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5월 9일(월)
“정말 재미있었다”
“다음에 청주 번개 하면 꼭 온다!”
서울로 가면서 우리가 했던 말들이다. 내가 참가한 수많은 번개 중 단연 첫손가락에 꼽힐만한 재미있는 번개,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가면서도 헤어짐을 아쉬워해야 했다.
1. 클리오님
난 서울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서 하는 번개를 ‘서울번개’라고 하지 않듯, 번개는 당연히 서울서 해야 하는 거였다. 하지만 클리오님은 청주번개를 성공시킴으로써 그 편견을 깼다. 인원수가 적은만큼 분위기는 더 오붓했고, 즐겁기 그지 없었다. 난 깨달았다. 어디 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라디너들의 개성만큼이나 사는 곳은 제각각 다르고, 그래서 언제 어디서건 마음만 있다면 번개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서울서 청주까지 달려온 미스 하이드님처럼 말이다. 클리오님이 어제 남긴 명언.
“리뷰 쓸 때 전 직접 써요. 알라딘의 편집 화면을 안보면 글발이 안올라요”
2. 세실님
어제의 MVP는 번개를 주최한 클리오님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최우수상을 뽑으라면 난 세실님을 꼽겠다. 미모도 미모지만 어찌나 잘 노시는지, 기절할 뻔했다. 세실님에게서는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갖는 향기가 느껴졌다. 난 이렇게 말했었다.
“글보다 실제가 훨씬 웃기세요!”
세실님과 같이 나오신 분-닉넴을 까먹었는데-도 유머감각이 뛰어나긴 마찬가지였다.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3. kimji 님
이분에 대해서는 길게 말을 해야겠다. 단아한 모습과 잔잔한 호수같은 글로 인기를 모은 김지님이 글쎄 결혼을 하셨단다. 작년 언젠가 김지님이 책 정리를 한 적이 있었다. 책정리를 하는 건 책꽂이를 샀을 때와 이사갈 때밖에 없는데, 김지님은 청주에 있는 신혼집으로 이사를 오시려고 그런 거였다. 그 뒤 여행을 간다고 해놓고 결혼을 한 것. 진작 알았으면 축하 선물이라도 드렸을텐데. “책은 상자에 들어가는 순간 짐이다”란 말을 남긴 김지님과 대담을 나누었다.
김지: (남편 분이) 경상도 남자의 전형적인 분이세요
클리오: 근데 왜 결혼하셨어요?
김지: 난 휘어잡아 주는 남자가 좋아요.
나: 기사화해도 돼요?
김지: 네.
김지: 나랑 비슷한 부분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잘 살고 있으니 좋은 거죠. 떠받드는 남자는 연애할 때는 좋은데 믿음이 안간다고나 할까.
클리도: 결혼한 뒤에도 떠받들어주면 되잖아요
김지: 그걸 몰랐네^^
클리오: 난 결혼이 투기라고 생각해요.....(중략)
나: 결혼 사실을 숨긴 게 인기 유지를 위해서인가요?
김지: 당연하죠. (클리오님도 그래서...^^)
실제로 본 김지님은 사진보다 더 청초해 보였다. 내면에 많은 걸 담고 있어서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그런 분위기도. 몸 안에 다른 생명을 지니고 계셔서 일찍 가신 게 아쉬웠다. 얘기도 많이 못나눴는데...
4. 그밖에.
하이드님이 서울에서 내려와주셨다. 어려 보이지만 술이 아주 세고, 쿨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따뜻한 면이 많은 아가씨. 하얀마녀님은 내가 쓴 책 세권을 가지고 와서 싸인을 받았다. ‘마태우스 3종 세트’라고 부르는 그 책 중에는 나를 협박하기 위한 책도 한권 있었다. 내가 정말 철없을 때 쓴 그 책이. 에피메테우스님도 오셨었는데 먼저 갔다.
새벽 한시를 넘겨 하이드님, 하얀마녀님과 셋이서 조치원 역 앞에 있는 김밥천국에 갔다. 술을 마시면 원래 국수가 먹고 싶지 않는가. 나와 마녀님은 만두라면을, 하이드님은 냉면을 먹었다. 그리고는 아무도 없는 새벽기차에 올라탔고, 의자를 돌리고 다리를 뻗은 채 잠이 들었다. 집에 가니까 새벽 3시 40분, 2시간 남짓 자고 출근을 했다. 워낙 잘 논 뒤끝이라 그런지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좋았다. 번개의 진수는 역시 청주번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