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진도가 팍팍!! 쑥쑥!! 나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도장깨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잡으려면 한 10년은 걸리겠네. 리뷰나 독후 감상은 아니고 그냥 읽었다는 기록이라도 남기려고 하는데 햐~ 이것도 읽은 지 한 두어달 되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때 그때 뭐라도 조금 끄적여 놔야하는 데 게으른 돼지에게는 그게 또 쉽지가 않다.
45. 젊은 예술가의 초상 (2021.12.14. 1판 59쇄 / 2023.03.29. 읽음)
2013년도에 겨우 500부 발간된(아직 품절되지 않고 절찬리(?)에 팔리고 있는) 제임스 조이스 전집을 소장하고 있는 소생이긴 하지만 뭐 처음 읽어보는 조이스 선생의 소설이다. 의식의 흐름이니 어쩌니 해서 읽어내기 힘이 들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지만 뭐 그런대로 읽히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 지옥의 그 끔찍한 풍경과 죄지은 영혼들이 감당해야 하는 그 무시무시한 고통에 대한 구구절절한 묘사가 장장 30여쪽에 달한다.(p187~p209) 어린 시절에 이런 불지옥에 대한 공갈협박 만땅한 설교를 듣고 자란다면 정말 트라우마가 생길 것만 같다. 이건 뭐 하느님을 안 믿을래야 안 믿을 수가 없게 되어있다. 뭐 정말 꿈에 나올까 두렵다. 천사는 아홉계급이 있다고 한다.(천사라고 다 같은 천사는 아니야..) 천사, 대천사, 권천사, 능천사, 역천사, 좌천사, 주천사, 지천사, 치품천사(p178) 성경에는 나오지 않는 이런 것들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하늘나라도 평등한 세상은 아닌 모양이다. 쩝.
46. 카탈로니아 찬가 (2011.3.14. 1판 27쇄 / 2023.04.03. 읽음)
정치적 신념을 쫓아서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전쟁에 스스로 참여한다는 것은 얼마만한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스페인 내전에는 헤밍웨이, 앙드레 말로 등도 참여했다고 한다. 당대의 지식인들은 이를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일종의 유행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대단한 일이다. 프랑코의 반란군이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으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반면에 공화국 인민정부는 속내가 몹시 복잡했다. 소련의 지원을 받아 실질적인 힘을 갖게 된 공산당은 인민정부 내의 다른 파벌들을 탄압하게 되고 여기서 오웰이 소속된 통일노동자당은 프랑코와 공모한 트로츠키파로 몰려 숙청당하게 된다. 오웰은 전투 중에 실제로 목에 총을 맞아 죽을 고비를 넘겼고 그 후에는 인민정부 내 반란 세력으로 몰려 체포되기 직전에 가까스로 탈출하여 영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오웰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47. 호밀밭의 파수꾼 (2023.01.17. 3판 1쇄 / 2023.04.21. 읽음)
두 번째다. 한 이십년 만에 다시 읽는 것 같다. 2001년 민음사에서 처음 나온 공경희 번역의 판본은 100쇄를 넘겼다고 한다. (소생이 가지고 있는 판본은 2002. 1판 108쇄다) 이번에 새로나온 2023년 판본은 정영목 번역인데, ‘원작의 문체와 문형에 가장 가까운 한국어 문장을 고심하며 저작권자의 자문과 검수를 거쳐 완성한 텍스트’라는 설명이다. 이번 번역본을 읽은 소생의 소감은 1. ‘겁나’라는 표현이 정말 겁나 많이 사용되었다. 눈에 안 익어서 그런지 어색하다. 2. 굳이 번역하지 않아도 될 듯한 ‘이’와 ‘우리’를 굳이 사용해서 역시 어색하다. 나는 ‘이’ 아주 형편없는 방을 받았다.(p97) 나는 ‘이’ 아주 성숙한 그런 목소리로 말했다.(p101) 내 옆 테이블에는 ‘이’ 서른 정도 되는 여자(p109) 등등. 추신 : 소생은 우리의 꼴통 주인공이 가난한 집안 자손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읽어보니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왜 착각하고 있었지?
48. 파르마의 수도원 1 (2009.11.24. 1판 20쇄 / 2023.04.28. 읽음)
49. 파르마의 수도원 2 (2009.08.10. 1판 18쇄 / 2023.05.09. 읽음)
이 소설은 스탕달 1839년에 쓴 소설로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스탕달이 구술하면 속기사가 받아적는 형식으로 52일 만에 씌어진 소설로 오직 행복만을 추구하는 스탕달식 젊은 주인공의 인생사 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다. 52일 만에 쓰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황당하고 작위적인 부분도 많지만 이야기의 재미는 있는 소설이다. 소생 개인적으로 조금 이상하게 느낀 점은 1. 고모와 조카 사이의 사랑. 유럽왕실에 삼촌과 결혼한 조카도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고모와 조카는 촌수로 말하자면 삼촌(아버지의 형제자매)이고, 한 다리 건너면 형제자매간(2촌)이 되고, 한 다리만 더 건너면 부모자식간이 되는데 조금 거시기 하다. 2. 클렐리아가 다시는 파브리스를 보지 않겠다고 성모 마리아에게 맹세를 했는데, 그 맹세를 지키겠다고 밝은 곳에서는 만나지 않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만 만나서 아이까지 낳고도 계속 그 맹세를 지키겠다고 밤에만 만난다는 설정은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 밤이라고 뭐 성모님 눈에 낑낑꿍꿍(?)거리는 그게 안 보이겠는가?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개가 웃을 일이다. 3. 결말 부분에서 와서 빚쟁이에게 쫓기는지 마감에 몰렸는지 너무 급작스럽게 정리되는 것.
