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적 비평을 혐오하는 성향 탓인지, 나는 작품이 아닌 작가의 사생활에 대해선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색스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었을 뿐, 올리버 색스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색스의 자서전인 <온 더 무브>를 읽고 어찌나 놀랐던지. 색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사라는 선입관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색스는 전형적인 의사 가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어머니, 두 형이 모두 의사다. 색스의 한 형은 의사가 되기엔 두뇌가 너무 뛰어났던 탓일까. 조현증(정신분열) 환자다. 색스는 게이였다. 의사라고 해서 게이가 아닐 것이라 왜 미리 속단한 것일까. 색스는 몸무게가 100kg 이상일 정도의 거구다. 또한 그는 아마추어 역도 선수였다. (색스는 1961년도 캘리포니아 주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스쿠버 다이빙, 오토바이를 즐겼다. (그는 1933년 생이다.)





 

책을 읽으며, 내 인생에 가장 후회스러운 점은 아직까지 약물 경험이 전혀 없다는 거다. 색스는 온갖 약물을 체험했다. 중독에 걸린 시기도 있었지만 극복했다. LSD, 알탄, 암페타민, 클로랄하이드레이트 기타등등. 알탄 스무 알을 먹고 아무런 반응도 없어 실망하던 차, 친구의 방문을 받고 한참을 떠들고 난 이후 색스는 깨닫는다. 이 모든 게 환각임을. (그의 책 <환각>은 약물을 먹은 이후, 신기한 체험담이 주된 내용이라 하니, 읽어봐야겠다.)



 

자서전은 주로 그의 저서들- <편두통>, <깨어남>,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등등 에 얽힌 일화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나 <깨어남>에 관해선 배우들의 일화가 흥미롭다. 색스는 영화 제작 준비 단계에 로빈 윌리엄스와 함께 브롱크스 주립 병원을 방문한다. 색스에 따르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만났던 모든 환자들의 목소리와 말투, 대화 전체를 완전히 통째로 암기해 재연했다고 한다. ‘모방이라기보다는 빙의였다고.


 

색스는 로빈 윌리엄스를 보고 <레인맨> 당시의 더스틴 호프만을 연상한다. 색스는 호프만과 함께 자신의 자폐증 환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런 뒤, 감독과 잡담을 나누는 사이 색스는 자신의 환자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봤다고 한다. 호프먼은 혼자 말하고 있었다. 색스의 환자와 똑같은 목소리와 몸짓으로.

 

한국 배우들에겐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태도다. 대개의 한국 배우들은 자신의 배역의 직업 체험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연기가 좋을 리가 없다. 한국엔 스타는 있지만 배우라고 할 만한 연기자는 없다.

 


 













색스가 영향을 받은 많은 작가들 중 네 사람만 언급하자. 우선은 스티븐 제이 굴드. 색스는 90년 한 해 동안 가장 감명 깊에 읽은 책으로 굴드의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를 꼽았다. 그리고 크릭. 색스에 따르면, 크릭은 불사의 존재. 크릭은 제자인 크리스토퍼 코흐와 함께 말년엔 의식의 문제를 주로 탐구했다. “살아서 이 이론을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하고 색스가 느낀 건 에덜먼의 이론이다.

















 












연주자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각 연주자는 각자 자기 방식으로 음악을 해석하면서 동시에 부단히 다른 연주자들에 맞추어 조절하고 서로에 의해 조절된다. 궁극의 또는 우두머리의해석은 없다. 음악은 집단적으로 만들어지며, 매회 공연이 다 유일하다. 이것이 에덜먼이 그리는 뇌의 그림이다. 오케스트라이자 앙상블로서의 뇌, 다만 지휘자 없이,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오케스트라.”

 

색스는 의사라기 보단 작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써온 일기장만 1,000권이다. 환자를 진료하며 기록한 공책도 1,000권이다. 에덜먼이 생각했던 뇌처럼, 우리의 삶 역시 그러한 것이 아닐까. 모든 이들이 각자 자기 방식으로 음악을 연주한다. 색스는 색스의 방식으로 삶을 연주했다.

 

글쓰기는 잘 될 때는 만족감과 희열을 가져다준다. 그 어떤 것에서도 얻지 못할 기쁨이다.

글쓰기는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나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이상하게도 색스의 책 아직 읽지 않은-이 집에 꽤나 있다. <편두통>, <깨어남>, <뮤지코필리아>. 색스, 스티브, 크릭, 코흐, 에덜먼의 책을 읽고 싶다. 에덜먼의 말처럼, “모든 지각 행위가 창조의 행위라면 독서 역시 창조의 행위가 아닐까. 혹은 독서 역시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오케스트라같은 건 아닐는지.

 

누군가의 자서전을 읽는 다는 건, 위험한 행위다. 왜냐하면 더 이상 작가와의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색스는 세상을 떠났지만, 색스의 책이 있어 다행이다.

 

색스 할배, 고마워유

 아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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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6-15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통해 들어서 알았고 제가 갖고 있는 책은 <화성의 인류학자>예요.
신경병으로 인해 변화한 사람들의 기록이라고 서문에 써 있죠. 색스가 흥미로운 인물이라서 구입했던 책인데 다 읽지 못했어요. 오늘 봐야겠군요. 님의 글 덕분에 궁금해집니다.

시이소오 2016-06-15 11:47   좋아요 1 | URL
저도 색스 책은 전작하고 싶네요^^

blanca 2016-06-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너무 너무 너무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페이퍼가 너무 반갑네요. 저도 제자를 자신의 분신이자 아들처럼 편안하게 따뜻하게 대하는 크릭의 말년의 묘사가 참 좋았어요. 올리버 색스가 언급한 책들을 찾아볼 생각은 못했는데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6-15 12:01   좋아요 0 | URL
아. 블랑카님도요?
저도 색스와 색스가 좋아한
작가들 책을 더 읽고 싶어지네요 ^^

물고기자리 2016-06-15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10 년 전쯤 감각통합을 공부하는 지인의 권유로 올리버 색스를 처음 접했었는데, 무엇보다도 질병과 사람 모두에 관심을 갖는 그의 시선이 참 좋았어요.

의사, 배우, 작가 모두 기본적으로 어떤 선입견 없이 사람을 관찰하는 능력이 탁월해야 하는 것 같은데 색스도 그런 분이셨던 것 같아요ㅎ

시이소오 2016-06-15 14:55   좋아요 1 | URL
환자를 대상화하려 하지 않으려는 색스의태도가 저도 좋았습니다.

누구보다 한국 의사들에게 추천해야겠네요^^

꿈꾸는섬 2016-06-1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 책을 아직 안 읽어봤는데 찾아 읽고 싶네요.^^

시이소오 2016-06-15 15:16   좋아요 1 | URL
저는 환각부터 읽고 싶어요.
이러다 ㅁㅏ약에 빠질까 걱정
이네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동창 중에 대마 재배하다가 깜빵 간 놈 있습니다.
그 놈 인생은 인생 자체가 중독이었죠. 부탄 가스 중독, 돼지표 본드 중독...
아마 돈 좀 벌었다 하면 뽕 중독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색스가 게이였꾼요.. 전 결혼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마도 모자와 결혼한.. 책 때문에 제가 착각했나 봅니다..

