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구품천사니 뭐니 해서 종류도 여럿이고 또 숫자도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라파엘, 미카엘, 가브리엘, 루시퍼는 흔히 대천사라고 한다. 아시다시피 루시퍼는 천사 중에 최고품계의 천사였고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천사였다고 하다. 그가 타락천사가 된 것은 바로 ‘자만’때문이었다. 아! 마땅히 경계해야 할 진저!!! 자만은 거룩한 대천사조차 악마로 만들고 마는 것이니 놀랍구나 자만의 위세여 자만의 해악이여!! 가브리엘도 유명한 천사다. 처녀 마리아에게 수태를 고지한 천사다. 아 마리아여 얼마나 놀랬을 것인가. 이 가브리엘은 수백년 뒤에 마호메트 앞에도 나타나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다. 그것을 글로 기록한 것이 ‘코란’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학적 지식으로 인간이란 당연히 정자와 난자가 합쳐져 말하자면 수정하여 한 씨앗이 되는 것이고 그 종자가 배양하여 인간의 형태를 이루는 것일진대, 무슨 단성생식하는 벌레도 아니고 처녀 혼자 잉태할 것이라니. 경전은 이런 이야기를 너무나 진지하게 전하고 있으니 아! 이 얼마나 놀랍고도 신비로운 말인가. 희랍의 신들은 그래도 혹은 소가 되고 혹은 백조가 되고, 이도 저도 영 안되면 비가 되고 안개가 되어서라도 결국은 체내수정을 이루어 반신반인의 종자를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를 은유로 혹은 상징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나, 거룩한 사도의 복음서는 다만 사실로서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니 불신자에게는 혼미하고 아득한 일일 따름이다. 보고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니 보지 않고 믿는 자는 정녕 진복자다.

 

각설하고, 혜림씨가 몇 주 전에 앞니 바로 왼쪽에 위치한 작은 이가 하나 빠졌다. 어디에서 읽었는지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면 잠자는 동안에 이빨 천사가 나타나 빠진 이를 가져가고 대신에 선물을 두고 간다는 것이다. 소생은 어쩔 수 없이 <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의 사은품인 마그네틱 책갈피와 엽서를 베개 밑에 넣어두었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는 희색이 만면하여 ‘아빠! 이빨천사가 정말 왔다 갔나봐!’ 이러는 것이다. 하하하. 그런데 몇일 전에 소생이 아무생각없이 <폴리팩스 부인>을 읽고 있자니 혜림씨가 소생을 딱 보더니 하는 말이 ‘아빠! 이거 이빨천사가 준 엽서랑 똑 같은거네....’ ‘혹시 아빠가 이빨 천사 아냐? 맞지? 맞지?’ 이러며 의심의 눈초리를 희번득 거리는 것이었다. 소생은 그냥 실실웃으며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

 

부러진 이빨 이야기하니 또 문득 떠오르는데, 얼마전에 페이퍼에 쓴 적도 있다. 선지자 마호메트가 아직 세를 떨치기 전에 메카 근처에서 메카의 족벌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다가(뭐, 대단한 전쟁은 아니고 마호메트의 군세라고 해야 1000명이 안되고 상대도 3000명 정도인 그런 싸움인데, 일명 ‘오후드 전투’라고 한다. ) 좌우지장지간에 싸움이 나름 격렬했는지 수십명이 전사하고 예언자는 불행히도 날아온 돌삐에 주디를 맞아 이빨이 두 개나 부러졌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또 신심깊은 추종자가 그 와중에도 그 부러진 치아를 고이 품어 보관하였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와 지금은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 성물실에 금동 사리함 같은 작은 황금상자에 담겨져 보관되고 있다. 소생이 직접 가서 보고 왔으나. 그것이 예언자의 치아인지 누구의 치아인지는 아둔한 소생이 알 길이 없다.

 

다시한번 쓸데없는 소리는 각설하고, 어제 저녁의 일이다. 이번에는 혜림씨 앞니 바로 오른쪽에 있는 작은 이가 또 빠진 것이다. 이가 빠진 잇몸에서 피가 질질질 흐르는데도 혜림씨는 희색이 만면이다. ‘아빠! 이번에는 이빨 천사가 무선조정 자동차를 선물로 줬으면 좋겠어’ 이런다. 참, 내....... ‘이빨천사는 니가 갖고 싶은 선물을 주는 게 아니고 이빨 천사 자신이 주고 싶은 선물을 줄껄’ 뭐 이렇게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혜림씨는 자기 전에 빠진 이를 휴지에 고이고이 싸서 베게 밑어 넣어두고는 주무셨다. 밤은 깊은 야심한데 무선 자동차 사러 갈 수도 없고 해서 이런저런 궁리 끝에 어쩔 수 없이 소생이 쓸려고 아껴두었던 도라에몽 다이어리를 혜림씨 베개 밑의 이빨을 빼고는 그 자리에 넣어두었다. 사실 이 나이에 사무실에서 도라에몽 다이어리 들고 다니면 좀 거시기 할것이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그래도 아깝긴 아깝다. 하나 더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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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04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의 따님, 이목구비가 시원한 예쁜 어린이네요^^ 아직 이빨천사 몇번은 더 올 것 같아요.
붉은돼지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붉은돼지 2016-01-04 20:04   좋아요 2 | URL
아마 대충 지금까지 8개정도 빠진 것 같아요..ㅎㅎㅎ
앞이 두개는 새로 난 것입니다. 이제 고만 빠졌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

프레이야 2016-01-04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쁘고 사랑스러운 따님입니다. 보고만 계셔도 행복하시지요^^

붉은돼지 2016-01-04 20:10   좋아요 3 | URL
뭐 한두세네번씩은 속에 천불이 활활 타오르기도 하지만요.....
기본적으로는 뭐,,,,어화둥둥 금지옥엽입지요.^^;;;;

2016-01-04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4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6-01-04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돌삐에 주디를 맞고`에서 웃다가 옆에 딸이 깼어요.조용히 하라고 `쉿`하더니 다시 자네요.따님 미모를 보니 붉은 돼지님은 미남이실 듯 합니다.제 딸들이 남편 `빼다박`이거든요.ㅎㅎ

붉은돼지 2016-01-05 10:22   좋아요 2 | URL
`주디` 운운은 신성모독적인 발언이 아닌가 다소 조심스럽습니다.
혜림씨가 클수록 아빠를 닮을까봐 걱정이 정말 태산입니다. 지금까지는 잘 크고 있는 것 같은데요 ^^....

AgalmA 2016-01-0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요, 붉은 돼지님은 도라에몽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 붉은 돼지 다이어리가 어울리죵!

