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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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그러면 세상은 변한다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 할 수도 있지만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 

 

줄리안 반스라는 이름만 듣고 소설이겠지 싶어 도서관에 신청했다가 죽은 아내를 향한 에세이라는 걸 뒤늦게나마 주워듣고 책을 펼쳤다. 1, 2장을 읽으며 왜 이러는 걸까?’란 의문만 가득했다. 3장이 되어서야 반스는 사별한 아내의 이야길 꺼낸다줄리언 반스의 아내였던 팻 캐바나는 거의 문단의 모든 이로부터 사랑받아온 유능한 문학 에이전트였다그녀는 뇌졸중 발병 37일 만에 죽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쓴 이후에도 줄곧 침묵을 유지하던 반스는 아내 사후 5년 만에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출판한다.

 

하나의 죽음은 다른 죽음에 빛줄기조차 비추지 못한다’ - E.M 포스터

 

반스는 고독을 두 종류로 나눈다사랑할 사람을 찾지 못해서 느끼는 고독과한때 사랑했던 사랑을 빼앗겨서 느끼는 고독그리고 이 중에 첫 번째가 더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독일어에 ‘Sehnsucht’라는 말이 있다같은 뜻의 영어는 없는데의미상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음을 뜻한다여기엔 낭만주의적이고 신비한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작가 C.S 루이스는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속에 위로받을 길 없이 남아 있는 열망이라고 정의했다명시할 수 없는 것을 명시하는 능력은 다분히 독일적인 것 같다그것은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며우리의 경우엔 누군가에 대한 열망이 될 것이다. ‘Sehnsucht’는 첫 번째 종류의 고독을 설명해준다그러나 두 번째 종류의 고독은 그와 정반대의 조건에서 생겨난다바로 특별한 사람의 부재이다그녀의 부재 상태에 비견할 만한 고독은 많지 않다." 

 

그녀의 죽음이 없었다는 듯 침묵하는 지인들에게 분노하고끊임없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줄리언 반스는 아내의 상실을 극복해내지 못한다어쩌면 그를 구원해준 것은 사람도 문학도 아니고 오페라였을지도 모르겠다그는 금기를 어기고 아내를 뒤돌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오르페우스를 이제는 이해하게 된다세상을 잃는 게 무슨 상관인가사랑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어떻게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30년 쯤 전에 줄리언 반스는 한 소설에서 아내를 잃은 한 육 십대 남자의 심정을 상상해보려 했고글을 완성했다. 30년 후에 그의 아내는 죽었다나는 한 영화에서 상주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다배우가 아니었기에 나는 암으로 투병중인 엄마의 죽음을 상상했었다불과 몇 달만에 엄마는 심장 마비로 돌아가셨다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긍정적인 상상은 이루어지기 힘들어도 부정적인 상상은 이루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단순한 우연이었을까내가 상상하지 않았더라도 엄마는 돌아가셨을까엄마의 죽음 이후 한 1년 동안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이제 슬픔을 극복했다고 생각하지만그리고 십년이 넘었지만 불현듯 엄마 생각이 난다드라마나 영화에서 백발의 노인이 엄마를 그리워하며 우는 장면들이 예전엔 와 닿지 않았는데이젠 알 것 같다.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면 나는 항상 엄마가 죽었단 사실을 잊어버린다. “엄마죽지 않았어?”하고 엄마에게 물어본 적은 있다엄마는 별소릴 다 한다며 내 어깨를 친다그러곤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나는 내가 왜 그렇게 멍청한 생각을 했는지 실없단 생각을 하고는 꿈에서 깨곤 했다무의식속에서는 여전히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시간이 흘러도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엄마가 부른다면 세상을 잃더라도 뒤돌아보리라.

 

그가 왜 하늘지하의 구성을 취했는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나다르와 베르나르의 이야기가 굳이 꼭 필요했을까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팻과 반스)를 합쳐 세상이 달라졌음을 인정하지만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세 가지를 합치는 데엔 실패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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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1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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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15: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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