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5월 12일(목)

누구와: 미녀와

왜?: 앞으로 한달간 못마시니까

마신 양: 기본만


* 술일기를 잘못 썼다. 그래서 5월 7일 거에 기록되어야 할 걸 5월 12일치로 돌린다(그럼 5월 12일치는 어따 기록해?)


작년도, 미션스쿨에 다니던 고교생이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면서 단식을 한 적이 있다.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입시전쟁을 치루고 있을 고교생이 어떻게 그런 놀라운 생각을 할 수가 있담? 대학생들의 지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을 때조차 대학생들은 채플이라는 과목을 들어야 했고, 기독교를 안믿는 학생들은 그 시간을 아주 의미없게 보내곤 했다. 그때도 그들은 민주화를 위해서는 거리로 나섰지만, 채플을 없애자고 시위를 한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런데 강의석이라는 고교생이 그런 놀라운 주장을 한 것이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이 나라에서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말아 달라는 주장을 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어떤 미녀(위에 술마신 미녀와 다른 미녀다)와 고교생 시위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내신을 없애자고 광화문에 고교생들이 모여 촛불시위를 했단다. 정확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들이 자기에게 부여된 표현의 자유를 그런 식으로 표출한다는 것은 바람직해 보였다. 그들의 주장은, 내가 듣기에는 자기 동료들을 경쟁자로 모는 내신제도를 철폐하자는 것이란다. 그 말이 옳건 그르건, 입시제도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이 내겐 더 중요했다. 입시제도는 어떻게 바뀌든 언제나 욕을 먹어 왔고, 그 과정에서 입시의 주체인 학생들의 요구는 한번도 물은 적이 없다. 그들은 언제나 바뀐 입시제도에 따라 자신을 맞추어 가는 존재였을 뿐이다. 추모 시위도 아닌데 촛불을 드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그들의 시위는 정말이지 신선했다 (내막 아시는 분, 가르쳐 주시길)


미녀와 술을 마시러 가기 위해 택시를 탔더니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고교생들이 광화문에 집결했단다. 택시 아저씨가 한 말, “우리나라 곧 망하겠다. 이러다간 유치원생들도 유치원비 내려 달라고 거리로 나올 것이다”

일사불란만을 주입받아온 그 아저씨와 우리의 간극은 그렇게 컸다. 우리는 고교생들의 시위를 바람직하게 본 반면, 그 아저씨는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보고 있었다 (70, 80년대였다면 필경 간첩의 사주로 생각했을 것이다). 아저씨 말대로 유치원생들이 자기 스스로의 판단에 근거해서 유치원비 내려달라고 데모를 한다면, 그야말로 가슴벅찬 일이 아닐까. 요즘 유치원비가 얼마나 비싼가. 유치원 경영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도, 유치원비 내느라 부모님들 허리가 휘고 있는 와중인데, 유치원의 주체인 유치원생들이 그런 시위를 한다면 얼마나 기특할까.


아서라. 유치원들이 그렇게 영악하다면 좀 징그러울 수도 있겠다. 너무 많이 아는 애가 애답지 않듯이. 이번엔 그냥 고교생 시위에 만족하련다. 자신의 운명을 가를 일에 참여할 권리는 오래 전부터 그들에게 있었다. 우리가 몰라서 행사하지 못했을 뿐, 그들은 그 권리를 행사했다. 이 일로 대입제도가 바뀌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장래는 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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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5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5-05-1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슬픈현실이지요,,마음에 확 와닿는답니다,,
유치원비정말 비싸요,,

마태우스 2005-05-1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그러게요. 비싼 정도가 좀 심하구요, 그 끝이 없는 것 같아요. 1년에 천만원짜리 보내는 사람도 있다면서요?
그나저나 오늘 저 새러데이 매직이어요....^^

울보 2005-05-15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정말요 심하내요 천만원이요????????????

2005-05-15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05-05-15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시위보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많이 변했구나 생각했어요. 인터넷의 힘이 많이 영향을 준 듯 해요..^^

BRINY 2005-05-15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인터넷. 그리고 제가 낡은 인간이라 그런 지 몰라도 입시가 쉬웠던 적은 한번도 없고, 요즘은 대학 들어가기 쉬워진 편인데, 오히려 경쟁이 과열되서 친구들 책이나 교과서를 없애는 일만 더 늘어나는 거 같네요. 차라리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자성시위가 필요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저런 시위는 서울만의 얘기인 듯 하구요.

세실 2005-05-1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마태님의 발상이 깜찍하십니다~
규환이가 "엄마 유치원비가 너무 비싸요. 제가 선생님한테 데모할께요"
불행히도(?) 우리 규환이는 유치원비가 얼마나 하는지, 비싼지, 엄마가 제대로 내고 있는지 조차 모릅니다...... 택시운전사 아저씨는 상상력이 참 풍부하십니다......

moonnight 2005-05-1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참 대단하지요. 핸드폰의 위력도 대단하구요. 변하긴 변했어요. ^^;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그저 휩쓸리는 게 아니구요.

하이드 2005-05-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or me, I want to erase my highschool student days. I don't agree with them, though I envy them.

마태우스 2005-05-15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하이드님/I envy you because you speak English very well.
문나이트님/인터넷의 힘은 그런 데 있는 것 같아요...하지만 불이익 준단 말에 몇명 나오지 못한 건 그들의 한계라고 생각해요
세실님/그러게 말입니다. 유치원비가 내려가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브리니님/맞아요 모든 게 다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지죠.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있었던 청주번개는 참으로 신선하고 멋진 이벤트였다는...^^
라일라님/인터넷이 야동을 보거나 맺힌 한을 욕설로 푸는 장소가 될 수도 있지만, 저렇게 좋은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울보님/유치원비도 유치원비지만, 기러기아빠 비용도 대단하더이다. 그렇게들 돈이 많은지...

starrysky 2005-05-16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걔네들 보니까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데모하던 생각이 나더라구요. 유명 사립재단이었는데, 재단에 좀 문제가 많았거든요. 인사 비리며 재정 비리 등등. 그래서 전교생이 총궐기하야; 수업 거부하면서 계속 강당과 운동장에 퍼질고 앉아 농성 비스무리한 것을 벌여 결국 교장 할머니를 실신시키고; 재단을 학교 운영에서 손 떼게 만들었지요. 근데 학부모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학생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알면 공부나 하라고 야단칠 테니까 쉬쉬했고, 교사들은 일이 크게 번질까봐 입을 다물고.. 나중에서야 집으로 공지가 전달되었죠. 하여튼 참 웃겼어요. 그래도 결론은 어쨌든 우리의 승리! -_-v

마태우스 2005-05-1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이 글을 남겨주실 때마다 가슴이 벅찹니다. 님과 실시간 댓글을 달면서 밤을 하얗게 지샜던 수많은 기억들이.... 요즘 많이 바쁘시나봐요? 다시 댓글 얘기로 돌아가서, 학생 때 그런 기억이 있으셔서 뿌듯하시겠어요. 저희는 반 회지 사건 때 완벽한 패배를 당해서, 지금도 속이 쓰립니다. 회지를 만들었는데 압수를 당한 사건...

2005-05-16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