붉은돼지 2016-01-05 10:23   좋아요 1 | URL
정말요...붉은 돼지 다이어리가 나왔다면 정말 여러개 구입해서 이웃분들께 한 권씩 돌렸을 텐데요 ㅎㅎㅎㅎ
(정말 나오면 어떻하지 ㅋㅋㅋㅋ)

2016-01-05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5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6-01-05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혜림씨 미소도 너무 이쁘고 붉은 돼지님의 마음 씀씀이 너무 자상하시고 멋지세요 ㅋㅡㅋ 그런데 저는 지금껏 베트맨 다이어리가 쵝오~라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도라에몽 다이어리도 너무 예쁘네요....모델분이 예뻐서 그런가요 ㅎ

붉은돼지 2016-01-05 10:29   좋아요 3 | URL
혜림씨가 산타클로스나 이빨천사를 믿는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요즘은 약간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 있지만요..) 이제 그런 날도 얼마남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만....

cyrus 2016-01-05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물도 천사 못지 않게 이름이 많아요. 알라딘 회사가 이 사진을 봤으면 좋겠어요. 혜림이를 알리딘 굿즈 어린이 모델로 추천합니다! ^^

붉은돼지 2016-01-06 18: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cyrus님 혜림씨가 알라딘 어린이모델이 되면 모델료 반틈을 님께 드리겠습니다. 반땅이죠 ㅋㅋㅋㅋㅋ

나와같다면 2016-01-06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띰이♡ 사랑스럽네요

붉은돼지 2016-01-06 18: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님 아직은 귀여운 나이죠 ^^

희망찬샘 2016-01-06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스러운 딸이네요. 아빠가 살살 녹겠는데요. ^^

붉은돼지 2016-01-06 18:22   좋아요 1 | URL
희망찬샘님 아빠들이란 딸앞에선 다 흐물흐물거리죠 ㅋ ㅋ
님의 중2, 아니3인가? 따님도 사랑스럽지않나요 ^^

희망찬샘 2016-01-06 19:24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아빠들은 딸에게 약해요.
근데, 그 딸이 중딩이 되더니 애교가 사라졌어요.
대답은 네, 아니요 정도...
흐물흐물 할 기회가 없어서 슬퍼요.
우린 이제 중 2를 바라 봅니다. ㅜㅜ

2016-01-08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1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저녁을 먹고 마트에 갔다가 한 건 올렸다. 한 건이라고 해서 무슨 복권 당첨이나 초특가 할인품 득템 같은 걸 상상하시면 곤란하다. 소생이 하는 일이 그리 쓸모있는 것일 리 없다. 항상 그렇듯이 별 쓸데없는 그런 짓거리다. 경상도 말로 흔히 ‘저지래’라고 한다. 소생은 마트에 가면 반드시 수입맥주 코너를 둘러본다. 마트에 갈 때면 ‘아! 지금 집구석에 필요한 게 뭐더라? 계란이 떨어졌나? 양파는 남아있던가?’ 뭐 이런 나름 살림에 도움될 만한 생각은 눈곱만치도 콧털만치도 전혀 없고 오직 ‘아! 오늘 수입맥주 코너에 새로 들어온 놈이 있을라나?’ 이런 한심한 생각 뿐이다.

 

 

소생이 맥주를 애호해서는 아니다. 아시다시피 소생은 라벨 수집가다. 아내는 소생의 취미를 아마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하지만 (‘참 쓸데없는 짓도 되우도 하고 있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소생도 한번씩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아이참... 내가 참 쓸데없는 짓을 많이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간섭을 하거나 말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 호상간에 이해관계가 오묘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소생은 라벨을 원하고 아내는 맥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소생이 라벨 때문에 이런저런 가지가지 수입 맥주를 구입하면 아내는 또 아내 나름으로 이런저런 가지가지 맥주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캬~ 좋다’ 이러면서 즐기는 것이다.

 

한심두심한 소생이 어제 이마트에서 발견한 것은 다름아닌 전용잔이 포함된 '바이엔슈테판 4종 박스세트' 다. 4종이란 헤페바이스, 헤페바이스 둔켈, 비투스, 페스트비어 되겠다. 가격은 24,600원이다. 병당 6천원 정도다. 국산맥주가 1000원대이고 부엉이 모양 일본맥주(이름이 뭐더라??)가 8~9000원 하는 판이니 비싸다면 비싸고 또 싸다면 싸다고도 할 수 있다. 헤페바이스와 헤페바이스 둔켈의 라벨은 이미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2개의 라벨은 금시에 초면이다. 눈이 번쩍 뜨인다. 만나서 반가워요 ^^

 

바이엔슈테판은 1040년에 수도원 양조장으로 설립되어 전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영국의 맥주 전문 평가기관인 WBA에서 3년 연속 맥주부분 9개의 골드메달을 획득한 독일 정통 프리미엄 맥주라는 설명이다. 소생이 뭐 맥주의 풍미를 잘은 모르지만 맛이 괜찮은 것 같다. 맛을 좀 아는 아내는 역시 좋아라하며 흡족해 한다. 우리나라 하** 맥주나 카* 맥주가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수제 맥주는 꽤 괜찮게 나온다고 하는데, 아국을 대표하는 양대 맥주는 영 시원찮다.

 

 

얼마전에 맥주 맛을 조금 안다는 북조선 제1국방위원장 김정은 동지도 ‘남조선 맥주는 정말 맛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의주의 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봉학 맥주와 한국 맥주를 마셔본 김정은 동지가 ‘한국 맥주는 정말 맛없다. 맥주는 확실히 우리 것이 더 맛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에도 영국 로이터 통신이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맛이 좋다고 평가한 바 있다. 남조선 인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조선  맥주 업계의 분발을 요구한다. 사실 소생하고는 뭐 별로 상관없는 일(소생은 여하튼간에 라벨만....)이기도 하지만 어쨋든... 봉학맥주는 룡성 맥주, 금강 맥주, 대동강 맥주와 더불어 북한의 4대 맥주라고 한다. 북조선 4대 맥주의 라벨도 어서 구해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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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0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멋있게 잘 찍으셨네요.
오늘 저도 마트 갔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붉은돼지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붉은돼지 2016-01-04 19:47   좋아요 1 | URL
잘 찍어 볼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잘 안된 것 같아요^^
저는 일부러 사람 적은 마트에 가요
우리 약간 멀리 있는 홈플러스는 물건은 많은 데 사람도 너무 많아서 잘 안가구요
물건이 좀 적지만 사람도 적은 근처 이마트에 자주 갑니다. ㅎㅎㅎ

살리미 2016-01-02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잔이 너무 예쁘네요. 붉은돼지님 글 읽다가 우리 남편도 라벨 수집 애호가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이런 저런 맥주를 홀짝이는 게 너무 좋은데, 남편이 자꾸 눈치를 주거든요. 호상간에 이해관계를 좀 얽어놔야 하는데 틈을 주질 않아요 ㅠㅠ

붉은돼지 2016-01-04 19:48   좋아요 0 | URL
아내는 저 잔을 보고 무슨 비이커 같다고 놀리기도 합니다만 저는 뭐 좋아보입니다. 라벨 수집은 왠만하면 안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제가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정말 아내 말마따나 참 쓸데없는 짓이에요 ㅋㅋㅋㅋ

