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을 먹고 마트에 갔다가 한 건 올렸다. 한 건이라고 해서 무슨 복권 당첨이나 초특가 할인품 득템 같은 걸 상상하시면 곤란하다. 소생이 하는 일이 그리 쓸모있는 것일 리 없다. 항상 그렇듯이 별 쓸데없는 그런 짓거리다. 경상도 말로 흔히 ‘저지래’라고 한다. 소생은 마트에 가면 반드시 수입맥주 코너를 둘러본다. 마트에 갈 때면 ‘아! 지금 집구석에 필요한 게 뭐더라? 계란이 떨어졌나? 양파는 남아있던가?’ 뭐 이런 나름 살림에 도움될 만한 생각은 눈곱만치도 콧털만치도 전혀 없고 오직 ‘아! 오늘 수입맥주 코너에 새로 들어온 놈이 있을라나?’ 이런 한심한 생각 뿐이다.

 

 

소생이 맥주를 애호해서는 아니다. 아시다시피 소생은 라벨 수집가다. 아내는 소생의 취미를 아마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하지만 (‘참 쓸데없는 짓도 되우도 하고 있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소생도 한번씩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아이참... 내가 참 쓸데없는 짓을 많이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간섭을 하거나 말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 호상간에 이해관계가 오묘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소생은 라벨을 원하고 아내는 맥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소생이 라벨 때문에 이런저런 가지가지 수입 맥주를 구입하면 아내는 또 아내 나름으로 이런저런 가지가지 맥주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캬~ 좋다’ 이러면서 즐기는 것이다.

 

한심두심한 소생이 어제 이마트에서 발견한 것은 다름아닌 전용잔이 포함된 '바이엔슈테판 4종 박스세트' 다. 4종이란 헤페바이스, 헤페바이스 둔켈, 비투스, 페스트비어 되겠다. 가격은 24,600원이다. 병당 6천원 정도다. 국산맥주가 1000원대이고 부엉이 모양 일본맥주(이름이 뭐더라??)가 8~9000원 하는 판이니 비싸다면 비싸고 또 싸다면 싸다고도 할 수 있다. 헤페바이스와 헤페바이스 둔켈의 라벨은 이미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2개의 라벨은 금시에 초면이다. 눈이 번쩍 뜨인다. 만나서 반가워요 ^^

 

바이엔슈테판은 1040년에 수도원 양조장으로 설립되어 전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영국의 맥주 전문 평가기관인 WBA에서 3년 연속 맥주부분 9개의 골드메달을 획득한 독일 정통 프리미엄 맥주라는 설명이다. 소생이 뭐 맥주의 풍미를 잘은 모르지만 맛이 괜찮은 것 같다. 맛을 좀 아는 아내는 역시 좋아라하며 흡족해 한다. 우리나라 하** 맥주나 카* 맥주가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수제 맥주는 꽤 괜찮게 나온다고 하는데, 아국을 대표하는 양대 맥주는 영 시원찮다.

 

 

얼마전에 맥주 맛을 조금 안다는 북조선 제1국방위원장 김정은 동지도 ‘남조선 맥주는 정말 맛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의주의 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봉학 맥주와 한국 맥주를 마셔본 김정은 동지가 ‘한국 맥주는 정말 맛없다. 맥주는 확실히 우리 것이 더 맛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에도 영국 로이터 통신이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맛이 좋다고 평가한 바 있다. 남조선 인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조선  맥주 업계의 분발을 요구한다. 사실 소생하고는 뭐 별로 상관없는 일(소생은 여하튼간에 라벨만....)이기도 하지만 어쨋든... 봉학맥주는 룡성 맥주, 금강 맥주, 대동강 맥주와 더불어 북한의 4대 맥주라고 한다. 북조선 4대 맥주의 라벨도 어서 구해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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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0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멋있게 잘 찍으셨네요.
오늘 저도 마트 갔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붉은돼지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붉은돼지 2016-01-04 19:47   좋아요 1 | URL
잘 찍어 볼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잘 안된 것 같아요^^
저는 일부러 사람 적은 마트에 가요
우리 약간 멀리 있는 홈플러스는 물건은 많은 데 사람도 너무 많아서 잘 안가구요
물건이 좀 적지만 사람도 적은 근처 이마트에 자주 갑니다. ㅎㅎㅎ

살리미 2016-01-02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잔이 너무 예쁘네요. 붉은돼지님 글 읽다가 우리 남편도 라벨 수집 애호가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이런 저런 맥주를 홀짝이는 게 너무 좋은데, 남편이 자꾸 눈치를 주거든요. 호상간에 이해관계를 좀 얽어놔야 하는데 틈을 주질 않아요 ㅠㅠ

붉은돼지 2016-01-04 19:48   좋아요 0 | URL
아내는 저 잔을 보고 무슨 비이커 같다고 놀리기도 합니다만 저는 뭐 좋아보입니다. 라벨 수집은 왠만하면 안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제가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정말 아내 말마따나 참 쓸데없는 짓이에요 ㅋㅋㅋㅋ

해피북 2016-01-03 0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맥주를 즐겨마시는데.. 맛있게 마셔본 맥주가 거의 없어요. 많이 심심한 편이라 술이라는 생각이 거의 안들기 하고요. 그래서 추천 좀 해주세요 ㅋ 그리고 조기 보이는 책 중에 ˝푸른 하늘 맥주˝는 식사가 끝나고 읽으시는 편이 좋다는 ....ㅋㅋㅋ

붉은돼지 2016-01-04 19:51   좋아요 0 | URL
맥주 맛을 잘 모르는 제가 마셔봐도 카스나 하이트는 정말 심심해요. 요즘 ob에서 나온 프리미엄인가 뭔가 1000원 조금 넘는 거 그거 맛이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

푸른하늘 맥주나 붉은 노을 맥주는 읽어보지는 않았어요 그냥 맥주가 제목에 있어서 올려봤어요 ㅎㅎㅎ

비로그인 2016-01-03 0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트에서 준비하는 4종 세트, 컵이 포함되기도 하죠...? 저의 최선은 헤페바이스. 밀맥주라 목넘김이 시원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그립네요. 요즘 독일 맥주에 이어 벨기에 맥주의 재발견을 하는 중입니다. 먹고 살찌는 거야...어떻게든 되겠죠...

붉은돼지 2016-01-04 19:55   좋아요 0 | URL
에일맥주, 밀 맥주 이런 것들이 맛이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요즘은 우리나라 수제맥주도 괜찮다고 하던데요...구해서 먹기 어려워서....ㅜㅜ 맥주든 뭐든 전통과 역사는 무시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바이엔슈테판 양조장이 1040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니 오호 1000년이나 되었잖아요 ^^

표맥(漂麥) 2016-01-03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 건너 나가면 그 지역 맥주 맛 보는게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라거보다는 헤페바이스 맥주를 더 좋아하구요. 어젯밤에도 파울라너로 한잔 했답니다. ^^

붉은돼지 2016-01-04 19:57   좋아요 0 | URL
저도 어디 나가면 그 지역 맥주를 꼭 마셔볼려고 합니다. 물론 라벨도 당연히 벗겨오죠..ㅎㅎㅎㅎ
그런데 요즘은 왠만한거는 다 수입되는 것 같아요...마트에만 가도 수입맥주가 엄청나게 많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