시이소오 2016-06-15 15:53   좋아요 0 | URL
ㅋ 아직도 연락하시면 나중에
대마라도ᆢ흠 ^^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댓글 캡쳐해서 국정원에 고발 신고해서 국정원 시계 좀 차야겠습니다...허허허..(농담)

시이소오 2016-06-15 16:30   좋아요 0 | URL
ㅋ 국정원 한 해 활동비가 1조라는데 시계갖고 되겠어요?
하긴 천만원대 시계도있더군요 ^^

만화애니비평 2016-06-15 16:32   좋아요 0 | URL
되시면 유진식당서 정모나 합시다. ㅋㅋ

호호야날다 2016-06-15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는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나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는 말을 보니 글쓰기는 독서보다 더 확실한 여행이 될 것 같아요. 항상리뷰 잘읽고있습니다^^

시이소오 2016-06-15 17:22   좋아요 1 | URL
글쓰기나 여행이나 `마음의 상태`니까요.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6-1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에 양질의 리뷰 잘 읽고 감니다^^ 색스의 책들 2권 읽었는데 다른 책들과 여기 소개된 책들 모두 읽어보고 싶네요ㅎ

시이소오 2016-06-16 00:38   좋아요 1 | URL
저도 읽고 싶은 책들이 늘어나 마음이 조급하네요^^

오쌩 2016-11-16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목요연 하게 잘 정리해주셨네요.
시이소오 님 덕분에 관련책 리스트가 정리되서 좋네요.
고마워유.

시이소오 2016-11-16 05:14   좋아요 0 | URL
하하 감사해유^^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년이라 셰익스피어 관련 책을 읽고 싶어, 제임스 샤피로의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모험>을 손에 들었으나, 도저히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멍청한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걸까. 덩달아 내 시간까지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결론은 셰익스피어 희곡은 셰익스피어가 썼다는 것. 나는 사실 셰익스피어 희곡을 셰익스피어가 썼건, 베이컨이 썼건, 달걀이 썼건, 외계인이 썼건 관심 없다. (달걀이 썼다면 쬐끔 관심이 생길 듯도.)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모험>을 실패하고, 다시 집어든 셰익스피어 관련 책이 오다시마 유시의 <처음 읽는 셰익스피어>였다. 이런 책일 줄 몰랐다. ......성인이 읽기엔 쬐끔 민망하기도..... 중학생 정도가 타깃 독자층이라고 할까.

 

셰익스피어 희곡의 내러티브는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한다. 대개의 희곡이 오해오인의 모티프로 이루어져 있다. 독창적인 이야기도 없다. 오늘날로 치면 셰익스피어 전 작품이 거의 다 표절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사는 정말이지......셰익스피어 희곡을 영국 본토인의 발음으로 들으면 무릎이 후들거린다.

 

작가는 셰익스피어 희곡 중 아홉 편의 작품을 소설처럼 요약했다. 셰익스피어 극의 멍청한 플롯을 요약하곤 싶진 않고, 무릎이 후들거리는 대사들만 정리해 본다. 역자 송태욱의 번역은.....무난한 편이지만.... 나로선 전혀......원문을 찾아 읽는 수밖에.

 

책을 읽으며, 가장 다시 읽고 싶은 희곡은 역시나 <햄릿>이었다. ‘To be or not to be’를 이 책에선 이대로 있어도 될까, 안 될까로 번역했다. 아마도 역자의 번역이라기보단 오다시마 유시의 번역일 것이다. 한국 번역가들은 언제까지 오욕과 오역의 번역사를 이어갈 것인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명명백백한 오역이다. 햄릿은 절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한국 셰익스피어 번역가들,.... 죽고 잡냐? (옛날엔 오역하면 죽었다.) 오다시마 유시의 번역이 원문의 뜻에 가깝다. ‘죽느냐, 사느냐는 마치 햄릿이 자살을 고민하는 것처럼 들린다. 햄릿은 3막에서 전혀 자살할 생각이 없다. 햄릿은 아버지의 복수를 감행해야 함에도, 죽음을 두려워해 행동하기를 머뭇거리는 자신의 비겁함과 우유부단함에 대해 자책하고 있는 것이다.

 

문맥을 따르자면, ‘to be’왕권도 소중한 목숨도 잔학무도한 놈한테 빼앗긴 부왕을 위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태를 뜻한다. ‘not to be’는 당연히 아버지의 복수를 감행하는 행위를 뜻한다. 만일 나라면,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인가, 복수를 결행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정도로 해석하겠다. ‘이대로 있어도 될까, 안 될까의 번역은 햄릿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게 가볍거나 멍청해 보일뿐더러 무슨 뜻인지 애매모호하다.

 

셰익스피어 사후 400년이 되었건만, 아직까지도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오역 투성이 <햄릿>을 읽어야 하다니! 한국의 학자, 번역가라는 것들은 왜들 이리 책임감도 없고 게을러 터졌을 뿐만 아니라 지독히도 멍청한 걸까. 살무사의 알들. 타성에 찌든 이 걸어 다니는 그림자들!

 

셰익스피어 번역 경연 대회라도 열어야 할까. 한국에서는 방법이 없다. 전체 드라마의 문맥에 유념하여 각자가 원문을 읽고 해석하는 것 말고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 입술은 당신 입술로 죄가 씻기었소.”

그럼 저는 당신 입술에서 죄를 받은 건가요?”

제 입술에서 죄를요? 오오, 부드러운 힐책. 그럼 그 죄를 돌려주시오.”

 

단 하나의 내 사랑이 단 하나의 미움에서 태어났다니.”

 

잠깐, 저 창문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빛은 뭘까? 동쪽에서 빛이 나니, 그럼 줄리엣은 태양인가.”

 

사랑이라는 가벼운 날개로 이 담을 날아 넘었소

 

맹세하겠소. 저 과일나무 우듬지를 온통 은빛으로 물들이는 달을 두고.”

 

오호, 행복하고 행복한 밤이로다. 밤이라 해도 모든 게 꿈은 아니겠지?”

 

빨리, 빨리, 불꽃 발의 어린 말들이여, 태양신을 오늘 밤의 숙소까지 데려오라. 오라, 아름다운 밤이여, 그리고 로미오를 내게 보내줘. 로미오가 죽으면 돌려줄게. 잘게 썰어 작은 별로 만들면 돼. 그러면 로미오는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지상의 사람들은 모두 밤을 사랑하게 되겠지.”

 

이 가슴이 너의 칼집, 거기서 잠들어라.”

 

한 여름밤의 꿈

 

잔디 덩이 하나면 베개로 충분할 거야. 마음은 하나, 침대도 하나, 가슴은 두 개라도 사랑의 진실은 하나니까.”