해피북 2016-01-03 0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맥주를 즐겨마시는데.. 맛있게 마셔본 맥주가 거의 없어요. 많이 심심한 편이라 술이라는 생각이 거의 안들기 하고요. 그래서 추천 좀 해주세요 ㅋ 그리고 조기 보이는 책 중에 ˝푸른 하늘 맥주˝는 식사가 끝나고 읽으시는 편이 좋다는 ....ㅋㅋㅋ

붉은돼지 2016-01-04 19:51   좋아요 0 | URL
맥주 맛을 잘 모르는 제가 마셔봐도 카스나 하이트는 정말 심심해요. 요즘 ob에서 나온 프리미엄인가 뭔가 1000원 조금 넘는 거 그거 맛이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

푸른하늘 맥주나 붉은 노을 맥주는 읽어보지는 않았어요 그냥 맥주가 제목에 있어서 올려봤어요 ㅎㅎㅎ

비로그인 2016-01-03 0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트에서 준비하는 4종 세트, 컵이 포함되기도 하죠...? 저의 최선은 헤페바이스. 밀맥주라 목넘김이 시원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그립네요. 요즘 독일 맥주에 이어 벨기에 맥주의 재발견을 하는 중입니다. 먹고 살찌는 거야...어떻게든 되겠죠...

붉은돼지 2016-01-04 19:55   좋아요 0 | URL
에일맥주, 밀 맥주 이런 것들이 맛이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요즘은 우리나라 수제맥주도 괜찮다고 하던데요...구해서 먹기 어려워서....ㅜㅜ 맥주든 뭐든 전통과 역사는 무시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바이엔슈테판 양조장이 1040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니 오호 1000년이나 되었잖아요 ^^

표맥(漂麥) 2016-01-03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 건너 나가면 그 지역 맥주 맛 보는게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라거보다는 헤페바이스 맥주를 더 좋아하구요. 어젯밤에도 파울라너로 한잔 했답니다. ^^

붉은돼지 2016-01-04 19:57   좋아요 0 | URL
저도 어디 나가면 그 지역 맥주를 꼭 마셔볼려고 합니다. 물론 라벨도 당연히 벗겨오죠..ㅎㅎㅎㅎ
그런데 요즘은 왠만한거는 다 수입되는 것 같아요...마트에만 가도 수입맥주가 엄청나게 많더라구요..^^
 

아내가 오늘 오전에 볼일이 있어 엄마 없는 동안 혜림씨를 돌보기 위해 소생은 오늘 하루 휴가를 냈다. 혜림씨는 어제 방학을 맞이하였다. 어제 저녁에 혜림씨와 한 이불 덮고 누워 새끼손가락을 걸고 굳은 언약을 맺었다. 내일 마트에 가서 간담 프라모델을 사와서 함께 만들기로 말이다. 아침에 아내가 나가고 소생은 혜림씨와 둘이 다정한 연인처럼 손에 손을 잡고 이마트에 가서 간담을 사왔다. 당초 의도는 둘이 같이 함께 만드는 것이었는데 결국 혼자 다 만들고 말았다. 초딩 1학년에게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만들다보니 소생이 재미가 나서 내쳐 혼자 다 만들고 말았다. 허리가 뻐근하다. 눈도 침침하다.

 

 

간담을 완성하고 나니 문득 일전에 재미로 올렸던 ‘로마의 원로원과 인민을 수호하는 간담’이 생각나서 ‘로마의 일인자’ 책들과 사은품 ‘문진’과 ‘로마 주화’와 ‘황금 월계관 책갈피’로 쭈물럭쭈물럭 쓸데없는 짓을 또 좀 해봤다. 햐~ 소생이 이러고 논다. 나름 재미가 있다. 낼모래면 흔히 말하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다. 천명을 안다니 엄청나게 놀라운 말이다. 소생은 천년을 몇 번 거듭 산다고 해도 도무지 모를 일이다. 아내의 가려운 곳도 잘 몰라 엉뚱한 데를 긁고 마는 한심한 소생에게는 무슨 안드로메다보다도 더 아득한 이야기다. 그러니 여즉 소꿉장난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소생이 대학 갓 들어왔을 때는 복학생 선배님들은 하늘 같은 존재였다. 복학생 선배님들 중에서도 졸업반이신 4학년 복학생 선배님들은 그야말로 천상천. 하늘 위의 하늘이었으니 용안을 한 번 뵈옵는 것이 무슨 천한 종놈이 웃전을 배알하는 것이랑 비슷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복학생 선배님들이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스물일곱 정도다. 옛날에 김형경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머! 얘~ 나는 나이가 마흔이 되어도 마음이 이럴 줄은 몰랐어” 그렇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도 아직 마음이 이렇다니 놀랍다. 세월을 똥구멍으로 먹었나.? 소생은 역시 한 세월 지나는 동안에도 전혀 성장하지 못한 것인가???

 

 

로마의 원로원과 인민을 수호하는 간담  http://blog.aladin.co.kr/733305113/7672386

'로마의 일인자'는 어째 다 읽었는데 '풀잎관'은 1권 조금 읽다가 그만둔지 오랜지...

 

 

 

 

 

 

 

 

 

 

 

 

 

 

 

 

 

 

 

눈 웃음치는 간담 귀엽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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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5-12-31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어두신 링크는 형식상(?)클릭. 음, 지난 7월에 올리신 페이퍼로군..새해 시간 날때 찬찬히 읽기로 하고 패스~했쥬^^
간담. 정말 간담이 서늘해지는(아..결국 쓰고 말았어 ㅠㅠ) 암튼 멋진 놀이에 푹 빠지신 붉은돼지님. 새해에도 탄탄대로 운수대통 하시길 빌어요~

붉은돼지 2015-12-31 18:02   좋아요 0 | URL
`간담이 서늘....` 잘 쓰셨어요 ㅋㅋ 참다 참다 참치가 되는 수가 있어요(요건 곰발님 즐겨쓰시는 관용구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컨디션님도 새해 꼭 로또 당첨되시어요^^

cyrus 2015-12-31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어도 건담프라 모델 같은 각종 모형 장난감을 조립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될 것 같아요. 조그만 부품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향상되니까요.

붉은돼지 2015-12-31 18:04   좋아요 1 | URL
정말일까요??? 치매예방에....그렇다면 일석이죠.ㅋㅋㅋ 좀더 열심히 해보야겠어요 ㅎㅎㅎㅎ
간만에 해보니 정말 허리도 무지 아프고 눈도 침침하고 예전하고는 다른게 느껴집니다. ㅜㅜ

cyrus 2015-12-31 19:12   좋아요 0 | URL
장시간 오래하면 손목이 저릴 수 있으니 적당히! ㅎㅎㅎ

표맥(漂麥) 2015-12-3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담 저거 어른들을 위한 프라모델 아닌감요. 전 손재주가 메주라서 뭐든 만지면 부셔진다는....ㅜㅜ;;;
붉은돼지님... 새해에는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붉은돼지 2015-12-31 18: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은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표맥님도 새해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더욱 행복하지시길 기원합니다^^

AgalmA 2015-12-3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 웃는 건담, 붉은 돼지님 닮으셨어요!

