위해 서식지를 지하 깊숙이 배치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은 터지기를 기다리는 걸어 다니는 암, 시한폭탄에 불과할 것입니다. - P109
그런데 문제이든 아니든, 대기권 내에 있는 한, ‘일반적‘으로 괜찮습니다. ‘100퍼센트‘가 아니라 ‘일반적‘이라고 말한 점에 유의하세요. 지구처럼 자기장이 강한 행성에 있는 게 훨씬 더 안전합니다. 나침반의 침을 움직이는 그 자기장과 같은 자기장이 태양의 하전입자를 움직일 수 있어요. 입자들은 행성의 자기장을 만나면 그 주위를 감아 돌다가 행성의 자기극을 향한 고속도로를 따라 행성의 자기극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그러고는 대기권으로 충전하여 (말장난 주의!)‘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 내어 오로라를 만들어 아름다운 하늘을 보여 줍니다. 지구를 정면에서 조준하는 코로나 방출과 같은 큰 사건이 일어지 않는 한, 오로라를 보려면 추운 곳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행성의 (대기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은 열대지방에서도 꽤 밝은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우주에 있는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한테는 다른 이야기죠. - P112113
거대한 별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온화한 태양 활동은 가장 강력한 방어 체계도 쉽게 압도할 수 있습니다. - P119
익숙해질 거예요. 하지만 그들[우주선(cosmic ray)]이 방사선이긴 해요. 여전히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그런 광선 말이에요. 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적절하게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대신, 이 나쁜 녀석들은 대부분 수소, 약간의 헬륨, 약간의 리튬, 약간의 무거운 원소 등 우주의 다른 모든 물질과 같은 종류의 쓰레기로 만들어집니다. 거기에 반 컵의 전자를 추가해 보세요. 저어 주고 뚜껑을 덮은 후 100만 도에 다다른 오븐에 넣어 보자고요. 완성되기 10,000년 전에 뚜껑을 열고 반양성자와 양전자를 뿌려 줍니다. 크러스트가 노릇노릇하게 익으면 오븐에서 꺼내시고 그 안의 입자들이 상대론적이 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따뜻할 때 상을 차려야지요. - P122
물론 천체물리학의 대부분의 놀라운 일들이 그렇듯이, 이 이론이 실제로 일어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맞는 이야기인 것은 맞지만, 이 과정이 우주선 가속의 대부분을 설명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상상할 수 있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과정, 즉 우리가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능가하는 과정에 관해서는 정확히 알아내기가 쉽지는 않죠. 어쨌든 말이죠, 우주선은 여기에 있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거예요. 제가 여기저기서 전문 용어들을 좀 썼는데 데이트나 파티에서 한번 사용해 보세요. 하지만 2차 페르미 가속은 뒷주머니에 넣어 두고 꺼내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여러분이 천체물리학자라고 생각하길 원하지 않으시겠죠? - P125126
그리고 지구 자기장은 지구를 감싸고 있으며, 지리적 극 근처의 대기권에 구멍을 뚫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하전입자들이 놀라운 속도로 대기권 안으로 날아들어 오는 거죠. 그리고 이동하면서 대기 상층부에 있는 분자에서 전자를 빼앗아 갑니다. 결국 그 빼앗긴 전자들은 원자 옆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는데, 이때 전자는 빛의 형태로 약간의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최종 결과, 이 모든 하전입자가 대기로 유입되면서 우리를 위해 작은 빛의 쇼를 펼치곤 하죠. 우리는 이것을 ‘오로라‘라고 부릅니다. 너무 아름다운 현상이에요. 다음에 지구에서 오로라를 보게 되면 그것은 지구가 모든 방어 시스템이 완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 P133
그런데 그러지 마세요.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센 자기장을 가지고 있어요. 태양보다 더 강한 자기장이에요. 이는 말 그대로 태양계 전체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오로라를 만들어 냅니다. 목성 주변 환경은 이러한 고에너지 하전입자로 매우 두껍게 덮여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가장 튼튼한 우주선도 몇 궤도 이상을 돌지 못하고 기계적 손상을 입게 됩니다. 정말 지독한 곳이죠. - P134
일반적으로 우리가 엑스선 검사를 받을 때는 엑스선 때문에 암에 걸릴 확률이 약간 커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지금 당장 내 몸 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내요. 그렇게 위험과 검사 결과의 균형을 맞추는 거죠. 그러나 우주선은 누가 요청하지도 않았고 필요하지도 않은 엑스선 검사인 셈이지요. 해가 거듭될수록 우주 반대편에서 죽어 가는 별 때문에 지구에서 암에 걸릴 확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거예요. - P139
