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구품천사니 뭐니 해서 종류도 여럿이고 또 숫자도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라파엘, 미카엘, 가브리엘, 루시퍼는 흔히 대천사라고 한다. 아시다시피 루시퍼는 천사 중에 최고품계의 천사였고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천사였다고 하다. 그가 타락천사가 된 것은 바로 ‘자만’때문이었다. 아! 마땅히 경계해야 할 진저!!! 자만은 거룩한 대천사조차 악마로 만들고 마는 것이니 놀랍구나 자만의 위세여 자만의 해악이여!! 가브리엘도 유명한 천사다. 처녀 마리아에게 수태를 고지한 천사다. 아 마리아여 얼마나 놀랬을 것인가. 이 가브리엘은 수백년 뒤에 마호메트 앞에도 나타나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다. 그것을 글로 기록한 것이 ‘코란’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학적 지식으로 인간이란 당연히 정자와 난자가 합쳐져 말하자면 수정하여 한 씨앗이 되는 것이고 그 종자가 배양하여 인간의 형태를 이루는 것일진대, 무슨 단성생식하는 벌레도 아니고 처녀 혼자 잉태할 것이라니. 경전은 이런 이야기를 너무나 진지하게 전하고 있으니 아! 이 얼마나 놀랍고도 신비로운 말인가. 희랍의 신들은 그래도 혹은 소가 되고 혹은 백조가 되고, 이도 저도 영 안되면 비가 되고 안개가 되어서라도 결국은 체내수정을 이루어 반신반인의 종자를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를 은유로 혹은 상징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나, 거룩한 사도의 복음서는 다만 사실로서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니 불신자에게는 혼미하고 아득한 일일 따름이다. 보고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니 보지 않고 믿는 자는 정녕 진복자다.

 

각설하고, 혜림씨가 몇 주 전에 앞니 바로 왼쪽에 위치한 작은 이가 하나 빠졌다. 어디에서 읽었는지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면 잠자는 동안에 이빨 천사가 나타나 빠진 이를 가져가고 대신에 선물을 두고 간다는 것이다. 소생은 어쩔 수 없이 <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의 사은품인 마그네틱 책갈피와 엽서를 베개 밑에 넣어두었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는 희색이 만면하여 ‘아빠! 이빨천사가 정말 왔다 갔나봐!’ 이러는 것이다. 하하하. 그런데 몇일 전에 소생이 아무생각없이 <폴리팩스 부인>을 읽고 있자니 혜림씨가 소생을 딱 보더니 하는 말이 ‘아빠! 이거 이빨천사가 준 엽서랑 똑 같은거네....’ ‘혹시 아빠가 이빨 천사 아냐? 맞지? 맞지?’ 이러며 의심의 눈초리를 희번득 거리는 것이었다. 소생은 그냥 실실웃으며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

 

부러진 이빨 이야기하니 또 문득 떠오르는데, 얼마전에 페이퍼에 쓴 적도 있다. 선지자 마호메트가 아직 세를 떨치기 전에 메카 근처에서 메카의 족벌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다가(뭐, 대단한 전쟁은 아니고 마호메트의 군세라고 해야 1000명이 안되고 상대도 3000명 정도인 그런 싸움인데, 일명 ‘오후드 전투’라고 한다. ) 좌우지장지간에 싸움이 나름 격렬했는지 수십명이 전사하고 예언자는 불행히도 날아온 돌삐에 주디를 맞아 이빨이 두 개나 부러졌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또 신심깊은 추종자가 그 와중에도 그 부러진 치아를 고이 품어 보관하였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와 지금은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 성물실에 금동 사리함 같은 작은 황금상자에 담겨져 보관되고 있다. 소생이 직접 가서 보고 왔으나. 그것이 예언자의 치아인지 누구의 치아인지는 아둔한 소생이 알 길이 없다.

 