50. 수레바퀴 아래서 (2008.12.10. 신장판 43쇄 / 2023.05.20. 읽음)
분명히 예전에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읽어보니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안 읽은 모양이다. 뭐 중요한 것은 아니고. 이 소설은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자신을 짓누르는 가정과 학교의 종교적 전통, 고루하고 위선적인 권위에 맞서 싸우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라는 책 소개 글은 조금 과장인 듯하다. 주인공의 아버지나 학교의 선생들이 그렇게 위선적이고 권위적이고 사람 못살게 괴롭히는 나쁜 인간들은 아니었다. 그냥 당시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보통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든 견디어내고 있는 한스를 소설 끝에 가서 그렇게 갑자기 죽일 것까지는 없었다는 생각이다. 한편의 성장소설로 열린 결말도 충분히 가능했고, 헤세 자신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그래도 어떻게든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노벨상까지 탄 대문호가 되었는데, 한스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이다니.....흥!!! 정말 너무하네....
이건 기분 나빠서 한마디. ‘1911년 헤르만 헤세는 ’생명의 원천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인도 여행을 시도하는데, 자신의 그 정신적 고향에 실망한 나머지 인도 국민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난 그들을 언제나 일종의 동물 같다고 여기지요. 우스꽝스러운 염소나 예쁜 사슴 같다고요. 절대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이옥순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115쪽)
51. 황제를 위하여 (2002.05.20. 1판 2쇄 / 2023.06.10. 읽음)
52. 황제를 위하여 (2002.05.20. 1판 2쇄 / 2023.06.17. 읽음)
한 20년만에 두 번째로 읽는 것 같다. 지금 민음사 전집의 51번, 52번은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이다. 전집의 목록이 바뀐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언론보도를 보니 2019년에 이문열은 민음사와 40년을 이어오던 계약을 해지했다. 특별한 불화는 없었다고 하고, 다만 이문열을 발굴(?)한 민음사 박맹호 회장이 2017년에 타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민음사에서 기획한 삼국지는 2013년 기준으로 1800만부 가량 나갔다고 한다. 엄청나다. 해방이후 아니 전후를 통털어 이만큼 성공한 베스트셀러는 없을 것이다. 일설에 민음사의 망년회는 이문열이 참석해야 시작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이건 뭐 소생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소생이 워낙에 의고체 문장을 애호하고, 나름 공맹을 배우고 해서 애정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이 황제를 위하여는 이문열의 소설 중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김지하가 20대 후반(?)에 담시 오적을 발표하자 어느 연로하신 한학자분이 ’아이고 젊은 사람이 언제 이렇게 한자 공부를 많이 했나?‘ 놀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뭐 의례적인 칭찬일 수도 있다.) ’황제를 위하여‘를 읽어보면 이문열이 언제 이렇게 중국역사와 고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나 놀랄 수 있다. 뭐 아닐 수도 있고. 이 소설은 장엄한 한편의 영웅 서사이자 정말 실소가 픽픽 터지는 블랙 코메디요, 낡고 오랜 구습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자 어쩌면 전통문화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읽힐 수도 있다.
51. 내 이름은 빨강 (2023.04.21. 3판 11쇄)
읽은 지 한 15년쯤은 된 것 같다. 지금은 1권 120쪽 읽고 있다. 예전에는 민음사 모던클래식으로 나왔던 것이 이제는 세계문학전집으로 들어왔다. 아시다시피 배경은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이다. 읽다보니 이런 구절이 있다. ’술탄이 그 밀서를 헤지라 1000년 기념일까지 끝마치도록 명했고 술탄께서는 이슬람 1000년 기념달력이 제작되는 해에 자신과 제국이 유럽의 화풍을 그들 못지않게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자 하신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도망친 해인 헤지라는 서력기원 622년이므로 헤지라 1000년은 서력 1622년이 된다.
오스만 제국에 관심이 많은 소생은 그럼 당시의 술탄은 누구인가 궁금해서 책을 찾아봤다. 오스만 2세는 13세인 1618년 즉위하여 1622년에 군대 반란으로 처형되었다. 나이 어린 소년 왕이 유럽화풍 어쩌고 신경쓸 것 같지는 않다. 1617-1618, 1622-1623년에 재위한 오스만 2세의 작은 아버지인 무스타파 1세는 정신이상자이기도 하지만 재위기간이 짧아서 그림에 관심이 가질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냥 설정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