대부분의 우주선은 양성자이지만, ‘양성자‘ 자체는 단일의 입자가 아닙니다. 양성자는 다른 입자, 즉 쿼크 입자들이 글루온에 의해 붙어 만들어진 입자입니다. 그것은 공 같은 거예요. 복잡한 녀석들이 뭉쳐 있는 덩어리입니다. 양성자를 단일 개체로 생각하지 말고 생물학적 세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세요. 사람이 세포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물질들이 양성자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죠. 세포는 다른 물질로 만들어져 있고 마찬가지로 양성자도 다른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는 겁니다. - P145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알려 드릴게요. 이 입자 소나기에 있는 입자 중 하나가 뮤온입니다. 뮤온의 수명은 수 마이크로초(1마이크로초는 10의 -6승 초)로,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대기권 상층에서 지상에 닿을 만큼 그 수명이 길지 않습니다. 그러나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를 가진 뮤온은 상대성 이론의 시간 연장 효과 덕분에 입자의 내부 시계는 느려져서 작은 파괴의 힘으로도 이 세상을 가격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됩니다. - P147
별의 죽음은 찬란하고 감동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간 수로를 무거운 원소로 오염시키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 P163
천문학자들과 탐지자들은 어두운 성운과 별을 형성하는 복합체를 새로 발견할 때마다 은하 지도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특히 은하계 중앙면을 탐험할 때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은하 지도가 최신으로 업데이트되어 있는지 확인하여 안전한 경로를 계획할 수 있도록 하세요. - P167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카타스트로피 붕괴를 겪고 있는 거대한 분자 구름(giant molecular cloud, GMC)의 경우, 난기류가 시작되면 구름이 파편화되어 한때 균일했던 거대한 성운이 이제 조각조각 떨어져 나와 다른 모든 것과 단절된 채 독자적인 북소리에 맞춰 행진을 하게 되죠. 아이를 낳고 친구들 모임에서 사실상 사라져 버리는 친구처럼, 이 조각들은 그들만의 우주에 남아 있을 수도 있겠네요. 덩어리, 덩굴손, 시트, 이러한 것들이 기체 구름이 보여 주는 매우 복잡하고 풍부한 구조들입니다. - P170171
그러나 원시 행성계의 바깥쪽은 충분히 온도가 낮아서 얼음으로서 번성하여 다른 먼지 형제들과 합쳐져 더 큰 덩어리를 만들게 됩니다. 모든 항성계에는 모별의 크기와 강도에 따라 얼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계선이 있는데요. 이를 서리선(frost line)이라고 합니다. 우리 태양계에서는 이 서리선이 소행성대 거리 정도에 있습니다. 이 선을 지나면 결국 행성으로 변할 덩어리들은 중심에 있는 별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서리선 안쪽 중력 우물과 더 가까이 자리 잡은 동료들보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거대합니다. - P186187
블랙홀을 검게 만드는 것은 블랙홀의 표면에서의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입니다.(나중에 ‘표면‘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블랙홀을 탈출하려면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가면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반론의 여지가 없죠. 우리 우주에서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 P195
예를 들어 태양 질량의 몇 배에 달하는 블랙홀은 가로 길이가 수 킬로미터에 불과합니다. - P196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와 정확히 같은 곳인 표면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하는데요. 지평선이라는 단어가 이름에 들어간 이유는 지평선이 가장자리, 어떤 경계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행성 위에 서 있을 때 표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의 한계가 바로 지평선이죠. 그 너머에는 완전히 미지의 세계인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고요. 따라서 블랙홀의 지평선은 미지의 새로운 세계, 잠재적으로 알 수 없을 수밖에 없는 세계로 진입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사건‘이라는 단어는 왜 붙었을까요? 글쎄요, 그건 그곳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겠죠. 파티 같은 이벤트 말이에요. 파티지만 여러분이 죽을 수 있는 곳입니다. - P196
우리가 중력이라고 부르는것은 시공간 기하학이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 P197
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다지별 상관없었던 것 같아요. 그쵸? 그런데 어떤 똑똑한 사람으로부터 이런 질문이 즉각 나왔던 거죠. 물질의 공을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보다 작게 뭉개면 과연 어떻게 될까. 괜찮을까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까요? 이럴 경우 어떻게 되는지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수학은 그곳에서 일어날 붕괴 즉 완벽하고, 완전하고, 돌이킬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그렇다고 어떤 비난도 받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붕괴가 어떻게 일어날지 정확히 알려 줍니다. 어떻게든 물질 덩어리를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아래로 뭉개 버리면, 단순히 중력이 이길 것이고, 중력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모든 것이 중심을 향해 붕괴하고, 그 주변(한때 좌표 특이점이라고 불렸지만 곧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안쪽으로의 모든 지역)의 중력이 압도적이 되어 어떠한 물질로, 심지어는 빛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게 됩니다. 블랙홀이 생겼습니다. - P199200
(카를) 슈바르츠실트는 평생 블랙홀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수학이라는 안정성 있는 도구를 바탕으로 이 모든 것을 알아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 P200