다시한번 쓸데없는 소리는 각설하고, 어제 저녁의 일이다. 이번에는 혜림씨 앞니 바로 오른쪽에 있는 작은 이가 또 빠진 것이다. 이가 빠진 잇몸에서 피가 질질질 흐르는데도 혜림씨는 희색이 만면이다. ‘아빠! 이번에는 이빨 천사가 무선조정 자동차를 선물로 줬으면 좋겠어’ 이런다. 참, 내....... ‘이빨천사는 니가 갖고 싶은 선물을 주는 게 아니고 이빨 천사 자신이 주고 싶은 선물을 줄껄’ 뭐 이렇게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혜림씨는 자기 전에 빠진 이를 휴지에 고이고이 싸서 베게 밑어 넣어두고는 주무셨다. 밤은 깊은 야심한데 무선 자동차 사러 갈 수도 없고 해서 이런저런 궁리 끝에 어쩔 수 없이 소생이 쓸려고 아껴두었던 도라에몽 다이어리를 혜림씨 베개 밑의 이빨을 빼고는 그 자리에 넣어두었다. 사실 이 나이에 사무실에서 도라에몽 다이어리 들고 다니면 좀 거시기 할것이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그래도 아깝긴 아깝다. 하나 더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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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04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의 따님, 이목구비가 시원한 예쁜 어린이네요^^ 아직 이빨천사 몇번은 더 올 것 같아요.
붉은돼지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붉은돼지 2016-01-04 20:04   좋아요 2 | URL
아마 대충 지금까지 8개정도 빠진 것 같아요..ㅎㅎㅎ
앞이 두개는 새로 난 것입니다. 이제 고만 빠졌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

프레이야 2016-01-04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쁘고 사랑스러운 따님입니다. 보고만 계셔도 행복하시지요^^

붉은돼지 2016-01-04 20:10   좋아요 3 | URL
뭐 한두세네번씩은 속에 천불이 활활 타오르기도 하지만요.....
기본적으로는 뭐,,,,어화둥둥 금지옥엽입지요.^^;;;;

2016-01-04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4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6-01-04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돌삐에 주디를 맞고`에서 웃다가 옆에 딸이 깼어요.조용히 하라고 `쉿`하더니 다시 자네요.따님 미모를 보니 붉은 돼지님은 미남이실 듯 합니다.제 딸들이 남편 `빼다박`이거든요.ㅎㅎ

붉은돼지 2016-01-05 10:22   좋아요 2 | URL
`주디` 운운은 신성모독적인 발언이 아닌가 다소 조심스럽습니다.
혜림씨가 클수록 아빠를 닮을까봐 걱정이 정말 태산입니다. 지금까지는 잘 크고 있는 것 같은데요 ^^....

AgalmA 2016-01-0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요, 붉은 돼지님은 도라에몽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 붉은 돼지 다이어리가 어울리죵!

붉은돼지 2016-01-05 10:23   좋아요 1 | URL
정말요...붉은 돼지 다이어리가 나왔다면 정말 여러개 구입해서 이웃분들께 한 권씩 돌렸을 텐데요 ㅎㅎㅎㅎ
(정말 나오면 어떻하지 ㅋㅋㅋㅋ)

2016-01-05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5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6-01-05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혜림씨 미소도 너무 이쁘고 붉은 돼지님의 마음 씀씀이 너무 자상하시고 멋지세요 ㅋㅡㅋ 그런데 저는 지금껏 베트맨 다이어리가 쵝오~라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도라에몽 다이어리도 너무 예쁘네요....모델분이 예뻐서 그런가요 ㅎ

붉은돼지 2016-01-05 10:29   좋아요 3 | URL
혜림씨가 산타클로스나 이빨천사를 믿는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요즘은 약간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 있지만요..) 이제 그런 날도 얼마남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만....

cyrus 2016-01-05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물도 천사 못지 않게 이름이 많아요. 알라딘 회사가 이 사진을 봤으면 좋겠어요. 혜림이를 알리딘 굿즈 어린이 모델로 추천합니다! ^^

붉은돼지 2016-01-06 18: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cyrus님 혜림씨가 알라딘 어린이모델이 되면 모델료 반틈을 님께 드리겠습니다. 반땅이죠 ㅋㅋㅋㅋㅋ

나와같다면 2016-01-06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띰이♡ 사랑스럽네요

붉은돼지 2016-01-06 18: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님 아직은 귀여운 나이죠 ^^

희망찬샘 2016-01-06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스러운 딸이네요. 아빠가 살살 녹겠는데요. ^^

붉은돼지 2016-01-06 18:22   좋아요 1 | URL
희망찬샘님 아빠들이란 딸앞에선 다 흐물흐물거리죠 ㅋ ㅋ
님의 중2, 아니3인가? 따님도 사랑스럽지않나요 ^^

희망찬샘 2016-01-06 19:24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아빠들은 딸에게 약해요.
근데, 그 딸이 중딩이 되더니 애교가 사라졌어요.
대답은 네, 아니요 정도...
흐물흐물 할 기회가 없어서 슬퍼요.
우린 이제 중 2를 바라 봅니다. ㅜㅜ

2016-01-08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1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