 

혀야, 빛을 거두어라.

달아, 이제 그만 말하라,

이제 죽는다죽는다죽는다죽는다죽는다.“

 

베니스의 상인

 

내가 유대인이어서? 유대인을 뭐로 보는 거야? 유대인한테 눈이 없어? 손이 없어? 오장육부, 사지오체, 감각, 감정, 정열이 없기라도 하다는 거야? 그리스도교도와 어디가 다른데?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날붙이에 상처 입고, 같은 병에 걸리고, 같은 약으로 낫고, 같은 겨울의 추위, 여름의 더위를 느끼지 않기라도 한다는 거야? 바늘로 찔러도 피가 안 나고, 간지럼을 피워도 웃지 않고, 독을 먹어도 죽지 않기라도 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가혹한 일을 당해도 복수하면 안 되기라도 한다는 거야?”

 

당신의 눈에 제 마음은 둘로 갈라지고 말았어요. 절반은 당신 것, 나머지 절반도 당신 것, 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제 것은 당신 것, 그러니 모두 당신 것....”

 

그러니 외양의 아름다움은 내용물을 배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비란 의무에 의해 강제되는 게 아니오. 하늘에서 내려와 저절로 대지를 적시는 가뭄의 단비 같은 것이오. 당신은 정의를 요구하는데, 생각해보시오. 정의만을 요구하면 누구 한 살마 구할 수가 없소. 그래서 우리는 자비를 바라며 기도하고, 기도 자체가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겠소?”

 

 

꼭 이런 밤이었지. 트로일로스가 트로이 성벽 위에 홀로 서서 크레시다가 잠자고 있는 그리스 진영을 향해 한숨과 함께 사랑하는 마음을 보낸 것은.”

 

저렇게 작은 등불이 이렇게 멀리까지 빛을 비추다니! 아마 좋은 행위는 나쁜 세상을 저렇게 비추겠지.”

 

줄리어스 시저

 

난 나와 같은 인간을 무서워하며 사는 인생이 질색이네. 그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 난 시저와 마찬가지로 자유인으로 태어났고 자네도 마찬가지네. 우리는 같은 음식을 먹고, 마찬가지로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있지. 그런데도 어떤가? 시저는 로도스 섬의 거인상처럼 세계가 좁다는 듯이 우뚝 서서 가로막고 있고, 우리들처럼 자그맣고 보잘것없는 사람은 그 거대한 다리 사이를 헤매면서 마땅히 부끄럽게 여겨야 할 묏자리를 찾고 있는 데 지나지 않지. ”

 

오늘이여, 너는 오욕의 시대다! 로마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한 사람의 인간이 모든 영예를 독점한 시대가 있었나?”

 

살무사가 기어 나오는 것은 반드시 화창한 날이다. 시저는 이를테면 살무사의 알이다. 일단 부화하면 반드시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 따라서 알일 때 죽여야 한다.”

 

겁쟁이는 죽을 때까지 몇 번이고 죽는 생각을 하지만 용감한 사람이 죽음을 맛보는 것은 한 번뿐이오.”

 

썩 물러가라. 올림포스 산을 움직일 생각이냐?”

 

, 몸을 굽혀 손을 피에 적십시다. 천 년 후까지도 우리의 이 장렬한 장면은 되풀이되어 연출될 것이오. 아직 생기지도 않은 나라들에서, 아직 알려지지도 않은 언어로.”

 

브루투스의 연설.

 

로마 시민, 우리 동포,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이 군중 속에 혹시 시저의 친구가 있다면 나는 그 사람한테 말하겠소. 시저를 사랑하는 브루투스의 우정은 그 사람보다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고 말이오. 또 그가 시저를 죽인 이유를 듣고 싶어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오. 그건 내가 시저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로마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말이오. 시저는 날 총애해주었소. 그걸 생각하면 나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소. 시저는 행복한 사람이었소. 그걸 생각하면 나는 기쁘지 않을 수 없소. 시저는 용감했소. 그걸 생각하면 나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소. 하지만 시저는 야심을 품었소. 그걸 생각하면 나는 시저를 찌르지 않을 수 없었소. 시저의 사랑에는 눈물을, 시저의 행복에는 기쁨을, 시저의 용기에는 존경을, 그리고 시저의 야심에는 죽음으로 갚을 수밖에 없는 거요....”

 

안토니의 추도사.

 

내 친구, 로마 시민, 동포 여러분, 들어주시오. 내가 온 이유는 시저를 묻기 위해서지 칭송하기 위해서가 아니오. 나는 여기서 부루투스와 여러분의 허락을 받고 이렇게 시저의 추도사를 하게 되었소. 브루투스는 공명정대한 사람이고 여러분도 공명정대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오. 시저는 나에게 성실하고 공정한 친구였소. 하지만 브루투스는 공명정대한 사람이오. 시저는 로마로 많은 포로를 데려왔소. 그 몸 값은 모조리 국고로 환수되었소. 그런 시저에게 야심의 그림자가 보였을까요? 가난한 사람이 굶주림에 울 때 시저도 눈물을 흘렸소. 야심이란 좀 더 냉혹한 것으로 만들어졌을거요. 하지만 브루투스는 시저가 야심을 품었다고 하오. 그리고 브루투스는 공명정대한 사람이오. 여러분은 모두 루페르칼리아 축제 때 목격했을 거요. 나는 시저에게 세 번 왕관을 바쳤으나 시저는 세 번 다 거절했소. 그게 야심이오? 하지만 브루투스는 시저가 야심을 품었다고 하오. 그리고 물론 브루투스는 공명정대한 사람이오...”

 

나는 인생을 시작한 날 인생을 마치려 하고 있네. 나는 인생의 결승점을 지나쳤어.”

 




























십이야.

 

어머, 난 그렇게 차가운 여자가 아니에요. 내 아름다움을 명세서로 작성하여 이 세상에 남겨두기로 하죠. 하나, 상당히 붉은 입술 두 개. 하나, 푸른 눈 두 개, 눈꺼풀 딸림. 하나, 머리 한 개. 하나, 턱 한 개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엉클어진 실을 나는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다. 아아, 시간이여, 매듭을 푸는 일은 너의 손에 맡기겠다. ”

 

신분이 낮은 사람을 사랑하면

루크레티아의 명검처럼

침묵은 내 가슴을 찌르는,

목숨이다. “

 

내 운명의 별이 그대보다 위에 있다고 해서 고귀한 신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어요.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고귀한 신분을 획득하는 사람도 있고 고귀한 신분을 내던지는 사람도 있어요. 그대의 운명이 손을 내밀고 있어요. 결연한 용기로 그 손을 잡으세요.”

 

사랑의 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슴속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같습니다.”

 

남자는 연하의 여자를 애인으로 두어야 하네. 여자란 장미꽃, 그 아름다움은 덧없는 생명. 지는 것도 한순간, 피었나 싶으면 지는 거라네.”