태양을 가져다가 태양 질량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에 해당하는 5킬로미터 지름의 크기로 축소시키면 블랙홀이 됩니다. 지구를 가져다가 땅콩만 한 크기로 압축하면 블랙홀이 되는 거예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라도 걱정 마세요. 방금 블랙홀을 만들었고 지금 당장 걱정해야 할 알레르기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 P200
여러분은 거울에 스스로를 비춰 보며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질량이 크지 않고 그 질량에 해당하는 중력도 약하기 때문에 블랙홀이 아닙니다. (사실 중력은 힘 중에서 가장 약한 힘입니다. 중력이 지금보다 10억 배의 10억 배 또 10억 배 더 강해도 여전히 가장 약한 힘일 것입니다. 왜 그렇게 약한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그러나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 P201
그게 말입니다, 블랙홀을 형성할 수 있을 만큼 있는 대로 작게 물질을 쑤셔 넣거나,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을 만큼의 자기 중력을 만들고, 마침내 자신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보다 작은 거리의 안쪽으로 포개질 수 있게 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물질로 시작해야 합니다. 태양보다 적어도 8~10배는 더 많은 물질로 말이죠. 그래야만 다른 모든 힘을 압도하고 블랙홀을 만들기에 충분한 중력이 생깁니다. 또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블랙홀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예요. 가장 큰 별은 죽을 때 격렬하게 폭발하는 경향이 있으며 (나중에 즐겁게 탐험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질량은 깊은 우주로 날아가 버리거든요. 따라서 폭발 후 중력이 작용하여 블랙홀을 만들기에 충분한 물질이 남아 있을 정말 정말 큰 별이 필요합니다. - P203
블랙홀 표면에서 방출되는 입자가 있다고요? 제가 보기엔 빛 같은데요. 그렇다면 그 에너지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블랙홀 자체에서 얻은 거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진공에서 튀어나온 입자가 우주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을 우주 자체가 발견했다면 누군가는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그 청구서는 블랙홀의 우편함에 정확히 도착할 겁니다. 그 대가로 블랙홀은 약간의 질량을 잃는 방식으로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죠. - P211
(사건의 지평선 내부에서 형성된 것은 영원히 갇혀 있지만, 그 일방통행의 경계 근처에 있는 것은 단지 고통스럽게 오랫동안 갇혀 있을 뿐입니다.) - P212
전자가 미세 블랙홀에 부딪힐 확률은 야구공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야구공을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여기저기서 미세한 블랙홀이 마구 떠돌아다니고 있을 수 있지만, 너무 작고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 P213
별과 은하가 처음 생겨났던 우주 존재의 첫 수억 년 동안에는 별이 되는 첫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블랙홀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물질이 붕괴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이것이 우주에 존재하는 거대한 블랙홀의 원인일 수 있는데, 그 과정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기 전까지는 크게 논의하지 않기로 하죠. - P214
태양 두 개 질량의 블랙홀 궤도를 도는 것은 태양 두 개 질량의 별 궤도를 도는 것과 똑같습니다. 열이나 빛, 따뜻함, 햇빛 등 생명체가 살아갈 만한 요소야 전혀 없지만, 그 주위 궤도를 돌 수는 있어요. 탐험가 앨리스와 밥은 블랙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완벽하게 안전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얼마나 멀리 있어야 하냐고요? 정확한 질량에 따라 다르지만, ‘충분히 먼 거리는 없다‘는 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적절한 조언일 거예요.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블랙홀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10배 이상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 P215
백색왜성 표면의 중력은 매우 강해서, 만약 여러분이 백색 왜성에 고립된다면 광속의 2퍼센트 정도의 속력을 낼 수 있는 로켓이 있어야만 탈출할 수 있습니다. - P265
오리온자리의 어깨에 있는 붉은 거대 별인 베텔게우스를 보세요. 이 별은 조만간 초신성이 될 것입니다.(천문학에서 ‘조만간‘이란 향후 수백만 년 정도를 뜻합니다.) 마침내 폭발하면 1,000년 전의 새로운 별이 그랬던 것처럼 대낮에도 하늘에서 밝게 빛날 것입니다. 그것은 강렬한 빛의 단일 점으로 나타나고 밤에는 보름달보다 더 밝을 것입니다. 베텔게우스가 죽으면 자정에 편안하게 책을 읽어 줄 수 있을 정도로 밝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한밤중에 서서 그 거대한 별의 마지막 격렬한 순간에서 방출되는 빛에 의해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볼수 있을 것입니다. 과장이 아니에요. - P287
수명이 다한 거대한 별을 조심하세요. 별이 태양 질량의 10배가 넘는다면 폭발에 너무 가까이 다가갈 위험이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보이는 별에서 폭발적인 죽음의 폭발로 바뀌는 데는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경고도 거의 없습니다. 충격파와 감마선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최소 수십 광년 떨어진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 P311