붉은돼지 2015-12-31 19:11   좋아요 2 | URL
새해에는 간담처럼 좀 단단해져야겠어요 운동도 좀 하고 말이죠^^
아갈마님도 새해 꼭 로또 당첨되세요^^ ㅋㅋ

mira 2015-12-3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위에 간담덕후있는데 ㅎㅎ,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재미난 글 내년에도 쭉

붉은돼지 2015-12-31 21:54   좋아요 0 | URL
미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2-3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있는 건담은 별로 안 귀여운데 붉은 돼지님 건담은 귀여워요~ 씨~~~ 익~~~ ㅎ

붉은돼지 2015-12-31 21:56   좋아요 0 | URL
아마 눈웃음때운에 귀여워 보이는 것 같아요
저도 웃는 간담은 처음 봐요^^

책읽는나무 2015-12-31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웃음 치는 건담!
여자 여럿 울리겠는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어요
붉돼지님^^

붉은돼지 2015-12-31 21:58   좋아요 0 | URL
여자 간담이 없다는 게 함정 ^^
책나무님도 뜻하시는 것들 다 이루어지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moonnight 2015-12-3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담이 원래 이렇게 귀여웠나요?^^ 나이에 상관없이 진심 즐기시는 모습 멋집니다!

붉은돼지 2016-01-01 11:00   좋아요 0 | URL
어머! 문나잇님 오랜만이어요 ^^ 수화물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문나잇님도 새해 꼭 로또 당첨되세요...저는 왠지 올해는 꼭 될 것만 같아요 ㅎㅎㅎ

해피북 2015-12-3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간담 표정 너무 귀여운거 아닐까요. 저희 신랑도 한때 간담에 빠져 아담한 사이즈로 조립하곤 했는데 한때의 열정이 박스 속에 고이 간직되 있거든요 ㅋ 제가 정리 안된다고 모두 감금해놨는데 이 사진을 보니 슬쩍 미안해지네요. 저도 먼지 털고 꺼내서 책장 지키는 간담으로 만들어야겠어요. 책 안읽고 딴짓할때 날아와서 쿡쿡 찌르거나 무쇠 주먹을 날러주길 바라면서 말이죠 ㅎ 붉은돼지님 이제 몇시간 남지 않았는데 올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엔 행복한 기운 가득 하시길 바랄께요^~^

붉은돼지 2016-01-01 11:05   좋아요 0 | URL
저도 애기 어릴 동안에는 혹시 파손될까봐 전전끙끙하며 간담, 에바 등등 각종 프라모델을 상자에 담아서 보관했었는데요..결국은 이리저리하다보니 이제는 거진 다 망가져 폐기되고 남은 게 몇 개 없어요ㅜㅜ 나이먹으면서 예전보다 팬심이라고 합니까 덕심이라고 합니까 그게 좀 엷어진 것도 같아요...

감금되어 있는 놈들이 있다면 이제는 그만 해방시켜서 해피북 님의 장서를 지키는 호위무사들로 부리심이 어떨지 ㅎㅎㅎㅎㅎ 해피북님~ 새해에 더욱 해피해피하시길 바랍니다. ^^

서니데이 2015-12-3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담은 sd건담인 것 같은데, 갑자기 봐서 그런지 시리얼과 기체명이 기억이 안 나네요.
올해 붉은 돼지님의 서재에서 재미있고 좋은 글들을 많이 읽었어요. 터키여행의 사진도 기억에 남고요.
아마, 다른 글에서도 소생은... 이라는 말이 있으면 붉은 돼지님이 먼저 생각날 것 같습니다.
올해가 조금 남았는데, 좋은 시간으로 보내시고, 내년엔 더 좋은 일들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붉은돼지 2016-01-01 11:07   좋아요 1 | URL
어머 서니데이님도 간담덕후세요???? 맞아요 간담 sd 033 인가 그렇구요..스타윙 간담인가 그렇습니다.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서니데이님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요 또 늘 행복하시기 기원합니다. ^^

에이바 2016-01-01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풀잎관 3권 읽다가 말았어요. 제가 지지하던 마리우스의 몰락이 가슴 아파 책을 넘길 수가 없었다는 ㅜㅜ 문진과 북마크, 데나리우스와 함께 하는 건담 아름답습니다. 붉은돼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붉은돼지 2016-01-01 11:09   좋아요 0 | URL
그렇죠...저도 마리우스에게 더 호감이 갑니다. 술라는 좀 그렇잖아요..아직 카이사르는 멀구요...풀잎관은 술라 이야기여서 그런지 로마의 일인자 만큼 호응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에이바도 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구요...올해 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릴께요 ^^

초딩 2016-01-0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붉은돼지 2016-01-01 11:10   좋아요 1 | URL
초딩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진짜 초딩은 아니시죠 ㅋㅋㅋㅋ

초딩 2016-01-01 11:21   좋아요 0 | URL
진짜 초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활기찬 첫날 되세요~

보슬비 2016-01-0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웃음치는 간담 정말 귀여워요. 다음에 저도 조카랑 간담 한번 조립해봐야겠어요.^^
아참! 해피 뉴 이어~입니다.ㅎㅎ

붉은돼지 2016-01-01 11:11   좋아요 0 | URL
조카랑 같이 팔 한 짝씩 다리 한 짝씩 만들다 보면 정이 듬뿍 쌓일 것 같습니다.^^
한 살 더 먹었지만 그래도 해피해피 뉴 이어 입니다. ㅋㅋ

transient-guest 2016-01-01 0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프라하고 싶네요. 근데 전 어릴때부터 조립을 못하는 사람이라서 좀 어렵겠네요. 요즘의 건프라는 등급에 따라 접착제도 필요없다고 하던데..궁금합니다.ㅎㅎ

붉은돼지 2016-01-01 11:13   좋아요 1 | URL
요즘 조립식이 설계도도 아주 상세하게 되어있고 본드나 이런 것도 필요없고 등급따라 종류도 여러가지여서 적당한 걸 고르시면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해피 뉴 이어 입니다.~

아타락시아 2016-01-0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레고, 플모 좋아하는데, 건담도 이쁘네요.^^

붉은돼지 2016-01-02 15:01   좋아요 0 | URL
레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으신데....저는 레고는 별로더라구요..
만들기 귀찮기도 하지만....정교한 프라모델이 마음에 들더군요...
요즘은 뭐 별로 하지도 않지만요 ^^