 

더러움을 모르는 봄날의 장미에 걸고 처녀의 지조, 명예, 진실, 이 모든 것을 걸고 당신을 사랑해요.”

 

저에게도 하나의 마음, 하나의 가슴, 하나의 진실이 있습니다. ”

 

하나의 얼굴,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옷, 두 개의 몸, 자연이 만들어낸 거울이로군.”

 

어떻게 당신은 두 사람이 되었나?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개도 이 두 사람만큼 닮지는 않겠어.”

 


햄릿

 


아아, 너무나도 단단한 이 육신이 녹아내려 이슬로 사라져주지 못하는 걸까! 적어도 자살을 금한 신의 율법만이라도 없었다면, 아아, 어찌하면 좋을까! 나한테는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성가시고 지겹고 쓸데없는 것으로만 보이는구나. 싫다, 싫어. 이 세상은 잡초가 제멋대로 자라나 황폐해진 채 내버려진 정원이고 역겨운 것만이 설치며 만연해 있다. “

 

마음이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니라!.....겨우 한 달 만에, 아니, 아버지의 유해에 달라붙어 니오베처럼 눈물에 잠겨 묘지까지 따라간 어머니의 그 신발이 닳기도 전에, 어머니가, 어머니가, 아아, 사리분별을 못하는 짐승이라도 좀 더 슬퍼할 텐데.”

 

아아, 어쩌면 그토록 무엄하게 빠르단 말인가, 그토록 재빨리 불의의 잠자리에 뛰어들다니! ”

 

요즘 세상은 관절이 삐어 있어. 우울한 이야기지. 그걸 바로 잡으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니!”

 

자네들은 무슨 나쁜 짓을 한 건가? 운명의 여신이 이 감옥에 쳐넣다니 말이야.”

길든스턴이 감옥?”하고 반문하자 햄릿이 대답했다.

덴마크는 감옥이네.”

 

나는 설사 호두 껍데기에 갇혀 있어도 무한한 우주를 지배하는 왕이라고 믿는 사람이네.”

 

이대로 있어도 될까. 안 될까, 그것이 문제로다. 과연 목적이 훌륭한 삶인가? 이대로 마음속에 포학한 운명의 화살과 탄알을 맞으며 가만히 참고 견딜 것인가? 아니면 밀려드는 노도와 같은 고난에 감연히 맞서 싸워 그것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죽는 것은 곧 자는 것, 그뿐이다. 자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마음의 괴로움에도, 육체에 따라다니는 갖가지 고통에도, 그야말로 더할 나위없는 종지부 아닌가? 죽는다, 잔다. 잔다, 아마도 꿈을 꾸겠지. 거기다, 발이 걸리는 건, 이 세상의 걱정에서 간신히 벗어나 영원히 잠드는데, 거기서 어떤 꿈을 꾸는 거지? 그게 있으니까 망설이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언제까지고 괴로운 인생을 질질 끌고 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참으랴.

 

세상 사람들이 퍼붓는 비난, 권력자의 무법적인 행동, 오만한 자의 모멸, 업신여김을 당하는 사랑의 고통, 재판의 지연, 관리들의 횡포, 훌륭한 인물이 하찮은 놈에게 견디는 굴욕, 이런 무거운 짐을 누가 견디겠는가? 그저 단검으로 한 번 찔러 이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데. 괴로운 인생에 신음하면서 땀을 흘리며 걷는 이유도 그저 사후에 오는 것을 두려워해서다. 사후의 세계는 미지의 나라다. 사후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 자는 한 사람도 돌아온 예가 없다. 그래서 결심이 약해지는 것이다. 생판 모르는 저 세상의 고생에 뛰어드느니 익숙한 이 세상의 근심을 견디려 하는 거다. 이처럼 번민하는 마음이 우리를 겁쟁이로 만든다. 이처럼 결의의 색조는 고뇌의 핼쑥한 도료로 덮인다. 생사가 걸릴 만큼 중대한 일도 그 때문에 어느새 나아갈 길을 잃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채 끝나고 마는 것이다.....”

 

아아, 햄릿, 넌 이 가슴을 둘로 찢어놓았구나.”
그렇다면 나쁜 쪽을 버리고 좋은 쪽만 남겨 맑고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세요.”

 

참새 한 마리 떨어지는 것도 신의 섭리. 올 것이 지금 오면 나중에는 안 오네. 나중에 안 온다면 지금 오겠지. 지금이 아니어도 올 것은 반드시 오는 것이네. 무엇보다 각오가 중요하지.”

 

오셀로.

 

번쩍이는 칼을 거두어라. 밤이슬에 녹슬겠다. 각하, 명령은 연세로 내리면 충분합니다. 칼로 말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명예로운 살인자라고 불러주시오. 내가 한 짓은 증오 때문이 아니라 모두 명예 때문이었소.”

 

리어왕

 

바람아, 불어라. 너의 뺨을 찢어놓을 때까지 마구 불어라! 비야, 내려라, 폭포가 되고, 맹렬한 회오리가 되어 우뚝 솟은 탑, 수탉 모양의 풍향계마저 삼켜버릴 때까지 마구 쏟아져라!”

 

내게는 길이 없다. 그러니 눈도 필요 없어. 눈이 보였을 때는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지곤 했어. 아아, 에드거, 사랑스러운 아들아, 속아 넘어간 아버지의 분노에 네가 희생되었구나!”

 

아아, 지금이 최악의 상태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이게 최악의 상태라고 말할 수 있는 동안은 진정한 최악의 상태가 아니다.”

 

참지 않으면 안 되네. 사람이 태어날 때 우는 이유는 이 광대들의 무대에 끌려나온 것이 슬퍼서야.”

 

도망치는 거예요, 아버님, 사람은 참아야 해요. 이 세상에 나올 때도 떠날 때도 사람한테 자유는 없어요. 때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각오가 중요해요.”


맥베스.

 

좋은 건 나쁘고 나쁜 건 좋다네

 

겉은 무심한 꽃으로 가장하고 그 뒤에 뱀을 숨기는 거예요.”

 

저는 갓난아기를 키운 적이 있어요. 제 젖을 빠는 아기가 얼마나 귀여운지 알지요. 하지만 저는 미소 짓는 갓난아기의 부드러운 잇몸에서 제 유두를 강제로 떼어내고 머리를 부숴버릴 수도 있어요. 조금 전의 당신처럼 일단 한다고 맹세했다면요.”


