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제목을 '니들이 바흐를 알아?' 라고 했다가 조금 건방스러운 것 같아서 바꾸었습니다. '혹시 바흐를 아세요?'로. 호호호, 뭐, 제가 게맛은 좀 알지만....(게 이야기를 하니 게가 땡기네...돼지 주둥이의 강력한 흡입력으로 게다리살을 쪽하고 빨아먹고 싶다. ㅋㅋㅋㅋ) 바흐를 알리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바흐'라고 하지않고 '바하'라고 했죠. '고흐'도 예전에는 '고호'라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뭔가 똑 떨어지는 맛이 있었는데, 요즘은 모든 것이 흐릿흐릿합니다. 일단 소생의 정신상태부터가 흐리흐리멍텅구리구리해졌습니다. 이건 어쩌면 나이탓일 겁니다. 나이를 먹으니 눈물이 많아지고 잠이 많아지고 식탐이 많아지고, 눈이 흐릿해지고 정신이 흐릿해지고 온 몸의 털도 흐릿해 지고 뭐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소생은 무슨 피규어 모으듯이 열심히 책을 사모으고 있습니다. 예쁜 책이면 더 좋고 전집특별판한정판 다 오케이죠. 음악 관련 책이라고 빠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음악 관련해서는 뭐랄까 조금 사연이 있는데, 사연인즉슨 무슨 한풀이 비슷한 것입지요. 그 가슴 아픈 아리아리 쓰리쓰리한 사연을 말씀드리자면.........(이게 무슨 대단한 비밀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네방네 소문내지는 말아주시길 간절히 바라옵니다.)....소생은....음.....사실...... 타고난 음치에 박치에 몸치 올습니다. (무슨 성스러운 삼위일체라고나 할까요???) 이 세가지 '치'가 상호간에 연관이 있어 호상간에 붙어다니기는 합니다만 소생처럼 삼치가 한 몸에 일체로 구현된 경우는 흔치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스럽다고 합니다.(이 세상 모든 음치, 박치, 몸치들의 십자가를 이 한 몸이 대신 졌다...뭐 이런 의미입죠.....에휴! 지지리 복도없는 박복한 것!!!!!! 으흑으흑!!!!....바라건데!!! 주여!!! 이 잔을 거두소서!!!! 이 몸이 감당키 어렵나이다.ㅜㅜ)....이름하여 성삼치일체!!!!!!!! 참다참다 참치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살다살다 삼치는 또 처음이구려...그건 그렇고, 삼체라는 3권짜리 SF소설도 있습니다. 이것도 나름 재미있어요.
이 세상, 한 세상 살아오면서 음치, 몸치로서 이 몸이 감내한 그 치굴욕(치욕과 굴욕)과 그 좌절망(좌절과 절망)을 어찌 필설로 다하겠습니까만은.... 그 고난의 십자가 행군은 책을 몇 권을 써도 오히려 모자랄 판이니 여기서는 각설하고, 다만 남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박치'의 고역에 대해서 썰을 조금 풀어보고자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온 조선 천지가 붉은 물결에 출렁이며 들썩이며 난리 블루스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끓어넘치던 그 시절에, 누구나 목구멍이 터져라 대~한민국!! 을 외치고, 손바닥에 불이나라 짝작~짝짝짝 !! 박수를 쳐대던 그 시절에, 불쌍한 돼지는 이상하게 대~한민국!!!! 짝짝짝짝짝!!!...이게 쉽지가 않았던 것이었습죠..네...ㅜㅜ 항상 반박자 정도 느리거나 혹은 반박자 빠른 느낌이었습니다...그 당혹스러움이란... 아이씨.....한번 생각해보십시오!!! 환희와 흥분의 도가니탕속에서, 외침과 박수와 동작이 무슨 기계처럼 자동반복적으로 재생되는 그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혹시 박자를 놓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진땀을 흘리며 박수를 치는 사람이 있었다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이 말씀이올습니다......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더 놀라자빠진다고.....지금도 가끔 월드컵 어쩌고... 대한민국 어쩌고... 하며 누가 박수라도 칠 기세면, 놀란 돼지는 그만 심장이 벌렁벌렁하면서 공황장애가 일어나려고 합니다. 아!!! 대한독립 만세!!!!!
언젠가 소생의 수집벽이 유년의 결핍에 대한 보상심리적 작용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진단하기도 했지만 이 성삼치일체에 대한 반동으로 아마 음악책 구매와 함께 클래식에 대한 갈망이(공부는 하지 않고 갈망만 있다는 것이 문제)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음악관련 도서 잔뜩 사서 꽂아놓고 자랑질을 하면서, 소생이 비록 금강불괴의 성삼치일체이기는 하나... 그래도 바흐를 읽고 듣고 감상하는 개고상한 클래식한 취미를 가진 축생이다........개코도 뭣도 없는 것이 최민식처럼 개허풍 큰 소리 한번 쳐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니 내가 눈지 아나??? 으잉?? 니 바흐 알제? 으잉? 내가..인마! 바흐 책도 읽고,,, 인마!! 어저께도 으잉?? 바흐 CD도 샀고....으잉?....같이 싸우나도 가고! 으잉??? 마!! 다했어!!!! 뭘??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말이죠.ㅋㅋㅋㅋㅋ
진짜 정말 난생 처음으로 클래식 공부를 좀 했습니다. 대중가요는 들으면 바로 흥겹고 즐겁고 좋지만...이 클래식이라는 것은 진입장벽 두껍고 높아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박자도 짝짝 못 맞추는 주제에 클래식이 가당키나한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히려 그렇기에 클래식을 알고싶고 듣고싶은 마음이 더욱 탱천합니다. 작년에 1~6권까지 읽었고, 올해 다시 1~4권까지 읽었습니다. 지금은 5권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큐알코드가 있어서 바로바로 관련 음악을 직접 들어볼 수 있어서 무척 좋습니다. 사진도 많고 그림도 있고 자간이 넉넉해서 책장 잘 넘어갑니다.