비로그인 2016-01-0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D건담류를 특히 좋아하시나 보네요. ㅋ HG나 MG에도 도전해보세요...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붉은돼지 2016-01-02 15:05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주로 HG나 MG급 프라모델을 많이 만들었어요..물론 PG급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가격도 너무 쎄고 또 너무 복잡하고 정말 만드는데 몇달이 걸릴것만 같아 포기했지요..ㅎㅎㅎㅎ
이제 나이가 드니 HG,MG 급은 너무 힘이 들구요....허리도 아프고 눈알도 침침해져서요 ㅜㅜ
한번 SD를 만들어보니 이게 금방 만들어지고 또 귀엽기도 하더라구요...그래서 몇 개 만들어봤지만
이것도 이제는 잘 안합니다...^^
 

 

한 해를 보내며 소생은.....이미 덧없이 또 헛되이 흘러가버린 한 세월에 대한 신랄한 평가와 뼈와 살이 함께 타는 아픈 반성을 하고 그 결과를 환류하여 신년 계획에 반영하자는 등등등의 알차고 실한 제안을 하고싶습니다.....는 짐작하셨겠지만 당연히 아니옵고. 소생이 전해 듣기로 존경하옵는 우리 추리닝간죵님께서 얼마전에 엄청난 일을 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거 북벽을 기어오르는 일보다,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는 일 보다 더 어렵다는 바로! 바로! 바로! ‘대범한 당신에 등극하셨다는 소식 말입니다. 그것도 5만 당첨으로 말입니다.

 

이것은 실로 청사에 아름다이 빛나고, 알라딘 역사에 길이 기록될 일입니다. 감격에 겨운 소생은 너무 고맙고 반가운 마음에 버선발로 아니 돼지족발로 내달려 축하의 말쌈을 올리고자 하였으나 님께서는 댓글을 닫아놓으셨으므니다. ...뭐 괜찮습니다. 이 아둔한 축생의 인사가 무슨 대수겠습니까. 멀리서 마음으로나마 감축의 절을 올립니다. 일배~   (말이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사실 저는 간장님....아니...죄송해요 호호...간죵님의 별명인 추리닝간죵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참 많이 궁금했습니다...간장님...!! ... 간죵님은 당연히 잘 모르시겠지만 추리닝은 이 축생도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고딩 때는 아침 출근복이 거의 추리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딸딸이를 신고 말이죠.. 추리닝에는 역시 딸딸이가 꿀캐미입죠..ㅋㅋㅋ)

 

(추리한 추리닝에 딸딸이를 딸딸거리며 질풍노도로 쳐달리던 그 시절이 혹시 그립냐구요?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올습니다. 딸딸이 신고 쳐달리다가는 자빠져 나뒹굴기 십상입지요. 암요. 그래도 만약에 말이죠. 왜 그 외국 영화같은 거 보면 나오잖아요!! 만약에 그 시절이 다시 온다면 말입니다. 소생은 머리도 매일 감고 목도 깨끗하게 씻고 단정한 입성에 공부는 당근 진심열심하고요, 나타났다 킨스키와 가슴 설레이며 벌렁이는 연애도 하고요... 또 뜨겁고 찐득한 입맞춤도...흐흐흐흐.......연이나 꿈에나 그 시절이 다시 올리없고 행여 다시 온다고 해도 소생은 왠지 역시나 추리한 추리닝에 딸딸이를 질질 끌며 일렁일렁 다니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소생이 그런 환골탈태를 하기는 돼지가 죽어 인간으로 환생하는 것 만큼이나 지난할 것입니다. 삼대구족이 음덕을 쌓고 공덕을 보태어도 축생이 인생으로 둔갑하기는 어려운 법입죠. 꿀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 각설하고....., 그리하여 간장님의 쾌거에 용기와 격려를 얻은 이 축생도 다시한번 '대범한 당신을 위한 고액마일리지 복불복'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쳐먹고 말았습니다. 거 뭐시냐.....무슨 최후의 모히칸족 인디언같은 비장한 심정으로, 아이거 빙벽에 메달린 손가락 동상걸린 산악인의 처절한 심사로, 정말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대범한 당신에 도전을 했던 것입니다. 아아아!!! 돼지들의 신이시여!! 부디 굽어살피옵소서.......하지만.....결과는 역시 꽝!!!!!!!!!! 인간들의 신도 행방 묘연한 지 한참이고 우리 돼지들의 신도 어느 어두운 축사 구석에서 혼자 뭐 맛있는 거를 디룩디룩쳐묵쳐묵하고 있는지 응답이 없었습니다.

 

뭐 가슴아픈 일이기는 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금년은 소생에게는 무척이나 의미있는 한해였습니다. 오매불망하던 서재의 달인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소생이 처음 알라딘에 서재라른 것을 꾸리고 처음 글을 올린 것이 2004.2.11.이었습니다 첫 페이퍼의 제목은 오리선생전(梧里先生傳) 이었습니다. 뭐 그때부터 축생이었습죠. 근본이 어디 갑니까? 연이나 돼지 우리같은 축축한 축사에만 살던 이 축생에게 알라딘 마을은 그야말로 신천지였습니다. 아 신천지가 안전에 도래했으나 그간의 복불복에서도 여실히 증명되었듯이 소생은 대범하지 못하고 소심한 종자여서 처음에는 가끔 글만 올리고 다른 알라디너님들과는 거의 소통하지 않았습니다.

 

기간으로 따지자면 알라딘 마을에 입성한 지 거의 10년이 넘지만 서재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10년동안 책은 꾸준히 구입했습니다. 또 가끔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지만 나름 열심히 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무슨 바람인지 서재활동을 활발하게 할 마음이 들었습니다. 돼지가 한 깨달음을 얻은 모양입니다. 많은 훌륭하신 이웃님들과도 통성명하고 가끔씩 실없는 소리도 하고 지내게 되었구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조금 이른 것 같지만 돼지가 서재 이웃님들에게 새해 인사를 미리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에도 좋은 책 많이 읽으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한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APPY NEW YEAR!!!

