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소생은.....이미 덧없이 또 헛되이 흘러가버린 한 세월에 대한 신랄한 평가와 뼈와 살이 함께 타는 아픈 반성을 하고 그 결과를 환류하여 신년 계획에 반영하자는 등등등의 알차고 실한 제안을 하고싶습니다.....는 짐작하셨겠지만 당연히 아니옵고. 소생이 전해 듣기로 존경하옵는 우리 추리닝간죵님께서 얼마전에 엄청난 일을 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거 북벽을 기어오르는 일보다,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는 일 보다 더 어렵다는 바로! 바로! 바로! ‘대범한 당신’에 등극하셨다는 소식 말입니다. 그것도 5만 당첨으로 말입니다.
이것은 실로 청사에 아름다이 빛나고, 알라딘 역사에 길이 기록될 일입니다. 감격에 겨운 소생은 너무 고맙고 반가운 마음에 버선발로 아니 돼지족발로 내달려 축하의 말쌈을 올리고자 하였으나 님께서는 댓글을 닫아놓으셨으므니다. 아...뭐 괜찮습니다. 이 아둔한 축생의 인사가 무슨 대수겠습니까. 멀리서 마음으로나마 감축의 절을 올립니다. 일배~ (말이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사실 저는 간장님....아니...죄송해요 호호...간죵님의 별명인 ‘추리닝간죵’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참 많이 궁금했습니다...간장님...앗!! 또... 간죵님은 당연히 잘 모르시겠지만 추리닝은 이 축생도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고딩 때는 아침 출근복이 거의 추리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딸딸이를 신고 말이죠.. 추리닝에는 역시 딸딸이가 꿀캐미입죠..ㅋㅋㅋ)
(추리한 추리닝에 딸딸이를 딸딸거리며 질풍노도로 쳐달리던 그 시절이 혹시 그립냐구요?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올습니다. 딸딸이 신고 쳐달리다가는 자빠져 나뒹굴기 십상입지요. 암요. 그래도 만약에 말이죠. 왜 그 외국 영화같은 거 보면 나오잖아요!! 만약에 그 시절이 다시 온다면 말입니다. 소생은 머리도 매일 감고 목도 깨끗하게 씻고 단정한 입성에 공부는 당근 진심열심하고요, 나타났다 킨스키와 가슴 설레이며 벌렁이는 연애도 하고요... 또 뜨겁고 찐득한 입맞춤도...흐흐흐흐.......연이나 꿈에나 그 시절이 다시 올리없고 행여 다시 온다고 해도 소생은 왠지 역시나 추리한 추리닝에 딸딸이를 질질 끌며 일렁일렁 다니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소생이 그런 환골탈태를 하기는 돼지가 죽어 인간으로 환생하는 것 만큼이나 지난할 것입니다. 삼대구족이 음덕을 쌓고 공덕을 보태어도 축생이 인생으로 둔갑하기는 어려운 법입죠. 꿀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 각설하고....., 그리하여 간장님의 쾌거에 용기와 격려를 얻은 이 축생도 다시한번 '대범한 당신을 위한 고액마일리지 복불복'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쳐먹고 말았습니다. 거 뭐시냐.....무슨 최후의 모히칸족 인디언같은 비장한 심정으로, 아이거 빙벽에 메달린 손가락 동상걸린 산악인의 처절한 심사로, 정말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대범한 당신’에 도전을 했던 것입니다. 아아아!!! 돼지들의 신이시여!! 부디 굽어살피옵소서.......하지만.....결과는 역시 꽝!!!!!!!!!! 인간들의 신도 행방 묘연한 지 한참이고 우리 돼지들의 신도 어느 어두운 축사 구석에서 혼자 뭐 맛있는 거를 디룩디룩쳐묵쳐묵하고 있는지 응답이 없었습니다.
뭐 가슴아픈 일이기는 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금년은 소생에게는 무척이나 의미있는 한해였습니다. 오매불망하던 ‘서재의 달인’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소생이 처음 알라딘에 서재라른 것을 꾸리고 처음 글을 올린 것이 2004.2.11.이었습니다. 첫 페이퍼의 제목은 ‘오리선생전(梧里先生傳) 이었습니다. 뭐 그때부터 축생이었습죠. 근본이 어디 갑니까? 연이나 돼지 우리같은 축축한 축사에만 살던 이 축생에게 알라딘 마을은 그야말로 신천지였습니다. 아 신천지가 안전에 도래했으나 그간의 ‘복불복’에서도 여실히 증명되었듯이 소생은 대범하지 못하고 소심한 종자여서 처음에는 가끔 글만 올리고 다른 알라디너님들과는 거의 소통하지 않았습니다.
기간으로 따지자면 알라딘 마을에 입성한 지 거의 10년이 넘지만 서재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10년동안 책은 꾸준히 구입했습니다. 또 가끔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지만 나름 열심히 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무슨 바람인지 서재활동을 활발하게 할 마음이 들었습니다. 돼지가 한 깨달음을 얻은 모양입니다. 많은 훌륭하신 이웃님들과도 통성명하고 가끔씩 실없는 소리도 하고 지내게 되었구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조금 이른 것 같지만 돼지가 서재 이웃님들에게 새해 인사를 미리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에도 좋은 책 많이 읽으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한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APPY NEW YEAR!!!
<추신입니다.>
참고로 오늘 구입한 책의 면면을 소개해 올립니다. 먼저 <음식의 언어>입니다. 이 축생이 피해갈 수 없는 목록입니다. 꿀꿀쩝쩝 벌써 입맛이 다셔지는 군요. 다음은 <벤허>입니다. 아! 도터지는 소리가 먼저나오는군요. 불알친구였던 벤허가 멧살라가 죽기살기로 내달리던 전차경주. 기억에 생생합니다. 영화도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튜더스,앤 블린의 몰락>은 힐러리 맨틀의 두 번째 부커상 수상작품이라고 합니다. 맨틀의 소설은 얼마 전에 <혁명극장>도 나왔습니다. 소생은 둘 중 어느 것을 구입할까 고민하다가 한 권짜리를 선택했습니다. 영국왕 헨리는 참 특이한 인물이지요 앤 블린도 물론이구요. 사실은 크롬웰에 대한 소설 <울프>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절판이더군요. 물론 중고는 있는데 소생 손에 들어올려면 해를 넘겨야 될 듯해서 포기했습니다.
마지막은 <chaeg 2015.12.>입니다. chaeg은 창간호부터 구입은 꾸준하게 하고 있는데 꼼꼼하게 다 본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한번 휘리릭 보고는 아무데나. 책을 펼칠 때 마다 느끼는 점은 이 책은 인쇄약품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인쇄액이 건조가 덜 되었는지 강한 약품을 쓰는지 어쨌든 조금 읽고 있으면 머리가 띵~ 합니다. 언제한번 출판사에 이야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혹시 관계자분께서 보고 계시다면 참고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