보통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으시죠? 자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하루 종일 자석을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가장 강한 자기장도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그네타나 일반 중성자별(부연하자면, 뉴트로타라고 부르면 좋았을 텐데 아무도 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에 가까이 가면 신체 화학이 무너집니다. 심장을 뛰게 하고 뇌를 생각하게 하는 생물학적 과정인 분자의 배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런 다음 여러분은 그냥 용해되어 버리는 거죠. 이러한 작은 별 지진이 중성자별의 표면을 잠시 파열시켜 결함을 일으키면 자기장이 예기치 않게 강화될 수 있습니다. 자기장의 변화는 전기장으로 이어져 자기장으로 전환되어…… 결국 빛이 되어요(•전기장과 자기장이 함께 있으면 그게 곧 빛이지요. 빛은 결국 전기장과 자기장이 만드니까요.). 전자기선, 특히 감마선요. - P322
우리은하 가장 깊은 곳, 작은 블랙홀의 잔해와 수많은 거대 별들로 둘러싸인 그곳은 야수 그 자체가 묻혀 있는 것과 같은 셈이죠. 우리 인간은 그런 극한에 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순수한 중력과 악의로 가득 찬 거대한 생명체가 우리 인간이 우주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상기시키며 증오하는 곳이 바로 그곳, 바로 우리은하의 중심부입니다. 감히 그 이름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부로 여행할 때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을 경고해 드려야 하기에 반드시 말해야 합니다. 중력을 말하는 거예요. 어둠을 말하는 거고요. 무한함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미지의 것에 대해, 그리고 공허에 대해 말하는 거지요. 은하계의 죽은 중심에 있는 죽은 중심. 바로 초대질량 블랙홀인궁수자리 A*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P333334
다른 은하로 이사한다고 해서 초대질량 블랙홀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피할 수 없어요. 마치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 누구나 어두운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보는 모든 은하는 검은 심장을 가지고 있거든요. 가스, 별, 심지어 암흑 물질(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까지 은하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원재료는 중력이 좋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중앙에 다 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물질과 중력이 중심에 있고, 그리고 중력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알아차리기도 전에 블랙홀이 형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 P335
또한 제가 블랙홀의 크기를 두 가지로만 이야기했다는 점도 눈여겨보실 수 있습니다. ‘작고 새우 같은‘ 크기와 ‘큰(뭐든 꿀꺽 삼킬 만한) 물고기‘ 크기입니다.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수 배에서 50배에 이르는 작은 블랙홀과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 이르는 초대형 블랙홀, 이 두 가지 종류만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일까요? 중간 크기의 블랙홀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태양보다 1,000배 또는 10,000배 더 큰 블랙홀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요? 왜 아주 작거나 아주 큰 거 이렇게 두 가지의 크기로만 나뉘는 걸까요? 물론 초대질량 블랙홀은 극단적인 질량으로 가는 도중에 어느 시점에서든 중간 질량이어야 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한 블랙홀의 거대화 과정은 우주의 누구도 알아차리기 전에 비교적 빠르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일단 정착하고 진화한 거대한 블랙홀은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은신처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모든 거대화와 초거대화가 아마도 은하가 처음 형성되기 시작한 우주 초기에 일어났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중간 크기의 은하가 남아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모두 덩치들이 커진 후지요. 작은 블랙홀은 고향 은하의 거대한 부피 속에서 고립되고 외롭기 때문에 작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커져 가는 블랙홀은 초대질량 블랙홀로 가는 도중에 멈추지 않을까요? 우주는 단순히 중간 크기의 블랙홀을 만들 수 없는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 P338339
저에게 해결책이 있습니다. 숙제를 하나 드릴게요. 가장 가까운 왜소 은하로 가서 중간 크기의 블랙홀이 보이면 알려 주세요. 은하 중심에는 너무 많은 위험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려고 하지는 마시고요. 하지만 왜소은하계는 거의 무해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답을 찾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지요. 아니면 천문학자들에게 10년 정도 더 시간을 주면 됩니다.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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