, 얼굴을 환하게 펴시오. 아무리 밤이 길더라도 반드시 날이 새는 법이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이렇게 시간은 종종걸음으로 하루하루를 걸아가 끝내는 역사의 마지막 한 순간에 이른다. 어제라는 날은 모두 어리석은 인간이 먼지가 되는 죽음으로 가늘 길을 비쳐왔다. 꺼져라, 꺼져라, 한 순간의 등불!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 가련한 배우다. 무대 위에서 과장된 몸짓을 해도 차례가 끝나면 사라진다. 어리석은 자가 말하는 이야기다. 아우성치는 소리와 분노는 무시무시하지만 의미는 전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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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4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4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6-1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좋습니다~^^
전 닥치고, 뉴트롤스 아디지오나 들으러 가야겠습니다.
투 다이, 투 슬립, 메이 비 투 드림~~~~~^^

시이소오 2016-06-14 10:12   좋아요 0 | URL
오, 햄릿이군요. ^^

마키아벨리 2016-06-1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근 교수 강연에서 (그대로 있으면서) 왕이 될 것인가 말 것인가라고 말하신 것을 들은 기억이 나네요

시이소오 2016-06-14 10:53   좋아요 0 | URL
아, 저로선 이해할 수 없는 번역이네요.
햄릿의 숙부인 클로디어스 왕의 관점이지 햄릿의 관점은 아닌 듯 합니다. ^^

syo 2016-06-1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죽이느냐 살리느냐였군요ㅡㅡ세상에

시이소오 2016-06-14 11:06   좋아요 0 | URL
ㅋ 그런뜻이죠.바로 이해하시는군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퍼 식으로 표현하자면 라임과 플로우를 살려서


˝ 할까 말까, 그게 문제니까... ˝


뭐. 이런 거네요..

시이소오 2016-06-14 13:39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그런거죠.

cyrus 2016-06-14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으로 ‘죽느냐, 사느냐’와 유사하게 번역한 분이 故 최재서 평론가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의 <햄릿> 번역본이 한정판매로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최재서 평론가는 햄릿의 대사를 ‘살아 부지할 것인가, 죽어 없어질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라고 번역했어요.

시이소오 2016-06-14 18:5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최 재서 평론가역이 앵무새 번역가들 역보단 낫네요.^^

페크pek0501 2016-06-1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갖고 있는 책도 사느냐, 죽느냐~ 인데
덕분에 중요한 것 얻어 갑니다.

시이소오 2016-06-15 11:11   좋아요 0 | URL
제 책, 펭귄판도 그러네용
이 부분을 제대로 번역한
햄릿이 과연 있을지 궁금합니당 ^^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그러면 세상은 변한다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 할 수도 있지만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 

 

줄리안 반스라는 이름만 듣고 소설이겠지 싶어 도서관에 신청했다가 죽은 아내를 향한 에세이라는 걸 뒤늦게나마 주워듣고 책을 펼쳤다. 1, 2장을 읽으며 왜 이러는 걸까?’란 의문만 가득했다. 3장이 되어서야 반스는 사별한 아내의 이야길 꺼낸다줄리언 반스의 아내였던 팻 캐바나는 거의 문단의 모든 이로부터 사랑받아온 유능한 문학 에이전트였다그녀는 뇌졸중 발병 37일 만에 죽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쓴 이후에도 줄곧 침묵을 유지하던 반스는 아내 사후 5년 만에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출판한다.

 

하나의 죽음은 다른 죽음에 빛줄기조차 비추지 못한다’ - E.M 포스터

 

반스는 고독을 두 종류로 나눈다사랑할 사람을 찾지 못해서 느끼는 고독과한때 사랑했던 사랑을 빼앗겨서 느끼는 고독그리고 이 중에 첫 번째가 더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독일어에 ‘Sehnsucht’라는 말이 있다같은 뜻의 영어는 없는데의미상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음을 뜻한다여기엔 낭만주의적이고 신비한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작가 C.S 루이스는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속에 위로받을 길 없이 남아 있는 열망이라고 정의했다명시할 수 없는 것을 명시하는 능력은 다분히 독일적인 것 같다그것은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며우리의 경우엔 누군가에 대한 열망이 될 것이다. ‘Sehnsucht’는 첫 번째 종류의 고독을 설명해준다그러나 두 번째 종류의 고독은 그와 정반대의 조건에서 생겨난다바로 특별한 사람의 부재이다그녀의 부재 상태에 비견할 만한 고독은 많지 않다." 

 

그녀의 죽음이 없었다는 듯 침묵하는 지인들에게 분노하고끊임없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줄리언 반스는 아내의 상실을 극복해내지 못한다어쩌면 그를 구원해준 것은 사람도 문학도 아니고 오페라였을지도 모르겠다그는 금기를 어기고 아내를 뒤돌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오르페우스를 이제는 이해하게 된다세상을 잃는 게 무슨 상관인가사랑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어떻게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30년 쯤 전에 줄리언 반스는 한 소설에서 아내를 잃은 한 육 십대 남자의 심정을 상상해보려 했고글을 완성했다. 30년 후에 그의 아내는 죽었다나는 한 영화에서 상주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다배우가 아니었기에 나는 암으로 투병중인 엄마의 죽음을 상상했었다불과 몇 달만에 엄마는 심장 마비로 돌아가셨다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긍정적인 상상은 이루어지기 힘들어도 부정적인 상상은 이루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단순한 우연이었을까내가 상상하지 않았더라도 엄마는 돌아가셨을까엄마의 죽음 이후 한 1년 동안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이제 슬픔을 극복했다고 생각하지만그리고 십년이 넘었지만 불현듯 엄마 생각이 난다드라마나 영화에서 백발의 노인이 엄마를 그리워하며 우는 장면들이 예전엔 와 닿지 않았는데이젠 알 것 같다.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면 나는 항상 엄마가 죽었단 사실을 잊어버린다. “엄마죽지 않았어?”하고 엄마에게 물어본 적은 있다엄마는 별소릴 다 한다며 내 어깨를 친다그러곤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나는 내가 왜 그렇게 멍청한 생각을 했는지 실없단 생각을 하고는 꿈에서 깨곤 했다무의식속에서는 여전히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시간이 흘러도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엄마가 부른다면 세상을 잃더라도 뒤돌아보리라.

 

그가 왜 하늘지하의 구성을 취했는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나다르와 베르나르의 이야기가 굳이 꼭 필요했을까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팻과 반스)를 합쳐 세상이 달라졌음을 인정하지만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세 가지를 합치는 데엔 실패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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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3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수잔 손택은 남성/여성, 젊은이/늙은이의 이분법을 거부한다. 남자이기 때문에, 혹은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거나 할 수 없다거나 말하는 건 변명일테지. 마스다 미리의 <여자라는 생물>을 읽으면서 여자라는 생물의 섬세함을 새삼 깨닫는다. 한편 남자라는 동물은 얼마나 단순하고 무식한지!

 

남자 편집자를 만날 때, 다크 초콜릿을 선물로 주는 마스다 미리. 남자 편집자가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건 자기 알바 아니란다. 단지 초콜릿 가게에서 지금부터 남자를 만나러 간다고 넌지시 으스대는 순간을 즐기는 것 뿐이라나.