슈바이처가 쓴 <바흐>의 전기라...귀가 솔깃하기도 하지만 책은 또 얼마나 예쁘게요. <고전적 양식> 역시 이하동문입니다. 톨킨의 절대 반지 다음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역시 마이 프레셔스...... 풍월당은 갈수록 멋진 책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존경하옵는 풍월당주님께 진심의 박수와 열렬한 응원을 보냅니다. 부디 이런 전문 출판사들이 흥하기를 바랍니다....음악서적은 풍월당하니.....문득 미술하면 열화당이 생각납니다. 예전에 소생 국민학교 다닐 때, 집에 형님들이 모아놓은 열화당 미술문고, 사진문고(아주 작은 판형이었음) 이런 거 많았는데..그중 용케 누드사진집을 찾아내고는 눈이 똥그래가지고는 어멋!! 이야!! 햐아~!! 하면서 어린 놈이 연신 신음을 토하며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납니다...ㅋㅋㅋㅋㅋ 열화당에서 나오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화 시리즈는 어떻게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몇 권 모으다가 아!!! 목 늘어나고 눈알 빠질라고 해서 수집 포기했습니다...ㅜㅜ
<한국팝의 고고학>시리즈와 <페인트 잇 락>은 니르바나님의 서재에서 보고 구비하게 되었습니다. 소설가 김훈의 서재에도 이 책들이 놓여있었습니다. 1960,70,80,90년대의 알알이 주옥같은 한국가요와 한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면면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충만 훑어봐도 지나간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흥겹거나 혹은 구슬픈 음율들이 뭉게뭉게 두리둥실 피어납니다. 박민규의 <삼미수퍼스타즈...>에서도 목차에 대중가요 가사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1990년대까지 나왔지만 2010년대로 오면 BTS가 빠질 수 없겠지요..<BTS THE REVIEW>는 아미인 아내를 위해 구입했습니다. 만화로 보는 락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페인트 잇 락>은 2권밖에 못구했습니다. 친절하신 니르바나님께서 출판사 연락처도 가르쳐 주시고 했는데, 출판사에도 연락해보고 재고 있다고 나와 있는 몇 군데 인터넷 서점마다 다 주문을 했고 중고로도 주문을 했지만 결국 1권은 못구했습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요.
을유에서 나온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도 좋아합니다. 토마스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모델이라고 하는 구스타프 말러의 책은 사놓은지 한 4~5년은 된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는 판형이 작아져서 더 아담하고 예뻐졌습니다. 아직 비닐도 벗기지 못했습니다. 오쟁이 진 남편으로 프로이트에게 심리상담도 받았다는 말러, 위대한 예술가였지만 한 인간으로서 행복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스타라빈스키>는 우리나라 사람이 쓴 스트라빈스키 평전이어서 한번 읽어보고 싶었고,,,(물론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조니 미셀은 과문한 소생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어서....참 부끄럽게도 책 좀 읽겠다는 넘이 현대예술의 거장으로 알려진 사람의 이름도 모른다고 해서야 이게 말이냐 막걸리냐??? 그래서 일단 구입해 놓았습니다.....
<바흐 교회 칸타타>는 왜 샀는지 모르겠습니다. 교회에 다니지도 않고, 전문적으로 무슨 음악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데..,,아마도 <난처한 클래식 수업>을 읽고 '바흐'라는 위대한 인물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발디의 처녀들>, <어머니 왜 나를 버렸나요>는 비발디에 관한 소설입니다. <사계>로 유명한 비발디는 신부였는데, 베네치아의 소녀 고아원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고 합니다. 고아소녀들의 음악교사라...뭔가 음흉하고 나쁜 상상을 하게 될 수도 있겠는데....어허!! 때찌!!!때찌!!! 우리의 비발디 신부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이게요..<위대한 작곡가들의 삶>은 총 3권인데 1권만 가지고 있고, <위대한 피아니스트>는 총 2권인데 역시 1권만 가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다 구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피아니스트 1권은 얼마전 제가 구입하고나서 바로 품절되었습니다. 어휴휴휴!!!!!! 정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재즈 메니아인 장정일의 <악서총람>은 장정일의 독서일기 음악편 같은 것인데요 오래전에 재미있게 읽었고 드물게 리뷰도 썼던거 같습니다. <신악서총람>은 일단 모셔만 두었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나겠지요. <봄의 제전>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 관한 이야기로 악서(樂書)라기 보다는 전서(戰書)이고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2차대전 중 레닌그라드 전투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에 대한 이야기로 악서(樂書)이자 전서(戰書)라 할것입니다. 악서서가 구석에 꽂힌 <칼의 노래>와 <롤랑의 노래>는 소생의 소소한 농담(뭐 일종의 아재 개그입지요)으로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호호호.....글항아리의 걸작논픽션 시리즈 역시 소생이 좋아하는 시리즈인데,,,최대의 패착은 도서의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것입니다. 각잡고 줄세우기 좋아하는 깔끔한 돼지가 수용하기에는 애로가 없지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