 

<추신입니다.>

참고로 오늘 구입한 책의 면면을 소개해 올립니다. 먼저 <음식의 언어>입니다. 이 축생이 피해갈 수 없는 목록입니다. 꿀꿀쩝쩝 벌써 입맛이 다셔지는 군요. 다음은 <벤허>입니다. ! 도터지는 소리가 먼저나오는군요. 불알친구였던 벤허가 멧살라가 죽기살기로 내달리던 전차경주. 기억에 생생합니다. 영화도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튜더스,앤 블린의 몰락>은 힐러리 맨틀의 두 번째 부커상 수상작품이라고 합니다. 맨틀의 소설은 얼마 전에 <혁명극장>도 나왔습니다. 소생은 둘 중 어느 것을 구입할까 고민하다가 한 권짜리를 선택했습니다. 영국왕 헨리는 참 특이한 인물이지요 앤 블린도 물론이구요. 사실은 크롬웰에 대한 소설 <울프>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절판이더군요. 물론 중고는 있는데 소생 손에 들어올려면 해를 넘겨야 될 듯해서 포기했습니다

 

마지막은 <chaeg 2015.12.>입니다. chaeg은 창간호부터 구입은 꾸준하게 하고 있는데 꼼꼼하게 다 본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한번 휘리릭 보고는 아무데나. 책을 펼칠 때 마다 느끼는 점은 이 책은 인쇄약품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인쇄액이 건조가 덜 되었는지 강한 약품을 쓰는지 어쨌든 조금 읽고 있으면 머리가 띵~ 합니다. 언제한번 출판사에 이야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혹시 관계자분께서 보고 계시다면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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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9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올해 서재의 달인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연말 되세요^^

붉은돼지 2015-12-29 15:50   좋아요 2 | URL
친절하신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살리미 2015-12-29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 한해 붉은돼지님 글 정말 재밌고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독특한 소생체로 제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으셨지요. 인상적인 프로필과 함께요^^
붉은돼지님 필력에 매번 감탄하곤 했는데 역시나 십년 내공이 있으셨던거군요.
서재의 달인 진심 축하드립니다^^ 제게 시상 권한이 있다면 `웃음상`(작명 센스는 없는 점 사과드립니다^^ 제 주제가 더불어민주당만 하겠어요? ㅋㅋ) 같이 드리고 싶어요. 멋진 고퀄리티 개그였습니다^^
새해에도 늘 행복하시고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붉은돼지 2015-12-29 16:47   좋아요 1 | URL
너무 예쁘게(라고 쓰고 보니 좀 거시기 하군요 ㅎㅎㅎ)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같은 축생이 용을 쓴들 어디 빛나고 눈부신 오로라님 필력에 미치겠습니까?
새해에도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

책한엄마 2015-12-29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같은 돼지라 반갑습니다.ㅎㅎ

붉은돼지 2015-12-29 16:48   좋아요 2 | URL
저도 너무 반갑습니다....꿀꿀..ㅋㅋㅋ

아타락시아 2015-12-2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전 언제쯤 서재의 달인이 될지.. 저도 지중해 관련 역사 좋아하는데, 님글 잘 읽고 있습니다.^^

붉은돼지 2015-12-29 18: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전투마법사님.....마법사는 달인보다 몇 단계 위가 아니었던가요 ㅎㅎㅎㅎ
색상은 어떻게 되십니까? 회색의 간달프. 백색의 사루만 뭐 이런거 있잖아요 ㅎㅎㅎㅎ

stella.K 2015-12-29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리닝간죵님을 항상 추리간죵님으로 읽고 싶어져요.
근데 5만 당첨이란 게 무슨 말씀인지...?

붉은돼지 2015-12-29 18:36   좋아요 1 | URL
얼마전에 언뜻 보니 아마 추리닝간죵님 이지 싶은데

5만원 이상 도서를 구입하면 추첨 기회를 주는 그 있잖아요 `대범한 당신을 위한 고액마일리지` 복불복 게임말입니다. 추리닝 간죵님이 복불복에 도전하셔서 5만원에 당첨되었답니다...와와와와 짝짝짝짝
하루에 5만원은 1명, 3만원은 2명, 2만원은 3명인가 그렇거든요..

북다이제스터 2015-12-29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 한해 좋은 글, 재미있는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내년에도 즐거움 함께 하겠습니다. ^^

붉은돼지 2015-12-30 08:28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cyrus 2015-12-29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의 글은 발랄해요. 그렇다고 글이 가볍다는 건 아니에요. 어렵고 딱딱한 내용을 재미있게 쓰신다는 의미입니다. 올해 돼지님의 글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붉은돼지 2015-12-30 08: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cyrus님 항상 님의 박람강기에 놀라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좋은글들 많이 부탁드립니다.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2015-12-30 0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0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5-12-3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그런 추첨도 있군요. 여기선 그림의 떡..ㅎㅎ 하지만 반디엔 꾸준히 퍼나른 끝에 지금 10만점 조금 넘겼습니다.ㅎㅎ

붉은돼지 2015-12-30 08:3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transient-guest 님 멀리 이국에서도 해피해피하신 뉴이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
이러다가 반디가 반딧불 정책을 수정하지 않을까 모르겠어요 ㅋㅋㅋ 먹튀들이 많이 생겨서 말이죠 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5-12-31 08:14   좋아요 0 | URL
부부분명히!! 제 탓은 아닐겁니다. 반디 US는 selection이 참 별로에요. 사고 싶어도 못사는..ㅎㅎ 바뀌기전에 빨리 마저 옮겨야겠습니다. 새해엔 더욱 reddy하고 porky하시길..ㅎㅎ 복 많이 받으세요.

2015-12-30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0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0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1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12-31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이 되신것을 축하드립니다!!!

재기발랄한 붉은돼지 님의 글 너무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병신년`에도 좋은 글들 기대할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5만원 복불복도 언젠가는 꼭!!!)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붉은돼지 2015-12-31 17: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무개님~
아무개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복불복 한번씩 당첨되기를 ^^
 

말하자면 박물관으로서의 ‘순수박물관’은 오르한 파묵의 소설 <순수박물관>의 물질적 구현이요 실현이다. 파묵은 소설 집필을 시작하기도 전인 구상 단계에서 벌써 소설과 관련된 박물관을 건립을 계획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소설 <순수박물관>의 내용은 이렇다. 이스탄불 상류계층의 한 부유한 남성인 케말이, 부유하고 지적이고 아름다운 약혼녀도 있는 그 남성이, 가난하고 어리고 역시 아름다운 먼 친척 여자 퓌순을 집착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고 온갖 시련풍파가 지나간 뒤에 마침내 그 사랑이 이루어지려는 찰나에 여자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고만다.

 