 

여행 다녀와 선물을 건넬 때, 남자 편집자와 여자 편집자의 반응이 다르다고 한다. 남자 편집자는 선물을 받는 즉시 곧장 여행 이야기로 넘어간다. 여자 편집자의 경우 선물을 받으면 감사의 말 이후 선물 자체에 대한 얘기를 다소간 나누다 여행 이야기로 넘어간다. 포장이 귀엽다느니, 그리운 느낌이 든다는 둥. 남자들의 무심함이란.

 

이해심 있는 화장실이해심 없는 화장실을 논할 때도 남자들의 단순함을 깨닫는다. ‘이해심 없는 화장실이란 화장실 휴지걸이 주변에 소지품 올려놓을 공간이 없는 화장실을 뜻한다. 생리 때의 여성에게 아무래도 불편하기 마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무심한지.

 

여자라는 생물은 관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이뻐 보이고 싶다고 했던가.

호텔 화장실에서 기모노를 입은 일흔 살 가량의 노부인에게 마스다 미리는 멋있으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멋있다는 말을 들은 노부인이 기분이 좋아 보여 기분이 좋았다는 마스다 미리. 그녀는 그런 순간의 자신을 좋아한다고. 그녀는 자신도 나이가 들었을 때 나이 어린 사람에게 멋있으세요!”라는 말을 듣고 싶단다.

 

가끔씩 스쳐 지나가는 여자들 중에 유독 옷이 이쁘다거나 헤어스타일이 이뻐 보일 때가 있다.

옷이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긴 하지만 실천해 본 적은 없다. ‘아저씨가 주책이야라든지 지금 아저씨 주제에 작업 거는 거임?’이라 생각할 까 두렵기 때문이다. 비록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상대방에 대한 칭찬의 말을 건네는 게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면 더 살맛 날 텐데.


안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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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06-1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남자가 잘 어울린다고 하면 저도 오해할 것 같아요.

시이소오 2016-06-12 13:02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계속 입을 다물고 살아야지, 다짐해봅니다 ㅋ^^

깊이에의강요 2016-06-1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해는 할 수 있겠지만
기분은 좋아지는게 여자라는 생물입니다^^
실천하셔도 괜찮으실듯 한데^^

시이소오 2016-06-12 17:33   좋아요 1 | URL
ㅋ ㅋ 강요님을 만나게된다면 실천해보죠ㅋ^^

페크pek0501 2016-06-12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쿨럭쿨럭... 동의하고 싶지만 동의할 수 없어서 내는 소리예염.
저 역시 길 가다가 어떤 남자 분이 저한테 ˝옷이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하면 기분이 좋기보다,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지? 뭘 바라고 이러는 거지? 수상하니 조심해야겠다, 빨리 걸어야지, 그러면서 도망칠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 ㅋ

그런 인사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자연스러운 사회라면 살맛 나겠네요.

마스다 미리, 제가 좋아하는 작가예요. 몇 년 전 한꺼번에 세 권을 사서 단숨에 읽었죠.(`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비롯하여...)
읽고 나니 작가가 귀엽기도 하고 좋아지더군요.


시이소오 2016-06-12 23:28   좋아요 0 | URL
그쵸? 역시나 입을 다물고 살아야한다, 는 결론이 ㅋ

기억의행성 2016-06-1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콜릿을 주는 이유가 재밌네요ㅎㅎ

시이소오 2016-06-13 13:49   좋아요 0 | URL
ㅋ 마스다 미리님, 긔엽지 않은지요^^
 
언제나 당신이 옳다 - 이미 지독한, 앞으로는 더 끔찍해질 세상을 대하는 방법
자크 아탈리 지음, 김수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리뷰 쓰는 책은 대체로 두 번씩 읽는다. 대개 첫 독서 이후, 열흘이나 보름 이후에 리뷰를 쓰곤 하는데, 이 두 번째 독서에서 책에 대한 평가가 270(?) 정도로 바뀌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 좋은 책인 줄 알았는데 실망스럽네하고 느낀 적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로지 그 반대의 경우만 있었다. 자크 아탈리의 <언제나 당신이 옳다>도 그러한 예다. 어떤 문장은 두 번이 아니라, 오토 리버스 기능의 카세트테이프 마냥 읽고 읽고 읽고, 묻고, 묻고, 물었다.

 

자크 아탈리에 따르면, 오늘날은 악이 부상하는 시대다. 폭력이 난무하고, 전 세계 실업은 증가하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일자리를 로봇에게 빼앗기며, 지구의 평균 기온은 3도 이상 오르고, 기후 난민, 정치 난민이 늘어나고, 온갖 전염병의 발생 빈도 역시 높아질 것이다.

 

공무원들의 부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국가와 국제기구가 힘을 잃어가는 사이, 대기업들의 권한은 점차 강화되어, 인간은 점차 사축으로 전락하고 전쟁광, 마피아, 근본주의 종교,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전 세계의 소말리아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아탈리는 이러한 현실에 좌절해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라고 말한다. 내가 최면에 걸린 듯 반복적으로 읽었던 부분은 자크 아탈리가 제시한 자기 자신이 되는 5단계의 길이었다. 아탈리에 따르면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건이건 간에 사건 하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적어도 정신적인 측면에서 한순간 단절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침묵과 집중, 명상의 단계인 휴지기. 아탈리에 따르면, 이 휴지기 동안에 다음과 같이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 을 거치는 것이 적합하다.

 

자기 자신이 되는 5단계의 길

 

1. 자기 소외에 눈 떠라.

 

첫 번째 단계에선, 우리가 처한 상황과 주변 상황, 다른 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삶에 가해진 속박과 한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아탈리는 스스로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볼 것을 제안한다.

 

오늘 이 순간까지 인생을 살면서 나는 무엇을 했는가?

나는 자유롭게 내 성공의 기준을 선택했는가?

내가 살 곳, 공부할 것, 현재 내 감정을 공유하는 감정적 동반자, 직업, 자녀를 자유롭게 선택했는가?

진정으로 나의 재능을 발굴하고 이를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가?

어떤 슬픔과 행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가?

나는 재력이나 게으름 때문에 제약을 받았는가?

나는 내가 극복해야 했던 비극의 희생자인가, 아니면 그 비극을 초래한 장본인인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라 내 자신이 구속되지는 않는가?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혹시 체념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체념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지금 눈앞의 모든 것이 사실은 안 지키면 그만인 인생 계획과 마찬가지로 그저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스스로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라면 어떻겠는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순종하거나 우리의 욕망에 굴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때 우리는 그들을 소외시키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계를 인식하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자신감을 가지는 길로 접어들 수 있다.


2. 스스로를 존중하고 존중 받아라

 

자존감을 가지려면 먼저 자기 몸을 제대로 인식한 후 자신의 몸을 유지관리하고 일체의 중독을 거부해야 한다. 운동을 하고, 외모를 가꾸고, 거울이나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이미지를 사랑하도록 한다. 더 나아가 자기 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건강관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

 

이외에도 자존감을 가지려면 선악을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명확하게 알고, 다양한 형태의 가치에 위계질서를 세워야 한다. 또한 어떤 사안에 대해 타협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 즉각적 만족과 장기적 투자를 서로 구별해야 한다.

