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없는 소생은 근 2,000여쪽에 달하는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비잔티움 연대기1~3>을 일전에 재독한 바 있다. 소생의 관심이 비잔티움, 지중해, 에게해 등을 분주하게 쫓다보니 노리치의 또 다른 저작 <지중해 5000년의 문명사>(상,하)라는 책을 알게되었고, 당연히 구매하려고 보니 이게 하권은 판매중이나 상권은 절판이라. 중고를 살펴본 바 알라딘에는 300,000원에 올라와 있고, - 이 판매자는 좀 특이한 사람인 것 같다. 다른 절판본 도서에도 엄청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거래가 있는지 궁금하다. - 예스에 40,000원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장고 끝에 구입하여 지금 읽고 있다. 어제 소생은 이 책을 읽다가 아래 대목에 이르러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잉글랜드 사자심왕 리처드와 시칠리아 왕 탕크레드는) 조약을 굳건히 하는 의미로 선물도 교환했다. 리처드는 당시 그래스톤베리에서 발굴한 그 유명한 아서 왕의 엑스칼리버 검을 탕크레드에게 선물했다.” (P220)
아아아아아 !!!! 엑스칼리버. 동명의 영화 <엑스칼리버>를 보면........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는 무수한 천하장사 거한들이 달려들어 낑낑거리며 생똥을 싸도 꼼짝달싹않지만 소년 아서는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무슨 무 뽑듯이 그냥 쑥 뽑아버리고, 검을 취한 자가 왕이 되리라는 전설을 실현한다. 전투에서 승리한 아서가 엑스칼리버를 높이 쳐들며 외치던 소리도 기억난다. “One Land, One King" 흠흠...소생이 영화를 보는 중에 유일하게 알아들은 대사다. 아서는 그 유명한 원탁의 기사들을 불러 모으고 일통 왕국을 세운다. 엑스칼리버가 아서와 함께 있는 동안 왕국은 번성하고 개돼지들은 살지고 문화는 꽃피고 말하자면 태평연월을 구가하게 된다.
엑스칼리버는 랜슬롯과의 결투에서 아서의 욕심으로 한번 부러져 버려졌으나 검의 요정인지 바다의 요정인지 본드로 붙였는지 어쨌든 깜쪽같이 재생되어 다시 아서에게 바쳐진 적이 있었지만 결코 버려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기사 랜슬롯과 왕비 귀네비아가 서로 배꼽이 맞아 발가벗고 뒹굴다 잠든 사이 이를 발견한 아서가 그 벌거벗은 두 남녀의 사이에 엑스칼리버를 꽂아 버리고 떠난다. 오쟁이진 아서가 엑스칼리버를 버리고 그 자신 삶의 의욕도 버리자 왕국은 피폐해지고 전염병이 퍼지고 주술과 마법이 횡횡하고 악의 무리들이 이처럼 들끓고 개돼지들은 도탄에 빠져 허덕이게 된다.
왕의 보호자이자 자문역인 마법사 멀린도 제자인 여마법사의 간계에 빠져 어둠속에 갇히고, 굳게 빛나던 원탁도 산산히 깨어져 용감한 기사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나, 다만 몇몇 뜻있는 기사들만이 성배를 찾아 고난의 모험길에 나서게 된다. 그날 이후로 수녀원에 들어가서 참회의 삶을 살고 있던 귀네비어가 비밀리에 보관하고 있던 엑스칼리버는 다시 늙은 아서의 손에 쥐어지고 아서는 마지막 혼심의 힘으로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운다. 여자 마법사의 사술에 의해 생긴 자신의 아들인 황금갑옷 기사와 마지막 대결에서 아들은 창으로 아버지의 배때지를 찌르고, 아서는 그 창을 자신쪽으로 더 잡아당겨 거리를 좁히고 엑스칼리버로 아들의 유일한 약점(갑옷으로 보호되지 않은)을 목을 푹 찌른다. 아비와 자식은 그렇게 창과 칼에 함께 꿰어져 죽는다. 그후 엑스칼리버는 한 기사에 의해 바다에 던져지고 그 순간 바다에서 신비한 손이 올라와서 칼을 공손히 받아 바다속으로 사라진다....
동서고금을 털어 보검이라 일컬어 지는 검이 여럿 있지만, 왕발의 <등왕각서>에도 나오는 바 “용광사우두지허(龍光射牛斗之墟)”이라. 용천검의 광채는 견우성과 북두성 사이를 쏘았던 것이고, 제다이 광선검은 포스의 신비한 힘을 이용하여 오랜 세월 공화국을 수호하여 왔으나, 동서고금의 신검, 보검의 계보에 있어 엑스칼리버 만큼 우여곡절 사연을 간직한 검은 일찍이 없었다는 것이 소생의 짧은 소견인바,
그렇게 사라졌던 칼인데, 아아아 그때 바닷속으로 사라졌던 엑스칼리버가 12세기 글래스톤베리에서 발굴되었다니 너무 놀랍다. 그런 보검을 탕그레드에게 주다니 그 조약이 얼마나 중요하고 탕크레드가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리차드 저 영화를 못 봐서 그런 것이다. 아아아아아아 애통하고 애통하다. 그런데 지금 그 엑스칼리버는 어디에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다윗의 칼이니, 모세의 지팡이니, 마호메트의 치아, 예수 처형시 사용되었다는 십자가(이른바 참 십자가라고 한다.), 예수의 수의, 예수가 처형시 썼다는 가시면류관, 노아의 방주의 조각이니, 요섭의 가운, 아브라함의 접시 등 온갖 성물들이 유럽의 수도원과 성당, 모스크, 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이게 모두 진품인지 짜가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런 것들을 접하게 되면 신비롭고 이상한 감회에 사로잡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나만 그런가?) 호머에 미친 슐리만은 끝내 신화 속의 트로이를 현실에서 발굴했고 그곳에서는 황금 보물들이 눈처럼 쏟아져 나왔다. 슐리만은 그 보물들 중 사람얼굴의 황금 가면을 아가멤논의 가면이라고, 또 목걸이 등 황금 장신구들을 헬레네의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 생각은 정말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아서왕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읽고 싶어지는 책들이 있다. 구입해 놓고 읽지는 못한 책들.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 버나드 콘웰의 아서왕 연대기 3부작 <윈터킹>, <에너미 오브 갓>, <엑스칼리버> 내 서재 어디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서왕 이야기의 정통은 역시 토마스 말로리의 <아서왕의 죽음>이다. 이 책은 소생 서재에 없다.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