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이 맥주 병뚜껑이니, 위스키나 와인 병의 라벨이니, 스노우볼이니 하는 것들...(뭐 말하나마나 책이 빠질 수가 없고..) 이런저런 쓸데없는 물건 수집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 좋아함의 정도를 논하자면 ‘강박’이라고 하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고 ‘벽(癖)’(다음 사전에는 ‘무엇을 지나치게 즐기는 병’, ‘고치기 어려울 정도로 굳어진 버릇’이라고 나와있다.)에도 역시 조금 모자란 듯하나 단순 ‘취미’는 약간 넘은 듯도 하고 그런데,....나는 왜 이 모양인가? 왜 이런 쓸데없는 곳에 그 귀한 시간과 더 귀한 돈과 조금 덜 귀한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인가?????? 가만 곰곰 생각해본즉슨 소생은 원래!!!, 본래!!!, 생겨 처먹은 것이 잡스러워서 잡다한 것들을 모으기를 좋아한다!!!!!!고 그렇게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제 저녁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보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수십 년간 강박적인 수집가들과 상담을 해온 심리학자 워너 뮌스터버거는 <수집 : 다루기 어려운 열정>에서 수집 습관이 모종의 "박탈 혹은 상실 혹은 취약성"이 발생한 후 급격히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새롭게 하나를 수집할 때마다 수집가에게는 폭발적인 도취감을 주는 "무한한 힘의 환상"이 흘러넘친다고 말했다....그라나다대학에서 수년간 수집가들을 연구한 프란시스카 로페스-토레시야스는 스트레스나 불안을 겪는 사람들이 수집에 의지해 고통을 달랜다며 비슷한 현상을 지적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뮌스터 버거가 지적하듯, 유일한 위험은 여느 강박과 마찬가지로 수집 습관이 ‘신나는’ 일에서 ‘파멸적인’ 일로 바뀌는 어떤 지점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p31)
수년간 수집가들을 연구하고,(그게 뭐 연구거리가 되나?) 수집가들과 수십 년간 상담을 해온 학자들이 있다는 것도 무척 놀랍기는 하지만 역시나 교수님, 박사님들의 말씀이 딱 들어 맞았다. 소생도 어렴풋이 희미하게 느끼고는 있었다. 어린 시절의 어떤 상실감이나 박탈감, 인생도 되지못한 축생이라는 존재 자체의 취약성과 무력감 같은 것들과 수집벽이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여기 이렇게 쪽집게 도사님 같은 말씀을 듣고 나니 역시 공부 많이 하신 분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뭐 수집벽의 원인을 알았다고 해도 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그 상실감을 채워주고 박탈감을 날려줄 수도 없거니와, 병인을 알았다고 해서 축생이 문득 인생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수집이라는 이 ‘신나는 일’이 어느날 문득 돌아보니 집구석구석에 쓰레기가 가득가득하거나 아니면 내 은행 계좌에서 대출의 폭탄이 터지고 마통의 지뢰가 폭발하는 그런 ‘파멸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신줄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그런 생각은 해보는 것이다.
각설하고, 아래 사진은 소생이 수집한 스노우볼 중 일부다. 여기 등장하는 도시들 중에는 소생이 왕년에 가본 곳도 있고 못 가본 곳도 있다. 딱 반반이다. 당연한 이야기로 이 스노우볼 들을 모두 현지에서 구입해서 가져온 것은 아니다. 10개 중 단 한 개만 현지에서 가져온 것이니, 남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꼬뜨 다 쥐르의 에즈!!!! 아아아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으다...정말... 나머지 9개는 당근에서 구입했다. 사실 현지에서 스노우볼을 구입해서 그 살얼음 같은 유리구슬을 여기저기 들고 다니다가 뱅기타고 가져오기는 참 쉽지가 않다. 아아 고마운 당근이시여!!!! 감사합니다. 아시겠지만 당근은 눈알 건강에도 정말 좋다고 하네요.. 요즘 눈알이 침침하고 노안도 오고 그래서 당근 열심히 먹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이 스노우볼은 오래 두면 알게모르게 물이 조금씩 새기도 하고, 물 색깔이 누르땡땡하게 변색이 되기도 하고, 또 이것이 살얼음 같은 얇은 유리구슬이라 깨어지기도 쉽다. 그래서 몇 개 버리기도 했는데 이제 소생이 드디어 스노우볼 수리 기술을 습득하였으니, 어느날 갑자기 스노우볼이 문득 깨어지거나 물이 새거나 변색이 되어도 아무 걱정이 없게되었다. 만세이!!! 만세이!!! 만만세이!!!!
오늘 수리대상. 한놈은 물이 많이 샜고, 한놈은 물색이 누르띵띵, 한놈은 유리구가 박살
준비물 : 정제수, 유리구, 고무마개, 아쿠아 접착제, 글리터(눈송이), 글루건
일단 끓인 물 속에 수리할 스노우볼을 2~3분 정도만 담가주면 쉽게 분리가 됩니다.
분리된 스노우볼, 유리구와 받침대에 글루건 덩어리들이 붙어 있는데, 가능한한 깨끗하게 벗겨낸다. 글루건이 뜨거운 물에 녹아 흐물흐물 하므로 벗기기 쉬움
유리구와 고무마개, 피규어를 분리하고 글루건 찌꺼기 제거한 모습
피규어부분이 고무마개에서 떨어질려고 해서 접착제로 부착하였음
유리구를 뒤집어 정제수를 넣고, 글리터(눈송이)를 넣은 후 스푼으로 저어줌
고무마개로 유리구 입구를 막는다. 이 작업이 조금 어렵지만 조금 해보면 요령이 생김. 이때 유리구 안에 공기기포가 생기는데 고무마개를 살짝 벌리고 정제수를 채워주면 공기방울이 없어짐
물이 새지 않도록 고무마개와 유리구 입구 부분에 글루건으로 발라주고 받침대 안쪽에도 글루건을 발라준 후 결합시키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