 

자존감을 정착시키는 데 유용한 연습방법이 하나 있다. 자신이 존중받고 싶은 것을 단어로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번영, 우아함, 정직, 진정성, 예의, 친절 같은 단어가 그렇다. 자존감이 생기게 하려면 이러한 단어들과 그 안에 담겨 있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그 단어들 안에 내포되어 있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더불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쉬지 않고 인격을 연마하고 개혁하며, 우수한 존재가 되도록 쉼 없이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위로와 동정을 받으려 하지 않고, 나쁜 소식이나 어두운 전망이더라도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불안해하지 않고 불행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불행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한다.

 

자존감이 있으면 내면의 힘을 발견할 수 있고, 통찰력과 내면을 성찰하는 능력, 공명정대함과 용기가 생긴다.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해지고, 극단적인 낙관주의나 비관주의 없이 불확실한 인생을 있는 그대로 직면할 수 있다.

 

자존감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평화롭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 그들로부터 존중 받는다. 사실, 자기가 자기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의 존중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3.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은 고독을 인정하라는 뜻이다. 고독은 불행이 아니라 행복의 원천이다.

 

자기 자신 말고는 그 누구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표현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이 아닌 그 누구도 자신의 열망을 규정하고 자신의 인생 계획을 선택할 자격이 없다. 10분 후, 이틀 후, 또는 10년 후에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을 자기 자신보다 더 잘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4. 자신의 유일성을 성찰하라

 

따라서 자기성찰의 네 번째 단계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성찰하는 것이다. .....그 대신 창조자가 되어 자신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열망에 따라 정의한 나만의 의미있는 삶’, 즉 어느 누구도 똑같은 방법으로 디자인해낼 수 없는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런 삶은 판을 엎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기대하는 바를 신경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강요한 기준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지 않게 한다. 또한 다른 사람도 자신만큼 잘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임무는 맡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일만 하도록 노력하고, 자기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것이 무엇이며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발견하도록 이끌어준다.

 

좋은 삶, 나만의 의미 있는 삶은 언제나 자신의 참모습을 추구하고, 수천 번 자신의 참모습을 찾았다 잃었다 하는 삶이다. 인생은 단지 그것이 유일하다는 이유만으로 언제까지나 유일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5. 참된 자신을 발견하라, 스스로 선택하라.

 

그러나 어떤 경우라 해도 일자리를 찾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비스를 제공할 고객을 찾고, 아직 없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들이 기꺼이 투자할 만한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찾아야 한다.

 

지금 당장, 인생의 주인이 되자.

 

만약 당신이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당신 자신과 가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날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 이상 기존 정당과 조합을 신뢰하지 마라. 정당과 조합에 가입한다면 이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가입하라. 미래의 쟁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소신껏 행동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이 등장하게 하라.


나는 한 인간에 불과하지만 오롯한 인간이다.

나는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기꺼이 하겠다.


- 헬렌 켈러.

 

아탈리는 기업가, 예술가, 활동가 등 여러 분야에서 자기 자신이 된사람들의 일화를 소개한다. 짧은 지면임에도 불구하고 수 백명의 사례를 든다. (허걱, 멍청하게도 이 사람들 이름을 일일이 다 치고 있었다.) 인상 깊었던 사회적 기업 하나만 언급하자. 필리핀 카와드 칼링가 커뮤니티 개발 재단500개 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을 건설했다. 이 재단 덕분에 100만 명의 필리핀 국민들이 기아에서 벗어났다. 와우!

 

(나에게 거금이 생긴다면 무이자 대출 은행기아 종식 플랫폼을 만들겠다. 무슨 은행들이 서민들에게 연체료를 연 30% 때릴 수 있을까. 예금 많이 하면 예금 이자 30프로 줄 건가?  이게 대부업체지, 은행이라고!? ‘무이자 대출 은행이 생기면 대한민국 사악한 은행들이 쫄딱 망하지 않을까. 상상만으로도 기분 째진다.

 

혹시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신용카드 가위로 다 잘라버리시라. , 신용카드 연체 있는 분이 있다면 갚지 마시고 주빌리 은행과 상담하시길. 애초에 신용 카드를 발급해 준 카드사에도 연체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이 자살율 11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장 큰 원인이 빚이다. 신용카드와 빚, 이게 바로 화차. 지옥을 향해 달리는 불 수레! 은행과 카드 빚, 무리해서 갚지 마시라. 갚을 필요 없다. )

 

한 가지 사례를 더 언급하자면, 프랑스 유명 코미디언이자 배우였던 미셸 콜루치는 노숙자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사랑의 식당을 세웠다. 매년 90만 명이 사랑의 식당을 이용했고, 1억 인 분이 넘는 식사가 제공되었다.

 

내가 이 책의 문장들을 곱씹어 읽었던 건, 아마도 지금이 내겐 일종의 단절, ‘휴지기로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사건이 있었고 지금이야말로 침묵, 집중, 명상이 필요한 시간이다. 위기는 언제나 위험이자 기회다. 나는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도대체 어떤 행복과 슬픔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일까?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나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기 위해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만의 의미 있는 삶이란 과연 어떤 삶일까? ‘나만의 유일성이라 말할 수 있는 게 과연 있기나 한 걸까? 만일 있다면 그건 도대체 뭘까? 내가 원하는 걸 나는 과연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걸까?

 

아직까지 확실한 답을 얻지 못했다.

하여, 끊임없이 묻겠다.

내가 내 자신으로 살기위해.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밑줄 친 문장.

 


당신이 바라거나 믿는 바를 말할 때마다 그것을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당신이다.

그것은 당신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에 대해 당신과 다른 사람 모두를 향한 메시지다.

스스로에 한계를 두지 마라.


- 오프라 윈프리

 

 

 

당신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자신감을 가져라. 자기 자신을 존중하라. 당신 앞에 감히 모든 것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라. 용기를 내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이미 수립된 질서라 해도 다시 한 번 흔들어보라. 당신의 삶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라고 간주하며 살아라.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얻으려면, 미래를 결정짓는 순간 하나하나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생각보다 자신이 훨씬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누구건, 나이가 몇이건, 재력, 성별, 출신, 사회적 지위가 어떻건 상관없다. 당신은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어려움과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와 같이 행동하기를 제안한다. 다른 사람들의 불확실한 행동은 상관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지배하는 쪽에 내기를 걸라고 말이다. 그러면 어떤 가정을 하더라도 잃을 것이 없다.

 

P161. 그는 아테네의 현인 솔론의 문장으로 글을 시작한다. “나는 끊임없이 배우면서 늙어간다.”