케말은 퓌순이 살았을 당시 그녀의 집에서 훔쳐왔던 그녀의 물건들과 퓌순이 죽은 후 30여년동안 수집한 그녀와 관련된 모든 물건들 - 그녀가 피운 4,213개의 담배꽁초, 영화 포스터, 멜템 사이다병, 퓌순이 사용했던 빗, 머리핀, 칫솔, 립스틱, 퓌순의 집 텔레비전 위에 있던 자기로 된 개인형들, 화장수병들, 케말과 퓌순이 어린시절 탔던 세발자전거 등 - 을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던 장소인 멜하메트 아파트(멜하메트는 '연민'이란 뜻이다.)에 보관하고 나중에는 그 아파트를 박물관으로 개조할 계획을 세운다. 전세계 5,723개의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세울 박물관에 대하여 고민하던 케말은 결국 2007년 62살의 나이로 그가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박물관 다섯군데 중 하나라고 언급했던 밀라노에 있는 '바가티 발세치 박물관' 근처의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아마도 케말은 자신의 사랑과 관련된 수집품들을 통해 상실된 사랑으로 인한 슬픔과 아픔에 위로를 얻었을 것이고 더 나아가 박물관을 세움으로써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완성을 꿈꾸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케말은 박물관이 건립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죽기 전 케말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 줄 것을 작가 ‘오르한 파묵’에게 부탁하면서 그 책의 마지막에 자신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꼭 잊지말고 기록해달라고 부탁한다. 바로 이 말이다. “모든 사람이 알아 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아주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이 소설은 케말이라는 이스탄불 상류사회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스탄불의 작가 오르한 파묵의 한 도시에 대한 사랑이야기이기로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에는 1970년대~1990년대 이스탄불의 문화가 촘촘하게 기록된다. 이스탄불 상류층의 문화, 연애 및 결혼 풍습, 영화계의 실태, 사업과 장사꾼들의 이야기, 보스포루스의 해안, 베이올루와 지한기르, 톱하네의 거리와 골목들, 클럽과 술집 등에 대한 애정어린 추억들로 가득하다. 한 도시에 대한 추억이라는 측면에서 <순수박물관>은 파묵의 자서전 <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의 확장판이다. 오르한 파묵은 1952년 이스탄불에서 태어났고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고 있다. 그의 나이 쉰이 되던 해인 2003년에 발표한 <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은 파묵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의 자신의 초상과 고향 이스탄불을 다르고 있는 회고록이다

 

“(순수박물관은) 사랑이 우리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고심햇던 책이라고 보면 될 듯 합니다. 한 여자에게 지독하게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에 비친 1970년대, 1980년대의 터키 이스탄불을 조망하고자 했습니다. (중략) 순수박물관은 한편으로는 지독하게 사랑에 빠졋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한 여자의 물건들을 모으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 남자는 자신이 모은 물건들로 박물관을 세웁니다. (중략) 나는 이런한 것을 쓰면서 세상의 수많은 박물관을 돌아다녔습니다. 서양인들이 수집가라고 부른 것이 왜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 이 수집가들의 영혼의 상태를 연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르한 파묵, 변방에서 중심으로> p177-178, 한국전쟁 60주년 다큐맨터리 인터뷰에서)

 

“(이스탄불-도시 그리고 추억) 그 책의 절반은 그 시점까지의 제 자서전이고, 절반은 이스탄불에 대한 거예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스탄불에 대한 어린아이의 시점이죠. 그 책은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의 이미지와 풍경과 매력에 대한 생각과 그 도시에 대한 어린아이의 느낌, 그 아이의 자서전을 결합한 것입니다. 그 책은 '나는 화가가 되고 싶지 않아.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라고 말했다.’ 라는 구절로 끝납니다.”(파리리뷰인터뷰 <작가란 무엇인가1> p76-77)

 

“저의 인물들이 느끼는 우울한 사랑의 슬픔은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의 풍경을 통해 재현됩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죠. 저 역시 이러한 우울한 감정을 갖고 있으니까요. 특히 이스탄불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는 동안에요. 해서 제가 자서전적인 책에서 이스탄불에 관해 썼던 것들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어 <순수박물관>이라는 소설에서 보다 장대한 스케일로 정확하게 쓰려고 했습니다.“(<존 프리먼의 소설가를 읽는 방법> p487-488)

 

순수박물관이 소개되어 있지 않은 이스탄불 가이북도 꽤 있는 듯하다. 순수박물관은 금각만 건너편인 갈라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노면전차인 트램바이 T1을 타고 토프하네역에서 하차하여 갈라타사라이 역 혹은 이스틱클랄 거리 쪽을 향해 도보로 5분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다. 적색의 아담한 목조 3층 건물이다. 크지 않은 건물이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 어렵다. 순수박물관은 애초에는 소설 발간과 동시인 2008년 8월에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2012년 4월 27일 개관했다.

 

“나는 항상 이스탄불에 박물관을 세우고 싶다고 생각했답니다. 소설 집필을 하기 전인 1999년에 지금의 순수박물관 건물을 샀구요. 그리고 그 건물의 이웃들에게서, 벼룩시장 등에서 물건을 하나하나 사들이면서 동시에 소설을 써 나갔습니다. 나는 거대한 박물관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반영하는 하우스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소박한 박물관을 생각했습니다.“ (중략) “나는 이 소설에서 사랑과 박물관을 연관시키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둘은 어떤 것들을 간직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죠 물건들은 우리에게 왜 이렇게 소중할까요? 왜 그것을 간직해서 이후의 세대에 전해 주고 싶은 걸까요? 이것이 바로 사랑의 바로미터가 아닐까요”(<오르한 파묵, 변방에서 중심으로> p201-204, ‘2012.4월 순수박물관 개관 기념식 인터뷰’에서)

 

소설 <순수박물관>은 모두 8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박물관 <순수박물관>의 전시 상자도 83개이다. 각 상자마다 소설 각 장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소설을 읽고 방문하면 당연히 더 감회가 깊을 것이다. 민음사에서 나온 소설 <순수박물관> p386에는 박물관 무료 입장권이 인쇄되어있다. 소생은 뭐 책을 가지고 가지는 않았다. 잊어버렸는데 입장료는 1~2만원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박물관에는 관람객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조금 늘어났지만 처음에는 중국어를 쓰는 젊은 아가씨 3명뿐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 끝 유리벽안에는 퓌순이 피운 담배의 꽁초 4,213개가 핀셋에 꽂혀 벽면 가득 날짜별 연도별로 전시되어 있다. 꽁초아래 적힌 메모는 파묵이 직접 쓴 것이다. 왼족 편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다. 퓌순의 귀걸이와 소설, 노트 등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2층과 3층에는 파묵이 이스탄불 각지에서 모은 관련 오브제들이 상자에 담겨 전시되어 있다. 4층으로 올라가면 왼쪽 벽면에는 세계 각국에서 번역된 순수박물관 책이 유리장식장 안에 전시되어있다. 40-50종은 되는 듯 하다. 중국어로는 ‘순진박물관(純眞博物館)’, 일본어로는 ‘무구박물관(無垢博物館)’으로 번역되는 듯하다. 그 옆 장식장 안에는 오르한 파묵의 친필 원고들이 전시되어 있다. 고등학교 때는 그림을 그렸고 대학에서는 건축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그림이 볼품있다.

 

4층은 다락방 형태로 꾸며져 있는 데 소설 속에서 케말이 2000-2007 살았던 방을 재현해 놓았다. 이 방에서 소설가 오르한 파묵은 케말의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들었다. 방에는 케말 자신과 퓌순이 어린 시절 타고 놀았던 세발자전거가 있고. 케말이 세계방방곡곡의 박물관을 돌아다닐 때 들고 다녔던 가방이 놓여있다. 그리고 방 한쪽 벽면에는 소설 속의 그 유명한 구절이 터키어와 영어로 인쇄되어 있다. “Let everyone know, I lived a very happy life" 이 문구가 쓰여진 벽면에는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긴 평상 의자가 붙어있는데 그 의자에 앉아 여자 한명이 울고 있었다. 중국인 아가씨 3명 중 한명이었다. 그녀는 한 5분정도 눈물을 흘리며 흐느껴 울었다. 나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감했을 것이고 그 옆에 앉아서 함께 울어주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데, 우리가 왜, 무엇 때문에 슬픈 것일까?