 

P162. 칸트에게 자기 자신 되기는 스스로 생각하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P167. 화자가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 <되찾은 시간>의 마지막 부분에는 자기 성찰이 자기 자신이 되는 데어떤 역할을 하는지 길게 기술되어 있다. “시간에 대한 이런 생각이 내게는 마지막 선물과 같았고 자극제가 되었다. 살면서 몇 번인가 퍼뜩 느꼈던 것, (...) 인생을 살 만하게 만들고 싶다면, 바로 지금이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암흑 속에 살았던 인생에 대한 생각을 밝혀낼 것 같은 지금, 인생이 얼마나 살 만한 것처럼 보이는지 모른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인생은 끊임없이 망가져서 결국 하나의 책으로 실현된다.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얼마나 큰 노력이 그에게 요구될 것인지!”

 

P168. <벼락 맞은 남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글을 쓰려면 자신을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내 고독에 불을 놓았다. (....) 글쓰기는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불사르고 한데 섞여 있는 이미지들을 태워서 불꽃이 튀는 숯과 땅에 떨어지는 재로 만드는 작업이다. 하지만 불꽃이 사그라지기 시작하면서 불의 원래 모습은 신비로 남게 된다. 글쓰기란 활활 타는 것이기도 하지만, 불사조같이 타고 남은 재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P169. 프로이트의 뒤를 이어 카를 구스타프 융은 자아와 자기를 구별한다. 자아는 의식의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이성적 존재가 되기를 추구하는 서양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는 의식과 무의식을 아우르는 것으로, 한 인간의 개성을 포괄한다. 융에 따르면 삶의 목표는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 즉 자기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융은 <자아와 무의식의 변증법>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기는 인생의 목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자기는 개인이라 불리는 운명의 조합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P170 이 책에서 그는 (짐 론) 다섯 가지 삶의 원칙이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철학(생각하는 방식), 태도(사물로부터 감정을 느끼는 방식), 활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하는 방식), 결과(목표와 비교했을 때 현재의 위치), 그리고 삶의 방식이다.

 

P171. 하버드대학교의 마거릿 무어와 폴 해머니스 교수가 2011년에 발표한 저서 <하버드 마음 강좌>도 흥미롭다. 이 책에는 내면의 평화와 질서를 유지시켜주는 다섯 가지 원칙이 소개되어 있다. 즉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고, 집중력을 해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반응하고, 단기 기억을 최대한 활용하고, 한 가지 임무에서 다른 임무로 신속하게 옮아갈 것을 권하고 있다.

 

P180. 그런데 이런 사건이 무엇이건 대체로 사건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자기 자신 되기가 모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적어도 정신적인 측면에서 한순간 단절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침묵과 집중, 명상의 단계인 휴지기. 이 휴지기 동안에는 다음과 같이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 을 거치는 것이 적합하다.

 

첫 번째, 인간이 처한 상황과 주변 상황, 다른 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삶에 가해진 속박과 한계를 파악한다.

 

두 번째, 스스로를 존중하고 존중받도록 한다. 우리에게는 멋진 삶과 멋진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 번째, 자신의 고독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가 사랑하거나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앞의 단계들을 떠올리며 고독을 행복의 원천으로 여기면서 산다.

 

네 번째, 자신의 삶이 유일한 것이며 누구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낙인찍히지 않을 자격이 있고, 각자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또한 일생동안 여러 재능을 동시에, 혹은 차례로 발휘할 수 있다는 것도 인식한다.

 

다섯 번째, 이렇게 하면 마침내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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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1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한 권 다 읽은 뒤에 열흘 안에 서평을 쓰지 않으면, 기억해둔 내용들이 다 잊어버립니다. 다 읽고 나서 바로 다음 날, 아니면 이 삼 일 안으로 써야 정리가 편해져요. 자꾸 글쓰기를 미루면 써야 할 타이밍을 놓쳐버립니다. 그리고 바보 같이 그 책을 또 읽습니다. ^^

시이소오 2016-06-11 15:21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기억이 안나니까 다시 읽는듯하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참.. 여러 모로 다르십니다.. ㅎㅎ
전 책을 읽고 덮는 순간, 바로 자판을 두들깁니다. 머리가 나빠서..
그러니까 다 즉흥적입니다. 생각을 숙성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합니다.
다만 써둔 글은 쟁겨두었다가 아침에 출근하면 글 한 번 읽어보고 약간 수정하는 스타일.. 리뷰를 쓰기 위해 책을 두 번 읽는다에서 엄지 척 ~ 하고 떠나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6-11 15:26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곰발님은 천재과
번쩍 번쩍 하잖아요
저는 진짜 곰처럼 느릿느릿해요
바로 쓰라고 해도 못쓸듯. 일주일 이상은생각을 굴려봐야 쓸까말까 합니다 ㅋ ㅋ ^^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1 20:02   좋아요 0 | URL
그렇지가 않아요. 전.. 읽고 나서 일주일 후에 쓰면 아예 못 씁니다. 다 기억 속에서 지워져서요.. 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6-12 09:41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기억속에 지워져 다시 읽을수 밖에 없다는 ㅋ^^

alummii 2016-06-1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읽기를 하시다니 정말 본받고싶어요 ^^저는 한번 더 읽어야지 ...생각만하고 실천에 못옮기네요

시이소오 2016-06-11 18:43   좋아요 0 | URL
저처럼 모자라면 저절로 두 번 읽을수밖에 없어요 ㅋ

alummii 2016-06-11 19:36   좋아요 0 | URL
푸핫 왜그러세요 빵터졌네요 ㅋㅋ

시이소오 2016-06-11 19:42   좋아요 0 | URL
그저 경험담이에요ㅋ^^

기억의집 2016-06-11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히려 자기 자신이 되란 말에 반감이 든 책이었어요. 국가가 해야할 책임을 개인에게 떠 넘기는 듯해서...자기 자신을 정립하는 건 옳은 일이지만 너무나 거대한 부조리와 부패앞에서 개인이 잘해야한다니.. 말도 안 돼, 이런 반감이 들더라구요. 예전에 유시민의 국가에 대한 글을 읽어서 개인의 자기 정립은 국가의 역활을 대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게다가 저의 주변 사람들은 뭐만 일어나면 국가가 해 주어야하나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러면 제가 아니 그럼 국가가 뭐하러 존재해야하는데. 국가가 존재하는 건 그 어떤 위기든 구해내야하는 거야라고 말하는데... 제 말은 간단히 무시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묘하게 안 맞는 책이었는데. 한번 더 읽어볼까 싶네요.

시이소오 2016-06-11 18:48   좋아요 0 | URL
저는 기억의 집님 입장에 공감합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국가의 책임을 외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건 아닌것 같아요 ^^

사마천 2016-06-1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리뷰시네요. 거의 책을 읽은 듯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도와주는 리뷰입니다. 감사 ^^

시이소오 2016-06-12 09:42   좋아요 0 | URL
사마천님, 제가 감사드려야죠.
^^

2016-06-12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6-12 23:54   좋아요 0 | URL
음ᆢ그건 작가가 그렇게 썼으니까요ㆍ pek0501 님도 ` 자기자신이 되는 5단계 길을 걸어보시는건 어떨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