 

정말 ‘행복’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지만 역시 답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오르한 파묵은 소설 <순수박물관> 출간 후 한 인터뷰에서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사랑은 교통사고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파묵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사랑은 심각한 질병이지요.” 퓌순이 교통사고로 죽은 것과 케말의 집착적 사랑을 염두에 둔 답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적절한 답변인 듯하다. 우문현답이다.

 

 

 

 

 

 

 

 

 

 

 

 

 

 

 

 

 

 

 

 

 

 

 

 

 

 

 

 

 

 

박물관의 외부 전경

 

1층 벽면의 담배꽁초

 

담배꽁초 (부분)

 

박물관 2층 전경

 

박물관 3층 전경

 

1장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퓌순의 귀걸이 (사진이 돌아갔어요..)

 

2장 '샹젤리제 부티크' 제니콜롱 가방

 

8장 '최초의 터키산 과일 사이다'  멜템 사이다

 

21장 '아버지의 이야기 : 진주귀걸이'

 

31장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거리들'

 

 65장 '개'

 

 67장 '화장수'

 

72장 '삶도 사랑처럼' 

 

 퓌순이 입던 옷

 

 다락방 전경

 

 순수박물관 소설들

 

 파묵의 친필 원고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는 문구 "모든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아주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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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2-2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붉은 돼지님ㅜㅜ 정말 궁금한 풍경 중 하나였는데!
알라딘은 붉은 돼지님 배신을 용서하고도 남을 글ㅎ!

붉은돼지 2015-12-27 21:22   좋아요 0 | URL
어머 아갈마님~ 소생의 신원을 위해 이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ㅋㅋ
앞으로도 알라딘 중앙에 말씀 좀 잘 드려주세요..붉은돼지가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ㅎㅎ

초딩 2015-12-27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앗 파묵이네요! 전 내이름은 빨강 부터 내년에 시작하려구요. :-)

붉은돼지 2015-12-27 21:22   좋아요 0 | URL
저도 <내 이름은 빨강>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물고기자리 2015-12-27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묵의 이런 긍정적인 집요함이 저는 참 좋아요. 물건을 먼저 수집하고, 그것들을 소설에 자연스럽게 배치해 나갈 때 화가로서의 면모와 소설가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았나 싶어요. 소설 속에서 그 작업이 얼마나 충실했는지, 물건들 하나하나에 마치 제 추억도 같이 깃든 것 같습니다^^ 퓌순이 담배를 끄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을 추측해보던 케말이 생각나요. 최소한 4213 번을 지켜본 셈이겠지요ㅎ 극적인 순간의 모든 전조를 담고 있던, 퓌순이 운전연습을 할 때 입었던 원피스와 너무나 궁금했던 멜템 사이다 병도 보이네요. 건물도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책을 읽으며, 케말이 물건들을 수집해 나갈 때마다 저도 그것들을 따라 적으며 수집하는 기분을 대신 느껴봤었어요^^ 터키의 물건들을 이미지로 떠올릴 수 없어 막연히 상상해보면서 말이죠. 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사진들을 올려주셔서 감사해요ㅎ 쓸쓸한 케말의 방을 보며 눈물이 핑 돌기도 하지만 저는 붉은돼지 님의 `지적인 수집`에도 감동을 느낍니다^^

붉은돼지 2015-12-27 21:26   좋아요 0 | URL
소설을 쓰면서 한편으론 그 소설에 등장하는 물건들로 박물관을 세우는 것은 아마 전무후무한 일인 것 같습니다. 파묵이 소설가로 성공했지만 한때 꿈이었던 미술가나 건축가로서의 꿈도 잊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방문해본 순수박물관은 아직 건립된 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슨 박물관 상도 받았더군요...이 박물관이 10년 20년 30년 후에도 잘 운영될 지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살리미 2015-12-27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멋지네요.
물건을 수집하고 그 것들을 소설에 배치하고 박물관을 만든거라고요????? 너무 너무 너무 인상적이네요.
물고기자리님 리뷰 보면서 순수박물관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박물관 사진을 보니 읽고나면 터키에 너무 가고 싶을 것 같아요 ㅠㅠ
오르한 파묵.... 내년엔 아마 그를 푸욱~~~ 사랑하게 될 것 같네요.

붉은돼지 2015-12-27 21:34   좋아요 0 | URL
소설과 현실이 막 헷갈리기도 합니다. 소설 속 소품들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소설 속에 오르한 파묵이 몇 번 등장하구요..끝에 가서는 소설 속 주인공이 작가인 오르한 파묵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 달라고 부탁하고...그래서 이 소설이 쓰여진 것이고... 상상이 현실로 존재하는 그런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물고기자리 2015-12-27 21:50   좋아요 1 | URL
제가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읽고 있는데 <순수 박물관>을 쓸 당시 물건들을 모으고 물건에 적합한 상황, 순간, 장면들을 상상했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내 소설의 여주인공 퓌순에게 어울릴 오렌지색 장미꽃과 초록색 잎사귀 무늬의 원피스를 먼저 고물상에서 샀고, 나중에 이 허구의 인물이 이 옷을 입은 장면(운전 연습 장면!)을 쓸 때 그 옷을 앞에 놓고 세부적인 것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소설엔 `모과 강판`이 등장하는데 파묵이 충동적으로 산 물건임에도 소설에는 한 역할을 하거든요^^ 이렇게 세밀한 작업을 통해 소설을 현실로 구현한 거죠ㅎ

붉은돼지 2015-12-27 22:02   좋아요 2 | URL
2012년 번역자 이난아와의 인터뷰(`오르한 파묵, 변방에서 중심으로`)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와요
이난아 : 전시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요
파묵 : 가장 중요한 물건들 중 하나는 예를 들면 모과강판입니다. 이 모과강판을 어떤 가게 진열장에서 보았을 때, 그 장을 어떻게 구성해야할 지 알게 되었지요

살리미 2015-12-27 2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게 소설을 쓴다는 자체가 너무 놀랍고 매료되요. 소설을 현실로 구현함으로써 독자는 진짜 소설 속에 빠져들어버리겠죠. 놀랍네요. 이 작가!!

붉은돼지 2015-12-28 13:09   좋아요 1 | URL
아마 이러한 시도는 오르한 파묵이 최초인 듯 합니다.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과는 또 다른 뭐랄까 보다 촘촘하고 훨씬 더 소설이 피부에 바로 와 닿는 그런 느낌입니다. ^^

서니데이 2015-12-28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속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이렇게 실물로 구현해 놓으면 진짜 그 사람과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붉은돼지님의 사진이 설명을 더하여 좋은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붉은돼지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